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찬우는 지체할 시간 없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종찬우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시면 지금 말씀하세요!”한편, 염구준은 핸드폰을 듣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장님, 지금 청해시 식약품 안전처에서 저희 회사에 방문하셨는데….”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8000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일이니 정말 조사가 필요한지 시장님께서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종찬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종찬우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멍청한 놈!”그는 이를 갈며 전화기를 바닥에 홱 던지고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장 차 준비해! 지금 손씨 그룹으로 간다!”식약품 안전처 박 장관?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감히 전신전 전주의 회사에 마수를 뻗치다니! 한편, 손씨그룹 사무실.“연기 잘하네!”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정인호가 비웃음을 머금고 비아냥거렸다.“염구준, 퇴역 군인 주제에 시장 사무실에 직접 전화연결을 한다고? 차라리 용주님한테 전화했다고 하지 그래?”“경고하는데 시장님이 오셔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박 장관께서 이미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셨거든. 그분께서 손씨 그룹의 멸망을 바란다면 살아남을 길은 없는 거야!”손가을이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아까 침착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 어떡한담!’박 장관이 이미 모든 절차를 끝내놓았다면 시장이 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정말 회사가 망하는 걸까?“조급해하지 마.”염구준은 여전히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을의 손을 잡아주었다.“우린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도대체 그 대단한 박 장관께서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자고!”시간은 어느덧 흘러,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청해시 시장 종찬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시… 시장님?”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염 선생님….”종찬우는 당연히 그의 신분을 대놓고 밝힐 수 없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다가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려다가 움찔하며 다시 손을 내렸다.어찌 일개 시장 주제에 감히 이분에게 악수를 청할까!상대는 전신전의 주인이자 최강 전신, 북부 군단의 총사령관이었다.한마디로 기침만 해도 전국을 뒤흔들 존재!“종 시장님, 안녕하세요.”염구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종찬우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미 전화에서 다 말씀드렸고 현명하신 시장님께서 저희처럼 힘없는 소시민을 위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믿습니다.”힘없는 소시민?종찬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전주님, 님이 소시민이면 저는 도대체 뭐가 된단 말입니까?염구준에 비하면 종찬우 자신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이분이 손가을 대표님이신가요?”종찬우는 더 이상 염구준과 대화를 나눴다가는 혼이 나갈 것 같아서 다급히 손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우리 시의 유능한 기업가이시죠. 용운그룹을 이어받아 뛰어난 경영실력으로 우리 시를 위해 거대한 공헌을 세웠으니 존경스럽습니다!”손가을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도시의 시장이라는 인물이 자신을 이토록 깎듯이 대한다고?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웠다.“시… 시장님.”손가을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저희가 어떤 부분이 미흡해서 식약처의 관리 조항을 위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쁘신 분을 오라가라 해서 정말 죄송해요!”“아유, 그런 말씀 마세요!”종찬우는 가슴이 철렁해서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손 대표님께서는 기업 운영을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관리 능력도 뛰어나고 8천여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죠. 제가 감사해야 할 따름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리고 정인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씨그룹이 무슨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어? 납득이 가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네 옷부터 벗길 줄 알아!”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염구준이 청해에 온 뒤로 그
