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 내놔.”염구준은 덧붙이는 말없이 바로 용건을 꺼냈다.“선생님, 같은 주술사라고 해서 서로의 독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만든 독이 아닌 이상 해독하기 어렵습니다.”한 주술사가 급하게 해명했다.“정말 방법이 없어?”염구준이 차가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정말 없습니다. 타인의 만든 독을 해독할 줄 아는 주술사는 없어요. 아무리 경험이 많은 주술사가 와도 마찬가지입니다.”주술사가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어!”염구준이 냉혹하게 말하며 남은 주술사들을 모조리 죽였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해독제를 찾을 수 없다니, 말도 안 된다. 신무 옥패에도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룬다는 문구가 있다.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괴로워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염구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이제마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전주님, 용필의 상태는 많이 진정되었지만, 완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그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염구준은 이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독에 중독된 딸을 떠올리며, 그는 부디 이제마가 치료할 방법이 있길 바랐다. 곧이어 유람선이 항구로 다시 돌아왔다. 염구준은 잊지 않고 사람을 불러 부두에 있는 부상자들을 모두 병원으로 옮기게 했다. 치백 병원.염구준이 잠든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독, 치료 가능할까요?”처음보는 절박한 표정, 하지만 이제마는 호언장담할 수 없었다.“치료할 수는 있지만, 못해도 일 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결코 그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거예요.”불면 날아갈까, 잡으면 깨질까,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고통스러워할 모습을 생각하니, 염구준은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주술사가 만들어낸 독에 능통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수안이었다. 염구준은 복도로
그렇게 수안의 비명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겼다.염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음에 확실했다. 그는 손가을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 뒤, 곧바로 병실을 나와 무리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속은 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무리안, 전갈문.적의 침공을 받고 두시간, 고위층을 포함한 전갈문 사람들은 대나무 숲에 고립되었다. “문주님, 어떻게 하죠?”피투성이가 된 한 전갈문 장로가 물었다.“일단 기다려 보세요!”수안이 가부좌를 틀며 최대한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공격한 이들은 천면 가문 고수들로, 수안은 좀 전에 변장술로 위장해 접근해온 사람에 의해 옆구리에 칼로 베인 상처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이 변장술에 당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전갈문 대다수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들은 익숙한 얼굴로 변장해, 순식간에 기습을 해왔다. 전면전을 할 차례도 없었다. “여기서 뭐해? 죽여주길 기다리는 거야?”이때, 한 남자가 여러 사람들을 대동한 채 크게 웃으며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이름은 천면진, 천면색용의 아버지로 천면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나무 숲 미로를 뚫었지?”전갈문 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대나무 숲 미로는 변화무쌍한 함정이 설치되어 있어 전갈문 제자들조차 가끔 길을 잃을 정도였다. 그런데 외부인이 무슨 수로 이 짧은 시간 내에 뚫고 들어왔을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하, 뭘 당연한 걸 물어? 당연히 너희 중에 우리가 심어놓은 내통자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그 말을 들은 전갈문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금 남아 있는 건 대부분 전갈문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배신자가 있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이건 천면진의 함정이었다. 전투 없이, 말 한마디만으로 내부 분열을 일으킬 수
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처음보는 남자, 천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넌 또 뭐야?”그 말을 들은 천면진은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오만하게 말했다.“나? 나는 천면 가문의 천면진이다!”외부 사람들은 그를 잘 모를지라도, 무리안에선 꽤 유명한 인사였다. “그래서?”염구준이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그에겐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천면 가문 사람이기만 하면 됐다. “….”그의 태도에 천면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었기 때문이다. 적과 부하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자신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그의 명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과도 같았다. 하지만 염구준은 그러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다. 그에겐 두려움이 없었다. 상대가 천면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염구준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닥치고 전형 상태에서 어떻게 다시 정상인으로 돌릴 수 있는지나 말해.”“전형?”천면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번뜩이며 염구준을 바라봤다.“너지? 내 아들을 죽이고 전형을 빼앗아 간 놈!”그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두 눈이 핏발이 서며 살기가 넘실거렸다.아들을 죽인 원수, 결코 용서치 않으리!“빼앗아갔다고?”염구준은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이 정도로 뻔뻔할 수가!“그래, 빼앗아갔지. 이 날강도 같은 놈아! 감히 내 물건을 빼앗아가고도 코빼기도 안 비쳐?”천면진이 큰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염구준을 향해 맹비난을 날렸다. “그래서, 어쩌라고? 원하는 게 뭔 데?”어차피 대화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상대, 염구준은 굳이 입 아프게 그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말을 끊었다. 강제로 용필을 전형으로 만들어 그가 움직이게끔 만든 상대가 도리어 비난을 쏟아 내다니!“전형을 넘기고, 스스로 무공을 전폐해.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천면진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었다. 그의 가장 큰 목적은 전형을 되찾는 것이었고, 그 다음이
