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선생님, 귀호가 지금 저희 힘 빼려고 이 짓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제정도가 이상함을 느끼고 말했다.“알고 있어요.”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는 진작에 귀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제정도에겐 차이가 있었겠지만, 염구준에겐 이 정도는 힘쓴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그럼 계속 위층으로 올라갈까요?”귀호의 의도를 알았다고 해서 제정도에게 달리 방법이 없었다.“물론 올라가야죠. 하지만 방법은 좀 바꾸도록 할까요?”염구준이 창 밖을 바라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창문 앞쪽으로 다가갔다. 제정도는 곧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정도는 당황스러웠다. 염구준이면 모를까, 그는 맨몸으로 벽을 타본 경험이 없었다.“잠시만 기다려요.”염구준은 발에 기를 모아 강한 흡입력을 만들었다. 그는 마치 평지를 걷듯 벽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보채성맹 빌딩 꼭대기 층.귀호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의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함정이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35층 함정을 마지막으로 염구준과 제정도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설마 딸 구하는 걸 포기했나?’만약 진짜라면 함정을 꾸리기 위해 들인 그 많은 자본이 헛되게 된다. 거기에 상대는 전신 경지 강자, 원한을 품었으니 분명 추후에도 복수하려 들 것이다. 그럼 귀호는 앞으로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그건 정말 골치 아픈 것이었다. “거기 너, 지금 아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봐.”귀호가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명령했다. “그게… 놈들이 35층 함정에 걸려든 뒤로, 계속 잠잠합니다.”부하도 당혹스러웠다. 매층마다 감시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어디든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모든 것을 파악하긴 어려웠다.“무능한 놈들. 겨우 두 놈이다. 겨우 두 놈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다니!”귀호가 분노를 표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죄, 죄송합니다. 그래
이것이 바로 실력 차이, 이들은 마치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쓸모 없는 것들!”귀호가 욕설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뒤로 물러나며 옆에 있던 두 강자를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왜 움직이지 않지?”“우린 제정도 때문에 온 거지, 다른 사람 상대하라는 얘긴 없었잖아.”두 사람 중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러니까, 사람 추가할 거면 금액도 추가해야지!”나머지 한 사람도 맞장구 치며 교활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두배 줄게.”귀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둘이 염구준과 싸우다 죽길 바랐다. 그러면 한 푼도 주지 않고 끝낼 수 있을 테니까.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체된 사이, 제정도가 밧줄을 타고 슉하고 꼭대기 층에 나타났다. “귀호, 당장 내 딸 풀어!”원수가 눈앞에 있으니, 제정도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귀호에게 달려갈 듯 온 몸에서 전신 영역을 끌어올렸다. 딸이 납치되어 있는 상황에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과연 몇이나 될까?“당신들도 당장 움직여! 제정도 죽여야지!”귀호가 큰 목소리로 외치며 동시에 전신 영역을 펼쳤다. 사실 그도 얼마 전에 전신 경지를 돌파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수는 늘 삼할의 실력을 숨겨야 하는 법,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비장의 카드를 쓸 날이 왔다. 무슨 일이 있던 오늘 제정도는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으리!“그래, 알겠어. 도와주지!”그 말과 함께 두 고수 중 노인이 기괴하게 웃으며 끔찍하게 생긴 붉은 두꺼비를 꺼내 공격 태세를 취했다. 함께 힘을 합친다면 제정도 정도는 손쉽게 제거할 수 있으리, 노인은 자신했다.“누굴 상대한다고?”염구준이 몸을 날려 그들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비켜, 난 네놈 따위와 놀 시간 없다.”노인이 몸을 비틀며 염구준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염구준이 더 빨리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다시 가로막았다. “수안, 너도 같이 도
“맞혀봐.”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약 올렸다.“늙은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염구준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무섭도록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기꺼이 죽이지 않고 봐줬더니, 상대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흥, 난 남북을 누비며 온갖 일들을 겪었다. 너의 공격 속도는 인정하지만, 그 뿐이다.”노인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멍청하긴, 설마 진짜 내가 속도만 빠른 것 같아?”그 말을 끝으로 염구준의 모습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 앞까지 다가왔다. 전신 영역!노인은 당황하기도 잠시, 정면전이라면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약 백여 마리 되는 두꺼비를 소환했다. 같은 전신 경지 고수라도 싸움에는 먼저 영역을 펼치는 사람이 승산이 더 높았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하!”염구준이 기합 소리와 함께 오른손 주먹에 기를 모으며 정면으로 노인이 펼친 정신 영역에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노인이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 상태를 보니, 뼈도 여러 개 부러진 것 같았다.“터져라!”이때, 노인이 미약한 소시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백여 마리가 되는 두꺼비들이 동시에 폭발하며 사방에 독액을 뿌렸다. 지독한 냄새가 온 공간을 지배했다. 전신 경지 중기나 되는 고수가 이토록 쉽게 패배할 줄이야!귀호는 제정도과 꽤나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는데, 염구준 쪽에 일어난 소란 때문에 잠시 집중력을 잃고 가슴에 한방 맞고 말았다.“크헉!”고통을 느낀 귀호가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렀으나,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고수들의 대결에서 한눈을 판다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귀호는 위기감을 느꼈다. “수안 문주, 이제 좀 도와주지!”귀호가 아직 움직이고 있지 않는 유일한 아군, 수안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는 수안이 나서면 그 틈을 타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내가 왜? 둘 다 당한
