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전존은 화려한 전투 갑옷을 입고 앞서 나아가자, 사대원 철위들 네 명은 관을 어깨에 메고, 연회장 대문을 직접 부숴, 주작전존을 따라 연회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관을 무겁게 땅에 내리치며 일제히 외쳤다."생신 선물을 바칩니다. 손씨 어르신, 기쁘게 받아주시길 바랍니다."“과… 관짝 아니야?”남목관을 본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칠순 잔치에 관짝을 들고 오다니. 이건 뭘 의미할까?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뜻으로 볼 수 없었다.일부러 손중천의 기를 채우려는 의도 외엔 보이지 않았다. 손중천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염구준, 이게 무슨 짓이야!”손중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참을 수 없는 화가 속에서 활활 타올랐다.칠순 잔치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염구준 때문에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더 이상 못 참아!“제 선물이 꽤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염구준은 당당하게 손중천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아내와 딸은 5년 동안 모욕과 괄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북부를 지키려고 5년이나 전장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렀지요. 정말 힘들게 고향에 돌아왔는데 처자식이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았으니 제 마음이 어떨까요?”“어르신, 말씀해 보시죠!”손중천은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무엄하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쏘아보며 고함을 질렀다.“염구준,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손가의 친척들과 친한 지인들도 분분히 염구준을 비난했다.“염구준, 이건 너무 몰상식하잖아!”“어디 어린 것이 어른 존경할 줄 모르고 설쳐? 죽고 싶어?”“서 대표님도 한말씀 하시죠. 저놈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살려서 돌려보내면 안 됩니다!”서재원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염구준, 너….”“아직 네 차례 아니니까 입 닥치고 있어!”고개를 돌린 염구준은 그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너와 손혜린도 죽어 마땅할 짓을 저질렀잖아!”“일주일 뒤에 희주 생일이야. 우리 딸 생일날에 너 손혜린이랑 손잡고 대문 앞에 찾아
그런데 이때!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기다란 검은색 롤스로이스 밴이 병원으로 서서히 들어오더니 진중기 일행 앞에서 멈춰섰다.전신전 전주 전용 밴이었다!“가을아, 희주야, 이제 내려.”먼저 차에서 내린 염구준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진중기는 의료진과 함께 다가가서 그들을 공손히 맞았다.“염 선생님, 이분이 손가을 씨겠군요? 저는 진중기라고 합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구 국내 최고의 이비인후과 전문가들이에요.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겠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부탁 드릴게요.”그런데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멀리서 이쪽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시비를 걸어왔다.“누군가 했더니 너희들이구나! 염구준, 손가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잘 봐!”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그의 장인 손태석의 형, 손태진이자 손씨 가문의 장남!“멍청한 녀석들!”손태진은 앞길을 가로막은 두 전사를 밀치고 경호원들과 함께 염구준에게 다가와서 삿대질했다.“군에 인맥이 좀 있나 봐? 뭐가 그렇게 잘나서 잘난 척이야?”“내 아들 입천장에 물집이 잡혀서 치료 받아야 한다고! 수족구병 알아, 몰라? 나 급해!”“어쩐지 한 선생이 오늘 결근이라더니 네 녀석이 잡아두고 있었구나! 시간 지체해서 내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부터 죽을 줄 알아!”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조금 전 손중천의 생신 잔치에서 보이지 않더니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방문했던 것 같았다. 누가 손중천 아들 아니랄까 봐 입만 열면 욕설이라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부자였다.손가을은 희주를 안은 채, 염구준과 손태진을 번갈아 보았다.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기대를 안고 용기 내서 병원에 왔더니 큰아버지를 만날 줄이야! 과거에도 큰아버지와 그녀의 아버지는 승계권을 위해 피 터지게 싸웠다.그 모습에 분노한 손중천은 승계권을 다음 대에 물려주겠다고 선포했고 그래서 데
"눈은 뒀다 뭐해!" 곽승환은 분노의 주먹과 발차기로 손태진을 때려눕혔다. 생사 불명할 정도로.또 한 발의 날려 차기로 옆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경호원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태진과 함께 모두 차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예의 바른 경례를 하고 시동을 걸어 떠났다.다시 한번 놀랐다!곽승환이 왔다 간 시간은 총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한마디만 하고 깔끔하게 상황정리 하고 축 늘어진 네 구의 몸통을 끌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이것이 바로 청해 군사 작전부 수장의 작풍이란 말인가?뜻밖이었다."꿀꺽!"손가을은 멍하니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다가 침을 삼켰다.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손을 들고 수화로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어떻게 마음속의 의문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정교하고 예쁜 눈썹을 가볍게 찡그려졌다. 말할 수 없이 귀엽고 이뻤다.염구준은 손가을의 귀여운 표정을 보고, 마음속이 부드러워졌다.만약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했을까?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장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을 것이다!"진 원장님." 고개를 돌려 진중기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 아내의 수술을 선생님이 직접 집도해 주세요!”“수술 과정에 가시화 최소침습술로 인후의 화상 흉터 표면을 제거하고 혈락신경을 모두 정리해 주세요.”"마지막으로…”말을 하다가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을아, 선생님한테 드려.”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작고 귀여운 분홍색 천어화를 조심스럽게 진중기에게 건넸다."이건…." 진중기는 꽃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공이 점점 커졌다.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뛰며 이마에 땀이 나고 손발이 심하게 떨렸다.이, 이, 이……전국에 한 송이밖에 없는 천조국 국주의 궁궐에서 정성껏 키워낸 진기한 품종, 천조국의 국화, 천어화였다.“이… 이 꽃은….”진중기는 두 손으로 천어화를 받들고 조심스럽게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는 긴장
