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잡아가려는 거예요?""에이, 그렇게 거칠게 말하지 마요. 청하는 겁니다!""흥,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요?"나아언은 과장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마 앨리스 씨가 이렇게 주제를 모를까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파악 안 돼요?""가!"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우르를 몰려들어 앨리스를 빼앗으려 했다.그때 가문의 모든 사람이 나서서 앨리스의 앞을 막아섰다."하하, 다 죽고 싶나 보네요? 다 때려죽여! 나이 든 늙은이들이 뭘 할 수 있겠어?"양쪽에서 싸우기 시작하면 엘 가문 사람들은 상대의 적수가 아니다. 제대로 붙기도 전에 엘 가문 사람은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 두면 가문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그들이 앞을 막아서는 모습에 앨리스가 감동을 먹었다.도무지 그들의 목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그만해요!"앨리스는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우유컵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 소리에 싸움은 드디어 멈추었다."왜요? 상황 파악됐어요? 싫어도 상관없어요. 이따가 한 사람씩 다 죽일 테니까. 가문의 멸망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해줄게요!"앨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염구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이내 앨리스가 무기력하게 답했다."같이 갈게요!"그때 방 밖에서 낮은 소리가 울렸다."그럴 순 없어요!""누구야? 죽고 싶어?"나아언과 싸움꾼들이 모두 문밖을 바라보았다."내가 있는 한 앨리스 씨를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요!"말을 하는 사람은 여자였다. 앨리스는 갈피를 못 잡았다.앨리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반짝였고 시선을 문밖으로 옮긴 채 중얼거렸다."주작 씨?""왜 그렇게 인상 써요? 내가 왔는데 기분 별로예요?"앨리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염구준은 비록 도도한 모습이지만 뒤에서는 결국 앨리스를 걱정해줬다.앨리스는 따뜻함을 느끼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고작 너야? 어디서 계집애가 건방진 소리
그들은 바로 손을 잡고 주작을 더 좁게 에워쌌다.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것을 보고 주작은 씩 웃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돌진했다.그리고 한 명의 칼을 빼앗아 상대의 몸에 꽂았다."아!"가녀려 보이는 체구에서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이 솟구쳤고, 그 칼은 몸을 뚫고 신장까지 찔렀다.순간 그자는 행동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주작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 것을 보고 그들도 음탕한 생각을 접은 채 공격 태세를 취했다."그래. 내가 널 얕봤네. 절대 날 실망하게 하지 마!"검은 옷을 입은 사람 여럿이 동시에 칼을 꺼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주작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찌르는 공격을 피했다."하하, 쓸데없는 저항이야."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실력이 있는 편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주작이 날아오른 곳을 향해 칼을 들어 올렸다.주작의 몸은 최고점에 도달한 뒤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걱정되어 바로 소리 질렀다."조심해요!"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자기 몸을 강제로 돌려 공중에서 180도 회전하였다. 그리고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돌진했다.나아언의 안색이 아주 좋아졌다."하하. 도망칠 수 있는지 볼까?"주작의 속도가 그들보다 빨랐다. 그녀는 손에 쥔 칼로 원을 그렸고 상대 사람들의 칼은 모두 부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또 어디선가 칼을 한 자루 더 꺼냈다. 이 칼은 더욱 날카로웠다.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냉기를 들이마시게 하기에 충분했다.스윽!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났고 주작은 화려한 자세로 착지했다. 주작을 포위했던 사람 중 네 명은 전례 없는 공포를 느꼈다.그것은 바로 죽음의 느낌이다!예리한 칼날이 목을 가르자 음산한 기운이 퍼져갔다.네 사람은 잇달아 바닥에 쓰러져 참혹히 죽음을 맞이했다.이 모습을 보고 나머지 사람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방금 그녀의 동작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동료들이 살해되었다.검은 옷을 입은 나머지 사람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주작이 뛰어난
그러나 몇 초가 지난 후, 나아언의 눈빛은 다시 차가워졌다. 그는 증오의 눈빛으로 주작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떠났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주작의 다리를 끝까지 잡았고 주작이 칼을 셀 수 없이 찔러도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떠나는 나아언의 모습이 멀어지고 있지만 힘을 쓸 수 없는 주작은 어쩔 수 없이 추적을 포기했다."주작 씨, 괜찮아요?"앨리스는 주작이 갇힌 것을 보고 초조하게 다가갔다.주작은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난 괜찮아요. 이 사람들 꽤 정 있고 의리 있네요.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아언이 잡히지 않게 하다니. 보아하니 이 사람들한테도 믿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나 봐요!"앨리스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죽은 사람의 팔을 떼어내라 했고 그제야 주작은 탈출할 수 있었다.밖으로 나온 후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눴다. 염구준에 대한 앨리스의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주작을 보내 자신을 도우라 하다니, 염구준의 행동에 앨리스는 감격할 지경이었다.다시 수련하러 가는 중에 염구준의 부름에 주작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아, 전주님이 다시 수련하러 가라고 하셨다 들었는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요?"주작은 속으로 생각했다.‘알면서 일부러 묻는 거 아니야? 전주님이 그쪽을 신경쓰지 않았다면 난 벌써 호강하고 있었겠지.’그러나 그녀는 겉으로 웃으며 대답했다."돌아갔을 때 성적이 우수했기 때문이죠. 내 성적은 다른 사람이 비교할 수 없어요!"주작은 허풍을 떨었다. 옆에 있는 엘 가문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주작의 싸움에 빠져 있다."어? 이건..."주작은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앨리스는 그제야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히 위로하러 갔다.이 일로 가족들은 앨리스의 능력을 더욱 신뢰했다. 상업적으로 마음이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일에서도 나서서 가족을 위해 칼을 막아섰다.그들은 앨리스를 아주 믿었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다."앨리
