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뒀다 뭐해!" 곽승환은 분노의 주먹과 발차기로 손태진을 때려눕혔다. 생사 불명할 정도로.또 한 발의 날려 차기로 옆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경호원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태진과 함께 모두 차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예의 바른 경례를 하고 시동을 걸어 떠났다.다시 한번 놀랐다!곽승환이 왔다 간 시간은 총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한마디만 하고 깔끔하게 상황정리 하고 축 늘어진 네 구의 몸통을 끌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이것이 바로 청해 군사 작전부 수장의 작풍이란 말인가?뜻밖이었다."꿀꺽!"손가을은 멍하니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다가 침을 삼켰다.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손을 들고 수화로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어떻게 마음속의 의문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정교하고 예쁜 눈썹을 가볍게 찡그려졌다. 말할 수 없이 귀엽고 이뻤다.염구준은 손가을의 귀여운 표정을 보고, 마음속이 부드러워졌다.만약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했을까?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장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을 것이다!"진 원장님." 고개를 돌려 진중기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 아내의 수술을 선생님이 직접 집도해 주세요!”“수술 과정에 가시화 최소침습술로 인후의 화상 흉터 표면을 제거하고 혈락신경을 모두 정리해 주세요.”"마지막으로…”말을 하다가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을아, 선생님한테 드려.”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작고 귀여운 분홍색 천어화를 조심스럽게 진중기에게 건넸다."이건…." 진중기는 꽃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공이 점점 커졌다.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뛰며 이마에 땀이 나고 손발이 심하게 떨렸다.이, 이, 이……전국에 한 송이밖에 없는 천조국 국주의 궁궐에서 정성껏 키워낸 진기한 품종, 천조국의 국화, 천어화였다.“이… 이 꽃은….”진중기는 두 손으로 천어화를 받들고 조심스럽게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는 긴장
“손혜린?”손혜린 세 글자를 보자 손태석은 좋았던 기분이 다 사라지고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5년 전, 그들이 손중천에 의해 가문에서 내쫓기는 상황을 만든 범인이 바로 손혜린이었다.거만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조카.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춤을 추더니 끝끝내는 손영그룹 부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평소에 그와 진숙영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고 툭하면 월급을 삭감하거나 주기로 한 보너스를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손 사장.”하지만 전화를 안 받으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을 알기에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로….”탁!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혜린은 인사자료를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손태석 씨, 진숙영 씨, 오늘 부로 해고예요.”“난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당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그래서 당신들이 여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죠.”“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당신들 그 잘난 사위 염구준이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요? 그 인간이 할아버지한테 선물이랍시고 관짝을 보냈어요!”쾅! 두드러지게 낡고 초라한 거실에서, 손태석이 벼락에 맞은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염, 염구준... '어르신님 칠순 잔치에 관을 선물로 보내다니?! 장수용 황금 불상을 준비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그게 어떻게 관으로 바뀌었지?!'"황금, 황금 불상 여기에 있어요."옆에서 진숙영의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렸고, 손을 뻗어 거실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그녀는 마치 냉기 가득한 지하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망했다!그들이 힘들게 모은 돈과 딸이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이 작은 황금 불상을 사는 데 사용했다. 그건 다 어르신의 칠순 잔치 자리에서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염구준이 생일잔치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고 이런 어리석은 짓까지 해버리게 된 것
'발신- 주작'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야 염구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엔 아직도 살기가 느껴졌다.'용운 그룹이 뭐길래?전 신전 전주의 수단이 무엇이지?’3일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오늘은 손영 그룹과 용운 그룹이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용운 그룹이라니!"용운 그룹의 거대한 사옥 앞에서 손혜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120여 층이나 되는 건물은 높이만 해도 400미터가 넘었는데 청해의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용씨 집안으로, 명성이 자자한 재벌가였다. 용운 그룹은 전국에 이미 수많은 지사를 두고 있었다. 손씨 집안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두 가문 사이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안녕하세요."손에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손혜린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차분하게 로비를 걸었다. 그녀의 가느다랗고 요염한 허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을 향해 미소 지은 손혜린이 용건을 말했다."용 대표님께 전해줄래요?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에요. 협력 프로젝트 건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열두 명의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은 모두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손혜린을 쓱 훑어본 한 여직원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초대장이라니, 손혜린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미 합의를 마친 프로젝트였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날 일이란 말이다.용운 그룹 대표를 만나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혀 들어본 적 없었다. 손태석, 이 노망난 늙은이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방금 말했잖아요, 나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라고요."손혜린이 정색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거의 성사된 거나 다름없는 프로젝트예요.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건데, 초대장이라니요? 이게 어떤 계약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1조가 넘는 큰 프로젝트라고요.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당장 대표님께 연락해요.
