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손태산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염구준이 손가을의 손을 잡고 손태석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장무현이나 손태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이제마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제 장인어른이 다리를 다쳤는데 치료 좀 부탁드릴게요.”이제마의 얼굴에서 불쾌한 표정이 싹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염 선생님! 당연히….”“무례한 녀석!”이제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호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염구준, 이분이 누군지는 알아? 이분은 용제국 북부 군단의 군의관이셔! 전설적인 전신전 전주의 최측근인 분이라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분을 초대해?”장무현 역시 염구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네 놈이 염구준? 재밌네! 안 그래도 네 놈을 어떻게 죽여버릴지 고민하던 찰나에 제 발로 찾아왔군.”“감히 이 선생한테 무례를 범해?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염구준 옆에 선 손가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예전에 영상통화로 이제마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좁은 지하실에서 희주의 한열증을 치료해 준 분이었다. 그들 가족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이 선생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 스스럼없었다.이런 의술의 거장에게 치료를 부탁하려면 최소 400억은 있어야 할 텐데!“자네, 어서 선생님께 실례를 사과하게!”옆에 있던 손태석도 놀라서 다급히 염구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정중하게 부탁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당장 이 선생님께 사과하게!”이제마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이 두 사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세계를 놀라게 한 전신전 전주에게 사과를 종용하다니!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오래 살고 싶단 말입니다!“감히 이 선생님께 무례를 범한 저 녀석을 제가 대신 혼내겠습니다!”성급한 손태산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장 저 놈 붙잡아!”스무 명의 경호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
염구준이 이 정도로 사고를 쳤으니 아무도 그를 구해줄 수 없었다. 오늘 그를 죽이지는 못해도 전신전 전주께서 친히 그를 벌할 것이다!염구준…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알았어.”염구준은 주먹을 거두고는 손가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과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다시 이제마를 보며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집사람이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아서 말인데, 제가 그렇게 실례를 범했나요? 전 선생님만 믿고 장인어른 다리를 치료하러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다.”가슴이 철렁한 이제마는 다급히 다가가서 손가을에게 말했다.“손가을 씨는 저와 초면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염 선생처럼 용건만 간단히 말하는 분을 저도 좋아한답니다!”그는 자세를 숙여 손태석의 발목을 잡아보고는 말을 이었다.“제가 최근에 개발한 처방전이 있는데 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통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아주 좋답니다! 그런데 재료가 하도 귀해서 지금은 1인분밖에 없어요. 손 선생님이 앓는 고질병도 3일이면 완쾌가 될 것 같습니다. 맡겨만 주시지요.”이게 무슨?장무현, 손태산, 손호문, 그리고 이곳 의료관 담당자까지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놀란 건 손태석과 손가을도 마찬가지였다.저 거장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염구준을 벌하기는커녕, 새로 개발한 처방전을 손태석의 다리를 치료하는데 쓰겠다고?나이가 드셔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나?염구준이 조금전에 결례를 범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 선생님!”성질 급한 손태산이 더는 참지 못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저와 장무현 씨는 거액의 돈을 성의로 보여드렸는데 어찌 염구준 가족을 먼저 진료한단 말입니까? 그럼 저희는 뭐가 돼요?”장무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손상된 연골을 복구하고 근육통을 해소한다라…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장혁에게 꼭 맞는 처방전이 아닌가? 시에 있는 골절 전문가들도 가망이 없다고 손을 턴 가운데, 저 처방전만이 장혁이 살길이었다.그런데 이제마가 그렇게 좋은
