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미친듯이 웃더니 변태처럼 혀로 손가락에 묻은 피를 핥았다.국주는 전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숨을 헐떡이며 흥분했다.“이것이 싸움이지. 이런 느낌 참 오랜만이야.”거의 천인경에 도달한 고수들 중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염구준은 옆에서 지켜볼 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아니, 참여하면 안 되었다.강자들의 싸움에 누가 간섭하는 것은 모욕이나 마찬가지니까.국주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예전의 지존 용신이 돌아온 것이 실감났다.“하!”국주는 다시 공격하며 힘차게 외쳤다.음파가 울리며 음속 장벽을 뚫었다.속도가 너무 빨랐다.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여우도 그림자가 스쳐간 흔적만 따라잡을 뿐이었다.‘방금 나한테 당했던 사람 맞아?’그 사이에 국주가 또 공격해왔다.여우는 강력한 힘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두 손에 혼신의 힘을 모아 막아냈다.쿵!두 손으로 가볍게 일장을 받아내자 거대한 에너지가 파동을 일으켰다.‘막았어.’여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다행이라 여겼다.곧이어 수상함을 느끼고 앞을 보자, 모래주머니만 한 주먹이 다가와 식겁했다.그런데 두 손은 쓸 수 없어 얼굴로 받아쳤다.퍽!얼굴을 커다란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더니 반쪽 얼굴이 그을린 듯 시커멓게 되었다.웅웅!공포스러운 공격을 감지한 여우는 뇌액까지 터져 나올 것 같아 머릿속이 하얘졌다.몸뚱이는 이미 멀리 날아간 뒤였다.국주는 신속하게 따라가 전기가 감도는 주먹으로 맹렬하게 공격했다.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니 당연히 적에게 숨돌릴 기회를 주면 안 되었다.‘넌 끝이야.’염구준은 전투 상황을 보며 이번 공격이 끝나면 여우가 중상을 입을 거라 생각했다.국주는 여전히 지존의 용신으로서 그동안 실력이 전혀 줄지 않았다.쿵!국주가 거센 주먹을 날리자 천둥번개 소리가 울리면서 여우를 저 멀리 쓰러트렸다.“너무 약해서 진이 빠지네요.”국주는 염구준을 향해 시시하다는 투로 말했다.그 말 뜻을 알아차린 염구준은 받아 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난 국주와 대결하지 않아
이런 물건은 처음이라 부서질 때까지 계속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순식간에 수백 개 주먹을 날렸지만 빛이 조금 흐려질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소용없어요. 이미 늦었어요.”뒤에서 국주가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이건 뭡니까?”염구준이 공격을 멈추고 물었다.“창용칠숙입니다.”“좀 더 상세히 말씀해 주세요.”창용칠숙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결계 안에서 여우가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은 걸 보고서야 국주가 오래된 전설에 대해 얘기했다.“‘칠숙이 반짝이면 창용이 나타나니, 인간계에 제왕이 탄생할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이 널리 알려졌어요. 칠숙은 천추, 천기, 천선, 천권, 옥형, 개양, 욕광. 북두칠성을 가리키고 창용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용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큰뱀이라 했어요. 근데 제 생각엔 신비한 힘인 것 같아요.”“창용대제는 칠성이 빛날 때 태어나 스스로 하늘에 선택받은 자라고 여겨서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거예요.”설명을 듣고서야 염구준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계속 질문했다.“그렇군요. 그럼 여우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거죠?”제단에서 여우는 무릎을 꿇다가 또 큰절을 올렸다가 반복하면서 입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전에 정상적으로 말하는 걸 보지 않았다면 모두 미친놈이라 여겼을 것이다.국주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특수한 방법으로 창용대제의 힘을 착취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같은데요.”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국주는 등골이 오싹했다.‘여우가 정말 천인경에 돌파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여 염구준을 재촉하듯 말했다.“빨리 용국으로 돌아가세요!”“혼자 감당하시게요? 웃기지 마세요.”염구준은 국주의 생각을 알아채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국주가 남아서 여우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염구준은 용국을 지키라는 뜻이다.서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 국주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좋습니다. 저놈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우리 같이 죽
