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때!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기다란 검은색 롤스로이스 밴이 병원으로 서서히 들어오더니 진중기 일행 앞에서 멈춰섰다.전신전 전주 전용 밴이었다!“가을아, 희주야, 이제 내려.”먼저 차에서 내린 염구준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진중기는 의료진과 함께 다가가서 그들을 공손히 맞았다.“염 선생님, 이분이 손가을 씨겠군요? 저는 진중기라고 합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구 국내 최고의 이비인후과 전문가들이에요.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겠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부탁 드릴게요.”그런데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멀리서 이쪽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시비를 걸어왔다.“누군가 했더니 너희들이구나! 염구준, 손가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잘 봐!”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그의 장인 손태석의 형, 손태진이자 손씨 가문의 장남!“멍청한 녀석들!”손태진은 앞길을 가로막은 두 전사를 밀치고 경호원들과 함께 염구준에게 다가와서 삿대질했다.“군에 인맥이 좀 있나 봐? 뭐가 그렇게 잘나서 잘난 척이야?”“내 아들 입천장에 물집이 잡혀서 치료 받아야 한다고! 수족구병 알아, 몰라? 나 급해!”“어쩐지 한 선생이 오늘 결근이라더니 네 녀석이 잡아두고 있었구나! 시간 지체해서 내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부터 죽을 줄 알아!”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조금 전 손중천의 생신 잔치에서 보이지 않더니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방문했던 것 같았다. 누가 손중천 아들 아니랄까 봐 입만 열면 욕설이라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부자였다.손가을은 희주를 안은 채, 염구준과 손태진을 번갈아 보았다.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기대를 안고 용기 내서 병원에 왔더니 큰아버지를 만날 줄이야! 과거에도 큰아버지와 그녀의 아버지는 승계권을 위해 피 터지게 싸웠다.그 모습에 분노한 손중천은 승계권을 다음 대에 물려주겠다고 선포했고 그래서 데
"눈은 뒀다 뭐해!" 곽승환은 분노의 주먹과 발차기로 손태진을 때려눕혔다. 생사 불명할 정도로.또 한 발의 날려 차기로 옆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경호원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태진과 함께 모두 차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예의 바른 경례를 하고 시동을 걸어 떠났다.다시 한번 놀랐다!곽승환이 왔다 간 시간은 총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한마디만 하고 깔끔하게 상황정리 하고 축 늘어진 네 구의 몸통을 끌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이것이 바로 청해 군사 작전부 수장의 작풍이란 말인가?뜻밖이었다."꿀꺽!"손가을은 멍하니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다가 침을 삼켰다.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손을 들고 수화로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어떻게 마음속의 의문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정교하고 예쁜 눈썹을 가볍게 찡그려졌다. 말할 수 없이 귀엽고 이뻤다.염구준은 손가을의 귀여운 표정을 보고, 마음속이 부드러워졌다.만약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했을까?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장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을 것이다!"진 원장님." 고개를 돌려 진중기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 아내의 수술을 선생님이 직접 집도해 주세요!”“수술 과정에 가시화 최소침습술로 인후의 화상 흉터 표면을 제거하고 혈락신경을 모두 정리해 주세요.”"마지막으로…”말을 하다가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을아, 선생님한테 드려.”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작고 귀여운 분홍색 천어화를 조심스럽게 진중기에게 건넸다."이건…." 진중기는 꽃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공이 점점 커졌다.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뛰며 이마에 땀이 나고 손발이 심하게 떨렸다.이, 이, 이……전국에 한 송이밖에 없는 천조국 국주의 궁궐에서 정성껏 키워낸 진기한 품종, 천조국의 국화, 천어화였다.“이… 이 꽃은….”진중기는 두 손으로 천어화를 받들고 조심스럽게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는 긴장
“손혜린?”손혜린 세 글자를 보자 손태석은 좋았던 기분이 다 사라지고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5년 전, 그들이 손중천에 의해 가문에서 내쫓기는 상황을 만든 범인이 바로 손혜린이었다.거만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조카.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춤을 추더니 끝끝내는 손영그룹 부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평소에 그와 진숙영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고 툭하면 월급을 삭감하거나 주기로 한 보너스를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손 사장.”하지만 전화를 안 받으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을 알기에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로….”탁!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혜린은 인사자료를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손태석 씨, 진숙영 씨, 오늘 부로 해고예요.”“난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당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그래서 당신들이 여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죠.”