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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작가: 잔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발신- 주작'

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야 염구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엔 아직도 살기가 느껴졌다.

'용운 그룹이 뭐길래?

전 신전 전주의 수단이 무엇이지?’

3일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오늘은 손영 그룹과 용운 그룹이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

"용운 그룹이라니!"

용운 그룹의 거대한 사옥 앞에서 손혜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120여 층이나 되는 건물은 높이만 해도 400미터가 넘었는데 청해의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용씨 집안으로, 명성이 자자한 재벌가였다. 용운 그룹은 전국에 이미 수많은 지사를 두고 있었다.

손씨 집안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두 가문 사이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안녕하세요."

손에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손혜린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차분하게 로비를 걸었다. 그녀의 가느다랗고 요염한 허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을 향해 미소 지은 손혜린이 용건을 말했다.

"용 대표님께 전해줄래요?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에요. 협력 프로젝트 건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열두 명의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은 모두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손혜린을 쓱 훑어본 한 여직원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초대장이라니, 손혜린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미 합의를 마친 프로젝트였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날 일이란 말이다.

용운 그룹 대표를 만나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혀 들어본 적 없었다. 손태석, 이 노망난 늙은이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방금 말했잖아요, 나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라고요."

손혜린이 정색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의 성사된 거나 다름없는 프로젝트예요.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건데, 초대장이라니요? 이게 어떤 계약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1조가 넘는 큰 프로젝트라고요.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당장 대표님께 연락해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여직원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회사 규정상, 초대장 없이는 대표님을 뵐 수 없습니다. 손 부사장님께서는...."

불현듯 그녀가 말을 멈췄다.

안내 데스크 뒤쪽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이 우람한 경호원 8명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손혜린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여자는 누구죠?"

"이분은...."

여직원이 손혜린을 간단하게 소개한 뒤 고개를 살살 내저었다.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고집을 부리시네요. 대표님께 말씀 전해달라면서요."

대표님을 찾는다고? 양복을 입은 남성이 차갑게 비웃었다.

"초대장도 없는 주제에 용 대표님을 뵙겠다고? 이게 무슨 수작이야. 반반한 얼굴로 대표님을 유혹하려나 본데, 정부 노릇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너 같은 여자들이야 뻔하지."

손혜린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남자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부라고? 다시 한번 지껄여 봐!"

그러자 양복 차림의 남성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실컷 비웃은 그가 차갑게 얼굴을 굳히며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손혜린, 난 네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고 있어. 손태석 씨와 진숙영 씨가 따낸 1조짜리 계약을 네가 가로챘잖아? 두 분을 쫓아내고 말이야. 계약하고 싶어? 꿈 깨!"

남자는 방금 인쇄한 것 같은 종이 계약서를 품에서 꺼낸 뒤 손혜린의 얼굴을 향해 힘껏 던졌다.

"두 눈 뜨고 똑바로 봐!"

주변 시설까지 포함한 빌딩 3채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는데 투자 금액은 무려 2조였다. 손태석과 합의한 기존 금액보다 2배나 많은 액수였다.

"그동안 난 너 같은 인간들을 많이 봐왔어."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손혜린을 쳐다본 남자가 흥, 코웃음 쳤다.

"2조짜리 프로젝트라는 소식을 들으면 손중천 그 양반이 얼마나 좋아하겠어. 하지만 우리 대표님께서 조건을 거셨어. 계약은 손태석 씨와 진숙영 씨랑만 진행하겠다고."

말을 마친 그가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당장 저 여자를 쫓아내 버려!"

8명의 우람한 경호원들이 우르르 손혜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연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짐짝처럼 손혜린을 질질 끌고 갔다. 그 험악한 손길에 고급스러운 투피스가 무참하게 구겨졌으며 하이힐 굽도 부러지고 말았다. 산발이 된 머리까지 더해지니 꼭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이 빌어먹을 개자식들이!"

