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치명적인 일격이었다.심지어 화진의 우상 육도진마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 뻔했다.그 질문은 모든 남자에게 치명적이었다.그러한 질문에 윤구주는 당연히 침묵을 선택했다.“대답해! 대답하라고! 누굴 선택할 거야?”이홍연은 계속해 물었다.서울로 돌아온 뒤로 이홍연은 줄곧 대답을 원했고, 그래서 지금 윤구주에게 따져 물었다.내각의 여덟 장로들을 포함해 다들 윤구주만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윤구주가 이홍연을 선택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윤구주가 정말로 이홍연을 선택한다면 내각의 여덟 장로는 오늘 끝장날 테니 말이다.다른 사람들이었더라면 당연히 이홍연을 선택할 것이었다.이홍연은 화진의 여섯째 공주였고, 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윤구주와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고 그녀의 몸에서는 황가의 피가 흐르기도 했다.바보라고 해도 당연히 이홍연을 선택할 것이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이홍연을 선택할까?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눈앞의 아름다운 이홍연을 바라보았다.“정말로 내가 꼭 선택하기를 바라?”“그래. 오늘 넌 나에게 반드시 대답해 줘야 해. 난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 난 이미 10년 넘게 기다렸다고!”이홍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휴, 홍연아. 미안해!”윤구주가 드디어 대답했다.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이홍연을 포함한 모두가 그의 대답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홍연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고 곧 온몸이 언 것처럼 덜덜 떨렸다.“그 뜻은 그 여자를 선택한다는 거야?”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괴로움을 견디며 윤구주를 향해 물었다.윤구주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기가 두려운지 고개를 숙였다.“윤구주, 이게 네가 내놓은 대답인 거야? 난 그렇게 오랜 시간 널 기다리면서 널 사랑했어. 그런데 결국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그래, 그래, 그래!”‘그래’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던 이홍연은 갑자기 비참한 얼굴로 웃었다.그러더니 이내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표정을
잇달아 비명이 터졌다. 운이 좋지 않았던 금위군들은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민규현의 막강한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다들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민규현, 감히 국령을 무시해? 여봐라, 저놈을 잡아!”은성구가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그는 오늘 일을 크게 키울수록 내각의 여덟 장로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황기 금위군이 이곳에서 많이 죽기를 바랐다.안타깝게도 황기 금위군은 은성구의 명령에 따라야만 했다. 그들이 다시 한번 나서려고 하자 갑자기 차가운 고함이 뒤에서 들려왔다.“다들 멈춰!”육도진 우상이 앞으로 나섰다.황기 금위군은 육도진 우상의 목소리를 듣고 전부 그 자리에 멈춰 섰다.“육도진 우상, 이제 무슨 뜻이죠?”은성구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제 뜻은 아주 간단해요. 오늘 제가 이는 한 아무도 소란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육도지은 카리스마 넘치게 대답했다.은성구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다면 육도진 우상은 암부가 반역죄를 판결받았다는 걸 아나요? 그리고 이 민규현 지휘사는 공공연히 우리 죄 없는 금위군을 죽였어요. 육도진 우상은 법을 어기고 그들을 감싸려는 건가요?”“감싼다고요? 은성구 장로, 그 말씀은 틀리셨네요. 우선 암부가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국주님께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명령을 내린 적이 없으세요. 그러니까 암부에 정말로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이렇게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시면 안 되죠. 그리고 민규현 지휘사는 종3품 지휘사예요. 그리고 구주왕의 가장 훌륭한 부하기도 하죠. 그런데 은성구 장로는 우리 화진 구주왕이 가장 아끼는 부하를 잡으려고 했죠. 그게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니면 뭐죠?”육도진은 아주 날카롭게 내각의 여덟 장로 중 수장인 은성구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육도진 우상은 말을 아주 잘하시네요. 하지만 한 가지 잊으신 게 있는 것 같네요. 이 구주왕은 이제 더 이상 우리 화진의 왕이 아니에요. 지금 화진의 왕의 성함은 문아름이
