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하는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이토 시즈쿠의 손에 있던 만풍인이 윤구주의 풍인 위에 떨어졌다.촤락하는 소리와 함께, 금빛 풍인은 이토 대검사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렸다. 공포의 풍인이 몇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날아갔고 몇몇 재수 없는 사무라이들은 피할 새도 없이 떨어지는 파편에 맞아 날아갔다.하지만 이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을 속상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시켰다.“역시 이토 대검사님이시네. 저 화진 녀석의 풍인을 부러뜨렸어!”그들은 흥분하며 말했다.하지만 이토 시즈쿠의 얼굴에는 전혀 기쁜 기색 없이 오히려 굳어졌다.왜냐하면 방금 자기가 겨우 윤구주의 풍인을 잡았을 때, 이미 충분히 풍인의 무서운 힘을 느꼈다. 만약 그가 시작부터 가장 유명한 진검류를 선보였다면, 아마 윤구주의 풍인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토 시즈쿠는 비록 표정은 가벼워 보였지만, 사실 두 손은 풍인의 힘이 주는 진동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전 윤구주의 풍인은 그저 가볍게 던진 것이었다!이는 한 가지 사실만 설명할 수 있었다. 눈앞의 윤구주가 그의 상상보다 몇 배, 심지어 몇십 배나 강하다는 것이다!“빌어먹을! 이 화진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 신급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실력은 없을 텐데?”여기까지 생각한 이토 시즈쿠는 방금 으시댄것이 후회스러웠다.“이토 대검사님, 저 화진 녀석을 죽여서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네! 이토 대검사님! 저놈을 죽이세요! 화진 녀석을 죽여주세요!”주위에 있던 기타가와 제자들은 이토 대검사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토 대검사는 지금 욕이 입안에서 맴돌았다.이런 빌어먹을!누가 뭐라 해도 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급 대검사가 아닌가!그리고 나이도 84살이다!‘난 살고싶어...난 저 변태 같은 화진 녀석 손에 죽고 싶지 않아!’그래서 이 대검사는 급히 손을 쓰지 않고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선생의 실력은 역시 대단하군. 선생,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도대체
“아...”“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의 만풍인이 부러졌어...”“이게...”주위에 둘러선 천여 명의 기타가와 신사 제자들은 3대 원로 대검사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윤구주의 기술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그리고 자신의 만풍인이 두 동강 나는 그 순간 이토 시즈쿠는 윤구주를 향해 애원했다.“살려... 줘...”하지만 이토 시즈쿠가 입을 떼는 그 순간 풍인장용이 이미 회오리처럼 몰아치며 이토 시즈쿠를 집어삼켰다.그리고 이내 떨어져 나간 살점과 풍인장용에 부러져 나간 뼛조각들이 하늘로 흩뿌려졌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 핏덩이 섞인 살점과 뼛조각은 모두 이토 시즈쿠의 것이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윤구주의 한방에 바로 죽어버린 희한한 광경에 야나가와 노아를 포함한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다들 깜짝 놀라 벙찐 채로 서 있었다.“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을 바로 죽여?”“저건 사람이 아니야, 마귀가 분명해!”다들 얼어붙은 채 시선을 윤구주에게 고정하고 있었다.방금 기타가와 신사 3대원로중 하나를 죽인 윤구주는 누구보다 침착하게 천천히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너희 신사 사람들을 죽인 건 다 너희들의 업보야.”애초에 윤구주는 부상국 사람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화진까지 쳐들어와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으니 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몸이 점점 하늘로 떠올랐다.“저 사람... 지금 난 거야?”“뭐야, 설마 진짜 우리 다 죽이려고 저러는 거야?”“설마 그러겠어, 아무리 강해도 천 명이 넘는 사람을 다 죽이는 건 무리일 거야.”수많은 기타가와 신사 사람들과 방금 나온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모두 날아오르는 윤구주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모두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윤구주는 순간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화진과 부상국은 예전부터 원한이 깊었지, 오늘 내가 너희들의 피로 그 원수를 갚을 거야!”화진 구주 군신인 윤구주는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그
