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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Author: 잔영
염구준의 넓은 어깨를 뒤에서 바라보던 손태석과 진숙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위 녀석이 지금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가?

"구준 씨."

입술을 깨문 손가을이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며 그의 옷소매를 슬며시 끌어당겼다. 눈빛이 어쩐지 퍽 간절해 보였다.

부모님에겐 이 일자리가 꼭 필요했다. 용운 그룹과의 중요한 거래인만큼 손씨 어르신도 안달 내고 있을 게 뻔했다.

"괜찮아."

염구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으며 손가을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윽고 출입문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손혜린,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아니라면 거기서 경호원 노릇이라도 할 셈이야? 어쩌지, 너 같은 건 필요 없는데."

손혜린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살면서 이딴 취급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손태석 부부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손중천이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

"염구준!"

화를 억누른 그녀가 짓씹듯 말했다.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린 부부의 인연도 맺었던 사이잖아. 아무리 형식적인 부부였다지만 난 당신 전처라고! 당장 두 사람 내보내. 그럼 우리 사이의 빚도 없던 셈 칠게."

전처라고? 어찌 이런 뻔뻔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이혼 서류가 청해의 길거리 어딘가에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이 결혼은 이혼 도장을 찍은 날 완전히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의 아내는 오직 손가을 한 사람뿐이었다.

"간단해."

아이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출입문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

"부탁할 땐 성의를 보여줘야지. 다시 싹싹 빌어.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걸 명심해. 설마 내가 비는 방법까지 가르쳐 줘야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손혜린이 악에 받친 눈빛으로 이를 꽉 악물었다. 피처럼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당장이라도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다.

감히 염구준 따위가, 자신에게 부탁을 운운하는 건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자식.'

"염 서방...."

염구준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손태석과 진숙영도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당장이라도 승낙하려던 그들은 입을 꾹 다물며 문밖에 서 있는 손혜린의 반응을 묵묵히 지켜봤다.

난처할 그녀의 처지에 속이 다 시원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여자가 친히 그들을 찾아왔겠는가. 5년 동안 겪었던 수모를 갚아줄 때가 온 것 같았다.

"염구준...!"

손혜린은 분노로 호흡마저 가빠졌다. 머릿속에서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2조의 수익, 손중천의 협박, 그리고 앞으로 그녀가 누릴 모든 것들...

크게 심호흡한 그녀가 텅 빈 허공을 향해 잔뜩 일그러진 미소를 만들어 냈다. 꼿꼿하게 세웠던 고개를 슬쩍 숙인 그녀가 가장 비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제가 경솔했습니다. 죄송해요. 용운 그룹과 5조짜리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두 분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그래서 이렇게 모시러 온 겁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철이 없었어요. 두 분께 무례했던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과 꽉 움켜쥔 주먹은 변함없었다.

"사죄한다고?"

손태석과 진숙영이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이윽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힐끗 쳐다본 그들의 얼굴에 망설임이 서렸다.

이 정도면 된 것 아닐까?

지금이라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손씨 집안 핏줄이었다.

이건 손영 그룹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계약이 아니던가!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그제야 미소를 지은 염구준이 벽시계를 가리켰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겁니다. 5조짜리 사업이니 5시간 정도 두고 보죠."

"다, 다섯 시간이라고?"

문밖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손혜린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염구준, 이 잡종 새끼가!'

감히 저더러 이딴 곳에서 다섯 시간이나 손태석과 진숙영에게 머리를 조아리라고?

"버러지 같은 자식."

턱을 꽉 다문 손혜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이라도 염구준의 멱살을 잡은 채 온갖 저주를 퍼붓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용기까진 없었다. 지금은 고개를 드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니까.

만약 손태석과 진숙영을 데려가는 데 실패해서 용운 그룹과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손씨 집안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이고 손중천이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

십분, 반 시간, 한 시간...... 시간은 더디게도 흘러갔다.

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TV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태연자약하게 아이와 함께 거실에서 놀아주며 즐겁게 웃고 있는 염구준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손가을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진정시킨 그녀는 가족들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얼핏 보면 참으로 화기애애한 풍경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손태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염 서방,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그만 회사에 가보는 게 좋지 않겠나? 이건 아주 중요한 계약이네,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어."

