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눈을 부릅뜨고 임기준을 노려보았다!만약 윤구주가 곁에 없었다면 그는 강성시 시장 임기준을 혼내주었을 것이다.“윤 선생님, 만나서 반가워요! 제가 아직 제때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자리를 떠날게요! 제가 이 일을 끝내면 직접 윤 선생님을 찾아뵙고 목숨을 구한 은혜를 보답하겠습니다.”임기준이 정중하게 윤구주에게 말했다.이번 일로 강성시 시장 임기준은 윤구주에게 완전히 굴복했다!결국 자신의 목숨과 강성시의 간부들의 목숨은 윤구주 한 사람이 구해준 셈이니 말이다!만약에 윤구주가 없었다면 그들은 분명 이미 죽었을 것이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바쁘시다면 먼저 일 보세요!”“네. 윤 선생님,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임기준은 공경한 태도로 윤구주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강성시의 기타 간부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떠나면서도 임기준은 곁에 있는 간부들에게 말했다.“윤 선생님 같은 신께서 우리 강성시를 지켜주시니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가 우리를 침범하는 게 두렵지 않을 거야!”이 말이 민규현의 귀에 들어오자, 민규 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런 젠장! 임기준 이 새끼가 정말 재수 없네! 감히 우리 암부를 원망해?”윤구주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 일은 확실히 네 탓이야! 누가 너 보고 제때 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라 했어?” 어찌 됐든 저 사람은 강성시 시장이잖아!”“그냥 시장인 주제에 자기가 뭔 줄 알고! 다만, 휴... 이번에는 확실히 제가 소홀했어요. 제가 생각이 깊지 못해서 저딴 판인국 새끼들을 제거하는데 저하께서 직접 나서서 손을 쓰시게 했어요!”민규현이 자책하자 윤구주가 손으로 암부원들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됐어, 그만 자책해. 얼른 가서 암부원 형제들을 챙겨!”이 암부원들은 수백 번의 전투를 거쳐 온 사람들이었다!게다가 서로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이번의 침입으로 인해 네 명의 암부원들이 목숨을 잃었고 중상자도 일고여덟 명에 달해서
소씨 저택.윤구주가 소채은에게 화정석으로 만든 호신용 목걸이를 주자 소채은은 너무 좋은 나머지 목걸이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침대에 누운 그녀는 그 화정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사실.소채은의 눈에는 이 화정석은 보통 노점상들이 파는 싸구려 목걸이와 다름없었다!하지만 이 목걸이는 윤구주가 그녀에게 준 것이었으니 그건 의미가 완전히 남달랐다!설령 윤구주가 그녀한테 준 것이 정말 평범한 돌멩이였을지라도 그녀의 마음속은 행복했다!그녀가 윤구주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소채은이 목걸이를 만지며 행복하게 놀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목걸이를 만질 때마다 열에너지가 한 가닥씩 그녀의 몸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이 화정석은 그야말로 타고난 보물이었다!여자에게는 더욱 몸보신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이런 효능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호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소채은은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녀가 신나게 목걸이를 손에 쥐고 놀고 있을 때 밖에서 천희수가 밥을 먹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목걸이를 낀 채 식탁 앞에 앉았다.소채은은 어릴 적부터 액세서리를 즐겨 착용하지 않았고 게다가 그녀는 윤구주가 준 화정석 목걸이를 일부러 옷 밖에 놓았기에 천희수는 즉시 소채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발견했다.“채은아, 네 목에 걸려 있는 거 뭐야?”천희수는 요리를 꺼내오면서 소채은의 목에 있는 화정석 목걸이를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구주가 저한테 준 선물이에요!”소채은이 기쁜 심정으로 말했다.“뭐라고? 이게 윤구주가 너한테 준 거라고? 괜찮네! 그 윤구주가 너한테 선물 할 줄도 알아?”천희수는 소채은의 말을 듣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화정석 목걸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채은아, 이건 무슨 목걸이야? 보기에는 평범한 듯한데.”천희수도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지금 이 화정석 목걸이가 그냥 평범한 수정석인 것을 보자 의아한 듯 물었다.“엄마! 선물이 비싸든 안 비싸든 뭐가 중