눈 앞에 펼쳐진 불바다와 타오르는 시체를 보던 야나가와 노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바보처럼 같은 말만 중얼거렸다.“왜...”“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올려다보며 하는 말에 윤구주는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인지 야나가와 노아의 곁으로 다가왔다.“그래요, 전에는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당신을 죽이라고 보낸 사람들은 이미 당신이 다 처리했잖아요!”“무사시 선배도, 다카야도, 그리고 호쿠사이까지, 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이미 다 죽였잖아요! 근데도 왜 우리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죽이는 거예요?”야나가와 노아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를 향해 울부짖었다.오늘 죽은 사람들은 그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개중에는 물론 죽어 마땅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그들은 기타가와의 제일 말단 제자로서 야나가와 류이치의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윤구주 손에 전부 죽어버린 것이다.하지만 윤구주는 울부짖는 야나가와 노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부상국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하니까.”“죽어 마땅하다고요?”야나가와 노아는 몸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그래!”“오늘은 나의 복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화진의 복수를 위한 일이었어. 그 오랜 원한에 대한 피의 복수였지.”“너희들이 화진에 지은 죄는 몇백 년이 지나도, 아니, 몇천 년이 지나도 절대 씻지 못할 죄야.”“그러니까 죽어 마땅하지.”차가운 말들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왔다.그 참혹한 역사는 절대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지난날 부상국 사람들 손에 죽어 나간 화진인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리고 죽음에는 죽음으로 복수를 해야 했다.하지만 부상국의 일원인 야나가와 노아는 끝끝내 윤구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돌덩이가 되어버린 듯 바닥에 앉아 멍하니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기타가와의 제자들, 대검사들 그리고 라쿠츠 섬 주민들까지 남김없이 모두 죽어버렸다.야나가와 노아는
윤구주가 들어온 후, 그는 야나가와 노아를 대청마루 중앙에 휙 던졌다.야나가와 류이치는 자기 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봤다.“당신이 바로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가?”윤구주가 먼저 물었다.“그렇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좋아! 당신 사람들은 내가 이미 다 죽였어. 이제 당신 차례야!”윤구주가 무정하게 말했다.야나가와 류이치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참담하게 웃으며 물었다.“모두 죽었나?”그는 이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야나가와 노아를 바라보았다.“아버지... 죄송해요...”야나가와 노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야나가와 류이치는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지막이 말했다. “나의 기타가와 신사 700여 년의 기업은 수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데 당신이라는 화진 사람한테 몰살을 당할 줄은 생각지 못했어. 좋아. 아주 좋아!”야나가와 류이치는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너, 내 딸, 너는 왜 나를 배신했어? 왜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배신한 거야?”야나가와 류이치의 시선이 야나가와 노아에게 향했다.“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제 몸속의 악귀분신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야나가와 노아가 피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네 몸속의 악귀분신은 내가 사람을 시켜서 심은 것이야!”“네? 아버지가요...?”야나가와 노아는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야나가와 류이치를 바라봤다.“아버지, 저한테 왜 그러신 거예요? 저는 아버지의 친딸이잖아요!”야나가와 노아가 울부짖으며 물었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네가 내 친딸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를 스사노오님께 바친 거야!”“스사노오 님? 그 악귀 분신 말씀이세요?”“노아야, 예의를 갖춰야지! 스사노오 귀신은 우리 야나가와 가문의 수호신이시다. 네가 스사노오 귀신의 기생체가 될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해!