“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당신들 그 잘난 사위 염구준이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요? 그 인간이 할아버지한테 선물이랍시고 관짝을 보냈어요!”쾅! 두드러지게 낡고 초라한 거실에서, 손태석이 벼락에 맞은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염, 염구준... '어르신님 칠순 잔치에 관을 선물로 보내다니?! 장수용 황금 불상을 준비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그게 어떻게 관으로 바뀌었지?!'"황금, 황금 불상 여기에 있어요."옆에서 진숙영의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렸고, 손을 뻗어 거실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그녀는 마치 냉기 가득한 지하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망했다!그들이 힘들게 모은 돈과 딸이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이 작은 황금 불상을 사는 데 사용했다. 그건 다 어르신의 칠순 잔치 자리에서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염구준이 생일잔치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고 이런 어리석은 짓까지 해버리게 된 것
'발신- 주작'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야 염구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엔 아직도 살기가 느껴졌다.'용운 그룹이 뭐길래?전 신전 전주의 수단이 무엇이지?’3일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오늘은 손영 그룹과 용운 그룹이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용운 그룹이라니!"용운 그룹의 거대한 사옥 앞에서 손혜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120여 층이나 되는 건물은 높이만 해도 400미터가 넘었는데 청해의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용씨 집안으로, 명성이 자자한 재벌가였다. 용운 그룹은 전국에 이미 수많은 지사를 두고 있었다. 손씨 집안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두 가문 사이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안녕하세요."손에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손혜린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차분하게 로비를 걸었다. 그녀의 가느다랗고 요염한 허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을 향해 미소 지은 손혜린이 용건을 말했다."용 대표님께 전해줄래요?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에요. 협력 프로젝트 건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열두 명의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은 모두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손혜린을 쓱 훑어본 한 여직원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초대장이라니, 손혜린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미 합의를 마친 프로젝트였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날 일이란 말이다.용운 그룹 대표를 만나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혀 들어본 적 없었다. 손태석, 이 노망난 늙은이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방금 말했잖아요, 나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라고요."손혜린이 정색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거의 성사된 거나 다름없는 프로젝트예요.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건데, 초대장이라니요? 이게 어떤 계약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1조가 넘는 큰 프로젝트라고요.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당장 대표님께 연락해요.
가문에서 쫓겨나 이곳 청해에 정착하여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가까스로 이류 가문으로 거듭난 그의 총자산은 1조를 조금 넘어섰다. 이번 계약이 무사히 체결된다면 손씨 집안의 지위가 상승하는 건 물론 당당히 청해의 일류 가문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계약... 얼른 계약을... 잠깐!"떨리는 입술로 연신 계약을 중얼거리던 손중천이 불쑥 고개를 돌리며 양진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중요한 소식을 내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책임자가 누구야? 혜린이 아니었나? 어찌 내게 일언반구도 없어!"양진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혜린 아가씨께서 직접 어르신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제가 연락해 볼까요?""됐어."손중천이 고개를 저었다. 손씨 집안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고작 통화로 끝낼 수는 없었다."혜린이 호출해."다시 소파에 앉은 손중천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반 시간 내로 당장 달려오라고 해."양진이 서둘러 손혜린에게 연락했다. 어르신은 어쩐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반 시간 뒤, 시퍼렇게 질린 손혜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별장에 들어섰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죄송합니다. 제가... 망친 것 같아요."진작 알아챘던 손중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빛만으로도 손혜린을 찢어 죽일 기세였다.쓸모없는 것!손혜린의 본명은 진혜린이었는데 사실 손씨 집안의 먼 친척이었다. 손씨 집안은 자손이 부족했다. 수없이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자식을 볼 수 없었던 맏아들 손태진은 하는 수 없이 방계의 사내아이를 양자로 입양했다. 둘째 아들 손태산은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겨우 결혼했다. 그리고 그의 셋째 아들 손태석은 다리를 절었으며 슬하에 딸 하나밖에 없었다.5년 전, 그는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진혜린을 손씨 집안의 아가씨로 들였다. 그녀의 부추김으로 손태석 일가는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어처구니없는 가짜 결혼 사건도 그해 벌어진 일이었다. 손중천은 자기 친
