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은 강제로 하려는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소채은이 먼저 적극적으로 리드했다.윤구주를 안은 소채은은 호흡이 눈에 띄게 가빠지기 시작했다.소채은의 흰 다리가 윤구주의 허리에 감겼다. 그녀는 마치 뱀처럼 윤구주의 몸 위에 앉았다.“채은아, 정말이야?”윤구주는 소채은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소채은은 짧게 대답했다. 곧 그녀의 어깨에서 끈이 흘러내렸다.옥처럼 흰 그녀의 어깨에서 소녀의 체향이 느껴졌다.게다가 소채은은 눈빛이 매혹적이었고 옅은 향기도 났다. 그래서 참기가 힘들었다.그렇게 방 안에서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방 밖에서는 소청하 부부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그들은 바보 같은 소채은이 정말로 구주왕을 거절할까 봐 걱정되었다. 만약 구주왕을 거절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그런데 두 사람은 곧 이상함을 느꼈다.방안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목소리와 가쁜 숨소리는 아주 이상하게 들렸다.“여보... 우리 딸 구주랑 뭐 하는 거래요? 우리 딸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요?”이상함을 감지한 천희수는 서둘러 소청하에게 말했다.소청하는 문에 귀를 붙였다가 천희수를 끌고 가면서 히죽 웃으며 말했다.“바보 같긴, 눈치 못 챈 거야?”“네? 뭐가요?”천희수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소청하는 천희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고 천희수는 곧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뭐라고요? 진짜요? 우리 딸이 구주랑...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요?”“그게 아니면 뭐겠어?”소청하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관계를 가지면 우리 딸이 너무 손해잖아요!”천희수가 말했다.“왜 이렇게 바보 같아? 화진의 구주왕과 하는 건데 우리 딸이 손해 볼 게 뭐가 있어? 잊지 마. 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야!”그 말에 천희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윤구주가 구주천왕이라는 걸 떠올린 천희수는 순간 자기가 어리석게 느껴졌다.이 세상에 구주왕을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겠는가?황실도, 10개국의 공주들
윤구주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따지고 보면 윤구주에게 소청하와 천희수는 장인어른, 장모님이었다. 그런데 윤구주와 소채은이 관계를 가졌다는 걸 두 사람이 소문냈다.현재 윈워터힐스에 있는 사람들은 윤구주와 소채은이 관계를 가졌다는 걸 전부 알게 되었다.윤구주가 조금 불쾌해하는 것 같자 옆에 있던 연규비가 앞으로 나서면서 웃으며 말했다.“구주야, 두 분을 탓하지 마. 내 생각엔 두 분 다 너무 기쁘셔서 얘기한 걸 거야.”윤구주가 소청하와 천희수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뒤이어 윤구주는 천현수와 박창용에게 서울 일을 조사해 보라고 한 뒤 소채은과 함께 있었다.현재 윤구주는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다.그러니 이제 속세로 나와야 했다.그날 점심, 천현수는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는 윤구주를 본 뒤 곧바로 말했다.“저하, 조사해 냈습니다! 규현 형님은 정말로 서울 의수 감옥에 있었어요. 저희 지금 출발합니까?”민규현이 잡혀간 뒤로 천현수는 줄곧 걱정했다.그런데 민규현이 서울의 의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빨리 그를 구하러 가고 싶었다.“서울에 가야 하긴 해. 현수야, 가서 준비해. 난 채은이한테 얘기하고 올게.”천현수는 윤구주의 뜻을 이해하고 곧바로 말했다.“네!”부성국에서 돌아온 뒤 윤구주는 소채은과 2, 3일밖에 함께 있지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서울에 가야 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이 일을 얘기한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생사를 함께했던 형제가 위험한 상황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민규현을 제외하고도 과거 그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청룡도 있었다.그래서 윤구주는 반드시 서울로 가서 청룡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봐야 했다.소채은의 방에 도착해 보니 그녀는 연규비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윤구주가 오자 소채은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구주야, 왔어?”윤구주는 짧게 대답했다.“먼저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먼저 가볼게.”연규비는
“응? 왜인지는 묻지 않는 거야?”윤구주는 소채은의 태도에 호기심이 생겼다.소채은은 윤구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바보야, 아까 규비 씨가 나한테 얘기해줬어. 너랑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네 형제에게 문제가 생겼고 반드시 네가 그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이야. 난 모두 이해할 수 있어!”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깨달았다.연규비가 미리 소채은에게 얘기를 해준 것이다.“그래도 미안해. 또 너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그윽한 눈빛으로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소채은은 고개를 저었다.“넌 화진의 구주왕이잖아. 바쁜 건 당연하지. 그러니까 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난 규비 씨한테 얘기했어. 난 앞으로 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거라고.”소채은이 자신을 이해해 주자 윤구주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뒤이어 윤구주는 서울로 갈 준비를 했다.거실 안.윤구주는 서울로 가기로 결정한 뒤 사람들을 전부 소집했다.정태웅, 천현수, 원성일, 연규비, 박창용, 남궁서준, 그리고 백경재까지 말이다.다들 윤구주가 서울로 갈 준비를 한다는 걸 알고 본인들도 한바탕 싸울 준비를 했다.그러나 윤구주의 이어진 말에 그들은 곧 실망스러워했다.이번에 서울에는 천현수와 정태웅만을 데려갈 것이고 남은 이들은 전부 강성에 머무르라고 했기 때문이다.그 말에 박창용이 제일 처음 나섰다.“저하, 저도 서울에 갈 수 없단 말입니까?”“창용 씨는 갈 수 없어.”윤구주가 말했다.“무엇 때문입니까?”박창용은 원망스러운 얼굴이었다.“창용 씨는 창용 부대의 총사령관이자 우리 화진 10대 군사 구역 중 하나잖아. 창용 씨가 움직인다면 국방부에서는 분명 알아차릴 거야. 그렇게 되면 창용 씨는 반란하려고 했다는 낙인이 찍히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 화진에 어떠한 재앙이 찾아올지 예상이 가지?”그의 말에 박창용은 침묵했다.“저하 말씀이 맞습니다. 박 사령관님은 강성에 남으시죠.”천현수도 그를 설득했다.박창용은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키지 않는 표
