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퇴역한 사위가 돌아와 그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전우의 인맥일지라도,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지라도 괜찮았다.여전히 아이를 안은 채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염구준이 무심하게 내뱉었다."손혜린, 잊지 마. 3일 뒤면 희주 생일이야. 생일 연회에 너랑 서재원, 두 사람 모두 희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 같잖은 자존심 지키려다 망하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손혜린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간신히 부들거리며 화를 억눌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계약이었다. 용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뒤 복수해도 늦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염구준과 손가을 집안을 모조리 박살 내겠다고 다짐했다."정말 죄송해요.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손혜린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참아내며 간신히 미소를 쥐어짰다."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용운 그룹에 연락해서 계약 준비를 하라고 할게요. 바로 집 앞에 제 차를 세워두었으니 두 분을 회사까지 모실겠습니다."떠나는 순간 그들의 뒤에 있는 염구준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5시간이나 허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장인어른, 장모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염구준과 손가을이 나란히 서서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손혜린을 흘깃 쳐다본 염구준이 보란 듯이 말을 보탰다."용운 그룹과의 계약 건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두 분께 차려진 몫은 꼭 받게 되실 겁니다."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들에게 차려진 몫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그동안 무수한 거래를 성사했음에도 배당금이나 상여금은 전부 손혜린 차지였다. 이번 계약을 마지막으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상여금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다녀오지."씁쓸한 표정으로 인사하던 손태석은 이내 기운을 차리고 진숙영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장인, 장모를 눈으로 배웅하던 염구준의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용성우는 두 사람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쌩하니 스쳐 지나갔다. 손태석의 손을 맞잡더니 이번에는 진숙영과도 악수하며 반갑게 말을 걸었다."손 선생님, 사모님, 두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께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이번 협상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셨다는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분을 모셔야 하는 것을... 혹 우리 직원들이 두 분을 홀대한 건 아니겠지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부디 두 분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참, 제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서 가져오게나!"재빨리 다가간 경호원이 정교한 순금 카드를 용성우 앞에 공손하게 내밀었다."이건 저희가 특별 출시한 VVIP 카드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지요."용성우는 손태석과 진숙영 앞에 조심스럽게 순금 카드를 내밀었다."이 카드를 소지한다면 우리 용씨 가문 휘하의 모든 장소를 전액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 체면을 봐서라도 받아주시지요!"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도륵도륵 굴렸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용씨 집안 가주 용성우가 손태석과 진숙영 부부에게 이다지도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 심지어 이건 공손함을 넘어서 마치 비위를 맞추는 것 같지 않은가? 대체 왜?두 사람은 손씨 가문에서 쫓겨난 몸이었다. 기업 내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직책을 맡고 있기도 했다. 복지나 상여금은 차치하고 툭하면 기본급도 깎이는 처지였다.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생활비를 제공받는 셈이었다.그런데 오늘, 그 대단하신 용성우가 두 사람을 예우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VVIP 순금 카드를 내민 것이다. 게다가 손씨 어르신과 손 부사장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사람들은 혹시 카드의 주인이 뒤바뀐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손태석은 차마 용성우가 내민 귀한 선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주님, 어찌 저희에게 이런 귀한 걸 내어주시는 겁니까. 이것 참... 그저 황송