“손혜린?”손혜린 세 글자를 보자 손태석은 좋았던 기분이 다 사라지고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5년 전, 그들이 손중천에 의해 가문에서 내쫓기는 상황을 만든 범인이 바로 손혜린이었다.거만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조카.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춤을 추더니 끝끝내는 손영그룹 부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평소에 그와 진숙영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고 툭하면 월급을 삭감하거나 주기로 한 보너스를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손 사장.”하지만 전화를 안 받으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을 알기에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로….”탁!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혜린은 인사자료를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손태석 씨, 진숙영 씨, 오늘 부로 해고예요.”“난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당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그래서 당신들이 여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죠.”“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당신들 그 잘난 사위 염구준이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요? 그 인간이 할아버지한테 선물이랍시고 관짝을 보냈어요!”쾅! 두드러지게 낡고 초라한 거실에서, 손태석이 벼락에 맞은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염, 염구준... '어르신님 칠순 잔치에 관을 선물로 보내다니?! 장수용 황금 불상을 준비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그게 어떻게 관으로 바뀌었지?!'"황금, 황금 불상 여기에 있어요."옆에서 진숙영의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렸고, 손을 뻗어 거실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그녀는 마치 냉기 가득한 지하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망했다!그들이 힘들게 모은 돈과 딸이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이 작은 황금 불상을 사는 데 사용했다. 그건 다 어르신의 칠순 잔치 자리에서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염구준이 생일잔치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고 이런 어리석은 짓까지 해버리게 된 것
'발신- 주작'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야 염구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엔 아직도 살기가 느껴졌다.'용운 그룹이 뭐길래?전 신전 전주의 수단이 무엇이지?’3일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오늘은 손영 그룹과 용운 그룹이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용운 그룹이라니!"용운 그룹의 거대한 사옥 앞에서 손혜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120여 층이나 되는 건물은 높이만 해도 400미터가 넘었는데 청해의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용씨 집안으로, 명성이 자자한 재벌가였다. 용운 그룹은 전국에 이미 수많은 지사를 두고 있었다. 손씨 집안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두 가문 사이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안녕하세요."손에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손혜린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차분하게 로비를 걸었다. 그녀의 가느다랗고 요염한 허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을 향해 미소 지은 손혜린이 용건을 말했다."용 대표님께 전해줄래요?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에요. 협력 프로젝트 건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열두 명의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은 모두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손혜린을 쓱 훑어본 한 여직원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초대장이라니, 손혜린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미 합의를 마친 프로젝트였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날 일이란 말이다.용운 그룹 대표를 만나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혀 들어본 적 없었다. 손태석, 이 노망난 늙은이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방금 말했잖아요, 나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라고요."손혜린이 정색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거의 성사된 거나 다름없는 프로젝트예요.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건데, 초대장이라니요? 이게 어떤 계약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1조가 넘는 큰 프로젝트라고요.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당장 대표님께 연락해요.