초라한 몰골로 쫓겨난 손혜린이 절뚝거리며 용운 그룹 사옥을 향해 미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분노가 밀려왔다.

용씨 집안과 비교했을 때 손씨 집안은 너무나도 하찮았다. 손혜린이 아니라 손중천이 와도 굽신거려야 할 판이었다.

"손태석, 진숙영...."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한참 건물 앞에서 발악하던 손혜린은 결국 이를 사리물며 손영 그룹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일이 손중천의 귀에 들어가는 건 막아야 했다.

아니라면, 자신이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처벌이 내려질 터였다.

......

"갔습니다."

용운 그룹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자리한 회장실.

그곳 창가에 꼿꼿하게 서 있는 여인을 향해 용씨 집안 가주 용성우와 그의 아들이자 용운 그룹 대표인 용준영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불꽃처럼 매혹적인 여인은 바로 주작이었다.

"잘하셨습니다."

우아하게 돌아선 주작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는 주군의 은혜에 감읍할 따름이지요."

용준영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용씨 부자는 원래부터 재계에서 손꼽히는 거물급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라이벌 기업에 의해 정경유착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감옥에서 그는 하마터면 경쟁사에서 보낸 킬러에게 살해당할 뻔했는데 그때 염구준이 그들을 구해주며 억울함도 풀어주었다.

그들을 감옥에서 빼내 준 염구준은 그들이 재기할 수 있게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억울한 누명을 씌웠던 경쟁사 집안을 무너뜨렸다.

염구준은 용씨 집안 사람들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염구준의 말 한마디에 용씨 집안은 보란 듯이 재기하며 다시 한번 재계의 거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반대로 염구준은 아주 손쉽게 용씨 집안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주군의 명령이라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그리할 겁니다."

용성우가 결연하게 말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주작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손혜린은 이 일을 덮으려고 할 겁니다. 가주님도 아시겠지만, 주군은 그걸 바라지 않으십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깔끔하게 하는 게 좋겠지요. 손태석 선생과 진숙영 여사가 당했던 수모를 전부 갚아주어야 할 겁니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용성우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혜린, 이 악독하고도 멍청한 여자야,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주군의 장인 장모를 건드리나?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군.'

제 아들에게 시선을 돌린 용성우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준영아, 지금 당장 기사를 내보내거라. 용운 그룹과 손영 그룹의 합작 프로젝트의 예산을 5조로 늘리기로 했다고 말이다. 그 집안이 가져갈 수익은 아마 2조는 될 게다. 흥, 손혜린이 과연 손중천의 눈을 속일 수 있을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

손씨 집안 별장.

"어르신!"

손중천을 40년 넘게 모신 집사, 양진의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먼 거실 밖에서 들려왔다. 재빨리 거실에 들어선 그가 활짝 웃으며 손중천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어르신, 이것 좀 보십시오! 용운 그룹에서 우리 쪽 투자금을 5조로 늘린답니다.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2조구요. 손씨 집안이 드디어 일류 가문으로 거듭나겠군요."

'뭐라고?'

몸을 움찔거린 손중천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양진의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뉴스 기사를 확인한 그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거칠게 호흡했다.

그야말로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3일 전, 칠순 잔치 때 염구준이 보내온 관 때문에 그는 하마터면 화병으로 죽을 뻔했었다.

용운 그룹에서 전해온 소식은 그를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이었다. 자극받은 심장이 세차게 날뛰었다.

