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받은 주치의는 이제마를 인정하며 천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의사들이 모두 나를 이제마라고 부른다네." 이제마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마! 주치의는 깜짝 놀랐다. 전설 속 그 사람, 그저 숨만 붙어있다면 뭐든지 고칠 수 있는 그 신의였다.실제로 존재했고, 지금 바로 눈앞에 있다!"신... 신의님,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요." 주치의는 순간 팬으로 바뀌었다.태세 전환이 너무 빨랐다."조금 자중하시죠? 다시 기절했잖아요." 염구준이 말했다. "괜찮아요. 기와 혈이 순조롭지 않을 뿐입니다. 침을 몇 번 더 놓으면 돼요." 이제마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이후, 용필은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이제마는 계속해서 침을 놓았다. "이모, 안심하세요. 신의님이 치료하시면 곧 괜찮아질 겁니다." 손가을이 위로했다. "그래!" 다른 방법이 없었던 이모는 믿어 보기로 했다.밤이 되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던 염구준과 다른 이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아빠!" 발소리를 들은 염희주가 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 묵직하고 안정적인 소리는 틀림없이 아빠의 발소리였다."우리 천사 아가씨 점점 예뻐지네." 염구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염희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좋아, 내일 엄마랑 같이 가자!" 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 딸과 아내를 바라보며 이것이 행복이라고 느꼈다.반디는 청해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으로, 항상 북적였다.오늘은 햇빛이 찬란했다. 염구준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아빠, 설탕 과자 먹고 싶어요." "그래!" "아빠, 솜사탕!" "그래!" "아빠, 롤러코스터 탈래요." "안 돼, 그건 위험해." 즐겁게 놀다 보니 어느새 반나절이 지나갔다. 즐거운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흘러간다! "힘들지?" 염구준은 물티슈를 꺼내 아내의 땀을 닦아주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슈퍼맨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높이?’“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남자 아이를 품에 안은 한 여인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염구준이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인사받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옆으로 고개를 돌린 염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내와 딸이 없어졌다.“꼬마야, 그런데 어쩌다가 저기까지 올라가게 된 거야?”염구준이 아이에게 물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상한 아저씨가 갑자기 절 저기에 매달았어요.”아직 진정되지 않았는지, 남자 아이가 울먹이며 답했다. 염구준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범인이 짐작되지 않았다. 그는 우선 멀리 가지 못했을 범인을 찾아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검은 로브를 입은 두 인영이 손가을과 염희주를 끌고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천무산, 그는 단번에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죽을라고!”염구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으리라!반면, 검은 로브 인영들은 손가을과 염희주를 재촉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빨리 움직여!”“아저씨들 나빠! 아빠가 오면 다 혼내 줄 거야!”염희주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 어린 게 아주 입이 험하구나. 얼굴에 칼자국 내줘?”두 인영 중 한 명이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협박했다. “그냥 아이잖아. 건드리지 마!”손가을이 기겁하며 아이를 자기 뒤로 숨겼다. “우리 아빠 최강이야! 난 아저씨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하지만 염희주는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큭, 그럼 어디 너희 아빠보고 지금 오라고 해!”남자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아주 완벽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절대로 단기간 내에 염구준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이때,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트럭의 엔진 소리가 점점 커지며 거리가 바짝 좁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내와 딸이 지금 납치되어 있는데, 눈에 뵈는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염구준은 자신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엑셀을 밟았다. “이런! 차에서 뛰어내려!”뒤늦게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느낀 소대장이 외쳤다. 이렇게까지 염구준이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앞 차량에 탑승했던 소대장과 부대원들은 살기 위해 창문을 통해 몸을 내던졌다.염구준의 트럭과 아우디가 충돌했다. 아우디는 찌그러진 고철덩어리가 되어 옆으로 밀려났다. 충돌 저항력이 앞도적으로 높은 허머 트럭의 위세는 대단했다. 트럭은 충돌에도 약간 범퍼만 찌그러졌을뿐, 아주 멀쩡했다. “헉!”탈출한 사람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들은 거의 폐차가 되다시피 찌그러진 저 차량과 함께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달리던 염구준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췄다. 앞 차량과 충돌하면서도 멈추지 않던 사람이 도대체 왜?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이들은 곧 깨달았다. 그들이 앞에 끼어드는 바람에 손가을과 염희주를 태운 차가 성공적으로 염구준의 시야에서 탈출했음을.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을 일으키며 검은 타이어 자국을 남겼다. 이어서 염구준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아직 멍하니 바닥에서 못 일어난 남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내 아내와 딸을 어디로 데려갔지?”