초사검이 빛을 번뜩이며 휘둘러졌다. 야나가와 류이치는 날아오른 순간 윤구주의 얼굴을 공격하려고 했고, 그가 휘두른 검에서는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윤구주는 손을 들어 초사검을 쳐냈고 그로 인해 검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류이치는 공격이 먹히지 않자 다시 한번 높이 뛰어오르더니 윤구주를 향해 검을 십여 차례 휘둘렀다.기타가와 일도류의 진정한 주인인 류이치의 공격은 마치 폭포처럼 끊임없이 이어졌다.게다가 초사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었다. 그의 모든 공격에서 치명적인 검기가 느껴졌다.이치대로라면 류이치 같은 검객은 적어도 신급 강자 초기 수준일 것이다.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이 마치 비처럼 윤구주의 급소를 찌르려 했다.윤구주가 손뼉을 마주치는 순간 두 개의 손바닥이 소리를 내면서 검기와 교차하였고,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류이치는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지만 반대로 윤구주는 아주 안정적이었다.“화진 놈, 정말로 신급 강자일 줄은 몰랐는데. 내가 알기론 화진에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신급 강자가 된 케이스는 아주 드물어. 넌 이름이 뭐야? 혹시 화진 4대 고대 무술 세가의 사람이야?”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죽을 때쯤 알려줄게.”윤구주의 말을 들은 류이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건방진 놈!”그가 오른손으로 초사검을 휘두르자 흰색의 검기가 휙 소리를 내면서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윤구주가 몸을 살짝 틀자 흰색의 검기는 벽에 가서 부딪혔고, 그 순간 검기로 인해 벽에 몇 미터나 되는 긴 균열이 남았다. 그리고 균열이 나타나자 대전의 반이 무너졌다.눈을 가늘게 뜬 윤구주는 류이치의 손에 들린 초사검을 보고 말했다.“공법은 형편없지만 그 검은 꽤 좋군. 그 검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내 공격을 10번도 막아내지 못했을 거야.”류이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그는 무려 기타가와 참격의 주인이자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데, 윤구주는 그가 자신의 공격을 10번도 막아내지 못했을 거
류이치가 조상을 소환하는 혈법을 시전하자 피투성이인 그의 얼굴 위로 일그러진 문양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은 마치 올챙이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곧 몹시 사악한 검은색 마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그 마기들은 한데 모여 아주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이루어 류이치의 등 뒤에 나타났다.“이놈, 오늘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 테다.”잔인한 말이 류이치의 입에서 나왔다.“조상님이시여, 이곳으로 오십시오.”류이치는 고함을 지르면서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고 곧 그의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빨간색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가 흐름과 동시에 쿵 소리와 함께 등 뒤에 있던 검은색 마기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그것은 야나가와 일가의 전대 대검사이자 야나가와 일가 중 가장 강한 야나가와 유토였다.야나가와 유토는 부성국에서 지위가 아주 드높았다.그는 전대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 동시에 부성국 국방부에서 특별히 고용한 검도 대가였다.부성국의 유명한 국방부 장군 중 대다수가 야나가와 유토의 제자였다.누군가는 야나가와 유토의 검도는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는 무적의 수준이라고 했다.심지어 그는 부성국 검도계의 최강자라고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야나가와 유토는 10개국 간의 전쟁 때 화진에서 전사했다.소문에 따르면 전투에서 그가 상대한 사람은 화진의 왕, 구주왕이었다고 한다.그런데 류이치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불러낸 선조가 하필 윤구주의 손에 죽었던 유토일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화진 놈, 우리 조상님께서 오면 넌 무조건 죽을 거야!”류이치는 일그러진 얼굴로 선조를 소환하면서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 같잖다는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그는 오늘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기 때문에 류이치가 누굴 불러내든 상관없었다.누구를 불러내든 죽여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폐허가 된 대전 안에서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었고 곧 류이치의 뒤에 있던 그것이
