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하는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이토 시즈쿠의 손에 있던 만풍인이 윤구주의 풍인 위에 떨어졌다.촤락하는 소리와 함께, 금빛 풍인은 이토 대검사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렸다. 공포의 풍인이 몇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날아갔고 몇몇 재수 없는 사무라이들은 피할 새도 없이 떨어지는 파편에 맞아 날아갔다.하지만 이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무라이들을 속상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시켰다.“역시 이토 대검사님이시네. 저 화진 녀석의 풍인을 부러뜨렸어!”그들은 흥분하며 말했다.하지만 이토 시즈쿠의 얼굴에는 전혀 기쁜 기색 없이 오히려 굳어졌다.왜냐하면 방금 자기가 겨우 윤구주의 풍인을 잡았을 때, 이미 충분히 풍인의 무서운 힘을 느꼈다. 만약 그가 시작부터 가장 유명한 진검류를 선보였다면, 아마 윤구주의 풍인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토 시즈쿠는 비록 표정은 가벼워 보였지만, 사실 두 손은 풍인의 힘이 주는 진동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 전 윤구주의 풍인은 그저 가볍게 던진 것이었다!이는 한 가지 사실만 설명할 수 있었다. 눈앞의 윤구주가 그의 상상보다 몇 배, 심지어 몇십 배나 강하다는 것이다!“빌어먹을! 이 화진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 신급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실력은 없을 텐데?”여기까지 생각한 이토 시즈쿠는 방금 으시댄것이 후회스러웠다.“이토 대검사님, 저 화진 녀석을 죽여서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네! 이토 대검사님! 저놈을 죽이세요! 화진 녀석을 죽여주세요!”주위에 있던 기타가와 제자들은 이토 대검사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토 대검사는 지금 욕이 입안에서 맴돌았다.이런 빌어먹을!누가 뭐라 해도 기타가와 신사의 3대 원로급 대검사가 아닌가!그리고 나이도 84살이다!‘난 살고싶어...난 저 변태 같은 화진 녀석 손에 죽고 싶지 않아!’그래서 이 대검사는 급히 손을 쓰지 않고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선생의 실력은 역시 대단하군. 선생,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도대체
“아...”“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의 만풍인이 부러졌어...”“이게...”주위에 둘러선 천여 명의 기타가와 신사 제자들은 3대 원로 대검사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윤구주의 기술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그리고 자신의 만풍인이 두 동강 나는 그 순간 이토 시즈쿠는 윤구주를 향해 애원했다.“살려... 줘...”하지만 이토 시즈쿠가 입을 떼는 그 순간 풍인장용이 이미 회오리처럼 몰아치며 이토 시즈쿠를 집어삼켰다.그리고 이내 떨어져 나간 살점과 풍인장용에 부러져 나간 뼛조각들이 하늘로 흩뿌려졌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 핏덩이 섞인 살점과 뼛조각은 모두 이토 시즈쿠의 것이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윤구주의 한방에 바로 죽어버린 희한한 광경에 야나가와 노아를 포함한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다들 깜짝 놀라 벙찐 채로 서 있었다.“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을 바로 죽여?”“저건 사람이 아니야, 마귀가 분명해!”다들 얼어붙은 채 시선을 윤구주에게 고정하고 있었다.방금 기타가와 신사 3대원로중 하나를 죽인 윤구주는 누구보다 침착하게 천천히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너희 신사 사람들을 죽인 건 다 너희들의 업보야.”애초에 윤구주는 부상국 사람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화진까지 쳐들어와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으니 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몸이 점점 하늘로 떠올랐다.“저 사람... 지금 난 거야?”“뭐야, 설마 진짜 우리 다 죽이려고 저러는 거야?”“설마 그러겠어, 아무리 강해도 천 명이 넘는 사람을 다 죽이는 건 무리일 거야.”수많은 기타가와 신사 사람들과 방금 나온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모두 날아오르는 윤구주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모두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윤구주는 순간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화진과 부상국은 예전부터 원한이 깊었지, 오늘 내가 너희들의 피로 그 원수를 갚을 거야!”화진 구주 군신인 윤구주는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그
눈 앞에 펼쳐진 불바다와 타오르는 시체를 보던 야나가와 노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바보처럼 같은 말만 중얼거렸다.“왜...”“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올려다보며 하는 말에 윤구주는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인지 야나가와 노아의 곁으로 다가왔다.“그래요, 전에는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당신을 죽이라고 보낸 사람들은 이미 당신이 다 처리했잖아요!”“무사시 선배도, 다카야도, 그리고 호쿠사이까지, 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이미 다 죽였잖아요! 근데도 왜 우리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죽이는 거예요?”야나가와 노아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를 향해 울부짖었다.오늘 죽은 사람들은 그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개중에는 물론 죽어 마땅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그들은 기타가와의 제일 말단 제자로서 야나가와 류이치의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윤구주 손에 전부 죽어버린 것이다.하지만 윤구주는 울부짖는 야나가와 노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부상국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하니까.”“죽어 마땅하다고요?”야나가와 노아는 몸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그래!”“오늘은 나의 복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화진의 복수를 위한 일이었어. 그 오랜 원한에 대한 피의 복수였지.”“너희들이 화진에 지은 죄는 몇백 년이 지나도, 아니, 몇천 년이 지나도 절대 씻지 못할 죄야.”“그러니까 죽어 마땅하지.”차가운 말들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왔다.그 참혹한 역사는 절대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지난날 부상국 사람들 손에 죽어 나간 화진인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리고 죽음에는 죽음으로 복수를 해야 했다.하지만 부상국의 일원인 야나가와 노아는 끝끝내 윤구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돌덩이가 되어버린 듯 바닥에 앉아 멍하니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기타가와의 제자들, 대검사들 그리고 라쿠츠 섬 주민들까지 남김없이 모두 죽어버렸다.야나가와 노아는