조금 전 그는 1인분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연골치료제를 손태석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그럼 손태산의 오른 다리와 오른 팔은? 그리고 장혁은?그들의 희망이 처참히 부서진 순간이었다.“내 말을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워? 다들 귀가 먹었어?”이제마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난 지금 손 선생의 다리를 치료해야 하니까 방해하는 자들은 다 죽여버릴 거야!”손태산과 장무현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화가 나고 분했지만 그들은 결국 반박할 수 없었다.지금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노여움 푸시지요.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결국 장무현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물러섰다.“이미 처방전 제작에 성공했으니 나중에 또 기회가 되겠죠. 혹시 다음 번에라도 가능하다면….”이제마는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당장 꺼져!”장무현은 입을 꾹 다문 채,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의료관을 빠져나갔다.“저… 저도 가보겠습니다!”손태산은 미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염구준을 힘껏 노려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염구준, 네가 저지른 업보는 결국 거대한 재앙이 되어 네 놈에게 되돌아갈 거야! 두고 봐!”말을 마친 그는 전동 휠체어의 버튼을 누르고 진동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사람들이 다 떠나자 드디어 어수선하던 의료관이 다시 조용해졌다.“손 선생님.”이제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직접 손태석을 부축해 진료 의자에 앉혔다.“조금 전에 만지면서 느꼈는데 아주 오래 전에 당한 부상이고 연골이 잘못된 위치에 고정되어 있네요. 다시 경맥을 뚫고 위치를 맞추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3일 정도면 완쾌될 겁니다.”손태석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염구준이 무례를 범했는데도 이제마는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손님들을 다 쫓아내고 그를 치료해 주겠다고 했다.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구준 씨….”손가을도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제마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이게 무슨 소리인가!전신전 전주의 장인어른을 상대로 어찌 감히 돈을 요구할까!게다가 그는 염구준의 지시를 받고 손태석의 다리를 치료하러 일부러 청해시에 방문한 것이었다. 연골 치료제도 염구준의 처방이었다.“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염 선생과 저는 오랜 시간을 두고 친분을 쌓아온 사이입니다.”이제마는 감히 염구준의 신분을 발설할 수는 없었기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료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 한푼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염구준과 시선을 교환한 뒤, 손태석에게 말했다.“이제 수술도 끝났고 3일 정도 요양하시면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는 군부를 오래 비울 수 없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돈을 안 받겠다고?손가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제마를 바라보았다.조금 전에 손태산과 장무현이 3천억이라는 거금을 제시했을 때도 이 의학계의 거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그런데 자신의 아버지의 다리를 고쳐주고 돈을 안 받겠다니?그녀는 저도 모르게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구준 씨…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네. 이제마 선생님까지 이 정도로 편의를 봐주시다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진짜 일반 전역한 병사 맞나?’“선생님, 지… 지금 가시려고요?”체육관 담당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이 선생님, 아직 청해시의 높으신 분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들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싶어서 찾아온 분들인데….”“허, 참!”이제마는 그 담당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체육관 바깥으로 향했다.“저희가 배웅해 드릴게요!”손가을은 다급히 손태석을 부축하고 염구준과 함께 이제마를 배웅했다.“이 선생님 나오신다!”체육관 밖은 아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재벌, 각 가문의 가주들은 전부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흥분해서 소리쳤다.“이 선생님, 저는 조양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저택에 한번 방문해 주시면 사
손태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염구준의 가장 큰 조력자가 용준영이죠! 용준영만 처리하면 아무리 염구준이 날고 뛰는 재주가 있어도 혼자서 뭘 어쩌겠어요?”장무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살기 어린 눈을 번뜩였다.용준영?오늘 밤이 지나면 그런 인물은 기필코 사라지게 될 것이다.오후 여섯 시, 용준영의 저택.“형님, 이것 좀 보세요!”뢰인이 손에 사진 한 장을 들고 거실로 달려들어왔다. “조금 전에 입수한 소식인데 황호가 사망했다고 합니다!”“뭐?”사진을 확인한 용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사진 속에서는 완전하지 않은 시신이 끔찍한 형태로 누워 있었다. 사지가 잘려 있었고 바다에 얼마나 있었는지 시신 부패가 아주 심각했다. 가슴 쪽에도 자상 흔적이 있었는데 가슴팍의 문신을 정확히 양쪽으로 갈랐다.“가슴 문신이라… 이거 황호 맞네!”사진을 쥔 용준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최근 몇 년 사이, 황호의 세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몇백 명의 수하를 거느리고 있었고 스무 곳이 넘는 업소와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었다.용준영을 제외하면 청해시 지하 세력에서 황호는 손에 꼽히는 인물이었다.“청해시에는 황호를 죽일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손태산이면 몰라도요.”용준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손태산은 악명 높은 야심가였다. 그는 청해시를 자신의 손에 쥐고 흔들려고 했으며 많은 어둠의 세력을 끌어모았다. 황호를 제외하면 조폭 세계에서 손태산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황호가 죽었으니 이제 이 도시에서 아무도 손태산의 세력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손태산의 다음 목표는 안 봐도 뻔했다. 용준영!“지금 바로 염 선생에게 알려야 해!”용준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염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이때.“용 대표님.”거실 문이 열리고 염구준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다가가서 용준영의 손에 든 사진을 힐끗 보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황호가 사망했네요? 역시!”“지금