염구준이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놈을 죽여라!”남자들도 모두 극한의 수련을 받은 정예 주술사들이었다. 일대일은 자신이 없었지만, 한 명이 아니었기에 서로 협력한다면 분명 염구준을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그들은 확신했다. “말 안 할 거면 죽어!”아내와 딸이 걸린 문제였다. 염구준은 평소와 달리 전혀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기에, 곧바로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해 순식간에 적들을 쓰러뜨렸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은 단 한 명, 소대장뿐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두 분을 풀어줘!”청해시에 있는 산업 중에 손씨 그룹 소속이 아닌 산업은 매우 드물었다. 그만큼 손씨 그룹은 청해시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손가을과 그의 가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주술사들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들에겐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죽여! 하나도 남김 없이!”곤래가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전투라고 보기 어려운,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손가을은 자신들 때문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모습에 너무 안타까워 눈물 범벅 된 얼굴로 애원했다.“제발, 여러분. 이러지 마세요. 저희들 때문에 희생하지 말아요.”하지만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앞을 가로막았다.“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는 게 다 누구 덕분인데,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사람들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손가을을 위로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기업, 추운 겨울 두꺼운 이불 하나 없을 때 보내준 따스함,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리라 사람들은 다짐했다.“으악!”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저항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최소 중상, 많게는 사망, 모두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불을 만난 불나방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뛰어들고 또 뛰어들었다. 손가을을 제발 그만하라며 절규했지만, 이들은 멈출 줄 몰랐다. 염희주 또한 이들의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한 사람이라도 더 기억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반인, 결국 주술사들의 승리로 끝났다. 손가을과 염희주는 강제로 미리 준비된 유람선 쪽으로 끌려갔다.“젠장, 뭔 미친놈들도 아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니!”곤래가 손에 묻은 피를 옷에 닦으며 욕을 퍼부었다. 이런 희생정신은 그와 같이 이기적인 주술사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대 이때, 염구준의 트럭이 항구 입구로 들어섰다. 그는 차를 멈춘 즉시 곧바로 유람선을 향해 날다시피 달렸다. 하지만 유람선은 이미 출발했고, 곤래는 조금씩
동시에 자동차 지붕이 날아가며 염구준이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손에 이상한 것이 들려 있었다. 마치 앉아 있던 좌석을 뜯은 듯, 검고 네모난 무언가가 허공을 나르며 유람선과 바다로 추락하고 있는 트럭 사이에 던져졌다. 닿을 수 없는 곳에 닿기 위해, 공간을 메꿀 수 있는 디딤돌을 좌석 쿠션으로 대신한 것이다. 염구준은 허공을 뛰어오른 뒤, 유람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중간에 있는 좌석 쿠션을 한 번 더 밟아 기어이 유람선과 가까워졌다. 이제 정말 목표지가 코 닿을 거리!이 모든 과정은 그가 부두를 향해 돌진한 순간부터 미리 계획한 것이었다. “곤래 형님, 어떻게 해요? 저 미친놈이 진짜 넘어왔어요!”사람들이 당황하며 우왕좌왕거렸다. “모두 난간 쪽으로 간다! 절대로 배에 올라타지 못하게 해!”그러자 즉시 모두 난간 쪽, 염구준이 날아오고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곤래 본인은 최대한 뒤쪽, 멀리 물러섰다.“당장 막아!”긴장된 상황 속, 사람들은 곤래가 뒤로 도망간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했다. 왔다! 염구준이 점점 가까워졌다. 주술사들은 일제히 경계를 풀지 않고 공격태세를 취했다. 상대는 공중에 떠 있는 불안정한 상황, 절대적으로 자신들이 유리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 “흥, 멍청이들. 내가 당해줄 것 같아?”적의 의도를 파악한 염구준이 냉소를 지었다. 이런 전술은 그에게 무의미했다. 유람선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강력한 기운이 담긴 주먹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다.“젠장! 우리의 공격이 놈에게 닿지 않는다!”몇몇이 상황을 파악하곤 외쳤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주술사들은 한순간에 날아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이게 바로 레벨 차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경지!“긴말 안 하겠다. 내 아내와 딸, 풀어줘. 그러면 너희들은 온전한 시체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을 거야.”염구준이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이러면 안 되지. 말 그대로 우리가
