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온 이유는 나아언의 생명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이다."보아하니 나아언이 꽤 많은 인맥을 쌓았네요!""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 일들을 흑풍이 사주한 일인 거야. 아마 나아언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이 엘 가문 사람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러 올 것이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안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앨리스가 계속 엘 가문의 관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이다.방안은 잠시 고요해졌다. 염구준이 갑자기 일어나 붉게 물든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전쟁이 멈추지 않을 거야!""먼저 공격하시려고요?"앨리스가 떠보며 물었다.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가리키고 말했다."이렇게 가까운 사람마저 죽음을 무릅쓰고 파견할 정도면 나아언도 이미 힘이 없어요. 다음에 파견된 사람은 흑풍의 부하일 가능성이 높죠!"주작의 눈가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염구준이 몇 마디 내뱉자, 방 안에 숨 막히는 기운이 가득했다."그럴 수 있네요. 흑풍의 수하가 온다면 우리는 이렇게 쉽게 피할 수 없어요. 흑풍 곁에는 무공이 뛰어나고, 독을 사용하거나 자객으로 훈련된 고수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염구준의 눈빛은 사악하게 빛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작은 곰곰이 생각하다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 염구준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상대를 갖고 놀기 마련이었다.좋은 구경이 생길 것이다.염구준이 직접 나선다면 몇 명이 오든 다 죽을 것이고 흑풍 본인이 온다고 해도 얻어맞을 것이다.점심이 되자, 흑풍 존주는 갈수록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곧이어 사건이 폭로되고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나아언이 실력이 되는지 말해 봐. 공격하려다 오히려 당하는 거 아니야?"흑풍의 옆에는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모두 녹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괴물과도 같았다.그의 눈빛은 싸늘한 살기를 띠고 있어 사람을 두렵게
"일이 아직 진전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대책을 세우겠어? 아무리 내가 음험하다지만 내 사람까지 죽일 타이밍은 아니야.""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시간을 보니 곧 돌아올 때도 됐어. 사람을 보내 나아언을 찾아봐!""네가 직접 가!""네!"날이 어두워지자, 천의 얼굴은 드디어 성 밖의 오두막에서 나아언을 찾아냈다.그를 찾았을 당시 나아언은 여전히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 과거의 초심을 잃은 것을 생각하니 그는 자신이 한 일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됐다.그러나 생각을 완전히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뼈만 앙상했고, 눈에는 은은한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어두운 저녁에 그 푸른 빛은 유난히 또렷했다.자세히 보니 그 눈동자에 이상한 무늬 하나가 낙인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누구야?"나아언은 경계하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주작과 싸울 때처럼 떨려왔다.천의 얼굴은 차갑게 웃으며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나 나아언은 버틸 수 없었다. 주작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이 살기는 사실 천의 얼굴이 뿜어내는 것이었다.천의 얼굴의 몸에서 작은 화산처럼 푸른 가스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그 기체는 공기 속에 흩어졌고 약간의 독성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이진 않고 마비 효과만 있을 뿐이었다. 자욱한 기체 속에는 살기가 동반되어 있었다.매우 포악하고 흠잡을 데 없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고 손쉽게 몸 안을 꿰뚫었다."내가 누구냐니? 넌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 존주께서 그렇게 너를 믿으셨는데."나아언은 드디어 마음을 놓았다. 이 소리를 들으니 무조건 흑풍의 사람일 것 같았다.나아언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뇌리에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나 혼자 목숨을 바치게 하고 당신들은 뒤에서 조종이나 하잖아?""허허. 내가 혼자 행동하지 않았다면 이번 계획은 실패하지도 않았어. 당신들은 그냥 구경만 하고 날 이용할 뿐이야!"나아언은 조급해져서 강한 말투로 천의 얼굴을 대했다.그러
나아언 역시 자신이 앞에 있는 사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서 봤자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허! 말 조심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나아언은 손을 홱 뿌리치고는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흑풍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나아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화난 표정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도대체 무슨 뜻입니까?"흑풍은 나아언을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와인 한 잔을 들고 창밖 비 오는 풍경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무슨 뜻이라뇨?" "둘이 힘을 합쳐 한 명이 앨리스를 공격하고 다른 한 명이 염구준을 맡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왜 벌써 염구준 쪽 사람들이 앨리스 집안에 들어와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까!"흑풍이 웃으며 눈가의 흉터가 구부러졌다.오랜 세월을 전쟁터에서 보낸 흑풍은 고작 나아언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오히려 흑풍은 웃으며 상대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허, 가식 떨지 마세요.