'왜냐하면 아우와 제수씨는 그분의 장인 장모거든.'용성우는 어안이 벙벙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오늘 그는 실로 돈 보따리를 건네러 온 것이다. 손태석과 진숙영의 비위를 잘 맞출 수만 있다면 그분을 위해 큰 공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주군 앞에서 돈이 대수란 말인가?줄만 잘 탄다면, 그분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10조, 20조도 벌 수 있었다."다들 이의 있나?"용성우의 지시에 따라 계약서가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공개되었다. 손중천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본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없으면 이대로 계약하지."사람들이 스크린 속 조항들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손태석과 진숙영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감독한다는 글자를 읽은 이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이건 치명적인 유혹인 동시에 날카로운 못이 되어 모든 이들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댔다.손영 그룹의 오너와 고위급 임원들은 모두 이 계약서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즉시 모두들 손태석과 진숙영의 눈치를 보며 몸을 숙여야 했다.계약이 성사되는 대로 두 사람을 쫓아내려던 계획은 실행하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5조라는 거액과 차후의 추가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당연히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혹 불만이 있는 건가?"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한 용성우가 코웃음 쳤다."그렇다면 계약은 없던 일로 하면 되겠군. 하면 아우와 제수씨는 우리 용운 그룹으로 모셔가도록 하겠네. 물론 5조짜리 프로젝트는 여전히 두 사람이 책임지고 말이야. 돈 좀 만져보겠다고 혈안이 된 다른 회사는 많으니까. 널린 게 협력 파트너 아니겠나?"예리한 말들이 비수가 되어 사람들에게 푹푹 내리꽂혔다. 용성우의 태도는 손중천과 손혜린의 모든 환상을 단숨에 깨뜨리는 것이었다. 이젠 결정을 내릴 시간이었다. 거절하면 몇조의 이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 이류에서 일류로 거듭나려던 손씨 집안의 희망도 함께 사라질 테지.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한
손중천이 그들을 쫓아내기 전, 빨간 포르쉐의 주인은 그녀였다. 그때의 교통사고로 인해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었고 손씨 집안 아가씨라는 지위도 잃었으며 그 포르쉐마저 손혜린에게 빼앗겼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그녀의 손을 떠나갔다. 그러나 지금은..."퇴역 정착금이라니 그게 얼마나 된다고."애틋한 눈빛으로 포르쉐 전시장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서서히 시선을 거두며 손가을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곳에 낭비할 필요 없어. 난, 필요 없어. 게다가 포르쉐는 너무 비싸잖아."비싸다고? 염구준이 웃음을 터뜨렸다.전신전 전주에게 그만한 자금조차 없을까.전쟁터에서의 5년 동안 모든 지출은 그의 몫이었다. 최신형 전투기, 탱크, 전신전 전속 위성... 모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막말로 수중의 재산으로 나라 하나를 살 수도 있었다."이제부터 돈을 아끼겠다는 생각은 버려."염구준은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손가을을 쳐다보았다. 귀엽고 똑똑한 딸아이를 품에 안은 그가 아내의 가느다란 손목을 이끌고 포르쉐 전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손가을은 여전히 만류하고 싶었지만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로비 중심에 떡하니 전시된 최신형 붉은색 포르쉐, HBLY—GT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막 출시된 한정 차량이었다. 매끄러운 차체도 매력적이었지만 무려 4인승이었다. 스포츠카의 멋스러움과 동시에 편안한 세단 역할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모델의 정식 명칭은 Honourable-Lady-GT이다. 즉, 가장 고귀하고 우아한 여성을 위한 차량이라는 뜻이었다. 전체 도시에 단 2대만 한정 출시된 것이다.옆에 놓인 스크린에 판매 정보와 매입가격이 적혀있었다. 무려 26억이었다."세, 세상에!"가격표를 확인한 손가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가 예전에 몰았던 포르쉐는 기껏해야 2억 정도였다. 눈앞의 모델은 그것의 10배를 넘어섰다. 26억짜리 스포츠카를 무슨 수로 산단 말인가? 감히 시승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객님 안녕하세요, 혹시 찾으시는 모델 있을까요?"생기발랄