염구준의 넓은 어깨를 뒤에서 바라보던 손태석과 진숙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위 녀석이 지금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가?"구준 씨."입술을 깨문 손가을이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며 그의 옷소매를 슬며시 끌어당겼다. 눈빛이 어쩐지 퍽 간절해 보였다.부모님에겐 이 일자리가 꼭 필요했다. 용운 그룹과의 중요한 거래인만큼 손씨 어르신도 안달 내고 있을 게 뻔했다."괜찮아."염구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으며 손가을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윽고 출입문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손혜린,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아니라면 거기서 경호원 노릇이라도 할 셈이야? 어쩌지, 너 같은 건 필요 없는데."손혜린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살면서 이딴 취급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손태석 부부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손중천이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염구준!"화를 억누른 그녀가 짓씹듯 말했다."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린 부부의 인연도 맺었던 사이잖아. 아무리 형식적인 부부였다지만 난 당신 전처라고! 당장 두 사람 내보내. 그럼 우리 사이의 빚도 없던 셈 칠게."전처라고? 어찌 이런 뻔뻔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이혼 서류가 청해의 길거리 어딘가에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이 결혼은 이혼 도장을 찍은 날 완전히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그의 아내는 오직 손가을 한 사람뿐이었다."간단해."아이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출입문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부탁할 땐 성의를 보여줘야지. 다시 싹싹 빌어.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걸 명심해. 설마 내가 비는 방법까지 가르쳐 줘야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손혜린이 악에 받친 눈빛으로 이를 꽉 악물었다. 피처럼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당장이라도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다.감히 염구준 따위가, 자신에게 부탁을 운운하는 건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자식.'"염 서방..
그러나 지금은 퇴역한 사위가 돌아와 그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전우의 인맥일지라도,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지라도 괜찮았다.여전히 아이를 안은 채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염구준이 무심하게 내뱉었다."손혜린, 잊지 마. 3일 뒤면 희주 생일이야. 생일 연회에 너랑 서재원, 두 사람 모두 희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 같잖은 자존심 지키려다 망하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손혜린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간신히 부들거리며 화를 억눌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계약이었다. 용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뒤 복수해도 늦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염구준과 손가을 집안을 모조리 박살 내겠다고 다짐했다."정말 죄송해요.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손혜린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참아내며 간신히 미소를 쥐어짰다."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용운 그룹에 연락해서 계약 준비를 하라고 할게요. 바로 집 앞에 제 차를 세워두었으니 두 분을 회사까지 모실겠습니다."떠나는 순간 그들의 뒤에 있는 염구준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5시간이나 허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장인어른, 장모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염구준과 손가을이 나란히 서서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손혜린을 흘깃 쳐다본 염구준이 보란 듯이 말을 보탰다."용운 그룹과의 계약 건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두 분께 차려진 몫은 꼭 받게 되실 겁니다."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들에게 차려진 몫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그동안 무수한 거래를 성사했음에도 배당금이나 상여금은 전부 손혜린 차지였다. 이번 계약을 마지막으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상여금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다녀오지."씁쓸한 표정으로 인사하던 손태석은 이내 기운을 차리고 진숙영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장인, 장모를 눈으로 배웅하던 염구준의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용성우는 두 사람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쌩하니 스쳐 지나갔다. 손태석의 손을 맞잡더니 이번에는 진숙영과도 악수하며 반갑게 말을 걸었다."