자그마치 4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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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로비 중심에 보름이나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해당 포르쉐 HBLY—GT를 구매할 능력이 되는 고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수습 기간도 채 지나지 않은 초짜가 아니고야 농담이라도, 군복을 입은 남성과 평범한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26억이나 되는 포르쉐를 소개할 위인은 없었다."업무 능력은 다소 부족하나 열정적인 태도는 보기 좋군."데스크 쪽을 담담하게 바라본 염구준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금테로 장식된 블랙 카드 한 장을 내민 염구준이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전액 일시불로. 따로 비밀번호는 입력할 필요 없어. 이곳의 전속 서비스를 받고 싶네만, 필요한 모든 비용은 이 카드로 계산하도록. 십 분 사이에 전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군."26억을 비밀번호 입력도 없이 일시불로 계산한다고? 블랙 카드에는 흔한 은행명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정면에 "G.J"이라는 심플한 이니셜이 적혀있을 뿐. 이게 대체 무슨 카드지?"선생님, 저..."여직원은 십초 동안 아무말도 못 하고 멍하니 염구준을 쳐다보기만 했다. 더없이 진지한 그의 표정으로 보아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제야 조심스레 카드를 받은 여직원이 결제를 진행할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구준 씨, 농담이 지나치잖아."뒤늦게 정신을 차린 손가을이 펄쩍 뛰었다. 26억이라는 가격표가 안 보이는 건가? 대체 그놈의 정착금이 얼마길래. 행여 결제 실패 화면이 뜬다면 얼마나 창피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진정해."핏기 없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는 여전히 담담했다. "아마 곧 소식이 올 거야."30초도 안 되는 사이, 블랙 카드를 소중하게 받아 든 직원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사무실에서 달려 나와 그들을 불렀다."고객님, 결...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여기 구매 영수증 받아주시고요, 어... 그리고 고객님들을 위한 자그마한 사은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유 카드, 무료 세차 카드랑... 어... 아

  • 군신의 귀환   제23화

    26억짜리 포르쉐라니, 예전에 몰았던 포르쉐보다 10배는 더 나갔다. 그리고 현재 그 차주는 다름 아닌 그녀였다. "정말... 저 사람이 돈을 냈단 말이야?"데스크 쪽에 몰려있던 소위 '경험 많은'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제야 때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군복을 입은 남자에게 돈이 그렇게 많을 줄 알았더라면 당장 달려갔을 텐데. 보는 눈이 형편없었다. 그러니 신입이라고 무시하던 사람이 얼떨결에 주워갔지."게다가 따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었다며?"짙게 화장한 중년 여직원이 동료를 둘러보며 찝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체 저 안에 얼마가 들어있길래? 예전에 용하은행에서 발행한 VIP 카드를 본 적 있는데, 비밀번호 없이 결제할 수 있는 한도는 개인 자산의 0.0001% 더라고. 방금 저분... 26억을 무비번으로 결제했잖아. 그럼 대체 총자산이 얼마인 거야?""......"동료 직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얼마나 좋은 기회던가. 이런 사람들과 안면을 터놓으면 팔 수 있는 차가 배로 늘어났다. 놓친 상여금이 대체 얼마란 말인가! 눈앞의 기회를 보기 좋게 날린 그녀들이었다.포르쉐 옆에 서 있던 손가을이 염구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구준 씨... 혹시 엄청난 비밀 같은 걸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거나, 그런 거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많은 정착금을 받은 거고?""그렇게 많은 액수는 아니야."아이를 안아 든 염구준이 조수석에 앉으며 피식 웃었다."이젠 당신 차야. 그러니 운전해 봐야지 않겠어?"잠시 머뭇거리던 손가을이 운전석에 앉았다. 행여 먼지가 묻을까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질감 좋은 핸들을 만지작거렸다. 고급스러운 금속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며 정교한 오토매틱 기어를 쓰다듬었다.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어여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차올랐다."고객님."젊은 여직원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최신 챕터

  • 군신의 귀환   제1790화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 군신의 귀환   제1789화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 군신의 귀환   제1788화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 군신의 귀환   제1787화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 군신의 귀환   제1786화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