오늘 윤구주는 반드시 지안수를 죽이겠다고 했다.문벌이 서울에 모인 이유는, 마씨 일가까지 온 이유는 문부상서인 지안수의 계략 때문이었다. 그는 문벌, 세가와 연합하여 윤구주를 죽일 생각이었다.그런 그를 윤구주가 살려둘 리가 없었다.“그러면 난? 윤구주,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넌 절대 지안수 장로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해!”이때 이홍연이 갑자기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는 윤구주가 밉고 또 화가 났다.그녀는 윤구주의 반대편에 서고 싶었다.그래야만 마음속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홍연아, 응석 부리지 마. 내가 너한테 미안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굴 때가 아니야.”윤구주는 한때 소꿉친구였던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하하, 내가 응석을 부린다고? 미안하지만 윤구주, 지금부터 난 너랑 아무 사이 아니야. 난 오늘 문부상서를 살리고야 말 거야. 오늘 아무도 문부상서를 죽일 수 없어! 여봐라, 지안수 장로를 나한테 데려와!”이홍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녀의 곁에 있던 절정 실력의 내시 두 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그들은 지안수에게로 걸어갔다.“오늘 우리 형님이 죽이겠다고 했으니 이 사람을 지키는 사람은 내가 전부 죽여버릴 거야!”남궁서준이 장검을 검집에서 빼냈다.남궁서준의 온몸에서 검기가 치솟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절정의 고수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두 명의 절정 실력의 내시는 남궁서준에게 가로막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때 근처에 있던 내각의 여덟 장로는 악랄한 웃음을 드러냈다.공주가 그들의 편에 선다면 그들은 무서울 것 없었다.육도진은 이홍연이 갑자기 내각의 여덟 장로 편에 서자 참지 못하고 투덜댔다.‘역시 여자는 여자라니까. 살면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여자야!’“꼬맹아, 비켜주길 바라. 우리는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단다.”남궁서준이 절정 실력의 내시 두 명을 가로막자 그중 키가 크고 마른 내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나가고 싶다면
절정 삼중천 실력의 내시가 공격하려는 순간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당신에게 그럴 실력이 있을까?”그 말과 함께 공간마저 일그러뜨릴 듯한 막강한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내뿜어지며 절정 삼중천 실력을 갖춘 내시에게로 향했다.내시는 순간 산이 몸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는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고 곧 두 다리가 통제할 수 없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결국 윤구주가 내뿜는 강한 기운에 그 내시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아, 당신...”다른 내시는 그 광경을 보고 바로 손을 쓰려고 했는데 윤구주가 다시 한번 시선을 들었다.쿵!그 막강한 기운은 쿵 소리와 함께 다른 한 절정 실력의 내시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강해도 너무 강했다.겨우 기운뿐이었는데도 이홍연 곁에 있던 절정 내공의 강자 두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단단히 겁을 먹었고 심지어 내각의 여덟 장로들의 안색도 잇달아 어두워졌다.“윤구주, 설마 나까지 죽이려는 거야?”이홍연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윤구주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고집스럽게 윤구주에게로 다가갈 때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윤구주의 기운 때문에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이홍연이 다가오자 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기운을 회수했다.그는 당연히 어렸을 때 소꿉친구였던 이홍연을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홍연아, 왜 굳이 이러는 거야?”윤구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건 전부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윤구주, 난 네가 미워! 미워 죽겠어!”이홍연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오늘 지안수는 반드시 죽어. 넌 막을 수 없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들었다. 무시무시한 지현이 총알보다도 더욱 빠르게 움직여서 문부상서 지안수의 미간을 꿰뚫었다.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었다.“정말로 지안수 장로를 죽였어?”내각대학사 은성구는 윤구