손 선생님, 사모님, 두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께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이번 협상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셨다는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분을 모셔야 하는 것을... 혹 우리 직원들이 두 분을 홀대한 건 아니겠지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부디 두 분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참, 제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서 가져오게나!"재빨리 다가간 경호원이 정교한 순금 카드를 용성우 앞에 공손하게 내밀었다."이건 저희가 특별 출시한 VVIP 카드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지요."용성우는 손태석과 진숙영 앞에 조심스럽게 순금 카드를 내밀었다."이 카드를 소지한다면 우리 용씨 가문 휘하의 모든 장소를 전액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 체면을 봐서라도 받아주시지요!"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도륵도륵 굴렸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용씨 집안 가주 용성우가 손태석과 진숙영 부부에게 이다지도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 심지어 이건 공손함을 넘어서 마치 비위를 맞추는 것 같지 않은가? 대체 왜?두 사람은 손씨 가문에서 쫓겨난 몸이었다. 기업 내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직책을 맡고 있기도 했다. 복지나 상여금은 차치하고 툭하면 기본급도 깎이는 처지였다.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생활비를 제공받는 셈이었다.그런데 오늘, 그 대단하신 용성우가 두 사람을 예우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VVIP 순금 카드를 내민 것이다. 게다가 손씨 어르신과 손 부사장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사람들은 혹시 카드의 주인이 뒤바뀐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손태석은 차마 용성우가 내민 귀한 선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주님, 어찌 저희에게 이런 귀한 걸 내어주시는 겁니까. 이것 참... 그저 황송
“으아아악!”염구준은 크게 외치며 과감하게 왼손을 회수하고는 곧바로 양손으로 검을 잡고 두 개의 검의를 발동하여 오른쪽의 왕구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쾅!검이 아래로 그어지며 날카로운 검기가 왕구혼을 밀어냈고, 적지 않은 량의 검기가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이 일격에 상대방이 다친 건 분명했으나,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쾅!그러나 그 사이 왼쪽에서 방울뱀이 그의 호체 진기를 부수고 그의 왼쪽 상반신을 공격했다.공격을 받은 뒤, 염구준의 몸 안에서 진기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방울뱀이 조금 전 염구준에게 한 차례 타격을 입어 진기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이번 공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검을 단단히 쥔 채로 앞에서 달려오는 공무적의 공격에 맞섰다.챙챙!두 사람이 다시 맞붙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밀리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반보천인의 경지에서 무적이라 는 칭호를 가진 만큼 공무적은 확실히 강했다. 대부분의 반보천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전투는 점점 격렬해졌고, 방울뱀과 왕구혼은 이 틈을 타 염구준의 뒤에서 공격을 시도했다.팽팽한 싸움 속에서 두 명이 힘을 합쳐 방해하니 귀찮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금 더 빨리!’염구준은 결단을 내리고는 진기를 무리하게 소모하며 공무적조차 막아내지 못 할 정도로 검을 점점 더 빠르게 휘둘렀다.순식간에 공무적의 몸에는 검으로 인해 난 상처가 여러군데 났으나, 전부 얕은 상처 뿐이었다.‘어마어마한 방어력이야.’‘설마 육신을 극도로 강하게 만든 건가?’“하하, 전 흙 원소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육신도 단단하니 절 크게 다치게 하지는 못 할 겁니다.”공무적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어력이 너무 강한 탓에 단시간내에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 중의 두 사람도 어느덧 그의 뒤에 다다랐다.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차마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제기랄,
휙휙.모두 반응이 느리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듣자마자 양 옆으로 피했다.다만 부상을 입은 문수찬은 반 박자 늦어 다른 사람들을 맞추지 못했다.머리로는 이해했으나, 심하게 다친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아서였다.“안 돼!”촤악!염구준은 동굴 안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와 무서운 기세로 문수찬을 향해 검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갔다.이미 중상을 입어 반쯤 죽어 있던 사람이 굳이 왜 이런 싸움에 끼어들었던건지 누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공격은 다소 기습적이긴 했으나 공무적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못했기에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상대는 다수였기에 염구준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계략도 포함이었다.“아까는 도망치려고 한 거 아니었어? 왜 다시 돌아와서 싸우는 거지?”이 모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속삭였다.‘도망?’‘장난하는 것도 아니고.’염구준이 동굴로 돌아간 것은 단순히 무기를 가지러 갔을 뿐이었지, 적들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그러나 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상대방 중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건 어찌보면 좋은 일이었다. 사기를 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단한 검입니다. 