천희수는 소채은이 목걸이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소채은이 목걸이를 몇억 원이 되는 보물처럼 항상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을 보자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고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했다.“채은아, 엄마가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사실대로 알려줘!”“네. 엄마 물어보세요!”소채은이 대답하자 천희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채은아, 너 혹시 정말 그 윤구주를 좋아하는 거야?”“네, 맞아요. 엄마! 저는 구주가 너무 좋아요!”천희수의 물음에 소채은도 사실대로 대답했다.“좋아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해, 엄마도 젊었을 때가 있었지! 하지만 이 말 한마디만 기억해,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생각해 봐, 지금 너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미래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엄마가 걱정하는 거야! 네가 준비가 다 된 거 맞아? 예를 들면 네 미래의 짝에 대해서 말이야. 넌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또는 그가 예전에 뭘 했는지? 앞으로는 뭐 할 건지? 이런 것들은 모두 네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약에 네가 단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뿐이라면 내가 충고하는데 빨리 끝내는 것이 좋아!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말고!”천희수가 쓴소리로 말했다.소채은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데 엄마의 말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소채은은 고개를 들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미 잘 생각했어요! 제가 윤구주와 함께 있겠다고 다짐했을 때부터 저는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요! 엄마가 말씀하신 도리를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인생은 짧고 저도 언젠가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만약에 한평생 동안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을 가진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자기 딸이 이렇게 말하자 천희수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엄마도 아무 말 하지 않을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게! 결국 생활을 하
‘큰일났다.’‘이건 무조건 충돌이야!’소채은이 눈을 감기 전에 한 마지막 생각이다.쿵!큰 폭발음이 들려왔다.사람들은 실성한 채 달려오는 밴을 보며 소채은이 치어서 튕겨 나가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미친 듯이 질주해 오던 차는 갑자기 생겨난 하얀 방패를 들이받았다.그 방패는 소채은의 주변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었다.거대한 충격에도 하얀 방패는 끄떡없었지만 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졌다.돌진해 오는 차를 보며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소채은의 어머니인 천희수였다.혼비백산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소채은에게 뛰어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채은아, 우리 딸...”소채은은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그녀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하얀 빛은 위험이 지나가자 안개처럼 천천히 사라졌다.“채은아, 어때? 괜찮아?”“대답해, 채은아.”“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천희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울음을 터트리며 소채은을 꼭 끌어안았다.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눈이 휘둥그레서 찌그러진 밴과 자신을 감싸고 있던 하얀 기운이 사라지는 걸 바라봤다.하얀 기운은 그렇게 천천히 흩어지더니 그녀의 목에 걸린 화정석 목걸이로 들어갔다.“엄마, 난 괜찮은 거 같아요.”소채은이 대답했다.“진짜야? 엄마 놀라게 하지 마. 어디 봐봐.”천희수는 이렇게 말하며 딸 소채은의 몸을 검사했다.소채은이 정말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엄마 천희수는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이때 밴을 운전하던 기사도 얼른 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폈다.소채은이 멀쩡한 걸 보고 운전기사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다행인 건 오늘 배달이 급해서 차를 그렇게 빨리 운전했다는 거고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까 분명히 무언가를 쳤고 차도 찌그러졌는데 앞에 있는 예쁘장한 여인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것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저기요. 차를 어떻게 운전하는 거예요?”“하마터면 우리 딸이 치일 뻔한 거 알아요?”천희수는 차에서 내린 운전기사를
