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청해시 외각에 있는 한산 별장.이곳은 최근에 개발한 별장 구역이었다. 환경이 아름답고 면적도 상당히 큰 별장들로 동네를 이룬 이곳은 아직 완공된지 얼마 되지 않아 입주민이 별로 없었다.“이제 다 되었습니다.”거실에서 담당의가 조심스럽게 손태산의 붕대를 갈아주고 있었다.“부상 정도가 심각해서 아마 3개월 정도는 격렬한 운동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연골이 다시 붙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손태산은 이를 갈았다.체육관에 있을 때, 이제마가 3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손태석의 다리를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게 고쳐준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였다.하지만 그는 오늘 장장 6시간이나 되는 긴 수술을 받아야 했다. 마취 기운 때문에 온몸이 떨리고 이렇게 고생했는데도 재활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염구준, 망할 염구준!”손태산은 부하를 시켜 의사를 배웅한 뒤, 거실에 남은 부하들에게 악에 받쳐 소리질렀다.“다들 준비 됐어?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 당장 출발하자!”“용준영부터 제거하고 바로 염구준을 죽이러 간다. 그리고 손태석 일가도 살려둬서는 안 돼!”옆에 있던 진동하가 다급히 그를 말렸다.“형님,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이시는 게….”그런데 이때, 쾅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거실에서 몇십 미터 떨어진 별장 대문이 일그러져서 뜯겨 나갔다. 상대는 몇백 킬로나 나가는 합금 재질의 대문을 나무판자 부수듯이 손쉽게 부셔버리고 곧장 거실로 진입했다.“용준영이랑 염구준이 왔습니다!”바깥 상황을 확인한 진동하가 바깥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그의 뒤로 스무 명이 넘은 조폭들이 눈을 부릅뜨고 안으로 쳐들어오는 3인방을 노려보았다.“우리가 찾아가기도 전에 제 발로 찾아왔네? 그렇게도 죽고 싶었어?”거실에 남은 손태산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휠체어 전동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르며 욕설을 내뱉었다.“다 비켜!”진동하와 부하들이 길을 비켰다.아무리 부상을 입고 휠체어 신세가 되었어도 그들에게 손태산은 산과도 같은 존재였다. 적이
스무 명이 넘는 조폭들과 진동하까지 더해서 기세등등하게 3인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무기 없이 맨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여느 조폭들보다 훨씬 강했고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지치지 않는 체력과 단단한 주먹이 그들의 자존심이자 무기였다.“놈을 죽여!”“스무 명이 염구준 잡고 남은 애들은 용준영이랑 뢰인 상대해!”“죽여 버려!”그들은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주먹에 살기를 담아 염구준 3인방에게 달려들었다.염구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너무 느려서 웃음이 나왔다. 저런 것들을 엘리트라고 불러 모았나?전신전 전주 염구준에게 손태산의 엘리트부대는 쓰레기 취급밖에 되지 않았다.어디서 오합지졸을 또 불러 모았군!“손태산, 앞으로 사람 보는 안목을 좀 길러야겠군!”염구준은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몸을 날렸다.그리고 그림자처럼 빠른 속도로 스치듯이 놈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가 스치고 간 자리에 조폭들이 쓰러져서 나뒹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언제 자기 앞에 도착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의 불주먹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일부는 힘없이 튕겨나가 공중을 날다가 손태산이 있는 곳까지 날아와서 바닥에 추락했다!스물 다섯 명의 조폭들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고통을 읍소했다. “너… 네 이놈!”당황한 손태산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강해도 너무 강한 상대였다.은빛 아파트에서도 염구준은 이 정도의 실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물론 지금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다. 동작에는 여유가 넘쳤고 호흡은 평온했다!“이제 너와 나의 실력 차이를 알겠어?”염구준은 가볍게 손을 털고는 손태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네 놈을 죽이는 건 나에게 일도 아니야! 벌레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과 같다고.”“오늘은 그냥 경고만 하려고 온 거야! 당장 청해시를 떠나.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그리고 내 장인어른 일가는 너 같은 놈이 함부로 모욕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용준우와
“손태산이 염구준한테 숙청당했다고?”청해호텔 스위트룸에서 장무현은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고 미간을 찌푸렸다.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잔인무도하기로 악명이 자자한 손태산이었다. 성도에서 그를 모르는 자가 없고 그의 슬하에는 24명의 엘리트로 구성된 척살조가 있었다. 게다가 진동하라는 강력한 자가 2인자로 있으니 성도에서 그들이 지나갈 때면 모두가 길을 비켜줄 정도였다.그런 손태산이 청해시에서 변을 당했다니!“염구준, 용준영… 정말 만만치 않은 놈들이네.”장무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에 앉은 광호와 광용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희랑 손태산의 척살조 중에 누가 더 셀까?”광호와 광용도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누가 강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예요.”장무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생각에 잠겼다.인맥으로 따지면 장원그룹도 재계에서 마당발을 자랑하는 가문이었다. 광호와 광용을 능가하는 엘리트를 포섭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지금의 손씨 그룹이 예전의 용운그룹이라고 들었어. 그리고 지금 회장이 손태석 그 다리 병신이란 말이지. 아, 이제 병신은 아니구나.”장무현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그렇다면 섣불리 몸 부딪혀서 싸우는 것보다 회사 쪽으로 손을 쓰는 게 낫겠어. 염구준, 재밌는 놈이로군!”말을 마친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가자! 이제 내 옛친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야!”“내일 아침, 손씨 그룹은 파산하게 될 거야!”대략 20분 뒤.청해시 도심가의 한 술집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박 장관님.”이 시각 광용 광호의 손에는 각자 큼지막한 나무박스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포르투 와인이 가득 들어 있었다. 장무현은 몸매가 푸짐한 한 중년 남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의원님께서 와인을 소장하는 취미가 있으시다길래 준비해 봤습니다. 지금 꺼내서 맛 좀 볼까요?”박 장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와인의 고향 포르투 와인농가에서 생산한