지금 돌아온 이유는 나아언의 생명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이다."보아하니 나아언이 꽤 많은 인맥을 쌓았네요!""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 일들을 흑풍이 사주한 일인 거야. 아마 나아언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이 엘 가문 사람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러 올 것이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안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앨리스가 계속 엘 가문의 관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이다.방안은 잠시 고요해졌다. 염구준이 갑자기 일어나 붉게 물든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전쟁이 멈추지 않을 거야!""먼저 공격하시려고요?"앨리스가 떠보며 물었다.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가리키고 말했다."이렇게 가까운 사람마저 죽음을 무릅쓰고 파견할 정도면 나아언도 이미 힘이 없어요. 다음에 파견된 사람은 흑풍의 부하일 가능성이 높죠!"주작의 눈가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염구준이 몇 마디 내뱉자, 방 안에 숨 막히는 기운이 가득했다."그럴 수 있네요. 흑풍의 수하가 온다면 우리는 이렇게 쉽게 피할 수 없어요. 흑풍 곁에는 무공이 뛰어나고, 독을 사용하거나 자객으로 훈련된 고수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염구준의 눈빛은 사악하게 빛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작은 곰곰이 생각하다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 염구준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상대를 갖고 놀기 마련이었다.좋은 구경이 생길 것이다.염구준이 직접 나선다면 몇 명이 오든 다 죽을 것이고 흑풍 본인이 온다고 해도 얻어맞을 것이다.점심이 되자, 흑풍 존주는 갈수록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곧이어 사건이 폭로되고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나아언이 실력이 되는지 말해 봐. 공격하려다 오히려 당하는 거 아니야?"흑풍의 옆에는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모두 녹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괴물과도 같았다.그의 눈빛은 싸늘한 살기를 띠고 있어 사람을 두렵게
"일이 아직 진전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대책을 세우겠어? 아무리 내가 음험하다지만 내 사람까지 죽일 타이밍은 아니야.""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시간을 보니 곧 돌아올 때도 됐어. 사람을 보내 나아언을 찾아봐!""네가 직접 가!""네!"날이 어두워지자, 천의 얼굴은 드디어 성 밖의 오두막에서 나아언을 찾아냈다.그를 찾았을 당시 나아언은 여전히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 과거의 초심을 잃은 것을 생각하니 그는 자신이 한 일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됐다.그러나 생각을 완전히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뼈만 앙상했고, 눈에는 은은한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어두운 저녁에 그 푸른 빛은 유난히 또렷했다.자세히 보니 그 눈동자에 이상한 무늬 하나가 낙인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누구야?"나아언은 경계하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주작과 싸울 때처럼 떨려왔다.천의 얼굴은 차갑게 웃으며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나 나아언은 버틸 수 없었다. 주작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이 살기는 사실 천의 얼굴이 뿜어내는 것이었다.천의 얼굴의 몸에서 작은 화산처럼 푸른 가스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그 기체는 공기 속에 흩어졌고 약간의 독성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이진 않고 마비 효과만 있을 뿐이었다. 자욱한 기체 속에는 살기가 동반되어 있었다.매우 포악하고 흠잡을 데 없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고 손쉽게 몸 안을 꿰뚫었다."내가 누구냐니? 넌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 존주께서 그렇게 너를 믿으셨는데."나아언은 드디어 마음을 놓았다. 이 소리를 들으니 무조건 흑풍의 사람일 것 같았다.나아언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뇌리에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나 혼자 목숨을 바치게 하고 당신들은 뒤에서 조종이나 하잖아?""허허. 내가 혼자 행동하지 않았다면 이번 계획은 실패하지도 않았어. 당신들은 그냥 구경만 하고 날 이용할 뿐이야!"나아언은 조급해져서 강한 말투로 천의 얼굴을 대했다.그러
나아언 역시 자신이 앞에 있는 사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서 봤자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허! 말 조심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나아언은 손을 홱 뿌리치고는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흑풍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나아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화난 표정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도대체 무슨 뜻입니까?"흑풍은 나아언을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와인 한 잔을 들고 창밖 비 오는 풍경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무슨 뜻이라뇨?" "둘이 힘을 합쳐 한 명이 앨리스를 공격하고 다른 한 명이 염구준을 맡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왜 벌써 염구준 쪽 사람들이 앨리스 집안에 들어와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까!"흑풍이 웃으며 눈가의 흉터가 구부러졌다.오랜 세월을 전쟁터에서 보낸 흑풍은 고작 나아언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오히려 흑풍은 웃으며 상대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허, 가식 떨지 마세요.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너무 화내시지 마세요,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흑풍이 나아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나아언이 패기 넘치는 태도로 흑풍의 실력도 무시한 채 겁도 없이 계속 떠들 줄 누가 알았겠나?"흥, 핑계라면 들을 필요 없습니다. 나를 담보로 삼았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으니 말해도 입만 아픕니다."이 말과 함께 나아언은 떠나려 했으나 밖에서 들어온 김태환에 의해 앞이 가로 막혔다."하하, 당신, 설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무슨 뜻이지?"나아언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는 순간적인 오만한 감정으로 상대의 힘을 잊고 있었다."우리 가주님께서 가시지 않았던 건 당신이 앨리스를 기습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만약 염구준을 자극했다면 네 계획은 실패했을 거라고!""그래? 한마디로 겁쟁이가 죽을까 봐 겁먹었다는 거네! 고작 염구준 한 명 가지고, 네놈들이 진작에 나서
