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카미 산 위에는 곳곳에 분화구가 있었다.어떤 것은 사화산이고 어떤 활화산이었다.이곳에서는 기본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화산이 폭발하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다름 아닌 아메 신전이 하치카미 산 위에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소문에 따르면 부성국의 1/4되는 사람들이 아메 신전의 신도라고 한다.매년 아메 신전에 공양드리러 오는 신도들만 해도 수백만 명에 달했고 지금이 또 마침 신도들이 아메 신전을 찾는 성수기였다.산 아래에는 마을이 하나 있었고 그 마을은 사람들로 붐볐다.그중 대부분은 하치카미 산에 참배하러 온 타지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아메 신전을 신앙했고, 전설 속 스사노오를 신앙했다.번화한 마을 안에는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스사노오 조각상과 펜던트 같은 것을 판매하고 있었다.신도들이 보기에 스사노오는 그들 마음속의 신령이었다.사람들로 시끌벅적한 거리, 한 카페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서윤아, 우리 언제 귀국해? 전에는 바로 돌아간다고 했었잖아.”말을 한 사람은 배낭을 멘 키가 큰 남자였다.그의 곁에는 포니테일을 한 청순하고 예쁜 여자가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 두 사람은 윤구주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화진 강성의 대학생 반서윤과 장윤형이었다.두 사람은 공항에서 윤구주가 사람들을 죽이는 걸 목격했었다. 윤구주는 겨우 몇 분 내로 호쿠사이와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을 죽였고, 그 모습에 두 사람은 얼른 귀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그 사건이 있고 나서 공항은 곧바로 운행을 정지했고 모든 비행기가 이륙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부성국에 남아있어야 했다.장윤형은 인맥을 동원하여 민간 항공기를 한 대 구해서 귀국하려고 했다.그런데 떠나기 직전, 반서윤이 갑자기 자기는 돌아가지 않고 아메 신전에 가보겠다고 했고 그로 인해 장윤형은 속이 터졌다.“서윤아, 우리 아빠가 민간 항공기를 구했다니까.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 얼른 귀국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것
장윤형은 확실히 윤구주를 질투했다.반서윤이 윤구주를 만난 뒤로 마치 사랑에 눈이 먼 사람처럼 윤구주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자신을 대하는 반서윤의 태도를 떠올린 장윤형은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났다.“난 아메 신전으로 갈 거야.”반서윤은 마음이 좁은 장윤형을 무시하고 자신의 배낭을 멘 채 카페에서 나왔다.장윤형은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순순히 그녀를 따라갔다.아무래도 반서윤을 짝사랑하고 있는 입장이니 말이다.소문에 따르면 아메 신전에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그래서 아메 신전이 이처럼 많은 부성국 국민의 신앙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아주 오래전, 아메 신전에서는 스사노오의 신령이 종종 모습을 드러내서 기도한 자들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아메 신전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반서윤과 장윤형도 아메 신전에서 소원을 비는 것이 아주 영험하다는 소문을 듣고 참배하러 온 것이었다.사람들을 따라 쭉 걷다 보니 곧 부성국에서 매우 유명한 하치카미 산이 보였다.하치카미 산에는 분화구가 몇 개 있었다.구불구불한 산길에는 빼곡히 들어선 신도들이 산꼭대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심지어 어떤 신도들은 산으로 올라가는 내내 무릎을 꿇으면서 머리를 조아렸다.반서윤과 장윤형 두 사람은 인파를 따라 산꼭대기로 올라갔다....같은 시각, 하치카미 산 위에는 천 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된 신전이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었다.그곳이 바로 아메 신전이었다.신전 주변에는 가리기누를 입고 고모를 쓴 부성국 음양사들이 가득했다.오래되고 음산한 신전 내부, 넓고 예스러운 전당 안에서는 아메 신전에서 가장 강한 음양사 십여 명이 안색이 어두워진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치히로 신이치였다.치히로 신이치는 아메 신전의 가장 강한 음양사인데 소문에 따르면 콩을 뿌리면 병사가 생겨나고 사람 영혼을 빼앗을 수도 있다고 한다.하지만 눈앞의 이 음양사는 심각한 표정
