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의 만풍인이 부러졌어...”“이게...”주위에 둘러선 천여 명의 기타가와 신사 제자들은 3대 원로 대검사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윤구주의 기술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그리고 자신의 만풍인이 두 동강 나는 그 순간 이토 시즈쿠는 윤구주를 향해 애원했다.“살려... 줘...”하지만 이토 시즈쿠가 입을 떼는 그 순간 풍인장용이 이미 회오리처럼 몰아치며 이토 시즈쿠를 집어삼켰다.그리고 이내 떨어져 나간 살점과 풍인장용에 부러져 나간 뼛조각들이 하늘로 흩뿌려졌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 핏덩이 섞인 살점과 뼛조각은 모두 이토 시즈쿠의 것이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윤구주의 한방에 바로 죽어버린 희한한 광경에 야나가와 노아를 포함한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다들 깜짝 놀라 벙찐 채로 서 있었다.“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토 시즈쿠 대검사님을 바로 죽여?”“저건 사람이 아니야, 마귀가 분명해!”다들 얼어붙은 채 시선을 윤구주에게 고정하고 있었다.방금 기타가와 신사 3대원로중 하나를 죽인 윤구주는 누구보다 침착하게 천천히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너희 신사 사람들을 죽인 건 다 너희들의 업보야.”애초에 윤구주는 부상국 사람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화진까지 쳐들어와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으니 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몸이 점점 하늘로 떠올랐다.“저 사람... 지금 난 거야?”“뭐야, 설마 진짜 우리 다 죽이려고 저러는 거야?”“설마 그러겠어, 아무리 강해도 천 명이 넘는 사람을 다 죽이는 건 무리일 거야.”수많은 기타가와 신사 사람들과 방금 나온 백여 명의 대검사들은 모두 날아오르는 윤구주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모두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윤구주는 순간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화진과 부상국은 예전부터 원한이 깊었지, 오늘 내가 너희들의 피로 그 원수를 갚을 거야!”화진 구주 군신인 윤구주는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그
눈 앞에 펼쳐진 불바다와 타오르는 시체를 보던 야나가와 노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바보처럼 같은 말만 중얼거렸다.“왜...”“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하늘에 있는 윤구주를 올려다보며 하는 말에 윤구주는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인지 야나가와 노아의 곁으로 다가왔다.“그래요, 전에는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당신을 죽이라고 보낸 사람들은 이미 당신이 다 처리했잖아요!”“무사시 선배도, 다카야도, 그리고 호쿠사이까지, 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이미 다 죽였잖아요! 근데도 왜 우리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죽이는 거예요?”야나가와 노아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를 향해 울부짖었다.오늘 죽은 사람들은 그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개중에는 물론 죽어 마땅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그들은 기타가와의 제일 말단 제자로서 야나가와 류이치의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윤구주 손에 전부 죽어버린 것이다.하지만 윤구주는 울부짖는 야나가와 노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부상국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하니까.”“죽어 마땅하다고요?”야나가와 노아는 몸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그래!”“오늘은 나의 복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화진의 복수를 위한 일이었어. 그 오랜 원한에 대한 피의 복수였지.”“너희들이 화진에 지은 죄는 몇백 년이 지나도, 아니, 몇천 년이 지나도 절대 씻지 못할 죄야.”“그러니까 죽어 마땅하지.”차가운 말들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왔다.그 참혹한 역사는 절대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지난날 부상국 사람들 손에 죽어 나간 화진인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리고 죽음에는 죽음으로 복수를 해야 했다.하지만 부상국의 일원인 야나가와 노아는 끝끝내 윤구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돌덩이가 되어버린 듯 바닥에 앉아 멍하니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기타가와의 제자들, 대검사들 그리고 라쿠츠 섬 주민들까지 남김없이 모두 죽어버렸다.야나가와 노아는
윤구주가 들어온 후, 그는 야나가와 노아를 대청마루 중앙에 휙 던졌다.야나가와 류이치는 자기 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봤다.“당신이 바로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가?”윤구주가 먼저 물었다.“그렇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좋아! 당신 사람들은 내가 이미 다 죽였어. 이제 당신 차례야!”윤구주가 무정하게 말했다.야나가와 류이치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참담하게 웃으며 물었다.“모두 죽었나?”그는 이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야나가와 노아를 바라보았다.“아버지... 죄송해요...”야나가와 노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야나가와 류이치는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지막이 말했다. “나의 기타가와 신사 700여 년의 기업은 수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데 당신이라는 화진 사람한테 몰살을 당할 줄은 생각지 못했어. 좋아. 아주 좋아!”야나가와 류이치는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너, 내 딸, 너는 왜 나를 배신했어? 왜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배신한 거야?”야나가와 류이치의 시선이 야나가와 노아에게 향했다.“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제 몸속의 악귀분신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야나가와 노아가 피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네 몸속의 악귀분신은 내가 사람을 시켜서 심은 것이야!”“네? 아버지가요...?”야나가와 노아는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야나가와 류이치를 바라봤다.“아버지, 저한테 왜 그러신 거예요? 저는 아버지의 친딸이잖아요!”야나가와 노아가 울부짖으며 물었다.야나가와 류이치가 대답했다.“네가 내 친딸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를 스사노오님께 바친 거야!”“스사노오 님? 그 악귀 분신 말씀이세요?”“노아야, 예의를 갖춰야지! 스사노오 귀신은 우리 야나가와 가문의 수호신이시다. 네가 스사노오 귀신의 기생체가 될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해!