검의가 초보적으로 만들어졌다니.”공무적은 칭찬하며 손을 뻗어 등 뒤에서 삼자 쇠스랑을 꺼냈다.그는 이미 방금 전에 염구준이 보여준 검술에 흥미가 끌린 상태였다.반면, 왕구혼과 방울뱀은 방금 전에 죽은 게 자신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여기며 침을 삼켰다.그들은 전성기의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방금 이 한방으로 방울뱀은 아까전 자신의 행동이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와라!”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온몸에 검기를 두르고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현재 그의 눈에는 오직 공무적 한 사람만 보였다.“내가 주공격을 할 테니, 너희 둘은 염구준을 견제해.”공무적은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전술을 지시했다.이제 정식으로 구경꾼들이 기다리던 쌍방의 싸움이 시작되었다.쾅! 쾅!아직 거리감이 조금 남아 있었으나 양측은
“대화 다 했습니까?”사람들이 떠드는 와중, 평범한 외모에 중간 키를 가진 낯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말을 꺼내자, 반보 천인 경지의 몇몇 강자들이 전부 입을 다물었다.위협감이 느껴져서였다.염구준은 그를 주의 깊게 살피며 그에게서 나오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위천인들한테서만 느껴졌던 건데.’‘저 사람, 반보천인 중에서도 강하네. 어쩌면 나랑 비슷하겠어.’전투에 대한 열망이 염구준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까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공무적입니다.”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염구준을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에도 마찬가지로 전의가 불타올랐다.강자들끼리는 늘 서로를 아끼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었다.염구준은 서둘러 공격하지 않고 상대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은세 가문 중의 탑이라고 불리우는 공씨 가문의 천재 아니십니까? 반보천인 중 무적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계시죠.”소문에 따르면, 공무적은 정의와 사악함을 넘나들며 강자의 오만함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물이라고 했다.“저도 염구준 씨에 대해 들어본 적 있습니다. 반보천인의 경지에 이른 뒤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다죠.”공무적이 대답했다.둘의 대화는 사실이었지만, 묘하게도 서로를 띄우는 상업적 칭찬처럼 들렸다.순식간에 소봉산은 두 사람의 무대가 된 것 같았다.이때 옆에 있던 방울뱀이 기뻐하며 말했다.“무적 선배님, 함께 손을 잡고 저놈을 처치하면 용의 기운은 저희의 것이 될 겁니다.”염구준의 진기의 순수 정도로 보아 아직 전부의 용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이미 이곳에 온 이상, 염구준의 체내에 남아 있는 용의 기운이 량의 얼마나 됐든지 일단 모두 뽑아야했다.“그래. 하지만 내가 7할을 가져야겠어.”공무적은 동의했지만, 욕심이 상당했다.이 말은 곧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더라도 겨우 1할밖에 얻을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염구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하며 두 주먹을 꽉 쥐었고, 그의 기운은 곧 점점 더 높아지며 절정에 가까워졌다.쾅!염구준은 순식간에 방울뱀의 앞에 나타나 공기를 가르며 주먹을 날렸다.비록 칠권합일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 역시 결코 약하지 않았다.‘이 주먹, 대단한데!’방울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는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구절편을 접어 상대방의 주먹을 막았다.쾅!그러나 염구준의 주먹이 닿자마자 채찍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방울뱀은 팔이 저려오는 걸 느끼며 충격력을 이용해 급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단 한 방에 방울뱀의 무기는 박살났고 그 역시 싸움에서 밀렸다.두 사람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계속 싸운다면 방울뱀은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다.“다음에 무기 살 땐 좀 더 비싼 걸로 사.”그는 비웃으며 발에 힘을 주어 다시 방울뱀에게 돌진했다.거록 존주가 오지 않은 이상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것이 최선이었다.방울뱀은 염구준의 맹렬한 공격을 얼굴을 찌푸리면서까지 전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막아냈지만, 반격을 하지 못한다면 언젠간 죽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쾅! 쾅!상대방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방울뱀은 정면으로 몇 번 받아냈고, 오장육부가 뒤틀려 피를 흘렸다.그러나 그를 가장 두렵게 하는 건 염구준이 전력을 다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였다.“염 선생님, 대화로 해결합시다. 굳이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방울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좋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긴, 누가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겠나?“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네가 그냥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게 아니라?”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점점 더 강력한 주먹을 휘둘렀다.거록 존주의 부하들이 먼 길을 찾아온 이상, 그는 상대방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방울뱀은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걸 보고 다른 방
