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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Author: 김원호
“모든 건 채은이 덕분이죠.”

말을 마친 뒤 윤구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채은이 체면을 봐서 한 번 살려줄게요. 당신에게 이렇게 훌륭하고 착한 딸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그런 운도 언젠가는 끝날 거란 걸 기억해요.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당신을 죽일 겁니다. 신도 절 막을 수 없을 거예요.”

윤구주가 마지막에 말했다.

“고마워... 고마... 워!”

윤구주가 자신을 살려주겠다고 하자 소청하는 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명심하세요. 오늘 제가 했던 말들은 절대 한마디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채은이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저와 채은이의 사랑에 세속적인 관계가 섞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한마디라도 누설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죠?”

윤구주가 다시금 경고했다.

“걱정하지 말아. 절대 채은이에게 알리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입 뻥긋하지 않을 거고.”

소청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덜덜 떨면서 말했다.

“자, 이제 꺼져요!”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소청하는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내려온 건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몸의 반 이상이 마비되었고 심지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그에게는 악몽과 다름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업신여기던 윤구주가 강성시 갑부 주세호, 강성시 시장과 정치인들, 심지어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민규현을 신하로 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윤구주는 대체 정체가 뭘까?

윤구주는 기억을 잃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소청하는 등골이 오싹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어느샌가 해가 저물었다.

소씨 집안.

일찍 돌아온 소채은은 방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때 천희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채은아, 네 아빠 오늘 어디 갔니? 왜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거야?”

천희수는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몰라요.”

소채은이 대답했다.

“이상하네. 너희 아빠 평소에 자주 외출하지 않는데 오늘은 웬일이래? 게다가 전화도 안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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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인 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야 진정한 전쟁이 시작된다!백호의 두 눈은 완전히 야수의 눈으로 변했고, 싸늘한 눈빛으로 청현을 노려봤다.“몸 풀었으니 이제는 진짜 싸움이다. 서요산 검사야, 어디 한번 버텨봐라?”성수와 하나가 된 백호는 이제 기술 따윈 필요 없었다. 무적의 성수, 오직 전투만이 답이다!백호가 다시 돌진했다. 성수인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기가 청현의 양기를 단번에 압도했다.순식간에 전세 역전이다. 이번엔 청현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처지다.그 대단한 서요산 검기는 성수의 수호막을 하나도 뚫지 못했다.둘은 하늘에서 땅으로, 지하에서 다시 아홉 겹 구름 위로 날아오르며 싸웠다.쾅! 쾅쾅쾅!구름 위로부터 울려 퍼지는 격전의 소리는 천둥을 방불케 했고, 땅이 울리는 순간 진북왕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서요산 검종의 검객이 이렇게 강했단 말인가...백호 저 자식은 또 뭐야? 그냥 제자가 아니라 괴물이잖아?’진북왕은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기분이었다.‘난 지금까지 도대체 뭘 수련한 거지...?’쾅!!다시금 천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청현은 하늘에서 땅으로 수직 낙하하였다.지면을 강타하며 피를 뿜었고 온몸은 찢기고 뼈는 대부분 부서졌다.그 순간 하늘에서는 거대한 성수의 허상이 떠올랐다.서울 상공을 덮은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 검은 구름을 만들었고 음기가 태양을 가리는 순간 청현도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졌다.“말도 안 돼... 난 양기를 끌어왔어! 저런 사악한 자들을 억제하려고!”“악은 정의를 이길 수 없다며! 젠장...!” 청현이 이를 악물고 낮게 으르렁댔다.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로 무릎 꿇을 수는 없었다!그는 도를 위해 태어난 자. 반드시 입도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음풍이여 올라와라!”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슛— 하고 일어나서 온몸에서는 살기가 폭발했고, 그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단 악마 그 자체였다.대지가 진동하고 지하 깊은 곳의 음기가 그의 주변으로 솟아올랐다.“화극대법! 음기입체!”