“젠장! 커억!”국주는 다시 싸우고 싶었지만 목을 타고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제가 싸울게요.”목소리는 그 자리에 났지만 사람은 진작에 사라진 뒤였다.염구준이 벌써 돌진했다.여우의 야심은 흑풍보다 커서 절대 살려두면 안 되었다.“잘 왔어. 네 놈의 사지를 잘라서 담가버릴 것이다.”여우는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워 기세 사납게 공격해왔다.‘놈이 온다!’염구준은 화염에 휩싸인 오른팔을 뒤로 가져가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고수들은 한 초식에 전력을 다하기 때문이다.여우는 공격 궤적을 예측하고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심장을 향해 공격했다.퍽!그런데 손이 닿기 전에 복부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뒤로 날아가버렸다.손은 가짜 동작이고 발 공격이 진짜였다.안타깝게도 늦게 알아버려서 당하고 말았다.“쳇, 실력은 올랐는데 대가리는 여전히 둔하네.”염구준이 조소를 날리며 계속 쫓았다.“그 정도 힘으로 아직 부족해!”여우는 방어를 포기하고 기꺼이 맞으면서 큰 소리를 쳤다.시체화에 창용의 힘을 더하니 몸이 놀라울 정도로 튼튼해졌다. “계속 날뛰어!”염구준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모든 힘을 오른 주먹에 실어 여우의 가슴을 공격했다.‘젠장!’이 주먹은 여우를 두렵게 만들었다.하지만 전에 계속 비아냥거리느라 방어하지 않았으니 몸뚱이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퍽!주먹을 날리자 여우의 가슴이 움푹하게 패여 들어가더니 주먹만 한 구멍이 생겨버렸다.용국의 고대무학에서 칠상권의 오묘한 부분은 칠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위력이 강한 반면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염구준의 입과 콧구멍에서 벌건 피가 흘렀다.여우는 뒤로 물러나다 멈췄을 뿐 쓰러지지는 않았다.시체화가 된 그는 더는 인간이 아니었다.몇 년만 더 지나면 창용대제처럼 의식을 잃고 걸어 다니는 산송장이 될 것이다.“내 몸을 망가트렸어? 제기랄!”여우가 격분하자 기운이 전보다 3할은 강해졌다.그는 손가락을 세워 또 공격했다.‘뭐야, 무기가 없잖아.’염구준은 뒤로 물러나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두 번 찔러서 여우의 절반 투력을 소모하여 역전승했다.“더 쑤셔줘?”염구준은 발로 툭 차버리면서 놀렸다.“그래서 뭐? 나 시체화가 되어서 죽이지 못해.”여우는 졌지만 굴복하지 않았다.분명 천인경에 접근했는데 어째서 이런 놈에게 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래?”염구준은 오른손으로 옥잠을 쥐고 왼손으로 결검을 꼬집었다.그러자 검의가 움직이면서 기운이 급속히 상승했다.무서운 위압감이 두 사람을 맴돌았다.“매화검법. 쇄산!”염구준은 힘을 축적하고 두 다리를 번적 뛰어 앞으로 돌진했다.쿵!검기가 기승을 부리며 다가오자 여우는 피할 겨를도 없이 몸 절반이 부서졌다.“더럽게 딱딱하네!”염구준이 마비된 팔을 흔들더니 손수건을 꺼내 옥잠을 닦았다.나중에 국주에게 돌려줘야 했다.“이… 이럴 리가.”여우는 더듬더듬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다.국주는 모든 사람을 이끌고 바다 위로 올라갔다.수많은 군함이 대기하고 있었다.국주가 후수를 남긴 모양이다.“출항! 집으로 돌아가자.”국주가 손을 흔들자 군함이 천천히 이동했다.햇빛은 화살 같고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염구준이 돌아온 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염희주의 8살 생일이 다가오면서 평범했던 삶이 파란만장해졌다.청해에서 가장 호화로운 6성급 호텔에서 손씨 그룹 공주님의 생일 잔치가 열렸다.손가을은 겸손하게 호텔 전체를 빌리지 않았다.입구에서 염구준의 가족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용 대표님, 안으로 드시죠.”익숙한 얼굴을 보자 염구준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바로 용준영이다.‘용 대표님?’그 호칭에 용준영은 몸을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용준영이라고 불러주세요.”염구준의 앞에서 그는 아무도 아니라는 눈치는 있었다.“다 손님이니 그런 말은 삼가세요.”염구준은 직접 나와서 손님을 맞이하는 이상 허세는 부리지 않기로 했다.오늘은 좋은 아빠가 되어서 딸의 생일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하하, 무