그러나 윤구주는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리면 참지 못할까 봐, 후회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내쉰 뒤 떠났다.윤구주가 그대로 떠나자 이홍연은 슬픈 얼굴로 그대로 주저앉았다....오늘의 전투가 드디어 끝났다.서남의 장씨 일가, 서울에 모인 다른 문벌들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심지어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의 후손 마청운도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그뿐만 아니라 윤구주는 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문부상서도 죽였다.오늘 있었던 일 중 그 어떤 것도 모두 서울을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었다.윤구주는 그만큼 놀라운 일을 한 것이다.국방부, 이황전. 넓고 음산한 대전 안에는 남색 장포를 입은 내각대학사 은성구가 꼼짝하지 않고 대전 안에 서 있었다.그는 아주 중요한 사람을 기다리는 듯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이황왕께서 도착하셨습니다!”그 목소리와 함께 비단옷을 입은 문아름이 편전에서 걸어 나왔는데 그녀의 차림새는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경국지색의 미모에 요염한 몸매를 갖춘 그녀는 요물이 따로 없었다.그러나 그녀의 미간에서 권력을 향한 갈망과 악랄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그녀가 바로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었다.문아름이 대전에 모습을 드러내자 내각대학사 은성구는 곧바로 정중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이황왕을 뵙습니다!”문아름은 천천히 금색 의자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은성구 대학사, 오늘 왜 갑자기 절 찾아오신 거죠?”“저하, 태화루는 오늘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서남 장씨 일가와 문벌들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했어요. 심지어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의 후손 역시 살해당했습니다.”은성구가 보고를 올렸다.금색 의자에 앉아 있던 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내 예상대로였네요!”“저하?”은성구는 문아름의 말을 듣자 의아했다.사실 오늘 태화루의 일은 문씨 일가에서 계획한 것이었다
은성구는 문아름의 말에 넋이 나갔다.“저하, 하지만 그들은 전부 죽지 않았습니까?”문아름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죽었기 때문에 더 이용 가치가 있는 거죠!”말을 마친 뒤 문아름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은성구 대학사, 생각해 보세요. 천하의 문벌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을까요?”은성구는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당시 화진 무도의 3대 서열이 힘을 합쳤음에도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하는 걸 막지 못했다.그런데 겨우 문벌 따위가 윤구주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렇다면 세가는요?”문아름이 재차 물었다.“만약 제자백가 전부 똘똘 뭉쳐서 윤구주에게 대항한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백가의 저력은 문벌 따위와 비교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은성구가 말했다.은성구의 말을 들은 문아름은 웃었다.“맞는 말이에요. 내가 왜 마씨 일가의 후손을 초대했는지 알아요? 난 처음부터 그 사람을 죽으라고 보낸 거예요. 세가의 사람이 죽어야만 세가의 그 늙은 괴물들이 윤구주를 상대하겠다고 튀어나올 테니까요. 이제 내가 왜 그들을 총알받이라고 했는지 알겠죠?”그 말에 은성구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그는 확실히 이해가 갔다.그러나 이 모든 것이 문씨 일가가 계획한 일이었다는 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오늘 태화루도, 내각의 여덟 장로도 모두 그녀의 계획에 이용당했을 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은성구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저하, 하지만 오늘 지안수 장로마저 윤구주에게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문맥의 중추인 지안수는 은성구와 오랫동안 함께 조정에서 일했기에 은성구와는 아주 각별한 사이였다.지안수가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는 생각에 은성구는 분통이 터졌다.“잘된 일이죠. 지안수 장로가 죽었으니 내각의 나머지 일곱 장로들이 함께 국주에게 보고하여 윤구주를 상대하면 되잖아요!”문아름은 웃으며 말했다.은성구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저하, 저하께서는 모르실 수도 있지만 국주님께서는 사실