업소녀가 요염한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하동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오빠, 성도에서 오신 손태산 회장님이 언제든 용준영을 칠 수 있게 준비하라고 하지 않았어? 출발하기 전에 나랑 이렇게 술 마시고 있어도 괜찮은 거야?”하동이 몸을 날려 여자의 몸 위에 올라타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태산 형님이 자정에 출발하라고 했으니까 아직 시간은 충분해! 그러니까 우린….”쾅!그런데 이때, 갑자기 방 문이 외력에 인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뜯겨져 나가고 주변 기둥마저 흔들렸다!먼지가 흩날리는 곳에서 세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여… 염구준?”하동은 맨앞에 서 있는 염구준을 보고 어깨를 움찔 떨었다.“너… 너 어떻게 들어왔어? 우리 애들은?”“쟤네를 말하는 거야?”염구준은 몸을 살짝 비틀어 복도를 가리키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80명이었나? 다 저기 누워 있네.”바깥 상황을 확인한 하동의 몸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는 눈앞이 어질어질했다.복도에 족히 80명이 넘은 건장한 사내들이 쓰러져 있었다. 전부 다 오늘밤 용준영의 집을 습격하기로 추려진 에이스들이었다!그런 에이스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해 있었다.“염구준, 네가 한 거야? 그래! 너밖에 없겠지!”하동은 떨리는 손으로 염구준을 손가락질했다.“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나 이미 태산 형님이랑 손잡았어! 태산 형님이!”우지끈!염구준의 뒤에 있던 뢰인이 차가운 얼굴로 갑자기 치고 나오더니 하동의 손목을 뒤쪽으로 비틀어서 부러뜨렸다.“시끄럽게 말이 많아! 지금 누구 안전이라고 소리 질러?”“다시 그 더러운 손가락 놀리면 죽을 줄 알아!”“악!”허둥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커다란 업소를 뒤흔들었다. 부러진 손목뼈가 살을 뚫고 삐져나와 피가 솟구쳤다.소파에 반라 상태로 누워 있던 업소녀는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염구준!”하동은 손목을 감싸고 시뻘겋게 부은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내 등 뒤에 성도 지하세력의 손태산 형님이랑 진동하 형
그 시각, 청해시 외각에 있는 한산 별장.이곳은 최근에 개발한 별장 구역이었다. 환경이 아름답고 면적도 상당히 큰 별장들로 동네를 이룬 이곳은 아직 완공된지 얼마 되지 않아 입주민이 별로 없었다.“이제 다 되었습니다.”거실에서 담당의가 조심스럽게 손태산의 붕대를 갈아주고 있었다.“부상 정도가 심각해서 아마 3개월 정도는 격렬한 운동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연골이 다시 붙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손태산은 이를 갈았다.체육관에 있을 때, 이제마가 3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손태석의 다리를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게 고쳐준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였다.하지만 그는 오늘 장장 6시간이나 되는 긴 수술을 받아야 했다. 마취 기운 때문에 온몸이 떨리고 이렇게 고생했는데도 재활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염구준, 망할 염구준!”손태산은 부하를 시켜 의사를 배웅한 뒤, 거실에 남은 부하들에게 악에 받쳐 소리질렀다.“다들 준비 됐어?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 당장 출발하자!”“용준영부터 제거하고 바로 염구준을 죽이러 간다. 그리고 손태석 일가도 살려둬서는 안 돼!”옆에 있던 진동하가 다급히 그를 말렸다.“형님,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이시는 게….”그런데 이때, 쾅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거실에서 몇십 미터 떨어진 별장 대문이 일그러져서 뜯겨 나갔다. 상대는 몇백 킬로나 나가는 합금 재질의 대문을 나무판자 부수듯이 손쉽게 부셔버리고 곧장 거실로 진입했다.“용준영이랑 염구준이 왔습니다!”바깥 상황을 확인한 진동하가 바깥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그의 뒤로 스무 명이 넘은 조폭들이 눈을 부릅뜨고 안으로 쳐들어오는 3인방을 노려보았다.“우리가 찾아가기도 전에 제 발로 찾아왔네? 그렇게도 죽고 싶었어?”거실에 남은 손태산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휠체어 전동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르며 욕설을 내뱉었다.“다 비켜!”진동하와 부하들이 길을 비켰다.아무리 부상을 입고 휠체어 신세가 되었어도 그들에게 손태산은 산과도 같은 존재였다. 적이
스무 명이 넘는 조폭들과 진동하까지 더해서 기세등등하게 3인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무기 없이 맨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여느 조폭들보다 훨씬 강했고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지치지 않는 체력과 단단한 주먹이 그들의 자존심이자 무기였다.“놈을 죽여!”“스무 명이 염구준 잡고 남은 애들은 용준영이랑 뢰인 상대해!”“죽여 버려!”그들은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주먹에 살기를 담아 염구준 3인방에게 달려들었다.염구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너무 느려서 웃음이 나왔다. 저런 것들을 엘리트라고 불러 모았나?전신전 전주 염구준에게 손태산의 엘리트부대는 쓰레기 취급밖에 되지 않았다.어디서 오합지졸을 또 불러 모았군!“손태산, 앞으로 사람 보는 안목을 좀 길러야겠군!”염구준은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몸을 날렸다.