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너무 화내시지 마세요,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흑풍이 나아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나아언이 패기 넘치는 태도로 흑풍의 실력도 무시한 채 겁도 없이 계속 떠들 줄 누가 알았겠나?"흥, 핑계라면 들을 필요 없습니다. 나를 담보로 삼았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으니 말해도 입만 아픕니다."이 말과 함께 나아언은 떠나려 했으나 밖에서 들어온 김태환에 의해 앞이 가로 막혔다."하하, 당신, 설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무슨 뜻이지?"나아언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는 순간적인 오만한 감정으로 상대의 힘을 잊고 있었다."우리 가주님께서 가시지 않았던 건 당신이 앨리스를 기습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만약 염구준을 자극했다면 네 계획은 실패했을 거라고!""그래? 한마디로 겁쟁이가 죽을까 봐 겁먹었다는 거네! 고작 염구준 한 명 가지고, 네놈들이 진작에 나서
"저 자는 그냥 없애면 안되겠습니까?""아니,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어. 일단은 내버려 둬. 일단 절대 저 자를 건드리지 마!" "알겠습니다!"김태환이 떠나려고 하자 흑풍이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 내려가서 5 전장과 6 전장을 불러와!"김태환은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드디어 염구준을 상대하고 싶으신 겁니까?"흑풍 존주는 우아한 자태로 레드 와인잔을 손에 쥔 채 흔들었다."염구준에게 누가 진정한 왕인지 알려줘야겠다. 잠깐의 승리로 그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는 없는 법이지!"다음 날, 염구준이 앨리스 가문에 정착한 뒤 앨리스의 가족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앨리스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회의에서 앨리스는 뛰어난 비즈니스 능력을 발휘하여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녀가 제안한 의견은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아주 좋습니다. 기업 경영에 능숙해지신 것 같군요. 저도 이제 안심이 됩니다!"회의에서 염구준은 앨리스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앨리스의 가족 모두가 감탄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앨리스와 염구준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다고 수근거렸다.그저 루머일 뿐이기에 염구준은 물론 앨리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루머가 잠잠해지도록 놔두었다.앨리스는 염구준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는 첫째로 자신을 보살펴준 염구준에게 감사하다는 뜻이고, 둘째로 두 사람의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우리 가문은 진작에 망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선생님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는 와중,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들이 닥쳤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회사에 일이 생겼어요!"앨리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 곧장 회사로 갔다. 주작이 염구준에게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 차에 타 있던 20대 중년 남성 둘이 내렸다. 키는 크지 않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척 보기에도 훈련된 사람들 같았다."당연하지, 대비도 안된 상태에서 이정도 공격을 맞으면 어떤 사람이라도 죽을 수밖에 없어!"그 순간 염구준의 차 문이 열렸다. "아, 아파 죽겠네!"주작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려왔다. 이 사고로 그는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허리가 부러질뻔하였다.염구준은 워낙 강해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뭐야, 아직 안 죽었어?"주작은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눈 앞이 흐려져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당신 인간 맞아? 괴물 아니야?"두 남자 중 한 남자의 얼굴에는 점이 가득했고, 다른 한 남자는 피부가 새하얬다.그들은 소름이 돋았다."내가 보기엔 그쪽들이 괴물 같은데? 한 놈은 까맣고, 한 놈은 하얗네. 바둑돌이야 뭐야? 나를 죽이고 싶은 거라면 지금 들어와!"염구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안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이 낯익은 것 같았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인을 주고받고는 주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피를 닦던 주작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상합니다 형님. 보스가 죽이라고 한 사람은 분명히 남자였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자가 나올 수 있습니까? 운전 기사 아닐까요?"점박이 남자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일단 죽이는 게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형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굽히더니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펀치에는 노련함이 묻어났고 단번에 그가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 이정도의 힘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주작은 순간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미 손 쓸 수 없어 이내 말없이 두 눈을 감았다.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주작은 눈을 떴다. 두 사람은 손을 든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뒤를 돌아본