야나가와 류이치는 자신이 소환해 낸 조상이 겁에 질려서 도망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도망치다니!’감쪽같이 사라진 유토를 본 류이치는 절망에 빠졌다.‘젠장, 난 내 목숨을 걸고 선조를 소환했는데 이렇게 겁을 먹고 도망쳤다고?’류이치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선조를 소환하는 혈법을 시전한 뒤로 그의 생명력은 빠르게 소실되고 있었다.“당신이... 화진의 구주왕이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화진의 왕이었던 당신 손에 죽는 것이니 그래도 나쁘진 않네요.”그는 윤구주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씁쓸하게 웃었다. 그 순간 그의 입가에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아버지!”아버지가 곧 죽을 것 같자 노아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에게로 달려갔다.“노아야, 미안하다.”죽기 직전에야 류이치는 양심을 되찾고 자신의 딸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잘못을 저질렀구나. 네 몸을 제물로 바치려고 해서는 안 됐어.”류이치는 계속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아버지를 탓한 적이 없어요. 전 그저 아버지가 왜 저를 그 귀신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했는지가 궁금해요.”류이치가 말했다.“그건 스사노오님이 우리 야나가와 일맥의 주인이기 때문이야. 천 년 전쯤, 우리 야나가와의 선조는 스사노오님을 따랐었어. 스사노오님이 죽어서도 우리는 반드시 그에게 충성을 다해야 해.”그 말을 들은 노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노아야, 지금 네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여기를 떠나는 거야. 절대 그들에게 잡히면 안 돼. 그들에게 잡히면 넌 끝장이야.”류이치의 말을 들은 노아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하지만 제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요?”그 말에 류이치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부성국은 땅덩어리도 크지 않은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류이치는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피투성이인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 이 늙은이가
“사람들은 스사노오님이 생전에 사람을 하도 많이 죽여서 죽을 때 원한이 너무 강할까 봐 걱정했었죠. 그래서 당시 부성국 국왕은 70여 명의 음양사에게 합심하여 그의 원한을 봉인하라고 했습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천 년 동안 그의 영혼은 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천 년이란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당시 70여 명의 음양사들이 봉인했던 힘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스사노오님의 영혼은 그동안 점점 더 강해졌어요. 그러다가 30여 년 전, 스사노오님은 결국 봉인을 파괴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봉인 당했던 탓에 육신이 필요했어요. 육신이 있어야만 부활할 수 있죠. 그래서 오랫동안 육신을 찾아 헤맸는데, 마침내 제 딸의 몸이 그가 기생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걸 발견했죠...”류이치는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윤구주에게 부성국의 스사노오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했다.윤구주는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노아에 악귀의 분신이 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그 귀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악귀가 거의 천 년 가까이 존재한 귀신일 줄은 몰랐다.“그 귀신이 어디 있는지 얘기해.”윤구주가 말했다.“그는 부성국에서 가장 큰 아메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류이치가 말했다.그리고 류이치는 아메 신전의 위치까지 얘기해주었다.아메 신전의 위치를 얘기한 뒤 류이치는 그제야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존경하는 구주왕, 무엇 때문에 부성국의 스사노오님을 찾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류이치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이치대로라면 스사노오는 천 년 전의 귀신으로 윤구주와는 같은 시대를 산 귀신이 아니었다.그런데 윤구주는 무엇 때문에 부성국의 무시무시한 귀신인 스사노오를 찾으려는 걸까?“그걸 손에 넣으려고!”‘뭐라고?’윤구주가 부성국의 가장 강한 천 년 된 귀신을 손에 넣겠다고 하자 류이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스... 스사노오님을 손에 넣겠다고요?”윤구주가 말했다
바로 이때, TV에서 점심 뉴스가 방송되었다.뉴스는 왕실 대표가 직접 진행했으며 뒤쪽 화면에는 구주왕의 좌상이 비치고 있었다.화면 속에서는 윤구주가 군복을 입고 가장자리에 앉아있었다.화면이 펼쳐짐에 따라 여러 장군이 좌우에 나란히 서 있었다.그 기세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대단했다.화면을 통해서도 여러 장군에게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가장 강력한 것은 구주왕이었고, 그는 온몸에서 왕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세가 이미 정해진 듯한 안전감을 줬다.왕실 진행자는 구주왕의 화려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과장된 표현으로 구주왕에 대한 개인적인 숭배의 감정을 드러냈다.가장 빛나는 전적으로는 혼자서 열 개국을 상대했는데 그 열 개국의 적들이 스스로 화해를 요청한 것이다.소채은은 그만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이순간 그녀는 꿈처럼 느껴졌다.화진에서 오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나올까 말까 한 존재가 그녀의 남자였으니 말이다.“어? 구주네? 저 사진은 쟤가 가장 기세등등할 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저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봐봐요. 너무 잘난 척하지 않아요?”김도현은 밥을 다 먹고 이를 쑤시며 말했다.“선배님, 윤구주를 알아요?”소채은이 놀라면서 물었다.“그럼요. 제가 쟤 아버지거든요.”김도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소채은은 멍을 때리고 말았다.“김씨 아니셨어요?”“아, 양아버지라고요.”소채은은 그제야 왜 그가 자신을 양딸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져 얼굴이 발그레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양딸로 인정받아서 내심 기뻤다.“하하.”김도현은 피식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정말 이 헛소리를 믿는 거야?’이런 관계 덕분에 소채은은 자연스럽게 김도현과 가까워지게 되었다.“선배님, 뉴스에서는 왜 제 스승님을 언급하지 않는 거예요?”소채은은 이상하기만 했다.‘설마 사부님이...’“이것저것 의심하고 걱정하는 대신 제발 자신감 좀 가져줄래요? 제가 괜찮다면 괜찮은