염구준의 품에 안긴 채 장난치던 아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염구준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 장모님, 진정하세요. 두 분께서 움직이지 않는 한 아무도 용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할 순 없습니다. 게다가 용운 그룹도 두 분이 회사로 가기 전까진 따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할 말을 잃은 손태석과 진문영은 아연한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대체 염구준은 뭘 믿고 이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인가? 이 도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용씨 집안 용운 그룹이 이를 두고 볼 것 같진 않은데...

차를 따라주며 손가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구준 씨, 설마 용운 그룹 높으신 분들과 아는 사이인 거야?"

찻잔을 받아 든 염구준이 피식 웃었다.

아는 사이냐고? 자신은 전신전 전주라는 고귀한 신분을 갖고 있었다. 용운 그룹 같은 지방 기업이 고분고분 그의 지시에 따르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들은 전신전 전주를 따르는 걸 영광으로 여겼으니까.

"용운 그룹 임원이 제 전우의 친척 되는 사람입니다."

염구준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준비된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니 두 분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번 계약 건은 오로지 두 분 손에 달렸으니까요. 저 여자더러 계속 기다리라 하십시오. 다섯 시간을 모조리 채워야 할 겁니다."

손혜린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이를 갈았다. 하필이면 염구준의 빌어먹을 전우가 용운 그룹 고위직 임원의 친척이었다니! 자신을 쫓아냈던 용운 그룹의 강경한 태도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제까짓 것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염구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자식. 두고 봐, 반드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해주겠어!'

세 시간, 네 시간...... 어느덧 정확하게 다섯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손혜린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가 심장을 후벼파는 것만 같았다. 줄줄 흘러내린 땀이 값비싼 원피스를 흠뻑 적셨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어느새 깔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손태석과 진숙영은 잔뜩 흐트러진 손혜린의 모습을 보고는 어쩐지 기분이 오묘해졌다.

자그마치 5년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모욕과 수모를 겪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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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 그녀의 커리어와 꿈은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오늘로써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손가을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계단 위에 서 있는 용성우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정말 감사....""아이고, 이 늙은이를 부축해 주어서 참으로 고맙네, 아우님. 이젠 나이가 들어 계단도 혼자 못 내려갈 정도라니까."용성우는 손태석의 팔뚝을 꽉 쥐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손가을이 인사하는 걸 당장 막아야 했다. 이들은 염구준의 정체를 모르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주군의 부인께서 제게 허리를 숙인다? 첫인사는 넘어갈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 목숨이 아홉 개 달린 것도 아닌데!아버지가 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훈훈한 장면임이 틀림없으나 손중천에게는 아니었다.용성우와 손태석 뒤를 따라가고 있던 손중천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렁거렸다. 빌어먹을 불효막심한 자식 같으니라고.진혜린이 꼬드겨서 손태석 일가를 쫓아내고 손가을을 해고한 건 사실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손중천이 내린 최종 결정이었다. 손씨 집안 가주로서 내린 명령은 감히 반박하거나 거역할 수 없는 임금의 교지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의 셋째 아들인 손태석이 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이 손가을을 회사에 불러들였다. 용성우와 손영 그룹 임원들 앞에서 개망신당한 꼴이었다. 그의 위엄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게다가 그들의 데릴사위는 어떠한가, 쓰레기 같은 염구준.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저놈 탓이었다. 칠순 잔치에 보란듯이 관을 들이밀며 하마터면 자신을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만들지 않았던가. "흐흑, 손가을이 회사로 복귀한다고?"한편, 계단 아래에 쓰러져있던 진혜린이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허우적대고 있었다. 전혀 제정신이 아닌 몰골이었다.회사로 복귀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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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2395화