가문에서 쫓겨나 이곳 청해에 정착하여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가까스로 이류 가문으로 거듭난 그의 총자산은 1조를 조금 넘어섰다. 이번 계약이 무사히 체결된다면 손씨 집안의 지위가 상승하는 건 물론 당당히 청해의 일류 가문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계약... 얼른 계약을... 잠깐!"떨리는 입술로 연신 계약을 중얼거리던 손중천이 불쑥 고개를 돌리며 양진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중요한 소식을 내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책임자가 누구야? 혜린이 아니었나? 어찌 내게 일언반구도 없어!"양진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혜린 아가씨께서 직접 어르신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제가 연락해 볼까요?""됐어."손중천이 고개를 저었다. 손씨 집안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고작 통화로 끝낼 수는 없었다."혜린이 호출해."다시 소파에 앉은 손중천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반 시간 내로 당장 달려오라고 해."양진이 서둘러 손혜린에게 연락했다. 어르신은 어쩐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반 시간 뒤, 시퍼렇게 질린 손혜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별장에 들어섰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죄송합니다. 제가... 망친 것 같아요."진작 알아챘던 손중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빛만으로도 손혜린을 찢어 죽일 기세였다.쓸모없는 것!손혜린의 본명은 진혜린이었는데 사실 손씨 집안의 먼 친척이었다. 손씨 집안은 자손이 부족했다. 수없이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자식을 볼 수 없었던 맏아들 손태진은 하는 수 없이 방계의 사내아이를 양자로 입양했다. 둘째 아들 손태산은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겨우 결혼했다. 그리고 그의 셋째 아들 손태석은 다리를 절었으며 슬하에 딸 하나밖에 없었다.5년 전, 그는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진혜린을 손씨 집안의 아가씨로 들였다. 그녀의 부추김으로 손태석 일가는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어처구니없는 가짜 결혼 사건도 그해 벌어진 일이었다. 손중천은 자기 친
염구준의 넓은 어깨를 뒤에서 바라보던 손태석과 진숙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위 녀석이 지금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가?"구준 씨."입술을 깨문 손가을이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며 그의 옷소매를 슬며시 끌어당겼다. 눈빛이 어쩐지 퍽 간절해 보였다.부모님에겐 이 일자리가 꼭 필요했다. 용운 그룹과의 중요한 거래인만큼 손씨 어르신도 안달 내고 있을 게 뻔했다."괜찮아."염구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으며 손가을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윽고 출입문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손혜린,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아니라면 거기서 경호원 노릇이라도 할 셈이야? 어쩌지, 너 같은 건 필요 없는데."손혜린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살면서 이딴 취급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손태석 부부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손중천이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염구준!"화를 억누른 그녀가 짓씹듯 말했다."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린 부부의 인연도 맺었던 사이잖아. 아무리 형식적인 부부였다지만 난 당신 전처라고! 당장 두 사람 내보내. 그럼 우리 사이의 빚도 없던 셈 칠게."전처라고? 어찌 이런 뻔뻔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이혼 서류가 청해의 길거리 어딘가에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이 결혼은 이혼 도장을 찍은 날 완전히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그의 아내는 오직 손가을 한 사람뿐이었다."간단해."아이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출입문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부탁할 땐 성의를 보여줘야지. 다시 싹싹 빌어.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걸 명심해. 설마 내가 비는 방법까지 가르쳐 줘야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손혜린이 악에 받친 눈빛으로 이를 꽉 악물었다. 피처럼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당장이라도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다.감히 염구준 따위가, 자신에게 부탁을 운운하는 건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자식.'"염 서방..