  • 군신의 귀환   제1785화

    염구준은 손에 든 검을 몇 바퀴 돌리고 과감하게 맞섰다.공격하자마자 상황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다들 이것이 6할 전력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버티자. 저놈의 체력을 소모시켜야 해.’송명호는 공격을 피하며 가까스로 버텼다.독연기로 염구준의 기운을 전부 소모시킨 후에 본격적으로 공격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참이나 싸웠는데도 공격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염구준은 지치지도 않는지 싸울수록 힘이 뻗쳤다.“거기서 뭐해? 송청연을 잡아와!”방금까지 비열한 수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상황이 불리해지니 어쩔 수 없이 송청연을 잡아서 염구준을 협박해야 했다.“빨리 잡아!”송대용이 몇몇 사람들을 이끌고 송청연에게 돌진했다.그중에 전신 경지 고수도 있어서 십중팔구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수상한 낌새를 느낀 염구준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뒤돌아보았다.그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송명호가 패왕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나랑 싸우면서 한눈을 팔다니 죽고 싶어?”염구준이 왼손으로 창대를 꽉 잡더니 오른 손에 든 검으로 검기 광풍을 일으켜 송대용에게 발사했다.“위험해. 도망쳐!”광풍에서 치명적인 기운을 느낀 송명호가 포효했지만 이미 늦었다.검기가 송대용 일행에게 몰아쳐 가더니 무자비하게 살갗을 찢어버렸다.“아아아악!”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검기 광풍은 에너지가 소모된 후 바로 사라졌다.송대용 일행은 죽고 전신 경지 고수만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저러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송청연 남매를 납치하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염구준의 말이 송씨 저택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송명호 측근에 서 있던 사람들은 식겁해서 뒤로 물러섰다.방금 검기 광풍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염구준! 내 유일한 핏줄인 손자를 죽이다니 네 목숨으로 갚아라.”이성을 잃은 송명호는 대노하며 소리질렀다.“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당신 손자를 죽이지

  • 군신의 귀환   제1784화

    “6할 전력이야. 기운을 많이 쓸수록 빨리 소진된다!”송명호는 또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고 기뻐했다.이 독은 잠시 전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치명상까지 줄 수 있다.“뭘 그렇게 좋아하세요? 당신을 상대하는 데 6할 전력이면 충분하거든요.”염구준은 본원 검의를 시험하려고 나섰는데 상대방 실력이 약해서 흥이 나지 않았다.그가 얕잡아 보자 송명호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마지막으로 말할게. 청연을 남길 거야 아님 네 목숨을 남길 거냐?”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자 송명호는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염구준은 대꾸하지도 않고 하품을 했다.“하음, 싸우고 싶으면 빨리 시작해요. 꾸물거리지 말고.”솔직이 두 사람은 서로 할 이야기는 없었다. 송명호가 일방적으로 염구준이 물러설 거라고 착각했을 뿐이다.“그럼 죽어!”송명호는 창을 들고 염구준에게 무섭게 돌진했다.모두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고 상대방이 6할 전력만 남아 있다면 패배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검래!”염구준이 손을 뻗자 강력한 흡인력으로 송현우의 등에 있는 검을 뽑았다.검이 손에 잡힌 순간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채우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좋은 검이군.’그래도 구자검에 비하면 조금 부족했다.웡웡.그때 검신이 흔들거리며 그에게 잡히지 않겠다고 몸부림을 쳤다.“흥.”염구준은 콧방귀를 끼며 순식간에 검의로 제압해버렸다.검에 대한 깨달음이 풍부해서 아무리 오만한 검이라도 모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명호가 기회를 잡은 듯 비아냥거렸다.“하하하. 돌을 들어서 자기 발등을 찧는 격이군.”말하는 동시에 창을 들고 염구준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일격에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촤아악!곧 창이 닿을 무렵,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며 막았다.검신을 감싼 검기가 창을 두 동강으로 잘라버리고 신속하게 송명호를 공격했다.‘검의다.’엄청난 기운을 감지한 송명호는 창을 버리고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자고로 검이라면 모두 검의를 깨달을 수 있지만 이