    바라해 자사, 옥상 비행기 착륙장.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직원들을 이끌고 착륙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바라해 현지인이고 자사 총책임자였다.멀리서 전투기 굉음이 울리면서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전투기를 탄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그는 전투기를 조종하여 착륙장 위에 도착한 후 수직으로 착륙했다.“염 선생님,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했어요.”염구준이 문을 열고 내리자 다들 이구동성으로 맞이했다.상황을 보니 손가을이 미리 연락하여 전력으로 협조하라고 부탁한 것 같았다.“바쁘신 와중에 감사합니다.”염구준은 인사치레로 한마디하고 제임스를 바라봤다.“다들 볼일 보시고 제임스 부대표님은 나랑 얘기하시죠.”솔직히 그는 이러한 환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러시죠.”제임스는 직원들에게 업무를 맡기고는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본부에서 손 대표님의 남편이 왔으니 조심스럽게 모셔야 했다.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이르자 염구준이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부대표님은 어려서부터 바라해에서 살았죠. 혹시 황계웅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오기 전에 이미 수집한 자료를 보았는데 황계웅이 떠돌이 7인조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의아했었다.흑풍과 편을 먹을 때부터 한통속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었다.“바라해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세력은 알고 있어요.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제임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상하리만큼 확신했다.정말 바라해에 그런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염구준이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스스로에게 물었다.‘내 판단이 틀렸나?’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일 뿐이었다.이곳에 온 이상 한 사람의 말만 듣지 않고 확실하게 조사할 것이다.“알았어요. 그럼 숙소로 안내해주세요.”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고 투숙할 곳을 요구했다.안전하게 착륙했으니 아내에게 안부도 전해야 했다.“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가시죠.”제임스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옆으

  • 군신의 귀환   제2394화

    그는 라도스탄의 최고 권력자이자 발언권이 있는 남자였다.하지만 그런 분이 염구준의 앞에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염 선생, 오랜만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국왕의 태도에 무릎을 꿇은 군사들은 물론 현장을 통제하러 온 총사령관마저도 어리둥절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손씨 그룹의 직원들은 무슨 말로 표현할지 몰랐다.염구준이 얼마나 대단하면 타국의 국왕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할까,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그 와중에 염구준은 검을 거두고 지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 병원에 이송하고 최고 의료진에게 치료받게 해주세요.”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라도 8세가 잔뜩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뭣들 해? 어서 저 분을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네, 바로 이송하겠습니다.”국왕이 대노하니 아랫것들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서 부대표를 받들러 가기 바빴다.팔 한 쪽을 잃은 총사령관은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다.이 일은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이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염 선생님, 더 도울 일이 있을까요?”라도 8세는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낮추어 말했다.라도스탄처럼 작은 나라에 군사력이 만 명도 초과하지 않았다.어쩌면 전국에서 라도 8세만 염구준의 존재를 알 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상대방이 모른 척을 하자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오늘 일을 끝까지 따지려고 마음먹었다.“방금 당신의 사람들이 용병과 결탁하여 내 회사를 습격하고 날 죽이려고 했어요.”“뭐라고요?”라도 8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어떤 놈이 염구준을 죽이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이것은 나라를 말아먹는 큰일이었다.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챈 총사령관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반박했다.“당신… 함부로 모욕하지 마세요. 내가 언제 용병들과 결탁했어요?”이런 무뢰한의 말은 손씨 그룹의 직원들도 차마 들어줄 수가 없었다.“확실해. 용병들이 내 직원들을 죽이려고 할 때 오지 않더니 일이 다 끝난 후에 나타났

  • 군신의 귀환   제2393화

    밖으로 나온 후, 염구준은 원격 제어 장치로 전투기를 옥상에 세우고 나중에 찾으러 오려고 생각했다.타닥타닥!쿵!그때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도로 양측에 장갑차와 무장한 군사들이 나타나 도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들은 라도스탄의 방위군이었다.방금 사무실이 폭격을 당하고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그림자도 안 보이다가, 모든 일을 처리하니 수백 명이나 나타났다.“저 전투기, 그쪽 거야?”염구준이 말하기 전에 총사령관이 배를 내밀며 옥상을 가리켰다.‘시비 걸러 왔구나.’상대방의 언행으로 대략 상황을 판단한 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습니다. 지금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해서 길을 내주세요. 사람이 죽는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지금 서 부대표의 다리는 더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었다.나머지 직원들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속으로 오늘따라 재수없는 일만 겪는다며 한탄했다.방위군은 방금 습격한 놈들보다 머릿수도 많고 위험했다.“하하하. 지금 장난해?”총사령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무장한 군사들을 끌고 와서 쉽게 염구준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3일 전에 막 총사령관에 부임해서 조금 건방진 것은 사실이었다.“라도 8세를 만나게 해줘요”염구준은 그와 쓸데없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조건을 제시했다.“…”그 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외국 사람이 자신의 국왕을 직접 만나게 해달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왜냐면 그들도 일 년에 국왕을 만날 기회가 몇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흥, 감히 국왕의 존함을 부르다니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총사령관은 버력 화를 내며 부하들에게 체포하라 지시했다.탁!그러자 염구준은 서 부대표를 직원들에게 넘기고 검갑을 바닥에 꽂았다.언제든 싸울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죽고 싶지 않으면 떠보지 마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텃세를 부려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총사령관과 방금 죽은

