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삼중천 실력의 내시가 공격하려는 순간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당신에게 그럴 실력이 있을까?”그 말과 함께 공간마저 일그러뜨릴 듯한 막강한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내뿜어지며 절정 삼중천 실력을 갖춘 내시에게로 향했다.내시는 순간 산이 몸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는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고 곧 두 다리가 통제할 수 없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결국 윤구주가 내뿜는 강한 기운에 그 내시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아, 당신...”다른 내시는 그 광경을 보고 바로 손을 쓰려고 했는데 윤구주가 다시 한번 시선을 들었다.쿵!그 막강한 기운은 쿵 소리와 함께 다른 한 절정 실력의 내시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강해도 너무 강했다.겨우 기운뿐이었는데도 이홍연 곁에 있던 절정 내공의 강자 두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단단히 겁을 먹었고 심지어 내각의 여덟 장로들의 안색도 잇달아 어두워졌다.“윤구주, 설마 나까지 죽이려는 거야?”이홍연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윤구주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고집스럽게 윤구주에게로 다가갈 때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윤구주의 기운 때문에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이홍연이 다가오자 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기운을 회수했다.그는 당연히 어렸을 때 소꿉친구였던 이홍연을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홍연아, 왜 굳이 이러는 거야?”윤구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건 전부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윤구주, 난 네가 미워! 미워 죽겠어!”이홍연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오늘 지안수는 반드시 죽어. 넌 막을 수 없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들었다. 무시무시한 지현이 총알보다도 더욱 빠르게 움직여서 문부상서 지안수의 미간을 꿰뚫었다.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었다.“정말로 지안수 장로를 죽였어?”내각대학사 은성구는 윤구
그러나 윤구주는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리면 참지 못할까 봐, 후회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결국 한숨을 내쉰 뒤 떠났다.윤구주가 그대로 떠나자 이홍연은 슬픈 얼굴로 그대로 주저앉았다....오늘의 전투가 드디어 끝났다.서남의 장씨 일가, 서울에 모인 다른 문벌들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심지어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의 후손 마청운도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그뿐만 아니라 윤구주는 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문부상서도 죽였다.오늘 있었던 일 중 그 어떤 것도 모두 서울을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었다.윤구주는 그만큼 놀라운 일을 한 것이다.국방부, 이황전. 넓고 음산한 대전 안에는 남색 장포를 입은 내각대학사 은성구가 꼼짝하지 않고 대전 안에 서 있었다.그는 아주 중요한 사람을 기다리는 듯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이황왕께서 도착하셨습니다!”그 목소리와 함께 비단옷을 입은 문아름이 편전에서 걸어 나왔는데 그녀의 차림새는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경국지색의 미모에 요염한 몸매를 갖춘 그녀는 요물이 따로 없었다.그러나 그녀의 미간에서 권력을 향한 갈망과 악랄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그녀가 바로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었다.문아름이 대전에 모습을 드러내자 내각대학사 은성구는 곧바로 정중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이황왕을 뵙습니다!”문아름은 천천히 금색 의자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은성구 대학사, 오늘 왜 갑자기 절 찾아오신 거죠?”“저하, 태화루는 오늘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서남 장씨 일가와 문벌들 모두 윤구주에게 살해당했어요. 심지어 제자백가 중 하나인 마씨 일가의 후손 역시 살해당했습니다.”은성구가 보고를 올렸다.금색 의자에 앉아 있던 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내 예상대로였네요!”“저하?”은성구는 문아름의 말을 듣자 의아했다.사실 오늘 태화루의 일은 문씨 일가에서 계획한 것이었다