슥삭, 반응할 틈도 없이 무언가가 사람들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천면진의 부하들이 돌덩어리가 된 듯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어서 우르르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처음 공격을 지시한 사람, 천면진 뿐이었다.“버러지 같은 녀석들, 시간 낭비하지 마라.”염구준이 홀로 부하들을 모두 처리하자, 천면진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렇게 강한 상대였을 줄이야!“직접 입을 열래, 아니면 내가 열게 만들어줄까?”염구준이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며 천천히 천면진에게 다가갔다.강약약강, 무리안 사람들은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자들에겐 굳이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었다.“잘 생각해. 나를 건드리면 천면 가문과 전면전이야. 그땐 진짜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할 거야.”천면진은 가문을 내세워서라도 어떻게든 염구준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싶었다. “그 또한 모두 쳐부수면 그만이지.”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까지 그와 싸워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면진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수단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미 싸우기도 전에 겁부터 먹었으니, 사실상 이미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역시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처참한 패배였다. 겨우 전신 경지밖에 안 된 그가 맞서기엔 염구준은 너무나도 강한 상대였다. “이제 말해!”염구준이 한 발로 그의 얼굴을 짓밟으며 차갑게 말했다.“퉷, 내가 겨우 이정도로 겁먹었을 것 같아?”천면진이 침을 내뱉으며 배짱을 부렸다. “죽이지 말고 내가 원하던 정보 알아내.”염구준이 전갈문 사람들에게 엄숙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네! 알겠습니다!”그러자 전갈문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모처럼 찾아온 복수의 기회였다. 이번 전투에 희생당한 동문 사람들을 위해, 철저히 고문하리라! 그렇게 천면진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 정말로 몰라요! 전형 치료은 족장님만 알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천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는 길을 안내하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염구준의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고 싶었기에, 어떻게든 견뎠다. 염구준도 마찬가지로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그가 아무리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무때나 사람을 패는 취향은 없었다. 하지만 하도 천면진이 믿음이 가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일행이 시장에 들어섰다. 굉장히 평범한, 이상할 거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때, 꼬르륵 누군가의 배에서 공복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 파는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에 허기를 느낀 것 같았다. 염구준의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수안이었다. 그녀가 민망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아니야. 일단 허기부터 해결하고 보자.”염구준이 고개를 돌리며 적당해 보이는 작은 노점식당을 가리켰다.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밥심이었다. 아무리 일정이 급하다고는 하지만, 굶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노점 앞으로 다가갔다. 솔솔 맛있는 볶음밥 냄새가 맡아지자 배고픔이 물밀 듯 밀려왔다. “여기 볶음밥 얼마예요?”수안이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오천 원이요.”그러자 밥을 볶고 있던 아주머니가 손가락 다섯개 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그럼 여기 특색으로 20개 먼저 주세요.”수안이 돈을 지불하며 말했다. 그들은 일반인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았기 때문에, 먹는 양도 많았다.“네?”아주머니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뭘 되물어? 빨리 내오기나 하지 않고!”천면진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며 평소대로 거만하게 굴었다.퍽! 그러자 곧바로 염구준의 주먹이 날아왔다.그제야 천면진은 다시 수그러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겁먹은 얼굴로 쭈그린 채 한쪽 구석으로 물러났다.“호오? 외지인들? 여긴 왜 왔
