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헛소리는 다른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 현혹할 수 없어요!”윤구주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스사노오 료우는 눈빛이 어두워졌다.“화진의 젊은이여, 난 좋은 마음으로 얘기해준 것이니 너무 건방지게 굴지는 마.”윤구주가 말했다.“그래요? 조금 전 당신이 말했다시피 귀신이 되어 사람들의 경배를 받는 건 꽤 유혹적이에요. 절 제외한 다른 신급 강자였다면 아마 이런 유혹을 거절하기가 힘들었겠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육신은 죽었지만 영혼은 죽지 않고, 수백 년 뒤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유혹적인 일이었다. 윤구주에게 살해당한 고진용, 무사시, 류이치 등 사람들 모두 그런 유혹을 거절하지는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스사노오는 한 가지 잘못을 범했다. 그는 눈앞의 윤구주를 잘못 보았고, 그의 실력 또한 잘못 알고 있었다.윤구주는 소매를 휙 털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당신은 꽤 많은 말을 했지만 사실은 그냥 내가 당신의 신도가 되길 바랐던 것뿐이에요. 내 육신이 욕심났기 때문이겠죠. 맞죠?”‘응?’윤구주의 말에 스사노오의 동공에서 무시무시한 핏빛이 감돌기 시작했다.“그... 그... 그걸 알아봤단 말이야?”스사노오는 믿기 어려운 눈치였다.스사노오는 윤구주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의 육신을 노리고 있었다.윤구주는 젊을 뿐만 아니라 잘생겼고 심지어 신급 강자였다. 이렇게 좋은 육신을 어떻게 탐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윤구주는 그런 그의 속셈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그렇게 덜떨어진 수작이 나한테 먹힐 줄 알았나요? 귀신이 된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수백 년을 존재할 수 있는 것 같겠죠. 하지만 신의 힘이란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경배를 받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무고한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방법으로 존재하는 악귀일 뿐이에요. 다른 사람의 영혼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귀신이 어떻게 신령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있죠? 까놓고 말
윤구주가 부성국에 온 이유가 그의 음령 때문이라고 하자 천 년 된 귀신인 스사노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건방진 것! 난 너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어. 나의 환생에 쓰일 몸이 될 기회를 말이야. 하지만 너 스스로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그렇다면 난 네 육신을 빼앗고 네 영혼을 파괴할 것이다. 난 너의 기억을 얻은 뒤 너의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야! 킥킥, 그때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건방을 떨 수 있을까?”천 년 된 귀신 스사노오는 윤구주가 단번에 자신의 속셈을 간파하자 결국 본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사실 그저 원혼이었기 때문에 존재하려면 반드시 남의 몸에 빙의해야 했다.신급 강자인 윤구주의 몸을 본 그는 더욱 탐욕스러워졌다.그는 윤구주가 되고 싶었고, 그의 몸을 얻고 싶었다.스사노오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두 동공에서 핏빛 기운을 내뿜었고 동시에 그의 주위로 엄청난 혈기가 나타났다. 혈기들이 나타나자마자 그는 윤구주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혈기 속에서 아주 거대하고 흉악한 귀신의 발톱이 튀어나왔다. 귀신의 발톱은 엄청난 혈기를 머금은 채로 윤구주를 습격했다.“악귀 따위가 감히 자신을 신이라고 칭하다니, 주제 파악이 안 되나 보네요!”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고 검을 든 손으로 공격했다.주변 현기가 10미터쯤 되는 검으로 변했다. 그 검이 나타나는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스사노오 료우의 귀신 발톱이 허공에서 부서졌다.“화진 놈, 역시 신급 강자가 된 화진의 강자답군! 하지만 겨우 신급 강자 수준으로 나와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스사노오 료우는 말을 마친 뒤 갑자기 두 손을 휘둘렀다. 그 수간 그의 주변으로 혈기가 교차하면서 다시 한번 엄청나게 거대한 귀신 발톱이 나타났다.귀신 발톱은 아주 거대했다. 그것은 나타나자마자 사방에서 윤구주를 공격해 왔다. 마치 윤구주를 짓눌러서 고깃덩이로 만들려는 듯이 말이다.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우뚝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윤구주의
