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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작가: 잔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13 10:10:09
“염구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손태산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염구준이 손가을의 손을 잡고 손태석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장무현이나 손태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이제마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제 장인어른이 다리를 다쳤는데 치료 좀 부탁드릴게요.”

이제마의 얼굴에서 불쾌한 표정이 싹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염 선생님! 당연히….”

“무례한 녀석!”

이제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호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염구준, 이분이 누군지는 알아? 이분은 용제국 북부 군단의 군의관이셔! 전설적인 전신전 전주의 최측근인 분이라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분을 초대해?”

장무현 역시 염구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네 놈이 염구준? 재밌네! 안 그래도 네 놈을 어떻게 죽여버릴지 고민하던 찰나에 제 발로 찾아왔군.”

“감히 이 선생한테 무례를 범해?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염구준 옆에 선 손가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예전에 영상통화로 이제마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좁은 지하실에서 희주의 한열증을 치료해 준 분이었다. 그들 가족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 선생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 스스럼없었다.

이런 의술의 거장에게 치료를 부탁하려면 최소 400억은 있어야 할 텐데!

“자네, 어서 선생님께 실례를 사과하게!”

옆에 있던 손태석도 놀라서 다급히 염구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정중하게 부탁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당장 이 선생님께 사과하게!”

이제마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이 두 사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세계를 놀라게 한 전신전 전주에게 사과를 종용하다니!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오래 살고 싶단 말입니다!

“감히 이 선생님께 무례를 범한 저 녀석을 제가 대신 혼내겠습니다!”

성급한 손태산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당장 저 놈 붙잡아!”