진동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인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진… 진 처장님, 저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백 장관님이 지시한 일입니다!”그가 어린 나이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눈치 덕분이었다.이제 그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종 시장은 대놓고 손가을을 감싸주려고 친히 그룹에 방문했다. 증거가 있어도 없는 것이고 섣불리 증거라고 들이밀었다가 무고죄로 잡혀갈 수가 있었다.게다가 박경석에게는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증거는 없습니다.”그들을 지켜보던 손가을이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관련 규정을 위반해서 조사를 나온 게 아니었군요. 오늘은 백 장관님, 내일은 또 누가 올까요? 8천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기업인데 저는 하마터면 압박에 못 이겨서 회사 문 닫을 뻔했어요!”“이런 망할 자식들이!”옆에서 듣고 있던 종찬우가 분노했다.항상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수해 오던 시장님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 정인호? 당장 옷 벗고 특별 조사팀 꾸려서 이 사건 철저히 조사해! 결과가 나오면 바로 나한테 보고 올리고!”“그리고 박경석 그 자식도 철저하게 조사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일이 없는지, 재임 기간에 있었던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 먼지 한톨 남기지 말고 샅샅이 털어!”진동기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옷만 벗기는 문제가 아니라 엄격한 조사가 들어갈 것이다.박경석은 물론이고 정인호 모두 도망갈 구멍은 없다.“하루, 아니 반나절을 주지!”종찬우는 손가을의 수심 가득한 얼굴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염구준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반나절 줄 테니 오후에 결과 내 앞으로 가져와! 이 일도 해결하지 못하면 진 처장도 해임이야!”“네… 네!”진동기 처장의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정인호는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는 넋이 나간 상태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
진동기를 필두로 한 특별 조사팀 팀원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박경석을 노려보았다.“출근 시간에 술을 마셔? 아주 잘하는군 그래!”“박경석 당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는 시장님의 지시가 내려졌다! 지금은 아무 말 할 필요 없이 조사팀 따라가서 성실히 조사를 받아!”말을 마친 진동기는 짜증스럽게 발을 쾅 구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트… 특별 조사팀?”박경석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들고 있던 와인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시장인 종찬우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팀원들은 철저한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정인호와 박경석은 경험이 풍부한 조사팀 앞에서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들은 이번 손씨그룹 관련 제재 사건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진술했다.“그러니까 성도 장원그룹의 장무현이 벌인 일이란 말이지?”조사팀 팀장이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당장 장무현 잡으러 출발하자고!”네 대의 무장 트럭이 바람을 가르며 출발했다.한편, 손태진의 저택.“장 본부장, 이번 일은 정말 잘하셨어요!”손태진은 장무현에게 차를 따르며 흐뭇하게 말했다.“박 장관이 직접 움직였으니 손씨그룹은 곧 무너지겠군요! 아무리 염구준이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장무현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을 상대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퇴역 군인 주제에 싸움 좀 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아직 장원과 맞설 정도의 실력자는 아니었다.“장 본부장님.”손호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손씨그룹의 파산은 이제 시작인 거죠? 염구준이 장혁 씨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회사 하나 박살내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장무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다!“내 조카를 건드린 놈인데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죠! 놈은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장무현은 느긋하게 찻잔을 입으로
