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잡아가려는 거예요?""에이, 그렇게 거칠게 말하지 마요. 청하는 겁니다!""흥,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요?"나아언은 과장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마 앨리스 씨가 이렇게 주제를 모를까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파악 안 돼요?""가!"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우르를 몰려들어 앨리스를 빼앗으려 했다.그때 가문의 모든 사람이 나서서 앨리스의 앞을 막아섰다."하하, 다 죽고 싶나 보네요? 다 때려죽여! 나이 든 늙은이들이 뭘 할 수 있겠어?"양쪽에서 싸우기 시작하면 엘 가문 사람들은 상대의 적수가 아니다. 제대로 붙기도 전에 엘 가문 사람은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 두면 가문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그들이 앞을 막아서는 모습에 앨리스가 감동을 먹었다.도무지 그들의 목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그만해요!"앨리스는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우유컵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 소리에 싸움은 드디어 멈추었다."왜요? 상황 파악됐어요? 싫어도 상관없어요. 이따가 한 사람씩 다 죽일 테니까. 가문의 멸망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해줄게요!"앨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염구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이내 앨리스가 무기력하게 답했다."같이 갈게요!"그때 방 밖에서 낮은 소리가 울렸다."그럴 순 없어요!""누구야? 죽고 싶어?"나아언과 싸움꾼들이 모두 문밖을 바라보았다."내가 있는 한 앨리스 씨를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요!"말을 하는 사람은 여자였다. 앨리스는 갈피를 못 잡았다.앨리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반짝였고 시선을 문밖으로 옮긴 채 중얼거렸다."주작 씨?""왜 그렇게 인상 써요? 내가 왔는데 기분 별로예요?"앨리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염구준은 비록 도도한 모습이지만 뒤에서는 결국 앨리스를 걱정해줬다.앨리스는 따뜻함을 느끼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고작 너야? 어디서 계집애가 건방진 소리
그들은 바로 손을 잡고 주작을 더 좁게 에워쌌다.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것을 보고 주작은 씩 웃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돌진했다.그리고 한 명의 칼을 빼앗아 상대의 몸에 꽂았다."아!"가녀려 보이는 체구에서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이 솟구쳤고, 그 칼은 몸을 뚫고 신장까지 찔렀다.순간 그자는 행동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주작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 것을 보고 그들도 음탕한 생각을 접은 채 공격 태세를 취했다."그래. 내가 널 얕봤네. 절대 날 실망하게 하지 마!"검은 옷을 입은 사람 여럿이 동시에 칼을 꺼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주작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찌르는 공격을 피했다."하하, 쓸데없는 저항이야."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실력이 있는 편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주작이 날아오른 곳을 향해 칼을 들어 올렸다.주작의 몸은 최고점에 도달한 뒤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걱정되어 바로 소리 질렀다."조심해요!"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자기 몸을 강제로 돌려 공중에서 180도 회전하였다. 그리고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돌진했다.나아언의 안색이 아주 좋아졌다."하하. 도망칠 수 있는지 볼까?"주작의 속도가 그들보다 빨랐다. 그녀는 손에 쥔 칼로 원을 그렸고 상대 사람들의 칼은 모두 부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또 어디선가 칼을 한 자루 더 꺼냈다. 이 칼은 더욱 날카로웠다.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냉기를 들이마시게 하기에 충분했다.스윽!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났고 주작은 화려한 자세로 착지했다. 주작을 포위했던 사람 중 네 명은 전례 없는 공포를 느꼈다.그것은 바로 죽음의 느낌이다!예리한 칼날이 목을 가르자 음산한 기운이 퍼져갔다.네 사람은 잇달아 바닥에 쓰러져 참혹히 죽음을 맞이했다.이 모습을 보고 나머지 사람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방금 그녀의 동작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동료들이 살해되었다.검은 옷을 입은 나머지 사람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주작이 뛰어난