소채은이 멍을 때리자 엄마 천희수가 옆에서 관심했다.“아니요!”소채은이 대답했다.“근데 아까 분명히 네가 차에 치이는 거 같았는데 왜 멀쩡한 거지?”천희수도 마음속에 드는 의문을 털어놓았다.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목에 건 호신용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화정석으로 만든 목걸이는 아까 소채은을 보호하면서 촉발되는 바람에 표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소채은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손바닥이 뜨거워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어휴, 아무렴 어떻든 간에 너만 괜찮으면 엄마는 다 괜찮아.”“놀랐어. 정말 너무 놀랐어.”천희수는 이렇게 말하며 소채은을 끌고 얼른 집으로 향했다.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소채은은 핸드폰을 꺼내 윤구주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벨소리가 먼저 울렸다.‘잉?’“구주가 먼저 연락왔네?”화면에 뜬 윤구주의 이름에 소채은은 궁금해서 얼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채은아? 혹시 무슨 일 있었어?”전화를 받자마자 윤구주가 물었다.그 말에 소채은은 넋을 잃었다.차 사고가 날 뻔했다고 윤구주에게 말할 참이었는데 윤구주가 그녀보다 한발 빨랐다.고민 끝에 소채은이 대답했다.“구주야, 어떻게 알았어?”“일단 이건 제쳐두고, 빨리 말해. 다쳤어?”윤구주의 관심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헤헤.”“괜찮아. 나 매우 멀쩡해.”“근데 진짜 신기하다. 구주야, 나 사고 난 거 어떻게 알았어?”소채은이 물었다.윤구주는 자기가 그녀에게 선물한 화정석 목걸이에 직접 여든한 개의 주술을 걸었다는 걸 말해줄 리가 없었다.이 주술은 윤구주의 신념과 이어져 있었다.까놓고 말하면 화정석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윤구주가 바로 알아챌 수 있다는 말이다.아까도 화정석이 촉발되었기에 윤구주는 바로 소채은이 위험하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어온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그래, 괜찮다니 나도 마음이 놓이네.”윤구주가 말했다.“바보 같긴. 네가
용인 빌리지.전화를 끊은 윤구주도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비록 자기가 만든 ‘화정석 호신용 목걸이’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소채은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윤구주의 마음도 다시 차분해졌다.“저하, 채은 아가씨는 별일 없는 거죠?”옆에 있던 백경재가 얼른 물었다.“다행이야. 호신용 목걸이를 준 덕분에 무사해.”“그렇군요. 저하의 호신용 보물을 채은 아가씨가 가지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넘기시고 늘 평안하실 거예요.”백경재가 감탄했다.“하지만 채은 아가씨는 모르잖아요. 저하께서 힘들게 만들어주신 덕분이라는걸요.”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뒷산으로 향했다.이때 왜소한 몸집 하나가 뛰어왔다.두나희였다.두나희는 윤구주를 따라다니면서부터 염치를 무릅쓰고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있다.이에 윤구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두나희는 그저 7, 8살밖에 안 되는 아이였다.때릴 수도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여 윤구주는 최대한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두나희는 뛰어와서는 백경재에게 말했다.“어르신, 방금 우리 구주 오빠 누구랑 통화한 거예요?”백경재도 두나희가 별로 달갑지 않은지라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어린애가 그런 건 알아서 뭐 하게?”“흥!”“당연히 알아야죠. 커서 구주 오빠와 결혼할 건데.”두나희는 심술이 났는지 양손을 자신의 허리에 차고 말했다.“...”백경재는 말문이 막혔다.“내가 어리다고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요. 아까 분명히 구주 오빠가 그 여자한테 전화하는 거 들었어요. 맞죠?”“나쁜 어르신, 사실대로 말해요. 아까 구주 오빠랑 통화한 사람 이름이 소채은 맞죠?”“잉?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백경재가 의아해서 물었다.두나희는 소채은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역시 또 그 여우 같은 여자였어. 아악! 진짜 너무 짜증 나. 구주 오빠 왜 또 그 불여우