직권을 남용하여 비리를 저지르던 일당들이 감히 손씨 그룹에 손을 뻗어?그러면 진짜 권력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그 시각, 손씨그룹 대표 사무실.“염 선생님, 손가을 씨.”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찬우는 비서가 보내온 메시지를 받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번 사건은 순전히 오해에서 기인한 일입니다. 사건의 범인들은 전부 잡아들였는데 원하시는 바가 더 있나요?”원하는 것?손가을의 표정에 잔뜩 끼었던 먹구름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충격과 놀람만이 남았다.너무 충격적이었다.이번 사건은 종 시장의 적극적인 개입도 놀라웠지만 일이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될 줄은 몰랐다. 장무현과 박경석 장관이 구속되고 큰아버지인 손태진도 화를 면하지 못했다.조사 과정은 생각만 해도 어지러웠다. 박경석은 가는 곳마다 비리를 저지르고 다녔으니 감방 생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종 시장님께서 이리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염구준은 손가을의 얼굴을 힐끗 보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집사람은 휴식이 좀 필요해 보이니 멀리 배웅하지는 않겠습니다.”그냥 이제 일이 끝났으니 가보라는 얘기였다.“그… 그럼요! 그럼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전신전 전주가 친히 축객령을 내렸는데 그것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신분을 온전히 밝힐 수도 없었기에 종찬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떠났다.그를 따라왔던 각계 고위인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따라나섰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누군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시장님, 염구준 씨는 도대체 누군데 시장님께서 그렇게 깍듯이 대하는 겁니까?”종찬우는 식은땀을 훔치며 그 말을 한 자를 힘껏 노려보았다. 그래도 일이 순조롭게 풀려서 안도감이 들었다.염구준이 이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라면 종찬우의 시장 자리도 위험했다.“여보.”종찬우 일행이 떠나자 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년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응?”걸음을 멈춘 중년남자가 손가을을 아래위로 훑더니 음흉한 눈빛을 빛냈다.너무 아름다운 여자였다.평생 수많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그들을 다 합쳐도 이 여자의 발꿈치도 못 따라갈 정도였다. 욕실 가운에 가려진 아름다운 몸매와 언뜻 보이는 희고 길게 뻗은 종아리….볼수록 욕망이 치솟았다.“아이고!”중년 남자는 갑자기 중심을 잃더니 비틀거리며 손가을의 가까이 다가섰다.“앞도 안 보고 다녀? 너 일부러 나 친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곧장 경호원을 호출했다.“당장 이 년을 묶어!”중년 남자의 등 뒤에서 건장한 체구의 경호원이 나서더니 곧장 손가을에게 손을 뻗었다.손가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하며 뒷걸음질치다가 중심을 잃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계단을 구를 일촉즉발의 상황에 2층에 있던 남자가 신속히 몸을 날려 쓰러지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곧장 손을 뻗어 그 경호원의 팔목을 낚아챘다.당연히 염구준이었다.“구준 씨!”손가을의 놀란 가슴은 자신을 품고 있는 단단한 가슴팍에 닿자마자 조금 안정을 찾았다. 그녀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저녁 여덟 시에 옆집 와인바에서 공연이 있다길래 당신이랑 같이 가려고 했었지. 마침 내려오던 저분이 내가 옆으로 비켜섰는데도 어깨를 부딪혀서….”염구준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를 등 뒤로 감추었다.그리고 잡고 있던 경호원의 팔을 내치고 고개를 돌려 중년남자를 쏘아보았다.“일부러 우리 집사람을 쳤다는 거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뭐긴!네 놈 마누라가 하도 예뻐서 말이지!중년 남자는 염구준을 힐끗 보더니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달리기 좀 하는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훈련 좀 받은 놈이로군.”그는 곧장 오른 손을 치켜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놈 마누라가 먼저 날 쳤는데 이것들이 아주 적반하장이네? 멍하니 서서 뭐 해? 달려가서 저놈들 잡아!”중년 남자의 뒤에서 일곱 명의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부 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사들이었고 이런 일반인들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안 사장님, 노여움 푸시지요!”계단 뒤쪽에서 호텔 매니저가 식은땀을 흘리며 달려오더니 중년 남자에게 깍듯이 인사했다.“CCTV 영상으로 이쪽 상황을 확인하고 달려왔습니다. 안 사장님, 싸우지들 마시고 대화로 푸시죠!”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과 염구준을 소개했다.“이분들은 청해시 손씨그룹의 손가을 대표님과 경호팀 부장 염구준 씨입니다. 이분은 천안 제약의 안 사장님이세요. 