가문에서 쫓겨나 이곳 청해에 정착하여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가까스로 이류 가문으로 거듭난 그의 총자산은 1조를 조금 넘어섰다. 이번 계약이 무사히 체결된다면 손씨 집안의 지위가 상승하는 건 물론 당당히 청해의 일류 가문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계약... 얼른 계약을... 잠깐!"떨리는 입술로 연신 계약을 중얼거리던 손중천이 불쑥 고개를 돌리며 양진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중요한 소식을 내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책임자가 누구야? 혜린이 아니었나? 어찌 내게 일언반구도 없어!"양진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혜린 아가씨께서 직접 어르신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제가 연락해 볼까요?""됐어."손중천이 고개를 저었다. 손씨 집안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고작 통화로 끝낼 수는 없었다."혜린이 호출해."다시 소파에 앉은 손중천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반 시간 내로 당장 달려오라고 해."양진이 서둘러 손혜린에게 연락했다. 어르신은 어쩐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반 시간 뒤, 시퍼렇게 질린 손혜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별장에 들어섰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죄송합니다. 제가... 망친 것 같아요."진작 알아챘던 손중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빛만으로도 손혜린을 찢어 죽일 기세였다.쓸모없는 것!손혜린의 본명은 진혜린이었는데 사실 손씨 집안의 먼 친척이었다. 손씨 집안은 자손이 부족했다. 수없이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자식을 볼 수 없었던 맏아들 손태진은 하는 수 없이 방계의 사내아이를 양자로 입양했다. 둘째 아들 손태산은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겨우 결혼했다. 그리고 그의 셋째 아들 손태석은 다리를 절었으며 슬하에 딸 하나밖에 없었다.5년 전, 그는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진혜린을 손씨 집안의 아가씨로 들였다. 그녀의 부추김으로 손태석 일가는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어처구니없는 가짜 결혼 사건도 그해 벌어진 일이었다. 손중천은 자기 친
염구준의 넓은 어깨를 뒤에서 바라보던 손태석과 진숙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위 녀석이 지금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가?"구준 씨."입술을 깨문 손가을이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며 그의 옷소매를 슬며시 끌어당겼다. 눈빛이 어쩐지 퍽 간절해 보였다.부모님에겐 이 일자리가 꼭 필요했다. 용운 그룹과의 중요한 거래인만큼 손씨 어르신도 안달 내고 있을 게 뻔했다."괜찮아."염구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으며 손가을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윽고 출입문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손혜린,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아니라면 거기서 경호원 노릇이라도 할 셈이야? 어쩌지, 너 같은 건 필요 없는데."손혜린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살면서 이딴 취급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손태석 부부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손중천이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염구준!"화를 억누른 그녀가 짓씹듯 말했다."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린 부부의 인연도 맺었던 사이잖아. 아무리 형식적인 부부였다지만 난 당신 전처라고! 당장 두 사람 내보내. 그럼 우리 사이의 빚도 없던 셈 칠게."전처라고? 어찌 이런 뻔뻔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이혼 서류가 청해의 길거리 어딘가에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이 결혼은 이혼 도장을 찍은 날 완전히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그의 아내는 오직 손가을 한 사람뿐이었다."간단해."아이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출입문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부탁할 땐 성의를 보여줘야지. 다시 싹싹 빌어.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걸 명심해. 설마 내가 비는 방법까지 가르쳐 줘야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손혜린이 악에 받친 눈빛으로 이를 꽉 악물었다. 피처럼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당장이라도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다.감히 염구준 따위가, 자신에게 부탁을 운운하는 건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자식.'"염 서방..