“좋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대신 먼저 사람부터 확인해야겠어.”염구준이 바로 대답했다. “제정도 문주도, 당신도 동의하지?”귀호가 다시 확인 사살했다.염구준은 잘 모르겠지만, 대염무관 문주는 이 지역에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약속해준다면 귀호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염 선생님이 그러시겠다면, 나도 따르지.”제정도가 답했다.“좋아, 남자라면 한 입에 두말하지 않겠지.”귀호가 이 말을 끝으로 주머니에서 리모컨 하나를 꺼내 눌렀다.그러자 그림이 걸려 있던 벽 한쪽이 서서히 갈라지더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곧이어 작은 소녀가 조용히 한쪽 구석에 웅크려 누워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제주아였다.“주아야!”제정도가 다급히 딸의 이름을 외치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계약서 내놔, 빨리.”귀호가 재촉했다. 비장의 카드까지 모두 보였으니, 얼른 원하는 것을 얻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서류 봉투를 귀호에게 던졌다.“하하, 드디어 손에 들어왔군. 도박장은 여전히 내 거야!”귀호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이곳은 보채성맹 본부이긴 했으나, 이미 염구준 때문에 함정들도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고, 지켜줄 사람도 없었다. 떠나야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거기 서. 왜 내 딸이 깨어나지 못하지?”제정도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보나마나 귀호가 또 무언가 했을 게 뻔했다.“워워, 흥분할 거 없어. 약간의 독을 썼을 뿐이야. 여기서 안전하게 떠나는 즉시 해독제를 보내줄게.”귀호가 사악하게 웃으며 당장이라도 떠날 듯 몸을 돌렸다. “이놈! 사람과 계약서를 교환하기로 했잖아! 이제 와서 감히 이런 더러운 수단을 쓰다니!”그 말을 들은 제정도는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하게 쥐며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다. “에이, 나 약속은 지켰어. 사람은 넘겼잖아. 뭐가 불만이야?”귀호가 계약서를 품에 소중이 넣으며 문쪽으로 걸어갔다. “개소리 지껄이고 있네.”옆에서 듣고 있던 염구준이 차갑게 웃으
염구준의 말은 마치 비수처럼 귀호의 가슴을 꿰뚫었다.“죽어!”수안이 서서히 몸을 돌리며 황금색 등껍질을 가진 전갈을 어깨 위에 올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부상당한 귀호는 완전한 상태인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아악”!귀호는 절망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피투성이 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 도시를 점령하던 거물이 저물어갔다. 수안은 귀호를 제거한 뒤, 제정도 쪽으로 걸어가 제주아의 독을 풀어주었다. 한편, 염구준은 아직 죽지 않은 부상당한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오, 오지 마!”노인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외쳤다. 그에게 염구준은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옥패, 어디서 났지?”염구준은 노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가 알고 싶은 건 단 하나, 옥패뿐이었다.“주웠다!”노인이 다급히 외쳤다.“나 그렇게 인내심 많은 사람 아니야. 왜 자꾸 명을 재촉하는 말을 하지?”염구준이 온몸에서 기운을 끌어올리며 차갑게 말했다.“마, 말할게! 독무대회 초청장에 딸려왔어. 난 그냥 모양이 괜찮길래 목에 걸었을 뿐이야!”노인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해명했다.“정말?”염구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염 선생님, 저 말은 사실일 겁니다. 저도 하나 받았거든요.”그 말과 함께 수안이 품에서 같은 모양을 가진 옥패를 꺼냈다. 그제야 염구준은 노인의 말을 믿었다. 누군가가 이것을 미끼로 옥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유인하려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원하는 것을 얻자, 염구준은 노인을 풀어주었다. 그는 비록 한번 마음먹으면 손에 자비가 없었지만, 살생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정말?”노인이 믿기 어려운 듯 반문했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놓아주려 하다니,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왜, 왜 풀어주는 건데? 이유라도 알려줘. 안 그럼 풀려나도 불안하잖아!”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마음에 들어서. 됐어?”염구준이 귀찮은 듯 대답하며 노인한테 신경 껐다. 사실 이유라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제주아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아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주아야, 기억나는 거 없어?”제정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있어요. 언니랑 같이 놀이공원에 갔는데, 제가 깜빡 잠이 든 것 같아요. 맞죠? 그런데 저 왜 여기 있어요?”주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데리러 왔는데 네가 너무 푹 자고 있길래, 이쪽으로 옮겼어. 좀 더 자.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조금 걸려.”제정도가 다시 딸을 재우기 위해 어설프게 변명했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며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볼 수 없게 했다. “네!”제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잠에 들었다. 독은 거의 다 해독했지만, 아직 어린 제주아가 바로 컨디션을 회복하기엔 무리였다. 