서울에 있는 한 편의점.“담배 주세요. 비싼 거로요. 다른 건 기침해서요. 언제 이런 브랜드가 나온 거예요? 맛은 괜찮아요? 저를 속일 생각하지 말고요.”가게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고 있던 소채은은 카운터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김도현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정말 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네.’김도현은 한순간도 담배를 끊지 못했고 입에서 연기가 안 나면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게다가 알코올중독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마시는 걸 보면 이미 바닥이 났을 텐데 아직도 마시고 있었다.그런데 국주마저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여기서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니 꽤 재미있는 상황이었다.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사장님을 계속 칭찬했다.말 한마디에 천 냥 빛도 갚는다고 30% 할인 가격으로 담배를 한 갑 살 수 있었다.그런데 뻘쭘하게도 돈을 내려니 여기저기 들춰봐도 모자랐다.“채은 씨! 보고만 있지 말고 얼른 와서 계산해요!”편의점 손님들이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소채은은 급히 달려가 계산하고서 김도현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왜 그렇게 급해요? 사장님, 라이터도 좀 몇 개 주시죠? 바람을 막는 거로요.”떠나기 전에 김도현은 라이터까지 달라고 했다.김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채은의 무언의 눈빛을 주더니 라이터 한 박스를 들고 잽싸게 뛰쳐나갔다.할 말을 잃은 소채은은 라이터값까지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편의점을 떠나자 김도현은 또 배가 고프다며 먼저 밥 먹고 출발하자고 했다.돈 있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소채은이 아까 계산할 때 김도현은 이미 현금다발을 눈여겨본 것이다.고급 레스토랑 룸.김도현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주문한 것도 모자라 모태 고량주도 한 박스 가져왔다.“선배님, 이렇게 많이 다 드실 수 있어요?”소채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왜요. 제가 채은 씨 돈을 써서 그래요? 인색하긴.”“선배님, 오해예요. 제가 선배님에게 빚진 것이 있으니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죠. 그런데 낭비는 안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요?”소채은의 설명에 김도
“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천수진, 철수!”그의 손가락이 검으로 변해 땅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어둠을 밝히던 검은 빛을 빠르게 거둬들이면서 성스러운 빛을 지닌 백옥으로 된 보검이 칼집으로 돌아갔다.검이 칼집으로 들어가서야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대략 40세로 보이는 그는 한창 젊은 나이였다. 생김새는 평범했고, 얼굴이 지나치게 빨간 것이 술주정뱅이 코를 가지고 있었고, 눈빛은 흐릿한 것이 온몸에서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그는 말하면서 다시 술병을 집어 들어 한 모급 마셨다. 이어 입에 담배를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라이터가 바닥나서 불이 켜지지도 않았다.그는 담배를 피울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자고요. 어떻게 왕궁에 편의점도 없어. 일단 불 좀 빌려올게요.”소채은은 어이없었다.‘내가 언제 시간을 지체했다고 저러시지?’“선배님! 저한테 라이터 있어요!”소채은은 라이터를 꺼내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는 내뱉은 연기를 다시 흡입하는 그 황홀한 표정은 그야말로 짜릿해 보였다.담배 냄새를 참기 힘들어하는 소채은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찡그렸다.‘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는 거 아니야?’“뭘 보고 있어요? 그리고 라이터는 어디서 났어요? 어린 나이에 좋은 것만 배울 것이지 담배는 왜 피우는 거예요?”소채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선배님, 저는 담배를 안 피워요.”“그런데 왜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그게... 사실은 도화선을 이용해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어요. 점화가 늦어질까 봐 다른 방법으로 바꿨지만요.”소채은은 설명하면서 그제야 몸에 폭탄이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폭탄을 해체할 틈도 없이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임정설은 멍하니 그 사람이 소채은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나의 수련은 아직 멀고도 멀었네. 구오 지존은 시작일 뿐이야. 설령 언젠가 황도에 이를 수 있다고 해도 선배와는 거리가 멀 거야.