그러나 지금은 퇴역한 사위가 돌아와 그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전우의 인맥일지라도,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지라도 괜찮았다.여전히 아이를 안은 채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염구준이 무심하게 내뱉었다."손혜린, 잊지 마. 3일 뒤면 희주 생일이야. 생일 연회에 너랑 서재원, 두 사람 모두 희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 같잖은 자존심 지키려다 망하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손혜린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간신히 부들거리며 화를 억눌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계약이었다. 용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뒤 복수해도 늦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염구준과 손가을 집안을 모조리 박살 내겠다고 다짐했다."정말 죄송해요.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손혜린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참아내며 간신히 미소를 쥐어짰다."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용운 그룹에 연락해서 계약 준비를 하라고 할게요. 바로 집 앞에 제 차를 세워두었으니 두 분을 회사까지 모실겠습니다."떠나는 순간 그들의 뒤에 있는 염구준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5시간이나 허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장인어른, 장모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염구준과 손가을이 나란히 서서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손혜린을 흘깃 쳐다본 염구준이 보란 듯이 말을 보탰다."용운 그룹과의 계약 건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두 분께 차려진 몫은 꼭 받게 되실 겁니다."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들에게 차려진 몫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그동안 무수한 거래를 성사했음에도 배당금이나 상여금은 전부 손혜린 차지였다. 이번 계약을 마지막으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상여금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다녀오지."씁쓸한 표정으로 인사하던 손태석은 이내 기운을 차리고 진숙영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장인, 장모를 눈으로 배웅하던 염구준의 입가에 희미한
똑똑!대표 사무실 입구에서 염구준은 가볍게 노크했다.“왔으면 그냥 들어와. 내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거야?”손가을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피식하고 웃었다.남편이 옆에 있다면 무엇을 해도 즐거웠다.“보지 않고도 알아 맞히네. 무슨 냄새라도 맡았어?”염구준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자기 옷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하하하, 그 나이 먹고 장난치고 싶어?”손가을은 고개를 들고 보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렇지. 자주 웃으면 기분도 좋잖아.”염구준은 웃으면서 저벅저벅 아내에게로 다가갔다.손가을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지개를 폈다.“외국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어? 어떻게 됐어?”“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어. 편식이 심해서 팥빵을 먹였더니 겨우 진정했어.”염구준은 방금 상황을 완화시켜 설명했다.“오, 팥빵을 좋아했구나. 그럼 많이 줘. 나중에 용하인들이 손이 작다는 소리를 듣겠어.”손가을은 심각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생각했다.“알았어. 필요하다면 많이 챙겨줘야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주먹이 바로 그가 말한 팥빵이었다.두 사람은 얘기를 하다가 염구준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그리고 복잡한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전부 거록 존주와 관련된 정보였다.그의 정보통은 넓었지만 거록 존주의 행방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브레인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준 씨, 내 도움이 필요해?”손가을은 남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 내 일은 급하지 않아.”염구준은 기뻤지만 사양했다.손가을은 한 그룹의 대표로서 매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본인 일 때문에 그녀가 고생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그때 입구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붉은 장미였다.염구준은 기운을 느끼고 힐끗 쳐다보았다.바로 그녀였다.참 어이가 없었다. 다른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이런 일에 빠르게 움직였다.붉은 장미는 입구에서 여러 번이나 고개를 기웃거리며 손가을을 살펴보았다.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내 경호