“뭐라고요?”“화진 사람이라고요?”그 말에 음양사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그래.”치히로 신이치는 스사노오의 분신이 화진에서 소멸당했던 일을 그들에게 얘기해주었다.동시에 그가 몰래 류이치에게 사람을 보내 노아를 데려오라고 한 사실도 얘기했다.치히로 신이치의 말을 들은 음양사들은 표정이 모두 차갑게 굳었다.“치히로 대사님 말씀은, 기타가와 신사의 수천 명 되는 사람들을 죽인 사람이 우리 스사노오님의 분신을 소멸시킨 화진 사람이란 말입니까?”한 음양사가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치히로 신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그럴 거야. 그를 제외한다면 그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거든.”“빌어먹을 놈!”“10개국 간의 전쟁에서 화진 사람들 때문에 우리 부성국은 패배했고, 심지어 우리 영토를 할양하고 배상금까지 냈어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까지 찾아와서 우리 신사의 많은 사람들을 죽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요!”일부 음양사들이 울분을 토했다.“맞아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치히로 신이치는 모든 음양사가 화를 내자 입을 열었다.“다들 일단 화를 다스리도록 해. 이 일은 내가 제대로 조사해 볼 테니까. 일단은 우리 스사노오님의 부활이 가장 중요해. 다들 알겠지?”치히로 신이치의 말을 듣고서야 음양사들은 잠깐 진정했다.치히로 신이치의 말처럼 천 년 가까이 존재한 스사노오의 부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만약 부성국의 스사노오가 부활한다면, 부성국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었다. 치히로 신이치가 그렇게 얘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신전 정중앙에서 엄청나게 큰 지옥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목소리는 아주 쩌렁쩌렁해서 아메 신전에 있는 음양사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하치카미 산에 참배하러 온 신도들까지 귀청이 떨어질 정도였다.“세상에... 스사노오님이 깨어나셨어!”치히로 신이치는 지옥과도 같은 포효소리를 듣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신전 중앙에 있는, 6미터 넘는 거대한 조각상을 바라보았다.그 조각상은
부성국에서 천 년 가까이 존재해 온 스사노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난 뒤, 하치카미 산은 산을 봉쇄하기 시작했다.구불구불한 산길 위, 참배 준비를 하던 신도들은 갑자기 멈췄다.그들은 조금 전 멀리 있는 신전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지옥의 목소리를 들었었다.“서윤아, 들었어? 저 목소리 엄청 무시무시해.”하치카미 산으로 향하는 산길 중앙, 부성국에 여행하러 온 장윤형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겁에 질린 얼굴로 먼 곳에 있는 신전을 바라보며 반서윤에게 말했다.대학생인 반서윤의 얼굴 또한 창백하게 질렸다.그녀도 조금 전에 아주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를 들었다.그것은 사람 목소리 같지 않고 괴물 목소리 같았다. 그래서 반서윤은 아직도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소름이 돋았다.“나도 들었어.”반서윤이 대답했다.“서윤아, 이 아메 신전 아무리 봐도 이상한 것 같아. 우리 그냥 돌아가는 게 어때?”장윤형은 조금 겁이 났다.하지만 반서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돌아가고 싶으면 너 혼자 가.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산꼭대기까지는 올라가 봐야지.”반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신전 쪽을 향해 계속 올라갔다.반서윤이 고집을 꺾지 않자 장윤형은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그녀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겨우겨우 산꼭대기까지 도착했을 때, 신전에 참배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 막혀 서 있었다.문가에는 가리기누를 입고 고모를 쓴 음양사들 수십 명이 서 있었다.“무슨 상황이지? 왜 앞이 막혀 있는 거지?”장윤형은 궁금한 듯 전방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반서윤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오늘 그녀는 아메 신전을 참관하고 기도를 올릴 생각이었는데 거의 꼭대기에 도착할 때쯤 가로막힐 줄은 몰랐다.“내가 가볼게.”반서윤은 부성국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기에 앞으로 가서 물어볼 생각이었다.문 앞에 서게 된 반서윤은 부성국 언어로 물었다.“안녕하세요, 여기 무슨 일 생긴 건가요? 왜 아메 신전으로 들어갈 수 없는 거죠?”한 젊은 음양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반서윤을 힐끗
윤구주는 부성국에 여행 온 대학생인 그들을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기서 만나네요. 제가 전에 얼른 귀국하라고 말했을 텐데요?”반서윤은 싱긋 웃었다.“솔직히 그날 공항에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모든 비행기가 이륙을 금지당했거든요. 그래서...”윤구주는 곧바로 이해했다“윤구주 씨, 윤구주 씨도 아메 신전에 참배하러 온 거예요? 윤구주 씨를 또 만나다니, 우리 인연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네요.”공항에서 윤구주와 작별한 뒤, 사랑에 빠진 반서윤은 매일 밤 윤구주를 그리워했다.그런데 윤구주도 아메 신전에 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윤구주도 아메 신전에 참배하러 온 건 줄 알았다.“참배요?”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음기로 휩싸인 아메 신전을 바라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같잖은 부성국 귀신은 제 참배를 받을 자격이 없죠.”