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몸속의 독소가 조금씩 빠져나오면서 주작이 깨어났다.힘이 빠진 어깨를 문지르며 주작은 몽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일어나자마자 방금 전 전투가 생각났는지 주작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신, 전신!"주작은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고 이내 시선이 창가에 멈췄다.그녀는 염구준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일어났어?" "예. 전신께서는 괜찮으십니까? 그 가스에는 독이 있었습니다. 얼른 해독하셔야 해요!"주작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염구준을 향해 걸어갔다.염구준은 천천히 돌아서서 주작을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넌 중독됐었는데 내가 다 해독시켰어!"주작은 염구준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꼭 맞잡았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도망쳤지!"말을 하는 염구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고, 주먹은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수년간 자신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들이 감히 자신을 공격할 줄 상상도 못했다.그러나 일이 이미 벌어진 만큼, 다음 계획을 빨리 세워야 했다.한편, 흑풍 존주는 크게 소리치며 책상을 쾅 치고 일어섰다. "뭐? 내가 준 약을 먹었다고?"두 사람은 당황하며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주인님, 그 자의 실력이 너무 강해 저희가 차로 들이받았는데도 전혀 다치지 않았습니다. 약을 안 먹었으면 아마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흑풍 존주 앞에 있는 두 남자는 이전에 염구준을 공격한 두 남자였다.그들은 흑풍 존주 수하의 육대 전장 중 제 6, 제 5 전장이었다.두 사람은 합체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기에 보통 함께 움직였다. 그들이 연마한 기술도 거의 비슷했다. 둘 다 독과 신체 호르몬을 사용하는 기술을 다뤘다. "하지만 주인님, 저희가 변신을 한 뒤 뿌린 독으로 그 두 사람을 붙잡았습니다! 둘 다 순식간에 독살 당했을 겁니다!"흑풍 존주의 얼굴에는 기쁨 대신 우려가 가득했다. "아마 너희
주작은 마음을 가다듬고 염구준이 분명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급하게 성과를 내려 하다 보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주작은 모든 상황을 앨리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앨리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믿기 힘들어했다. "당신들을 상대로 길거리에서 암살을 시도하다니, 그 사람들 살고 싶은 생각이 없나 봐요?" "하하, 그런 인간들이 뭐든 못 하겠어요?"염구준은 목을 가다듬고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부터 이 일에 대해 모두 모르는 척하세요. 저에게 계획이 있습니다!"그 뒤에 앨리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보아하니, 회사 쪽 관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군요!" "다음 단계라고요?" "네, 지금 이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저희의 행적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죠.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디로 말입니까?" "또 다른 가족 분들이 고성에 계시지 않나요?"고성을 떠올린 앨리스의 눈빛에는 분노가 불타올랐다. "그곳은 외부인들이 계속 관리해 왔어요. 이제 와서 다시 찾아가기는 어려울 겁니다!"앨리스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흠, 그거야 간단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걱정 마세요, 전쟁의 신이 함께라면 그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그날 염구준은 앨리스와 주작을 데리고 현재 머물던 곳을 떠났다.고성은 앨리스 가문의 근거지로, 옛날 앨리스 가문의 영광을 증명하는 장소였다.그들은 고성 앞에 도착하였고, 주변의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며 염구준은 무언의 감동을 느꼈다. 비록 최고로 큰 건물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상징적인 곳이었다.고성 문 앞에 도착하자 두 명의 젊은이들이 길을 막았다. "누구십니까? 이곳이 사유지라는 걸 모르시는 겁니까?"앨리스는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이들이 알고 있듯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명명백백하게 앨리스 가문의 재산이었다.염구준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앞에 있는 사람을 밀치고는
이윽고 여러 명이 염구준 일행을 내쫓으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마 나까지 모른다고 할 셈이냐?""네 놈은 누구냐? 네 놈이 설령 하느님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좋은 말로 할 때 나가!""그래, 나까지 몰라보겠다는 말이군!"그의 정체는 바로 앨리스 가문의 족장이었다. 그의 등장에 도널드는 충격을 받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 족장님 아니십니까? 이곳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흠, 당연히 우리 가족의 것을 되찾으러 왔지!"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하하, 가족의 것이라니요, 설마 이 고성 말씀이십니까?"족장은 분노하며 지팡이를 흔들며 그를 가리켰다. "뻔히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말고 당장 내려와라. 안 그러면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니!"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제 집에서 행패를 부리고 계시면서 이 집이 본인들 것이라니, 무슨 증거라도 있으십니까?"남은 사람들은 침묵했다. 앨리스 가문의 재산이고, 족장이 여기에 있는데, 뭘 어떻게 더 증명해야 하나? 그러나 이들은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할 방법이 없는 듯하였다. "이 늙은이의 얼굴이 증거다!" "오, 그렇다면 제 증거가 족장님의 증거보다 더 확실한지 한번 보시겠습니까?"잠시 후, 집사가 서류를 가져왔다. 서류에는 고성의 소유권이 명시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이 서류에 따르면 고성은 바로 도널드의 명의였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족장은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고성은 앨리스 가문의 것인데, 어째서 이 사람이 가로챌 수 있는 걸까?이때 청용이 나타나 염구준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상황을 이해한 염구준은 주먹을 휘둘러 옆에 막고 있던 사람들을 날려버렸다. "당신 뭐 하는 짓이야? 왜 사람을 때려?" "제가 사람을 때리는 게 뭐 문제 있습니까? 외부인이 집에 침입했는데, 제가 강제로 쫓아내면 안 되는 겁니까?"염구준이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하자, 도널드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 네놈이 눈이 멀었거나 글자를 못 읽
