두 번 찔러서 여우의 절반 투력을 소모하여 역전승했다.“더 쑤셔줘?”염구준은 발로 툭 차버리면서 놀렸다.“그래서 뭐? 나 시체화가 되어서 죽이지 못해.”여우는 졌지만 굴복하지 않았다.분명 천인경에 접근했는데 어째서 이런 놈에게 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래?”염구준은 오른손으로 옥잠을 쥐고 왼손으로 결검을 꼬집었다.그러자 검의가 움직이면서 기운이 급속히 상승했다.무서운 위압감이 두 사람을 맴돌았다.“매화검법. 쇄산!”염구준은 힘을 축적하고 두 다리를 번적 뛰어 앞으로 돌진했다.쿵!검기가 기승을 부리며 다가오자 여우는 피할 겨를도 없이 몸 절반이 부서졌다.“더럽게 딱딱하네!”염구준이 마비된 팔을 흔들더니 손수건을 꺼내 옥잠을 닦았다.나중에 국주에게 돌려줘야 했다.“이… 이럴 리가.”여우는 더듬더듬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다.국주는 모든 사람을 이끌고 바다 위로 올라갔다.수많은 군함이 대기하고 있었다.국주가 후수를 남긴 모양이다.“출항! 집으로 돌아가자.”국주가 손을 흔들자 군함이 천천히 이동했다.햇빛은 화살 같고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염구준이 돌아온 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염희주의 8살 생일이 다가오면서 평범했던 삶이 파란만장해졌다.청해에서 가장 호화로운 6성급 호텔에서 손씨 그룹 공주님의 생일 잔치가 열렸다.손가을은 겸손하게 호텔 전체를 빌리지 않았다.입구에서 염구준의 가족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용 대표님, 안으로 드시죠.”익숙한 얼굴을 보자 염구준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바로 용준영이다.‘용 대표님?’그 호칭에 용준영은 몸을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용준영이라고 불러주세요.”염구준의 앞에서 그는 아무도 아니라는 눈치는 있었다.“다 손님이니 그런 말은 삼가세요.”염구준은 직접 나와서 손님을 맞이하는 이상 허세는 부리지 않기로 했다.오늘은 좋은 아빠가 되어서 딸의 생일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하하, 무
여자아이는 염희주의 가장 친한 친구 윤시아다.“나 화 안냈어.”염희주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쏘아봤다.손에 든 유리구슬이 마찰하는 소리까지 들리는데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 틀림없었다.“우리 공주님 기분이 왜 안 좋아?”용준영은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으로 어린아이의 마음 정도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필경 아이들은 희로애락이 얼굴에 다 드러나니까.“준영 아저씨!”염희주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착하지. 생일 선물이야.”용준영은 다정하게 말하며 손에 든 상자를 건넸다.“고마워요.”염희주는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선물을 받았다.방금 화난 표정이 금세 사라졌다.선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하하하. 네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아저씨한테 말해봐. 누가 널 괴롭혔어? 아저씨가 대신 혼내줄게.”용준영은 의자를 당겨 옆에 앉으며 물었다.그는 염구준과 파트너이자 또 상사와 부하 관계라서 조금은 복잡했다.하지만 염희주는 친조카 같아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마음이 안쓰러웠다.“쟤들이… 욱!”윤시아가 말하려는 찰나, 염희주가 입을 틀어막고는 먼저 말했다.“아저씨.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괜찮아요.”그 일 이후로, 염희주는 용준영에게 더는 속심말을 하지 않았다.반년 전, 초등학교 근처에서 어수룩하게 생긴 남자가 하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집적거렸다.염희주가 생각없이 그 사실을 용준영에게 말한 것이다.그런데 어수룩하게 생긴 남자가 한동안 안 보이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두 팔을 잃어버렸다.염희주는 나이가 어리지만 용준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무 잔인해서 나중에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용준영에게 이르지 못했었다.“그래. 희주가 말하고 싶으면 하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용준영은 그러려니 하고 따지지 않았다.그때 통통하게 생긴 남자아이가 손에 커다란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들고 다가왔다.뒤에 일곱 명쯤 되는
툭!“이 녀석아. 아빠는 그건 거 안 먹어.”정장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인파를 뚫고 나오더니 김준우의 뒤통수를 툭 쳤다.“아빠!”김준우는 아픈지 눈물이 핑 돌다가 이내 애교를 부렸다.“얘가 날 괴롭혔어요. 아빠가 대신 혼내줘요.”김준우의 아버지는 일찍 해외에 사업하러 가서 아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이제 사업에 성공해서 돌아왔으니 조금은 으스대기 시작했다.“얘야. 내 아들한테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해줄게.”김준우 아버지는 이유도 묻지 않고 명령투로 말했다.“싫어요. 저 잘못한 거 없어요.”고집이 센 염희주는 어른 앞에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 부분은 염구준의 성격을 닮은 것 같다.“집이 가난하면 상황에 맞게 살아야지. 너희 부모도 회사를 차렸다고 들었는데 그냥 잡화점이나 다름없겠지.”“네 손에 거 그거 선물이야? 아저씨한테 보여줘.”김준우 아버지는 고개를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본인은 우월감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어린아이 앞에서 으스대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보였다.