몸속에 있는 ‘기린화독’을 수련하고 있는 로 누르는 것 외에 천 년 된 빙설화의 한기로 누르면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에게 천 년 된 한성 약재가 한 그루밖에 없었다. 한성 약재 두 개만 더 모으면 윤구주는 기린화독을 완전히 풀 수 있게 된다.기린화독만 풀면 윤구주는 다시 절정에 오를 수 있다.“그래, 독을 푸는 거야.”윤구주의 눈이 점차 서늘해지기 시작했다.…주씨 가문, 윈워터힐스.저번에 윤구주와 함께 경매에 참석한 뒤로 주세호는 다시 윤구주를 보지 못했다.주세호가 바쁘다거나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윤구주가 만나자는 기별이 없으니 함부로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서재 안, 주세호는 늘 그랬듯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얼마나 지났는지 도우미가 갑자기 들어왔다.“회장님, 문 앞에 귀빈이 찾아와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시간 없다고 전하세요.”주세호는 바로 거절했다.“네.”도우미가 나가려다 다시 멈췄다.“회장님, 말로는 서경에서 왔다고 했고 천하회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 없다고 전할까요?”천하회?주세호는 천하회 이 세글자를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서경 천하회는 주세호도 당근 잘 알고 있었다.천하회는 서경 지역의 왕으로 통했다. 그리고 전에 홍월 경매사에서 주최한 경매에서 주세호는 천하회의 조직원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그들은 전에 윤구주를 괴롭힌 적이 있다.천하회가 갑자기 자기를 찾아온 저의가 뭔지 주세호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됐어요. 들어오라고 하세요.”주세호가 결국 이렇게 지시했다.“네.”10분 뒤.한복을 입은 절세의 노정연이 서양과 마 선생을 데리고 주세호의 서재로 들어왔다.“이렇게 불쑥 회장님을 뵈러 왔는데 혹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들어오자마자 노정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어여쁘게 웃으며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주세호를 바라봤다.주세호는 천하회의 사람들을 보고는 얼굴을 굳히더니 서늘하게 말했다.“실례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천하회
이렇게 진귀한 핏빛 인삼을 보며 주세호가 물었다.“제 기억이 맞다면 우리 DH그룹은 천하회와 아무런 거래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값비싼 선물을 하시는 거죠?”노정연이 물었다.“회장님, 너무 내외하신다. 이렇게 약소한 선물로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우리 천하회가 주 회장님과 친분을 쌓고 싶습니다.”‘나와 친분을 쌓고 싶다고?’주세호는 바보가 아니었다.DH그룹과 서경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그리고 돈도 많고 권력도 센 천하회가 갑자기 친분을 쌓고 싶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주세호가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저는 돌려서 말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찾아오기까지 했으니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시죠.”노정연이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주 회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주 회장님, 회장님을 통해 윤구주 선생님을 알고 지내고 싶습니다.”윤구주라는 이름이 나오자 주세호는 바로 깨달았다.‘역시, 이 사람들은 저하를 뵈러 온 거야.’“회장님, 오해는 하지 마세요.”“천하회에서 윤구주 선생님을 뵙고 싶어 하는 건 그냥 존경하고 숭배해서예요. 나쁜 의도는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회장님께서 저희를 좀 소개해 주면 안 될까요?”노정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세호를 바라봤다.주세호는 오히려 껄껄 크게 웃었다.“소개해 주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노정연은 이 결과를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회장님, 일단 먼저 거절할 생각 마시고 천하회의 성의를 먼저 들어주세요.”노정연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주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천하회는 서경의 7개 도와 54개 시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서경에서 천하회 말이라면 따르지 않을 자가 없지요. 게다가 천하회는 3개의 당과 4개의 각을 소유하고 있고 인재가 많을뿐더러 고수가 넘쳐납니다. 재력이라면 서경에서 따라올 자가 없고요.”“노정연 씨, 지금 저 주세호를 협박이라도
“너도 억울해할 필요 없어. 네가 화진을 위해 공을 세운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적으로 구주왕에 대한 충성심 위에 쌓인 것일 뿐이야. 앞으로 네가 성장하면 윤구주도 널 통제하지 못할 테니 그 전에 널 제거하려 할 거다.”말이 끝나자 청현은 순식간에 수천 미터를 날아 수비영으로 다시 뛰어들었다.삼척청봉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그 검 끝은 백호를 정확히 겨눴다.날카로운 검의 울림은 수 킬로미터 안의 모든 이들의 고막을 찢을 듯 진동하며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지껄이지 마. 죽이려면 날 죽여. 내 형제들을 어떻게 죽였지? 그리고 여긴 어딘 줄 아나? 이곳은 화진 서울이야. 