“네? 윤구주 씨는 참배하러 온 게 아닌가요? 그러면 왜 온 거예요?”반서윤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윤구주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면서 살기를 드러냈다.“신을 베러 왔죠.”“신을 베러 왔다고요?”반서윤은 윤구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윤구주는 당연히 그녀에게 더 설명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말했다.“서윤 씨, 이곳은 곧 혼란에 빠지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서둘러 산에서 내려가는 게 좋을 거예요. 최대한 신전에서 멀어져요.”반서윤은 윤구주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장윤형이 먼저 나서서 선수를 쳤다.“윤구주 씨, 우리가 하산하든 말든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어요.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장윤형, 그 입 닥쳐! 윤구주 씨는 좋은 마음으로 얘기해준 건데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반서윤은 옆에 있는 장윤형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질투심이 극에 달한 장윤형이 말했다.“좋은 마음은 무슨. 부성국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 죽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 있어?”“장윤형, 또 한 번 윤구주 씨를 모욕한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반서윤도 무척 화가 났다.오늘 어렵사
윤구주가 신전 대문 쪽으로 걸어가자 반서윤은 서둘러 그를 뒤따랐다.“윤구주 씨, 어디 가는 거예요? 조금 전에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신전을 봉쇄했으니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어요.”윤구주는 웃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들여보내 줄 거니까요.”반서윤은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는데 옆에 있던 장윤형이 말했다.“또 허세를 부리네. 자기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신전 측에서 신전을 봉쇄한다고 했는데 한낱 외부인인 그가 어떻게 들어간다고.”반서윤은 비록 장윤형의 말을 듣고 짜증 났지만 내심 윤구주가 너무 큰소리를 친다고 생각했다.아메 신전은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신전인 데다가 오늘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그런데 윤구주는 굳이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윤구주가 망신당하는 모습을 기다렸고, 윤구주는 이미 신전 문 앞에 도착했다.그들의 주변에는 아메 신전에 참배하러 온 신도들이 아주 많았기에 윤구주가 신전을 지키고 있는 음양사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반서윤은 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신전을 지키던 음양사들이 귀신이라도 본 듯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곧 안으로 보고하러 들어가는 걸 보았다.그리고 잠시 뒤, 가리기누를 입고 고모를 쓴 음양사 수백 명이 하나둘 신전 안에서 걸어 나왔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아메 신전의 최강자 치히로 신이치였다.걸어 나오는 치히로 신이치의 눈에서 어두운 자줏빛이 번뜩였다.그는 곧 윤구주에게로 시선을 멈추었다.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 마치 신처럼 서 있었다.그는 단지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를 바라볼 때 부성국의 음양사 수백 명 모두 엄청나게 압도적인 기운이 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최강 음양사인 치히로 신이치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는 윤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당신이 바로 우리 부성국 기타가와 신사를 멸문시킨 범인인가요?”“맞아요, 접니다.”윤구주는 아주 깔끔하게 인정했다.치히로 신이치는 윤구주가 이토
그 목소리가 들려온 뒤 스사노오 조각상 뒤에서 부성국 겐지 시대의 귀족들이 입는 긴 옷을 입고 나막신을 신은 회색 망토의 노인 한 명이 걸어 나왔다.노인은 여윈 듯 보였는데 기괴하게도 한 눈에 두 개의 동공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걸어오면서 엄청나게 음산하고 사악한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윤구주는 그를 덤덤히 훑어보더니 그의 맞은편에 놓인 방석 위에 조용히 앉았다. 마치 기괴한 노인을 마주하고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난 스사노오 료우라고 해. 동쪽에서 귀한 손님이여, 날 찾아온 것이 맞는가?”스사노오 료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인은 미소 띤 얼굴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스사노오 료우는 화진 말을 아주 유창하게 했지만 말투에서 예스러움이 느껴져서 마치 고대에서 타이슬립해 온 노인 같아 보였다.