그러나 지금은 퇴역한 사위가 돌아와 그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전우의 인맥일지라도,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지라도 괜찮았다.여전히 아이를 안은 채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염구준이 무심하게 내뱉었다."손혜린, 잊지 마. 3일 뒤면 희주 생일이야. 생일 연회에 너랑 서재원, 두 사람 모두 희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 같잖은 자존심 지키려다 망하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손혜린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간신히 부들거리며 화를 억눌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계약이었다. 용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뒤 복수해도 늦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염구준과 손가을 집안을 모조리 박살 내겠다고 다짐했다."정말 죄송해요.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손혜린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참아내며 간신히 미소를 쥐어짰다."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용운 그룹에 연락해서 계약 준비를 하라고 할게요. 바로 집 앞에 제 차를 세워두었으니 두 분을 회사까지 모실겠습니다."떠나는 순간 그들의 뒤에 있는 염구준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5시간이나 허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장인어른, 장모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염구준과 손가을이 나란히 서서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손혜린을 흘깃 쳐다본 염구준이 보란 듯이 말을 보탰다."용운 그룹과의 계약 건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두 분께 차려진 몫은 꼭 받게 되실 겁니다."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들에게 차려진 몫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그동안 무수한 거래를 성사했음에도 배당금이나 상여금은 전부 손혜린 차지였다. 이번 계약을 마지막으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상여금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다녀오지."씁쓸한 표정으로 인사하던 손태석은 이내 기운을 차리고 진숙영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장인, 장모를 눈으로 배웅하던 염구준의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용성우는 두 사람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쌩하니 스쳐 지나갔다. 손태석의 손을 맞잡더니 이번에는 진숙영과도 악수하며 반갑게 말을 걸었다."손 선생님, 사모님, 두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께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이번 협상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셨다는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분을 모셔야 하는 것을... 혹 우리 직원들이 두 분을 홀대한 건 아니겠지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부디 두 분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참, 제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서 가져오게나!"재빨리 다가간 경호원이 정교한 순금 카드를 용성우 앞에 공손하게 내밀었다."이건 저희가 특별 출시한 VVIP 카드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지요."용성우는 손태석과 진숙영 앞에 조심스럽게 순금 카드를 내밀었다."이 카드를 소지한다면 우리 용씨 가문 휘하의 모든 장소를 전액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 체면을 봐서라도 받아주시지요!"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도륵도륵 굴렸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용씨 집안 가주 용성우가 손태석과 진숙영 부부에게 이다지도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 심지어 이건 공손함을 넘어서 마치 비위를 맞추는 것 같지 않은가? 대체 왜?두 사람은 손씨 가문에서 쫓겨난 몸이었다. 기업 내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직책을 맡고 있기도 했다. 복지나 상여금은 차치하고 툭하면 기본급도 깎이는 처지였다.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생활비를 제공받는 셈이었다.그런데 오늘, 그 대단하신 용성우가 두 사람을 예우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VVIP 순금 카드를 내민 것이다. 게다가 손씨 어르신과 손 부사장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사람들은 혹시 카드의 주인이 뒤바뀐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손태석은 차마 용성우가 내민 귀한 선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주님, 어찌 저희에게 이런 귀한 걸 내어주시는 겁니까. 이것 참... 그저 황송