그러나 몇 초가 지난 후, 나아언의 눈빛은 다시 차가워졌다. 그는 증오의 눈빛으로 주작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떠났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주작의 다리를 끝까지 잡았고 주작이 칼을 셀 수 없이 찔러도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떠나는 나아언의 모습이 멀어지고 있지만 힘을 쓸 수 없는 주작은 어쩔 수 없이 추적을 포기했다."주작 씨, 괜찮아요?"앨리스는 주작이 갇힌 것을 보고 초조하게 다가갔다.주작은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난 괜찮아요. 이 사람들 꽤 정 있고 의리 있네요.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아언이 잡히지 않게 하다니. 보아하니 이 사람들한테도 믿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나 봐요!"앨리스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죽은 사람의 팔을 떼어내라 했고 그제야 주작은 탈출할 수 있었다.밖으로 나온 후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눴다. 염구준에 대한 앨리스의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주작을 보내 자신을 도우라 하다니, 염구준의 행동에 앨리스는 감격할 지경이었다.다시 수련하러 가는 중에 염구준의 부름에 주작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아, 전주님이 다시 수련하러 가라고 하셨다 들었는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요?"주작은 속으로 생각했다.‘알면서 일부러 묻는 거 아니야? 전주님이 그쪽을 신경쓰지 않았다면 난 벌써 호강하고 있었겠지.’그러나 그녀는 겉으로 웃으며 대답했다."돌아갔을 때 성적이 우수했기 때문이죠. 내 성적은 다른 사람이 비교할 수 없어요!"주작은 허풍을 떨었다. 옆에 있는 엘 가문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주작의 싸움에 빠져 있다."어? 이건..."주작은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앨리스는 그제야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히 위로하러 갔다.이 일로 가족들은 앨리스의 능력을 더욱 신뢰했다. 상업적으로 마음이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일에서도 나서서 가족을 위해 칼을 막아섰다.그들은 앨리스를 아주 믿었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다."앨리
지금 돌아온 이유는 나아언의 생명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이다."보아하니 나아언이 꽤 많은 인맥을 쌓았네요!""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 일들을 흑풍이 사주한 일인 거야. 아마 나아언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이 엘 가문 사람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러 올 것이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안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앨리스가 계속 엘 가문의 관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이다.방안은 잠시 고요해졌다. 염구준이 갑자기 일어나 붉게 물든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전쟁이 멈추지 않을 거야!""먼저 공격하시려고요?"앨리스가 떠보며 물었다.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가리키고 말했다."이렇게 가까운 사람마저 죽음을 무릅쓰고 파견할 정도면 나아언도 이미 힘이 없어요. 다음에 파견된 사람은 흑풍의 부하일 가능성이 높죠!"주작의 눈가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염구준이 몇 마디 내뱉자, 방 안에 숨 막히는 기운이 가득했다."그럴 수 있네요. 흑풍의 수하가 온다면 우리는 이렇게 쉽게 피할 수 없어요. 흑풍 곁에는 무공이 뛰어나고, 독을 사용하거나 자객으로 훈련된 고수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염구준의 눈빛은 사악하게 빛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작은 곰곰이 생각하다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 염구준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상대를 갖고 놀기 마련이었다.좋은 구경이 생길 것이다.염구준이 직접 나선다면 몇 명이 오든 다 죽을 것이고 흑풍 본인이 온다고 해도 얻어맞을 것이다.점심이 되자, 흑풍 존주는 갈수록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곧이어 사건이 폭로되고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나아언이 실력이 되는지 말해 봐. 공격하려다 오히려 당하는 거 아니야?"흑풍의 옆에는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모두 녹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괴물과도 같았다.그의 눈빛은 싸늘한 살기를 띠고 있어 사람을 두렵게