  • 구주, 왕의 귀환   제2006화

    부우우웅!청현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끌어모아 음과 양이 모두 담긴 영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백호 악마야! 마법의 검을 받아라!”순간 천지가 진동했고 양의 힘이 검을 타고 맴돌면서 날카로운 검빛이 한층 한층 휩싸였다. 산이 흔들리고, 서울 전체에 끔찍한 검 소리가 울려 퍼졌다!청현의 인간성은 별로이지만 실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백호는 죽음이 코앞에 온 듯한 위협을 느꼈다.위험하다!하지만 백호는 놀라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광기 넘친 눈빛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청현의 양기 가득한 검은 하늘과 땅을 찢을 듯 백호를 향했다. 백호의 가슴엔 피가 터지고 갈비뼈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백호는 음신사체를 수련했으니 저 양기 가득한 검 앞에서는 완전히 억눌리는군!”진북왕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이대로라면 청현은 완전히 백호와 청해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다.상성만 아니었으면 청해는 그렇게 허무하게 지지 않았을 것이다.마치 보조자항처럼 위대한 인물이라도 부처님 흉내까지 내면서도 미친 스님 앞에선 꼼짝도 못 하였다.“양이 음을 억제하긴 하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내가 보도자항를 이긴 건 진정한 불도를 닦고 열심히 마음속으로부터 수행했기 때문이었지, 그자는 껍데기만 따라 했지 마음으로 도를 닦지 못했으니 진 거야.”“백호가 음혼인 건 맞지만 그게 곧 악마라는 뜻은 아니다.”“청현도 마찬가지야. 그가 진짜 양인지 음인지 아직 판단할 때가 아니야.”미친 스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스승님 제발 그만 하세요.이 상황에서 폼 잡으려고 온 거면 진짜... 제자가 지금 반쯤 죽었는데요?”공수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후후, 우리 어리숙한 제자야. 바보인 채로 사는 게 차라리 낫지.”미친 스님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음양이니 정의니 하는 건 진북왕엔 관심 밖이다.지금 중요한 건 오직 하나—백호가 청현의 상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아니면 최소한 임정설이 폐관

  • 구주, 왕의 귀환   제2005화

    백호는 어깨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내더니 청현의 눈앞에서 그대로 부러뜨렸다. 그 광경을 본 청현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이 미친놈아! 내 검을 부러뜨려? 죽여버릴 거야 이 자식아!”청현은 눈이 빨갛게 변하며 광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분노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온몸을 감쌌다.백호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왕께서 말씀하셨지. 진정한 검객은 검 없이도 싸운다고. 그깟 검 하나쯤이야. 네놈은 검의 형상만 쫓을 뿐 검객의 마음은 가지지 못했어. 그따위로 무슨 검객이냐?”쿵!청현은 완전히 제 정신을 잃었다.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짐승처럼 날뛰며 백호에게 돌진했다. 맹렬한 화염처럼 끓어오르는 기세로 백호와 뒤엉켰다.한편 진동왕 일행은 중상을 입고 거의 죽어가던 청해를 간신히 구조해 냈다.그때 미친 스님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직접 손으로 불법을 펼쳐 청해를 보호하기 시작했다.“이 노승은 그저 그의 숨만 붙들어놨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상처 그대로 두면 앞으로 몸은 끝장일 겁니다.”미친 스님이 진동왕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진동왕은 그것도 잊은 채 다그치듯 물었다.“스님 그 검객은 대체 뭐 하는 놈입니까? 어째서 검객 주제에 그런 무서운 음기를 품고 있는 겁니까?”“청현은 서요산 검종 종주의 직계 제자요. 검종에서도 지극히 큰 기대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원래라면 차기 거목이 되었을 사람입니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는 검종 종주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청현의 인성을 살펴보려고 일부러 결정 시점을 미뤘습니다. 예상대로 청현은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원한을 품고 동문 수련생 열댓 명을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 잔혹함은 종주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후에 등장한 후배 함지우는 호연정기로 심법을 닦고 도에 따르는 삶을 살아가며 신뢰를 얻었습니다.”미친 스님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구주를 움직이게 할 자격이 있는 자는 결국 당대의 진짜 영웅입니다. 그리고 윤구주는 그 모든 자 위에 있는 사람

  • 구주, 왕의 귀환   제2004화

    “너도 억울해할 필요 없어. 네가 화진을 위해 공을 세운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적으로 구주왕에 대한 충성심 위에 쌓인 것일 뿐이야. 앞으로 네가 성장하면 윤구주도 널 통제하지 못할 테니 그 전에 널 제거하려 할 거다.”말이 끝나자 청현은 순식간에 수천 미터를 날아 수비영으로 다시 뛰어들었다.삼척청봉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그 검 끝은 백호를 정확히 겨눴다.날카로운 검의 울림은 수 킬로미터 안의 모든 이들의 고막을 찢을 듯 진동하며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지껄이지 마. 죽이려면 날 죽여. 내 형제들을 어떻게 죽였지? 그리고 여긴 어딘 줄 아나? 이곳은 화진 서울이야. 너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백호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고 상공엔 살기가 짙게 뭉쳐 수신의 형상이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그 위압감은 실로 섬뜩할 정도였다.솔직히 이런 백호의 모습은 정말 마인으로 오해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그는 윤구주에 대한 충성은 변함없었지만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윤구주만이 아니었다.구주의 전우와 화진의 백성들 그 모든 이들이 그가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행보는 그를 점점 인간 요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래? 지금은 네가 그들을 인정하고 있어도 언젠가 네가 마인으로 타락하게 된다면 그때는 네 의지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난 간다. 미리 경고했으니 후회하지 마. 내게 자비란 없다.”슈욱!청현은 한 자루 검과 함께 어둠을 가르며 잔상처럼 백호를 향해 돌진했다.한 줄기 칼날의 섬광이 나타나며 수천 개의 검기가 일제히 백호에게 쏟아졌다.쾅! 쾅! 쾅!각 칼날 하나하나가 구오지존 초입의 수련자를 가볍게 썰어버릴 위력이었지만 백호의 몸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대부분의 검기는 튕겨 나갔고 일부는 살을 파고들었지만 뼈에 닿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휙!강풍이 맹렬히 불어치는 가운데 청현은 백호의 천령개를 향해 칼을 날카롭게 휘둘렀다.슉!백호는 머리를 살짝 비켜 피했지만 칼은 그의 어깨를 정확히 내리꽂