너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백호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고 상공엔 살기가 짙게 뭉쳐 수신의 형상이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그 위압감은 실로 섬뜩할 정도였다.솔직히 이런 백호의 모습은 정말 마인으로 오해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그는 윤구주에 대한 충성은 변함없었지만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윤구주만이 아니었다.구주의 전우와 화진의 백성들 그 모든 이들이 그가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행보는 그를 점점 인간 요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래? 지금은 네가 그들을 인정하고 있어도 언젠가 네가 마인으로 타락하게 된다면 그때는 네 의지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난 간다. 미리 경고했으니 후회하지 마. 내게 자비란 없다.”슈욱!청현은 한 자루 검과 함께 어둠을 가르며 잔상처럼 백호를 향해 돌진했다.한 줄기 칼날의 섬광이 나타나며 수천 개의 검기가 일제히 백호에게 쏟아졌다.쾅! 쾅! 쾅!각 칼날 하나하나가 구오지존 초입의 수련자를 가볍게 썰어버릴 위력이었지만 백호의 몸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대부분의 검기는 튕겨 나갔고 일부는 살을 파고들었지만 뼈에 닿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휙!강풍이 맹렬히 불어치는 가운데 청현은 백호의 천령개를 향해 칼을 날카롭게 휘둘렀다.슉!백호는 머리를 살짝 비켜 피했지만 칼은 그의 어깨를 정확히 내리꽂
화진의 외곽에서 청룡의 흔적을 추적하던 빙신전 전주는 갑자기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했다.“늙은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뭔가 감지된 거야?”현모와 주작은 즉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몇 번을 말해. 난 황보웅이라고.”빙신전 전주가 차갑게 대답했다.“헛소리 작작 해. 널 신발이라 안 부른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 청룡은 찾았어?”성질 더러운 주작은 그에게 전혀 봐주는 법이 없었다.“아니. 백호한테 걸어둔 천술이 강제로 해제됐어.”황보웅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뭐라고?”현모와 주작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서울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현모와 주작은 즉시 위성 전화로 서울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근처 도시에 연락한 결과 서울에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그들은 이미 서울로 인원을 파견했다고 전했다.“젠장! 진동왕 그 늙은 놈 처음부터 믿지 않았어. 청해는 더 말할 것도 없고!”주작은 크게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현모는 차분하게 말하며 주작을 진정시켰다.황보웅은 무관심하게 말했다.“진동왕 임성진이야 고작 구오 경지에 불과해서 그가 뭘 하든 별 소용없어. 청해는... 그놈은 이제 더 이상 반역하지 않을 거야. 곤륜 구역은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거든. 구주왕은 더 말할 것도 없고.”현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웅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다. 설령 서울에 큰 위기가 닥쳤다 해도 이곳에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걱정하지 마. 국주도 서울에 있고 왕이 말했듯이 국주가 이제 최고급 신급에 올랐으니 진형만 유지하고 주변 도시에 원군을 요청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야.”현모는 힘차게 말했다. 이어서 두 사람에게 청룡 추적에 전념할 것을 지시했다.황보웅은 서울의 사상자 수에는 무관심했고 윤구주만 무사하면 대국에 지장이 없다고 여겼다.그리하여 세 사람은 다시 깊은 산과 밀림으로 들어가서 청룡을 추적했다.한
청해는 모든 일을 마무리한 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죽음을 기다렸다.청의 검객은 그의 곁을 무심히 지나가며 담담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네가 곤륜 구역의 사술사긴 해도 화진 백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건 충성이라 할 만하다. 윤국주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켰군. 내가 굳이 너를 죽일 필요는 없어. 정리할 게 있다면 정리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라.”청해의 마지막 충성을 보고 청의 검객은 그를 살려두었다.그리고 얼음 진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청해가 온 힘을 다해 짜놓은 얼음 결계는 한 번에 산산조각 나버렸다.“이 미친놈. 차이가 너무 크잖아. 고급 신급뿐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강력할 수 있지?”청해는 욕설을 퍼부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자신이 오늘 죽으면 화진을 위해 싸운 셈이니 윤구주가 자신을 잘 묻어주고 이름을 남길 거라고 생각했다.