"일이 아직 진전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대책을 세우겠어? 아무리 내가 음험하다지만 내 사람까지 죽일 타이밍은 아니야.""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시간을 보니 곧 돌아올 때도 됐어. 사람을 보내 나아언을 찾아봐!""네가 직접 가!""네!"날이 어두워지자, 천의 얼굴은 드디어 성 밖의 오두막에서 나아언을 찾아냈다.그를 찾았을 당시 나아언은 여전히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 과거의 초심을 잃은 것을 생각하니 그는 자신이 한 일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됐다.그러나 생각을 완전히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뼈만 앙상했고, 눈에는 은은한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어두운 저녁에 그 푸른 빛은 유난히 또렷했다.자세히 보니 그 눈동자에 이상한 무늬 하나가 낙인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누구야?"나아언은 경계하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주작과 싸울 때처럼 떨려왔다.천의 얼굴은 차갑게 웃으며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나 나아언은 버틸 수 없었다. 주작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이 살기는 사실 천의 얼굴이 뿜어내는 것이었다.천의 얼굴의 몸에서 작은 화산처럼 푸른 가스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그 기체는 공기 속에 흩어졌고 약간의 독성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이진 않고 마비 효과만 있을 뿐이었다. 자욱한 기체 속에는 살기가 동반되어 있었다.매우 포악하고 흠잡을 데 없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고 손쉽게 몸 안을 꿰뚫었다."내가 누구냐니? 넌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 존주께서 그렇게 너를 믿으셨는데."나아언은 드디어 마음을 놓았다. 이 소리를 들으니 무조건 흑풍의 사람일 것 같았다.나아언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뇌리에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나 혼자 목숨을 바치게 하고 당신들은 뒤에서 조종이나 하잖아?""허허. 내가 혼자 행동하지 않았다면 이번 계획은 실패하지도 않았어. 당신들은 그냥 구경만 하고 날 이용할 뿐이야!"나아언은 조급해져서 강한 말투로 천의 얼굴을 대했다.그러
나아언 역시 자신이 앞에 있는 사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서 봤자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허! 말 조심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나아언은 손을 홱 뿌리치고는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흑풍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나아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화난 표정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도대체 무슨 뜻입니까?"흑풍은 나아언을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와인 한 잔을 들고 창밖 비 오는 풍경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무슨 뜻이라뇨?" "둘이 힘을 합쳐 한 명이 앨리스를 공격하고 다른 한 명이 염구준을 맡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왜 벌써 염구준 쪽 사람들이 앨리스 집안에 들어와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까!"흑풍이 웃으며 눈가의 흉터가 구부러졌다.오랜 세월을 전쟁터에서 보낸 흑풍은 고작 나아언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오히려 흑풍은 웃으며 상대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허, 가식 떨지 마세요.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너무 화내시지 마세요,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흑풍이 나아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나아언이 패기 넘치는 태도로 흑풍의 실력도 무시한 채 겁도 없이 계속 떠들 줄 누가 알았겠나?"흥, 핑계라면 들을 필요 없습니다. 나를 담보로 삼았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으니 말해도 입만 아픕니다."이 말과 함께 나아언은 떠나려 했으나 밖에서 들어온 김태환에 의해 앞이 가로 막혔다."하하, 당신, 설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무슨 뜻이지?"나아언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는 순간적인 오만한 감정으로 상대의 힘을 잊고 있었다."우리 가주님께서 가시지 않았던 건 당신이 앨리스를 기습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만약 염구준을 자극했다면 네 계획은 실패했을 거라고!""그래? 한마디로 겁쟁이가 죽을까 봐 겁먹었다는 거네! 고작 염구준 한 명 가지고, 네놈들이 진작에 나서