은성구는 문아름의 말에 넋이 나갔다.“저하, 하지만 그들은 전부 죽지 않았습니까?”문아름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죽었기 때문에 더 이용 가치가 있는 거죠!”말을 마친 뒤 문아름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은성구 대학사, 생각해 보세요. 천하의 문벌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을까요?”은성구는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당시 화진 무도의 3대 서열이 힘을 합쳤음에도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하는 걸 막지 못했다.그런데 겨우 문벌 따위가 윤구주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렇다면 세가는요?”문아름이 재차 물었다.“만약 제자백가 전부 똘똘 뭉쳐서 윤구주에게 대항한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백가의 저력은 문벌 따위와 비교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은성구가 말했다.은성구의 말을 들은 문아름은 웃었다.“맞는 말이에요. 내가 왜 마씨 일가의 후손을 초대했는지 알아요? 난 처음부터 그 사람을 죽으라고 보낸 거예요. 세가의 사람이 죽어야만 세가의 그 늙은 괴물들이 윤구주를 상대하겠다고 튀어나올 테니까요. 이제 내가 왜 그들을 총알받이라고 했는지 알겠죠?”그 말에 은성구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그는 확실히 이해가 갔다.그러나 이 모든 것이 문씨 일가가 계획한 일이었다는 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오늘 태화루도, 내각의 여덟 장로도 모두 그녀의 계획에 이용당했을 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은성구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저하, 하지만 오늘 지안수 장로마저 윤구주에게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문맥의 중추인 지안수는 은성구와 오랫동안 함께 조정에서 일했기에 은성구와는 아주 각별한 사이였다.지안수가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는 생각에 은성구는 분통이 터졌다.“잘된 일이죠. 지안수 장로가 죽었으니 내각의 나머지 일곱 장로들이 함께 국주에게 보고하여 윤구주를 상대하면 되잖아요!”문아름은 웃으며 말했다.은성구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저하, 저하께서는 모르실 수도 있지만 국주님께서는 사실
문아름이 말을 마친 뒤 앉아있던 문창정은 입을 열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그의 복부로부터 전해졌다.“세가가 날뛰기 시작하니 천하가 뒤집히겠구나.”문창정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할아버지,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겠네요.”“그래, 시작해야겠구나.”“청룡을 불러와, 이제부터는 청룡이 하이라이트니까.”문창정이 말속에서 한기가 느껴졌다.“알겠습니다.”...태화루를 떠난 윤구주는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곳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윤구주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민규현, 꼬맹이, 정태웅과 천현수도 조용히 있었다. 윤구주의 기분이 엄청 나쁘다는 것을 모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모두 침묵을 지키며 윤구주의 집에 도착했다.저택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이, 철영과 용민이 윤구주를 보고 달려 나왔다.“도련님!”그런데 윤구주는 그들을 무시하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 문을 굳게 잠갔다.재이가 방으로 돌아간 윤구주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지휘사님, 무슨 일 있어요? 도련님 안색이 않 좋으시네요.”민규현은 윤구주의 방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도대체 누가 우리 도련님을 기분 나쁘게 한 겁니까! 이런 망할 놈을 제가 죽여버리겠어요.”용민이 흥분해서 뛰쳐나왔다.“진정하세요. 저희는 도움이 되지 못해요. 왜냐하면 이건 저하 감정이 얽힌 사적인 일이에요.”정태웅이 한쪽으로 중얼거리며 옆에 있는 돌의자에 앉았다.“감정이라니요?”“맞아요, 저번에 만났던 공주님 기억하세요? 바로 그분이에요.”정태웅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놓았다.공주님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금세 알아차렸다.전에 공주님께서 막북으로부터 돌아오자마자 윤구주를 찾아다녔다.그 자리에 재이, 철영과 용민이 있었기에 공주님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하지만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윤구주가 또 한 번 그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는 것이다.“아이고, 우리 도련님께서 사랑의 빚을 많이 지셨나 보