“열면 되죠?”염희주는 씩씩거리며 상자를 열고 풍경 하나를 꺼냈다.“와, 너무 예쁘다.”윤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하하. 유리로 만든 풍경은 노점상에서도 팔아.”그것을 본 김준우 아버지는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크게 웃었다.전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말이다.“풉!”그 말을 듣던 용준영는 방금 마신 찻물에 사레가 걸려 그만 뿜어버렸다.‘유리로 만들었다고? 멍청한 놈, 그거 얼음 비취야!’마음이 몹시 불쾌했지만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뭐요? 난 마음에 들어요.”염희주는 기세 당당하게 비취 풍경을 다시 상자에 넣었다.“너더러 선물을 보여달라는 건 우리 차이를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서야. 어떤 사람은 네가 건드릴 수 없거든.”“근데 네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내가 네 아빠 대신 교육을 해야겠어. 아니면 앞으로 나쁜 길에 들어설 테니.”정의로운 척하는 김준우 아버지의 표정은 정말
한마디 말이면 김준우의 아버지는 바로 죽음이다.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는 염희주는 조금은 얼떨떨했다.“아저씨. 그만해요.”그 말에 다들 선뜻 나서지 못했다.어쨌든 오늘 생일파티의 주인공은 염희주니까.그때 손님들을 다 맞이한 염구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물으면서 들어왔다.“생일파티에 와서 다들 뭐 하십니까?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겼나요?”불안한 예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구준 씨. 손 대표님!”염구준을 본 손님들은 모두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용준영이 다가가 방금 발생한 일들을 그대로 전했다.“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다가가려 했다.“여보, 그만둬.”손가을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며 설득했다.“알았어. 당신 말 들을게.”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우리 마누라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해.’그는 돌아서서 손님들을 향해 다시 우렁차게 말했다.“다들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으세요!”“잠깐만요. 아직 얘기 끝나지 않았어요.”그런데 김준우 아버지는 좋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확실하게 말하면 만족해 드릴게요.”주변 사람들은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난 듯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염구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당신 딸더러 내 아들한테 사과하라하고, 1억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내놔요.”김준우 아버지는 어처구니없는 조건을 내걸었다.“하. 내 딸이 잘못을 인정하면 내가 알아서 교육할게요. 근데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게 당하게 두면 아빠가 아니죠.”염구준은 딸의 곁에 다가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빠. 내가 또 사고 쳤어요.”염희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괜찮아. 아빠가 독수리를 안 먹는다고 한 것만으로도 어디야.”염구준은 상대방을 보며 비웃었다.‘날 엿먹이는 거야?’김준우 아버지는 찔렸는지 고개를 숙여 멍청한 아들을 보며 인상을 굳혔다.“사과하지 않으면 당신 회사
“컥!”참지 못한 염구준은 상대방 목을 움켜쥐고 닭을 잡은 듯 천천히 들어올렸다.‘좋아. 바로 지금이야!’김준우 아버지는 기회를 잡았다 생각하고 힘을 주어 염구준을 공격했다.‘뭐야.’하지만 여러 번이나 힘을 모았지만 어떤 힘에 분산되어 전혀 공격할 수 없었다.의심스러웠다.눈앞의 사람을 관찰할 때 분명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강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케리를 놔줘요. 케리는 해외 국적이라 해치면 안 돼요.”안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남편이 해외 국적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말렸다.해외에는 고수들이 많아 용국 사람들에게 타격을 줄까 걱정되었다.“전혀 두렵지 않은데요.”염구준은 큰소리로 외치며 케리를 구석으로 내던졌다.“뭐야 외국 사람과 한통속인가? 만약 그들이 쳐들어온다면 당신은 앞잡이나 다름없어.”강력하게 대처한 후 안나는 무서워 친척들을 데리고 예약석으로 돌아갔다.어떤 사람들은 꼭 얻어맞아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생일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염구준은 잡놈을 해결하고 다시 예약좌석으로 돌아와 손님들에게 앉으라고 권했다.한쪽 구석에 박힌 케리는 표독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쏘아보며 궁시렁거렸다.“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너와 네 회사는 끝났어.”크게 말하면 또 얻어맞을까 봐 본인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그는 소인배와 같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앞에서 주례자가 염구준의 요구에 따라 개막사를 생략하고 간단하게 발표했다.“희주 아가씨 생일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음식을 올리세요.”말이 떨어지자 종업원들이 카트에 향기 좋은 음식들을 가득 담고 나타났다.음식마다 가격이 싸지 않았다.아직 음식이 오르지 않아 누구도 수저를 들지 않았다.그때 한 사람이 일어섰다.“방금 소인배 때문에 생일 선물을 못 줬군. 카드에 10억 있어. 맛있는 거 사 먹어.”뚱뚱한 중년 남자가 비밀번호가 적힌 카드 한 장을 건넸다.“감사합니다. 아저씨.”염희주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았다.한