그리고 그림자처럼 빠른 속도로 스치듯이 놈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가 스치고 간 자리에 조폭들이 쓰러져서 나뒹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언제 자기 앞에 도착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의 불주먹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일부는 힘없이 튕겨나가 공중을 날다가 손태산이 있는 곳까지 날아와서 바닥에 추락했다!스물 다섯 명의 조폭들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고통을 읍소했다. “너… 네 이놈!”당황한 손태산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강해도 너무 강한 상대였다.은빛 아파트에서도 염구준은 이 정도의 실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물론 지금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다. 동작에는 여유가 넘쳤고 호흡은 평온했다!“이제 너와 나의 실력 차이를 알겠어?”염구준은 가볍게 손을 털고는 손태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네 놈을 죽이는 건 나에게 일도 아니야! 벌레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과 같다고.”“오늘은 그냥 경고만 하려고 온 거야! 당장 청해시를 떠나.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그리고 내 장인어른 일가는 너 같은 놈이 함부로 모욕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용준우와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
“하아... 원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 부자 중 하나를 반보천인으로 키워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그랬다면 우리 핏줄도 나락갈 일이 없을 테지.”“근데 이렇게 둘다 폐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운명이 참 가혹해.”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보다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아 보였다.그녀의 오랜 바람은, 이로써 완전히 끊겨버렸다.“어머니의 체면을 구겨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무도 없자 한참 침묵하고 있던 포스가 입을 열었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무리 캐틀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그도 세라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자식일 뿐이었다.“할머니, 꼭 복수해줘요. 노희연을 꼭 뺏어오는 거 잊지 마세요. 그 여자랑 결혼할 거니까요.”그는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노희연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평생 옆에다 잡아두고 괴롭힐 생각이었다.“좋아. 너희 바람은 내가 반드시 이루어주마.”“너희 상태가 나아지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마. 돈 걱정없이 평생 편히 살 수 있도록 말이야.”세라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 뒤, 판을 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반은세집안에서 무공을 잃은 사람은 살기 힘들었다.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 포스와 코니는 권력다툼에서 죽게 될 게 분명했다.포스 부자 역시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조용히 세라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실력이 모든 걸 대표했다. 이제 아무 능력도 없는 그들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거다.그렇게 거대한 다툼의 서막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열렸다.한편, 천기문에서.노신기는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염 선생님, 주위의 세력들이 곧 전부 캐틀린성에 모인다고 합니다. 수장들도 전부 참석한답니다.”“알겠어요.”염구준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밤은 깊었지만 염구준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이번에 옥패에 관한 단서가 너무 적었다.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왜 자꾸 보시는 거예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이미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무표정하게 물었다.다 큰 성인 남자가 머뭇거리는 게 좀 거슬려서였다.“염 선생님, 왜 포스를 그냥 보내신 겁니까? 그 사람의 손엔 그 물건이 있는 데요.”노신기가 말하는 건 바로 유동심연에 관한 남은 지도였다.“안 급하니까요. 저는 전부 동시에 해결할 생각입니다.”염구준은 남은 지도를 잊은 게 아니라 판을 짜고 있는 것 뿐이었다. 괜히 먼저 놀래키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나머지 지도는 총 여섯 장으로, 한 장이라도 빠지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만약 오늘 포스에게 있는 지도를 억지로 빼앗았더라면, 모두가 그가 지도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럼 스텔라성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오오! 과연 생각이 깊으십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상대방이 아까 포스를 놓아주었던 이유를 깨달은 노신기는 감탄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이제서야 그는 염구준이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염 선생님, 아까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맞아요, 오늘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천기문은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이 술은 저희의 마음입니다. 