전시장 로비 중심에 보름이나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해당 포르쉐 HBLY—GT를 구매할 능력이 되는 고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수습 기간도 채 지나지 않은 초짜가 아니고야 농담이라도, 군복을 입은 남성과 평범한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26억이나 되는 포르쉐를 소개할 위인은 없었다."업무 능력은 다소 부족하나 열정적인 태도는 보기 좋군."데스크 쪽을 담담하게 바라본 염구준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금테로 장식된 블랙 카드 한 장을 내민 염구준이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전액 일시불로. 따로 비밀번호는 입력할 필요 없어. 이곳의 전속 서비스를 받고 싶네만, 필요한 모든 비용은 이 카드로 계산하도록. 십 분 사이에 전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군."26억을 비밀번호 입력도 없이 일시불로 계산한다고? 블랙 카드에는 흔한 은행명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정면에 "G.J"이라는 심플한 이니셜이 적혀있을 뿐. 이게 대체 무슨 카드지?"선생님, 저..."여직원은 십초 동안 아무말도 못 하고 멍하니 염구준을 쳐다보기만 했다. 더없이 진지한 그의 표정으로 보아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제야 조심스레 카드를 받은 여직원이 결제를 진행할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구준 씨, 농담이 지나치잖아."뒤늦게 정신을 차린 손가을이 펄쩍 뛰었다. 26억이라는 가격표가 안 보이는 건가? 대체 그놈의 정착금이 얼마길래. 행여 결제 실패 화면이 뜬다면 얼마나 창피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진정해."핏기 없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는 여전히 담담했다. "아마 곧 소식이 올 거야."30초도 안 되는 사이, 블랙 카드를 소중하게 받아 든 직원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사무실에서 달려 나와 그들을 불렀다."고객님, 결...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여기 구매 영수증 받아주시고요, 어... 그리고 고객님들을 위한 자그마한 사은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유 카드, 무료 세차 카드랑... 어... 아
26억짜리 포르쉐라니, 예전에 몰았던 포르쉐보다 10배는 더 나갔다. 그리고 현재 그 차주는 다름 아닌 그녀였다. "정말... 저 사람이 돈을 냈단 말이야?"데스크 쪽에 몰려있던 소위 '경험 많은'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제야 때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군복을 입은 남자에게 돈이 그렇게 많을 줄 알았더라면 당장 달려갔을 텐데. 보는 눈이 형편없었다. 그러니 신입이라고 무시하던 사람이 얼떨결에 주워갔지."게다가 따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었다며?"짙게 화장한 중년 여직원이 동료를 둘러보며 찝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체 저 안에 얼마가 들어있길래? 예전에 용하은행에서 발행한 VIP 카드를 본 적 있는데, 비밀번호 없이 결제할 수 있는 한도는 개인 자산의 0.0001% 더라고. 방금 저분... 26억을 무비번으로 결제했잖아. 그럼 대체 총자산이 얼마인 거야?""......"동료 직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얼마나 좋은 기회던가. 이런 사람들과 안면을 터놓으면 팔 수 있는 차가 배로 늘어났다. 놓친 상여금이 대체 얼마란 말인가! 눈앞의 기회를 보기 좋게 날린 그녀들이었다.포르쉐 옆에 서 있던 손가을이 염구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구준 씨... 혹시 엄청난 비밀 같은 걸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거나, 그런 거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많은 정착금을 받은 거고?""그렇게 많은 액수는 아니야."아이를 안아 든 염구준이 조수석에 앉으며 피식 웃었다."이젠 당신 차야. 그러니 운전해 봐야지 않겠어?"잠시 머뭇거리던 손가을이 운전석에 앉았다. 행여 먼지가 묻을까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질감 좋은 핸들을 만지작거렸다. 고급스러운 금속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며 정교한 오토매틱 기어를 쓰다듬었다.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어여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차올랐다."고객님."젊은 여직원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진숙영이 두 사람 곁에 자리했고 손중천과 고위급 임원들이 애써 웃음 지으며 뒤따랐다. 용성우와 손태석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안색들이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계약을 무사히 마쳤으니 이젠 10조라는 거액의 투자금을 받을 일만 남았다. 그러나 손영 그룹에 차려질 최종 이익은 손태석 부부의 결정에 달렸다."에휴..."손중천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애매한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이때, 비명 같은 진혜린의 목소리가 계단 아래에서 들려왔다. 