회장님을 찾아왔다고?경비실에서 달려나온 경비원은 중년 남자가 내민 명패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식약품 안전처 실장 정인호였다!“회장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 며칠 전에 다리 수술을 받으셔서 집에서 쉬고 계세요.”경비원은 솔직하게 상황을 털어놓았다.“정 실장님, 지금 회사 운영은 저희 대표님께서 하고 계십니다. 지금 바로 보고 올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전화하러 뛰어갔다.“회사에 안 나와?”정인호가 음산한 미소를 짓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엄연히 회장이 있는데 대표 따위와 얘기해서 해결될 건이 아니야. 당장 손 회장 만나야겠어! 수술을 했든 뭘 했든 간에 당장 나와서 조사 받으라고 해! 안 그러면 회사 문 닫을 각오하라고!”회사가 문을 닫아?경비실을 지키고 있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철렁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물론 최근에 염구준의 훈련을 받으면서 전투력이 많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룹의 생산과 운영을 감시하는 정인호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멍청한 것들!”정인호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을 힐끗 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가자! 안으로 들어가서 조사를 실시할 거야!”열 명 남짓한 공무원들이 정인호의 뒤를 따라 위풍당당하게 본사 건물로 들어섰다.“이런….”경비원들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 경비팀 팀장은 이를 악물고 건물 뒤쪽에 있는 훈련장으로 달려갔다.이 일은 무조건 염구준에게 알려야 한다. 정인호가 일부러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이라면 손가을 혼자 상대하기 벅찰 것이다.한편, 건물 맨 위층, 대표 사무실.손가을은 이번 분기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드디어 적자를 메꾸었다.허한이 약속했던 사업 자금 대출의 일부분도 이미 회사 계좌로 입금된 상태,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줄 수 있어서 드디어 흉흉했던 민심을 조금은 달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탁!손가을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밖에서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그
정인호가 짜증스럽게 책상을 치며 억지를 부렸다.“지금 저희 안전처의 판단을 의심하는 겁니까? 태도부터 틀렸군요! 내가 문제가 있다면 있는 거예요! 난 건의를 드리러 온 게 아니라 강제집행하러 온 거란 말이에요!”“당장 직원들에게 전하세요. 긴 휴가를 줄 테니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출근 못 합니다!”쾅!손가을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강제 조사 집행!단순한 조사라면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더라도 생산을 계속할 수는 있었다. 조사가 끝나고 다시 시장에 출시하면 된다. 하지만 강제집행이라면 모든 공장은 생산을 중단해야 하고 그룹은 마비 상태가 될 것이다!“정 실장님, 죄… 죄송합니다!”손가을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사정하듯 말했다.“저희 회사가 안정기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8천여 명의 직원들의 배후에는 8천 여 가구의 가정이 있어요! 만약 전부 휴가를 보낸다면 그들의 생활은….”“헛소리로 시간 끌지 마세요!”정인호는 인상을 쓰며 거만하게 말했다.“자꾸 헛소리 지껄이면 조사가 아니라 기업 운영진의 자격을 의심하여 영구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문 닫고 싶어요?”손가을은 눈앞이 새카매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기업의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것은 손씨그룹이 완전히 파산하고 이미 출시한 제품마저 전부 회수하고 협력 기업에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손 대표, 고민 다 했어요?”정인호는 하얗게 질린 손가을의 얼굴을 보고 느긋하게 소파로 가서 앉았다.“조사 조치, 강제 조사 집행, 영구적인 기업 자격 박탈, 세 가지 중에 선택하세요!”손가을의 눈시울이 확 붉어졌다.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지금의 손씨그룹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였고 이런 풍랑을 견뎌낼 힘이 없었다.“선택하기 싫어요?”정인호는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리더니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손 대표가 선택 장애가 있으신 것 같은데 내가 대신 선택해 드리죠! 오늘부터 손씨 그룹은
“손씨그룹의 뼈대는 용운그룹이야. 20조에 달하는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지.”염구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정도 규모의 회사를 고작 식품 안전처 실장이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 손씨 그룹에 제재를 가하고 싶었으면 너보다는 더 큰 인물이 나섰어야지.”“정 실장? 당신 배후에 있는 큰 인물이 도대체 누구지?”정인호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생각보다 똑똑한 놈이네? 좋아, 그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지. 손씨 그룹에 제재를 가하라고 지시한 분은 우리 식약처 박 장관님이셔!”박 장관은 꽤 비중이 높은 인물이었다.청해시 같이 바다인근의 도시에서 식약처 장관의 입지는 수많은 회사의 발전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시가 총액이 20조에 달하는 대기업이라도 식약처의 제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박 장관이라… 아주 잘나셨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시장님 사무실이죠? 