앨리스는 순간 모든 게 이해됐다. 앨리스 가문이 도널드에게 잘 해줬음에도 배신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아하니 그의 뒤에 배후가 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것이 엘 가문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염구준은 냉소를 보였다. 이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은 듯 보였다. "저 자를 잡아와!"자신의 집에서 맞은 것도 모자라 손발이 묶이는 모욕을 당한 도널드는 격분하여 염구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알아서 빨리 풀어주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후회하게 될 거야!"염구준은 한 장의 서류를 도널드의 얼굴에 던졌다. 서류가 휘날리며 안에 적힌 내용이 드러났다.도널드는 그 서류를 보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희 도대체 누구야?" "그건 제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겁니다!" "저희 가문에서 받고 있는 대우가 부족해서 그런 겁니까? 아니면 엘 가문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이런 배신을 하게 된 겁니까?"엘 가문이라는 세 글자가 나오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앨리스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또 한번 배신을 직면하고는 곧장 생각을 정리하였다. 예전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엘 가문의 사람이야.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겠지.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네들까지 전부 처리하는 수가 있어.""그래요? 하지만 저는 엘 가문이 이제 우리와 싸울 힘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무슨 뜻이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엘 가문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제가 기분 나빠서 전멸시켜버렸거든요!"그는 이내 머리를 숙이고 눈을 계속 굴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게 정말인가? 어쩐지 엘 가문에서 최근에 아무 소식도 없고, 이전에 연락하던 사람도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했어."하지만 상황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았고 눈으로 보지 못해 믿을 수 없었다."나를 속이려는 게냐? 나는 그렇게 쉽게 놀아나지 않아!" "앨리스 씨, 최근의 전투 상황들
"갑시다. 우리는 고성 안을 둘러보죠. 그리고 당신은 사람들을 보내 가문 분파들과 연락이 닿는지 알아보세요. 빠를 수록 좋습니다!"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염구준과 함께 고성 안을 둘러보려 했다.그때 뒤에서 도널드가 그들을 불렀다."잠깐만, 다들 혹시 괜찮다면, 집 안을 안내해줄 사람 한 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아, 아니, 이제는 자네들의 집이군, 아, 아니..."앨리스는 싸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작자가 이렇게 빨리 태세를 전환할 줄은 몰랐다. 돼지같이 부은 얼굴을 하고도 아직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를 보며, 명백한 변질자라고 생각했다!"괜찮습니다. 이곳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아닐세, 최근 고성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 내가 안내해 주마!"그는 상반신이 밧줄에 묶인 채로 바닥에서 펄쩍 일어나더니, 무리의 가장 앞쪽으로 달려갔다.염구준은 걸어가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이 사람은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를 배신했어요. 당신의 둘째 삼촌처럼 죽여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염구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일부러 도널드가 들을 수 있도록 했다.도널드는 곧장 무릎을 꿇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 부탁하네. 비록 이 인간이 그동안 사람 답게 살지는 않았지만 자네들을 도와 고성을 관리했으니 공로까지는 아니어도 수고하지는 않았나!" "수고라고요? 고성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 뻔했는데 그래도 죄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도널드가 부끄러움 없이 울기 시작했다."사실 나도 어쩔 수 없었네. 의부님이 나를 받아주셨을 때 가문에 보답하기로 결심했지만, 엘 가문에게 압박을 받는 바람에 나도 정말 어쩔 수 없었어!"앨리스 가문이 재정비를 마친 후, 고성 쪽 방어가 허술해지자 엘 가문은 사람을 보내 이곳을 점령했다. 처음에는 도널드를 제거하려 했지만, 앨리스 일행이 눈치 챌까 걱정되어 그를 꼭두각시로 세워 둔 것이다.엘 가문은 처음에 앨리스 가문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부속 가문으로 만들려 했다. 우선 고성을