초사검이 빛을 번뜩이며 휘둘러졌다. 야나가와 류이치는 날아오른 순간 윤구주의 얼굴을 공격하려고 했고, 그가 휘두른 검에서는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윤구주는 손을 들어 초사검을 쳐냈고 그로 인해 검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류이치는 공격이 먹히지 않자 다시 한번 높이 뛰어오르더니 윤구주를 향해 검을 십여 차례 휘둘렀다.기타가와 일도류의 진정한 주인인 류이치의 공격은 마치 폭포처럼 끊임없이 이어졌다.게다가 초사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었다. 그의 모든 공격에서 치명적인 검기가 느껴졌다.이치대로라면 류이치 같은 검객은 적어도 신급 강자 초기 수준일 것이다.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이 마치 비처럼 윤구주의 급소를 찌르려 했다.윤구주가 손뼉을 마주치는 순간 두 개의 손바닥이 소리를 내면서 검기와 교차하였고,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류이치는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지만 반대로 윤구주는 아주 안정적이었다.“화진 놈, 정말로 신급 강자일 줄은 몰랐는데. 내가 알기론 화진에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신급 강자가 된 케이스는 아주 드물어. 넌 이름이 뭐야? 혹시 화진 4대 고대 무술 세가의 사람이야?”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죽을 때쯤 알려줄게.”윤구주의 말을 들은 류이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건방진 놈!”그가 오른손으로 초사검을 휘두르자 흰색의 검기가 휙 소리를 내면서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윤구주가 몸을 살짝 틀자 흰색의 검기는 벽에 가서 부딪혔고, 그 순간 검기로 인해 벽에 몇 미터나 되는 긴 균열이 남았다. 그리고 균열이 나타나자 대전의 반이 무너졌다.눈을 가늘게 뜬 윤구주는 류이치의 손에 들린 초사검을 보고 말했다.“공법은 형편없지만 그 검은 꽤 좋군. 그 검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내 공격을 10번도 막아내지 못했을 거야.”류이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그는 무려 기타가와 참격의 주인이자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데, 윤구주는 그가 자신의 공격을 10번도 막아내지 못했을 거
류이치가 조상을 소환하는 혈법을 시전하자 피투성이인 그의 얼굴 위로 일그러진 문양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은 마치 올챙이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곧 몹시 사악한 검은색 마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그 마기들은 한데 모여 아주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이루어 류이치의 등 뒤에 나타났다.“이놈, 오늘 우리 기타가와 신사가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 테다.”잔인한 말이 류이치의 입에서 나왔다.“조상님이시여, 이곳으로 오십시오.”류이치는 고함을 지르면서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고 곧 그의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빨간색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가 흐름과 동시에 쿵 소리와 함께 등 뒤에 있던 검은색 마기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그것은 야나가와 일가의 전대 대검사이자 야나가와 일가 중 가장 강한 야나가와 유토였다.야나가와 유토는 부성국에서 지위가 아주 드높았다.그는 전대 기타가와 신사의 가주인 동시에 부성국 국방부에서 특별히 고용한 검도 대가였다.부성국의 유명한 국방부 장군 중 대다수가 야나가와 유토의 제자였다.누군가는 야나가와 유토의 검도는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는 무적의 수준이라고 했다.심지어 그는 부성국 검도계의 최강자라고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야나가와 유토는 10개국 간의 전쟁 때 화진에서 전사했다.소문에 따르면 전투에서 그가 상대한 사람은 화진의 왕, 구주왕이었다고 한다.그런데 류이치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불러낸 선조가 하필 윤구주의 손에 죽었던 유토일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화진 놈, 우리 조상님께서 오면 넌 무조건 죽을 거야!”류이치는 일그러진 얼굴로 선조를 소환하면서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 같잖다는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그는 오늘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기 때문에 류이치가 누굴 불러내든 상관없었다.누구를 불러내든 죽여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폐허가 된 대전 안에서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었고 곧 류이치의 뒤에 있던 그것이
야나가와 류이치는 자신이 소환해 낸 조상이 겁에 질려서 도망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도망치다니!’감쪽같이 사라진 유토를 본 류이치는 절망에 빠졌다.‘젠장, 난 내 목숨을 걸고 선조를 소환했는데 이렇게 겁을 먹고 도망쳤다고?’류이치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선조를 소환하는 혈법을 시전한 뒤로 그의 생명력은 빠르게 소실되고 있었다.“당신이... 화진의 구주왕이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화진의 왕이었던 당신 손에 죽는 것이니 그래도 나쁘진 않네요.”그는 윤구주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씁쓸하게 웃었다. 그 순간 그의 입가에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아버지!”아버지가 곧 죽을 것 같자 노아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에게로 달려갔다.“노아야, 미안하다.”죽기 직전에야 류이치는 양심을 되찾고 자신의 딸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잘못을 저질렀구나. 네 몸을 제물로 바치려고 해서는 안 됐어.”류이치는 계속해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아버지를 탓한 적이 없어요. 전 그저 아버지가 왜 저를 그 귀신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했는지가 궁금해요.”