“빌어먹을 화진 놈, 감히 우리 아메 신전까지 찾아와서 우리를 도발하고, 우리 스사노오님을 도발하다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군요!”“저 화진 놈이 무슨 자격으로 저희 스사노오님과 싸운단 말입니까? 제가 보기에는 저희끼리 연합하여 저 건방진 놈을 죽였어야 합니다!”키 크고 마른 음양사 한 명이 사납게 말했다.“주인님이 저 자식을 신전 안으로 들였다는 건 이유가 있어서겠지.”치히로 신이치가 덤덤히 말했다.“설마 주인님께서 저 화진 놈의 육신을 원하는 건 아닐까요?”살짝 통통한 음양사 한 명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치히로 신이치는 기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럴지도 모르지. 생각해 봐. 저 화진 놈은 혼자서 기타가와 신사를 없앴어. 심지어 기타가와 참격의 야나가와 류이치도 죽였지. 저 정도 실력이라면 적어도 신급 강자일 거야. 신급 강자의 육신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하하! 치히로 대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저 화진 놈은 지금까지 신급 강자라는 이유로 나대고 다녔겠지만 저희 스사노오님은 이미 일찌감치 신급 강자 수준을 넘어섰죠!”밖에 있는 백여 명의 음양사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엄청난 폭발음이 신전의 오래된 문에서 들려왔다.펑펑펑!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고 두께가 30cm가 넘는 신전의 문이 쾅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 뒤 곧 형언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번개가 음양사들의 시야에 나타났다.그리고 곧 그들은 짙은 혈기로 감싸인 무언가가 번개에 맞아서 신전 밖으로 나오는 걸 보았다.“아!”그것이 수많은 번개를 맞고 나오는 순간, 모든 음양사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밖으로 나온 사람이 윤구주가 아니라 그들의 주인 스사노오였기 때문이다.“주인님!”주변에 있던 치히로 신이치와 다른 백여 명의 음양사들 모두 스사노오가 번개에 맞아서 신전 밖으로 나왔을 때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스사노오는 밖으로 나온 뒤 눈으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는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번개를 몸에 휘
그것이 스사노오의 진짜 본체였다.머리에는 뿌리 두 개가 달리고 동공은 두 개인 나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쩍 벌린 채 미친 듯이 웃어대더니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쿵!한 걸음 내딛자 그의 체형이 갑자기 한 배가 더 커졌다.쿵!또 한 걸음을 내딛자 몸이 또 한 번 커졌다쿵쿵쿵쿵쿵!스사노오가 연달아 7걸음을 내딛고 나서야 부성국의 천 년 된 귀신의 본체가 완전히 드러났다.그것은 16미터가 넘는 악귀 나찰이었다.16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이 나타나자 아메 신전 상공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마치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늘과 땅 모두 크게 놀란 듯이 말이다.“화진의 젊은이여, 너는 비록 신급 강자이긴 하지만 너의 그 볼품없는 육신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냐? 하하하하! 무식한 화진의 젊은이여, 난 오늘 너의 육신을 빼앗고 너의 영혼을 망칠 것이다. 그리고 네 영혼을 백 년 동안 지옥 불에 가둘 것이다!”스사노오는 자신의 무시무시한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들고 있던 핏빛의 거대한 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핏빛의 도끼는 허공에서 반월 형태의 빛줄기를 남기며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으면서 코웃음을 쳤다.“겨우 당신이 그럴 수 있겠어?”그는 손을 들어 움켜쥐었고 그 순간 그의 주변을 맴돌던 번개가 순식간에 검으로 변했다.그것은 번개로 뭉쳐진 뇌도였다.뇌도가 휘둘러지면서 스사노오의 도끼와 부딪혔다.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주위로 뻗어져 나갔고 수십 명의 음양사가 그 충격으로 날아갔다.어떤 이들은 충격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그러나 충격파는 여전히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펑펑 폭발음과 함께 신전의 1/4이 망가졌다.폭발로 인한 화염 속에서, 윤구주의 뇌검이 스사노오의 도끼를 막아냈다.“컥!”공격이 먹혀들지 않자 스사노오는 왼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의 불타오르는 삼지창으로 윤구주를 찌르려고 했다. 무시무시한 삼지창이 허공에서 검은색 빛을 쏘았고,