여자아이는 염희주의 가장 친한 친구 윤시아다.“나 화 안냈어.”염희주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쏘아봤다.손에 든 유리구슬이 마찰하는 소리까지 들리는데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 틀림없었다.“우리 공주님 기분이 왜 안 좋아?”용준영은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으로 어린아이의 마음 정도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필경 아이들은 희로애락이 얼굴에 다 드러나니까.“준영 아저씨!”염희주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착하지. 생일 선물이야.”용준영은 다정하게 말하며 손에 든 상자를 건넸다.“고마워요.”염희주는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선물을 받았다.방금 화난 표정이 금세 사라졌다.선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하하하. 네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아저씨한테 말해봐. 누가 널 괴롭혔어? 아저씨가 대신 혼내줄게.”용준영은 의자를 당겨 옆에 앉으며 물었다.그는 염구준과 파트너이자 또 상사와 부하 관계라서 조금은 복잡했다.하지만 염희주는 친조카 같아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마음이 안쓰러웠다.“쟤들이… 욱!”윤시아가 말하려는 찰나, 염희주가 입을 틀어막고는 먼저 말했다.“아저씨.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괜찮아요.”그 일 이후로, 염희주는 용준영에게 더는 속심말을 하지 않았다.반년 전, 초등학교 근처에서 어수룩하게 생긴 남자가 하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집적거렸다.염희주가 생각없이 그 사실을 용준영에게 말한 것이다.그런데 어수룩하게 생긴 남자가 한동안 안 보이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두 팔을 잃어버렸다.염희주는 나이가 어리지만 용준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무 잔인해서 나중에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용준영에게 이르지 못했었다.“그래. 희주가 말하고 싶으면 하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용준영은 그러려니 하고 따지지 않았다.그때 통통하게 생긴 남자아이가 손에 커다란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들고 다가왔다.뒤에 일곱 명쯤 되는
툭!“이 녀석아. 아빠는 그건 거 안 먹어.”정장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인파를 뚫고 나오더니 김준우의 뒤통수를 툭 쳤다.“아빠!”김준우는 아픈지 눈물이 핑 돌다가 이내 애교를 부렸다.“얘가 날 괴롭혔어요. 아빠가 대신 혼내줘요.”김준우의 아버지는 일찍 해외에 사업하러 가서 아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이제 사업에 성공해서 돌아왔으니 조금은 으스대기 시작했다.“얘야. 내 아들한테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해줄게.”김준우 아버지는 이유도 묻지 않고 명령투로 말했다.“싫어요. 저 잘못한 거 없어요.”고집이 센 염희주는 어른 앞에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 부분은 염구준의 성격을 닮은 것 같다.“집이 가난하면 상황에 맞게 살아야지. 너희 부모도 회사를 차렸다고 들었는데 그냥 잡화점이나 다름없겠지.”“네 손에 거 그거 선물이야? 아저씨한테 보여줘.”김준우 아버지는 고개를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본인은 우월감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어린아이 앞에서 으스대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보였다.“열면 되죠?”염희주는 씩씩거리며 상자를 열고 풍경 하나를 꺼냈다.“와, 너무 예쁘다.”윤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하하. 유리로 만든 풍경은 노점상에서도 팔아.”그것을 본 김준우 아버지는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크게 웃었다.전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말이다.“풉!”그 말을 듣던 용준영는 방금 마신 찻물에 사레가 걸려 그만 뿜어버렸다.‘유리로 만들었다고? 멍청한 놈, 그거 얼음 비취야!’마음이 몹시 불쾌했지만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뭐요? 난 마음에 들어요.”염희주는 기세 당당하게 비취 풍경을 다시 상자에 넣었다.“너더러 선물을 보여달라는 건 우리 차이를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서야. 어떤 사람은 네가 건드릴 수 없거든.”“근데 네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내가 네 아빠 대신 교육을 해야겠어. 아니면 앞으로 나쁜 길에 들어설 테니.”정의로운 척하는 김준우 아버지의 표정은 정말