"말 해. 누가 보낸 거지?"점박이 남자는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조금 움직이기도 힘에 겨웠다."형님, 제가 구해드리겠습니다!"이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남은 한 사람이 일어나 염구준을 향해 달려왔다."꿈 깨시지!"몸을 회복한 주작도 달려와 상대의 앞을 막았다.염구준이 뒤를 돌아봤을 때 주작은 이미 그 하얀 남자와 싸우고 있었다.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하지만 염구준이 고개를 돌렸을 때는 상대가 그의 가슴을 밀고 있었다.가슴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래, 이제 나도 참지 않겠어!""하하, 내 진짜 실력을 모르고 있나봐?"두 남자는 지난 대결을 통해 염구준이 매우 강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곳에 오기 전 흑풍이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들은 젊은 패기만을 가지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다.상황이 좋지 않자 두 사람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앞뒤로 염구준과 주작을 마주보았다.염구준과 주작도 등을 맞대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염구준은 극심한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이때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알 수 없는 것을 꺼내 먹는 걸 보았고, 다른 한 명도 이를 똑같이 하는 것을 보았다.염구준이 중얼거렸다."저게 도대체 뭐지? 약인가?"주작도 잔뜩 긴장하였다. 상대방이 약으로 강화한다면 다음에 벌어질 상황은 예측할 수 없었다."어쩐지, 네놈들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어. 약으로 승부를 보려는 계획이었구나!"염구준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전 대결에서 염구준은 상대로부터 어떠한 약의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뭐라고?"염구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가 달려들었다.몸 전체가 부풀어 올랐고 입 안의 혀가 갈라졌다!주작이 인상을 쓰고 있자, 염구준이 갑자기 뛰쳐나와 한마디 하였다."혀를 조심해!""이윽고 염구준이 둘 중 한 명과 싸우기 시작했다.그들의 외관 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염구준은 또다른 변화를
"파직!”응축된 에너지로 만들어진 파워가 상대 두 사람의 몸에 직격했다. 묵직한 파워가 그들의 몸 전체를 감쌌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 뒤, 그들의 약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몸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맥과 혈관이 터지기 시작했다. "형님!”약효가 사라져 고통에 비명을 지르던 박영훈은 미친듯이 혀에서 독을 뿜어냈다.염구준과 주작은 순식간에 독가스에 휩싸였다. 독가스는 빠르게 두 사람을 뒤덮었고, 짙은 녹색 안개로 인해 주작은 바깥 상황을 볼 수 없게 되었다."독이다! 이 정도 독이면 눈이 멀 수도…”말을 마치기 전, 염구준은 무심결에 주작을 돌아보았고, 주작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였고 마치 자신의 얼굴이 아닌 듯하였다!"주작! 주작!”염구준이 소리를 질렀지만 주작은 이를 듣지 못한 듯 몸을 비틀며 안개 속에서 낄낄거렸다."설마, 의식이 침식당한 것인가?”염구준은 독가스에 몸이 부식되어갔고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 오래 머물면 피부, 호흡기, 내장까지 손상될 터였다.부상이 심각하고 상황이 더 안 좋아 진다면 수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염구준은 분노하여 몇 차례 팔을 휘저었지만 독가스는 사라지지 않았다.통증이 심해지자 그는 몸을 움츠러들었다. 독이 염구준의 몸 안을 부식시키기 시작했다.그는 몸에 손을 얹고 빠르게 경맥을 막았다.염구준은 멍하니 웃고 있는 주작을 붙잡고 밖으로 달려나갔다.독가스 밖으로 나온 뒤 그는 몸의 보호 기능을 이용해 몸을 침식하고 있던 독가스를 밖으로 밀어냈다.주작은 아직도 멍하니 웃고 있었다. 완전히 의식을 차리지는 않았지만 기운은 많이 회복되었다.상황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염구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의 눈빛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이내 염구준의 뒤로 검은색, 회색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는 살인의 흔적이었다.귀신의 포효소리와 함께, 염구준은 지옥에서 온 악마로 변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속의 독소가 조금씩 빠져나오면서 주작이 깨어났다.힘이 빠진 어깨를 문지르며 주작은 몽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일어나자마자 방금 전 전투가 생각났는지 주작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신, 전신!"주작은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고 이내 시선이 창가에 멈췄다.그녀는 염구준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일어났어?" "예. 전신께서는 괜찮으십니까? 그 가스에는 독이 있었습니다. 얼른 해독하셔야 해요!"주작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염구준을 향해 걸어갔다.염구준은 천천히 돌아서서 주작을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넌 중독됐었는데 내가 다 해독시켰어!"주작은 염구준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꼭 맞잡았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도망쳤지!"말을 하는 염구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고, 주먹은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수년간 자신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들이 감히 자신을 공격할 줄 상상도 못했다.그러나 일이 이미 벌어진 만큼, 다음 계획을 빨리 세워야 했다.한편, 흑풍 존주는 크게 소리치며 책상을 쾅 치고 일어섰다. "뭐? 내가 준 약을 먹었다고?"두 사람은 당황하며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주인님, 그 자의 실력이 너무 강해 저희가 차로 들이받았는데도 전혀 다치지 않았습니다. 약을 안 먹었으면 아마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흑풍 존주 앞에 있는 두 남자는 이전에 염구준을 공격한 두 남자였다.그들은 흑풍 존주 수하의 육대 전장 중 제 6, 제 5 전장이었다.두 사람은 합체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기에 보통 함께 움직였다. 그들이 연마한 기술도 거의 비슷했다. 둘 다 독과 신체 호르몬을 사용하는 기술을 다뤘다. "하지만 주인님, 저희가 변신을 한 뒤 뿌린 독으로 그 두 사람을 붙잡았습니다! 둘 다 순식간에 독살 당했을 겁니다!"흑풍 존주의 얼굴에는 기쁨 대신 우려가 가득했다. "아마 너희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