스무 명의 경호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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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구준이 이 정도로 사고를 쳤으니 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었다. 오늘 그를 죽이지는 못해도 전신전 전주께서 친히 그를 벌할 것이다!염구준…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알았어.”염구준은 주먹을 거두고는 손가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과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다시 이제마를 보며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집사람이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아서 말인데, 제가 그렇게 실례를 범했나요? 전 선생님만 믿고 장인어른 다리를 치료하러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다.”가슴이 철렁한 이제마는 다급히 다가가서 손가을에게 말했다.“손가을 씨는 저와 초면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염 선생처럼 용건만 간단히 말하는 분을 저도 좋아한답니다!”그는 자세를 숙여 손태석의 발목을 잡아보고는 말을 이었다.“제가 최근에 개발한 처방전이 있는데 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통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아주 좋답니다! 그런데 재료가 하도 귀해서 지금은 1인분밖에 없어요. 손 선생님이 앓는 고질병도 3일이면 완쾌가 될 것 같습니다. 맡겨만 주시지요.”이게 무슨?장무현, 손태산, 손호문, 그리고 이곳 의료관 담당자까지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놀란 건 손태석과 손가을도 마찬가지였다.저 거장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염구준을 벌하기는커녕, 새로 개발한 처방전을 손태석의 다리를 치료하는데 쓰겠다고?나이가 드셔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나?염구준이 조금전에 결례를 범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 선생님!”성질 급한 손태산이 더는 참지 못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저와 장무현 씨는 거액의 돈을 성의로 보여드렸는데 어찌 염구준 가족을 먼저 진료한단 말입니까? 그럼 저희는 뭐가 돼요?”장무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통을 해소한다라…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장혁에게 꼭 맞는 처방전이 아닌가? 시에 있는 골절 전문가들도 가망이 없다고 손을 턴 가운데, 저 처방전만이 장혁이 살길이었다.그런데 이제마가 그렇게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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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 그는 1인분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연골치료제를 손태석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그럼 손태산의 오른 다리와 오른 팔은? 그리고 장혁은?그들의 희망이 처참히 부서진 순간이었다.“내 말을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워? 다들 귀가 먹었어?”이제마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난 지금 손 선생의 다리를 치료해야 하니까 방해하는 자들은 다 죽여버릴 거야!”손태산과 장무현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화가 나고 분했지만 그들은 결국 반박할 수 없었다.지금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노여움 푸시지요.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결국 장무현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물러섰다.“이미 처방전 제작에 성공했으니 나중에 또 기회가 되겠죠. 혹시 다음 번에라도 가능하다면….”이제마는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당장 꺼져!”장무현은 입을 꾹 다문 채,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의료관을 빠져나갔다.“저… 저도 가보겠습니다!”손태산은 미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염구준을 힘껏 노려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염구준, 네가 저지른 업보는 결국 거대한 재앙이 되어 네 놈에게 되돌아갈 거야! 두고 봐!”말을 마친 그는 전동 휠체어의 버튼을 누르고 진동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사람들이 다 떠나자 드디어 어수선하던 의료관이 다시 조용해졌다.“손 선생님.”이제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직접 손태석을 부축해 진료 의자에 앉혔다.“조금 전에 만지면서 느꼈는데 아주 오래 전에 당한 부상이고 연골이 잘못된 위치에 고정되어 있네요. 다시 경맥을 뚫고 위치를 맞추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3일 정도면 완쾌될 겁니다.”손태석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염구준이 무례를 범했는데도 이제마는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손님들을 다 쫓아내고 그를 치료해 주겠다고 했다.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구준 씨….”손가을도 입술을 질끈 깨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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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마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이게 무슨 소리인가!전신전 전주의 장인어른을 상대로 어찌 감히 돈을 요구할까!게다가 그는 염구준의 지시를 받고 손태석의 다리를 치료하러 일부러 청해시에 방문한 것이었다. 연골 치료제도 염구준의 처방이었다.“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염 선생과 저는 오랜 시간을 두고 친분을 쌓아온 사이입니다.”이제마는 감히 염구준의 신분을 발설할 수는 없었기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료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 한푼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염구준과 시선을 교환한 뒤, 손태석에게 말했다.“이제 수술도 끝났고 3일 정도 요양하시면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는 군부를 오래 비울 수 없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돈을 안 받겠다고?손가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제마를 바라보았다.조금 전에 손태산과 장무현이 3천억이라는 거금을 제시했을 때도 이 의학계의 거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그런데 자신의 아버지의 다리를 고쳐주고 돈을 안 받겠다니?그녀는 저도 모르게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구준 씨…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네. 이제마 선생님까지 이 정도로 편의를 봐주시다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진짜 일반 전역한 병사 맞나?’“선생님, 지… 지금 가시려고요?”체육관 담당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이 선생님, 아직 청해시의 높으신 분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들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싶어서 찾아온 분들인데….”“허, 참!”이제마는 그 담당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체육관 바깥으로 향했다.“저희가 배웅해 드릴게요!”손가을은 다급히 손태석을 부축하고 염구준과 함께 이제마를 배웅했다.“이 선생님 나오신다!”체육관 밖은 아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재벌, 각 가문의 가주들은 전부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흥분해서 소리쳤다.“이 선생님, 저는 조양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저택에 한번 방문해 주시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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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염구준의 가장 큰 조력자가 용준영이죠! 용준영만 처리하면 아무리 염구준이 날고 뛰는 재주가 있어도 혼자서 뭘 어쩌겠어요?”장무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살기 어린 눈을 번뜩였다.용준영?오늘 밤이 지나면 그런 인물은 기필코 사라지게 될 것이다.오후 여섯 시, 용준영의 저택.“형님, 이것 좀 보세요!”뢰인이 손에 사진 한 장을 들고 거실로 달려들어왔다. “조금 전에 입수한 소식인데 황호가 사망했다고 합니다!”“뭐?”사진을 확인한 용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사진 속에서는 완전하지 않은 시신이 끔찍한 형태로 누워 있었다. 사지가 잘려 있었고 바다에 얼마나 있었는지 시신 부패가 아주 심각했다. 가슴 쪽에도 자상 흔적이 있었는데 가슴팍의 문신을 정확히 양쪽으로 갈랐다.“가슴 문신이라… 이거 황호 맞네!”사진을 쥔 용준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최근 몇 년 사이, 황호의 세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몇백 명의 수하를 거느리고 있었고 스무 곳이 넘는 업소와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었다.용준영을 제외하면 청해시 지하 세력에서 황호는 손에 꼽히는 인물이었다.“청해시에는 황호를 죽일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손태산이면 몰라도요.”용준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손태산은 악명 높은 야심가였다. 그는 청해시를 자신의 손에 쥐고 흔들려고 했으며 많은 어둠의 세력을 끌어모았다. 황호를 제외하면 조폭 세계에서 손태산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황호가 죽었으니 이제 이 도시에서 아무도 손태산의 세력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손태산의 다음 목표는 안 봐도 뻔했다. 용준영!“지금 바로 염 선생에게 알려야 해!”용준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염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이때.“용 대표님.”거실 문이 열리고 염구준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다가가서 용준영의 손에 든 사진을 힐끗 보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황호가 사망했네요? 역시!”“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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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

