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진숙영이 두 사람 곁에 자리했고 손중천과 고위급 임원들이 애써 웃음 지으며 뒤따랐다. 용성우와 손태석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안색들이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계약을 무사히 마쳤으니 이젠 10조라는 거액의 투자금을 받을 일만 남았다. 그러나 손영 그룹에 차려질 최종 이익은 손태석 부부의 결정에 달렸다."에휴..."손중천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애매한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이때, 비명 같은 진혜린의 목소리가 계단 아래에서 들려왔다. 성씨도 빼앗기고 집안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진혜린은 여태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계단 아래에 엎드려 펑펑 울음을 쏟으며 처절하게 발악했다."어르신,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저 좀 한 번만 살려주세요. 계약도 성사되었잖아요. 저 반성 많이 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발요! 제가 왜 진혜린인데요, 전 손혜린이에요. 전 영원히 손씨 집안 사람이라고요! 흑흑...."손중천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묵직한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제대로 된 번호판조차 걸지 않은 빨간 포르쉐가 건물 앞쪽 광장에 서서히 멈춰 섰다. 희주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의 얼굴에는 보기 좋게 미소가 걸려 있었다."장모님, 장인어른. 계약은 무사히 마치셨습니까? 모시러 왔어요. 같이 저녁 식사해요."저녁 식사라고? 손태석과 진숙영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어찌 이리도 눈치가 없단 말인가. 용씨 집안과 막 계약을 마쳤으니 함께 저녁 만찬이라도 즐겨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용씨 집안 사람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예의 없는 행동이 퍽 불만스러웠다. 그러다 이내 염구준이 용씨 집안 가주를 알아볼 리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염구준의 등장에도 손태석과 진숙영은 매우 자연스럽게 행동했으나 용성우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저 사람이다. 눈앞에 아이를 안아 든 남성이 바로 소문으로만 들었던 고귀한 분이었다. 나라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 전
손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 그녀의 커리어와 꿈은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오늘로써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손가을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계단 위에 서 있는 용성우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정말 감사....""아이고, 이 늙은이를 부축해 주어서 참으로 고맙네, 아우님. 이젠 나이가 들어 계단도 혼자 못 내려갈 정도라니까."용성우는 손태석의 팔뚝을 꽉 쥐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손가을이 인사하는 걸 당장 막아야 했다. 이들은 염구준의 정체를 모르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주군의 부인께서 제게 허리를 숙인다? 첫인사는 넘어갈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 목숨이 아홉 개 달린 것도 아닌데!아버지가 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훈훈한 장면임이 틀림없으나 손중천에게는 아니었다.용성우와 손태석 뒤를 따라가고 있던 손중천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렁거렸다. 빌어먹을 불효막심한 자식 같으니라고.진혜린이 꼬드겨서 손태석 일가를 쫓아내고 손가을을 해고한 건 사실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손중천이 내린 최종 결정이었다. 손씨 집안 가주로서 내린 명령은 감히 반박하거나 거역할 수 없는 임금의 교지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의 셋째 아들인 손태석이 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이 손가을을 회사에 불러들였다. 용성우와 손영 그룹 임원들 앞에서 개망신당한 꼴이었다. 그의 위엄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게다가 그들의 데릴사위는 어떠한가, 쓰레기 같은 염구준.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저놈 탓이었다. 칠순 잔치에 보란듯이 관을 들이밀며 하마터면 자신을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만들지 않았던가. "흐흑, 손가을이 회사로 복귀한다고?"한편, 계단 아래에 쓰러져있던 진혜린이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허우적대고 있었다. 전혀 제정신이 아닌 몰골이었다.회사로 복귀한 것도
"염구준!"분노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한 진혜린이 사납게 자리를 박차며 달려갔다.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던 한때는 손가을 소유였던 빨간 포르쉐에 올라탄 그녀가 염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시동을 걸었다."재원 오빠가 절대 널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어디 두고봐! 3일 뒤면 저 계집애 생일이라지. 그날 어디 한번 결판을 내보자고. 넌 뒈졌어."실컷 소리 지른 그녀가 가속페달을 미친 듯이 밟아댔다. 광택이 사라진 붉은 포르쉐가 경악이 섞인 주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아이를 품에 안고 아내의 손을 맞잡은 염구준이 장인 장모를 맞이했다."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저희도 식사하러 가야죠. 타십시오."손태석과 진숙영은 퍽 불만에 차 있었다. 미처 용성우를 알아보지 못해서 인사를 나누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뻔히 그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모른 척이다. 정말이지 창피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단전에서부터 화가 치밀어오른 손태석은 염구준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호통치려 했다."태석 아우!"손태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겁에 잔뜩 질린 용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칭찬을 늘어놓았다."오, 이분이 바로 자네의 사위인가! 듣던 대로 아주 젊고 전도가 유망해 보이는군! 가족끼리 보내는 단란한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지, 그러니 내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 자리는 다음에 만들면 되지! 살펴 가시게, 나도 이만 돌아가야겠네. 다음에 보세!"말을 마친 그가 얼른 부하들을 데리고 자신의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자리 잡았다. 문을 걸어 잠근 용성우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듯 식은땀을 닦아냈다.하늘이시여!주군의 정체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마치 거대한 산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는 숨 막히는 기백은 이 도시 최고 갑부인 그조차도 덜덜 떨게 만들었다.염구준은 진정한 상위 포식자였다.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는 범인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 용씨