'왜냐하면 아우와 제수씨는 그분의 장인 장모거든.'용성우는 어안이 벙벙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오늘 그는 실로 돈 보따리를 건네러 온 것이다. 손태석과 진숙영의 비위를 잘 맞출 수만 있다면 그분을 위해 큰 공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주군 앞에서 돈이 대수란 말인가?줄만 잘 탄다면, 그분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10조, 20조도 벌 수 있었다."다들 이의 있나?"용성우의 지시에 따라 계약서가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공개되었다. 손중천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본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없으면 이대로 계약하지."사람들이 스크린 속 조항들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손태석과 진숙영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감독한다는 글자를 읽은 이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이건 치명적인 유혹인 동시에 날카로운 못이 되어 모든 이들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댔다.손영 그룹의 오너와 고위급 임원들은 모두 이 계약서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즉시 모두들 손태석과 진숙영의 눈치를 보며 몸을 숙여야 했다.계약이 성사되는 대로 두 사람을 쫓아내려던 계획은 실행하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5조라는 거액과 차후의 추가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당연히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혹 불만이 있는 건가?"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한 용성우가 코웃음 쳤다."그렇다면 계약은 없던 일로 하면 되겠군. 하면 아우와 제수씨는 우리 용운 그룹으로 모셔가도록 하겠네. 물론 5조짜리 프로젝트는 여전히 두 사람이 책임지고 말이야. 돈 좀 만져보겠다고 혈안이 된 다른 회사는 많으니까. 널린 게 협력 파트너 아니겠나?"예리한 말들이 비수가 되어 사람들에게 푹푹 내리꽂혔다. 용성우의 태도는 손중천과 손혜린의 모든 환상을 단숨에 깨뜨리는 것이었다. 이젠 결정을 내릴 시간이었다. 거절하면 몇조의 이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 이류에서 일류로 거듭나려던 손씨 집안의 희망도 함께 사라질 테지.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한
그때 여광으로 벽에 커다란 도안이 들어왔다.옥패였다.염구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바닥의 화염을 더 밝게 비추었다.그러다 거대한 옥패 도안의 가운데 작은 홈이 있는 걸 발견했다.이 홈은 보면 볼수록 눈에 익었다.그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그 홈에 끼워 넣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여기 있는 옥패를 누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고대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전멸한 것은 어쩌면 옥패를 두고 전쟁을 벌이다 이 지경이 된 것 같았다. 예로부터 옥패 쟁탈전은 멈춘 적이 없었다.그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선생님, 그 물건을 빼내세요.”바로 그때 노교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제 거예요.”노교수의 눈썰미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불빛이 희미한데도 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염구준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바로 옥패를 빼서 챙겨 넣었다.“선생님, 그러면 안 됩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세요.”노교수가 달려와 인내심 있게 설득했다.“정말 제 거예요. 보세요. 모두 4개.”염구준은 다른 손을 꺼내 옥패를 전부 보여주었다.옥패에 새겨진 무늬가 약간 다를 뿐, 외형은 모두 똑같았다.“세상에, 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네 개나 챙겼어요?”노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상대방이 여기서 가졌다고 확신한 이상 무엇을 말해도 소용없었다.그 바람에 노교수의 제자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채나가 나지막한 소리로 궁시렁댔다.“우리 보고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더니 혼자서 할 건 다 하네.”“당신들이 무엇을 갖든 나랑 상관없거든요. 기관을 건드리면 난 해결할 수 있지만 그쪽은 해결할 수 있어요? 이건 원래 내 거예요.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막아봐요. 그럴 능력이 없으면 잔말 마세요.”불쾌한 염구준은 더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가 화를 내자 아무도 찍소리를 못했다.염구준은 그들이 계속 따라와서 귀찮게 굴까 봐 계속 앞으로 걸었다.여기 지하는 생각보다 크지
‘저 자식이 든다고?’일행은 염구준이 기관을 찾았다고 추측했다.그런데 그가 단룡석 앞에 서더니 두 손으로 바위 밑을 잡는 것이었다.순간 그의 근육이 팽팽해지면서 주변에 기운이 감돌았다.“헐! 맨손으로 들려고?”누군가 경악하면서 소리를 질렀다.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 바위는 사람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전에 염구준과 시비가 붙었던 수호와 채나는 속으로 저주했다.“나대기를 참 좋아하네. 그냥 콱 깔려서 죽어라!”“아니야. 저 자식 들 수 없어. 그냥 근육이 부풀었을 뿐이야.”두 사람은 못마땅해하며 염구준이 개망신당하길 기다렸다.“일어나!”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힘을 끌어올리더니 단룡석이 점점 바닥에서 떨어졌다.그리고 머리 위에 번쩍 들어올렸다.“뭐 하는 겁니까? 지나가려면 빨리 가세요!”독촉하는 소리에 그제야 일행은 정신을 차렸다.“빨… 빨리 지나가자.”노교수가 외치자 일행은 바닥의 가방들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속으로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이토록 무지막지한 힘은 리프트잭보다 백 배는 강해서 인간 리프트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쿵!모두 지나간 다음, 염구준은 단룡석을 제자리에 놓았다.바닥에 떨어질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선생님, 이게…”놀라움을 금치 못한 노교수는 묻고 싶었지만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맨손으로 무게가 엄청난 단룡석을 거뜬하게 들다니 이런 충격적인 장면은 마치 귀신을 본 것과 흡사했다.수호와 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염구준이 방금 했던 말을 듣고 따지고 들까 봐 무서웠다.“저 원래 힘이 타고 났어요.”염구준이 태연하게 설명했다.“이건 과학적이지 못해요. 몇 백 키로나 되는 무게는 들어올려도 이것은 단룡석이란 말입니다.”노교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왠지 염구준을 연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들 눈에는 모두 환상적인 힘이었다.“그만하시고 안에 들어가 보시죠.”염구준은 더는 설명하기가 귀찮아 혼자 저벅저벅 앞