  • 구주, 왕의 귀환   제2003화

    화진의 외곽에서 청룡의 흔적을 추적하던 빙신전 전주는 갑자기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했다.“늙은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뭔가 감지된 거야?”현모와 주작은 즉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몇 번을 말해. 난 황보웅이라고.”빙신전 전주가 차갑게 대답했다.“헛소리 작작 해. 널 신발이라 안 부른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 청룡은 찾았어?”성질 더러운 주작은 그에게 전혀 봐주는 법이 없었다.“아니. 백호한테 걸어둔 천술이 강제로 해제됐어.”황보웅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뭐라고?”현모와 주작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서울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현모와 주작은 즉시 위성 전화로 서울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근처 도시에 연락한 결과 서울에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그들은 이미 서울로 인원을 파견했다고 전했다.“젠장! 진동왕 그 늙은 놈 처음부터 믿지 않았어. 청해는 더 말할 것도 없고!”주작은 크게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현모는 차분하게 말하며 주작을 진정시켰다.황보웅은 무관심하게 말했다.“진동왕 임성진이야 고작 구오 경지에 불과해서 그가 뭘 하든 별 소용없어. 청해는... 그놈은 이제 더 이상 반역하지 않을 거야. 곤륜 구역은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거든. 구주왕은 더 말할 것도 없고.”현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웅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다. 설령 서울에 큰 위기가 닥쳤다 해도 이곳에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걱정하지 마. 국주도 서울에 있고 왕이 말했듯이 국주가 이제 최고급 신급에 올랐으니 진형만 유지하고 주변 도시에 원군을 요청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야.”현모는 힘차게 말했다. 이어서 두 사람에게 청룡 추적에 전념할 것을 지시했다.황보웅은 서울의 사상자 수에는 무관심했고 윤구주만 무사하면 대국에 지장이 없다고 여겼다.그리하여 세 사람은 다시 깊은 산과 밀림으로 들어가서 청룡을 추적했다.한

  • 구주, 왕의 귀환   제2002화

    청해는 모든 일을 마무리한 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죽음을 기다렸다.청의 검객은 그의 곁을 무심히 지나가며 담담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네가 곤륜 구역의 사술사긴 해도 화진 백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건 충성이라 할 만하다. 윤국주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켰군. 내가 굳이 너를 죽일 필요는 없어. 정리할 게 있다면 정리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라.”청해의 마지막 충성을 보고 청의 검객은 그를 살려두었다.그리고 얼음 진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청해가 온 힘을 다해 짜놓은 얼음 결계는 한 번에 산산조각 나버렸다.“이 미친놈. 차이가 너무 크잖아. 고급 신급뿐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강력할 수 있지?”청해는 욕설을 퍼부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자신이 오늘 죽으면 화진을 위해 싸운 셈이니 윤구주가 자신을 잘 묻어주고 이름을 남길 거라고 생각했다.평생 신령으로 살아온 청해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명예를 되새기며 웃고 있었다.멀리서 진동왕 일행이 도착했지만 그는 발을 디디기도 전에 칼날 같은 살의와 검의 기운에 압도당했다.바로 그 순간 그는 미친 스님의 말을 떠올렸다. 임정설이 올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백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는 얼음 속에 갇혀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백호 네 안에는 살기가 너무 많다. 성수의 피를 융합한 이상 언젠가는 인간계의 마인으로 폭주할 것이다. 윤국주는 결코 너를 죽일 수 없겠지만 내가 대신 끝내주마.”청현의 검 끝에서 한 줄기 서늘한 빛이 뻗어 나와 얼음 결계를 뚫고 백호의 단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청의 검객인 청현은 이미 그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성스러운 짐승의 피를 깨뜨린다면 백호는 죽을 운명이었다.진동왕은 숨을 삼킨 채 그 칼끝을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구주군은 더는 참지 못했다.“대장님을 구하라. 돌격.”수천 명의 구주군이 함성을 지르며 청현을 향해 돌진했다.하지만 청현은 단 한 번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더니 순식간에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아 손바닥

