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났다.“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염구준이 부드럽게 말하며, 손가을과 딸이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그제야 비로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제때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둘이 주술사들의 영역에 끌려갔다면 그 짐승들이 무슨 짓 할지 몰랐다. “역시 아빠, 세상에서 제일 최고예요!”염희주가 기뻐하며 방방 뛰었다. 하지만 피가 낭자한 현장, 염구준은 혹시나 딸이 보게 될까 얼른 자제했다.“여기서 이러지 말고, 엄마랑 저쪽 가서 바다 좀 보고 있어.”양팔이 잘린 채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어린아이에겐 너무나도 잔인했다. 손가을도 상황을 이해하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딸을 데리고 멀찍이 떨어졌다.그렇게 잠시 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염구준은 얼굴을 굳히며 곤래 앞에 섰다. “자, 이제 말해. 왜 내 딸과 아내를 납치했지?”“하, 뭘 당연한 걸 물어? 널 천무산으로 유인해 죽이려고 그랬지.”곤래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난 너희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는데, 너희는 원수로 갚는구나!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군!”염구준이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 반드시 이 원한을 갚으리라 결심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른다고? 그건 누가 할 소리. 너 때문에 천무산에서 키운 성충 두 마리도 죽었지, 산주님이 얼마나 노여워했는 줄 알아? 천무산을 적으로 돌린 이상, 넌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어!”어차피 죽을 목숨, 곤래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며 염구준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 했다. 천무산 같은 거대한 세력이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세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천무산? 별 대단하지도 않는 놈들이, 소란스럽게 굴어!”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그래 어디 주둥아리 실컷 놀려. 하지만 곧 실감하게 될 거니까!”곤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이제 말하는 것도 힘겨웠다. 염구준이 아무리 강해도 한 명, 혼자서는 결코 천무산을 상대할 수 없을 거라 확신했
“해독제 내놔.”염구준은 덧붙이는 말없이 바로 용건을 꺼냈다.“선생님, 같은 주술사라고 해서 서로의 독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만든 독이 아닌 이상 해독하기 어렵습니다.”한 주술사가 급하게 해명했다.“정말 방법이 없어?”염구준이 차가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정말 없습니다. 타인의 만든 독을 해독할 줄 아는 주술사는 없어요. 아무리 경험이 많은 주술사가 와도 마찬가지입니다.”주술사가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어!”염구준이 냉혹하게 말하며 남은 주술사들을 모조리 죽였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해독제를 찾을 수 없다니, 말도 안 된다. 신무 옥패에도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룬다는 문구가 있다.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괴로워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염구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이제마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전주님, 용필의 상태는 많이 진정되었지만, 완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그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염구준은 이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독에 중독된 딸을 떠올리며, 그는 부디 이제마가 치료할 방법이 있길 바랐다. 곧이어 유람선이 항구로 다시 돌아왔다. 염구준은 잊지 않고 사람을 불러 부두에 있는 부상자들을 모두 병원으로 옮기게 했다. 치백 병원.염구준이 잠든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독, 치료 가능할까요?”처음보는 절박한 표정, 하지만 이제마는 호언장담할 수 없었다.“치료할 수는 있지만, 못해도 일 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결코 그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거예요.”불면 날아갈까, 잡으면 깨질까,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고통스러워할 모습을 생각하니, 염구준은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주술사가 만들어낸 독에 능통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수안이었다. 염구준은 복도로
그렇게 수안의 비명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겼다.염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음에 확실했다. 그는 손가을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 뒤, 곧바로 병실을 나와 무리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속은 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무리안, 전갈문.적의 침공을 받고 두시간, 고위층을 포함한 전갈문 사람들은 대나무 숲에 고립되었다. “문주님, 어떻게 하죠?”피투성이가 된 한 전갈문 장로가 물었다.“일단 기다려 보세요!”수안이 가부좌를 틀며 최대한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공격한 이들은 천면 가문 고수들로, 수안은 좀 전에 변장술로 위장해 접근해온 사람에 의해 옆구리에 칼로 베인 상처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이 변장술에 당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전갈문 대다수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들은 익숙한 얼굴로 변장해, 순식간에 기습을 해왔다. 전면전을 할 차례도 없었다. “여기서 뭐해? 죽여주길 기다리는 거야?”이때, 한 남자가 여러 사람들을 대동한 채 크게 웃으며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이름은 천면진, 천면색용의 아버지로 천면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나무 숲 미로를 뚫었지?”전갈문 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대나무 숲 미로는 변화무쌍한 함정이 설치되어 있어 전갈문 제자들조차 가끔 길을 잃을 정도였다. 그런데 외부인이 무슨 수로 이 짧은 시간 내에 뚫고 들어왔을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하, 뭘 당연한 걸 물어? 당연히 너희 중에 우리가 심어놓은 내통자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그 말을 들은 전갈문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금 남아 있는 건 대부분 전갈문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배신자가 있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이건 천면진의 함정이었다. 전투 없이, 말 한마디만으로 내부 분열을 일으킬 수