윤구주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여윈 노인을 보자마자 그가 부성국 최강 귀신의 본체임을 눈치챘다.“맞아요. 전 당신을 만나러 부성국에 온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이런 귀신의 상태로 천 년 가까이 존재했을 줄은 몰랐네요.”윤구주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눈앞의 여윈 노인을 바라보았다.사실 윤구주의 눈에 눈앞의 여윈 노인은 그저 흐릿한 허상이었다. 그것은 스사노오가 만들어낸 허상이었기 때문이다.“역시 눈치가 빠르군.”여윈 노인은 다시 한번 웃었다.스사노오 료우는 부성국 겐지 시대의 바쿠후 번왕으로 스사노오 왕이라고 불렸었다.천 년 전, 번왕들이 패권을 다투느라 전쟁이 난무하던 시대, 스사노오는 가장 강한 번왕이었다.그는 군대를 이끌고 사방으로 출정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후세에 부성국 궁극의 살신이라고 불렸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천 년 전 그 시대의 가장 강한 음양사였다.그러나 그 뒤로 그는 너무도 많은 살육과 악행을 저질러 부성국 공공의 적이 되어 생매장이라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그러나 무시무시한 스사노오 번왕의 영혼이 너무도 강했던 탓에 그를 생매장하기 전, 부성국 군주는 본국의 가장 강한 70여 명의 음양사들에게 진법을
스사노오 료우는 웃으며 말했다.“하늘의 길은 통하지 않으니 불로장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했었지.”“불로장생이라고요? 한낱 귀신 따위가 불로장생을 입에 담은 건가요?”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내가 틀린 말을 했나? 세상 만물이라면 뭐든 때가 있는 법이지. 하물며 꽃도 필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는 법인데 말이야. 속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 세상 풍경을 다 보고 싶어 하는 법이지. 그래서 나는 불로장생을 원했고 말이야. 설마 너는 그걸 원하지 않는 것인가?”스사노오는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천 년 전, 나는 번창했던 동쪽 땅에 가본 적이 있어. 그때 화진은 확실히 우리 부성국보다 몇만 배는 더 부유했었지. 동쪽 땅에서 지냈던 시절, 나는 동쪽 땅의 황제가 자신의 불로장생을 위해 수많은 백성을 동원하여 단약을 만들려고 한 걸 본 적이 있어. 그리고 또 화진의 곤륜 성지에 가서 대단한 실력을 갖춘 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불로장생의 방법을 갈구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고 내가 신급 강자가 되었을 때는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어. 아무리 강해져도 신선의 경지가 되기는 어려웠었지...”거기까지 말한 뒤 스사노오는 한숨을 쉬었다.그의 말을 들은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육지의 신선의 경지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당연히 알고 있지! 화진의 곤륜 성지에, 신급 강자 절정에 다다르게 되어 육지 신선이 된 전설 같은 인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은 내게 알려주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불로장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힘들게 찾아봐야 했지. 킥킥, 그리고 이제 그 방법을 찾은 거야!”스사노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괴하게 웃었다.“당신이 말한 불로장생의 방법이 설마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영혼으로 자기 영혼의 배를 불리는 겁니까?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살겠다고요?”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더니 발밑의 청석판을 가리켰
바로 이때, TV에서 점심 뉴스가 방송되었다.뉴스는 왕실 대표가 직접 진행했으며 뒤쪽 화면에는 구주왕의 좌상이 비치고 있었다.화면 속에서는 윤구주가 군복을 입고 가장자리에 앉아있었다.화면이 펼쳐짐에 따라 여러 장군이 좌우에 나란히 서 있었다.그 기세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대단했다.화면을 통해서도 여러 장군에게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가장 강력한 것은 구주왕이었고, 그는 온몸에서 왕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세가 이미 정해진 듯한 안전감을 줬다.왕실 진행자는 구주왕의 화려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과장된 표현으로 구주왕에 대한 개인적인 숭배의 감정을 드러냈다.가장 빛나는 전적으로는 혼자서 열 개국을 상대했는데 그 열 개국의 적들이 스스로 화해를 요청한 것이다.소채은은 그만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이순간 그녀는 꿈처럼 느껴졌다.화진에서 오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나올까 말까 한 존재가 그녀의 남자였으니 말이다.“어? 구주네? 저 사진은 쟤가 가장 기세등등할 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저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봐봐요. 