문아름이 말을 마친 뒤 앉아있던 문창정은 입을 열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그의 복부로부터 전해졌다.“세가가 날뛰기 시작하니 천하가 뒤집히겠구나.”문창정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할아버지,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겠네요.”“그래, 시작해야겠구나.”“청룡을 불러와, 이제부터는 청룡이 하이라이트니까.”문창정이 말속에서 한기가 느껴졌다.“알겠습니다.”...태화루를 떠난 윤구주는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곳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윤구주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민규현, 꼬맹이, 정태웅과 천현수도 조용히 있었다. 윤구주의 기분이 엄청 나쁘다는 것을 모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모두 침묵을 지키며 윤구주의 집에 도착했다.저택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이, 철영과 용민이 윤구주를 보고 달려 나왔다.“도련님!”그런데 윤구주는 그들을 무시하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 문을 굳게 잠갔다.재이가 방으로 돌아간 윤구주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지휘사님, 무슨 일 있어요? 도련님 안색이 않 좋으시네요.”민규현은 윤구주의 방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도대체 누가 우리 도련님을 기분 나쁘게 한 겁니까! 이런 망할 놈을 제가 죽여버리겠어요.”용민이 흥분해서 뛰쳐나왔다.“진정하세요. 저희는 도움이 되지 못해요. 왜냐하면 이건 저하 감정이 얽힌 사적인 일이에요.”정태웅이 한쪽으로 중얼거리며 옆에 있는 돌의자에 앉았다.“감정이라니요?”“맞아요, 저번에 만났던 공주님 기억하세요? 바로 그분이에요.”정태웅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놓았다.공주님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금세 알아차렸다.전에 공주님께서 막북으로부터 돌아오자마자 윤구주를 찾아다녔다.그 자리에 재이, 철영과 용민이 있었기에 공주님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하지만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윤구주가 또 한 번 그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는 것이다.“아이고, 우리 도련님께서 사랑의 빚을 많이 지셨나 보
소채은의 목소리를 들은 윤구주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바보야, 내가 어떻게 실종되겠어.”“지금까지 뭐 하고 다닌 거야? 왜 연락을 안 하는 건데. 네가 진짜 보고 싶다고.”소채은의 섭섭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부터 들려왔다.“미안해, 내가 요즘 진짜 바빴어. 너희들은 강성에서 별일 없어?”윤구주가 미안한 마음으로 안부를 물었다.“우린 다 괜찮은데. 나 요즘 매일 규비 씨랑 무술을 연마하고 있어. 그리고 나 점점 강해지고 있는걸.”소채은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윤구주도 그 웃음소리에 전염되어 함께 미소를 지었다.윤구주가 강성을 떠나기 전에 특별히 연규비에게 무술을 전수할 것을 당부했다.동시에 ‘접무구변’이라는 책을 소채은에게 남겨줬다.소채은이 ‘접무구변’을 연마해야만 무술 대가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구주야, 나 요즘 뉴스에서 봤는데 서울에 큰일이 났던데? 그리고 규비 씨 말로는 문벌과 무인들이 모두 서울로 모인대. 이 모든 게 너하고 상관있어?”소채은이 근심할가 봐 윤구주는 거짓말을 하며 그녀를 달랬다.“채은아, 걱정하지마. 난 모르는 일이야.”“진짜?”“진짜야.”“놀랬잖아, 나는 규비 씨가 말하는 사람들이 다 너 잡으러 서울 가는 줄 알았어.”소채은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바보야, 걱정하지 말래도. 서울에서 일 끝내면 너 보러 갈게.”“그래, 꼭 빨리와야 해. 네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콩달콩 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뒤 윤구주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옛 기억 속에 빠져들어 갔다.16년 전, 그는 윤씨 일가로부터 쫓겨났다.그리고 2년 후 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그 뒤로부터 사부님을 만나 곤륜으로 떠나기 전까지 윤구주는 혼자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고 다녔다.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윤구주가 제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이홍연이다.이홍연은 그의 죽마고우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 그의 짝이기도 했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