이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났다.“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염구준이 부드럽게 말하며, 손가을과 딸이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그제야 비로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제때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둘이 주술사들의 영역에 끌려갔다면 그 짐승들이 무슨 짓 할지 몰랐다. “역시 아빠, 세상에서 제일 최고예요!”염희주가 기뻐하며 방방 뛰었다. 하지만 피가 낭자한 현장, 염구준은 혹시나 딸이 보게 될까 얼른 자제했다.“여기서 이러지 말고, 엄마랑 저쪽 가서 바다 좀 보고 있어.”양팔이 잘린 채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어린아이에겐 너무나도 잔인했다. 손가을도 상황을 이해하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딸을 데리고 멀찍이 떨어졌다.그렇게 잠시 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염구준은 얼굴을 굳히며 곤래 앞에 섰다. “자, 이제 말해. 왜 내 딸과 아내를 납치했지?”“하, 뭘 당연한 걸 물어? 널 천무산으로 유인해 죽이려고 그랬지.”곤래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난 너희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는데, 너희는 원수로 갚는구나!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군!”염구준이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 반드시 이 원한을 갚으리라 결심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른다고? 그건 누가 할 소리. 너 때문에 천무산에서 키운 성충 두 마리도 죽었지, 산주님이 얼마나 노여워했는 줄 알아? 천무산을 적으로 돌린 이상, 넌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어!”어차피 죽을 목숨, 곤래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며 염구준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 했다. 천무산 같은 거대한 세력이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세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천무산? 별 대단하지도 않는 놈들이, 소란스럽게 굴어!”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그래 어디 주둥아리 실컷 놀려. 하지만 곧 실감하게 될 거니까!”곤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이제 말하는 것도 힘겨웠다. 염구준이 아무리 강해도 한 명, 혼자서는 결코 천무산을 상대할 수 없을 거라 확신했
“해독제 내놔.”염구준은 덧붙이는 말없이 바로 용건을 꺼냈다.“선생님, 같은 주술사라고 해서 서로의 독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만든 독이 아닌 이상 해독하기 어렵습니다.”한 주술사가 급하게 해명했다.“정말 방법이 없어?”염구준이 차가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정말 없습니다. 타인의 만든 독을 해독할 줄 아는 주술사는 없어요. 아무리 경험이 많은 주술사가 와도 마찬가지입니다.”주술사가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어!”염구준이 냉혹하게 말하며 남은 주술사들을 모조리 죽였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해독제를 찾을 수 없다니, 말도 안 된다. 신무 옥패에도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룬다는 문구가 있다.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괴로워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염구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이제마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전주님, 용필의 상태는 많이 진정되었지만, 완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그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염구준은 이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독에 중독된 딸을 떠올리며, 그는 부디 이제마가 치료할 방법이 있길 바랐다. 곧이어 유람선이 항구로 다시 돌아왔다. 염구준은 잊지 않고 사람을 불러 부두에 있는 부상자들을 모두 병원으로 옮기게 했다. 치백 병원.염구준이 잠든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독, 치료 가능할까요?”처음보는 절박한 표정, 하지만 이제마는 호언장담할 수 없었다.“치료할 수는 있지만, 못해도 일 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결코 그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거예요.”불면 날아갈까, 잡으면 깨질까,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고통스러워할 모습을 생각하니, 염구준은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주술사가 만들어낸 독에 능통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수안이었다. 염구준은 복도로
그렇게 수안의 비명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겼다.염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음에 확실했다. 그는 손가을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 뒤, 곧바로 병실을 나와 무리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속은 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무리안, 전갈문.적의 침공을 받고 두시간, 고위층을 포함한 전갈문 사람들은 대나무 숲에 고립되었다. “문주님, 어떻게 하죠?”피투성이가 된 한 전갈문 장로가 물었다.“일단 기다려 보세요!”수안이 가부좌를 틀며 최대한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공격한 이들은 천면 가문 고수들로, 수안은 좀 전에 변장술로 위장해 접근해온 사람에 의해 옆구리에 칼로 베인 상처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이 변장술에 당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전갈문 대다수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들은 익숙한 얼굴로 변장해, 순식간에 기습을 해왔다. 전면전을 할 차례도 없었다. “여기서 뭐해? 죽여주길 기다리는 거야?”이때, 한 남자가 여러 사람들을 대동한 채 크게 웃으며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이름은 천면진, 천면색용의 아버지로 천면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나무 숲 미로를 뚫었지?”전갈문 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대나무 숲 미로는 변화무쌍한 함정이 설치되어 있어 전갈문 제자들조차 가끔 길을 잃을 정도였다. 그런데 외부인이 무슨 수로 이 짧은 시간 내에 뚫고 들어왔을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하, 뭘 당연한 걸 물어? 당연히 너희 중에 우리가 심어놓은 내통자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그 말을 들은 전갈문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금 남아 있는 건 대부분 전갈문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배신자가 있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이건 천면진의 함정이었다. 전투 없이, 말 한마디만으로 내부 분열을 일으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