  • 군신의 귀환   제1985화

    “삼촌, 들어가봐도 될까요?”이때, 황지영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들어와.”염구준은 막 치료를 마친 뒤 대답했다.황지영은 방으로 들어오며 물기 어린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삼선도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궁금해서 그래?”“네.”황지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이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그녀는 삼선도의 유일한 도주로서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였다.“주범은 이미 죽었으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게.”“하지만 또 무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알겠지?”염구준은 어린 친척을 대하듯한 온화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지역이 특수한 것도 있거니와 여기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는 많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네! 다른 분들의 도움하에 삼선도를 엄마가 있을 때처럼 모두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대답을 듣고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황지열과 같은 야심가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삼선도는 좋게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힘내.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격려해주었다.“감사해요! 그런데 나중에 청해시로 찾아가도 될까요?”이 말을 하는 황지영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말을 알아들었을 때부터, 황지웅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그녀에게 염희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염구준의 가족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다.“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이렇게 얌전한 아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진주는 희주한테 주는 거예요.”황지영은 갓난아기의 주먹만큼 큰 분홍색 진주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딱 봐도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주를 건네준 후 황지영은 방에서 나갔다.다음 날

  • 군신의 귀환   제1984화

    이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 모두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거의 동시에 힘을 다 모은 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구자검법, 검일참공!”“곤원일기지!”두 사람의 엄청난 에너지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땅 위의 볼록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한쪽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검이고, 다른 한쪽은 물기운이 맴도는 커다란 손가락이었는데, 이 두개 모두 그들의 최후의 필살기였다.쾅!순식간에 두 기술이 격돌하며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염구준은 강력한 압박 속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무궁무진한 불의 힘을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천인경!’이 기운은 천인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낼 수 있었다.“말도 안 돼!”황지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쾅!염구준은 이 기묘한 느낌에 도취된 채로 검을 앞으로 밀어내 황지열의 곤원일기지를 부수고 상대방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느꼈던 천인경의 상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염구준은 천인경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천인경에 머물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결국, 그의 경지는 다시 반보천인으로 돌아갔다.“젠장!”천인경에 겨우 발을 디뎠다가 다시 내려오게 된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스스로 천인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직감이 맞다는 것도 증명했지만, 항상 도달했다가 다시 원래의 경지로 떨어져 너무 답답했었다.“내가 검의를 완성시키거나 스스로 검법의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을 창조해 내도 천인경에 도달할 수 없을까?”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인경에 도달하려면 여덟개의 옥패를 모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운

  • 군신의 귀환   제1983화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염구준이 날린 검기를 모조리 부수고 그를 공격했다. 쾅!황지열이 날린 공격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염구준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부숴버렸고,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이내 물방울로 흩어져 사방으로 튀며 그의 시선을 조금 가렸다.‘기운이 강해졌어.’황지열이 강력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지한 염구준은 검의를 발동해 수많은 검기로 몸 주위를 둘러쌌다.양측 모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휙.이때, 황지열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물방울을 그대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렸는데, 손바닥의 빗방울은 예리한 칼날처럼 응집되어 있었다.황지열에게 있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자유자재로 새로운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엄청난 기운이 담긴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평소보다 더욱 예리했다.쾅!검과 손이 맞부딪히며 둘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뿜어져나온 기류에 주위의 빗물은 안개처럼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비밀 은장갑인가?’염구준은 황지열이 맨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가 끼고 있는 비밀 은장갑 덕분에 받아낸 것임을 알아챘다.‘고급 병기인가 보군.’“말도 안 돼!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는데!”황지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방금 전 공격은 그가 진심으로 했던 것으로, 전에 했던 맛보기 공격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말도 안 되는 건 없어. 네 힘은 외부 도구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니까.”염구준은 차분히 말하며, 구자검에 담긴 검의를 더욱 강하게 발휘했다.우웅!검의가 더 많이 나오자 검기는 급격히 강해졌고, 황지열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염구준은 우연히 얻은 검의가 구자검 안에서 어느정도 있은 후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