“태도가 좋아서 두 가지 정보를 알려줄게요.”“첫째, 내 정보에 따르면 거록 존주는 지금 용하에 없어요. 둘째, 용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용하의 국민들은 해치면 안 돼요. 아니면 당신들 더 비참하게 죽을 겁니다.”솔직한 심정은 이 사람들을 전부 포장해서 택배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다른 요소들을 생각하고 참은 것이다.“가자.”브레인은 염구준을 노려보며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이러고 보니 상황이 재미있어졌다.약속했던 동맹이 결국은 구체적인 사항을 상의하기 전에 절반이 떠났다.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 문제일 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회의실에 가서 얘기합시다.”염구준은 남은 사람들을 불렀다.눈엣가시가 사라지니 남은 사람들은 이끌기 쉬웠다.방금 싸움으로 염구준은 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이것이 바로 고수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다.“염 선생님, 일은 다 처리했나요?”붉은 장미가 겸손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지만 내려가서 보지는 않았다.왜냐면 이미 결과를 알았기 때문이었다.봉래섬 전투를 떠올려도 염구준의 강력한 일격은 누구도 막지 못했었다.“자, 이제 다들 앉으세요. 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앞쪽 자리를 가리켰다.무술인들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이번 동맹 작전을 위해 먼 곳에서 도와주러 오셔셔 감사합니다. 하지만 거록 존주의 일은 비교적 복잡하여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거록 조직과 여러 번이나 싸워서 저들의 심복 2명을 살해했습니다. 전신지상과 반보천인 고수였어요. 이 두 사람과 동급인 심복이 아직 네 명이 있어요. 그러니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호텔에 머물고 필요할 때 제가 부르겠습니다.”다들 똑똑히 알아들었다.그 말은 거록 조직의 실력은 약하지 않으니 반보천인 고수가 이끌지 않는 이상 패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말을 마치자 붉은 장미가 일어서서 그를 지지했다.“염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전적으로 따
수백 번 주먹을 날린 염구준은 상대방의 실력을 판단했다.실력은 강하지만 공무적에 비해 여전히 하위였다.이런 실력으로 염구준에게 복수를 한다니 정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싸움이 지속되자 브레인은 점점 지쳐 공격하지 않고 방어하기에 바빴다.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의 체력을 소모해서 망신을 주었다.이번 싸움은 승부를 가리는 것보다 다른 무술인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였다.싸움은 한 시간 넘게 지속되었다.“아악! 끝장을 보자!”브레인은 굴욕을 참지 못하고 공포스러운 기운을 폭발시키며 반격하려 했다.그때 염구준도 일격을 가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그는 힘껏 주먹을 날려 브레인의 얼굴을 쳤다.그러자 브레인은 뒤로 날아가 벽면에 부딪쳐서야 공격을 멈추었다.승부는 이미 갈렸다.실은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싸움이 끝나자, 주변에서 경악을 금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수근거렸다.“이게 진짜야? 브레인 님이 졌어!”“이 정도로 강했어? 브레인 님은 그쪽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어.”“용하에서 대단한 무술인은 모두 은세가문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염구준이 최고 고수를 물리치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눈치 빠른 무술인들은 얌전히 2층으로 올라갔다.무술인의 세계에서 주먹이 법이었다.“콜록콜록!”가쁜 기침 소리를 내며 브레인이 휘청거리며 일어섰다.부서진 벽속에서 나온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의외입니다. 이 정도 위력에도 죽지 않았군요.”염구준이 칭찬했다.그제야 상대방은 평범한 반보천인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이라는 것을 믿었다.“이 개…”브레인이 욕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볼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이런 강자는 리아성전의 전주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우리 용하에서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됩니다.”염구준은 그를 노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무술인의 세계에서 한번 싸워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만약 해결되지 않으면 다