"뭐라고?"이 말을 들은 케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고는 머릿속이 하얘져 제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끝났어. 완전히 끝났다고!''이런 거물을 내가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어?'그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회사는 보통 규모로, 손씨 그룹 해외 지부의 파트너에 불과했다.즉 이익을 얻으려면 손씨 그룹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거다."그만 먹고 가자!"케리는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서 재빨리 일어섰다. 손가을 일가에게 미움을 산 건 따로 시간을 내서 방문하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나 아직 배 안 불러."안나는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지 못했던 터라 오늘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짝!"맨날 쳐먹을 줄 밖에 모르지? 어?"케리는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린 후 소매를 뿌리치고 나갔다.이번에 그는 아내의 말만 믿고서 제대로 당했다. '그러니까 왜 작은 회사라고 하냐고.'김준우 일가가 의기소침하게 떠났지만 아무도 그들을 주의하지 않았다.생일잔치에서 사람들이 거의 다 배부르게 먹자 사회자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이어서 손씨 그룹의 직원 표창식이 있겠습니다."그가 말을 마치자 두 명의 아가씨가 무대에 올라와 산처럼 쌓인 돈을 감싸고 있던 붉은 천을 열었다. 이 돈은 모두 보너스였다.손가을은 대표로서 돈을 직접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에 올라갔다.마이크를 건네받은 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손씨 그룹이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노력과 남편의 지지, 그리고 여러분들이 직장에서 묵묵히 일해준 덕분입니다.""오늘 제 딸 생일을 틈타 회사에 걸출한 공헌을 한 직원분들에게 상을 줄 생각입니다. 오늘 못 받으신 분들도 연말 보너스가 여러분들의 계좌에 바로 입금될 테니 걱정마세요."손씨 그룹의 규모가 이미 너무 많이 커진 탓에 직원들이 많아서 한 명 한 명 무대에 오른다면 다음달까지 나눠줘야 했기에 몇 명만 부를 생각이었다.곧이어 손가을이 컴퓨터로 피피티를 누르자 슬라이드가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 "백효영
쾅!두 손바닥이 마주 부딪치자 큰 소리와 함께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사방에 흩어졌다.중년 남성은 여전히 우뚝 서 있었지만 청룡은 몇 걸음 후퇴했다.같은 전신 위였지만 처음 맞붙은 결과 청룡이 패했다.남성의 뒤에 있는 젊은이들도 약하지 않았다. 한 명은 전신이고 세 명은 무성 정점의 경지였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실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범상치 않았다."더 붙어."조금 전에 진 청룡은 전의가 크게 불타올라 전신의 영역 싸움을 할 생각으로 체내의 힘을 움직였다.나머지 강자들도 잇달아 앞으로 나가 그를 도울 준비를 했다."청룡!"염구준은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을 본 뒤 바로 그를 제지했다. 이에 청룡은 힘을 거두고 조용히 옆에 섰다."네가 염구준?" 남성은 머릿속에 남은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그래. 너희들은 어느 은세 집안의 사람들이지?"염구준은 상대방의 솜씨에 근거하여 이미 대략적인 것을 알아맞혔다."난 고씨 가문의 고대영이다."중년 남성은 말하며 자랑스러워했다.'고씨 가문?'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몸을 움찔하더니 약간 넋을 잃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강호에 옥패의 정보가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그 신비한 고씨 가문의 사람이 찾아왔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만약 생모 고유란 때문에 자신을 인정하러 온 거라면 오늘까지 기다리지 않고 진즉에 왔을 것이다."너에게 알려줄 일이 좀 있어서 왔어."고대영은 마음대로 의자를 찾아 앉은 후 테이블 위의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말해."염구준은 상대방의 건방진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생모 일가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미 손을 댔을 것이다.고대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한 젊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싸가지 없게 너라니? 촌수로 따지면 넌 이분을 다섯째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고 날 셋째 삼촌이라고 불러야 해."이 사람의 이름은 고황호로 전신의 경지였다. 높은 경지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탓에 그는 늘 오만방자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득의양양하게 서서 염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