완쾌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수안은 제도주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지만, 염구준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귀한 가문의 약재도 내놓았다.“이 약,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게 하세요. 그럼 열흘 정도면 말끔히 나을 겁니다.”“감사합니다.”제정독가 약을 받으며 미소 지었다. 해독제가 있으니, 이제 딸의 안전도 확실해졌다. 그는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이후 제정도는 남은 귀호 부하들을 이끌고 대염구관으로 돌아왔다. 귀호가 죽었으니, 보채성맹도 지도자를 잃게 되었다. 제정도는 조만간 보채성맹을 인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전에 염구준에게 했던 약속이었다.“염 선생님, 전에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셨던 거, 지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대염무관에 돌아오자 마자 제정도는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용하국 사람들을 구하게 되면, 제 사람들을 보내 그들을 인수하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해서요. 가끔 힘들 땐 제가 직접 나설 때도 있을 거고요. 이게 답니다.”그 말을 들은 제정도는 얼굴이 환해졌다. 그도 염구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염구준이 먼저 언급해 주다니, 그
이후, 대염무관과 전신전 요원들은 서로의 협력 아래에 많은 용하국 사람을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드디어 정의가 실현되고 악이 모두 몰락한 밤이 찾아왔다. 어두웠던 도시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었다.염구준은 임무를 마치고 멀어져가는 헬리콥터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앞으로 조심하셔들. 바보같이 속지 말고.”물론 이것으로 다 끝나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무리안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도시였고, 언제 어디든 다시 비슷한 상황이 또 반복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염무관이 승세를 잡았으니, 같은 상황이 와도 이제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터였다.이때, 옆에 있던 수안이 다가와 물었다.“염 선생님, 저희 거기로 갈 건가요?”“아직 시간 남아 있으니, 갈 때 들러 보지 뭐.”염구준이 손에 든 옥패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무리안, 폭홍구!이곳엔 다양한 미디어 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평범한 영상 제작을 하는 곳도 있었지만, 좋지 않은 영상들을 제작하는 회사들도 있었다.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만큼, 폭흥구는 무리안 중심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번화한 곳이었다. 그 시각, 폭홍구 밖 숲 속에 수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잠복하고 있었다. 바로 염구준과 대염무관 사람들이었다.“염 선생님, 바로 움직일까요?”제정도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 전투 태세를 취하며 물었다.“기다리세요. 제가 먼저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본 다음에 움직이죠.”염구준은 가능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고 옥패의 단서를 알아보고 싶었다. 수안의 정보에 따르면, 오늘 대회에 참석하는 대부분이 그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옥패를 모조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마치 대놓고 미끼를 흔들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수안만 날 따라와.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서 일단 대기하고 있으세요.””여구문이 수안을 바라본 뒤, 대염무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모두 긴장하지 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세요. 준비되면 제가 바로 신호 보낼게요.”염구준이 조금도 긴장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다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몇이 몰려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여자들이 놀라 비명을 지었다. 하지만 아무리 비명을 질러봤자, 여기엔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한편, 아바사는 명령을 내린 뒤 깊은 곳에 있는 지하실로 내려갔다.“무기, 얼마나 더 걸려?”“거의 다 됐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마무리하면 곧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안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한 남자가 앉은 자리에서 대답했다. 이 남자는 아바사가 세상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꽤나 능력 좋은 과학자였다. 그리고 그의 취미가 바로 다양하고 기괴한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좋아!”답을 들은 아바사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사실 그에겐 뒤에 꽤나 강한 주술사 조직이 배후로 있어 이런 무기 연구 따위 안 해도 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점차 몸집이 커지면서 남의 밑에서 빈껍데기로 일하는 것에 불만이 생겼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주술을 익힐 수는 없었기에, 과학 기술 쪽에 눈길을 돌렸다. 폭풍전야, 겉으론 고요하기만 폭홍구지만, 사실상 속엔 당장 터져도 이상할 것 없는 큰 혼란을 품고 있었다. 한편, 폭홍구로 무사히 들어온 염구준과 수안. 둘은 거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거리에만 해도 촬영 팀들이 최소 수십은 즐비해 있었다. 그들 모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익숙한 건지, 싸움이 나도 주변에 돌아다니는 그 누구도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이들의 목에 모두 옥패가 걸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규칙을 정한 듯이.“염 선생님, 저기 몇몇을 좀 잡아서 신문해볼까요?”수안은 혹시라도 자신이 함부로 움직였다가 염구준의 계획을 망치게 될까 매우 조심이 행동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저들한테 물어봤자, 딱히 쓸만한 내용이 나올 것 같지 않아.”염구준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