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희가 윤구주에게 시집가겠다고 고백을 한뒤로 그 꼬맹이는 매일 같이 윤구주와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쓰니 윤구주는 머리가 아파왔다.이날, 용인 빌리지의 아래에 마세라티 한 대가 세워졌다.차 문이 열리자 몸매가 드러나는 정장 차림을 한 주안나가 보였다.지난 번, 윈워터 힐스에서 윤구주가 그녀의 가문을 구해준 후로부터 주안나의 머릿속에서 윤구주가 잊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밤에 잘때 윤구주의 꿈을 꿀 정도였다.강산도 제일 부자인 주씨 가문의 아가씨인 주안나는 단 한번도 남자에게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윤구주를 만난 뒤로 그녀의 마음에는 변화가 생겼다.큰 용기를 낸 주안나는 퇴근후 윤구주가 있는 용인 빌리지로 찾아왔다. 윤구주가 용인 빌리지로 온 뒤로 그는 이 빌리지에 운산대진 결계를 쳤기에 누군가가 접근하면 바로 알 수가 있었따. 주안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가 감히 여기에 들어왔느냐?” 주안나가 자욱한 안개로 뒤덮힌 용인 빌리지에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가 들렸고 이어 도포를 입은 백경재가 나타났다. “저예요.” 주안나가 말했다.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백경재는 가까이 가서 보았다. “안나 아가씨 아닙니까? 여긴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백경재가 용인 빌리지를 뒤덮은 안개를 거두니 주안나가 걸어 들어았다. “저는 구주 씨를 찾으러 왔는데 안에 있나요?” 백경재는 윤구주와 주씨 가문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얼은 대답했다. “네, 계십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주안나는 백경재를 따라 용인 빌리지에 들어왔다 그시각 윤구주는 정원에서 한기단을 만들고 있었다. “저하.” 이때 백경재가 뛰어들어와 말했고 마침 윤구주는 한기단을 다 만들었다. “무슨 일이냐?” “안니 아가씨께서 저하를 뵙고자 하십니다. 지금 접대실에 계십니다.” 백경재가 말했다. “안나? 세호 씨의 딸?” 윤구주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네, 저하.” “그녀가 왜 갑자기 나를 찾아 온 것이냐?” 윤구주는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큰 일도아닌데, 고맙긴.” 윤구주의 대답에 주안나는 대화를 이어나갈 주제가 없어 뚱하니 서있었고 윤구주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이 지난 뒤, 주안나가 입을 열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물어봐.” “우리 아빠랑 무슨 관계예요?” 주안나는 자신이 제일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전에 말했잖아. 너희 아버지의 먼 친척이라고...” 윤구주의 말을 주안나가 가로챘다. “그건 거짓말이 잖아요. 솔직하게 말해줘요.”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을 대하는 저희 아빠의 태도가 너무 공손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아빠가 남한테 그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당신 앞에서는 하인이 되어 있더라고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빠가 왜 당신한테만 그렇게 공손한지.” 주안나의 말에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지금은 알려줄 수가 없지만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주안나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누구나 비밀 하나씩은 갖고 있기에 주안나는 더 윤구주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커져갔다. “어찌 됐든 저희 가문을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서 시간 될 때 밥이나 한 끼 사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주안나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밥?” “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전 남자에게 밥을 사준 적이 없어요. 당신이 처음이에요.” 주안나는 특별히 강조하여 말했다. 윤구주는 바쁘다고 거절하려고 했지만 말하기도 전에 주안나가 이어 말했다. “신사로써 숙녀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는 건 매너가 아니에요.” 윤구주는 골치가 아팠지만 할 수 없이 주안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 장소는 문자로 보낼게. 조심히 가.” 윤구주의 대답을 들은 주안나는 접대실 문을 여는 순간, 뛰어 들어오는 여자아이와 부딪쳤다. “아야야야.” 머리를 부여잡은 꼬맹이는 욕설을 퍼부으려 고개를 들자 예쁜 주안나가 보이니 기분이 사르르 풀렸다. “이쁜 언니네?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예요?” 주안나는