류이치가 말했다.“그건 스사노오님이 우리 야나가와 일맥의 주인이기 때문이야. 천 년 전쯤, 우리 야나가와의 선조는 스사노오님을 따랐었어. 스사노오님이 죽어서도 우리는 반드시 그에게 충성을 다해야 해.”그 말을 들은 노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노아야, 지금 네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여기를 떠나는 거야. 절대 그들에게 잡히면 안 돼. 그들에게 잡히면 넌 끝장이야.”류이치의 말을 들은 노아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하지만 제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요?”그 말에 류이치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부성국은 땅덩어리도 크지 않은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류이치는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피투성이인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 이 늙은이가
“사람들은 스사노오님이 생전에 사람을 하도 많이 죽여서 죽을 때 원한이 너무 강할까 봐 걱정했었죠. 그래서 당시 부성국 국왕은 70여 명의 음양사에게 합심하여 그의 원한을 봉인하라고 했습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천 년 동안 그의 영혼은 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천 년이란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당시 70여 명의 음양사들이 봉인했던 힘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스사노오님의 영혼은 그동안 점점 더 강해졌어요. 그러다가 30여 년 전, 스사노오님은 결국 봉인을 파괴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봉인 당했던 탓에 육신이 필요했어요. 육신이 있어야만 부활할 수 있죠. 그래서 오랫동안 육신을 찾아 헤맸는데, 마침내 제 딸의 몸이 그가 기생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걸 발견했죠...”류이치는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윤구주에게 부성국의 스사노오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했다.윤구주는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노아에 악귀의 분신이 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그 귀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악귀가 거의 천 년 가까이 존재한 귀신일 줄은 몰랐다.“그 귀신이 어디 있는지 얘기해.”윤구주가 말했다.“그는 부성국에서 가장 큰 아메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류이치가 말했다.그리고 류이치는 아메 신전의 위치까지 얘기해주었다.아메 신전의 위치를 얘기한 뒤 류이치는 그제야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존경하는 구주왕, 무엇 때문에 부성국의 스사노오님을 찾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류이치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이치대로라면 스사노오는 천 년 전의 귀신으로 윤구주와는 같은 시대를 산 귀신이 아니었다.그런데 윤구주는 무엇 때문에 부성국의 무시무시한 귀신인 스사노오를 찾으려는 걸까?“그걸 손에 넣으려고!”‘뭐라고?’윤구주가 부성국의 가장 강한 천 년 된 귀신을 손에 넣겠다고 하자 류이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스... 스사노오님을 손에 넣겠다고요?”윤구주가 말했다
류이치가 죽었다.그뿐만 아니라 라쿠츠 섬의 유명한 기타가와 신사 역시 겨우 반나절 만에 전멸했다.폐허가 된 대전 안에는 노아 혼자 남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시체 위에 엎드려서 끊임없이 울었다.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인 노아는 700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한 야나가와 가문이 겨우 반나절 만에 윤구주로 인해 파멸될 줄은 몰랐다.바닥에 즐비한 시체와 허전해진 신사를 본 노아는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나더러 널 지키라고 했었지. 내 보호를 받을 거야?”윤구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의 그녀를 바라보았다.노아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전 당신의 보호를 받지 않을 거예요.”“마음대로 해.”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떠났다.그에게 있어 눈앞의 노아는 그저 행인에 불과했다.윤구주는 원래 화진에서 이미 부성국의 여자인 노아를 죽였어야 했다. 노아가 눈치 빠르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자발적으로 그를 기타가와 신사까지 안내하지 않았더라면 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을 것이다.노아 본인이 그의 보호를 받지 않으려고 하니 윤구주도 당연히 그녀를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에게는 처리해야 할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잠깐만요...”윤구주가 떠나려고 하는데 노아가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무슨 일 있어?”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얼굴이 눈물범벅인 노아는 윤구주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말했다.“당신, 정말로 화진의 구주왕인가요?”“그래, 맞아!”윤구주는 더 이상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다시 한번 윤구주의 신분을 확인한 노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적의 기세를 본 그녀는 그제야 눈앞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홀로 기타가와 신사를 전멸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게다가 그는 반나절 만에 수천 명을 죽였다.그가 진짜로 화진의 군신, 과거 10개국을,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구주왕이라니!그녀는 윤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