"저 자는 그냥 없애면 안되겠습니까?""아니,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어. 일단은 내버려 둬. 일단 절대 저 자를 건드리지 마!" "알겠습니다!"김태환이 떠나려고 하자 흑풍이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 내려가서 5 전장과 6 전장을 불러와!"김태환은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드디어 염구준을 상대하고 싶으신 겁니까?"흑풍 존주는 우아한 자태로 레드 와인잔을 손에 쥔 채 흔들었다."염구준에게 누가 진정한 왕인지 알려줘야겠다. 잠깐의 승리로 그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는 없는 법이지!"다음 날, 염구준이 앨리스 가문에 정착한 뒤 앨리스의 가족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앨리스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회의에서 앨리스는 뛰어난 비즈니스 능력을 발휘하여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녀가 제안한 의견은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아주 좋습니다. 기업 경영에 능숙해지신 것 같군요. 저도 이제 안심이 됩니다!"회의에서 염구준은 앨리스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앨리스의 가족 모두가 감탄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앨리스와 염구준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다고 수근거렸다.그저 루머일 뿐이기에 염구준은 물론 앨리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루머가 잠잠해지도록 놔두었다.앨리스는 염구준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는 첫째로 자신을 보살펴준 염구준에게 감사하다는 뜻이고, 둘째로 두 사람의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우리 가문은 진작에 망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선생님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는 와중,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들이 닥쳤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회사에 일이 생겼어요!"앨리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 곧장 회사로 갔다. 주작이 염구준에게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 차에 타 있던 20대 중년 남성 둘이 내렸다. 키는 크지 않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척 보기에도 훈련된 사람들 같았다."당연하지, 대비도 안된 상태에서 이정도 공격을 맞으면 어떤 사람이라도 죽을 수밖에 없어!"그 순간 염구준의 차 문이 열렸다. "아, 아파 죽겠네!"주작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려왔다. 이 사고로 그는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허리가 부러질뻔하였다.염구준은 워낙 강해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뭐야, 아직 안 죽었어?"주작은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눈 앞이 흐려져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당신 인간 맞아? 괴물 아니야?"두 남자 중 한 남자의 얼굴에는 점이 가득했고, 다른 한 남자는 피부가 새하얬다.그들은 소름이 돋았다."내가 보기엔 그쪽들이 괴물 같은데? 한 놈은 까맣고, 한 놈은 하얗네. 바둑돌이야 뭐야? 나를 죽이고 싶은 거라면 지금 들어와!"염구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안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이 낯익은 것 같았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인을 주고받고는 주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피를 닦던 주작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상합니다 형님. 보스가 죽이라고 한 사람은 분명히 남자였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자가 나올 수 있습니까? 운전 기사 아닐까요?"점박이 남자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일단 죽이는 게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형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굽히더니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펀치에는 노련함이 묻어났고 단번에 그가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 이정도의 힘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주작은 순간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미 손 쓸 수 없어 이내 말없이 두 눈을 감았다.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주작은 눈을 떴다. 두 사람은 손을 든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뒤를 돌아본