그는 바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십여 미터 떨어져 있던 해청현은 뺨 맞아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한 덩어리의 음기가 해청현의 등에서 폭발해 나왔고, 이것은 해청현에게 남은 절반의 내공이었다.이런 초월적인 수단은 이미 해청현의 인지를 초월해 버렸다.“이런 젠장! 구오 지존이 아니었어! 정말 화가 나네. 너무하는 거 아니야?”해청현은 억울해서 울음을 터뜨렸다.‘이런 무도에 어긋나는 짓을 하다니!’“해청현! 너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어!”그 사람이 해청현을 죽이려고 할 때, 현문 시조는 오히려 겁을 먹었다.“그만해! 난 종문 동맹의 장로야! 절대 나를 죽일 수 없어! 우리 종문 동맹 맹주님은 왕도 강자이기도 하다고!”왕도 강자라면 진정으로 구오 지존을 넘은 극전 신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종문 동맹 맹주로 나를 협박하려고? 웃기는 소리! 너희 맹주가 직접 와도 나한테 선배라고 불러야 하는데 네까짓 게 뭐라고. 쓰레기보다도 못한 자식! 죽어!”샤삭!검으로 변한 그의 손가락은 차가운 빛을 뽐내면서 해청현의 정수리를 찔렀다.머리가 거의 잘려 나간 해청현은 뒤로 물러서며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현문 시조가 쓰러지면서 현문이 멸망하고 말았다.해청현이 죽자 소채은을 속박하던 기술은 즉시 무효가 되었다.움직임을 회복한 소채은 즉시 임정설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돌보았다.“제가 이미 양기를 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씨 가문의 기운은 이미 끊어져 더 이상 천자의 명분을 지닐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 죽을 고비로 구오 지존의 도를 깨달았으니 곧 정점에 달할 텐데 열심히 노력하면 극전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예요.”그 사람은 말할 때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켁켁...”바로 이때 정신 차린 임정설은 소채은이 괜찮은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부님!”“괜찮으면 됐어.”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본 화진 국주인 임정설은 감동하여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소채은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보기 드물게
독소가 그의 가슴을 타고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그의 몸의 대부분이 검게 변했다. 심지어 하늘을 가르는 검광마저 그 독에 의해 영향을 받아 흐려지고 침체됐다. 분명히 이 독은 매우 강력하고 사용된 기술마저 방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이건 이미 전해지지 않은 현명 신공중의 현명 귀수...” “강력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 소용없어요.” 그 사람은 담담하게 말을 뱉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깊은 숨을 들이쉬자 순간적으로 천지마저 왜곡된 듯한 느낌을 주며 만물의 기운이 모두 그에게 흡수됐다.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킨 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 퍼졌던 독소가 모두 밖으로 뿜어져 나가며 해청현이 그 절반의 수련으로 만든 독소가 그의 앞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본 임정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건 천수성검입니다. 그 사람이 쓴 건 신천비술 황도 공법이에요.” “소채은은 괜찮아졌습니다.” “아쉽게도 내 목숨은 여기까지 인것 같다.” “구주야, 난 너무 쓸모없구나. 너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구했지. 결국 네가 예상한 대로 됐다.” “하지만 난 기쁘다. 그 덕분에 너는 나를 훨씬 초과해버렸고 화진에는 너 같은 인물이 있으니 이제 안심이다.” 임정설이 간신히 버텼던 숨을 내쉬자 그의 반 생명도 함께 사라졌다. 그의 눈 속 신광은 사라지고 생명력은 급속히 떠나갔다. “스승님!” 소채은은 무너지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음? 화진 국주가 죽어가는 건가?” “이건 안 되지.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안 그러면 이 인과는 반드시 나한테 돌아와. 내 수련에 큰 해가 될 거야.” 그 사람은 손끝으로 계산을 하며 결국 임정설이 살아있는 게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그는 손을 하늘로 뻗어 영기를 끌어들이며 한 손으로는 천지의 기운을 움켜잡고 다른 손은 술법을 써서 독소를 분해하고 순수한 기운으로 변환시켰다. 반 생애의 수련이 그렇게 해체되었