너무 잘난 척하지 않아요?”김도현은 밥을 다 먹고 이를 쑤시며 말했다.“선배님, 윤구주를 알아요?”소채은이 놀라면서 물었다.“그럼요. 제가 쟤 아버지거든요.”김도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소채은은 멍을 때리고 말았다.“김씨 아니셨어요?”“아, 양아버지라고요.”소채은은 그제야 왜 그가 자신을 양딸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져 얼굴이 발그레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양딸로 인정받아서 내심 기뻤다.“하하.”김도현은 피식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정말 이 헛소리를 믿는 거야?’이런 관계 덕분에 소채은은 자연스럽게 김도현과 가까워지게 되었다.“선배님, 뉴스에서는 왜 제 스승님을 언급하지 않는 거예요?”소채은은 이상하기만 했다.‘설마 사부님이...’“이것저것 의심하고 걱정하는 대신 제발 자신감 좀 가져줄래요? 제가 괜찮다면 괜찮은
서울에 있는 한 편의점.“담배 주세요. 비싼 거로요. 다른 건 기침해서요. 언제 이런 브랜드가 나온 거예요? 맛은 괜찮아요? 저를 속일 생각하지 말고요.”가게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고 있던 소채은은 카운터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김도현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정말 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네.’김도현은 한순간도 담배를 끊지 못했고 입에서 연기가 안 나면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게다가 알코올중독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마시는 걸 보면 이미 바닥이 났을 텐데 아직도 마시고 있었다.그런데 국주마저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여기서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니 꽤 재미있는 상황이었다.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사장님을 계속 칭찬했다.말 한마디에 천 냥 빛도 갚는다고 30% 할인 가격으로 담배를 한 갑 살 수 있었다.그런데 뻘쭘하게도 돈을 내려니 여기저기 들춰봐도 모자랐다.“채은 씨! 보고만 있지 말고 얼른 와서 계산해요!”편의점 손님들이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소채은은 급히 달려가 계산하고서 김도현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왜 그렇게 급해요? 사장님, 라이터도 좀 몇 개 주시죠? 바람을 막는 거로요.”떠나기 전에 김도현은 라이터까지 달라고 했다.김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채은의 무언의 눈빛을 주더니 라이터 한 박스를 들고 잽싸게 뛰쳐나갔다.할 말을 잃은 소채은은 라이터값까지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편의점을 떠나자 김도현은 또 배가 고프다며 먼저 밥 먹고 출발하자고 했다.돈 있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소채은이 아까 계산할 때 김도현은 이미 현금다발을 눈여겨본 것이다.고급 레스토랑 룸.김도현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주문한 것도 모자라 모태 고량주도 한 박스 가져왔다.“선배님, 이렇게 많이 다 드실 수 있어요?”소채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왜요. 제가 채은 씨 돈을 써서 그래요? 인색하긴.”“선배님, 오해예요. 제가 선배님에게 빚진 것이 있으니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죠. 그런데 낭비는 안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요?”소채은의 설명에 김도
“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천수진, 철수!”그의 손가락이 검으로 변해 땅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어둠을 밝히던 검은 빛을 빠르게 거둬들이면서 성스러운 빛을 지닌 백옥으로 된 보검이 칼집으로 돌아갔다.검이 칼집으로 들어가서야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대략 40세로 보이는 그는 한창 젊은 나이였다. 생김새는 평범했고, 얼굴이 지나치게 빨간 것이 술주정뱅이 코를 가지고 있었고, 눈빛은 흐릿한 것이 온몸에서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그는 말하면서 다시 술병을 집어 들어 한 모급 마셨다. 이어 입에 담배를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라이터가 바닥나서 불이 켜지지도 않았다.그는 담배를 피울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자고요. 어떻게 왕궁에 편의점도 없어. 일단 불 좀 빌려올게요.”소채은은 어이없었다.‘내가 언제 시간을 지체했다고 저러시지?’“선배님! 저한테 라이터 있어요!”소채은은 라이터를 꺼내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는 내뱉은 연기를 다시 흡입하는 그 황홀한 표정은 그야말로 짜릿해 보였다.담배 냄새를 참기 힘들어하는 소채은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찡그렸다.‘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는 거 아니야?’“뭘 보고 있어요? 그리고 라이터는 어디서 났어요? 어린 나이에 좋은 것만 배울 것이지 담배는 왜 피우는 거예요?”