성씨도 빼앗기고 집안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진혜린은 여태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계단 아래에 엎드려 펑펑 울음을 쏟으며 처절하게 발악했다."어르신,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저 좀 한 번만 살려주세요. 계약도 성사되었잖아요. 저 반성 많이 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발요! 제가 왜 진혜린인데요, 전 손혜린이에요. 전 영원히 손씨 집안 사람이라고요! 흑흑...."손중천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묵직한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제대로 된 번호판조차 걸지 않은 빨간 포르쉐가 건물 앞쪽 광장에 서서히 멈춰 섰다. 희주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의 얼굴에는 보기 좋게 미소가 걸려 있었다."장모님, 장인어른. 계약은 무사히 마치셨습니까? 모시러 왔어요. 같이 저녁 식사해요."저녁 식사라고? 손태석과 진숙영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어찌 이리도 눈치가 없단 말인가. 용씨 집안과 막 계약을 마쳤으니 함께 저녁 만찬이라도 즐겨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용씨 집안 사람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예의 없는 행동이 퍽 불만스러웠다. 그러다 이내 염구준이 용씨 집안 가주를 알아볼 리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염구준의 등장에도 손태석과 진숙영은 매우 자연스럽게 행동했으나 용성우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저 사람이다. 눈앞에 아이를 안아 든 남성이 바로 소문으로만 들었던 고귀한 분이었다. 나라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 전
손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 그녀의 커리어와 꿈은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오늘로써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손가을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계단 위에 서 있는 용성우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정말 감사....""아이고, 이 늙은이를 부축해 주어서 참으로 고맙네, 아우님. 이젠 나이가 들어 계단도 혼자 못 내려갈 정도라니까."용성우는 손태석의 팔뚝을 꽉 쥐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손가을이 인사하는 걸 당장 막아야 했다. 이들은 염구준의 정체를 모르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주군의 부인께서 제게 허리를 숙인다? 첫인사는 넘어갈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 목숨이 아홉 개 달린 것도 아닌데!아버지가 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훈훈한 장면임이 틀림없으나 손중천에게는 아니었다.용성우와 손태석 뒤를 따라가고 있던 손중천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렁거렸다. 빌어먹을 불효막심한 자식 같으니라고.진혜린이 꼬드겨서 손태석 일가를 쫓아내고 손가을을 해고한 건 사실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손중천이 내린 최종 결정이었다. 손씨 집안 가주로서 내린 명령은 감히 반박하거나 거역할 수 없는 임금의 교지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의 셋째 아들인 손태석이 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이 손가을을 회사에 불러들였다. 용성우와 손영 그룹 임원들 앞에서 개망신당한 꼴이었다. 그의 위엄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게다가 그들의 데릴사위는 어떠한가, 쓰레기 같은 염구준.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저놈 탓이었다. 칠순 잔치에 보란듯이 관을 들이밀며 하마터면 자신을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만들지 않았던가. "흐흑, 손가을이 회사로 복귀한다고?"한편, 계단 아래에 쓰러져있던 진혜린이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허우적대고 있었다. 전혀 제정신이 아닌 몰골이었다.회사로 복귀한 것도
똑똑!대표 사무실 입구에서 염구준은 가볍게 노크했다.“왔으면 그냥 들어와. 내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거야?”손가을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피식하고 웃었다.남편이 옆에 있다면 무엇을 해도 즐거웠다.“보지 않고도 알아 맞히네. 무슨 냄새라도 맡았어?”염구준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자기 옷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하하하, 그 나이 먹고 장난치고 싶어?”손가을은 고개를 들고 보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렇지. 자주 웃으면 기분도 좋잖아.”염구준은 웃으면서 저벅저벅 아내에게로 다가갔다.손가을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지개를 폈다.“외국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어? 