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 슥-길을 따라 걸어가던 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많은 화살이 날아왔다. 장치를 건드린 것이었다.그러나 염구준에게는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에 불과해 그의 보호 기운조차 뚫지 못했다.그러던 중 빛이 보였다!염구준은 갑자기 속도를 올려 지하 공간에 도착했다.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염구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여기는 여러 개의 독립된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방마다 한 사람씩 갇혀 있었고 그들의 몸 위에는 독충이 기어다니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었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어떤 이들은 독충의 독에 피부가 부식되어 보라색으로 변했거나 괴사되었다.살아 있는 사람으로 독충을 훈련시키는 것이었다!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어 보였다. 수안처럼 주술에 능한 자가 나서면 더 안전할 것이다.염구준은 분노를 억누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의 목숨을 풀처럼 여기는 그들에게 고통이 무엇이고 두려움이 무엇인지 똑똑히 가르쳐주고 싶었다.그는 독충 제작 구역을 지나 다른 방에 도착했다.여기에는 사람들이 좌우 양쪽에 갇혀 있었다. 외모로 보아 세계 각지에서 온 것 같았고 그 속에 용하 사람들도 있었다.염구준을 주술사로 알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눈에는 공포로 가득했다.방에서 끌려 나가면 대부분 독충 제작 도구로 전락한다."후!"염구준은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많은 사람을 죽이고 시체가 널린 현장을 보아왔지만, 모두 전사들 간의 일이거나 극악무도한 죄인을 죽이는 일이었다.무고한 백성을 해친 적은 없었다."너 누구야? 감히 여기에 들어와?"도전적인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염구준을 향해 걸어왔다. 기운을 보아 주술사임을 알 수 있었다."너희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눈을 번쩍 뜬 염구준은 살기로 가득했고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이렇게 분노하기는 오랫만이었다."허, 아바사의 부하들은 갈수록 무례해지는군." 그들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아 했
주술사들은 의아해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지?기이한 장면은 그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아아!"어느 한 주술사 앞에 다시 나타난 염구준의 주먹이 어느새 그 사람 몸통을 관통했다.강력한 힘으로 위세를 떨치던 주술사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저기다! 가서 죽여라!"주술사 대장은 주변 주술사들에게 명령했다.상대가 강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염구준이 너무 빨라서 도망치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스윽-염구준은 다시 한번 사라졌다.주술사 대장은 그의 희미한 잔상만을 볼 수 있을 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이 자식이!"주술사 대장은 화가 났지만, 감히 맞설 수는 없었다.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싶었지만, 손을 쓸 기회조차 없었다."아아!"비명이 이어지고 주술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공포가 빠르게 퍼져가고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지만 적은 보이지 않았다.멘붕이 온 몇몇 주술사들은 급기야 큰 소리로 외쳤다."다 보여! 숨지 말고 나와!""여기에 딱 서 있을 테니 나를 죽여봐.""무슨 일이라도 할 테니 제발 나는 살려줘."죽음 앞에서 그들의 반응은 모두 달랐다."너희는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지." 답하는 염구준의 목소리는 사방에서 울렸다.비명 소리는 계속되었고, 학살은 멈추지 않았다.눈을 가늘게 뜨던 주술사 대장은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들을 공포 속에서 죽어가게 만들려는 것이다.마치 독충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것처럼 말이다.이 사람은 그 죽은 자들을 위해 복수하고 있다."당장 성충님을 풀어라!"주술사 대장은 이를 악물며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만약 성충님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는 조직의 죄인이 되겠지만, 이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이 말에 염구준은 재빨리 나머지 주술사들을 처리하며 주술사 대장을 노려보았다."대장이 누구야? 성충은 또 뭐고?"만약 질문이 없었더라면, 그는 이미
전신보다 더 강하지만, 반보 천인에는 미치지 못했다.몸을 뒤집어 땅에 엎드린 지네는 몸을 흔들었다. 부딪힌 돌들은 어느새 가루가 되어 있었다.강력했지만 무식한 힘에 불과했다."껍데기의 방어력이 대단하군"염구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온 힘을 다해 두 주먹을 날렸지만, 껍질이 오목하게 변형되었을 뿐 확실하게 관통하지는 못했다.슉!거대한 지네는 몸을 튕기며 다시 염구준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강력한 성충이라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염구준도 응했다. 그는 몸을 한 번 흔들어 지네의 뒤로 이동해 위로 올라탔다.기운으로 감싼 주먹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미친 듯이 지네의 몸을 두드렸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주먹이 날렸다.아무리 방어력이 강해도 한계는 있었다. 염구준이 때린 곳은 이미 피와 살이 뒤섞여 흐릿하게 변했고, 약간 그을린 흔적도 있었다.지네는 몸을 뒤틀며 고통을 삼켰다. 이리저리 벽과 바위에 부딪히며 염구준을 떨쳐내려고 했다.그러다 전체 지하 공간이 흔들리며, 많은 돌과 바위들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이렇게 가다가는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반보천인과 전신의 에너지 파동은 매우 놀라웠다."가만히 있어!"염구준은 몸을 날려 지네의 머리 위로 올라가 촉각 두 개를 뽑아냈다.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네는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쳤다.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만약 울 수 있었다면, 눈물까지 흘렸을 것이다."내가 너 정도를 어찌 하지 못할까!"