소채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선배님, 저는 담배를 안 피워요.”“그런데 왜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그게... 사실은 도화선을 이용해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어요. 점화가 늦어질까 봐 다른 방법으로 바꿨지만요.”소채은은 설명하면서 그제야 몸에 폭탄이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폭탄을 해체할 틈도 없이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임정설은 멍하니 그 사람이 소채은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나의 수련은 아직 멀고도 멀었네. 구오 지존은 시작일 뿐이야. 설령 언젠가 황도에 이를 수 있다고 해도 선배와는 거리가 멀 거야.
그는 바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십여 미터 떨어져 있던 해청현은 뺨 맞아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한 덩어리의 음기가 해청현의 등에서 폭발해 나왔고, 이것은 해청현에게 남은 절반의 내공이었다.이런 초월적인 수단은 이미 해청현의 인지를 초월해 버렸다.“이런 젠장! 구오 지존이 아니었어! 정말 화가 나네. 너무하는 거 아니야?”해청현은 억울해서 울음을 터뜨렸다.‘이런 무도에 어긋나는 짓을 하다니!’“해청현! 너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어!”그 사람이 해청현을 죽이려고 할 때, 현문 시조는 오히려 겁을 먹었다.“그만해! 난 종문 동맹의 장로야! 절대 나를 죽일 수 없어! 우리 종문 동맹 맹주님은 왕도 강자이기도 하다고!”왕도 강자라면 진정으로 구오 지존을 넘은 극전 신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종문 동맹 맹주로 나를 협박하려고? 웃기는 소리! 너희 맹주가 직접 와도 나한테 선배라고 불러야 하는데 네까짓 게 뭐라고. 쓰레기보다도 못한 자식! 죽어!”샤삭!검으로 변한 그의 손가락은 차가운 빛을 뽐내면서 해청현의 정수리를 찔렀다.머리가 거의 잘려 나간 해청현은 뒤로 물러서며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현문 시조가 쓰러지면서 현문이 멸망하고 말았다.해청현이 죽자 소채은을 속박하던 기술은 즉시 무효가 되었다.움직임을 회복한 소채은 즉시 임정설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돌보았다.“제가 이미 양기를 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씨 가문의 기운은 이미 끊어져 더 이상 천자의 명분을 지닐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 죽을 고비로 구오 지존의 도를 깨달았으니 곧 정점에 달할 텐데 열심히 노력하면 극전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예요.”그 사람은 말할 때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켁켁...”바로 이때 정신 차린 임정설은 소채은이 괜찮은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부님!”“괜찮으면 됐어.”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본 화진 국주인 임정설은 감동하여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소채은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보기 드물게
독소가 그의 가슴을 타고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그의 몸의 대부분이 검게 변했다. 심지어 하늘을 가르는 검광마저 그 독에 의해 영향을 받아 흐려지고 침체됐다. 분명히 이 독은 매우 강력하고 사용된 기술마저 방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이건 이미 전해지지 않은 현명 신공중의 현명 귀수...” “강력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 소용없어요.” 그 사람은 담담하게 말을 뱉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깊은 숨을 들이쉬자 순간적으로 천지마저 왜곡된 듯한 느낌을 주며 만물의 기운이 모두 그에게 흡수됐다.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킨 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 퍼졌던 독소가 모두 밖으로 뿜어져 나가며 해청현이 그 절반의 수련으로 만든 독소가 그의 앞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본 임정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건 천수성검입니다. 그 사람이 쓴 건 신천비술 황도 공법이에요.” “소채은은 괜찮아졌습니다.” “아쉽게도 내 목숨은 여기까지 인것 같다.” “구주야, 난 너무 쓸모없구나. 너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구했지. 결국 네가 예상한 대로 됐다.” “하지만 난 기쁘다. 그 덕분에 너는 나를 훨씬 초과해버렸고 화진에는 너 같은 인물이 있으니 이제 안심이다.” 임정설이 간신히 버텼던 숨을 내쉬자 그의 반 생명도 함께 사라졌다. 그의 눈 속 신광은 사라지고 생명력은 급속히 떠나갔다. “스승님!” 소채은은 무너지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음? 화진 국주가 죽어가는 건가?” “이건 안 되지.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안 그러면 이 인과는 반드시 나한테 돌아와. 내 수련에 큰 해가 될 거야.” 그 사람은 손끝으로 계산을 하며 결국 임정설이 살아있는 게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그는 손을 하늘로 뻗어 영기를 끌어들이며 한 손으로는 천지의 기운을 움켜잡고 다른 손은 술법을 써서 독소를 분해하고 순수한 기운으로 변환시켰다. 반 생애의 수련이 그렇게 해체되었