스사노오가 무도 대 무도로 싸우려고 하자 윤구주는 웃었다.“좋아요. 그렇게 말한다면 오늘은 내가 양보해 주죠. 지금부터 난 아무런 술법을 쓰지 않을게요. 우리는 무도 대 무도로 대결하는 거예요!”윤구주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윤구주가 정말로 술법을 쓰지 않겠다고 하자 살아남은 주변의 음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저 자식 미친 걸까? 정말로 스사노오님과 무도로만 싸우려는 건가? 설마 저 자식 우리 스사노오님이 불사의 영혼이라고 불렸던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잿빛 머리의 치히로 신이치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이 보기에 윤구주는 이미 확연히 술법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스사노오는 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윤구주는 자신의 대단한 술법을 포기하고 스사노오와 무도로만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정말로 멍청하기 그지없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스사노오는 윤구주의 술법이 조금 두려웠다. 특히 조금 전 윤구주가 시전한 화련금안이 두려웠다.화련금안은 정신력으로 응집된 아주 무시무시한 술법이었다. 이 술법은 악귀를 상대하는데 아주 유용했고, 스사노오 본체가 바로 악귀였다. 천 년 동안 죽지 않은 스사노오도 따져보면 결국 영혼이었기 때문에 조금 전 윤구주가 화련금안을 시전했을 때 스사노오는 너무 두려워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윤구주는 술법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하하하하, 화진의 건방진 놈아. 술법을 쓰지 않겠다고? 그렇다면 내가 오늘 단단히 혼쭐을 내주마!”스사노오는 미친 듯이 웃더니 다시금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스사노오의 강한 일격에도 윤구주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봉왕팔기를 쓰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눈을 빛냈다. 핏빛 도끼가 그에게서 1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몸을 움직였다.그는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그 순간 용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들려왔다.그리고 윤구주는 주먹을 뻗었다.주먹이 닿기도 전에 권의가 먼저 도착했다.권의는 맷돌 아래
“세상에, 저 화진 놈이 스사노오님을 쓰러뜨린 거야? 이게 무슨...”주변에 살아있던 음양사들은 그 광경에 넋이 나갔다.심지어 치히로 신이치는 얼굴 근육이 심하게 떨렸다.어쩔 수가 없었다. 윤구주는 너무 강했다.스사노오는 자신이 본체를 드러내면 손쉽게 윤구주를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윤구주의 실력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스사노오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는 바닥에 쓰러진 뒤 빠르게 일어났다.온몸에 짙은 음기를 두른 스사노오는 분노의 불길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윤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인정하마. 넌 내가 천 년 동안 상대했던 사람 중 가장 강한 적수야. 하지만 잊은 건 아니겠지? 여긴 내 땅이고 내 구역이야! 이곳은 나의 원념으로 만들어진 곳이지. 이 신전 또한 내가 장악하고 있어. 그러니 네가 아무리 강해도 한 주먹에 날 죽일 수는 없어. 하하하하하!”스사노오는 우쭐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이곳은 당시 그가 생매장당한 곳으로 그의 천 년 간의 원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죽인 수많은 아이의 원혼이 있는 곳이었다.그러니 그의 영혼은 이곳에서 아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불사의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었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 주먹에 죽일 수 없다면 열 주먹은요? 백 주먹은요?”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빠르게 스사노오에게로 달려들었다.“크릉!”윤구주가 뛰어오르는 순간, 무시무시한 용의 울부짖음이 그의 체내에서 들려왔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구양진용기가 용 세 마리로 변했다. 용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스사노오를 향해 주먹을 연속 세 번 휘둘렀다.퍽퍽퍽!엄청난 힘이 스사노오의 도끼 위로 내려앉았다. 처음에는 막을 만했지만 뒤로 갈수록 윤구주의 주먹을 뻗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허공에서는 금빛 주먹이 스사노오를 공격하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윤구주의 금빛 주먹이 스사노오를 공격하는 걸 본