염구준은 지네를 들어 올리고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비늘과 녹색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껍질과는 달리 훨씬 부드러운 복부는 지네의 약점이었다.염구준은 지네를 옆으로 날려 보냈다.계속되는 강력한 타격에, 전신의 성충도 버티지 못하고, 몇 번 몸부림치다가 결국 꼼짝도 하지 못했다.죽은 것이다!염구준은 전의 공격이 지네를 죽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것은 진짜 죽었다.여기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염구준은 공포의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벌레에게 속은 기분이었다.죽은 척하며 이리저리 작전을 펼치는 걸 보니 꽤나 영리했다.하지만 오늘 맞딱뜨린 이상 염구준은 그것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염구준은 발끝으로 가볍게 점프해 거대한 지네가 만든 구멍으로 뛰어들었다."키이!"감각이 예민했던 지네는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을 느끼고 두려움에 찬 소리를 냈다.그 사람은 너무 강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지네는 어느 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사냥감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약 10미터 정도 내려가자 염구준도 바닥에 도착했다.얽히고설킨 동굴과 냄새를 보아 분명 그놈의 은신처였다.여러 갈래의 동굴을 마주한 염구준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냄새도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도 죽은 척하는 방법을 쓴 것 같았다."아!"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염구준의 기운이 사라졌다."......"이 모든 것을 감지한 거대한 지네는 상황이 유리해진 줄 알고 염구준에게 다가갔다.그것은 단지 벌레였기에, 모든 행동은 생물의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염구준 옆에 다가온 지네는 냄새를 맡았다. 불쾌해진 지네는 격노하며 한입에 물어뜯으려 했다.당장이라도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피를 몽땅 빨아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잘 차려진 밥상은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이빨이 부러졌다.염구준의 보호 기운은 그렇게 쉽게 깨질 수 없었다."하, 벌레와도 속임수를 써야 하다니."염구준은 몸을 뒤집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죽은 척하며 벌레를 속였던 것이다."키이!"지네가 포효했다.마치 "네가 감히 나를 속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염구준은 도망치려는 지네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따라가 지네를 두 동강 냈다.거대한 성충은 몇 번 몸부림치다 결국 죽었다.강력한 성충이 자신의 은신처에서 죽고 말았다.동굴 내의 하얀 뼈들을 본 염구준은 지네가 백번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 염구준은 무릎을 굽히고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오랜 시간이 흐르고, 슬픔에서 벗어 난 한 사람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지금 당장 지하실로 돌아가서 성충 지네를 위해 복수하겠다."그는 성충 지네를 자신의 아이처럼 매일 세심하게 돌보았다.하지만 회의에 잠시 나온 사이에 죽임을 당했다."맞습니다. 우리의 계획을 망쳤으니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옆에서 다른 이도 거들었다.격분한 몇몇 사람들은 성충 지네를 죽인 사람을 향해 이를 갈았다.그러나 고 대사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내일 철수한다!"부하들은 어리둥절했다. 평소 복수심이 강했던 고 대사가 이 상황을 그냥 넘기려 하다니, 믿기 어려웠다."성충 지네는 조직 계획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희가 돌아간다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어떤 한 부하는 포기하지 않았다."내가 설명할 테니,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고 대사는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몇 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기에 그도 마음이 답답했다."하지만......"부하는 덧붙이려고 하자, 고 대사가 격노했다."하지만 뭐? 성충 지네를 죽였다는 것은 상대의 전투력이 나와 맞먹을 거란 뜻이다.""게다가 상대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했으니, 무모하게 나서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조직에 불필요한 피해만 줄 거라고.""이 멍청한 것들아!"고 대사는 이 지역의 책임자로서 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모두들 머리를 숙이며 더는 말하지 못했다. 그중 오직 한 사람이 조심스레 물었다."지하의 독충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전부 포기한다!"고 대사는 다시 냉담한 표정으로 평온하게 말했다.성충 지네가 죽었으니 그 기지도 이제 필요 없었다. 다만 핵심 자료가 유출될 우려는 있었다.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됐어, 다들 흩어져. 각자 준비하고, 내일 아침 8시에 철수한다." 말을 마치고 소파에 기대어 앉은 고 대사의 모습은 매우 노쇠해 보였다.염구준은 이미 통로를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염구준은 그들이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도록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휘황 그룹과 주술사들을 모두 처리하고 나면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이 더욱 쉬울 거라 생각했다.사람들은 모두 그의 계획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꼭 저희를 구해 주세요. 가족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어요.""여기서 기다릴 테니 꼭 돌아오세요.""아저씨, 거짓말하면 안 돼요!"어린 소녀는 여전히 귀여웠다."약속할게! 거짓말하면 똥강아지야." 염구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염구준은 그들을 풀어주지 않은 채 그곳을 떠났다.그들이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위험에 처할까 봐서였다.지상으로 올라가니 이미 밤이었다.