평생 신령으로 살아온 청해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명예를 되새기며 웃고 있었다.멀리서 진동왕 일행이 도착했지만 그는 발을 디디기도 전에 칼날 같은 살의와 검의 기운에 압도당했다.바로 그 순간 그는 미친 스님의 말을 떠올렸다. 임정설이 올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백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는 얼음 속에 갇혀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백호 네 안에는 살기가 너무 많다. 성수의 피를 융합한 이상 언젠가는 인간계의 마인으로 폭주할 것이다. 윤국주는 결코 너를 죽일 수 없겠지만 내가 대신 끝내주마.”청현의 검 끝에서 한 줄기 서늘한 빛이 뻗어 나와 얼음 결계를 뚫고 백호의 단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청의 검객인 청현은 이미 그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성스러운 짐승의 피를 깨뜨린다면 백호는 죽을 운명이었다.진동왕은 숨을 삼킨 채 그 칼끝을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구주군은 더는 참지 못했다.“대장님을 구하라. 돌격.”수천 명의 구주군이 함성을 지르며 청현을 향해 돌진했다.하지만 청현은 단 한 번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더니 순식간에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아 손바닥
진짜 부처의 금빛 광채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다.수많은 불빛이 만불종의 보도자항을 송두리째 태워버렸다.그의 육신이 타들어 가며 내면의 음험한 영혼과 사악한 기운이 드러나자 그동안 그에게 속아왔던 이들은 마침내 진실을 깨달았다.그는 진정한 부처가 아니라 불교의 이름을 악용해 사술을 부리는 사악한 존재였음을. 불빛은 순식간에 희미해졌고 하늘의 황금 형상은 다시 검은 구름에 삼켜졌다.지상에 남은 금빛 실루엣도 점차 사라지며 그 자리에는 누더기 법복을 입은 한 스님의 모습이 드러났다.그는 바로 공수이의 스승인 미친 스님이었다.최고급 신급에 근접한 존재였다.“역시 스승님. 평소에는 미친 척하시더니 제대로 할 땐 정말 대단하시네요.”공수이는 온몸이 엉망이 되었음에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미친 스님? 200년 전 풍화산의 불동 주지 스님 이름이 뭐였더라?”진동왕 임성진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그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불은 본래 형상이 없으니 내가 불을 닦는다면 이름 자체가 무의미하지요.”미친 스님은 아미타불을 외우며 몇 개의 단약을 꺼내 진동왕과 공수이에게 먹였다.하지만 은용위의 부대는 이미 요승 불경의 손에 전멸한 후였다. 미친 스님은 그들을 위해 자리에 앉아 초혼 의식을 치렀다.“스님 지금은 초혼할 때가 아닙니다. 그들이 백호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해요. 청해도 위험한 상황일 겁니다. 부디 백호를 구해주십시오.”진동왕은 숨을 고르자마자 미친 스님을 향해 절박하게 외쳤다.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은 상황이 너무나 긴급했기 때문이었다.그 말을 들은 미친 스님은 안타깝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내 도행은 보도자항과 팽팽한 대결 수준입니다.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건 수련이 아니라 운 때문이었습니다. 백호에게 닥친 이 재앙은 그의 운명에 이미 각인된 것입니다.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뭐... 뭐라고요?”곤륜 구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고인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진동왕은 충격을 받았다.“어서 말하거라.
“미친놈. 이 가짜 스님아, 당장 꺼져.”공수이는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혈액을 인으로 새겼다.그의 피는 놀랍게도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십장 금불인이 발동되었다.공수이가 모든 힘을 다해 불러낸 공격은 보도자항이 소환한 금불상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네 놈이 고작 불법 몇 년 수련했다고 대단한 줄 아느냐? 서방여래는 만불지존이다. 네가 감히 뭐로 나와 겨룬단 말이냐. 깨져라.”보도자항은 냉소를 띠며 금불상의 양손을 모았다. 그러자 손끝에서 번개 같은 금뢰가 튀어나와 공수이의 금강불인을 산산이 부수었다.그 충격에 공수이는 완전히 쓰러졌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설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되었다. 문득 공수이는 이것이 정말 여래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찮은 요귀가 어찌하여 참불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세상 이치인가? 내가 배운 불법은 전부 거짓인가? 아니면 선악을 막론하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건가?”그 순간 하늘을 가르며 천지의 정기를 품은 무지갯빛 호연정기가 짙은 기운을 가르며 쏟아졌다.“금강인 불문을 열어라. ”거대한 메아리 같은 음성이 하늘을 울렸고 곧이어 백장 금인이 칠색 구름을 타고 서울 상공에 강림했다.