“감사합니다.”손가을은 가볍게 인사하고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방금 니체르가 불쑥 치고 들어와 실력을 탐색하는 것이 매우 불쾌했었다.“가을, 괜찮아?”염구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당신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손가을은 든든한 남편을 바라보았다.이번 파티에서 니체르가 초대한 사람들은 모두 이튿날 신에너지 토론회에 참석할 각국 대표와 오스크국 귀족들이었다.현장에서 다들 매너를 지키고 있어 굳이 질서를 통제할 필요가 없었다.여기서 니체르 외에 누구도 감히 소란을 피우지 못했다.염구준 부부가 들어오자 적지 않은 인사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왜냐면 염구준의 옷차림과 신분 때문이었다.“저기 봐요. 저런 옷차림으로 어떻게 들어왔대요?”“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분은 에드로 친왕도 깍듯이 대하는 염 선생이에요.”“저분의 아내는 더 대단한 분이래요. 이번 행차에 항모 전투팀이 경호를 맡았다던데 용하도 비즈니스 제국이 다 되었네요.”뭇사람들 눈에서 부러움과 질투가 흘러나왔다.사교 능력이 뛰어난 인사들은 벌써 다가와 말을 걸면서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애썼다.니체르가 손목 부상을 치료하는 사이 염구준 부부는 현장에서 가장 눈이 부시는 인물이 되었다.마침 안세환이 병원에 가서 다행이었다.만약 이 장면을 봤다면 혈압으로 또 쓰러졌을 것이다.염구준은 아내 옆에 서서 거물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그러다 가끔 옆에서 말을 걸 때 예의상으로 대답해 주었다.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부상을 처치하고 현장으로 돌아온 니체르는 염구준을 전보다 더 경계했다.두 사람의 모순은 손중석을 내놓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니체르 또한 순순히 내놓을 사람이 아니었다.이익 앞에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와도 체면을 주지 않았다.“여러분, 바쁘신 와중에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그때 니체르가 발언하자 다들 대화를 중단하고 그를 쳐다보았다.으리으리한 파티를 열어 거물들을 초대한 것은 단순히 각 나라의 친교를 위함은
니체르가 당황하더니 이내 인상을 굳히며 손에 힘을 주었다.일면식도 없는 불청객이 나서서 그의 계획을 망친 것이 너무 불쾌했다.“안녕하세요. 안세환 님.”“악.”안세환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거두려고 했다.그런데 니체르가 놓아주지 않아 결국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더니 기절해버렸다.누구도 시키지 않는 짓을 해서 명을 재촉하는지 정말 답이 없는 사람이었다.“의사 있어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빨리 병원에 옮겨야 합니다.”니체르는 조급해하며 외쳤다.그러자 개인 의사 두 명이 나서서 안세환에게 응급처치를 하고는 들것에 눕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파티에 오자마자 쓰러지다니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니체르는 아직도 손을 내밀고 누가 잡아 주길 기다렸다.“휴.”손가을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어느새 은장갑을 꼈는지 한 손으로 염구준을 잡고 다른 손을 내밀었다.남편이 옆에 있으니 전혀 두렵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녀의 뜻을 알고 잠시 나서지 않기로 했다.그러면서도 체내에 기운을 끌어올려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만약 변고가 생긴다면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니체르를 살해할 작정이었다.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그만이니까.쿵!손가을이 악수하자 쌍방은 기운을 사용하여 서로의 실력을 탐색했다.니체르는 반보천인 고수였다.염구준은 기운이 흐르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실력을 추측했다.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다행히 손가을에게 은장갑과 호신 옥팔찌가 있어서 가까스로 견딜 수 있었다.“니체르 공작, 내 아내의 손을 그렇게 잡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죠.”염구준이 니체르의 손목을 잡더니 갑자기 근육이 부풀 정도로 기운을 폭발시켰다.원래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데 대놓고 아내를 괴롭히는 걸 참지 못했다.강적을 만난 니체르는 손에 힘을 풀고 염구준과 맞섰다.그 사이에 손가을이 빠르게 손을 거두었다.아내가 손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보물이 지켜서 부상을 입지 않았다.하지만 니체르와
초대장은 손가을에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안세환은 속에서 열불이 나도 참아야 했다.“염 선생님, 손 팀장님 오셨네요.”그때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이 염구준 부부를 보더니 바로 웃는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했다.이것이 바로 신분 차이었다.안세환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우쭐거리기만 할 뿐, 솔직히 타인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여기 초대장이요.”손가을이 초대장을 건넸다.“두 분이 직접 오셨는데 초대장은 없어도 됩니다. 들어가십시오.”마침 매니저가 나오면서 공손하게 문을 열어줬다.매니저가 이러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위에서 염구준을 보면 절대 무례하게 굴지 말고 항상 감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가자.”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입구로 걸어갔다.그러다 안세환을 스칠 때 한마디 던졌다.“옷보다 신분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수영복을 입고 온다해도 저들은 지금처럼 깍듯이 모실 겁니다.”