  • 구주, 왕의 귀환   제2001화

    진짜 부처의 금빛 광채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다.수많은 불빛이 만불종의 보도자항을 송두리째 태워버렸다.그의 육신이 타들어 가며 내면의 음험한 영혼과 사악한 기운이 드러나자 그동안 그에게 속아왔던 이들은 마침내 진실을 깨달았다.그는 진정한 부처가 아니라 불교의 이름을 악용해 사술을 부리는 사악한 존재였음을. 불빛은 순식간에 희미해졌고 하늘의 황금 형상은 다시 검은 구름에 삼켜졌다.지상에 남은 금빛 실루엣도 점차 사라지며 그 자리에는 누더기 법복을 입은 한 스님의 모습이 드러났다.그는 바로 공수이의 스승인 미친 스님이었다.최고급 신급에 근접한 존재였다.“역시 스승님. 평소에는 미친 척하시더니 제대로 할 땐 정말 대단하시네요.”공수이는 온몸이 엉망이 되었음에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미친 스님? 200년 전 풍화산의 불동 주지 스님 이름이 뭐였더라?”진동왕 임성진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그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불은 본래 형상이 없으니 내가 불을 닦는다면 이름 자체가 무의미하지요.”미친 스님은 아미타불을 외우며 몇 개의 단약을 꺼내 진동왕과 공수이에게 먹였다.하지만 은용위의 부대는 이미 요승 불경의 손에 전멸한 후였다. 미친 스님은 그들을 위해 자리에 앉아 초혼 의식을 치렀다.“스님 지금은 초혼할 때가 아닙니다. 그들이 백호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해요. 청해도 위험한 상황일 겁니다. 부디 백호를 구해주십시오.”진동왕은 숨을 고르자마자 미친 스님을 향해 절박하게 외쳤다.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은 상황이 너무나 긴급했기 때문이었다.그 말을 들은 미친 스님은 안타깝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내 도행은 보도자항과 팽팽한 대결 수준입니다.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건 수련이 아니라 운 때문이었습니다. 백호에게 닥친 이 재앙은 그의 운명에 이미 각인된 것입니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뭐... 뭐라고요?”곤륜 구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고인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진동왕은 충격을 받았다.“어서 말하거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00화

    “미친놈. 이 가짜 스님아, 당장 꺼져.”공수이는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혈액을 인으로 새겼다.그의 피는 놀랍게도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십장 금불인이 발동되었다.공수이가 모든 힘을 다해 불러낸 공격은 보도자항이 소환한 금불상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네 놈이 고작 불법 몇 년 수련했다고 대단한 줄 아느냐? 서방여래는 만불지존이다. 네가 감히 뭐로 나와 겨룬단 말이냐. 깨져라.”보도자항은 냉소를 띠며 금불상의 양손을 모았다. 그러자 손끝에서 번개 같은 금뢰가 튀어나와 공수이의 금강불인을 산산이 부수었다.그 충격에 공수이는 완전히 쓰러졌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설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되었다. 문득 공수이는 이것이 정말 여래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찮은 요귀가 어찌하여 참불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세상 이치인가? 내가 배운 불법은 전부 거짓인가? 아니면 선악을 막론하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건가?”그 순간 하늘을 가르며 천지의 정기를 품은 무지갯빛 호연정기가 짙은 기운을 가르며 쏟아졌다.“금강인 불문을 열어라. ”거대한 메아리 같은 음성이 하늘을 울렸고 곧이어 백장 금인이 칠색 구름을 타고 서울 상공에 강림했다.“뭐라고?”보도자항의 표정이 굳었다.그 압도적인 기운은 그의 숨조차 막히게 했다.“불.”백장 금인이 왕부로 내려오자마자 뱉은 한마디에 보도자항이 펼쳤던 모든 사술이 산산조각 나버렸다.“안돼... 나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군. 이 세상에 아직도 대승 불법을 익힌 자가 남아 있었다니.”보도자항은 이를 갈며 몸을 떨었다.그는 질투에 사로잡혔다.왜 자신은 만불종 종주임에도 이런 참된 불법의 정수를 얻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불본무도 심성위령. 일념으로 도를 향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너희 같은 자들은 마음을 그르쳐 불을 왜곡하고 형상 없는 불을 우상화해 신처럼 떠받들었다. 만불종은 불타의 이름을 빌려 사익을 취했고 종교를 가장해 세상을 속였으며 그 어떤 정의로운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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