“괜찮습니다. 전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거절하고 마음만 받았다.이 노인은 사람은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았다.그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만졌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채나는 시선을 피하며 벗어나려고 했다.“저기요, 할 말 있으면 좋게 하시죠.”동행이 그 모습을 보더니 나서서 말렸다.채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그러죠. 방금 만진 물건에 독이 있어요. 손바닥을 보세요. 검은 기운이 어깨까지 올라가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채나의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그럼 죽는 건가?’당황한 채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울먹거렸다.“잘못했어요.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줍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그녀는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주먹만한 큰 루비를 꺼냈다.이 보석 겉면에 독약이 남아 있었다.“방금 독약은 다 제거했어요. 손바닥이 독가스에 화상을 입었지만 며칠 뒤면 괜찮아질 겁니다.”염구준은 그저 경고를 주며 노교수를 쳐다봤다.“제자들을 잘 지켜보세요. 고대 궁전에 기관이 많고 함정도 많아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전 괜찮지만 손해보는 건 결국 당신들이에요.”이미 주의를 줬으니 듣든 말든 더는 상관하지 않았다.노교수는 난감했다.염구준에게 한바탕 뭐라고 했는데 결국은 본인 제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채나야, 어리석게 왜 그랬어? 우리 고고학자들은 유혹에 부딪쳐도 절대 넘어가면 안 돼.”…교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일행은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방금 채나의 손바닥을 보고 다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그로 인해 염구준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왠지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앞으로 가는 길에 석상과 벽화 등이 눈에 보였다.염구준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가자 일행도 바로 뒤를 따랐다.노교수는 멈춰서 연구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워낙 기관들이 많아 제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길이 끊겼네.”손전등을 흔들어보나 앞에는 검정색 벽만 있고 양측에
“잠시만요!”노교수는 염구준이 저만치 앞서가자 말을 끊고 서둘러 뒤쫓았다.왠지 모르게 그를 따라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여기는 왜 오신 겁니까?”노교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일단은 그냥 둘러보려고요.”“그리고 나서는요?”“괜찮은 게 있으면 빌릴 생각입니다.”“그건 도둑질이에요!”“여긴 용하국도 아니고,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궁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요. 그러니 엄연히 말해서 도둑질은 아니죠.”두 사람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를 설득하지는 못했다.하지만 사실상 염구준이 탐낼 만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쉿.”이때, 걷다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이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노교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따지고 들었다.“말 돌릴 생각 하지 마세요. 이건 중요한 얘기니까요.”하지만 곧 염구준의 한마디에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졌다.“저희, 한 명이 줄어든 것 같아요.”밀폐된 공간, 빛 한 점 없는 지하에서 이런 말은 너무나 섬뜩했다.방금 전에 오줌을 싸지 않았다면 이 말을 들은 뒤 다들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게 뻔했다.“장난치지 마세요.”한 여성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 찬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뒤에 있어요!”염구준은 장난치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악!”그의 말에 뒤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을 보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옷차림으로부터 그녀가 노교수 일행 중 다른 한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휘익.그녀는 말없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채 가장 가까운 대원에게 달려들었다.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염구준이 그녀보다 더 빨리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가볍게 들어올렸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염구준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