6~7세의 두나희는 주안나가 떠난 뒤에야 방으로 뛰어들었다."누가 나오라고 했어?"윤구주는 이 계집애를 보고 냉랭하게 말했다.두나희도 겁먹지 않고 걸상을 찾아 앉더니 입을 열었다."오빠 보고 싶은데 나오면 안 돼?""참, 아까 그 예쁜 언니는 왜 찾아왔어?""오빠 좋아하는 거 아니야?"윤구주는 계집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적으로 얼굴이 어두워졌다."헤헤, 틀림없어!""우리 오빠는 잘생겼고 대단하니까 여자라면 모두 오빠를 좋아할 거야!""안타깝지만 오빠는 내가 크면 나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지, 그렇지?""...""미친 계집애야, 닥쳐. 또 함부로 말하면 너를 내던질 수 있으니 조심해!"두나희도 겁먹지 않고 대답했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나는 어리지만 언젠가는 자랄 거야!""예쁜 언니랑 비슷한 나이가 되면 꽃가마를 타고 드레스를 입고 오빠와 결혼할 거야!"바로 계집애가 입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지껄일 때, 윤구주는 그녀를 덥석 잡고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던졌다."아아!"던져진 두나희는 깜짝 놀랐다. 넘어져서 죽을 줄 알았는데 몸이 땅에 닿는 순간 기이한 힘이 그녀를 잡아끌었고 결국 그녀는 씨름하는 것처럼 엉덩방아를 찧었다."엉엉! 오빠가 날 괴롭혀! 이젠 오빠가 싫어!"겁에 질린 계집애가 밖에 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정말 귀찮아서 오른손을 한 번 휘둘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바로 닫혔다. 그 미친 계집애가 밖에서 울부짖어도 상관하지 않았다.주안나가 윤구주와 저녁 약속을 한 후부터 그녀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회사에서조차 예전보다 밝아졌다.아침 일찍 드레스를 갈아입고 연예인보다 더 아름다운 차림을 한 주안나가 오늘 윤구주와 데이트를 하려고 했다.아침부터 아버지한테서 윤구주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저녁 식사 시간을 8시로 약속했다. 장소는 강성의 유명한 커플 레스토랑인 온더락 중식당이었다.윤구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부터 별생각 없이 그저 대충 보고 나서 계속
"맞아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슬퍼할 거에요."잠시 웃고 떠든 후 주안나는 차 문을 열고 말했다."가요, 식당으로." 윤구주는 당당하게 차에 탔다. 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안나는 앞에서 차를 몰았고 윤구주는 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가끔, 주안나가 사이드미러를 통해 윤구주를 몰래 쳐다보았다.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주안나는 약간 마음이 미혹되었다.차는 곧 온더락 중식당에 도착했다. 이 식당은 강성의 유명한 커플 레스토랑이었다. 막 8시가 되었을 때, 한 쌍의 젊은 커플이 연달아 이 식당에 와서 식사했다.주안나는 차를 몰고 도착한 뒤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았다. 차를 세운 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가요!"주안나가 앞장섰고 윤구주는 말없이 따라갔다.식당은 엄청나게 컸다. 5층까지나 있었다. 입구에는 고급 차 한 대가 있었고 또 젊은 남녀 쌍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주안나가 윤구주를 데리고 식당 입구에 도착했을 때 점잖은 차림을 한 종업원이 빠르게 다가왔다."온더락 커플 레스토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뭐? 커플 레스토랑?'윤구주는 듣자마자 어이가 없어졌다.'어쩐지 전부 젊은 커플들이더라니, 알고 보니 커플 레스토랑이었구나.'주안나는 개의치 않았다."두 분, 예약하셨습니까?"종업원이 다시 물었다."네.""네, 그럼 먼저 커플 존에 사인하고 기념사진을 남겨주세요!"종업원이 말하면서 왼쪽에 있는 큼직한 광고판을 보여주었다. 커플 존에도 가야 하고 사인이랑 기념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듣고 윤구주의 안색이 급속히 어두워졌다.'이 계집애가 나를 커플 레스토랑으로 데려오다니. 중요한 건 나랑 이 계집애도 커플이 아니잖아!'그 종업원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여기에 사인해 주세요."윤구주의 얼굴 변화를 눈치챈 주안나는 종업원을 향해 말했다."괜찮습니다.""네? 하지만 우리 온더락 커플 레스토랑에 오면 다 여기서 기념으로 카드를 찍어요."종업원이 의아해했다."제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예요."주안