  • 군신의 귀환   제2392화

    죽어도 남자답게 영광스럽게 죽고 싶었다.“서 부대표님!”그때 직원들이 앞을 막으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하하하.”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았다.“나 결정했어. 너희들 앞에서 여자들을 강간할 거야.”정말 미친 놈이 따로 없었다.“짐승보다 못한 새끼!”“누가 우리를 도와줘요!”겁을 먹은 여직원들은 뒤로 물러나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지사 직원들은 단지 여기 월급이 높다고 해서 온 것인데 이런 봉변을 당할 줄은 몰랐다.“도와달라고? 여기 군사들도 오지 않았어. 이제 무슨 상황인지 판단되지?”남자는 광기를 뿜으며 여직원들에게 다가갔다.옆에서 지켜보던 남자 직원들은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말았다.쿵!그때 굉음이 울리면서 사무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더니 뽀얀 먼지 뒤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위에 ‘구주’라는 글자가 새겨진 전투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하늘에서 바로 착지한 것 같았다.“염구준!”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는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당황했는지 잔뜩 긴장해 있었다.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멀리서 그가 용병을 도륙하는 장면을 봤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그 후로 염구준에게 용병 킬러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스스슥!염구준은 순식간에 주변의 용병들을 쓰러트리고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정진 왕자 주제에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려?”무술인도 아닌 용병들은 그의 평범한 주먹도 당해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가엽게도 죽기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용서해 주십시오! 이 회사가 당신과 관련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는 삼릉칼을 멀리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더니 비굴하게 살려달라 애원했다.염구준의 앞에서 전혀 반항할 용기조차 없었다.쿵!하지만 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으로 그를 벽에 밀어붙이며 싸늘하게 물었다.“누가 지시했어? 네가 알고 있는 거 다 불어.”남자는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다리는 이미 힘이 풀렸는지 일어서지도 못했다.

  • 군신의 귀환   제2391화

    “에휴, 그쪽으로 가서 협상이라도 하자. 좋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손가을은 한숨을 쉬며 양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뜻밖에 해외 지사가 습격을 당해서 청해의 본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내가 갈게. 귀찮은 일은 내 전문이잖아.”염구준은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직접 먼 길을 떠나려고 결정했다.황계웅은 능구렁이라 흑풍 못지 않게 위험한 인물이었다.동시에 손씨 그룹의 해외 지사들을 습격했다는 것은 수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하던 대로 내가 청해에서 가족들 지키고 있을게. 당신은 안전에 주의하고 빨리 돌아와.”손가을은 남편을 꼭 안아주는 것으로 동의했다.솔직히 그녀도 가고 싶었지만 부모와 딸을 지켜야 하고 회사도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서 남기로 했다.“그래. 알았어.”염구준도 아내를 꼭 안아주며 작별 인사로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이번은 긴급 상황이라 직접 구주호 전투기를 조종하며 바라해로 향했다.5배 속으로 날아간다면 만리라도 몇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목적지까지 천 킬로미터 남았을 때, 단톡방에서 아내의 메시지를 받았다.[라도스탄 지부가 공격당함. 근처에 있는 자사에서 당장 지원 요청 바람.] 염구준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보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갈게. 10분 후 도착 가능.]전투기가 갑자기 속도를 내더니 하늘을 가르며 두 줄기 배기가스를 발사했다.대체 어떤 놈들이 소란을 피우는지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현재 라도스탄 국도, 손씨 그룹의 자사 사무실.“쳐들어가서 돈이 되는 물건과 여자들을 전부 납치해!”사무실 밖에 서른 명 되는 무리가 대문을 부수도 들어가고 있었다.“힘 더 써! 밥 안 먹고 왔어?”백인 무술인과 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뒤를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들 피부색을 보아 전부 해외에서 고용한 용병이었다.쿵! 쿵!두터운 철문은 충격을 받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를 내더니 기둥에서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했