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처음보는 남자, 천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넌 또 뭐야?”그 말을 들은 천면진은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오만하게 말했다.“나? 나는 천면 가문의 천면진이다!”외부 사람들은 그를 잘 모를지라도, 무리안에선 꽤 유명한 인사였다. “그래서?”염구준이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그에겐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천면 가문 사람이기만 하면 됐다. “….”그의 태도에 천면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었기 때문이다. 적과 부하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자신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그의 명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과도 같았다. 하지만 염구준은 그러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다. 그에겐 두려움이 없었다. 상대가 천면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염구준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닥치고 전형 상태에서 어떻게 다시 정상인으로 돌릴 수 있는지나 말해.”“전형?”천면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번뜩이며 염구준을 바라봤다.“너지? 내 아들을 죽이고 전형을 빼앗아 간 놈!”그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두 눈이 핏발이 서며 살기가 넘실거렸다.아들을 죽인 원수, 결코 용서치 않으리!“빼앗아갔다고?”염구준은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이 정도로 뻔뻔할 수가!“그래, 빼앗아갔지. 이 날강도 같은 놈아! 감히 내 물건을 빼앗아가고도 코빼기도 안 비쳐?”천면진이 큰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염구준을 향해 맹비난을 날렸다. “그래서, 어쩌라고? 원하는 게 뭔 데?”어차피 대화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상대, 염구준은 굳이 입 아프게 그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말을 끊었다. 강제로 용필을 전형으로 만들어 그가 움직이게끔 만든 상대가 도리어 비난을 쏟아 내다니!“전형을 넘기고, 스스로 무공을 전폐해.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천면진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었다. 그의 가장 큰 목적은 전형을 되찾는 것이었고, 그 다음이
슥삭, 반응할 틈도 없이 무언가가 사람들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천면진의 부하들이 돌덩어리가 된 듯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어서 우르르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처음 공격을 지시한 사람, 천면진 뿐이었다.“버러지 같은 녀석들, 시간 낭비하지 마라.”염구준이 홀로 부하들을 모두 처리하자, 천면진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렇게 강한 상대였을 줄이야!“직접 입을 열래, 아니면 내가 열게 만들어줄까?”염구준이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며 천천히 천면진에게 다가갔다.강약약강, 무리안 사람들은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자들에겐 굳이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었다.“잘 생각해. 나를 건드리면 천면 가문과 전면전이야. 그땐 진짜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할 거야.”천면진은 가문을 내세워서라도 어떻게든 염구준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싶었다. “그 또한 모두 쳐부수면 그만이지.”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까지 그와 싸워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면진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수단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미 싸우기도 전에 겁부터 먹었으니, 사실상 이미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역시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처참한 패배였다. 겨우 전신 경지밖에 안 된 그가 맞서기엔 염구준은 너무나도 강한 상대였다. “이제 말해!”염구준이 한 발로 그의 얼굴을 짓밟으며 차갑게 말했다.“퉷, 내가 겨우 이정도로 겁먹었을 것 같아?”천면진이 침을 내뱉으며 배짱을 부렸다. “죽이지 말고 내가 원하던 정보 알아내.”염구준이 전갈문 사람들에게 엄숙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네! 알겠습니다!”그러자 전갈문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모처럼 찾아온 복수의 기회였다. 이번 전투에 희생당한 동문 사람들을 위해, 철저히 고문하리라! 그렇게 천면진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 정말로 몰라요! 전형 치료은 족장님만 알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천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는 길을 안내하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염구준의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고 싶었기에, 어떻게든 견뎠다. 염구준도 마찬가지로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그가 아무리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무때나 사람을 패는 취향은 없었다. 하지만 하도 천면진이 믿음이 가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일행이 시장에 들어섰다. 