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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흑풍구에서 그녀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바빌라는 항상 모두에게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며 함부로 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상대는 수안과 염구준, 통할 리가 없었다.

“쯧, 목소리 좀 낮춰. 나 일반인 아니야. 주술사야.”

수안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주의시켰다. 명색이 전갈문 문주, 연약한 여자 한 명 죽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최근 염구준이 그녀에게 살생을 좀 자제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바빌라는 진작에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뭐? 네가 주술사면 어쩔 건데?”

바빌라가 수안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꼬았다.

“이래서 머리 빈 것들은….”

수안이 헛웃음 지으며 땀을 닦는 척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손수건에 묻어 있던 미세한 가루가 흩날리며 바빌라에게 날아가 흡수되었다.

“머리 빈, 뭐? 감히 날 욕해? 당장 사람을 불러 네 년의 사지를 절단하겠다!”

든든한 뒷배가 생긴 뒤, 이런 모욕을 처음이었다. 바빌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매일 공주처럼 떠받들어지다가 욕을 받자 충격이 컸다.

“애송이, 뭘 그렇게 과하게 반응해? 혹시 지금 피부가 가렵지는 않아? 심장이 빨리 뛰거나.”

수안이 요염하게 웃자 볼에 매력적인 보조개가 파였다. 그런 다음 염구준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염구준은 그 시선의 뜻을 알아차렸으나, 문득 장난기가 치밀어 올라 못 알아들은 척 시치미 뗐다.

“그렇게 봐도 소용없어. 나 애까지 딸린 유부남이야.”

의도와는 다른 반응이 돌아오자 수안은 잠시 당황했으나, 속으로는 왠지 모를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러다 이내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 외모와 능력에 여자가 없는 것이 더 이상했기 때문이다.

한편, 바빌라는 어딘가 간지러운지 피가 베어 나올 정도로 온 몸을 긁기 시작했다.

“허, 허세는… 아, 근데 왜 이렇게 가렵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손톱은 온통 자신의 피와 살점들로 범벅 되었다.

“바빌라 씨? 왜 그러시죠?”

“더 긁지 마요. 더 긁으면 흉 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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