  • 군신의 귀환   제2390화

    손가을은 황계웅 존주님이라는 호칭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이런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데 언제 잘못 찍혔는지 너무 어이가 없었다.어떤 일은 염구준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아내가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손에서 부드럽게 휴대폰을 가져왔다.남편의 다정한 말에 그녀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난 염구준이다.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휴대폰을 받은 염구준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은 압박감을 느꼈다.“염, 염구준? 우리 존주님이 노하셨다. 손씨 그룹은 이제 망했어!”상대방이 당황하더니 이내 언성을 높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런데 염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그래요? 거기 북유럽 지사죠? 내가 거기 간 적이 있어요.”“뚜뚜뚜…”갑자기 전화를 끊는 것을 보니 살려고 도망친 것 같았다.놈은 이렇게 끝난 줄 알겠지만 염구준이 이미 그쪽에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이어서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다.“저희 지사가 공격을 받았는데 이미 적들을 물리쳤습니다.”“7지사가 파산했습니다. 오늘 물건을 가져가면서 돈은 전부 빼앗긴 걸 발견했습니다.”“손 대표님, 저희 공격을 받고 있어요. 빨리 지원해 주세요.”순식간에 손씨 그룹의 해외 지사 대다수가 공격을 받아 참담한 손실을 입었다.현지 세력들은 손씨 그룹의 지사들이 망하길 기다렸는지 아무도 지원하러 가지 않았다.“구준 씨, 이제 어떡해!”손가을은 자신의 피와 땀으로 세운 해외 지사가 전부 공격을 당하자 마음이 초조하기 그지없었다.“실력이 안 되니까 대놓고 횡포하네.”염구준은 세계 지도를 둘러보며 전화 한 통을 받을 때마다 그곳에 표식을 했다.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 오다니 상대방이 분신술이라도 펼치는 것 같았다.대표 사무실에서 손가을은 불안한 마음에 왔다갔다만 반복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러다 남편이 진지하게 지도에 표시하는 것을 보고 괜

  • 군신의 귀환   제2389화

    쿵!황계웅의 산장 내부에서 한 사람이 대청 밖으로 내쫓겨졌다.입가에 피를 흘리고 가슴에 큰 발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게 발로 차인 것 같았다.안에서 천둥번개 같은 포효 소리가 울렸다.“우호법! 이것이 너의 계획이냐? 남의 손을 빌려 죽인다고? 씨알도 먹히지 않았어!”만능 전당포의 규칙에 의하면 누군가 임무를 맡으면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30% 커미션을 제공해야 했다.그런데 황계웅은 우호법의 계획을 믿고 수많은 임무를 발표해서 총 커미션이 20조에 달했다.결국 놈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이 돈을 날리게 생겼다.심지어 며칠 전에 천맹그룹에서 투자한 프로젝트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존주님, 노여움을 푸세요.”우호법은 가까스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최강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이 정도 부상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들어와!”한참 뒤, 황계웅의 화가 조금 풀렸는지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오늘 휘하에 두었던 몇몇 측근들이 참담하게 죽고 지금 우호법만 남아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네.”우호법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빠른 걸음으로 대청으로 들어갔다.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감히 황계웅을 쳐다보지 못했다.어렵게 생각해 낸 계획은 본인이 봐도 정말 엉망진창이었다.황계웅이 일어서더니 말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갑자기 멈추고는 우호법을 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손씨 그룹 해외 지사에 전면적으로 전쟁을 선포한다.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 이번에는 절대 차질이 없어야 한다!”염구준과 두 번을 싸우면서 그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이젠 옥패를 빼앗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손씨 그룹까지 삼켜서 그동안 잃어버린 자금을 메꿀 생각이었다.우호법은 뭔가 이해되지 않아 작은 소리로 질문했다.“그럼 비즈니스 수단을 동원할까요?”퍽!“멍청한 놈! 이런 상황에서 무슨 비즈니스 수단이야! 바로 무력을 행사해!”황계웅은 그 질문에 가라앉은 화가 다시 솟구쳐 얼굴에 경련까지 일으켰다.가끔은 이런