염구준이 소리를 지르자, 청용은 바로 달려갔고 옆에 있는 엘 가문의 사람들도 같이 추격했다.방금까지도 홀 안에서 집사의 모습을 보았으니, 틀림없이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앨리스는 문득 깨닫고 방에 들어가 한바탕 뒤져보았지만, 어떤한 중요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찾을 필요 없어요. 이미 도망간 이상 틀림없이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을 거예요!""대답해요. 저 집사는 대체 무슨 사람이에요?"주작이 도널드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도널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겁에 질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저, 저도 몰라요. 오랫동안 속고 지냈는데 무슨 사람인지 알았다면 왜 숨겼겠어요?"다들 침묵에 빠졌다. 사람이 이미 도망갔으니 아무런 방법이 없다. 청용이 빨리 도망간 집사를 잡을 수 있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웃은 후 거실로 가서 앉았다.다들 거실에 앉아 있었고 앨리스만 초조한 표정으로 거실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도널드의 표정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침착했다.한 시간이 넘도록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청용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널드의 표정은 침착함에서 점차 건방지게 변했다.족장은 이를 보고 마른기침을 두 번 하더니 도널드의 곁으로 걸어가 물었다."사람을 찾지 못해 아주 기쁜가 보구나?""무슨 말씀입니까? 저도 조급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사람을 찾을 줄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도와서 찾았죠!""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말 사실을 말하지 않을 거예요?"염구준이 말하자 홀 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입니까?"주작은 염구준 곁으로 다가갔다. 염구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차갑게 도널드를 바라보았다.도널드는 순식간에 모두의 이목을 받았다. 다들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왜요? 왜 다들 날 쳐다보죠?""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만약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으면 오늘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요!"염구준은 옆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이를
바로 그때 앨리스가 모든 것을 장악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도널드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바로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도널드가 일부러 일을 와흐 가문에게 누설하고 솔직히 말하지 않은 게 틀림없다.앨리스는 고개를 저었다."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스스로 포기한 거예요! 엘 가문 방계의 연락처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서 봐주려 했지만, 필요 없겠네요!""무슨 말인지 이해 못 했어요!"청용이 집사의 입을 막은 천을 꺼내자, 집사가 소리쳤다."형님. 방금을 물건을 정리하고 두 발짝도 못 가서 잡혀갔어요. 살려줘요!""입 닥쳐!""더 이상 할 말 있어요?"도널드의 표정은 안 좋았다. 그렇게 위장했지만 결국 간파될 줄 생각지 못했다.숨길 수 없으니, 그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모든 사람을 향해 화냈다."하하, 그래. 난 진심으로 와흐 가문으로 넘어갔어! 당신들이랑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니까!""내가 없으면 아무도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지 못해. 그러니까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염구준은 앨리스 옆으로 걸어가 눈짓했다.앨리스는 족장을 바라보았고 족장은 또 한 젊은이를 불렀다.젊은이가 나서서 말했다."가문 사람이 아니니, 방계 중에도 직계 친척이 있다는 걸 모르죠?""설마 연락할 수 있는 거야?""당연하죠!""족장님,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귀신에게 홀렸나 봐요, 정말 잘못했어요. 죽이지만 않으면 뭐든 할게요!"도널드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따귀를 연이어 때렸다.고성 안이 시끌벅적한 그때, 고성 밖에서 두 사람이 몰래 잠입했다..."지금 우리 엘 가문은 시국이 불안정하고 각 계의 원이 흩어지고 있어요. 이럴 때 일수록 내부에서 더욱 단결해야 합니다!""네, 모두 맞는 말이에요. 어쩐지 엘 가문이 다시 단합할 수 있다 했더니, 다 가주님의 공로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그만!"청용은 더 이상 입에 발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이런
염구준의 눈빛을 보고 다들 망설이지 않았다. 주작도 즉시 조용히 바짝 달라붙었다.아니나 다를까, 문 뒤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안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다!홀 안의 회의 소리가 사라지자 그들의 호흡은 많이 긴장된 것처럼 보였고 이내 숨을 죽였다.바로 그때 염구준과 다른 사람은 이미 밖에서 둘러쌌다.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용은 직접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주작은 방 안의 두 사람에게 순간 살기를 품었다. 맑은 두 눈 속에는 원한이 가득했다."또 당신들이야?"사람들 앞에 있는 두 사람은 그날 교외 대륙에서 차로 염구준을 치고 독 안개로 공격한 사람이었다."하하, 그래. 나야!""감히 또 올 생각을 해? 지난번에 도망치게 해줬더니 다시 올 정도로 멍청할 줄이야!"얼굴에 점이 가득한 사람이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었다."아니. 네가 우리를 봐준 게 아니라, 우리가 너희들을 봐준 거야. 이렇게 나의 독 안개를 뚫고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어. 형님의 말이 맞았네. 네 실력은 아주 강해!"그가 염구준을 가리키며 말했다.염구준은 콧방귀를 뀌었다."그 정도 수법에 위협을 받지 않아!""궁금하네. 대체 어떻게 독을 쓴 진법을 뚫은 거야? 내 독침에는 맹독이 들어있어. 우선 작용하는 마비 효과가 너희를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말을 하며 그 사람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승산이 있는 것처럼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래. 네 진법은 아주 강했지만 결국 실력의 차이는 이길 수 없지. 너 같은 종사의 실력으로 날 이기려 들어?"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종사의 경계에 이르렀는지 알아본 것인지 궁금했다. 흑풍조차도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상대의 능력은 그가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다시 침착해졌다.염구준은 팔짱을 끼고 눈을 반짝였다."당신이 이렇게 침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대단하군!""하하, 침착이라. 조금 있다가 네가 얼마나 침착한지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