지금 당장 시장님 바꿔주세요. 실명으로 제보 하나를 하려고 합니다.”전화를 받은 시장 비서실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선생님, 시장님은 공무가 다망하셔서 시민 분들의 민원 전화까지 상대해 주실 수 없어요. 차라리….”“시장님께 전해요.”염구준은 비서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고 말했다.“북부에서 퇴역한 염구준이라는 사람입니다.”“북부의 염구준 씨?”수화기 너머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6개월 전인가? 시장께서 직접 지시하신 사안이 있었다. 만약 북부의 염구준이라는 사람한테 연락이 오면 이유 불문하고 바로 내선 전화로 연결해 달라는 지시였다.시장이 이렇게까지 지시할 사안이면 아주 대단한 인물일 터!“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가슴이 철렁한 비서실 직원은 곧장 시장 사무실로 내선 전화를 연결했다.한편, 시장 종찬우는 편안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최신 뉴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청해시 조폭 세력은 최근 정돈을 거쳐 조폭계에 몸담고 있던 일부 기업 회장님들은 불법에
종찬우는 지체할 시간 없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종찬우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시면 지금 말씀하세요!”한편, 염구준은 핸드폰을 듣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장님, 지금 청해시 식약품 안전처에서 저희 회사에 방문하셨는데….”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8000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일이니 정말 조사가 필요한지 시장님께서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종찬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종찬우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멍청한 놈!”그는 이를 갈며 전화기를 바닥에 홱 던지고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장 차 준비해! 지금 손씨 그룹으로 간다!”식약품 안전처 박 장관?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감히 전신전 전주의 회사에 마수를 뻗치다니! 한편, 손씨그룹 사무실.“연기 잘하네!”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정인호가 비웃음을 머금고 비아냥거렸다.“염구준, 퇴역 군인 주제에 시장 사무실에 직접 전화연결을 한다고? 차라리 용주님한테 전화했다고 하지 그래?”“경고하는데 시장님이 오셔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박 장관께서 이미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셨거든. 그분께서 손씨 그룹의 멸망을 바란다면 살아남을 길은 없는 거야!”손가을이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아까 침착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 어떡한담!’박 장관이 이미 모든 절차를 끝내놓았다면 시장이 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정말 회사가 망하는 걸까?“조급해하지 마.”염구준은 여전히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을의 손을 잡아주었다.“우린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도대체 그 대단한 박 장관께서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자고!”시간은 어느덧 흘러,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청해시 시장 종찬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시… 시장님?”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염 선생님….”종찬우는 당연히 그의 신분을 대놓고 밝힐 수 없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다가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려다가 움찔하며 다시 손을 내렸다.어찌 일개 시장 주제에 감히 이분에게 악수를 청할까!상대는 전신전의 주인이자 최강 전신, 북부 군단의 총사령관이었다.한마디로 기침만 해도 전국을 뒤흔들 존재!“종 시장님, 안녕하세요.”염구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종찬우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미 전화에서 다 말씀드렸고 현명하신 시장님께서 저희처럼 힘없는 소시민을 위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믿습니다.”힘없는 소시민?종찬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전주님, 님이 소시민이면 저는 도대체 뭐가 된단 말입니까?염구준에 비하면 종찬우 자신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이분이 손가을 대표님이신가요?”종찬우는 더 이상 염구준과 대화를 나눴다가는 혼이 나갈 것 같아서 다급히 손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우리 시의 유능한 기업가이시죠. 용운그룹을 이어받아 뛰어난 경영실력으로 우리 시를 위해 거대한 공헌을 세웠으니 존경스럽습니다!”손가을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도시의 시장이라는 인물이 자신을 이토록 깎듯이 대한다고?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웠다.“시… 시장님.”손가을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저희가 어떤 부분이 미흡해서 식약처의 관리 조항을 위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쁘신 분을 오라가라 해서 정말 죄송해요!”“아유, 그런 말씀 마세요!”종찬우는 가슴이 철렁해서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손 대표님께서는 기업 운영을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관리 능력도 뛰어나고 8천여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죠. 제가 감사해야 할 따름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리고 정인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씨그룹이 무슨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어? 납득이 가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네 옷부터 벗길 줄 알아!”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염구준이 청해에 온 뒤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