다들 떠난 뒤 거실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연규비와 윤구주만 남았다.“구주야, 내게 남으라고 한 건 채은 씨에 관해 묻고 싶어서지?”연규비는 아주 똑똑했다. 윤구주가 남으라고 하자 연규비는 예쁜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정말 너에게는 뭘 숨길 수가 없네.”윤구주는 인정했다.“솔직히 얘기할게. 널 남긴 이유는 너와 채은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야.”연규비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에 관한 일은 채은 씨에게 대충 설명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고마워. 그리고 너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화폭을 하나 꺼냈다.그것은 아주 오래된 듯한 화폭이었는데 짐승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그걸 꺼내자 연규비는 예쁜 눈을 반짝이면서 궁금한 듯 고개를 돌렸다.“이건 뭐야?”“이건 무도 비법이야. 이름은 접무구변이지. 이건 여자에게 적합한 공법 비법이야.윤구주는 들고 있던 화폭을 연규비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접무구변?”연규비는 화폭을 쓱 훑어보더니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이 공법을 채은 씨에게 가르쳐주길 바라는 거야?”연규비는 예쁜 눈을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고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도 알다시피 채은이는 평범한 사람이야. 그래서 난 반드시 채은이를 변화시켜야 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주 길 테니까 말이야. 채은이가 이 접무구변을 수련한다면 대가 9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윤구주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실 윤구주는 줄곧 소채은을 신경 쓰고 있었다.그는 화진의 왕이지만 소채은은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윤구주의 말대로 만약 두 사람이 만남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아주 긴 길을 걸어야 했다.그러니 소채은은 반드시 수련하여 실력을 높여야 했다.그래야만 윤구주의 곁에 진정으로 함께 설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연규비는 윤구주의 마음을 깨닫고 말했다.“넌 정말 채은 씨에게
전용기에 탄 윤구주는 마지막으로 모두를 쭉 둘러본 뒤 문을 닫았다.전용기는 활주로 위를 달렸다. 드디어 서울 전투가 시작되었다....호화로운 전용기 안.윤구주는 전용기에 탄 뒤 줄곧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서울은 한때 윤구주가 왕의 신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었다.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구주천왕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있었다.옆에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은 줄곧 묵묵히 윤구주의 곁을 지켰다.뒤에는 정태웅과 천현수가 있었다.강성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려면 세 시간 정도 걸렸다.세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렀다. 잠시 뒤, 그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화진의 가장 큰 경제 중심이자 정치, 권력 중심인 서울에는 하늘 높이 치솟을 듯한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저하, 저희 돌아왔습니다!”입을 연 사람은 정태웅이었다.그는 말하면서 흥분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과거 그들은 윤구주를 따르면서 아주 위풍당당하게 서울에서 지내며 다른 지역을 장악했었다.그러나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지금 서울에는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 있었다.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뜬 뒤 아래쪽의 익숙한 도시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그래, 돌아왔네.”10분 뒤, 전용기는 한 개인 공항에 착륙했다.그 공항은 암부의 비밀 공항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쓸쓸해 보였다.전용기에서 내린 뒤 정태웅은 텅 빈 공항을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젠장, 전부 국방부의 그 잡놈들 때문이에요. 그놈들만 아니었다면 저하가 돌아왔을 때 9부 24사의 사람들 모두 무릎 꿇고 저하를 맞이했을 거예요!”“됐어. 그만 얘기 해. 날 믿어. 우리 저하가 돌아왔으니 우린 분명 다시 정상에 서게 될 거야.”천현수가 말했다.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공항에서 나온 뒤 정태웅이 말했다.“저하! 우선 여기 계세요. 제가 가서 차를 부를게요!”그곳은 비교적 구석진 곳이었고 암부