스사노오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의 영혼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잠시 뒤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죽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이 오늘 어떻게 죽는지 한 번 보죠!”윤구주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그 순간, 그는 두 손을 마주치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구용연체!”크릉...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들려왔다.소리가 총 아홉 번 났다.윤구주의 체내에서 총 아홉 번의 용 울음소리가 난 뒤, 아메 신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하치카미 산조차 격렬히 뒤흔들리기 시작했다.맷돌만 한 크기의 바위들, 트럭만 한 크기의 바위들이 굴러떨어지면서 신전을 파괴했다.그리고 부성국의 음양사들도 바위에 깔렸다.수많은 바위가 산에서 굴러떨어져서 아메 신전에 참배하러 온 신도들을 공격했다.“구용!”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랐다. 눈부신 금빛과 함께 9마리 용이 윤구주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9마리의 용이 나타나자 하치카미 산이 전부 용으로 뒤덮였다.“죽어!”윤구주가 마치 유성처럼 주먹을 휘두르자 금빛 용 9마리가 아주 거대한 금빛 주먹을 만들어냈다.그 주먹이 나타나는 순간 음양사들을 포함한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음양사들은 윤구주의 9마리 용이 나타나는 걸 본 뒤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다가 그대로 목숨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심지어 치히로 신이치마저 끊임없이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너무도 강했다.그들의 내공으로는 윤구주의 이 파멸적인 공격을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귀청을 찢는 쿵 소리가 들려왔다.윤구주가 휘두른 주먹이 스사노오의 몸을 강타했다.천 년 가까이 존재한 스사노오는 윤구주의 주먹으로 인해 죽지 않던 그의 몸이 터질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의 영혼마저 연기처럼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천 년 가까이 모아온 원한이 윤구주의 주먹 대문에 서서히 사라지는 걸 본 스사노오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안... 안 돼... 안 돼... 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그는 두 손을 휘적이면서 무릎을 꿇고
스사노오가 죽었다.부성국의 천 년 된 귀신이 이렇게 윤구주의 손에 죽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스사노오의 영혼이 재로 변하는 순간, 아메 신전 상공을 뒤덮었던 사악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하늘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성스러운 햇빛은 폐허가 된 신전을 비추었다.뒤이어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신전 안에서 들려왔고, 곧 수많은 원혼이 신전 밖으로 빠져나갔다.그 원혼들은 과거 스사노오가 집어삼켰던 아이들의 영혼이었다.스사노오에게 삼켜진 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영혼은 환생하지 못한 채로 영원히 그 신전에 갇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스사노오가 죽은 지금, 아이들의 영혼은 신전을 떠나 자유를 되찾았다.아이들의 영혼은 신전 밖으로 빠져나온 뒤 정갈하게 한 줄로 서서 기괴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들의 눈빛을 보니 윤구주에게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윤구주가 그들을 구해주었으니 말이다.그러다 아이들의 영혼은 윤구주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윤구주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가봐.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환생해서 잘 살 수 있길 바랄게.”만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의 영혼은 윤구주의 말을 들은 뒤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아이들의 영혼이 떠난 뒤 쿵 소리와 함께 엄청난 굉음이 신전 중앙에서 들려왔다.신전 중앙으로부터 시작해서 균열이 생기더니 곧 신전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아메 신전뿐만 아니라 하치카미 산의 산꼭대기도 무너질 것 같은 징조를 보였다.조금 전의 전투에서 윤구주와 스사노오의 파괴력이 너무도 강했던 탓에 천 년 가까이 된 신전의 기반이 버티지 못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곧 산꼭대기까지 다 무너질 듯했다.신전과 산꼭대기가 무너질 것 같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무너지려는 건가?”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하치카미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산 아래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신도들이 있었다.만약 무너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윤구주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갑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