전방, 검은 물체가 물속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라버니, 저게 뭐예요?”수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물체를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염구준이라고 해서 알 턱이 없었다. “글쎄. 뭔지 모르겠지만, 빠르긴 한데 강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염구준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수안이 가리키고 있는 반향을 바라보며 답했다. 참 이상했다. 분명 기세는 대단했지만, 강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반면, 천면 가문 소년들은 달랐다. 이들의 얼굴엔 어느덧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촤라락! 검은 물체와의 거리가 가꿔질수록 거칠어지는 물결과 함께 배도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물체의 윤곽. 그것은 마치 가오리 같은, 축구장 절반 정도 되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뛰어올라!”검은 그림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배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것을 본 염구준이 수안에게 외치며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수안도 얼른 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쾅! 그리고 두 사람이 뛰어오른 동시에, 굉음과 함께 배가 반으로 부서지며 뒤집어졌다. 천면 가문 소년들은 두 사람과 달리 배에 앉은 상태에 봉변을 당했지만, 물에 빠진 상황에도 이상하게 침착해 보였다. 오직 천면진만이 약간 놀란 얼굴로 힘겹게 다시 반파된 나무조각 위로 기어올랐다. 도대체 방금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십 미터나 넘는 배를 이렇게 단번에 물속에서 부술 수 있었던 걸까? 염구준과 수안의 머리속에 온갖 추측들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남은 배 조각에 착지하며 유심히 그 검은 물체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천면진, 저건 뭐지?”염구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천면 가문 사람이니, 분명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호수 수호어입니다. 외부인이 오면 무조건 공격해요.”천면진이 좀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런데 넌 왜 겁억었어?”염구준은 좀 전에 천면진을 제외한 천면 가
“네!”수안은 대답 후 곧바로 기운을 펼쳐 공격을 시작했다. 호수 위에 붉은 색이 퍼졌다. 물 뒤로 떠오르는 피라냐의 숫자가 점점 늘어갔다. 그럴수록 검은 그림자의 크기도 작아졌다. 그렇게 한참, 이길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살아남은 피라냐들이 도망치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은 그제야 공격을 멈추고 아직 물에 잠겨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시답지 않은 함정에 빠질 정도로 우리가 만만해 보여?”그러자 천면 가문 소년들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호수를 수호하는 물고기들을 죽이다니, 가만두지 않겠어!”“아니, 이건 너희들이 죽인 거다. 만약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 물고기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다.”염구준은 정말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치료할 비법을 얻는 것이지 피라냐 학살 따위가 아니었다. “맞아. 쓸데없는데 시간 빼지 말고 얼른 섬으로 가자.”옆에 있던 천면진도 거들고 나섰다.“흥!”하지만 돌아온 것은 콧방귀였다. 이 상황을 통해 염구준은 다시 한번 천면진과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실감했다. “오라버니, 피라냐들이 돌아오고 있어요. 이전보다 수가 더 많아요.”수안이 무리 지어 다가오는 피라냐들을 보며 살짝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전에 공격으로 그녀는 이미 많은 기운을 소모한 상태였다. 다시 피라냐들이 공격해 온다면 버틸 수 없을 터였다. “아무리 죽여도, 여기 물고기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너희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천면 가문 소년 중 한 명이 조소를 날리며 오만하게 말했다.그들에게 이 피라냐는 그냥 일반 물고기가 아니었다. 수호신 그 자체였다. “지금이라도 이 물고기들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있다면, 물러나게 해. 아니면 전보다 더 큰 희생이 따를 거야.”염구준이 경고하듯 천면 가문 사람들을 훑어본 후,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매우 완고했다. 어디 해보라는
피라냐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졌다. 염구준은 이제 앞을 내다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피라냐 무리는 이빨이 부러지는 것도 상관치 않고 끊임없이 염구준의 보호막을 갉아먹었다.우웅!염구준의 몸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온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기세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 위력에 피라냐들이 죽으며 드디어 가려져 있던 시야가 트였다. 이때, 염구준의 시야에 뭉쳐진 수초 같은 것이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그것은 사람이 맞았다. 수초로 만들어진 위장복을 입은 남자!염구준은 빠르게 물속을 갈라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남자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주먹에 강타당해 코와 입에 피를 뿜으며 뒤로 밀려났다. 생각보다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하지만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던 남자가 갑자기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솟구치는 진흙이 염구준을 완전히 감싸 안아 버렸다. 염구준이 뒤늦게 진흙속에서 빠져나왔을 땐,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남자는 물속에 있었음에도 평지를 거닐 듯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남자가 떠나자, 피라냐들도 함께 흩어졌다. 염구준의 추측대로 피라냐가 그토록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남자 때문이었다. 남자가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촤르륵!염구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강력한 기운을 담은 무언가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퍽! 염구준은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천면진, 지금 날 죽이려 해?”고개를 들어보니,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천면진의 얼굴이었다. “아! 염 선생님이셨구나, 죄송합니다! 저는 당연히 어류술사인 줄 알고….”그러자 천면진이 다급하게 손사례를 치며 답했다. 그는 천면 가문의 일원으로서, 무슨 이유로 피라냐들이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밝히지 않았던 것은, 이 일을 통해 염구준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자신한테 오히려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