“알겠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렸다.성조국의 반보천인 고수가 움직이지 않으니 나머지 무술인들도 움직이지 않았다.아마도 그 고수의 지휘를 따르는 것 같았다.염구준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서양 노인에게 다가갔다.“어르신, 2층 회의실로 갑시다. 그래야 다들 회의실로 갈 겁니다.”하지만 상대방은 인상을 굳히며 못 들은 척했다.존중이란 서로 진심으로 대해야 마음에 전달되는 것이 아닌가?노인은 자기소개를 하더니 냉정하게 물었다.“내 이름은 브레인이다. 추룡대삼각 지대에서 네가 내 제자를 죽였냐?”“거기서 사람을 죽였지만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염구준은 상대방이 복수하려고 하자 의자를 끌어와서 앉았다.노인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죽은 제자는 노인이 가장 아끼는 제자로서 앞으로 리아성전의 주인이 될 후계인이었다.그런데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죽었다.“아, 생각났어요. 그런데 내가 죽인 건 아니에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해서 일을 저지른 거죠.”염구준은 말에 다른 뜻을 담아 브레인에게 허튼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흥,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를 죽였어. 여기서 끝을 봐야겠다.”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기운을 끌어올렸다.여기서 복수하겠다는 뜻이었다.노인의 무술 경지는 약하지 않았다.염구준이 그 기운을 감지하더니 이렇게 되물었다.“그럼 어떻게 끝을 볼 건데요?”분위기를 보니 한바탕 싸울 기세였다.주변에서 세한 느낌을 받은 무술인들은 경계하면서 뒤로 물러섰다.반보천인 고수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브레인이 눈동자를 굴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조건을 제시했다.“삼선도의 옥패와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내놓으면 리아성전에서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아끼는 제자가 죽었지만 사람은 부활할 수 없는 법, 그러니 최대한 이익이라도 챙겨야 했다.“괜찮아요. 계속 추궁하세요.”염구준은 조롱하는 눈빛을 보내며 얼마든지 공격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본인이 뭐라고 이런 조건을 내세우는지 어처구니가 없었
“알았어. 지금 갈게.”염구준은 대답하고 통화를 끊어버렸다.각 세력에서 온 정영병들은 교만함에 익숙해져서 타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특히 다른 세력과 만나면 한바탕 싸워서 갈등을 만들었다.염구준이 거실을 지나갈 때 멍하니 앉아 있는 제이든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내가 지금 갈 데가 있는데 거기 무술인들이 많아. 나랑 같이 가서 볼래?”어린 녀석이 서양권법에 열광을 하더니 연달아 패배한 후 지금은 자폐 상태에 빠졌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반보천인 고수는 녀석의 실력으로 어떤 권법을 사용해도 이길 수 없었다.“안 갈래요. 영화나 볼래요.”제이든은 힘없이 대답하면서 티비에서 나오는 곰돌이를 보았다.“녀석도 참!”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도 친척이니 언젠가 시간이 되면 잘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무술을 연마하는 길은 좌절할수록 실력이 상승하니 이 정도 타격도 견디지 못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은 자리를 떠나 각국에서 온 무술인들을 만나러 갔다.방금 용준영의 말투를 들으면 조금은 일이 까다로운 것 같았다.그는 질주하여 글로리 호텔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입구에 서 있는 용준영이 눈에 띄었다.이번에 접대 업무를 그에게 맡기고 호텔마저 무술인들만 투숙할 수 있게 영업을 중단했다.용준영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염구준이 목소리를 높여서 인사를 건넸다.“안에 들어가지 않고 왜 나왔어?”“형님, 드디어 오셨네요.”용준영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안에 사람들은 정말 감당이 되지 않았다.“귀신들도 아니고 들어가서 보자.”염구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일행이 뒤를 따랐다.여기까지 온 이상 안에 어떤 놈들이 있든 얘기는 나누어야 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마치 다른 곳에 온 것 같았다.화려한 호텔 내부에서 전쟁이라도 치른 듯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다.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니 욕을 해도