다 같이 사업하는 분들끼리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대화로 푸시지요.”오해?안 사장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큰 인물인 줄 알았더니 신설 기업이야?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인데? 내 오늘 당장….”“안 사장님!”매니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말렸다.“제발 진정 좀 하세요!”그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다들 스트레스 해소하러 여행 온 분들 아닙니까. 호텔 이미지도 있는데 여기서 싸우시면 안 됩니다!”염구준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매니저의 말이 맞았다.직원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성실한 매니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여보.”염구준은 안 사장에게서 시선을 떼고 손가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옆집 와인 바에 가자고 했었지? 저런 인간 쓰레기들 때문에 기분 잡치지 말고 옷 갈아입고 출발하자!”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의 손을 잡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손씨 그룹 직원들도 각자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안 사장과 그의 경호원들만 그 자리에 남겨졌다.“사장님.”경호원이 푸르뎅뎅한 상사의 표정을 살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아홉 시, 옆 와인 바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마 공연 보러 그곳으로 갈 것 같네요!”와인 바라….안 사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2층의 호화로운 룸에서 안건호는 한손에 와인잔을 들고,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나,안모한테 잘못을 저지르고도 클럽에서 재밌게 놀겠다고? 꿈 깨라고 그래!"성렬아."안건호는 손을 젓고 흥 하고 코웃음 치고는 말했다."3분줄게, 그 안에 사람들 다 내보내!""그건......"클럽 사장은 멈칫했고 그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보였다. “안사장님,그건 좀 안될거 같습니다. 오늘 특별히 인기 밴드를 요청해서 장사가 잘되는데, 만약 다 내보내면......""뭐야, 겨우 돈때문이야?!"안건호는 클럽 사장을 째려보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성렬아!"하고 외쳤다. 성렬은 곧바로 블랙카드를 꺼내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 "이거 전세 내는데 얼마야? 알아서 긁어." 클럽 사장은 블랙카드를 받고는 "평소에는 1억5000정도인데 오늘은 두배 정도 되니까...계산하면 3억정도이니...저...""답답하게 굴지마. 빨리 긁어!"안건호는 인내심을 잃었다는듯이 룸의 창문을 통해 아래에 있는 염구준과 사람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비워!"클럽사장은 차마 뭐라고 할수가 없어 빨리 바카운터로 달려가 직원들한테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손님들한테 무례하게 굴지 말고 모두 좋게 좋게 내보내!"직원들은 바로 행동했다. 어떤 사람들은 무대로 갔고, 어떤 사람들은 룸으로 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내보냈다."염선생님."손씨 그룹의 사람들이 많으니 클럽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직접 다가가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방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내일도 저 밴드를 요청할게요! 그리고 오늘 저녁 소비하신것도 모두 제가 쏘는걸로 하겠습니다!"염구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위의 회사직원들이 모두 눈썹을 찌푸렸다. 조금 전부터 사람들이 나가는걸 봤던 그들은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이 클럽을 통째로 빌렸다는걸!"만약 다른 날이였다면 저도 나가겠지만, 오늘만큼은 안됩니다!" 염구준은 머리를 돌려 뒤에있는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와이프한테 노래 한곡 선물해주
하지만 미녀와 마주친 남자들은 이대로 가만 있지 않고 휴대폰을 꺼냈다.“저기요. SNS 추가하죠. 저는 이성환이라고 해요. 바위성을 잘 알고 있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알려드릴게요.”“그러죠.”붉은 장미는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건넸다.그냥 연락처를 주고받는 시늉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계속 말을 걸었다.“마술쇼 끝나면 야식 먹으러 갈까요?”참 고리타분한 수법이었다.야식을 먹으면서 술을 잔뜩 먹이고 다음 절차로 가려는 수작이었다.붉은 장미가 바로 거절해버렸다.“시간 없어요. 그리고 궁금한 거 물어봤을 뿐인데 쓸데없는 착각하지 마세요.”그녀는 염구준 쪽을 쳐다보며 일행이 있다는 눈치를 주었다.“괜찮아요. 다들 같이 가면 더 북적거리고 좋잖아요.”이성환은 말하면서 은근슬쩍 두 팔을 벌여 주작과 붉은 장미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염구준을 포함한 남자는 아예 무시하면서 은근 텃세를 부렸다.그냥 몇 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이런 뻔뻔한 녀석을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내가 물어보라고 했으니까 내가 해결할게요.”