“이제 끝났다. 내 말은 신명의 명령 너의 생사도 네가 아닌 나에게 달렸다.”“지금부터 너의 목숨은 내 것이다.”“내가 주인이 되어 너를 살리면 넌 살고 죽이면 넌 죽는다.”해청현은 소채은의 호신법기를 부수고 다음에는 손을 뻗어 꽃을 따듯이 그녀의 운명을 완전히 얽어 매었다.‘정말 어쩔 수 없을까? 죽음조차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걸까?’소채은은 절망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개자식, 내가 네 음모를 세상에 알렸고 이제 화진 백성들은 너희 종문 동맹을 죽음의 적으로 보고 있어.”“너희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야.”해청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벽에 세워둔 핸드폰을 발견하고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눈이 커졌다.손을 휘둘러 핸드폰을 끌어당기고 그 화면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되고 있음을 보자 해청현은 얼굴이 굳어졌다.“이런 거였어? 정말 구주왕의 여인답네.”“이제 내 계획을 바꿀 거다. 널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겠다.”해청현은 격분하여 강하게 손을 휘둘러 소채은의 경맥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내리쳤다.“현문 시조, 멈춰라.”“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마라. 고통은 끝이 없을 거다.”“지금이라도 돌이키는 것이 늦지 않았다.”갑자기 거대한 음성이 울려 퍼지며 해청현은 그 소리에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졌다.“뭐라고? 백리전음에 또 다른 고수가 있다니.”해청현은 눈빛을 가다듬으며 멀리서 다가오는 존재를 추적했다. 이렇게 멀리 있어도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젠장, 아직도 나를 막으려는 자가 있어?”“나는 구구제일 해청현이다. 네가 아무리 나보다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시간이 없다.” 해청현은 냉소를 지었다. 만약 그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아무리 많은 구구제일이 와도 소용없다.말을 마친 해청현은 강제로 소채은을 잡아끌려 했다.“해청현,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그녀에게 손대면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소리가 다시 전해졌고 해청현은 그 경고
임정설은 잠시 정신을 차린 듯했지만 곧 다시 마법의 소리에 압도되어 의식을 잃고 말았다.“하하. 정말이지. 큰 일을 하려면 자신을 위해 구실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왜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거냐.”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국토를 나누고 나라를 세우는 것은 대세다. 너희들은 역행하며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 우리가 손을 대지 않아도 하늘이 너희를 처리할 것이다.” “이만 알겠으니까 소채은 씨,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나랑 같이 가자.” 해청현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채은은 그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해청현은 눈가를 좁혔다. “네 꼴을 보니까 나와 함께 가기는커녕 죽고 싶은 거냐?” “맞다. 이 개놈아.” “나는 윤구주의 여자다. 구주왕은 악당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아.” “너의 음모는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이제 모든 이들이 너희 종문이 조상을 배반하고 역사 속 죄인이 되려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너희들이야말로 역적이다.” “내가 죽더라도 윤구주는 나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너희 같은 놈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소채은의 기세는 대단했다. 해청현은 잠시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볼 것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가 어떻게 이런 배짱을 가질 수 있는가?’“구주왕의 안목이 정말 대단하군. 너는 열녀가 되고 싶어? 죽음을 통해 뜻을 밝히려는 거냐? 아니면 스스로 구주왕의 약점을 없애려는 건가?”“하지만 안타깝게도 넌 내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르고 있어. 내 앞에서 넌 죽을 자격조차 없어.”“그리고 네가 말하는 세상 모든 이가 알게 된다는 말 나는 이해하지 못해. 그냥 네가 떠드는 헛소리로 치고 말지.”“슥.”갑자기 해청현의 몸에서 악령 같은 기운이 폭발하듯 퍼져나가면서 주위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이 망할 놈, 그 애를 데려갈 엄두도 내지마.”이때 임정설은 강