한마디 말이면 김준우의 아버지는 바로 죽음이다.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는 염희주는 조금은 얼떨떨했다.“아저씨. 그만해요.”그 말에 다들 선뜻 나서지 못했다.어쨌든 오늘 생일파티의 주인공은 염희주니까.그때 손님들을 다 맞이한 염구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물으면서 들어왔다.“생일파티에 와서 다들 뭐 하십니까?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겼나요?”불안한 예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구준 씨. 손 대표님!”염구준을 본 손님들은 모두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용준영이 다가가 방금 발생한 일들을 그대로 전했다.“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다가가려 했다.“여보, 그만둬.”손가을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며 설득했다.“알았어. 당신 말 들을게.”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우리 마누라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해.’그는 돌아서서 손님들을 향해 다시 우렁차게 말했다.“다들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으세요!”“잠깐만요. 아직 얘기 끝나지 않았어요.”그런데 김준우 아버지는 좋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확실하게 말하면 만족해 드릴게요.”주변 사람들은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난 듯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염구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당신 딸더러 내 아들한테 사과하라하고, 1억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내놔요.”김준우 아버지는 어처구니없는 조건을 내걸었다.“하. 내 딸이 잘못을 인정하면 내가 알아서 교육할게요. 근데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게 당하게 두면 아빠가 아니죠.”염구준은 딸의 곁에 다가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빠. 내가 또 사고 쳤어요.”염희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괜찮아. 아빠가 독수리를 안 먹는다고 한 것만으로도 어디야.”염구준은 상대방을 보며 비웃었다.‘날 엿먹이는 거야?’김준우 아버지는 찔렸는지 고개를 숙여 멍청한 아들을 보며 인상을 굳혔다.“사과하지 않으면 당신 회사
“컥!”참지 못한 염구준은 상대방 목을 움켜쥐고 닭을 잡은 듯 천천히 들어올렸다.‘좋아. 바로 지금이야!’김준우 아버지는 기회를 잡았다 생각하고 힘을 주어 염구준을 공격했다.‘뭐야.’하지만 여러 번이나 힘을 모았지만 어떤 힘에 분산되어 전혀 공격할 수 없었다.의심스러웠다.눈앞의 사람을 관찰할 때 분명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강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케리를 놔줘요. 케리는 해외 국적이라 해치면 안 돼요.”안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남편이 해외 국적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말렸다.해외에는 고수들이 많아 용국 사람들에게 타격을 줄까 걱정되었다.“전혀 두렵지 않은데요.”염구준은 큰소리로 외치며 케리를 구석으로 내던졌다.“뭐야 외국 사람과 한통속인가? 만약 그들이 쳐들어온다면 당신은 앞잡이나 다름없어.”강력하게 대처한 후 안나는 무서워 친척들을 데리고 예약석으로 돌아갔다.어떤 사람들은 꼭 얻어맞아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생일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염구준은 잡놈을 해결하고 다시 예약좌석으로 돌아와 손님들에게 앉으라고 권했다.한쪽 구석에 박힌 케리는 표독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쏘아보며 궁시렁거렸다.“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너와 네 회사는 끝났어.”크게 말하면 또 얻어맞을까 봐 본인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그는 소인배와 같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앞에서 주례자가 염구준의 요구에 따라 개막사를 생략하고 간단하게 발표했다.“희주 아가씨 생일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음식을 올리세요.”말이 떨어지자 종업원들이 카트에 향기 좋은 음식들을 가득 담고 나타났다.음식마다 가격이 싸지 않았다.아직 음식이 오르지 않아 누구도 수저를 들지 않았다.그때 한 사람이 일어섰다.“방금 소인배 때문에 생일 선물을 못 줬군. 카드에 10억 있어. 맛있는 거 사 먹어.”뚱뚱한 중년 남자가 비밀번호가 적힌 카드 한 장을 건넸다.“감사합니다. 아저씨.”염희주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았다.한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