“이제 끝났다. 내 말은 신명의 명령 너의 생사도 네가 아닌 나에게 달렸다.”“지금부터 너의 목숨은 내 것이다.”“내가 주인이 되어 너를 살리면 넌 살고 죽이면 넌 죽는다.”해청현은 소채은의 호신법기를 부수고 다음에는 손을 뻗어 꽃을 따듯이 그녀의 운명을 완전히 얽어 매었다.‘정말 어쩔 수 없을까? 죽음조차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걸까?’소채은은 절망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개자식, 내가 네 음모를 세상에 알렸고 이제 화진 백성들은 너희 종문 동맹을 죽음의 적으로 보고 있어.”“너희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야.”해청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벽에 세워둔 핸드폰을 발견하고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눈이 커졌다.손을 휘둘러 핸드폰을 끌어당기고 그 화면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되고 있음을 보자 해청현은 얼굴이 굳어졌다.“이런 거였어? 정말 구주왕의 여인답네.”“이제 내 계획을 바꿀 거다. 널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겠다.”해청현은 격분하여 강하게 손을 휘둘러 소채은의 경맥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내리쳤다.“현문 시조, 멈춰라.”“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마라. 고통은 끝이 없을 거다.”“지금이라도 돌이키는 것이 늦지 않았다.”갑자기 거대한 음성이 울려 퍼지며 해청현은 그 소리에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졌다.“뭐라고? 백리전음에 또 다른 고수가 있다니.”해청현은 눈빛을 가다듬으며 멀리서 다가오는 존재를 추적했다. 이렇게 멀리 있어도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젠장, 아직도 나를 막으려는 자가 있어?”“나는 구구제일 해청현이다. 네가 아무리 나보다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시간이 없다.” 해청현은 냉소를 지었다. 만약 그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아무리 많은 구구제일이 와도 소용없다.말을 마친 해청현은 강제로 소채은을 잡아끌려 했다.“해청현,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그녀에게 손대면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소리가 다시 전해졌고 해청현은 그 경고
임정설은 잠시 정신을 차린 듯했지만 곧 다시 마법의 소리에 압도되어 의식을 잃고 말았다.“하하. 정말이지. 큰 일을 하려면 자신을 위해 구실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왜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거냐.”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국토를 나누고 나라를 세우는 것은 대세다. 너희들은 역행하며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 우리가 손을 대지 않아도 하늘이 너희를 처리할 것이다.” “이만 알겠으니까 소채은 씨,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나랑 같이 가자.” 해청현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채은은 그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해청현은 눈가를 좁혔다. “네 꼴을 보니까 나와 함께 가기는커녕 죽고 싶은 거냐?” “맞다. 이 개놈아.” “나는 윤구주의 여자다. 구주왕은 악당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아.” “너의 음모는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이제 모든 이들이 너희 종문이 조상을 배반하고 역사 속 죄인이 되려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너희들이야말로 역적이다.” “내가 죽더라도 윤구주는 나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너희 같은 놈들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소채은의 기세는 대단했다. 해청현은 잠시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볼 것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가 어떻게 이런 배짱을 가질 수 있는가?’“구주왕의 안목이 정말 대단하군. 너는 열녀가 되고 싶어? 죽음을 통해 뜻을 밝히려는 거냐? 아니면 스스로 구주왕의 약점을 없애려는 건가?”“하지만 안타깝게도 넌 내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르고 있어. 내 앞에서 넌 죽을 자격조차 없어.”“그리고 네가 말하는 세상 모든 이가 알게 된다는 말 나는 이해하지 못해. 그냥 네가 떠드는 헛소리로 치고 말지.”“슥.”갑자기 해청현의 몸에서 악령 같은 기운이 폭발하듯 퍼져나가면서 주위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이 망할 놈, 그 애를 데려갈 엄두도 내지마.”이때 임정설은 강