받으시죠!”사람들은 몰려와서 염구준을 향해 감사인사를 하며 존경이 담긴 마음으로 술을 따랐다.“별말씀을요. 캐틀린 가문과의 일은 저 때문에 벌어졌는 걸요.”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한 뒤,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지금 사근사근한 모습을 보면 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어대던 강자였다는 게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강대한 캐틀린 가문의 가주의 무공을 두말없이 없애버리는 건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축제 분위기인 천기문과는 달리, 캐틀린 가문의 사설 병원의 분위기는 매우 숨 막혔다.중환자실의 두 침대에는 각각 코니와 포스가 누워있었다.무공을 못 쓰게 된 두 부자는 전부 눈에 빛이 사라진 채로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지금 포스는 반보천인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승산 따위는 1도 없다는 거다.“쿨럭, 그만해...!”포스는 더 이상 염구준을 시험할 배짱이 없어 피를 토한 뒤 명령을 내렸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천기문이 큰 타격을 받고, 캐틀린 가문이 합당한 명분을 가진 이 타이밍이 바로 천기문을 삼길 절호의 기회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이 모든 걸 다 망쳐서 다시 계획을 짜야만 했다.“가주를 보호하라!”정예들은 재빨리 뒤로 이동해 포스를 지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겉으로 보면 충성심이 넘쳐보이나,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저 살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포스가 죽으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말이다.“죽고 싶으면 계속 덤벼.”염구준은 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기운은 그의 감정처럼 요동쳤다.만약 포스가 정도를 모른다면 그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X발, 가자!”포스는 염구준을 원망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그러나 욕을 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포스를 향해 돌진했다.방금 전에 많이 봐줬는데도, 제게 욕을 내뱉은 상대방을 그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얼른 막아!”포스는 허겁지겁 명령을 내리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더러 염구준을 에워싸라고 했다.그는 거의 스무 명이 되는 전신과 전신위 경지의 강자들이라면 잠깐이나마 반보천인을 막는데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포스는 명령을 내리고는 차마 더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어마어마한 살기에 심장이 떨려와서였다.쿵!!그러나 염구준의 일격에 거의 스무 명의 강자들이 합심하여 만든 방어선이 단숨에 깨졌으며, 여럿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검결을 만들며 포스를 향해 공격했다.살기를 느낀 포스는 급히 몸을 돌려 막으면서 쇠망치를 날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큰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쾅!그러나 염구준
“그건...”노신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아무리 그래도 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표면적으로 보면 캐틀린 가문은 그들을 도와주러 온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그 사람은 제가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불만 있어요?”염구준은 천기문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서서 말했다. 이미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동심연에 관한 항해 지도 때문에 캐틀린 가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포스와 사이가 틀어져도 상관이 없었다.염구준이 불쑥 나서자 상대방이 이렇게 쿨하게 나설 줄은 몰랐던 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체 저희 아들이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까지 한 거죠?”전에 집사에게 염구준이 매우 강하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그는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지만, 염구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이걸 핑계 삼아 천기문을 삼키려고 했다.“그쪽 아들이 손버릇이 안 좋더군요. 그리고 제 물건을 훔친 것도 모자라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제가 당신을 대신해 교육까지 해줬는데, 싫습니까?”염구준은 간단하게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었다. 이건 포스의 체면을 깎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오만하다고?’천기문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포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였다.‘남의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 놓고, 불만있냐고 묻다니. 대단해.’그들이 생각했다.“너, 너무 오만하게 굴지마! 여긴 스텔라성의 영향권이니까!”완전히 화가 나버린 포스는 그동안의 가식은 전부 벗어던지고, 등 뒤의 거대한 권력을 앞세워 염구준을 압박하려 했다.이 지역에서, 스텔라성은 절대적인 왕이었다. 아무도 그곳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거다.그는 그의 협박이 통해서 상대방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는 염구준이 스텔라성 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