어떻게 됐어?”“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어. 편식이 심해서 팥빵을 먹였더니 겨우 진정했어.”염구준은 방금 상황을 완화시켜 설명했다.“오, 팥빵을 좋아했구나. 그럼 많이 줘. 나중에 용하인들이 손이 작다는 소리를 듣겠어.”손가을은 심각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생각했다.“알았어. 필요하다면 많이 챙겨줘야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주먹이 바로 그가 말한 팥빵이었다.두 사람은 얘기를 하다가 염구준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그리고 복잡한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전부 거록 존주와 관련된 정보였다.그의 정보통은 넓었지만 거록 존주의 행방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브레인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준 씨, 내 도움이 필요해?”손가을은 남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 내 일은 급하지 않아.”염구준은 기뻤지만 사양했다.손가을은 한 그룹의 대표로서 매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본인 일 때문에 그녀가 고생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그때 입구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붉은 장미였다.염구준은 기운을 느끼고 힐끗 쳐다보았다.바로 그녀였다.참 어이가 없었다. 다른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이런 일에 빠르게 움직였다.붉은 장미는 입구에서 여러 번이나 고개를 기웃거리며 손가을을 살펴보았다.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내 경호
“태도가 좋아서 두 가지 정보를 알려줄게요.”“첫째, 내 정보에 따르면 거록 존주는 지금 용하에 없어요. 둘째, 용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용하의 국민들은 해치면 안 돼요. 아니면 당신들 더 비참하게 죽을 겁니다.”솔직한 심정은 이 사람들을 전부 포장해서 택배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다른 요소들을 생각하고 참은 것이다.“가자.”브레인은 염구준을 노려보며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이러고 보니 상황이 재미있어졌다.약속했던 동맹이 결국은 구체적인 사항을 상의하기 전에 절반이 떠났다.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 문제일 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회의실에 가서 얘기합시다.”염구준은 남은 사람들을 불렀다.눈엣가시가 사라지니 남은 사람들은 이끌기 쉬웠다.방금 싸움으로 염구준은 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이것이 바로 고수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다.“염 선생님, 일은 다 처리했나요?”붉은 장미가 겸손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지만 내려가서 보지는 않았다.왜냐면 이미 결과를 알았기 때문이었다.봉래섬 전투를 떠올려도 염구준의 강력한 일격은 누구도 막지 못했었다.“자, 이제 다들 앉으세요. 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앞쪽 자리를 가리켰다.무술인들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이번 동맹 작전을 위해 먼 곳에서 도와주러 오셔셔 감사합니다. 하지만 거록 존주의 일은 비교적 복잡하여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거록 조직과 여러 번이나 싸워서 저들의 심복 2명을 살해했습니다. 전신지상과 반보천인 고수였어요. 이 두 사람과 동급인 심복이 아직 네 명이 있어요. 그러니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호텔에 머물고 필요할 때 제가 부르겠습니다.”다들 똑똑히 알아들었다.그 말은 거록 조직의 실력은 약하지 않으니 반보천인 고수가 이끌지 않는 이상 패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말을 마치자 붉은 장미가 일어서서 그를 지지했다.“염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전적으로 따
수백 번 주먹을 날린 염구준은 상대방의 실력을 판단했다.실력은 강하지만 공무적에 비해 여전히 하위였다.이런 실력으로 염구준에게 복수를 한다니 정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싸움이 지속되자 브레인은 점점 지쳐 공격하지 않고 방어하기에 바빴다.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의 체력을 소모해서 망신을 주었다.이번 싸움은 승부를 가리는 것보다 다른 무술인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였다.싸움은 한 시간 넘게 지속되었다.“아악! 끝장을 보자!”브레인은 굴욕을 참지 못하고 공포스러운 기운을 폭발시키며 반격하려 했다.그때 염구준도 일격을 가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그는 힘껏 주먹을 날려 브레인의 얼굴을 쳤다.그러자 브레인은 뒤로 날아가 벽면에 부딪쳐서야 공격을 멈추었다.승부는 이미 갈렸다.실은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싸움이 끝나자, 주변에서 경악을 금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수근거렸다.