“가식적인 인사치레는 필요 없어. 행동으로 보여줘 봐. 너 요새 무공이 급증했는데 심혈도 괜찮으니까 형한테 조금 주라.”거록은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흑풍을 쳐다봤다.‘미친 새끼!’흑풍은 경계하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넷째 형, 그런 농담은 하나도 웃기지 않아.”심혈 몇 방울을 준다고 죽지는 않지만 문제는 원기가 손상될 수 있었다.이기적인 흑풍의 성격으로 동의할 리가 없었다.방금까지 우애가 좋던 형제 사이에 갑자기 긴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았다.“하하하, 역시 융통성이 없어. 농담도 하지 못하냐?”거록 존주가 피식 웃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다.저도 모르게 속심말을 해버린 것이었다.“하, 형 말이 맞아. 내가 눈치가 없었어. 미안해.”흑풍이 경계심을 내려놓았다.입씨름에서 져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비록 긴장했던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뭔가 어색했다.두 사람 모두 불만을 품은 것이다.어쨌든 방금 거록 존주의 말이 선을 넘었다.“형제끼리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그나저나 네가 알려준 방법이 쓸모가 있어. 어디서 얻은 거냐?”거록 존주는 통쾌한 것처럼 흑풍에게 말을 걸었다.“유적지에 갔다가 우연이 얻은 거야. 형이 마음에 들면 됐어.”흑풍이 덤덤하게 대답했다.그 뒤로 몇 마디 더 얘기하고 불쾌한 마음으로 헤어졌다.예전 같았으면 흑풍은 이런 투로 말을 하지 않았다.이유는 최근에 우연히 만난 사람 덕에 전투력이 폭증하여 더는 반보천인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우연히 만난 사람은 바로 얼음 인간 봉유곡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조금 후회되었다.일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거록이 벌써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그래도 염구준과 이미 적이 되어서 다행이었다.흑풍이 떠난 후, 밀실에 한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쿵!거록은 분노를 폭발하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쳐 산산조각을 냈다.“여우새끼, 자기는 힘을 들이지 않고 내 손으로 염구준을 처리하겠다고? 야비한 놈. 내가 심
하지만 가는 내내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왠지 마음속으로 불안했다.소봉산에서 큰 소동을 벌였으니 틀림없이 누군가 주시를 하고 거록 존주에게 보고한 것이다.자칫하면 헛걸음을 했을지도 모른다.펑!와이너리 입구에 도착한 염구준은 다리를 번쩍 들어 대문을 차버렸다.사람은 없고 벽에 붙은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아마도 그에게 남긴 것 같았다.[염구준, 내가 성공하는 날에 너희 가문을 멸망시키겠다!]편지에는 원한이 가득한 말만 담겨 있었다.“어이없네!”염구준은 손바닥에 화염을 일으켜 메모지를 단번에 태워버렸다.협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도망친 주제에 협박을 하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이제 단서가 끊어졌으니 계속 있어도 의미가 없었다.이곳을 떠나려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의 숨소리가 느껴졌다.조용히 숨을 죽이고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했더니 지하실에서 전해졌다.재빨리 지하로 가는 통로를 찾고 아래로 내려갔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던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짐승보다 못한 새끼!”이곳에 2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갇혀 있고 전부 심혈을 빼앗겨 기가 허약해 있었다.게다가 통로에 시체도 있었다.방금 죽은 것으로 보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도망간 것 같았다.거록 존주가 어디서 이런 수법을 얻었는지 궁금했었다.감히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면서 무공을 제고하려고 하다니 옛날 같았으면 틀림없이 능지처참을 당했을 것이다.“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 우리를 풀어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흑흑, 가슴이 너무 아파요. 치료할 수 있게 병원에 데려가줘요.”갇힌 사람들은 겨우 목소리를 내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이곳에서 나가게 해 줄게요.”염구준이 약속했다.이로서 거록 존주를 죽여야겠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그것도 최대한 빨리 죽여야 했다.염구준은 현지 법원과 병원에 연락하여 이 사람들을 치료하도록 안배했다.