소채은이 사라졌다! 구주왕의 여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서울 지하에 은밀하게 숨겨진 시설 안에서 우상 육도진은 불안에 휩싸였다.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금위군이 시설 전체를 뒤졌지만 소채은의 행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육도진은 결국 방송을 통해 서울의 모든 세력을 불러 모아 소채은을 찾도록 명령했다. 이로 인해 원래 왕궁을 향해 모여 있던 각 군대의 움직임이 대혼란에 빠졌다. 국주를 지원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소채은을 찾아야 할 것인가? 왕궁. 국주 임정설은 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임정설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해청현의 한마디가 임정설의 도심을 부수었고 그의 기운도 서서히 흐려지며 빛을 잃어갔다. “너의 이 길은 통하지 않는다.” “항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기는 자가 왕이고 역사는 살아있는 자가 써가는 것이다. 죽은 자들은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저 나에게 구주왕의 여인 위치를 말해라. 그럼 나는 지금 떠날 것이다. 아무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화진인들은 그저 그들의 국주가 왕궁에서 혼자서 종문 동맹의 음모를 꺾었다고만 알 것이다. 그리고 소채은은 내가 우연히 발견해서 데려간 것일 뿐.” “더군다나 나는 그녀를 해칠 생각도 없다. 그저 종문 동맹에서 잠시 머물게 할 뿐이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넌 여전히 화진의 왕이 될 것이다.”마음의 흐름이 흔들리며 해청현은 임정설의 도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금지술을 사용하여 국주의 의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임정설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 머리가 텅 비어 자신을 조종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끈에 묶인 인형처럼 해청현에게 끌려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소채은, 내 좋은 제자. 그 애는 우상이 지하 궁전으로...” “좋아! 계속 말해.” “지하 궁전은 어디에 있지?” 해청현의 눈가가 좁혀지며 이미 안달난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길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인가? 특히 그가 희망을 걸었던 두 장로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정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혈액이 거꾸로 솟구쳐 올라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그 자리에서 곧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왕실 피난처. 왕실 일행을 지하 피난처로 호위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지?” “저기! 아버지는 어디 계셔? 아버지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에 계신 거지?” 이홍연은 왕실의 한 전장 장수를 붙잡고 추궁했다. “전하,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 전하를 피난처로 호송하라는 조서만 받았을 뿐 그 외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공주에게 급하게 질문을 받자 전장 장수는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나를 피난처로 호송한다고?” 이홍연은 경악했다. 그녀가 받은 조서는 분명 왕실 구성원들을 호송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홍연은 상황을 깨닫고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다.“전하!” 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홍연을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다들 물러가라.” 이홍연은 강제로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명령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사람을 처치하려 했다. “누가 내 길을 막으면 죽여버리겠다.” 금위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홍연을 여기 남겨두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공주가 이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바로 칼을 휘둘러 병사들을 베었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막혀서 안 되자 이홍연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려 했다. 길을 열지 않으면 피의 길을 열어야 했다. “화진 여섯 번째 공주, 명령을 받들라.”이때 한 명의 전장이 국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성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간 어지럽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종문 동맹은 끊임없이 여론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