“이게 진짜야? 브레인 님이 졌어!”“이 정도로 강했어? 브레인 님은 그쪽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어.”“용하에서 대단한 무술인은 모두 은세가문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염구준이 최고 고수를 물리치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눈치 빠른 무술인들은 얌전히 2층으로 올라갔다.무술인의 세계에서 주먹이 법이었다.“콜록콜록!”가쁜 기침 소리를 내며 브레인이 휘청거리며 일어섰다.부서진 벽속에서 나온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의외입니다. 이 정도 위력에도 죽지 않았군요.”염구준이 칭찬했다.그제야 상대방은 평범한 반보천인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이라는 것을 믿었다.“이 개…”브레인이 욕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볼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이런 강자는 리아성전의 전주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우리 용하에서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됩니다.”염구준은 그를 노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무술인의 세계에서 한번 싸워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만약 해결되지 않으면 다
“알겠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렸다.성조국의 반보천인 고수가 움직이지 않으니 나머지 무술인들도 움직이지 않았다.아마도 그 고수의 지휘를 따르는 것 같았다.염구준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서양 노인에게 다가갔다.“어르신, 2층 회의실로 갑시다. 그래야 다들 회의실로 갈 겁니다.”하지만 상대방은 인상을 굳히며 못 들은 척했다.존중이란 서로 진심으로 대해야 마음에 전달되는 것이 아닌가?노인은 자기소개를 하더니 냉정하게 물었다.“내 이름은 브레인이다. 추룡대삼각 지대에서 네가 내 제자를 죽였냐?”“거기서 사람을 죽였지만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염구준은 상대방이 복수하려고 하자 의자를 끌어와서 앉았다.노인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죽은 제자는 노인이 가장 아끼는 제자로서 앞으로 리아성전의 주인이 될 후계인이었다.그런데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죽었다.“아, 생각났어요. 그런데 내가 죽인 건 아니에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해서 일을 저지른 거죠.”염구준은 말에 다른 뜻을 담아 브레인에게 허튼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흥,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를 죽였어. 여기서 끝을 봐야겠다.”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기운을 끌어올렸다.여기서 복수하겠다는 뜻이었다.노인의 무술 경지는 약하지 않았다.염구준이 그 기운을 감지하더니 이렇게 되물었다.“그럼 어떻게 끝을 볼 건데요?”분위기를 보니 한바탕 싸울 기세였다.주변에서 세한 느낌을 받은 무술인들은 경계하면서 뒤로 물러섰다.반보천인 고수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브레인이 눈동자를 굴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조건을 제시했다.“삼선도의 옥패와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내놓으면 리아성전에서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아끼는 제자가 죽었지만 사람은 부활할 수 없는 법, 그러니 최대한 이익이라도 챙겨야 했다.“괜찮아요. 계속 추궁하세요.”염구준은 조롱하는 눈빛을 보내며 얼마든지 공격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본인이 뭐라고 이런 조건을 내세우는지 어처구니가 없었
“알았어. 지금 갈게.”염구준은 대답하고 통화를 끊어버렸다.각 세력에서 온 정영병들은 교만함에 익숙해져서 타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특히 다른 세력과 만나면 한바탕 싸워서 갈등을 만들었다.염구준이 거실을 지나갈 때 멍하니 앉아 있는 제이든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내가 지금 갈 데가 있는데 거기 무술인들이 많아. 나랑 같이 가서 볼래?”어린 녀석이 서양권법에 열광을 하더니 연달아 패배한 후 지금은 자폐 상태에 빠졌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반보천인 고수는 녀석의 실력으로 어떤 권법을 사용해도 이길 수 없었다.“안 갈래요. 영화나 볼래요.”제이든은 힘없이 대답하면서 티비에서 나오는 곰돌이를 보았다.“녀석도 참!”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도 친척이니 언젠가 시간이 되면 잘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무술을 연마하는 길은 좌절할수록 실력이 상승하니 이 정도 타격도 견디지 못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은 자리를 떠나 각국에서 온 무술인들을 만나러 갔다.방금 용준영의 말투를 들으면 조금은 일이 까다로운 것 같았다.그는 질주하여 글로리 호텔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입구에 서 있는 용준영이 눈에 띄었다.