  • 군신의 귀환   제1783화

    송청연은 두 눈을 꼭 감고 애써 진정했다.외부 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이해관계를 따졌다.한참을 생각하고 깨달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단호한 눈빛에서 상사가 갖추어야 할 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다.“어르신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한 송씨 가문은 망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큰절을 세 번했다.그 모습을 본 송 가주는 크게 기뻐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하하하. 내게 후계자가 생겼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송청연의 결단에 적지 않은 노인들이 할 말을 잃었다.그녀의 욕심은 그들보다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몇 년만 더 성장하면 상업계의 여걸이 될 것이다.“이젠 갑시다.”송청연은 정신을 잃은 송현우를 업고 돌아섰다.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않았다.오히려 무능한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화났다.“그럽시다.”염구준은 대답하며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 막고 있던 사람들은 무서운 기운을 감지하고 뿔뿔이 흩어졌다.“멈춰, 청연은 남거라!”뒤에서 송명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염구준은 홱 돌아서서 경멸하듯 노려봤다.“싫다면 어쩌실 건데요?”이제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풋내기에 원소의 힘도 사용할 줄 모르는 실력이라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송명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송 가주를 발로 차버렸다.“너도 독연기를 많이 마셔서 기운이 많이 소모됐을 거야. 7할 전력밖에 남지 않았을 텐데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어? 눈치 있다면 사람을 남기고 넌 떠나라.”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 같지만 실은 협박하고 있었다.“안목은 있네요. 독연기 덕에 확실히 7할 투력밖에 사용할 수 없어요.”염구준이 솔직하게 인정했다.그 말에 주변에서 깜짝 놀라 속으로 어리석다고 나무랐다.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겁을 먹은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우매한 놈. 목숨을 내놓거라!”양씨 가문의 노복들은 그가 7할 투력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반천인 경지와 조금 차이가

  • 군신의 귀환   제1782화

    싸움에 외부인이 개입하여 송 가주만 가까스로 버틸 뿐, 다른 사람은 이미 죽거나 체포되었다.가족 내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이제 다 끝난 거 같은데 그만 패배를 인정하시지?”송명호는 이미 승자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같이 죽자!”송 가주가 고함을 지르며 미친듯이 그에게 달려들었다.그와 함께 자폭할 생각이었다.“미친 영감탱이!”당황한 송명호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반천인 고수의 자폭은 위력이 어마어마해서 감히 맞서지 못했다.‘아니야.’바로 그때, 구경꾼들은 송 가주의 기운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감지했다.몇 호흡만에 단진 무성 경지까지 하락한 것이다.수련 후 주화입마에 빠진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났다.“하하하하. 하늘이 날 도왔군. 영감 몸이 정말 고장이 났나 봐.”송명호는 다시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한 주먹으로 송 가주의 단전을 부숴버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막을 여력도 없었다.단전이 망가지면 기운이 밖으로 빠져서 자폭할 수도 없다.송 가주는 그렇게 폐인이 되었다.가주 쟁탈전에서 송명호가 드디어 승리를 거두었다.“가주님, 축하드립니다.”송대용이 제일 먼저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예전부터 자신의 친할아버지가 가주가 된 모습을 상상했었다.전에 송대강에게 억눌리고 또 송청연에게 억눌려서 마음에 깊은 원한이 생긴 것이다.“가주님 축하합니다.”“송 가주님, 축하드립니다.”송명호 측 일가, 그를 따르던 세력들이 나서서 인사를 올렸다.본인도 가주라는 칭호가 마음에 드는지 흐뭇하게 웃었다.“하하하. 이제 승복해.”그는 발로 송 가주의 가슴을 밟고 질문했다.“퉷!”송 가주는 침을 뱉고는 염구준에게 비참한 미소를 보냈다.“염 선생. 내 손자들을 잘 부탁하네.”염구준이 아무런 감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부탁을 받았으니 세 사람 안전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할아버지!”“명호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를 제발 살려주세요.”맞설 능력이 없는 송청연과 송대강은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실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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