그 말에 안세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니 뻔뻔하게 일행의 뒤를 따랐다.이렇게 규모가 큰 파티에 수많은 거물들이 참석하기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염구준은 층수를 표시하는 모니터만 주시했다.‘움직였어.’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각 층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을 계산했다.처음 몇 층은 빨간 숫자가 나타나는 이동 시간은 똑같았다.그런데 12층과 13층 사이를 지날 때 시간이 2배로 늘어난 것이었다.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지막 층까지 각 층마다 이동 시간을 계산했다.이젠 12층과 13층 사이에 한 층이 더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설계 도안이 있고 목표 층을 찾았으니 천천히 찾기만 하면 되었다.그렇다고 지금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기회를 노려야 했다.띵!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오늘 파티는 바로 로얄 층에서 진행되었다.“하하하, 염 선생, 드디어 오셨군요.”염구준이 나타나자 오늘의 파티 주최자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제이든도 고집을 피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끼익!“아직도 안 끝났어? 저녁 먹을 시간이야.”손가을이 들어오더니 깜짝 놀라며 잔소리를 했다.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오후 내내 도안을 붙들고 있었다.레스토랑에 내려온 온 후, 손가을은 밥을 먹다가 문득 뭔가 떠올랐다.“구준 씨, 오늘 저녁에 파티 있는데 같이 갈래?”“파티?”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되물었다.방금 단서를 찾아서 오늘 저녁에 무조건 오스크국의 제국 빌딩에 가야 했다.그런데 아내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바쁘면 관둬. 이번 파티는 니체르가 주최했어. 장소는 제국빌딩이고 규모가 꽤 크다고 들었어.”손가을이 야릇하게 웃더니 그의 표정을 살피며 떠보듯 말했다.남편이 요새 조사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일부러 자극한 것이었다.“여보,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염구준이 피식 웃었다.“당신한테서 배웠지. 언제까지 거짓말만 할 거야?”손가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전에 염구준이 했던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식탁에서 티키타카 장난을 치며 잡담을 나누었다.부부로 산 지 오래되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화내거나 따지지 않았다.어둠이 내리자, 용하의 대표팀은 손가을의 안내로 제국빌딩의 파티에 참석했다.내일 신에너지에 대한 토론회가 있는데 아직도 토론 내용을 결정하지 않은 것이 참 이상했다.그리고 제이든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딘가 잘 감추어 놓았다.목적지에 도착하면 할 일이 워낙 많아서 그를 보살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제국빌딩 입구에 일행이 모였다.그중에서 염구준만 턱시도를 입지 않고 특이하게 검갑까지 메고 있었다.“창피해 죽겠어요. 그냥 호텔에 있지 왜 나와서 꼴사납게 굴어요?”안세환은 또 염구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창피하면 우리랑 있지 말고 가세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솔직히 그도 특이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파티에
“가을아, 밖에 바람이 부는데 왜 나왔어?”그러자 손가을이 되려 화를 내며 말했다.“밥 먹을 시간인데 전화도 받지 않아서 기다렸잖아!”“전화했었어? 배터리 나갔네. 다음에 꼭 충전하고 전화도 잘 받을게.”염구준은 아내의 손을 잡으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아내가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제야 손가을은 앞으로 다가와 남편의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알았어. 이번에 봐줄게. 내가 음식들 남겼으니까 빨리 가서 먹어.”호텔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내가 있어서 그런지 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했다.반대로 그를 미행하던 니체르의 부하들은 바짝 긴장해야 했다.방금 임무에 실패한 킬러들이 모두 처형되었으니 임무를 진행할 때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황실호텔 어느 룸.아내랑 먹는 밥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밥이 엄청 맛있었다.“천천히 먹어. 부족하면 내가 배달 시켜줄게.”손가을은 따뜻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남편과 함께라면 그가 밥 먹는 모습을 봐도 행복했다.“이것도 충분해!”염구준은 음식을 입에 가득 넣고 씹으면서 웅얼거렸다.이 순간, 두 사람은 매일 이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어 잠시 떨어져야 했다.배부르게 밥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각자 할 일을 하기에 바빴다.염구준은 USB에 저장된 자료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찾으러 나갔고 손가을은 미팅하러 갔다.“제이든, 이리 와. 내가 이걸 보내주면 같이 찾아보자.”염구준은 옆에 앉은 제이든에게 말했다.“알았어요.”제이든은 아버지에 관한 일이란 걸 알고 엄숙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여러 파일을 뒤적이며 그 속에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원래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어느 자료를 찾아도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난이도가 너무 컸다.“뭐 이상한 거 있어?”염구준이 자기 몫을 다 보고 물었다.전체 설계 도안에서 맨 아래에 주차장만 있고 지하 밀실은 없었다.게다가 모든 층의 평면도는 똑같이 생