한 잔의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주안나는 잔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여자가 갑자기 밥 먹자고 해서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윤구주는"아니야."라고 대답했다."정말요?""물론이지.""그럼 됐네요."주안나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내가 이렇게 커서 처음으로 데이트하고 밥 먹는 남자예요."주안나는 이 말을 마치고 다시 와인 한 잔을 따라 마셨다. 윤구주는 혼자서 음식을 먹었다. 윤구주는 이 아가씨가 꽤 괜찮다고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오늘 둘이 커플 레스토랑에 와서 좀 불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윤구주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어색한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은 밥을 먹었다. 윤구주는 자리에 앉아서 먹기만 했다.주안나가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요? 전 어릴 때부터 기가 셌어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1등이었고 나중에 외국으로 유학 가서 MBA를 했는데도 1등이었어요! 나중에 회사에 돌아간 후 아버지의 사업을 돕기 시작했죠. 이렇게 몇 년 동안, 저는 오늘처럼 남자와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고 누구에게도 저의 과거를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이 말을 하면서 주안나는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 그는 못 본 척 계속 음식을 먹으면서 대답했다."그렇군요.""오빠는요?"주안나가 갑자기 물었다.윤구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나?""오빠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그리고 전에는 뭘 했어요?"주안나는 윤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자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윤구주는 잠시 후에야 대답했다."나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지금은 미안하지만 아직 말하기 곤란해."주안나도 똑똑한 여자였기 때문에 윤구주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주안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또 물었다."그럼, 애인은 있어요?"윤구주는 애인을 묻는 질문에 어리둥절해 했다."미안해요. 제가 깜빡했네요. 소씨 집안의 소채은 아가씨와 사귀는
어쩔 수 없이 윤구주는 종업원을 불러서 계산했다. 계산을 마친 후 윤구주는 만취한 주안나를 부축해 커플 레스토랑에서 나왔다."안 취했어요. 술 더 마실래!"부축을 받으면서도 주안나는 소리치고 있었다. 답답했지만 윤구주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돌봐야 했다. 그래서 그는 주안나를 부축해서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바로 이때, 검은색 벤츠 한 대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여보, 정말 그 젊은이들이 가득한 커플 레스토랑을 예약했어? 맙소사, 우리 나이가 몇인데. 그런 곳에 간다고?"차 안에서 천희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치파오를 입은 그녀는 오늘따라 유난히 치장했다. 특히 머리까지 파마하고 귀한 장신구까지 목에 걸고 있었다."나이가 많으면 뭐. 잊지 마,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야."차를 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소채은의 아버지, 소청하였다. 결혼기념일 때문에 커플 레스토랑을 예약한 것이었다.소청하가 주차를 하려고 할 때 천희수는 무심코 유리창을 통해 윤구주가 술에 취한 여자를 부축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어? 저거 윤구주 아니야?"천희수가 의아해했다."누구요?"소청하가 멍해졌다."채은이가 좋아했던 기억상실증 그 녀석 말이야! 여보, 그 사람 맞아?"천희수는 차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알아본 소청하는 그가 술에 취한 주안나를 부축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빌어먹을!""이 양아치, 여자 생겼네!""어?"천희수도 그 말을 듣고 얼른 고개를 돌려 다시 보았다. 윤구주가 주안나를 부축하고 있는 것을 보고 천희수의 안색도 변했다."어머, 그 양아치가 정말 여자를 데려온 거예요?""우린 바보 같은 딸은 아직도 저 자식을 그리워하는데?!""내가 진작에 윤씨 성을 가진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 지금 얼마나 나쁜 놈인지 직접 봤지?"윤구주에 대한 의견이 많았던 소청하는 술에 취한 주안나와 같이 있는 윤구주를 보고 더욱 화가 났다."열 받네! 여보, 차 세워요. 내가 가서 말 좀 해