퍽퍽!말이 끝나기 바쁘게 염구준은 이성환 일행을 기절시키고 밖으로 내쫓았다.옆에 관중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드디어 조용해졌다.“아, 역겨워.”주작이 짜증을 내며 툴툴거렸다.비록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방금 이성환이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렸을 것이다.그러고 보면 염구준이 목숨을 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드디어 사회자가 간단하게 게스트와 심사위원을 소개하고 마술쇼 대회가 시작되었다.무대 위에서 대부분 대형 마술쇼를 펼쳤다.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 문제없다가 중간에 이르렀을 때 변고가 발생했다.현무가 최신 정보를 받자마자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주상, 저들이 움직였어요. 밖에서 사람을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까지 파괴하고 있어요.”할 일이 생기자 모두 염구준을 보며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를 보였다.“대놓고
주작은 말하는 동시에 한 줄기 기운을 던지면서 로브를 물리쳤다.이것은 경고에 불과했다.“맞아, 어제 이런 힘을 썼어. 비열해.”로브는 전혀 두렵지 않는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염구준은 두통이 아파왔다.죽이기엔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어서 한 가지 질문만 했다.“그쪽 무술계 친구가 말해주지 않았어? 나 같은 무술인에게 시비를 걸지 말라고.”“그건…”깜짝 놀란 로브의 표정을 보니 아마 처음 듣는 것 같았다.무술계 친구라는 작자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다.윙!염구준이 한 줄기 기운으로 그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더니 앞으로 다가가며 한마디 했다.“사람이 성격이 난폭하면 안 돼. 다시 귀찮게 굴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진 않겠지만 적어도 다리는 부러트릴 수 있었다.“아아악!”로브는 억울함에 고함을 질렀다.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마지막 남은 의식에서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일행은 로브를 뒤로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좌석이 뒤쪽에 위치해 있어 출입하기 편리했다.염구준이 주도면밀하게 안배한 것이 느껴졌다.주작과 붉은 장미도 세심하게 간식까지 챙겨왔다.정말 마술쇼를 보러 온 사람들처럼 말이다.아직 마술쇼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관중들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때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 얘기 들었어? 이번 이벤트 상품이 돌이래. 너무 웃기지 않아?”“돌이라고? 모르는 소리. 그건 혈석이야. 원래 주인이 마술 실력이 대단한 걸 보면 마술사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아.”…두 남자가 주고받는 말에 염구준은 벌써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그가 옆을 보며 눈짓을 보냈다.“저기요. 혈석은 뭐예요? 설명해 줄 수 있어요?”“저도 듣고 싶어요.”주작과 붉은 장미가 뒤돌아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남자들에게 물었다.예쁜 여자 둘이 질문하자 남자들은 홀린 듯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토로했다.“이 돌은 적혈석이라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염구준에게 쏠렸지만 다음 말은 없었다.“주상, 조금만 말씀해 주시죠.”주작이 궁금해서 물었다.“오늘 저녁 대형 마술쇼 대회가 있어. 우리 같이 보러 가자. 아주 특별한 상품이 있단다.”진지하게 말하는 염구준의 표정은 전혀 장난치는 것 같지 않았다.그 말에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싸우는 게 아니라 놀러가자고?’현무가 잠깐 뜸을 들이다 최신 소식을 말했다.“주상, 오늘 저녁 거록이 움직입니다. 우리가 지정한 목표물에 손을 댈 거 같습니다.”바위성 마술쇼 이벤트 기간에 명성을 듣고 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적합한 후임도 많을 것이다.“급하지 않아. 저들이 움직이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어부지리를 챙기는 거지.”염구준은 가슴을 펴면서 손을 저었다.지금 거록 조직은 분산되어서 상대하긴 조금 까다로웠다.얘기하는 사이에 요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다들 맛있게 음식을 먹은 후, 일행은 바위성의 거리를 여유롭게 거닐면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했다.어제 거록이 손해를 보았기에 오늘은 감시자들을 보내지 않았다.그렇게 걷다가 어느새 공연장에 도착했다.오늘 저녁 마술쇼 대회가 열리는 장소였다.이곳은 원래 축구장이었는데 나중에 축구팀이 해체되면서 극장으로 재건한 것이다.규모가 상당히 커서 수만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었다.“가자. 검표 시작한다.”염구준이 입구를 가리키며 일행에게 말했다.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마술쇼를 보러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대장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저기요. 