소채은의 목소리를 들은 윤구주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바보야, 내가 어떻게 실종되겠어.”“지금까지 뭐 하고 다닌 거야? 왜 연락을 안 하는 건데. 네가 진짜 보고 싶다고.”소채은의 섭섭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부터 들려왔다.“미안해, 내가 요즘 진짜 바빴어. 너희들은 강성에서 별일 없어?”윤구주가 미안한 마음으로 안부를 물었다.“우린 다 괜찮은데. 나 요즘 매일 규비 씨랑 무술을 연마하고 있어. 그리고 나 점점 강해지고 있는걸.”소채은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윤구주도 그 웃음소리에 전염되어 함께 미소를 지었다.윤구주가 강성을 떠나기 전에 특별히 연규비에게 무술을 전수할 것을 당부했다.동시에 ‘접무구변’이라는 책을 소채은에게 남겨줬다.소채은이 ‘접무구변’을 연마해야만 무술 대가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구주야, 나 요즘 뉴스에서 봤는데 서울에 큰일이 났던데? 그리고 규비 씨 말로는 문벌과 무인들이 모두 서울로 모인대. 이 모든 게 너하고 상관있어?”소채은이 근심할가 봐 윤구주는 거짓말을 하며 그녀를 달랬다.“채은아, 걱정하지마. 난 모르는 일이야.”“진짜?”“진짜야.”“놀랬잖아, 나는 규비 씨가 말하는 사람들이 다 너 잡으러 서울 가는 줄 알았어.”소채은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바보야, 걱정하지 말래도. 서울에서 일 끝내면 너 보러 갈게.”“그래, 꼭 빨리와야 해. 네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콩달콩 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뒤 윤구주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옛 기억 속에 빠져들어 갔다.16년 전, 그는 윤씨 일가로부터 쫓겨났다.그리고 2년 후 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그 뒤로부터 사부님을 만나 곤륜으로 떠나기 전까지 윤구주는 혼자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고 다녔다.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윤구주가 제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이홍연이다.이홍연은 그의 죽마고우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 그의 짝이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가는 제지백가의 후예예요. 만약 그들이 구주를 없애려고 나오면 세가들이 모두 일떠설 거에요.”윤창현은 미래가 걱정되어 마음이 쉬이 놓이지 않았다.“제지백가면 어떻고 세가서열이면 어떠냐?”“그들이 난동을 피우고 내 아들을 건들면 모두 죽어 마땅하다.”“숨어 지내던 그 늙은 괴물들이 나선다고 해도. 나 윤신우는 무섭지 않아.”윤신우가 진지하게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윤씨 가문은 문벌에 속해있지만, 그까짓 세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윤신우는 무서울 게 없었다.30년 전 서울 제일의 절정이라 불리던 그는 세가의 늙은 괴물들을 죽인 적 있었다.그리하여 윤신우 안중에는 애초에 마가가 존재하지 않았다.“형님, 세가는 확실히 위협되지 않습니다만 그거 아십니까? 구주가 오늘 태화루에서 또 일을 쳤어요.”“나는 구주를 무조건 응원하고 있어.”윤신우는 윤구주 편을 들며 말했다.“형님, 잠깐만요. 제 말 다 듣고 얘기하세요. 오늘 우리 황실 공주님께서도 태화루에 행차하셨어요.”공주님이 태화루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윤신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공주님이 거길 왜 가?”윤창현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당연히 구주 때문에 갔죠. 형님도 아시다시피 공주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우리 구주를 좋아했잖아요. 드디어 구주를 찾았는데 당연히 만나러 가겠죠.”그, 말을 듣고 윤신우는 코끝을 슬쩍 만지며 물었다.“그래서?”“글쎄 우리 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요. 들은 바로는 공주님이 엄청나게 슬퍼하시면서 구주를 평생 미워할 거라고 했다네요.”윤창현이 탐정에게서 들은 그대로 전해줬다.“뭐라고?”윤창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신우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네 말은 우리 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공주님을 거절했다는 것이니?”“그렇다니까요.”“이놈이 머리를 다쳤나. 홍연이를 거절하면 어떡해.”윤신우가 윤구주를 욕하며 좀 전에 아들을 무조건 응원한다고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그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여섯째 공주님을 거절할 수 있는 거야. 