  • 군신의 귀환   제1982화

    염구준이 나오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위천인경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기절해 있던 백호 등 일행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황지열, 이 개자식아! 죽이려면 죽여 봐!”“퉤!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기억해!”염구준이 죽었다는 황지열의 거짓말에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후!”이때, 기운을 다 회복한 황지열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몸은 이미 최상의 상태로 회복된 상태였다.황지열은 산 정상에 깜빡이고 있는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 못 나오는 건가?”강력한 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정말로 사라지면 더 좋지.’이내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제 남은 이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내가 직접 우리 도주님을 배웅해 드릴까?”황지열은 황지영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삼선도를 다시 장악하려면 황지영을 없애서 권위를 내세워야 했다.“황지열, 이번에 삼선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지영이만은 살려주는 게 어때?”한쪽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황지웅이 간곡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의 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안 돼. 그렇게 포기 못하겠으면 같이 죽든가.”말을 하는 황지열의 눈빛은 매우 흉악하게 빛났다.죽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든 이상,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디서 이렇게 강한 기운이?’그러나 이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뒤를 돌아 빛 나고 있는 곳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나오려는 건가?’슉.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쯤, 염구준이 빛속에서 나왔다. 이미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염구준은 현재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태였다.“아슬아슬하게 맞춰 왔네.”빛은 몇 번 더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이는 통로가

  • 군신의 귀환   제1981화

    ‘뭐 하는 짓이지? 가만히 죽길 기다리는 건가?’황지열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겁먹을 이유도 없었기에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염구준의 진기가 두 발까지 다다른 것을 그는 시종 눈치채지 못했다. 휙.황지열의 공격이 닿기 직전에 염구준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옆으로 틀어 공격을 피했다.‘이게 무슨...’황지열은 상대방이 어떻게 공격을 피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격이 염구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진기를 부술 정도로 거의 먹혔으니까 말이다.단 몇 센티라도 빗나갔더라면, 염구준은 중상을 입는 것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그 순간, 염구준은 다시 진기를 응축한 왼손을 꽉 쥐고 황지열의 등 뒤에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쾅!황지열은 즉각 반응하여 몸을 돌려 팔로 공격을 막았으나 염구준의 일격이 엄청난 힘을 동반했기에 급히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그의 바로 뒤에는 밖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었다.‘날 밖으로 몰아내려는 거구나.’이를 본 황지열은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슉슉!그러나 염구준은 검기를 연달아 날리며 황지열이 자세를 잡을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고, 이에 황지열은 통로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라.”황지열은 한마디를 남기고는 그렇게 빛 속으로 사라졌다.상대방이 나간 걸 본 염구준은 그제야 자리에 주저앉아 급히 진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방금 전의 격렬한 전투로 진기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우웅.한편, 같은 시각에 봉래섬의 꼭대기에서는 빛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주상!”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백호와 동료들은 누군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외쳤으나 상대방이 염구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나서는 순식간에 불안감에 휩싸였다.“하하하! 염구준은 이미 내 손에 죽었다!”황지열은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죽어!”그의 말을 들은 백호, 현무, 주작 세 사람은 두 눈이 빨개진 채로 무작정 달려들었다.염구준이 정말 전사했다면

  • 군신의 귀환   제1980화

    ‘천인 경지에 도달했나? 아니, 가짜일 거야.’염구준은 상대방의 기운으로 실력을 가늠하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쉴 시간도 없이 계속 싸워서 기운이 많이 소진되었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니 진짜 싸운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황지열이 나타나지 않아서 실력을 보존하려고 강력한 검술을 사용하지 않았다.“염구준, 지금 내 실력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냐?”황지열이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실력이 강해지니 조금 거만해졌다.“별 느낌이 없어. 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를 죽여 봤거든.”염구준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지금 황지열은 그에게 위협을 주지 못했다.“흥, 입만 살았어. 넌 내 힘에 대해 잘 몰라.”황지열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가짜 천인 실력은 진짜 천인 경지가 아니지만 이미 접근해 있었다.“외부 세력을 이용해 억지로 경지를 올렸을 뿐이지. 그에 비해 난 당신이 어디로 갔었는지가 더 궁금해.”염구준은 가슴속의 의문을 말했다.“알았다. 그러면 똑똑히 알려주고 죽여 줄게.”황지열은 자신의 계획이 자랑스러운 듯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내 목표는 지하의 물건을 전승받는 것이야. 그래서 고탑이 열린 순간, 특수한 방법으로 지하 1층으로 갔어.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은 너희들이 손에 넣었을 때 빼앗으면 그만이거든. 이것이 실력이야.”계획은 논리적이고 심지어 모든 사람을 끌어들였다.“그렇다면 말이 통하네.”염구준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었다.반란을 일으킨 날부터 도명현과 우대구는 그가 버린 패로서 언제든지 배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우습게도 두 사람은 황지열을 함정에 빠트리려다가 되려 당하고 말았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아니면 기회 없어.”황지열이 생각해 주는 척하며 말했다.가짜 천인의 실력에 오묘한 고대 무학까지 겸비한다면 자신을 상대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너희들은 먼저 나가. 난 영감을 조금 상대해야겠어.”염구준이 백호 일행에게 말했다.“가자.”백호는 주작이 감정적으로