의료 비용은 역시 전부 그가 부담했다.만약 이 사실이 밖에 소문이 나게 되면 사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무적인 고수마저 패배하다니.”방울뱀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쳐다봤다.소봉산에서 유일한 반보천인이지만 감히 맞설 용기가 없었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며 싸늘하게 물었다.“거록 존주 어디 있어? 말해.”그가 방울뱀을 살려둔 것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날 풀어주면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알려 줄게.”방울뱀이 조건을 내세웠다.살기 위해서 모든 사람 앞에서 거록 존주를 배신한 것이다.지금 상황에서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넌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 말해.”퍽!염구준은 말하는 동시에 도망치려는 왕구혼을 쫓아가 살해했다.주제를 알고 얌전히 있었으면 목숨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굳이 소봉산에 와서 일을 크게 벌였다.그렇게 또 한 명이 죽었다.관전하던 사람들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염구준이 가차 없이 살육하는 모습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방울뱀은 비장의 카드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놓아주기를 바랬다.“농귀시 적포도 와이너리에 있어.”“좋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줄게.”염구준은 말을 끝낸 동시에 검을 들어 죽이려고 했다.“이 망할 새끼야!”방울뱀이 큰소리로 욕을 했다.쿵!몇 분 후에 방울뱀도 참살을 당했다.네 명의 반보천인으로 구성된 포위 공격에서 결국 세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그중에 최강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도 있었다.은세가문에서 실력도 없으면서 칭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거록 존주의 부하가 아닌 사람은 머리를 감싸고 앉는다. 한 번만 말하겠다.”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다들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염구준이 시키는 대로 했다.“다들 도망쳐!”당황한 거록 존주의 부하들은 그제야 위험에 빠진 것을 눈치챘다.싸움 구경을 하겠다고 도망치지 못한 것이었다.하지만 세상에는 후회약이란 없었다.염구준이 빠르게 움직이기
“으아아악!”염구준은 크게 외치며 과감하게 왼손을 회수하고는 곧바로 양손으로 검을 잡고 두 개의 검의를 발동하여 오른쪽의 왕구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쾅!검이 아래로 그어지며 날카로운 검기가 왕구혼을 밀어냈고, 적지 않은 량의 검기가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이 일격에 상대방이 다친 건 분명했으나,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쾅!그러나 그 사이 왼쪽에서 방울뱀이 그의 호체 진기를 부수고 그의 왼쪽 상반신을 공격했다.공격을 받은 뒤, 염구준의 몸 안에서 진기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방울뱀이 조금 전 염구준에게 한 차례 타격을 입어 진기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이번 공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검을 단단히 쥔 채로 앞에서 달려오는 공무적의 공격에 맞섰다.챙챙!두 사람이 다시 맞붙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밀리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반보천인의 경지에서 무적이라 는 칭호를 가진 만큼 공무적은 확실히 강했다. 대부분의 반보천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전투는 점점 격렬해졌고, 방울뱀과 왕구혼은 이 틈을 타 염구준의 뒤에서 공격을 시도했다.팽팽한 싸움 속에서 두 명이 힘을 합쳐 방해하니 귀찮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금 더 빨리!’염구준은 결단을 내리고는 진기를 무리하게 소모하며 공무적조차 막아내지 못 할 정도로 검을 점점 더 빠르게 휘둘렀다.순식간에 공무적의 몸에는 검으로 인해 난 상처가 여러군데 났으나, 전부 얕은 상처 뿐이었다.‘어마어마한 방어력이야.’‘설마 육신을 극도로 강하게 만든 건가?’“하하, 전 흙 원소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육신도 단단하니 절 크게 다치게 하지는 못 할 겁니다.”공무적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어력이 너무 강한 탓에 단시간내에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 중의 두 사람도 어느덧 그의 뒤에 다다랐다.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차마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