염구준은 먼 곳에 있는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불빛이 반짝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수영장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지하의 지옥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완전히 다른 두 세계였다.어둠 속을 바라보던 염구준은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배포가 있는데 숨어 있는 건가? 왜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붙으려 하지는 않지?"매복한 자들이 그를 무시하며 수군거렸다.스윽!그림자 두 개가 염구준 앞에 나타났다. 고 대사의 부하들이었다.고 대사는 지하 기지를 포기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그 둘은 참을 수 없었다.조직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으로 이렇게 큰 모욕을 당했다.무리안에서 누가 감히 그들에게 맞설 수 있을까."성충 지네를 죽인 게 너냐?" 그중 한 명이 물었다."오, 그놈을 기르는데 너희도 한몫한 모양이구나.""안타깝지만, 이미 내가 두 동강 냈어."염구준은 그들을 자극했다. 예상대로 배후의 주요 인물들은 밖에 있었다."아... 그것도 하나의 생명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어?" 주술사는 분노하며 소리쳤다."헉, 말도 안 되는 논리군.""독충을 만들 때 잡아먹힌 사람들은 생명이 아닌가?"염구준은 냉소하며 깊숙이 담아두었던 질문을 던졌다."하찮은 자들이 성충의 일부
“꺼져!”수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소리도 싸늘하게 가라앉으며 약간의 살기마저 느껴졌다. 남자의 말은 그녀가 하여금 전 문주에게 당했던 치욕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자극된 것이다.“거 되게 까탈스럽게 구네.”남자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줄도 모르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역겹고도 혐오스러운 모습이었다.“죽어!”수안이 살기가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전갈을 보내 그의 목을 찔렀다. 남자의 목을 찌른 전갈의 꼬리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었다.“악!”남자가 비명과 함께 입에 거품을 문 채 바닥에 쓰러졌다. 전신 경지에 가까운 독충이 품은 독은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 사람이 죽었어!”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남자가 죽어가는 과정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흩어졌다. 마냥 예쁘기만 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높은 경지를 가진 주술사였다!이때, 염구준이 수영장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수안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또 사고 쳤어?”“아니, 먼저 시비를 걸잖아요.”수안이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답했다. 전갈문 사람들이 봤더라면 기겁할 모습이었다. 그만큼 수안은 염구준을 의지하고 있었고,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이런 표정이 튀어나왔다.염구준은 철없는 여동생을 보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상대가 어느 경지에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함부로 건드리다니,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 수안도 수안이지만, 죽은 남자가 한심스러웠다.“그 쪽은 일 잘 해결됐어요?”수안이 전에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물었다.“순조로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어.”염구준이 솔직하게 알려주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수안이 눈을 반짝이며 존경어린 표정으로 감탄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저 남자가 남자친구인가 보네. 그런데 차림새가 좀 촌스럽지 않나?”“예쁜데 강하기까지? 정말 아깝다, 아까워.”“내가 10년만
“아바사, 너 죽고 싶어?”옆에 있던 고 대사가 고함을 쳤다. 어느 조직이던 배신자를 용납할 리 없었다.아바가사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애서 담담한척 답했다.“하하, 그렇게 말할 것까지 있나요? 저희가 발전하려면 이정도에서 서로 헤어지는 것이 나아요.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저희가 상납한 돈이 얼마인데, 충분히 벌지 않으셨나요?”아바사는 결코 의지할 곳이 없이 막 나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면전을 반가워할 인물도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 나오자 고 대사 옆에 함께 있던 몇몇 주술사들이 항의하려 들었지만, 고 대사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손을 들어 제지했다.“아바사, 좀 전에 했던 말 취소해. 그럼 오늘 있었던 일 다 없던 걸로 해줄게.”이것은 고 대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였다. 하지만 아바사는 이 말을 듣자 돌연 얼굴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고 대사, 당신도 이제 좀 적당히 하지 그래? 그쪽이 뭔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야?”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한 번에 폭발했다. 그러더니, 돌연 고 대사한테서 시선을 떼더니 수안을 향해 삿대질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너, 네가 전갈문 문주면 다야? 감히 날 무시해?”수안은 뜻밖의 공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안 봐준다. 배신사에겐 죽음뿐! 쳐라!”고 대사가 옆에 있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배신자가 나타난 이상, 그는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기회를 줬는데도 못 잡은 건 상대였다. 봐줄 이유가 없었다. 고 대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변에 있던 주술사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먼저 공격한 건 그쪽이니, 날 원망하지 마라.”아바사가 전혀 두려움이 없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부하들도 앞으로 나섰다. 그들 손엔 모두 처음보는 형태의 무기들이 들려 있었다. 곧이어 그것이 공격해오는 주술사들을 향해 겨누었다. 저게 뭐지? 주술사들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발사!”아바사의 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