쾅!염구준은 움직이던 중 푸른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손바닥을 날렸다.‘끝났구나!’반보천인의 강자인 염구준을 마주한 적은 너무 두려웠지만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그의 몸은 멀쩡했고, 오히려 염구준이 몇 걸음 후퇴하더니 다시 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는 크게 놀라며 중얼거렸다.‘내가 막아냈다고? 근데 그것도 모자라 염구준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고?’그는 이제 진심으로 염구준이 주화입마 했다고 믿었다.그는 단지 전신의 경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쾅! 쾅!염구준은 연이어 다른 이들과 싸웠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염구준이 용의 기운과 동화할 때, 주화입마를 해서 힘을 잃었다고 믿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주화입마한 탓에 실력이 예전같지 않아. 빨리 죽여!”소봉산 위에서는 여기저기서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모두가 힘을 잃은 강자를 잡기 위해 외친 거였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이 병든 틈을 타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사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혈안이 된 건 염구준의 탓도 있었다. 그가 정진 왕자조차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그를 뒤쫓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를 죽일 수만 있다면 이름을 날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말이다.순식간에 그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붙었고, 전부 그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으며 대오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염구준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무리들을 힐끗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수가 달라. 오합지졸들에 불과해. 다 거록의 부하가 아니군.”그는 계속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면 들키고 말 테니까 말이다.주화입마에 빠진 사람이 오랜 시간 달려도 잡히지 않는다면 의심을 살 게 분명했다. “오늘,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그러나 이때, 오만한 말투와 함께 방울뱀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다른
외부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소봉산에 있는 염구준은 외부인이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한가로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용의 기운은 이미 사용한 상태였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막대한 이익의 유혹에 빠져, 소봉산의 아래에는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무기를 쥐고있었지만, 염구준을 두려워하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그들 중 50여 명은 같은 세력에 속해 있었는데, 옷차림만 보아도 알 수가 있었다.전부 용의 기운을 얻기 위해 온 강호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처럼 위장한 걸 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단 평가를 하고 싶었다.고위급 몇몇은 한자리에 모여,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방울뱀 님, 전 병력을 배치 완료했습니다. 소봉산은 이미 저희 쪽 사람들에 의해 포위되었습니다.”고위급 중 한 사람이 보고했다.방울뱀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시간이 되면 모두 함께 공격을 개시하자.”그러나 한 고위급이 이 의견에 반대하며 나섰다.“하지만 거록 존주께서는 정보를 얻으라고만 하셨습니다. 공격을 하는 건 허락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그들은 모두 거록 존주의 부하였고, 방울뱀은 그중에서도 강력한 여섯 명의 뱀 중 하나였다.용의 기운이 나타나자마자, 거록 존주는 흥미가 생겨 이들에게 상황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었다.“오? 그럼 네 말은 내가 하는 말이 전부 헛소리라는 뜻인가?”방울뱀은 반대 의견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되물었다.이곳에서 그는 최고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단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반대하던 고위급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푸욱.그 순간, 방울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구절편을 꺼내 그의 가슴을 찔렀다.“모두들 기억해. 내가 말한 것이 곧 진리라는 걸.”방울뱀이 말을 하며 채
“너무 좋을 대로 생각하신 것 같네요. 저는 단지 사람을 때려놓고 그냥 가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염구준이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그들 모두 남의 선동에 휘말려 이곳까지 와서 폭력을 휘둘렀기에 이들 중 무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이에 담이 큰 누군가가 물었다.“아까 어떻게 때렸으면 똑같이 자신을 때려보세요. 비록 이쪽에서 기회를 낭비한 행위이긴 합니다만, 그걸로 봐드릴게요. 제가 나서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염구준은 이연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부 기어서 나가야 했을 것이다.“이게...”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중 누군가가 나서서 말했다.“그냥 갑시다! 우리 쪽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뭘 무서워할 게 있어요?”누군가가 선동을 하자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얻고 흩어지기 시작했다.자신을 때리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이 모습을 본 엄구준은 표정이 굳어진 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난 기회를 줬어. 그걸 놓친 건 너희들이야.”쾅!곧이어 기파가 사람들을 휩쓸었고, 모두가 땅에 나가떨어졌다.염구준은 경고를 하기 위해 일부러 세게 힘을 쓰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들 중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아이고!”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를 내며 온몸의 통증에 고통스러워했지만 아무도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을 혼까지 낸 염구준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차에 올라 떠났다.그 후, 죽은 이들의 가족들은 보험금을 받으러 갔지만, 살인 사건은 상해보험 약관에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게다가 대장이 보험 사기를 시도한 것까지 발각되어 한 푼도 건질 수 없었다.한편, 이연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가볍게 다친 게 아니라서 며칠간 치료를 받으면서 휴식을