"저 자는 그냥 없애면 안되겠습니까?""아니,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어. 일단은 내버려 둬. 일단 절대 저 자를 건드리지 마!" "알겠습니다!"김태환이 떠나려고 하자 흑풍이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 내려가서 5 전장과 6 전장을 불러와!"김태환은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드디어 염구준을 상대하고 싶으신 겁니까?"흑풍 존주는 우아한 자태로 레드 와인잔을 손에 쥔 채 흔들었다."염구준에게 누가 진정한 왕인지 알려줘야겠다. 잠깐의 승리로 그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는 없는 법이지!"다음 날, 염구준이 앨리스 가문에 정착한 뒤 앨리스의 가족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앨리스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회의에서 앨리스는 뛰어난 비즈니스 능력을 발휘하여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녀가 제안한 의견은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아주 좋습니다. 기업 경영에 능숙해지신 것 같군요. 저도 이제 안심이 됩니다!"회의에서 염구준은 앨리스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앨리스의 가족 모두가 감탄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앨리스와 염구준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다고 수근거렸다.그저 루머일 뿐이기에 염구준은 물론 앨리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루머가 잠잠해지도록 놔두었다.앨리스는 염구준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는 첫째로 자신을 보살펴준 염구준에게 감사하다는 뜻이고, 둘째로 두 사람의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우리 가문은 진작에 망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선생님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는 와중,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들이 닥쳤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회사에 일이 생겼어요!"앨리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 곧장 회사로 갔다. 주작이 염구준에게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 차에 타 있던 20대 중년 남성 둘이 내렸다. 키는 크지 않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척 보기에도 훈련된 사람들 같았다."당연하지, 대비도 안된 상태에서 이정도 공격을 맞으면 어떤 사람이라도 죽을 수밖에 없어!"그 순간 염구준의 차 문이 열렸다. "아, 아파 죽겠네!"주작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려왔다. 이 사고로 그는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허리가 부러질뻔하였다.염구준은 워낙 강해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뭐야, 아직 안 죽었어?"주작은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눈 앞이 흐려져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당신 인간 맞아? 괴물 아니야?"두 남자 중 한 남자의 얼굴에는 점이 가득했고, 다른 한 남자는 피부가 새하얬다.그들은 소름이 돋았다."내가 보기엔 그쪽들이 괴물 같은데? 한 놈은 까맣고, 한 놈은 하얗네. 바둑돌이야 뭐야? 나를 죽이고 싶은 거라면 지금 들어와!"염구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안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이 낯익은 것 같았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인을 주고받고는 주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피를 닦던 주작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상합니다 형님. 보스가 죽이라고 한 사람은 분명히 남자였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자가 나올 수 있습니까? 운전 기사 아닐까요?"점박이 남자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일단 죽이는 게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형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굽히더니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펀치에는 노련함이 묻어났고 단번에 그가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 이정도의 힘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주작은 순간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미 손 쓸 수 없어 이내 말없이 두 눈을 감았다.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주작은 눈을 떴다. 두 사람은 손을 든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뒤를 돌아본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잠깐만, 당신 이름이 뭐야?”이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부하들이 많아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이다.”이름일 뿐 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그가 정체를 밝히자 코브라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렸다.속으로 망했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싶었다.“염 선생님, 오해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이 사람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그럼 저 사람들은?”염구준이 주변 철창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코브라는 살짝 망설이다가 웃으면서 타협했다.