윤구주가 들어온 후, 그는 야나가와 노아를 대청마루 중앙에 휙 던졌다.야나가와 류이치는 자기 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봤다.“당신이 바로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가?”윤구주가 먼저 물었다.“그렇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좋아! 당신 사람들은 내가 이미 다 죽였어. 이제 당신 차례야!”윤구주가 무정하게 말했다.야나가와 류이치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참담하게 웃으며 물었다.“모두 죽었나?”그는 이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야나가와 노아를 바라보았다.“아버지... 죄송해요...”야나가와 노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야나가와 류이치는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지막이 말했다. “나의 기타가와 신사 700여 년의 기업은 수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데 당신이라는 화진 사람한테 몰살을 당할 줄은 생각지 못했어. 좋아. 아주 좋아!”야나가와 류이치는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너, 내 딸, 너는 왜 나를 배신했어? 왜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배신한 거야?”야나가와 류이치의 시선이 야나가와 노아에게 향했다.“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제 몸속의 악귀분신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야나가와 노아가 피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네 몸속의 악귀분신은 내가 사람을 시켜서 심은 것이야!”“네? 아버지가요...?”야나가와 노아는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야나가와 류이치를 바라봤다.“아버지, 저한테 왜 그러신 거예요? 저는 아버지의 친딸이잖아요!”야나가와 노아가 울부짖으며 물었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네가 내 친딸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를 스사노오님께 바친 거야!”“스사노오 님? 그 악귀 분신 말씀이세요?”“노아야, 예의를 갖춰야지! 스사노오 귀신은 우리 야나가와 가문의 수호신이시다. 네가 스사노오 귀신의 기생체가 될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해!
초사검이 빛을 번뜩이며 휘둘러졌다. 야나가와 류이치는 날아오른 순간 윤구주의 얼굴을 공격하려고 했고, 그가 휘두른 검에서는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윤구주는 손을 들어 초사검을 쳐냈고 그로 인해 검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류이치는 공격이 먹히지 않자 다시 한번 높이 뛰어오르더니 윤구주를 향해 검을 십여 차례 휘둘렀다.기타가와 일도류의 진정한 주인인 류이치의 공격은 마치 폭포처럼 끊임없이 이어졌다.게다가 초사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었다. 그의 모든 공격에서 치명적인 검기가 느껴졌다.이치대로라면 류이치 같은 검객은 적어도 신급 강자 초기 수준일 것이다.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이 마치 비처럼 윤구주의 급소를 찌르려 했다.윤구주가 손뼉을 마주치는 순간 두 개의 손바닥이 소리를 내면서 검기와 교차하였고,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류이치는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지만 반대로 윤구주는 아주 안정적이었다.“화진 놈, 정말로 신급 강자일 줄은 몰랐는데. 내가 알기론 화진에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신급 강자가 된 케이스는 아주 드물어. 넌 이름이 뭐야? 혹시 화진 4대 고대 무술 세가의 사람이야?”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죽을 때쯤 알려줄게.”윤구주의 말을 들은 류이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건방진 놈!”그가 오른손으로 초사검을 휘두르자 흰색의 검기가 휙 소리를 내면서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윤구주가 몸을 살짝 틀자 흰색의 검기는 벽에 가서 부딪혔고, 그 순간 검기로 인해 벽에 몇 미터나 되는 긴 균열이 남았다. 그리고 균열이 나타나자 대전의 반이 무너졌다.눈을 가늘게 뜬 윤구주는 류이치의 손에 들린 초사검을 보고 말했다.“공법은 형편없지만 그 검은 꽤 좋군. 그 검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내 공격을 10번도 막아내지 못했을 거야.”류이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그는 무려 기타가와 참격의 주인이자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데, 윤구주는 그가 자신의 공격을 10번도 막아내지 못했을 거
류이치가 조상을 소환하는 혈법을 시전하자 피투성이인 그의 얼굴 위로 일그러진 문양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은 마치 올챙이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곧 몹시 사악한 검은색 마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그 마기들은 한데 모여 아주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이루어 류이치의 등 뒤에 나타났다.“이놈, 오늘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 테다.”잔인한 말이 류이치의 입에서 나왔다.“조상님이시여, 이곳으로 오십시오.”류이치는 고함을 지르면서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고 곧 그의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빨간색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가 흐름과 동시에 쿵 소리와 함께 등 뒤에 있던 검은색 마기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그것은 야나가와 일가의 전대 대검사이자 야나가와 일가 중 가장 강한 야나가와 유토였다.