이 강한 일격에 거록 존주는 결국 치명상을 입었다.“컥, 커헉!”염구준이 다가가자, 거록 존주는 심하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냈다.기운이 불안정한 걸 보아 그가 살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이때, 핏빛이 감돌던 기운이 서서히 사그라들었고, 붉게 물들었던 눈동자도 본래의 색을 되찾아가면서 눈에 빛이 살짝 감돌았다.“염구준, 결국 네 손에 죽게 될 줄이야.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가.”염구준은 급하게 검을 뽑지 않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어차피 죽을 텐데 이젠 흑풍 존주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도 되지 않아?”“하하, 그건 나도 몰라, 우린 보통 휴대폰으로 연락하거든. 실제로는 만난 적이 별로 없어.”거록 존주는 고개를 저으며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아서였다.죽기 전에는 모두 좋게 말하는 편이니 그의 말엔 거짓이 섞여있을 리가 없었다.“그냥 이렇게 죽는 게 다행인 줄 알아.”염구준이 말을 하면서 검을 뽑자, 거록 존주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고, 그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솔직히 말해서 그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잔인한 수단까지 쓰는 사람은 죽어도 쌌다.염구준은 검을 쥐고 불꽃을 만들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곳이 궁전같음을 발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석굴암 유적지는 왕국이 존재했던 곳이었다. 지금 현재 모래 아래에 묻혀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사악하게 된 거록이 안 간 이유는 이곳에 이끌렸거나 혹은 여기에 있는 무언가에 이끌려서겠지.”염구준은 전에 알고 있던 정보를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큰 궁전을 찾아보려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하지만 위를 올려다본 결과, 윗 공간의 거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올라가기 힘들 것 같아 그는 바로 포기했다. ‘아래에서 돌아보는 수밖에.’‘사람?’그러나 한참 생각을 하던 중, 그는 익숙하고도 큰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교수님, 기어코 이 동굴이 그 고대 생물체가 뚫은 거라고 하시
거록 전주의 몸은 전보다 더 커졌는데, 근육이 전부 밖으로 드러났고, 외형 뿐만 아니라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전보다 더욱 강했다.“사술로 생명력을 끌어올린 걸 보면 목숨을 걸겠다는 건가?”상대방의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검을 다시 한 번 휘둘렀다.지금 이 수단까지 쓴 이상, 거록 전주는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쾅!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붙은 결과, 염구준이 뒤로 밀려났다. 기술이 아닌 순수히 힘에서 밀린 거였다.염구준의 신체 능력도 강하긴 하지만, 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보다 더 강했다.‘육신이 반보천인의 극한까지 된 건가?’염구준은 속으로 의혹스러워했다.쾅! 쾅!거록 존주는 쉼 없이 강력한 두 주먹을 빠르게 날렸고, 두 발 역시 쉬지 않고 염구준의 중요부위를 걷어찼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거록 존주가 이미 완전히 우세를 차지했으며 승부가 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들 중 누군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누군가는 또 기뻐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브레인이었다.그는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더 싸워라. 둘다 죽어버리면 더 좋고!”그러나 이때, 염구준이 화를 내면서 상황도 역전하기 시작했다.“오? 날 때리는게 재밌나 봐?”이윽고 그는 옅은 금빛 기운을 내뿜으며 두 검의를 함께 써 거록 존주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거록 존주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염구준은 정밀한 내공과 초보적으로 형성된 검의, 그리고 각종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다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이런 싸움에서는 강한 필살기가 없으면 쉽게 결판을 내기 어려웠다.검일참공은 이미 사용했으나 부상을 입히기에 성공했을 뿐, 그를 죽이지는 못했으니 새로운 검식을 사용해야 했다.염구준은 계속 검술을 갈고 닦군 했는데, 최근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 그걸 파고들던 참이었다.비록 완전히 익히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초
염구준은 두 다리에 힘을 모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뒤, 전장 한가운데로 착지했다.그는 이미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 잡지 않는 건 그들이니 그를 탓할 수 없다는 거다.“염, 으워!”염구준을 본 순간, 거록 존주는 포효하며 눈이 더욱 짙게 붉어졌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이윽고 그는 야수가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듯이 손발을 모두 바닥에 놓고 힘껏 도약해 덤벼들었다.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우웅.검명과 함께 염구준 역시 검을 뽑아 들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록 존주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쾅!거록 존주는 두 팔을 교차해 몸으로 검을 막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두 팔에는 겨우 얕은 상처 밖에 남지 않았다. ‘저렇게 강한 육신이라니.’이걸 본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하며 즉시 검을 거두고 연속으로 공격을 이어갔으나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도 거록 존주는 겉만 살짝씩 다칠 뿐, 중상을 입지 않았다.