  • 군신의 귀환   제1979화

    백호가 돌진하여 서양인의 퇴로를 막고 나머지 일행은 가운데를 막았다.부상을 입어 서양인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지만 잠시 붙잡아 둘 수 있었다.닌자는 워낙 속도가 빨라서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지 못했다.“젠장, 빨리 와서 도와줘!”서양인이 욕하면서 고개를 돌려 부하를 노려봤다.하지만 그곳에 누구도 없었다.그가 도망칠 때 이미 부하들은 흩어져서 숲으로 도망친 것이다.다시 응전할 수밖에 없었다.최대한 빨리 싸움을 끝내고 싶었지만 눈앞의 사람들은 끝까지 끈질기게 공격을 했다.그것도 수렁에 빠진 것처럼 느리게 공격하여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멀리서 염구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방을 살해했다.혼혈인은 똑똑하지도 못하면서 끼어들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이제 서양인을 살해할 차례였다.“너희들은 물러서 치료하고 있어. 저놈은 내가 해결할게.”백호 일행은 이미 한계에 도달하여 완강한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염구준은 그것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진짜 끝이야!”서양인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날 죽이면 안 돼. 난 리아성전 출신이다. 우리 성전에 반보천인 고수만해도 100명은 넘어.”마지막 수법은 협박이었다.그는 상대방이 배후 세력에 겁을 먹고 도망칠 기회를 주길 바랬다.“들어보지도 못한 조직이야.”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한 조직에 반보천인 100명이 넘게 있다면 진작에 여기를 쓸어버리고 이 세상에서 무적이 되었을 것이다.게다가 염구준에게 원래 협박 같은 건 통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이상하게 주변에 빛이 나타났다.통로가 나타난 것이다.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을 뿐, 여기서 나갈 방법은 있었다.빛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서양인은 매우 기뻐하며 갑자기 그쪽으로 돌진했다.“구자검법, 검일척공!”염구준은 힘을 비축하고 바로 검을 휘둘렀다.위력은 약했지만 상대방을 살해하기에 충분했다.서양인은 한 발자국만 더 가면 통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안 돼.”그는 빛을 쳐다보며 못내 아쉬워하다가 피바다

  • 군신의 귀환   제1978화

    윙!염구준은 잠시 공격을 멈추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검의로 상대방을 찔렀다.“젠장.”그 장면을 본 세 사람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달았다.염구준은 우대구를 공격하는 척하면서 닌자가 다가오길 기다린 것이다.물론 이것은 네 명의 주관적인 생각이었다.솔직히 염구준은 우대구를 살해하려 했는데 중간에 닌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을 바꾼 것이다.“푸욱!”검광이 떨어지자 닌자는 황급히 방어하는 바람에 검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찔린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자 닌자는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그는 뒤로 물러나며 염구준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그때 우대구는 방어를 포기하고 도와주려고 나섰다.“안 돼!”서양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이렇게 된 이상 두 사람이 달려가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오히려 죽음을 자초하는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살려줘!”1 대 1 싸움에서 우대구는 상대방을 이길 자신이 없어 목소리까지 떨었다.염구준의 공세는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매번 공격할 때마다 수십 개의 검법으로 상대방을 살해했다.그렇게 3명의 도주 중에서 2명이 죽었다.“계속 공격해. 아직 두 명 살아있잖아.”염구준이 도발했다.방금 공격이 너무 빨라서 나머지 두 사람은 막는 것조차 버거웠다.반보천인 네 명이 공격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손실이 참담했다.옆에서 지켜보던 백호 일행이 안도의 숨을 쉬면서 큰소리로 응원했다.“주상님 멋집니다!”“저 잡놈들이 나대지 않게 죽여주세요!”“방금 엄청 으스대더니 계속 지껄여봐.”이제 승부는 결정되었다.남은 반보천인 고수는 염구준과 맞설 실력이 안 되었다.“물건은 포기하겠다. 여기서 그만두는 게 어때”서양인이 다른 대안을 제기했다.그는 의기소침해하며 방금처럼 날카롭게 대응하지 않았다.“전에는 날 죽이려고 했잖아. 죽이지 못하니까 이제 화해하자는 건가?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염구준은 검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무뚝뚝하게 말했다.상대방이 살의를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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