호텔 앞에 파티 초대 문구가 쓰인 금색 간판이 우뚝 솟았다. '생일 파티에 어울리는 드레스 코드를 장착하고 어린 주인공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보내시는 모든 분께 본 호텔 VIP 전용 패키지 무료 제공''1인당 1회 한정, 순금 생일 배지 증정''생일 파티 주인공-- 염희주'이 소식은 마치 들판에 번진 불길처럼 전체 도시에 가득 퍼졌다.거리의 옷 가게, 백화점 명품 숍, 웨딩드레스 숍에서 판매하는 화려한 색감의 연회복은 전부 매진되었다. 화려한 연회복을 입은 수많은 인파가 그랜트 센트럴 호텔에 한가득 몰려들었다. 전체 도시가 VIP 전용 패키지와 순금 생일 배지에 홀린 것만 같았다......."재원 오빠-"교외의 화려한 별장에서 간드러진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진혜린이 서재원의 가슴에 살며시 기댔다. "오늘이 바로 그 계집애의 생일이잖아. 우리도 출발해야 하지 않겠어?"진혜린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던 서재원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도도한 진혜린은 오랫동안 그에게 몸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3일 전 적극적으로 그의 품 안에 뛰어들며 제 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손중천 그 양반도 참 어리석어. 너를 손씨 집안에서 쫓아내다니 말이야."옷을 대충 걸쳐 입은 서재원이 싸늘하게 말했다."당연히 내가 나서야지, 넌 내 여자니까. 게다가 뭐, 우리더러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염구준 그 자식이 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지."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창가로 다가간 그가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별장 앞마당에는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120여 명의 경호원들이 앞마당에 빼곡히 버티고 서 있었다. 검정 양복을 입은 그들의 허리춤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전부 무기를 소지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옆에는 서른 대의 아우디 차량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살벌한 기색으로 보아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싶었다."우리 오빠는 너무 대단한 것 같아!"마찬가지로 옷을 갖춰 입은 진혜린이
"염 서방..."호텔 1층 파티홀, 태연자약한 염구준을 바라보며 손태석과 진숙영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의 사위는 딸아이에게 매우 비싼 차를 사주었다. 그가 딸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손녀에게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줄 거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나 오늘 같은 장면일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들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온 도시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든 것만 같았다. 환호성이 하늘을 뒤흔들었다.호텔 밖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희주 아가씨, 생일 축하해요!""희주 양의 4살 생일을 축하합니다!""우리 똑똑하고 귀여운 희주 아가씨, 이대로 건강하게만 자라주세요!"사실 그들은 염희주를 본 적도 없었다."엄마, 아빠..."제 부모님 곁에서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손가을이었다. 그녀는 염구준의 잘생긴 옆모습을 흘깃 쳐다보았다. 심연을 담은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최근 들어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자기 남편은 정말이지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염구준은 대체 무슨 수로 이 도시의 유일한 6성급 호텔 전체를 대여했단 말인가. 여기에 지불한 비용은 차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호텔의 VIP 전용 패키지와 순금 생일 배지는 또 어떻고? 심지어 그녀는 호텔 셰프가 언제부터 요리를 준비했는조차 알지 못했다.다만 아이의 생일 파티를 위해 염구준이 온갖 정성을 쏟았다고 예측할 뿐이었다. 분명 전우들에게 수없이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이토록 화려한 파티를 위해 그들에게 수많은 신세를 졌을 테지."이렇게 굉장한 건 처음 보네만... 지나치게 사치스럽지 않아?"염구준에게 눈길을 돌리며 가까스로 입을 연 손태석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알게 뭔가.오늘 새하얀 공주님 드레스를 입은 하나밖에 없는 외손녀 염희주는 파티홀에 특별히 준비된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유치원 친구들, 오늘 초대받은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다.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토록
살벌한 무기를 꺼내든 경호원들이 파티홀을 질주했다. 의자를 들거나 칼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일 준비를 마쳤다."꺄악!"홀 안에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희주와 어울리던 유치원 친구들,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혼비백산하며 온몸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창백한 얼굴들이 염구준을 간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염구준의 초대를 받고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머릿속에 무료 VIP 패키지와 순금 배지가 둥둥 떠다녔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을 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아이들을 꽉 안은 그들은 소름 끼치는 연장을 휘두르며 파티홀을 누비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손가을 일가족의 낯빛도 창백해졌다. 그들도 조건반사처럼 염구준에게 눈길을 돌렸다."