이때, 시건을 해결하기 위해 염구준이 큰 소리로 외쳐 사람들을 멈추었다.“모두 제 말을 조용히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을 사용한 범인은 이미 죽었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았습니다.”‘우리를 도와주는 건가?’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비록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염구준은 말을 멈추지 않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었다.“여러분이 가진 보험 계약서는 전부 복사본입니다. 원본은 이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보험금으로 청구되었어요.”“그리고 그 공범이 바로 이 두 사람입니다!”염구준이 지목한 사람은 바로 대장의 부모였다.두 사람은 그가 자신들이 도와주는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말 때문에 더 빨리 죽게 생겼으니 말이다.“그게 무슨 헛소리야?”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두 사람은 크게 소리치며 도망치려고 했다.어떻게 말하면 그들은 정말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양심에 찔리는 일을 하고서도 돈을 더 뜯어내고 싶어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왔으니까 말이다.간 큰 놈은 배불러 죽고 작은 놈은 굶어죽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들은 전자에 속했다.사람들이 잠시 망설이는 사이, 두 사람은 틈을 노려 밖으로 빠져나갔다.휙.그러나 그 순간, 염구준이 번개처럼 빠르게 두 사람의 길을 막아서며 차갑게 말했다.“이런 악행을 저질렀으면 죽을 각오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한 번 걸어보자!’이미 궁지 끝에 몰린 두 사람은 순식간에 표정이 흉악하게 변하더니 칼을 꺼내 엄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쾅!그러나 발을 내딛는 순간, 두 사람 모두 공중으로 날아갔는데, 팔다리가 모두 부러져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완전히 무력화된 거다.사람들은 상황을 깨닫고 복수하려고 나섰지만, 이내 군사경찰파견대가 도착해 두 사람을 체포해갔다.이렇게 큰 죄를 지은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오직 하나, 처형뿐이었다.이로써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고, 이연이 무죄라는 사실도 증명되었
염구준이 와준 덕에 많이 진정되었기에 이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략히 설명했다.“청해시로 돌아온 뒤, 동아리 멤버들의 가족들에게 유골을 전달하고, 가족 당 4천만 원을 위로금으로 드리려고 했어요.”“근데 방금 전에 자고 있을 때, 누군가 제 방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 저를 끌고 나갔어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요.”“그리고는 저를 때려죽이는 걸로 죽은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 하겠다고 했어요. 그치만 전 정말로 사람 안 죽였어요.”말을 마칠 즈음, 그녀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염구준은 전에 남긴 증거물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그때 촬영한 영상은? 그거라면 네가 무죄라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거야.”이연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가 막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는데, 저 사람들이 부숴버렸어요!”그녀는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만약 염구준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다면, 그녀는 죽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이때, 교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염 선생님, 저 두 사람을 놓아주는 게 어떨까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어요. 이러다간 진짜 목숨을 잃을 겁니다.”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여전히 그 두 사람을 붙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팍!곧, 그가 손을 놓자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더는 욕설을 퍼붓지 못했다.염구준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한개를 찾아 재생했다.“여러분, 이걸 보고 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겁니다.”영상은 대장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었는데, 그가 당시 초상비더러 이 영상을 찍어두라고 한 이유는 이상한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전에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여덟 명이서 함께 모험을 했는데, 이연 혼자만 살아 돌아온다면 당연히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영상이 몇 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잠시후 영상을 다 본 사람들은 전부 시선을 대장의 부모에게 돌렸다.“저희더러 모이라고 한 게 두 분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