거기 서세요!”그때 귀에 거슬리는 고함소리가 들렸다.주작이 홱 돌아서서 노려보더니 입을 가로막고 피식 웃었다.“큭큭, 주상의 아들이 왔네요.”바로 로브였다.어제 참교육을 받았는데 오늘 또 시비 걸러 오다니 참 용감상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시끄러운 소동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어제보다는 많지 않았다.‘아들?’멀리서 그 말을 들은 로브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그립죠. 방금 꿈에서도 아들을 봐서 더욱 그립네요.”마거봉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아들은 그의 보배이자 삶의 전부였다.거록은 상대방의 아픈 곳을 건드린 뒤 조건을 내세웠다.“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차마 그럴 수 없었어. 이렇게 하자. 바위성에 비밀 통로가 어디 있는지 말하면 사람을 풀어주겠다.”‘사람을 풀어줘?’마거봉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사색에 잠겼다.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다.그것도 마린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아마도 죽거나 누구에게 구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왜, 알려주기 싫어?”“그럴 리가요. 약속대로 존주님이 필요하시다면 비밀 통로 안내하겠습니다.”마거봉은 약점을 건드렸다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했다.비밀 통로는 마거봉과 마씨 가문의 유일한 카드이니 쉽게 꺼내면 안 되었다.“지금 당장 필요해. 말해 봐.”거록 존주가 기운을 폭발시키는 것을 보니 이 자리에서 손을 쓸 것 같았다.마거봉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존주님, 약속대로 내일 저녁에 안내할게요.”“죽고 싶으냐?”거록 존주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마거봉에게 돌진하더니 무릎을 꿇렸다.조금만 힘을 줘도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었다.“내… 내일 저녁에 반드시 말할게요. 바위성에서 저만 비밀 통로를 알고 있어요.”마거봉은 겨우 소리를 내어 말했다.지금 말하면 바로 죽고 시간을 끌면 살아남을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휴.”한참을 사색하던 거록 존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기운을 거둬들였다.“단독으로 가둬라. 내일 저녁 일을 마치면 비밀 통로를 안내해줄 것이다.”“네.”옆에 있던 두 부하가 마거봉을 양쪽으로 끌며 밖으로 나갔다.그때 뒤에서 거록 존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마거봉! 개수작을 부린다면 너의 가족을 전부 몰살할 거다.”“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제발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마거봉은 대꾸하지 않고 비굴하게 행동했다.본채 별장에 거록 존
계획대로 주작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이 나타나자 그녀가 앞으로 다가갔다.“주상, 일이 잘 풀렸나 보네요.”“그래, 녀석을 청룡에게 맡겨서 잘 돌보라고 해.”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린을 내려놓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차가운 기운에 화들짝 놀란 마린은 낯선 사람을 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서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우아아앙~! 집에 갈래요. 아빠 찾으러 갈래요.”“울지 마. 나야.”염구준은 인피가면을 벗고 원래 얼굴을 보여줬다.몇 년 전에 마씨 일가를 구해줬을 때 본 적이 있었다.“천신 아저씨!”그제야 마린은 활짝 웃으면서 와락 안겼다.아저씨라는 말에 조금은 억울해도 녀석에게 따지지 않았다.나이 차이가 얼마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부르게 내버려두었다.“마린, 네 아빠가 잠시 할 일이 생겨서 나랑 같이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며칠 뒤에 돌아오자.”염구준이 타일렀다.“알았어요. 아저씨 말 들을게요.”마린은 어린 아이처럼 얌전하게 말을 잘 들었다.“그럼 이 누나랑 같이 가. 너를 보살펴줄 거야.”염구준이 앞을 가리켰다.“같이 가죠. 이모.”마린은 말하자마자 주작의 기분을 망쳐놓았다.“누나라고 불러!”주작은 이마를 찌푸리며 예민하게 굴었다.그녀의 모습에 마린은 몸을 움츠리고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주작은 마린을 데리고 떠났다.그렇게 오늘 저녁 작전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휴.”염구준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린이 그의 말을 잘 따라주어서 다행이었다.하지만 마린의 성격으로 상황을 자세히 말하지 않으면 청룡이 꽤 애를 먹을 것 같았다.일을 마쳤으니 염구준은 호텔에 돌아가 쉬었다.나머지는 거록 존주가 알아서 지지든 볶든 내버려두었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거록 존주는 바로 소식을 차단하고 마거봉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다.마거봉이 어떻게 할지는 가기 전에 했던 말이 있으니 정확한 선택을 했으리라 믿는다.소식은 예상대로 빨리 퍼졌다