이번에 접대 업무를 그에게 맡기고 호텔마저 무술인들만 투숙할 수 있게 영업을 중단했다.용준영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염구준이 목소리를 높여서 인사를 건넸다.“안에 들어가지 않고 왜 나왔어?”“형님, 드디어 오셨네요.”용준영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안에 사람들은 정말 감당이 되지 않았다.“귀신들도 아니고 들어가서 보자.”염구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일행이 뒤를 따랐다.여기까지 온 이상 안에 어떤 놈들이 있든 얘기는 나누어야 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마치 다른 곳에 온 것 같았다.화려한 호텔 내부에서 전쟁이라도 치른 듯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다.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니 욕을 해도
“가식적인 인사치레는 필요 없어. 행동으로 보여줘 봐. 너 요새 무공이 급증했는데 심혈도 괜찮으니까 형한테 조금 주라.”거록은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흑풍을 쳐다봤다.‘미친 새끼!’흑풍은 경계하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넷째 형, 그런 농담은 하나도 웃기지 않아.”심혈 몇 방울을 준다고 죽지는 않지만 문제는 원기가 손상될 수 있었다.이기적인 흑풍의 성격으로 동의할 리가 없었다.방금까지 우애가 좋던 형제 사이에 갑자기 긴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았다.“하하하, 역시 융통성이 없어. 농담도 하지 못하냐?”거록 존주가 피식 웃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다.저도 모르게 속심말을 해버린 것이었다.“하, 형 말이 맞아. 내가 눈치가 없었어. 미안해.”흑풍이 경계심을 내려놓았다.입씨름에서 져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비록 긴장했던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뭔가 어색했다.두 사람 모두 불만을 품은 것이다.어쨌든 방금 거록 존주의 말이 선을 넘었다.“형제끼리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그나저나 네가 알려준 방법이 쓸모가 있어. 어디서 얻은 거냐?”거록 존주는 통쾌한 것처럼 흑풍에게 말을 걸었다.“유적지에 갔다가 우연이 얻은 거야. 형이 마음에 들면 됐어.”흑풍이 덤덤하게 대답했다.그 뒤로 몇 마디 더 얘기하고 불쾌한 마음으로 헤어졌다.예전 같았으면 흑풍은 이런 투로 말을 하지 않았다.이유는 최근에 우연히 만난 사람 덕에 전투력이 폭증하여 더는 반보천인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우연히 만난 사람은 바로 얼음 인간 봉유곡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조금 후회되었다.일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거록이 벌써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그래도 염구준과 이미 적이 되어서 다행이었다.흑풍이 떠난 후, 밀실에 한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쿵!거록은 분노를 폭발하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쳐 산산조각을 냈다.“여우새끼, 자기는 힘을 들이지 않고 내 손으로 염구준을 처리하겠다고? 야비한 놈. 내가 심
하지만 가는 내내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왠지 마음속으로 불안했다.소봉산에서 큰 소동을 벌였으니 틀림없이 누군가 주시를 하고 거록 존주에게 보고한 것이다.자칫하면 헛걸음을 했을지도 모른다.펑!와이너리 입구에 도착한 염구준은 다리를 번쩍 들어 대문을 차버렸다.사람은 없고 벽에 붙은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아마도 그에게 남긴 것 같았다.[염구준, 내가 성공하는 날에 너희 가문을 멸망시키겠다!]편지에는 원한이 가득한 말만 담겨 있었다.“어이없네!”염구준은 손바닥에 화염을 일으켜 메모지를 단번에 태워버렸다.협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도망친 주제에 협박을 하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이제 단서가 끊어졌으니 계속 있어도 의미가 없었다.이곳을 떠나려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의 숨소리가 느껴졌다.조용히 숨을 죽이고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했더니 지하실에서 전해졌다.재빨리 지하로 가는 통로를 찾고 아래로 내려갔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던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짐승보다 못한 새끼!”이곳에 2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갇혀 있고 전부 심혈을 빼앗겨 기가 허약해 있었다.게다가 통로에 시체도 있었다.방금 죽은 것으로 보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도망간 것 같았다.거록 존주가 어디서 이런 수법을 얻었는지 궁금했었다.감히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면서 무공을 제고하려고 하다니 옛날 같았으면 틀림없이 능지처참을 당했을 것이다.“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 우리를 풀어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흑흑, 가슴이 너무 아파요. 치료할 수 있게 병원에 데려가줘요.”