이놈 때문에 진짜 열 받네.”윤신우가 대전에서 욕을 한바탕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신우 씨, 무슨 일 있어요? 화 많이 나시나 봐요.”대전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은 윤신우 현재 와이프 설희윤이였다.“다 구주 그놈 때문이야.”윤신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설희윤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물었다.“창현 씨한테서 구주랑 관계 많이 좋아지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세요? 구주가 또 신우씨 심기를 건드렸나요?”“구주가 이번에는 나를 건드린 게 아니라 우리 화진 공주님 심기를 건드렸어.”“공주님이라니요?”설희윤은 깜짝 놀라 가슴이 뜨끔했다.“애가 완전히 미쳤어.공주님은 죽마고우인 이 자식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이놈이 공주님을 대놓고 거절했다는구나.”윤신우는 말하면 말할수록 기가 찼다.“구주가 왜 거절했대요? 신우 씨가 구주랑 공주님은 천생연분이라고 하셨잖아요.”설희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이놈이 강성에서 여자친구를 사귀었나 봐. 그래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윤신우는 윤구주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지 투덜거렸다.“그렇군요!”설희윤은 드디여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깨달았다.“내가 젊었을 때처럼 모두 만나보며 살아야지. 한사람에게만 매달려서 쓰나. 쓸모없는 녀석.”“흥! 저는 구주가 옳다고 생각해요. 신우 씨처럼 정을 줄 사람이 많으면 안 되죠!”설희윤이 윤신우를 째려보며 대답했다.예전에 서울 제일의 꽃미남이었던 윤신우는 윤구주보다 바람기가 심했다. 그때 윤신우 주위에는 항상 여자들이 맴돌았다.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윤신우는 급히 발뺌했다.“아니, 그건 내가 젊었을 때잖아.”“쳇, 웃기시네요.지금도 그렇잖아요.”설희운이 또 한 번 윤신우를 째려보았다.윤신우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못 본 척하며 말을 돌렸다.“아무튼, 지금 공주님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야. 공주님께서 뒤끝이 작렬하니까 구주를 미워하게 되면 미래에 무
여씨 가문 뒤뜰에 하미연이 살고 있었다.하미연은 한쪽 눈이 빛을 잃은 후부터 외출이 뜸해졌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윤하율과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현재.해빛이 내리비치는 밝은 뒤뜰 안에서 하미연이 윤하율과 함께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이 장난감들에는 나무로 만든 총, 목검, 새총과 유리구슬 등등이 있었다.옆에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한 손에 막대사탕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윤구주와 이홍연의 흙인형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할머니, 이 장난감들이 모두 구주 오빠가 어릴 때 놀던 거에요?”“그래.”하미연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저도 놀고 싶어요. 저도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윤하율이 자그마한 손을 내놓으며 물었다.“우리 하율이 착하지, 이 장난감들은 다 오빠 꺼야. 게다가 이젠 낡아서 놀다가 망가지면 어떡해.”하미연은 윤구주를 더 생각해주고 있었다.“알겠어요.”하미연 말을 들은 윤하율은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갈망의 눈길로 장난감들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어머니.”바로 그때, 윤신우가 정원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냐?”하미연이 윤신우를 보고 몸의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큰일이 나서 어머니께 여쭤보려고 왔어요.”윤신우가 웃으며 대답했다.“큰일? 이 늙은이가 나이가 얼만데 무슨 큰일을 묻겠다는 거니?”하미연이 말하면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 일은 어머니께서 제일 아끼시는 손주 일이에요. 듣고 싶지 않으세요?”하미연은 원래 윤신우를 무시하려 했지만 윤구주일이라는 것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우리 구주에게 무슨 일 있었니?”“구주에게는 별일 없는데, 구주와 공주님이 약간의 오해가 있었나 봐요.”윤신우가 용건을 털어놓았다.“홍연이와 오해가 있다고?”“네.”하미연은 화진 공주님과 사랑하는 손자의 일이라는 것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들어와서 얘기하자꾸나.”“하율아, 너는 이곳에서 놀고 있으렴? 할머니는 너희 아버지와 할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