굉장히 평범한, 이상할 거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때, 꼬르륵 누군가의 배에서 공복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 파는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에 허기를 느낀 것 같았다. 염구준의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수안이었다. 그녀가 민망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아니야. 일단 허기부터 해결하고 보자.”염구준이 고개를 돌리며 적당해 보이는 작은 노점식당을 가리켰다.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밥심이었다. 아무리 일정이 급하다고는 하지만, 굶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노점 앞으로 다가갔다. 솔솔 맛있는 볶음밥 냄새가 맡아지자 배고픔이 물밀 듯 밀려왔다. “여기 볶음밥 얼마예요?”수안이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오천 원이요.”그러자 밥을 볶고 있던 아주머니가 손가락 다섯개 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그럼 여기 특색으로 20개 먼저 주세요.”수안이 돈을 지불하며 말했다. 그들은 일반인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았기 때문에, 먹는 양도 많았다.“네?”아주머니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뭘 되물어? 빨리 내오기나 하지 않고!”천면진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며 평소대로 거만하게 굴었다.퍽! 그러자 곧바로 염구준의 주먹이 날아왔다.그제야 천면진은 다시 수그러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겁먹은 얼굴로 쭈그린 채 한쪽 구석으로 물러났다.“호오? 외지인들? 여긴 왜 왔
전방, 검은 물체가 물속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라버니, 저게 뭐예요?”수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물체를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염구준이라고 해서 알 턱이 없었다. “글쎄. 뭔지 모르겠지만, 빠르긴 한데 강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염구준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수안이 가리키고 있는 반향을 바라보며 답했다. 참 이상했다. 분명 기세는 대단했지만, 강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반면, 천면 가문 소년들은 달랐다. 이들의 얼굴엔 어느덧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촤라락! 검은 물체와의 거리가 가꿔질수록 거칠어지는 물결과 함께 배도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물체의 윤곽. 그것은 마치 가오리 같은, 축구장 절반 정도 되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뛰어올라!”검은 그림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배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것을 본 염구준이 수안에게 외치며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수안도 얼른 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쾅! 그리고 두 사람이 뛰어오른 동시에, 굉음과 함께 배가 반으로 부서지며 뒤집어졌다. 천면 가문 소년들은 두 사람과 달리 배에 앉은 상태에 봉변을 당했지만, 물에 빠진 상황에도 이상하게 침착해 보였다. 오직 천면진만이 약간 놀란 얼굴로 힘겹게 다시 반파된 나무조각 위로 기어올랐다. 도대체 방금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십 미터나 넘는 배를 이렇게 단번에 물속에서 부술 수 있었던 걸까? 염구준과 수안의 머리속에 온갖 추측들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남은 배 조각에 착지하며 유심히 그 검은 물체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천면진, 저건 뭐지?”염구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천면 가문 사람이니, 분명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호수 수호어입니다. 외부인이 오면 무조건 공격해요.”천면진이 좀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런데 넌 왜 겁억었어?”염구준은 좀 전에 천면진을 제외한 천면 가
“네!”수안은 대답 후 곧바로 기운을 펼쳐 공격을 시작했다. 호수 위에 붉은 색이 퍼졌다. 물 뒤로 떠오르는 피라냐의 숫자가 점점 늘어갔다. 그럴수록 검은 그림자의 크기도 작아졌다. 그렇게 한참, 이길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살아남은 피라냐들이 도망치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은 그제야 공격을 멈추고 아직 물에 잠겨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시답지 않은 함정에 빠질 정도로 우리가 만만해 보여?”그러자 천면 가문 소년들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호수를 수호하는 물고기들을 죽이다니, 가만두지 않겠어!”“아니, 이건 너희들이 죽인 거다. 만약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 물고기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다.”염구준은 정말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치료할 비법을 얻는 것이지 피라냐 학살 따위가 아니었다. “맞아. 쓸데없는데 시간 빼지 말고 얼른 섬으로 가자.”옆에 있던 천면진도 거들고 나섰다.“흥!”하지만 돌아온 것은 콧방귀였다. 이 상황을 통해 염구준은 다시 한번 천면진과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실감했다. “오라버니, 피라냐들이 돌아오고 있어요. 이전보다 수가 더 많아요.”수안이 무리 지어 다가오는 피라냐들을 보며 살짝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전에 공격으로 그녀는 이미 많은 기운을 소모한 상태였다. 다시 피라냐들이 공격해 온다면 버틸 수 없을 터였다. “아무리 죽여도, 여기 물고기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너희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천면 가문 소년 중 한 명이 조소를 날리며 오만하게 말했다.그들에게 이 피라냐는 그냥 일반 물고기가 아니었다. 수호신 그 자체였다. “지금이라도 이 물고기들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있다면, 물러나게 해. 아니면 전보다 더 큰 희생이 따를 거야.”염구준이 경고하듯 천면 가문 사람들을 훑어본 후,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매우 완고했다. 어디 해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