‘몸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더 이상 공격을 퍼부어도 크게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결정적인 일격을 날리기 위해 검기를 모았다. “저게 진짜 실력이었어?”브레인은 얼굴을 떨며 두근대는 심장을 붙잡고 전장을 바라보았다.‘전에 싸우지 않기를 잘했어.’쿵!그 순간 거록 존주가 갑자기 허공에 내뿜은 핏빛의 기운이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며 무력이 약한 일부 무인들을 순식간에 죽였다.강자들의 싸움들은 아무나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모두 뒤로 물러나!”각 세력의 대표들은 즉시 자신들의 부하들을 불러 멀리 후퇴하도록 지시했다.이제야 그들은 거록 존주가 지금껏 자신들과 싸우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팀장님, 저희도 나서죠?”붉은 장미가 앞으로 가서 지시를 기다렸으나 브레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답했다.“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세요. 제가 염구준을 돕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상대방의 단호한 태도에 붉은 장미는 더 이상
‘말려도 듣질 않네.’상대방에게 아무리 충고해도 쓸모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책상 위의 문서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보 고마워요.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말을 마친 뒤, 그는 노교수 일행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평소에 사냥을 나서던 거록 존주조차도 모습을 감춘 이날 밤, 석굴암 유적지는 매우 고요했다. 그가 평소와는 달리 사냥에 나서지 않은 건 염구준의 존재가 위압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한편, 염구준은 방으로 돌아가 석굴암 유적지의 지도를 펼친 후, 붉은 장미가 제공한 거록 존주의 이동 경로를 참고하며 표식을 남기기 시작했다.유적지가 좀 넓기 때문에 무작정 찾는다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보는 중간에 노교수가 찾아오긴 했으나, 염구준은 그를 무시했다.이른 아침,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에 염구준은 떠날 준비를 마쳤다.1층으로 내려서자마자 그는 떠날 준비를 마친 노교수 일행을 마주쳤는데, 이제껏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일행에는 어제 붉은 장미에게 두들겨 맞았던 수호도 있었는데, 그녀의 주먹이 무서웠던 모양인지 전처럼 멋대로 떠들지 않았다.“그 붉은 눈을 가진 야수를 찾으러 가시는 거 맞죠? 그럼 가는 동안 서로 의지도 할겸, 같이 가시죠.”노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동행을 제안했으나 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계속 걸어갔다.“필요 없습니다. 전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요.”그러자 노교수 일행의 여성 조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사고뭉치도 아니고, 그냥 동행하자는 것 뿐인데요.”솔직히 말하면, 염구준의 눈에 그들은 정말 사고뭉치와 다를 게 없었다.“남의 심기를 쓸데없이 건드리지 말고 그쯤하시죠.”말을 마친 후, 그는 빠르게 나가며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뭐가 이렇게 빨라?’이 모습을 본 일행이 넋이 나가있을 무렵,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노교수가 급하게 재촉했다.“어
끼익!수호가 또 한마디 하려던 찰나, 민박집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너무 예쁘잖아?’이에 두 청년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꽂혔다. 그들은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그녀를 주시했다.“저기, 여기 빈자리 있어요.”수호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으나 여성은 그를 보지도 않고 곧장 염구준의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염 선생님, 타겟과 관련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그녀는 다름 아닌 붉은 장미였다.완전히 무시당한 수호는 체면이 구겨진 것만 같아 수치심과 질투심에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퉷, 세컨드였잖아. 더러운 년.”그의 입은 정말 더러웠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쾅!가만히 있다가 모욕을 당한 붉은 장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한 손으로 빠르게 그의 목을 움켜쥐고 벽에 눌러버렸다. “입을 다물지 못하겠으면 내가 네 혀를 뽑아줄게.”“그 손 놔!”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청년이 흥분하며 소리치면서 이 틈을 타 그녀에게 손을 대기 위해 달려들었다. 짝!그러나 뺨 맞는 소리와 함께 그는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아가씨, 제발 멈춰주세요. 저희는 악의가 없었습니다.”이에 노교수가 급히 일어나 말렸고, 나머지 두 여성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쾅!“한 번만 더 그러면 다음번엔 네 혀를 잘라버리겠어.”상대방이 용하국인임을 보아낸 그녀는 말을 하며 수호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이 강력한 충격에 그는 바로 의식을 잃어 말을 하지 못했다.이 모든 걸 마친 후, 붉은 장미는 자리에 돌아가 앉았으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염 선생님, 거록 존주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전투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타깃이 사라졌다는 건 일이 더 귀찮게 꼬였음을 의미했다.“외곽에서 망을 보던 사람들 중에 거록 존주가 석굴암을 떠나는 걸 본 사람은 없었나요?”염구준은 이 중요한 사실만을 확인하고 싶었다.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석굴암 유적지 안에 숨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