두려워할 것 없습니다."덤덤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안심시킨 염구준이 서재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친 듯이 발악하는 버러지를 바라보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겨우 120여 명을 대동하다니. 서씨 집안도 별 볼 일 없군.'"개 같은 눈빛 집어치워. 어디서 허세야?"무심한 눈빛이 서재원의 심기를 단단히 거스른 듯했다. 울컥 화가 치민 서재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깟 군바리 질 몇 년 했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꼴에 열 명은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지? 과연 백 명은 어떨까?" "일전에 감히 이 몸을 걷어찼겠다? 손중천 그 양반 칠순 잔치 때 내게 지껄인 막말은 어떻고! 오늘 어디 한번 제대로 결판을 내보자고. 네놈이 언제까지 날뛸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염구준이 비웃음을 담아 그를 쳐다보았다.원래 벌레들은 자기가 얼마나 멍청한지 모르는 법이었다.서재원은 제가 맞닥뜨린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전신전 전주라는 칭호가 담고 있는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는 그의 상상을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아직도 웃음이 나와?"여전히 태연한 염구준을 바라보는 서재원에게 은은한 불길함이 엄습했다. 든든한 아군으로 둘러싸인 주위를 쓱 훑어본 그는 그제야
퍽- 둔탁한 소음이 파티홀에 울려 퍼졌다.염구준의 뒤쪽에 서 있던 손가을 일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던 아이들, 심지어 그에게 이를 갈고 있던 서재원과 진혜린조차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염구준의 행동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나 그에게 달려들던 서씨 집안 경호원들은 아니었다. 그들의 귓가에 우레와 같은 폭음이 울려 퍼졌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제때 반응할 시간도 부족했다.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그들의 고막이 전부 나가버렸다. 눈앞이 번쩍거리며 어질어질하더니 귀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그들은 저마다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언제 무기를 들고 있었냐는 듯 전부 귀를 틀어막고 바닥을 구르는 모습은 가히 아비규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들은 겨우 절반 남짓 돌진했을 뿐이었다. 염구준과 그들 사이의 거리는 아직 꽤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손쉽게 제압당해 반항할 여력조차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경호원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우두머리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염구준의 실력은 모든 이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말, 말도 안 돼!"서재원과 진혜린은 손끝이 덜덜 떨려왔다. 그들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이럴 리가 없다!대체 저 남자의 정체가 뭐지? 방금 선보인 저 끔찍한 실력은 뭐란 말인가? 5년 사이 어떤 무엇을 겪었기에 이토록 두려운 기술을 연마했지?모두 특별 훈련을 받은 120여 명의 전문 경호원들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일격에 손쉽게 나가떨어지다니. 눈앞에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실력이 하나같이 형편없군."손목을 툭툭 턴 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 딸 앞에 무릎 꿇고 빌라던 내 말은 기억하나?"이를 사리문 서재원이 필사적으로 두려움을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손톱이 아프게 손바닥의 살을 파고들었다.자신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어림도 없지!"이게 끝이라고 생각해?"그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염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여기가 어
번쩍거리는 외제차 3대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그랜드 센트럴 호텔로 향했다.알렉스와 통화를 끝낸 서재원은 한껏 거들먹거리며 염구준을 약 올렸다."등신이 발악해 봤자 등신이지. 싸움 좀 한다고 네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여기 오너가 너를 쫓아내 버리면 네까짓 게 어쩔 건데? 감히 나와 맞서겠다고? 넌 아직 멀었어!"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진혜린은 그제야 한시름 놓은 눈치였다.염구준의 주먹 한 방에 서씨 집안의 경호원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장면은 그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호텔 오너가 파티홀 대여를 거절하면 염구준도 별다른 수가 없을 테지. 알렉스의 호텔이었으니 그에게도 거절할 권리는 있었다. 기껏해야 위약금이나 대충 던져주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염구준의 기를 꺾어놓기엔 충분했다."구준 씨..."하얗게 질린 손가을이 불안한 목소리로 염구준을 불렀다.이를 어쩌면 좋지? 어렵게 대여했을 텐데... 더구나 생일 파티도 곧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했다. 이런 때에 호텔 오너가 직접 그들을 쫓아내면 어찌한단 말인가?손가을이 입술을 깨물며 간절하게 말했다."우리도 양보하는 게 어때? 사과하라는 말... 취소하자.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떠나라고 하면 저 사람들도 따를 거야. 우리 희주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잖아. 저 사람들 때문에 아이의 소중한 추억이 더럽혀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옅은 미소를 지으며 염구준이 입을 열려는 찰나, 진혜린이 잔뜩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염구준, 우리가 파티를 망칠까 봐 이제야 좀 두려운가 보지? 근데 늦었어. 저 망할 계집애의 생일 파티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건 물론이고 네 놈 주제 파악도 제대로 시켜주고야 말겠어."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 그는 방금 주먹을 내질렀던 때까지만 해도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버러지가 발악하는 걸 보고 진심으로 분노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진혜린의 '망할 계집애'라는 발언이 그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다. 진혜린은 잘못 놀린 혀에 대한 대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