“뭐라고?”보도자항의 표정이 굳었다.그 압도적인 기운은 그의 숨조차 막히게 했다.“불.”백장 금인이 왕부로 내려오자마자 뱉은 한마디에 보도자항이 펼쳤던 모든 사술이 산산조각 나버렸다.“안돼... 나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군. 이 세상에 아직도 대승 불법을 익힌 자가 남아 있었다니.”보도자항은 이를 갈며 몸을 떨었다.그는 질투에 사로잡혔다.왜 자신은 만불종 종주임에도 이런 참된 불법의 정수를 얻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불본무도 심성위령. 일념으로 도를 향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너희 같은 자들은 마음을 그르쳐 불을 왜곡하고 형상 없는 불을 우상화해 신처럼 떠받들었다. 만불종은 불타의 이름을 빌려 사익을 취했고 종교를 가장해 세상을 속였으며 그 어떤 정의로운 종
“너 혹시 내 금강인을 노리는 거야? 이 썩을 놈아. 이 빌어먹을 스님아. 금강인은 불문의 최고 금의인데 너 같은 가짜 스님한테 줘봤자 쓸모없어. 멍청이야.”공수이가 거칠게 욕설을 퍼부었다.보도자항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네 이놈. 네놈 같은 자는 죽여야 해.”보도자항이 눈을 부릅뜨며 불문의 비기를 펼쳤다.하지만 그의 동작은 도저히 정통 도술로 보이지 않았다.몸 전체에서는 사악한 기운과 요기가 넘실대고 있었다.“요승아, 내 공격을 받아라.”공수이는 다시 한번 금강인을 펼쳤다.그를 감싼 금강불인은 보도자항의 사기를 완전히 차단했고 강렬한 공격이 연속으로 날아들어 보도자항을 계속해서 밀어냈다.보도자항은 억울함을 느꼈다.그의 눈에 공수이는 그저 개미만도 못한 존재였다.공수이는 물론 공씨 가문 전체가 나서더라도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임 씨 초대 국주 임세현이 돌아와도 자신 앞에 무릎 꿇을 것이라 확신했다.하지만 금강인만은 보도자항의 모든 사기 무공을 정면으로 제압하는 천적이었다.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는 보도자항은 속이 타들어 갔다.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수이는 보도자항을 몰아붙이며 집요하게 공격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동왕은 속이 다 시원했다.“공수이, 본때를 보여줘. 더 세게 패.”공수이는 보도자항의 머리 위로 올라가 정통으로 내리쳤고 보도자항이 머리를 감싸자마자 바로 아래로 파고들어 극한의 회음부 공격을 퍼부었다.퍽! 퍽! 빗발치는 주먹이 급소에 꽂히자 아무리 경지 높은 보도자항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이 썩을 놈 물러가라.”보도자항은 사기를 폭발시키며 공수이를 멀리 내던졌다.하지만 공수이는 금강인의 보호를 받고 있어 공격을 맞아도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다시 공격하려는 찰나 보도자항은 양손을 합장하더니 눈동자가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전신에 흑기가 치솟았다.“요승아, 너 또 그 짓거리냐?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그런 사술은 통하지 않아
“우습군. 이런 조잡한 칼 한 자루로 어쩌겠다고? 설령 임세현이 직접 나타나도, 내가 제압할 방법은 있다. 하물며 너 같은 놈은? 애초에 수련 자질도 없으면서 평소엔 그저 인생을 낭비하다가 위기에 처하니 발버둥 치는 거야. 정말 한심하군.”“너 같은 놈은 그냥 처박혀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해. 부처님 말씀에 이르길, 부처는 인연 없는 자는 구하지 않느니라. 너는 불문과 인연이 없으니, 지옥에서 고통이나 받는 게 어울리지.”“고해무변. 네가 돌아갈 곳은 지옥뿐이다.”“하하하!”보도자항은 한 손으로 불인을 그리며 마력을 응축해 진동왕의 명문을 향해 내리찍었다.“젠장! 이제 끝이군.”진동왕 임성진의 눈에 분노와 절망이 교차했다.그 말이 맞았던 거다. 잘난 척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막상 상황이 닥치자 그는 평화롭게 죽지 못할 운명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안 돼!”임성진의 절규는 하늘을 갈라놓을 만큼 강렬했다.“뭐, 뭐야?”보도자항은 진동왕이 그런 힘을 낼 리 없다며 비웃었지만, 그때였다.하늘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곤두박질쳤다.“뭐야, 이놈은?”보도자항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곧이어 그 검은 그림자가 땅에 내리꽂히자 바닥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진동왕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내가 소리쳤다고 사람이 떨어진다고? 혹시 구주왕이 돌아온 건가?’하지만 그건 아니었다.구주왕은 저리 허접하게 등장할 인물이 아니었다.임성진이 눈을 부릅뜨고 확인한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갔다.떨어진 이는 바로 공씨 가문의 세자 공수이였다.“네... 네가 왜 여기에... 공씨 가문에서 보낸 게 고작 이 하찮은 놈이라고?”진동왕은 절규했다.분노와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 순간 땅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던 공수이는 허접하다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허접? 지금 누굴 보고 하는 소리야, 이 늙은이야!”“내 이름은 공수이! 공씨 가문의 세자지. 법호는 널 죽여주마다!