가족들이 이 도시에 살고 있어서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너희들이 죽든지 가족들이 죽든지, 선택권은 하나야.”니체르는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면서 대답을 기다렸다.네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적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 여겼는데 결국은 자기 상사의 손에 죽게 되었다.“여보, 사랑해!”“아들아! 태어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줘. 사랑한다!”“엄마, 날 기다리지 마!”그들은 저마나 유언을 남기고 비수를 꺼내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주변에 서 있던 니체르의 부하들은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지금 상황에서 본인부터 살아남아야 했다.니체르가 와인을 음미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부하들을 둘러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가 직면한 적은 아주 악독한 놈이다. 임무를 완성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기필코 승리할 것이다. 다들 명심해!”“명심하겠습니다!”부하들은 니체르가 또 화를 낼까 봐 이구동성으로 우렁차게 대답했다.그때 심복 한 명이 나서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니체르 공작, 인질을 다른 곳으로 옮길까요?”“필요 없어.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거야.”니체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한편, 염구준은 금액이 가장 큰 지폐를 운전기사에게 건넸다.“기사님, 앞에서 내려주세요.”지폐를 보던 운전기사의 입이 귀에 걸렸다.“용하에서 온 손님은 참 통이 크네요.”이 돈을 받으면 오늘 장사는 그만둬도 되었다.끼익!택시가 황실호텔 입구에서 멈추자 경호원들이 다가와 욕을 퍼부었다.“저리 꺼져! 택시는 여기 주차하면 안 되는 걸 몰라?”당황한 운전기사는 황실 경호원과 부딪치기 싫어 기어를 당기고 출발하려 했다.그런데 염구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손님, 내리지 마세요.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할 거예요.”운전기사가 좋은 마음으로 경고했다.오스크국의 황실 경호원은 일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폭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염 선생님 오셨습니까?”그런데 경호원들이 염구준을 보더니 바로 태도를 바꾸고 굽신거렸다.에드
“진짜 미친 거 맞네.”염구준은 그를 홱 하고 병상에 던지고 제이든과 병실에서 나왔다.입구에서 구경하던 환자들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염구준을 향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넌 한 손으로 하나님의 멱살을 잡았어. M78행성에서 온 게 틀림없어. 나도 데리고 가줘!”“외계인이야. 빨리 외부인에게 전달해. 내 블랙홀 이론은 맞았어!”“넌 침략자야! 침략자를 물리쳐야 해!”염구준은 정신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을 차마 때릴 수 없어서, 뒤를 돌아 병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충격적인 장면을 본 정신환자들은 믿을 수 없어 저마다 괴이한 소리를 질렀다.병원 3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그 사이 1층에 도착한 염구준은 제이든과 함께 프런트에 다가갔다.전에 가짜 정보를 준 간호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어차피 잡것들이니 도망을 쳐도 그의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염구준이 병원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호주머니를 뒤져 USB 하나를 꺼내 들었다.방금 헨리를 잡았을 때 염구준의 암시를 이해하고 호주머니에 넣은 것이었다.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병원을 돌아보며 속으로 약속했다.“걱정 마세요. 내가 니체르를 죽이면 당신은 정신병에 걸린 척하지 않아도 됩니다.”그는 제이든을 데리고 차에 가다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삼촌, 왜 그러세요?”제이든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뭔가 수상해. 위험한 냄새가 나. 게다가 미행하던 놈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염구준의 타고난 직감은 차에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했다.혼자라면 이런 위기감에 신경 쓰지 않겠지만 제이든이 옆에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했다.쾅!가까이 다가갈 때 갑자기 차가 폭발하며 뜨거운 열기가 염구준을 휩쓸었다.다행히 호체기운으로 막아서 다치지는 않았다.상대방은 차 폭발로 그를 죽이려고 했다.염구준이 오스크국에 온 후로 황실과 니체르 두 세력에게 찍혔다.에드로 친왕은 염구준을 떠받들고 있으니 해치려는 사람은 니체르 공작밖에 없었다.띠리링!차에서 불이 활활 타오를 때 염구준의