“아니, 내 뜻을 오해했어. 내 말은 저 사람들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지?”염구준이 엄하게 질문했다.용하에서 국민들을 해쳤으니 여기서 쉽게 끝내면 안 되었다.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코브라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어떻게 하고 싶습니까?”“무슨 상황인지 전부 말하고 너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그러면 살려 줄게.”염구준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상대방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상의할 여지는 없습니까?”코브라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기운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하, 저 사람들의 피를 뽑을 때 상의하고 했나?”염구준이 비웃으면서 되물었다.어떤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이러나 저러나 죽게 생겼는데 한번 붙어보자.”코브라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스스슥!한 무리 그림자가 한 사람을 향해 전신 경지 실력을 펼치며 공격했다.그 반면, 코브라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고 했다.“뭘 그렇게 급하게 도망쳐?”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공격하러 온 부하들은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었다.“겨우 이 정도로 앞길을 막다니 너무 자신만만하지 않나?”“날 죽이면 안 됩니다. 저는 거록 존주의 사람이에요.”코브라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뒷배를 내세웠다.“거록 존주?”염구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떠올렸다.흑풍, 여우, 청목과 맞
방심했었다.우두머리는 제자리에 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스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벙어리야?”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공격했다.몇 차례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했다.“잘 생각하고 말해. 한 번만 기회를 줄게.”염구준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할 말 없어!”그드득!우두머리가 말하는 동시에 염구준은 목을 부러트렸다.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염구준은 죽은 사람을 옆에 던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보스는 뒤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이제 보니 정보가 틀렸군. 하지만 무성의 실력이라면 통제할 수 있어.”그가 신경 쓰는 것은 염구준일 뿐 부하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마술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감시실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한편, 염구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은 함정이었다.“살려줘…”그가 한참 걸어갔을 때 앞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목소리를 들으니 곧 죽을 것 같았다.염구준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상황을 살펴보다 조금은 경악했다.이곳에 철창 10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었다.남자, 여자할 것 없이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다.그 사람들 상태는 몹시 허약했다.방금 관중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마술쇼를 하면서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염구준처럼 말이다.이 사람들은 가슴에 감은 붕대에 핏자국이 묻어 있고 공기에도 피비린내가 풍겼다.‘설마 심혈?’이 사람들 심장에서 피를 뽑은 것 같았다.전에 고전 서적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런 수법은 이미 사라진 고대 사술에서만 사용했고 보통 무술인의 실력을 제고할 때 사용했다.그러나 선정된
마술사는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갑자기 문을 열어서 상자 안을 보여줬다.사람은 사라지고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아빠 사라졌나 봐요.”그 장면을 본 염희주가 얼떨떨해졌다.관중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염구준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인근 도시에서 전해진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한편, 염구준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그곳의 불빛은 희미하고 주변은 어두컴컴했다.무대 아래였다.그는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무대에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서커스단의 속임수였다.무대가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선반 위에 무대가 있고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서커스단에서 왜 염구준을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다.“일단 지켜보자.”그는 전방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곳에 통로는 하나였다.방음은 엄청 잘 처리되어서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하하.”갑자기 몸통 절반이 나타나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도구였다.그는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바로 지나갔다.기운도 없고 위기감도 없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귀신집에서 염구준 같은 손님을 만난다면 바로 문을 닫을 것이다.이어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CCTV를 통해서 그를 지켜보면 누구는 속이 바짝 탔다.이런 식으로 염구준이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한 팀을 데리고 내려가서 실력을 테스트해 봐.”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네.”옆에 있던 사람은 공수하며 대여섯 명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 사람들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였다.통로에서 한참을 걷던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움직였다.‘누가 오고 있어.’발자국 소리가 아무리 조용해도 그의 예민한 귀를 피하지 못했다.그는 어떤 경지의 힘을 사용할지 고민했다.만약 제대로 싸우면 배후가 실력을 알고 도망칠 수 있으니까.스스슥!그때 몇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