  • 군신의 귀환   제2388화

    염구준은 말하면서 편지 두 통을 건넸다.그에게 강호에도 친구들이 있었다.이번에 두 자매가 도와줬다는 이유로 무술인들에게 쫓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알겠어요.”배아현은 편지를 받고 바로 돌아섰다.그러다 먼 발치에서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며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염 선생님, 항상 조심하세요. 은세가문이 평화롭지 못해요.”그녀도 배씨 가문을 생각해야 하니 이 정도밖에 말하지 못했다.‘조심하라고?’염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다만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맡은 쥐 새끼들을 전부 유인해서 한 번에 해결해야 했다.지금 그와 가족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몰래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배주현을 가장 좋은 예로 뽑을 수 있었다.대결이 끝나자 염구준은 차에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차에서 누군가 안절부절하는 소리가 들렸다.“와이프한테서 부재중 전화 엄청 왔네. 이 야심한 밤에 어디에 갔냐고 따지고 있어.”“나도 똑같아. 돌아가서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지금 용필과 초상비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예전과 같지 않았다.평소 두 사람에게 솔로라고 놀림을 받던 호찬은 약을 올리는 건지 휘파람을 불며 여유를 부렸다.“그래서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따라왔어요?”염구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싸우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 우르르 따라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병원으로 돌아간 그는 아내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구준 씨, 어디 아파?”손가을은 아무리 검사 기록을 봐도 각 항목이 정상인데 왜 입원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아픈 데 없어. 그냥 요 며칠 정신없이 지냈더니 너무 피곤해서, 몸조리할 겸 푹 쉬려고.”염구준은 아내를 위로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그의 입장에서 사소한 일이라 혼자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래. 피곤하면 쉬어야지. 내가 남아서 돌봐줄게.”손가을은 방금 껍질을 깎은 사과를 건네며

  • 군신의 귀환   제2387화

    “비켜요!”배씨 자매는 당황했는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공격을 거두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염 선생님!”“염구준! 위험해!”관전하던 호찬과 초상비도 깜짝 놀라 염구준 대신 치명적인 공격을 막으려고 뛰어들었다.자매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그들도 알고 있었다.쿵!하지만 공격 속도가 워낙 빨라서 순식간에 염구준의 육신에 꽂히고 말았다.“젠장. 대결이라면서 사람을 죽일 셈이야?”언제 왔는지 용필이 짧은 막대기를 들고 자매를 노려보았다.호찬과 초상비도 기운을 끌어올려 언제든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방금 전 격렬한 싸움 때문에 염구준과 두 자매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나서지 마세요. 당신들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배아현이 그들을 경계하며 해명했다.방금 염구준의 행동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녀조차도 이해되지 않았다.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믿지 못하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콜록콜록! 시끄러워. 나 괜찮아.”양측의 분위기가 팽팽할 때 염구준이 연신 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위에 옷이 다 찢기고 몸에 찰과상을 입었다.무식하게 덤빈 탓에 약간의 부상을 입었다.염구준은 피가 흐르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이제야 자신의 육신이 얼마나 단단하지 알게 되었다.아쉽게도 극한 반보천인에 비해 방어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멀리서 그의 상태를 본 배아현이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염 선생님, 오늘 무슨 일이 나게 되면 여기 피바다가 되었을 거예요.”염구준도 자신의 행동에 해명했다.“육신의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서 나도 모험했어. 전력으로 임해줘서 다행이야.”어떤 것들은 실전에서 시험하기에 위험하니 대결하는 와중에 완성해야 했다.“저희가 졌어요.”배씨네 자매도 최선을 다해서 미련이 없는지 바로 패배를 인정했다.두 여자가 가장 강력한 초식을 사용했는데 염구준은 오로지 몸으로 막아냈다.이것만 보아도 쌍방 실력이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설명했다.이 상태로 계속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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