위급한 상황에 처하니 놈들은 닥치는 대로 핑계를 댔다.“사과 깎는 칼이에요!”‘삼릉칼로 과일을 깎는다고? 이것들이 눈뜬장님 취급을 하나?’다른 두 사람은 망치와 소방용 도끼를 들고 있었다.염구준은 일일이 따지기도 귀찮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희들 배후가 누군지만 말해.”“배후는 없어요. 예전에 헨리가 우리 돈을 빌렸는데 그 빚을 받으러 왔을 뿐이에요.”그때 한 킬러가 염구준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바꾸었다.평범한 사람에게 이 말을 한다면 정말 그런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겠지만, 정신환자에게 빚을 받으러 오다니 제정신이 아닌 이상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계속 숨길 거야?”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며 기운을 더 끌어올렸다.강력한 기운의 압박으로 두 사람의 몸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세 사람은 여기서 즉사할 것이다.“선생님, 우리 지시를 받고 온 건 맞지만 그분의 정체를 말할 수 없어요. 죽이려면 죽이세요!”삼릉칼을 든 킬러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냈다.탁!그 말에 염구준은 단번에 기운을 거두었다.바닥에 쓰러진 세 사람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공기를 들이마셨다.이로서 염구준은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니체르는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킬러를 키우고, 킬러들은 니체르가 두려워서 본인의 목숨을 내놓더라도 감히 배신하지 못했다.“내가 언젠가는 찾아갈 거라고 전달해. 눈치 있으면 인질 풀어주고 꺼져! 예전의 일은 캐묻지 않을게.”염구준은 겁만 주고 죽이지는 않았다.말단 부하들을 죽여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알겠습니다. 반드시 전달하겠습니다.”세 사람은 겨우 일어서서 도망치듯 병실에서 나갔다.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 다행이었다.염구준은 병실 의자에 앉아 혼자 궁시렁대는 헨리를 보았다.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당신한테 제국 빌딩 같은 건물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러 왔는데 헛걸음을 했군요.”방금 발생한 일
그 후, 염구준은 제이든을 데리고 호텔을 떠나 하린턴 정신병원으로 향했다.현재 제이든은 노엘테크놀로지의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위험해 염구준이 항상 보호해야만 했다.하린턴 정신병원은 오스타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정신병원으로, 염구준이 찾고자 하는 설계자, 헨리도 바로 이곳에 있었다.“헨리 씨를 보러 왔는데, 어느 방에 있나요?” 염구준은 프런트 데스크로 걸어가 물었다.“뒤쪽 공터에서 햇볕을 쬐고 있어요. 거기 가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되세요.”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대충 대답하며 옆문을 가리켰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주의력은 간호사에게 쏠려있었다.뭐라고 형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이상하게만 느껴져서였다.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염구준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주시하다가, 그가 옆문으로 나갈 때 즉시 전화를 걸었다.“니체르 공작님, 타겟이 하린턴 병원에 왔습니다. 헨리를 찾으러 왔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어서 일단 딴 데로 가게 하기는 했습니다.”“그 녀석이 찾기 전에 헨리를 죽여.”전화 너머에서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니체르의 냉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내린 명령으로부터 그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알겠습니다.”프런트 간호사는 전화를 끊고 또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이때, 염구준은 옆문 밖에 서 있었는데, 일반인보다 뛰어난 청력 덕분에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문제 있었어. 근데 헨리는 어디 있을까?’“끄아악, 뭐 하는 거야?”그러나 이 순간, 염구준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곳의 창문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3층!’판단을 마친 염구준은 제이든을 안고, 발끝으로 땅을 가볍게 박차 3층 창문 쪽으로 뛰어올랐다.이 병실엔 헨리 혼자 있었는데, 각종 의료 장비들이 완비되어 있었다.헨리가 소리를 질렀던 이유는 방금 전에 세 명의 복면 쓴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