어쩔 수 없이 윤구주는 술에 취한 주안나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주안나는 몸매가 정말 좋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구주의 손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마자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를 맡았다. 주안나는 너무 많이 마셔서 두 손으로 윤구주의 목덜미를 덥석 끌어안았다. 술에 취한 미인이 이러자 윤구주는 마음을 잡고 용인 빌리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태진도의 백경재가 대문을 지키고 있었다. 발소리가 들려오자 백경재는 눈을 떼지 못한 채 윤구주를 보았고 그의 품에 안긴 미인도 보았다."어? 저하... 이 분은?"윤구주는 술에 취한 주안나를 껴안고 말했다."이 계집애가 취했으니 빈방을 마련해."백경재는 얼마나 똑똑한지, 그 말을 듣자마자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네네!"잠시 후, 빈방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나고 윤구주를 방으로 안내했다."그럼 저하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백경재는 말을 마치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윤구주는 별생각 없이 술에 취한 주안나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도와 하이힐을 벗겼다. 그는 그제야 볼이 붉어진 주안나를 자세히 훑어보았다.침대 위의 그녀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특히 술을 마신 후에는 더욱. 윤구주는 그녀를 두어 번 보고 옆에 있는 이불을 대신 덮어줬다. 모든 일을 끝내고 윤구주는 자러 가려고 했다. 그가 막 일어났을 때, 가냘픈 손이 윤구주의 팔을 잡아당겼다."가지 말아요... 같이 있어 줘..."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술에 취한 주안나였다. 제정신인지 술에 취한 건지 이 말을 할 때 그녀의 눈은 매우 흐리멍덩해 보였다. 윤구주는 그녀를 돌아본 뒤 손을 밀쳐내려고 했다."너 취했어. 빨리 자.""아니, 안 취했어요. 오빠가 저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룻밤만이라도. 안돼요?"주안나는 필사적으로 윤구주를 붙잡고 간청하듯 말했다.'어떻게 제정신이 아닌 틈을 타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것도 술에 취한 후에.'윤구주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너 진짜 취했어. 내 말 들어.
주세호는 외투를 걸치고 사람을 찾아 함께 딸을 찾으려고 나갈 준비를 했다. 방문을 나서자 그는 문득 주안나의 핸드폰에 위치추적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 위치추적 시스템은 주세호의 핸드폰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 주안나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위치를 살폈다.소프트웨어가 켜지자, 주세호는 주안나의 위치를 보며 잠시 어리둥절했다."어? 얘가... 어떻게 용인 빌리지에 있지?"눈을 부릅뜨고 정확한 위치를 보고 주세호는 멍해졌다."비서의 말로는 오늘 데이트하러 갔다고 했는데?"지금 저하의 용인 빌리지에 있다니. 설마 오늘 저하와 데이트하러 갔단 말인가?"주세호는 어리둥절했지만 이어서 환하게 웃었다."좋구나, 좋아! 이 계집애가 드디어 깨달았네. 저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줄도 알다니. 하하하!""만약 주씨 가문에 행운이 있어서 저하가 안나를 좋아한다면 우리 가문은 부자로 될 날이 머지않았어!"여기까지 생각한 주세호는 갑자기 감격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또 보던 주세호는 그제야 감격에 겨워 다시 서재로 돌아갔다. 서재에 앉아 주세호는 오늘 밤 딸과 윤구주가 데이트를 하는 장면으로 머릿속으로 채웠다. 그는 밤새 잠을 못 잤다.이튿날, 눈부신 태양 빛이 창문으로 비치고 나서야 주안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눈을 뜨고 낯선 방, 낯선 모든 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얼떨떨해졌다."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어?"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 머리를 감싸 쥐고 주안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옷을 보고 멀쩡한 것을 확인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망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기다니. 어젯밤의 일을 모두 잊어버렸어. 가장 무서운 건, 내가 오빠 앞에서 술에 취했다는 거야!"남자와의 첫 데이트, 그리고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자신을 생각하면 주안나는 창피한 나머지 어디로든 들어가서 숨고 싶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