“시끄러워 죽겠네. 위에서 명령하지 않았다면 지금 널 죽였어.”남자는 악독하게 말하며 옆에 있는 그릇을 들어 바닥에 냅다 던졌다.언행을 보면 평소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등 나쁜 짓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런 놈을 조식 코너에 안배하다니 호텔에서 직원을 뽑는 기준이 상당히 의심스러웠다.깜짝 놀란 마린은 숨을 죽여 흐느꼈다.타닥타닥!문 밖에서 일행의 걸음소리가 들렸다.바로 미행하던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주방으로 들어오더니 바로 문을 잠갔다.“빨리 저놈을 납치하고 철수한다.”매니저가 재촉했다.거록 존주의 태도를 보면 혹시나 죽게 될까 봐 1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쿵!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나타나 한 줄기 기운으로 일행을 물리쳤다.목표를 확정했으니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넌 뭐야? 왜 너를 본 기억이 없지?”그제야 매니저가 눈치를 채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어차피 죽을 놈들이 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어.”염구준은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어떤 정보는 숨길수록 상대방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이봐,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 그냥 가. 내가 못 본 걸로 할게.”매니저는 시간이 촉박하여 사람만 데려가고 싶었다.“그런 농담은 하나도 재미없어. 재주껏 덤벼 봐.”어렵게 녀석을 찾았는데 저들에게 타협할 가치도 없었다.“좋아. 괜히 끼어들다가 죽어도 날 탓하지 마.”매니저는 더는 설득하지 않고 몸에서 기운을 폭발시켰다.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였다.“내가 저놈을 잡고 있을 테니까 너희들은 저 녀석을 데려가.”“조심하세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쿵!위험을 감지한 매니저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주먹을 맞고 미끄러져 떨어졌다.주먹 한 방에 기절한 것이었다.“싸움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콜록콜록! 개 자식, 습격했어? 비열한 새끼.”매니저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겨우 일어서서 염구준을 노려봤다.“이제부터 공격할 테니까 조심해.”염구준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일합권법으로 상대
한편, 같은 시각에 호텔 밖에 있는 거록 조직의 감시원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포커를 치고 있었다. 염구준이 호텔에 들어간 뒤로 다시 나오지 않는 걸 본 그들은 오늘내로는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폭탄 카드 낼래?”“젠장, 한 게임에 폭탄 카드가 네 개나 나와? 너 꼼수 부렸지?”“재수 없네. 난 안 놀래!”바로 이때, 갑자기 이어폰에서 긴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든 팀 주의! 몇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호텔에서 뛰어나왔다. 추적해.”감시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일어났지만, 이미 타겟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염구준의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소 전신 위 경지의 강자들이었기에, 감시원들은 그들을 쫓아갈 재간이 없었다.“1팀, 타겟 놓침.”“2팀, 타겟 같은 인물 발견.”...각 팀에서 들려오는 보고는 하나같이 상황이 좋지 않았다.“쫓아!”현장의 총책임자는 화를 내며 소리 질렀으나 그도 사실 누구를 뒤쫓아야하는지는 몰랐다. 다만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에 감시원들은 인파 속으로 뛰어들어 무작정 타겟들을 찾아다녔지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그러나 호텔에서 뛰어나온 이들은 ‘친절하게’ 도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 감시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그 다음 곧장 성 한 바퀴를 달린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30분 후, 거록 조직의 감시원들이 완전히 지쳐버린 뒤에야 염구준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주변에는 이제 감시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는 그의 계획이 정식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이미 다른 모습으로 변장한 염구준은 재빠르게 호텔 입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젠장, 또 사라졌네!”“그러니까. 어떻게 사람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질 수가 있어?”조용한 골목 한쪽에서는 감시팀 한 무리가 앉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담배를 피우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슥.검은 그림자가 지나가며 한 명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피곤에 찌든 감시원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