소채은이 사라졌다! 구주왕의 여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서울 지하에 은밀하게 숨겨진 시설 안에서 우상 육도진은 불안에 휩싸였다.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금위군이 시설 전체를 뒤졌지만 소채은의 행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육도진은 결국 방송을 통해 서울의 모든 세력을 불러 모아 소채은을 찾도록 명령했다. 이로 인해 원래 왕궁을 향해 모여 있던 각 군대의 움직임이 대혼란에 빠졌다. 국주를 지원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소채은을 찾아야 할 것인가? 왕궁. 국주 임정설은 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임정설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해청현의 한마디가 임정설의 도심을 부수었고 그의 기운도 서서히 흐려지며 빛을 잃어갔다. “너의 이 길은 통하지 않는다.” “항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기는 자가 왕이고 역사는 살아있는 자가 써가는 것이다. 죽은 자들은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저 나에게 구주왕의 여인 위치를 말해라. 그럼 나는 지금 떠날 것이다. 아무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화진인들은 그저 그들의 국주가 왕궁에서 혼자서 종문 동맹의 음모를 꺾었다고만 알 것이다. 그리고 소채은은 내가 우연히 발견해서 데려간 것일 뿐.” “더군다나 나는 그녀를 해칠 생각도 없다. 그저 종문 동맹에서 잠시 머물게 할 뿐이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넌 여전히 화진의 왕이 될 것이다.”마음의 흐름이 흔들리며 해청현은 임정설의 도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금지술을 사용하여 국주의 의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임정설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 머리가 텅 비어 자신을 조종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끈에 묶인 인형처럼 해청현에게 끌려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소채은, 내 좋은 제자. 그 애는 우상이 지하 궁전으로...” “좋아! 계속 말해.” “지하 궁전은 어디에 있지?” 해청현의 눈가가 좁혀지며 이미 안달난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길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인가? 특히 그가 희망을 걸었던 두 장로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임정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혈액이 거꾸로 솟구쳐 올라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그 자리에서 곧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왕실 피난처. 왕실 일행을 지하 피난처로 호위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지?” “저기! 아버지는 어디 계셔? 아버지가 곧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디에 계신 거지?” 이홍연은 왕실의 한 전장 장수를 붙잡고 추궁했다. “전하, 소인도 알지 못합니다. 전하를 피난처로 호송하라는 조서만 받았을 뿐 그 외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공주에게 급하게 질문을 받자 전장 장수는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나를 피난처로 호송한다고?” 이홍연은 경악했다. 그녀가 받은 조서는 분명 왕실 구성원들을 호송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홍연은 상황을 깨닫고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다.“전하!” 수천 명의 금위군이 이홍연을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다들 물러가라.” 이홍연은 강제로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명령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사람을 처치하려 했다. “누가 내 길을 막으면 죽여버리겠다.” 금위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홍연을 여기 남겨두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공주가 이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바로 칼을 휘둘러 병사들을 베었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막혀서 안 되자 이홍연은 더욱 단호하게 행동하려 했다. 길을 열지 않으면 피의 길을 열어야 했다. “화진 여섯 번째 공주, 명령을 받들라.”이때 한 명의 전장이 국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성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종문 동맹은 우리 화진을 삼천 년간 어지럽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종문 동맹은 끊임없이 여론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