야나가와 유토는 부성국에서 지위가 아주 드높았다.그는 전대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 동시에 부성국 국방부에서 특별히 고용한 검도 대가였다.부성국의 유명한 국방부 장군 중 대다수가 야나가와 유토의 제자였다.누군가는 야나가와 유토의 검도는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는 무적의 수준이라고 했다.심지어 그는 부성국 검도계의 최강자라고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야나가와 유토는 10개국 간의 전쟁 때 화진에서 전사했다.소문에 따르면 전투에서 그가 상대한 사람은 화진의 왕, 구주왕이었다고 한다.그런데 류이치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불러낸 선조가 하필 윤구주의 손에 죽었던 유토일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화진 놈, 우리 조상님께서 오면 넌 무조건 죽을 거야!”류이치는 일그러진 얼굴로 선조를 소환하면서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 같잖다는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그는 오늘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기 때문에 류이치가 누굴 불러내든 상관없었다.누구를 불러내든 죽여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폐허가 된 대전 안에서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었고 곧 류이치의 뒤에 있던 그것이
야나가와 류이치는 자신이 소환해 낸 조상이 겁에 질려서 도망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도망치다니!’감쪽같이 사라진 유토를 본 류이치는 절망에 빠졌다.‘젠장, 난 내 목숨을 걸고 선조를 소환했는데 이렇게 겁을 먹고 도망쳤다고?’류이치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선조를 소환하는 혈법을 시전한 뒤로 그의 생명력은 빠르게 소실되고 있었다.“당신이... 화진의 구주왕이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화진의 왕이었던 당신 손에 죽는 것이니 그래도 나쁘진 않네요.”그는 윤구주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씁쓸하게 웃었다. 그 순간 그의 입가에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아버지!”아버지가 곧 죽을 것 같자 노아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에게로 달려갔다.“노아야, 미안하다.”죽기 직전에야 류이치는 양심을 되찾고 자신의 딸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잘못을 저질렀구나. 네 몸을 제물로 바치려고 해서는 안 됐어.”류이치는 계속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아버지를 탓한 적이 없어요. 전 그저 아버지가 왜 저를 그 귀신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했는지가 궁금해요.”류이치가 말했다.“그건 스사노오님이 우리 야나가와 일맥의 주인이기 때문이야. 천 년 전쯤, 우리 야나가와의 선조는 스사노오님을 따랐었어. 스사노오님이 죽어서도 우리는 반드시 그에게 충성을 다해야 해.”그 말을 들은 노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노아야, 지금 네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여기를 떠나는 거야. 절대 그들에게 잡히면 안 돼. 그들에게 잡히면 넌 끝장이야.”류이치의 말을 들은 노아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하지만 제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요?”그 말에 류이치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부성국은 땅덩어리도 크지 않은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류이치는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피투성이인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 이 늙은이가
“사람들은 스사노오님이 생전에 사람을 하도 많이 죽여서 죽을 때 원한이 너무 강할까 봐 걱정했었죠. 그래서 당시 부성국 국왕은 70여 명의 음양사에게 합심하여 그의 원한을 봉인하라고 했습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천 년 동안 그의 영혼은 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천 년이란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당시 70여 명의 음양사들이 봉인했던 힘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스사노오님의 영혼은 그동안 점점 더 강해졌어요. 그러다가 30여 년 전, 스사노오님은 결국 봉인을 파괴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봉인 당했던 탓에 육신이 필요했어요. 육신이 있어야만 부활할 수 있죠. 그래서 오랫동안 육신을 찾아 헤맸는데, 마침내 제 딸의 몸이 그가 기생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걸 발견했죠...”류이치는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윤구주에게 부성국의 스사노오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했다.윤구주는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노아에 악귀의 분신이 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그 귀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악귀가 거의 천 년 가까이 존재한 귀신일 줄은 몰랐다.“그 귀신이 어디 있는지 얘기해.”윤구주가 말했다.“그는 부성국에서 가장 큰 아메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류이치가 말했다.그리고 류이치는 아메 신전의 위치까지 얘기해주었다.아메 신전의 위치를 얘기한 뒤 류이치는 그제야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존경하는 구주왕, 무엇 때문에 부성국의 스사노오님을 찾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류이치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이치대로라면 스사노오는 천 년 전의 귀신으로 윤구주와는 같은 시대를 산 귀신이 아니었다.그런데 윤구주는 무엇 때문에 부성국의 무시무시한 귀신인 스사노오를 찾으려는 걸까?“그걸 손에 넣으려고!”‘뭐라고?’윤구주가 부성국의 가장 강한 천 년 된 귀신을 손에 넣겠다고 하자 류이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스... 스사노오님을 손에 넣겠다고요?”윤구주가 말했다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