예전에 전신전에서 염구준은 굉장히 엄격한 리더였다.부하들이 실수하면 반드시 벌하고, 잘해도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군 했으니까 말이다.‘야수의 군대’ 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며칠 전에 전주님께서 남기신 옥패의 무학 필사본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서 돌파한 겁니다.”현무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는 염구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잔소리하는 걸 잊지 않았다. “같은 반보천인이라도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니까 이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나태해져서는 안 돼.”특히 고대영이 전에 그에게 알려준 극한 반보천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천인경은 그가 여러 번 도전했지만, 여전히 넘지 못한 벽이었다.이렇게 되면 현재 네 명의 전존들 중, 오직 주작만이 전신 위의 경지에 머물러 있는 셈이 되었다.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녀에겐 잡념이 너무 많았다. 오자마자 붉은 장미와 말다툼을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염치도 없지. 말해, 일부러 주상께 접근한 의도가 뭐야?”“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이미 약혼자가 있어!”붉은 장미는 지지 않고 손가락의 반지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그 반지는 꽤나 큰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었다.“흥, 나도 있어!”주작은 목걸이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그 위에 박힌 다이아몬드는 붉은 장미의 것보다 열 배는 컸다.“그래서? 넌 여전히 솔로잖아.”붉은 장미는 비웃으며 말했다.“나... 나는 내가 솔로인 게 자랑스러워! 그리고 내가 솔로든, 아니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이에 주작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진 채로 반박했다.‘머리 아파.’방 안의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두 사람은 전생에 원수였는지 계속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겨, 매번 만날 때마다 말싸움을 하기 때문이었다. 전신 위의 강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은 평범한 여자처럼 사사건건
마거봉은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억지로 태연하게 말했다. “존주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했으니, 이제 그만 놓아주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 애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죽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구는 걸 보면 약점이 잡힌 게 틀림없었다. “걱정 마. 네가 내 말만 잘 듣는다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거니까.” 그러나 거록 존주는 인질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하지만...”이에 마거봉이 다시 말하려고 하자, 거록 존주가 바로 말을 끊었다. “그쯤해. 넌 네 일만 잘 하면 돼.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전체 마씨 가문을 없애버릴 거니까, 명심하고.”보통 사람들은 누군가를 시켜먹을 때, 협박과 회유를 섞어 쓰지만, 거록 존주는 오직 협박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예.”마거봉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바로 물러났지만 속으로는 염구준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돌이켜보았다.한편 염구준은 이미 전에 전세 낸 호텔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호텔 주변에는 그가 배치한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뒤를 밟던 사람들도 더 이상 그를 감시하지 못했다.조용한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붉은 장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이 추측한 걸 전부 털어놓았다. “마거봉이 이상해요. 그 주변 경호원들도 뭔가 수상하고요. 당신도 눈치챘죠?”그러나 염구준은 느긋하게 차를 우려내고 자리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은 거록 존주의 부하들입니다. 다만 거록 존주가 직접 왔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바위성에 오자마자 실세부터 잡은 걸 보면, 뭔가 큰일을 벌이려고 하는 게 분명합니다.”정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도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아...”붉은 장미는 그의 말을 듣고나서 어느정도 깨달았으나 궁금한 점이 더 많아졌다.“그렇다면, 아까 우리가 그 경호원 넷을 처치하고 마거봉을 도와줬으면 됐잖아요?”언뜻 보기엔 그녀의 말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확한 결정처럼 보일 수 있었으나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