남궁서준은 고함을 지르면서 유용검을 휘둘렀다.스스슥!십여 개의 검기가 그 순간 날아갔다.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검기가 사방을 공격했다. 쿵쿵 소리와 함께 주위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남궁서준이 검기로 공격하자 윤구주가 한 손으로 그를 만류했다.“꼬맹이, 넌 일단 물러나 있어.”남궁서준의 앳된 얼굴에서 언짢음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은 순순히 윤구주의 뒤로 물러났다.윤구주는 눈을 번뜩이며 호기롭게 주변을 바라보았다.“다시 한번 말할게. 얌전히 나오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줄 알아.”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쿠궁!이때 지면이 갑자기 떨렸다.“킥킥! 역시 우리 화진의 왕다우시네요.”아주 거칠고 소름 돋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곧 8명의 사람이 땅속 갈라진 틈으로 나타났다.8명은 모두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걸 보니 그들이 신급 강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러나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8명의 신급 강자가 나타나자 정태웅, 천현수는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8명의 신급 강자가 안중에도 없는 듯 말이다.“구주왕을 뵙습니다!”8명의 신급 강자는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윤구주에게 인사를 했다.그들은 이미 윤구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윤구주는 덤덤히 시선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 신분을 알면서 내 앞에서 꿍꿍이를 부리려고 해?”그중 마르고 키가 큰, 검은 망토를 쓴 노인이 말했다.“사람들은 구주천왕이 천하무적이라고 하죠.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을 받고 온 터라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할 말 있으면 빨리하는 게 좋을 거야.”“역시 구주왕다우시군요. 아주 호탕하십니다
아무도 윤구주가 겨우 손을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게다가 그가 죽인 사람은 무려 신급 강자였다.윤구주는 번듯하게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공공연히 우리 화진의 땅을 분열하려고 해? 이건 멸족해야 마땅한 죄야.”맞는 말이었다.조금 전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은 윤구주가 서울을 떠난다면 땅을 할거하여 자신을 왕으로 칭해도 상관없다고 했다.그건 분열을 야기한 것과 다름없었다.화진 제일의 왕인 윤구주로서는 그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윤구주가 신급 강자인 노인을 죽이자 나머지 신급 강자들은 전부 몸을 흠칫 떨었다.“구주왕! 저희는 구주왕을 존경하고 공경합니다. 하지만 천자령이 있는 한 저희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화진의 5천 년 되는 역사를 위해, 서울의 문벌, 세가, 종문, 국방부, 4대 서열을 위해 서울을 떠나주십시오!”그중 한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4대 서열로 날 압박하려고? 어이가 없군. 4대 서열은 물론이고 이 세계라고 해도 나 윤구주는 모두 평정할 수 있어. 그런데 감히 천자령 따위로 날 막으려고 해?”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희는 감히 구주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서울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것뿐입니다. 구주왕, 국주 천자령의 체면을 봐서라도 잠시 서울을 떠나주십시오.”“평화? 너희들 따위가 감히 평화를 입에 올려? 우리 화진의 장병들이 10개국과 혈전을 벌이면서 국토를 지킬 때 너희들은 어디서 뭘 했지?”윤구주의 말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8명의 신급 강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구주왕은 구주 군신이라고도 불렸다.화진이 역사를 지키고 태평성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윤구주가 형제들을 데리고 싸웠기 때문이다.그런데 누가 감히 윤구주의 앞에서 평화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형님! 제가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이겠습니다!”꼬맹이 남궁서준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윤구주가 서울로 가는 걸 막았던 8명의 신급 강자 중 2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남은 6명의 신급 강자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신급 강자가 되면 천인이라고 불린다.천인이란 무엇인가?천인이란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야 도달할 수 있는 절정의 내공이었다.그러나 윤구주와 눈앞의 꼬맹이는 신급 강자 두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비록 그들은 신급 강자 초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급 강자였다.“구주왕, 국주의 명령을 거역하실 생각입니까? 화진을 배신하실 겁니까?”검은 망토를 입은 한 노인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배신? 하하, 너희 따위가 감히 배신이란 말을 해? 나 윤구주는 화진인으로 태어났고 죽어서도 화진인이야. 난 화진을 지키는데 내 평생을 쏟았어. 그런데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내 앞에서 배신이란 말을 입에 올려?”윤구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엄청난 살기는 모든 걸 뒤덮을 듯했고 심지어 눈앞의 공기마저 흐름이 멈춘 듯했다.윤구주의 몸이 하늘로 치솟았고 금색 빛줄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눈부시게 빛나는 금빛과 함께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를 바라보았다.“난 오늘 서울에 갈 것이다. 신이 날 막는다면 난 신을 죽일 것이고, 악마가 날 막는다면 난 악마를 죽일 것이다.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그 어떤 세력이든 감히 내 형제를 해치려고 했다면 전부 죽일 것이다!”무자비함이 느껴지는 매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는 일제히 물러났다.“엄청난 살기야. 큰일이야! 설마... 우리를 전부 죽일 생각인 건가?”한 신급 강자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구주왕, 저희를 죽이신다면 종문, 세가, 문벌 모두 구주왕의 적이 될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장총을 든 신급 강자는 덜덜 떨면서 말하는 와중에 온몸을 방어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봉왕팔기로 종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