갇힌 사람들은 겨우 목소리를 내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이곳에서 나가게 해 줄게요.”염구준이 약속했다.이로서 거록 존주를 죽여야겠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그것도 최대한 빨리 죽여야 했다.염구준은 현지 법원과 병원에 연락하여 이 사람들을 치료하도록 안배했다.의료 비용은 역시 전부 그가 부담했다.만약 이 사실이 밖에 소문이 나게 되면 사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무적인 고수마저 패배하다니.”방울뱀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쳐다봤다.소봉산에서 유일한 반보천인이지만 감히 맞설 용기가 없었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며 싸늘하게 물었다.“거록 존주 어디 있어? 말해.”그가 방울뱀을 살려둔 것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날 풀어주면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알려 줄게.”방울뱀이 조건을 내세웠다.살기 위해서 모든 사람 앞에서 거록 존주를 배신한 것이다.지금 상황에서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넌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 말해.”퍽!염구준은 말하는 동시에 도망치려는 왕구혼을 쫓아가 살해했다.주제를 알고 얌전히 있었으면 목숨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굳이 소봉산에 와서 일을 크게 벌였다.그렇게 또 한 명이 죽었다.관전하던 사람들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염구준이 가차 없이 살육하는 모습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방울뱀은 비장의 카드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놓아주기를 바랬다.“농귀시 적포도 와이너리에 있어.”“좋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줄게.”염구준은 말을 끝낸 동시에 검을 들어 죽이려고 했다.“이 망할 새끼야!”방울뱀이 큰소리로 욕을 했다.쿵!몇 분 후에 방울뱀도 참살을 당했다.네 명의 반보천인으로 구성된 포위 공격에서 결국 세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그중에 최강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도 있었다.은세가문에서 실력도 없으면서 칭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거록 존주의 부하가 아닌 사람은 머리를 감싸고 앉는다. 한 번만 말하겠다.”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다들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염구준이 시키는 대로 했다.“다들 도망쳐!”당황한 거록 존주의 부하들은 그제야 위험에 빠진 것을 눈치챘다.싸움 구경을 하겠다고 도망치지 못한 것이었다.하지만 세상에는 후회약이란 없었다.염구준이 빠르게 움직이기
“으아아악!”염구준은 크게 외치며 과감하게 왼손을 회수하고는 곧바로 양손으로 검을 잡고 두 개의 검의를 발동하여 오른쪽의 왕구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쾅!검이 아래로 그어지며 날카로운 검기가 왕구혼을 밀어냈고, 적지 않은 량의 검기가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이 일격에 상대방이 다친 건 분명했으나,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쾅!그러나 그 사이 왼쪽에서 방울뱀이 그의 호체 진기를 부수고 그의 왼쪽 상반신을 공격했다.공격을 받은 뒤, 염구준의 몸 안에서 진기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방울뱀이 조금 전 염구준에게 한 차례 타격을 입어 진기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이번 공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검을 단단히 쥔 채로 앞에서 달려오는 공무적의 공격에 맞섰다.챙챙!두 사람이 다시 맞붙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밀리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반보천인의 경지에서 무적이라 는 칭호를 가진 만큼 공무적은 확실히 강했다. 대부분의 반보천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전투는 점점 격렬해졌고, 방울뱀과 왕구혼은 이 틈을 타 염구준의 뒤에서 공격을 시도했다.팽팽한 싸움 속에서 두 명이 힘을 합쳐 방해하니 귀찮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금 더 빨리!’염구준은 결단을 내리고는 진기를 무리하게 소모하며 공무적조차 막아내지 못 할 정도로 검을 점점 더 빠르게 휘둘렀다.순식간에 공무적의 몸에는 검으로 인해 난 상처가 여러군데 났으나, 전부 얕은 상처 뿐이었다.‘어마어마한 방어력이야.’‘설마 육신을 극도로 강하게 만든 건가?’“하하, 전 흙 원소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육신도 단단하니 절 크게 다치게 하지는 못 할 겁니다.”공무적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어력이 너무 강한 탓에 단시간내에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 중의 두 사람도 어느덧 그의 뒤에 다다랐다.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차마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