구주군이 진동왕을 따라 돌격하려는 순간 진동왕은 단호하게 외쳤다.“물러서! 전원 후퇴하라. 저자는 만불종의 종주다. 너희가 가다간 전멸할 것이다.”진동왕은 자신의 권한으로 구주군의 진격을 막았고 홀로 왕부 안으로 다시 뛰어들었다.“진동왕, 네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오늘 네 목숨은 내 것이고 왕궁 밖 구주군의 국운 또한 내 차지다.”보도자항은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움직였고 진동왕은 이를 악물고 금도를 휘둘러 필사적으로 맞섰다.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실로 용맹했지만 사실상 그의 목숨을 스스로 갈아내는 싸움이었다.온 힘을 다했지만 그의 어떤 공격도 보도자항의 몸에 미치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시간을 끄는 것뿐이었다. 한편 다른 전장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청의 검객은 서요산 검종 종주의 제자였다. 그의 검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근접해 있었고 곤륜 구역의 수련자들을 상대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청해는 지금 자신의 음혼을 불태우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서울 상공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고 그 먹구름은 서서히 거대한 해골의 형상으로 변해갔다.마치 서울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였다.하늘은 먹구름에 뒤덮였고 땅에는 귀기 어린 안개가 스며들었다.서울 전역이 거대한 안개에 휩싸였고 그 안에서 쉬고 있던 시민들은 모두 악몽에 갇혔다.그 누구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꿈속임을 인지한 이들조차 가위에 눌린 듯 깨어나지 못했다.깨어 있던 이들마저 갑자기 정신이 붕괴된 듯 헛소리를 내뱉으며 광기에 휩싸였다.서요산 검종의 산속 검각에는 종주의 폐관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하얀 도포를 입은 한 노인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피처럼 붉은 달이 떠오르고 동쪽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무겁게 몰려 있었다. 그 위로는 거대한 형체가 아득히 떠다니고 아래로는 온갖 귀물이 들끓고 있었다.“마기가 짙어지고 있군. 누군가 화진의 국운을 노리고 있음이 분명해.”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자색 도포를 입은 중년 남성이 재빠르게 날아와 무릎을 꿇고 보고했
“신령의 기운이 너무 약해졌어. 안 돼. 저놈은 백호 대수령을 노리고 온 거야.”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한 은용위는 즉시 서울 본부에 상황을 보고했다.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서울 본부와의 모든 통신이 완전히 끊기었다는 점이었다.서울 본부 빌딩에는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천 명의 왕실 금위군 역시 모두 피 웅덩이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해당 지역은 거대한 결계로 봉쇄되어 외부와의 연결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더욱 충격적인 문제는 왕궁 내부 고수들이 전멸했다는 것이다.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왕궁 바로 아래 거주하던 왕실 직계 가족들은 무사했다.왕궁 외곽에서 상황을 전해 들은 견배영은 교외에서 급히 돌아와 지휘권을 인계받았다.그는 원래 용맥 경계에서 방어 임무 중이었지만 사태가 긴급해지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 역시 너무나 무력했다.진동왕과 신령도 그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조차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사태를 수습한다는 건 불가능했다.“어쩌지... 현모와 주작은 해외에 있고 구주왕은 곤륜 구역에 갔는데. 서요산 검종도 내부 사정으로 정신이 없어서 당장은 도움을 받을 수 없어.”견배영은 고심 끝에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은용위와 구주군, 금위군을 총동원해 대규모 군사력으로 밀고 나갈 작정이었다.즉시 대군이 소집되었고 동시에 진동왕부와 수비영을 향해 출동했다.그중 백 명의 은용위 선봉대가 가장 먼저 진동왕부에 도착했다.이들이 왕부에 들어서자마자 진동왕을 고문 중이던 보도자항이 눈을 가늘게 떴다.“호오... 역시 임씨 가문의 국운이 약해졌다고 해도 아직 끝나지 않았군. 하지만 이번에 막아냈다고 해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지.”보도자항은 싸늘하게 웃었다.“전원 돌격!”백 명의 은용위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그들은 하사받은 금도를 뽑아 들었고 검날에서는 은은한 광휘가 번쩍였다.금도는 왕실의 보검이자 정식 법기였다.평소엔 집안 제단에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