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윤구주의 형제들은 그가 걱정됐다.민규현은 윤구주의 방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 대답했다.“아마도 가족을 만나신 것 같아.”‘뭐라고? 가족?’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맞아. 저번에 정양문에 갔을 때 난 먼 곳에서 아주 강한 절정 강자의 기운을 감지했어. 그 기운은 우리 저하의 기운과 아주 비슷했어. 아마도 저하 가족의 기운이 아닐까 싶어!”민규현은 이유를 얘기했다.“형님 말을 들어보니 갑자기 떠오르네요. 저하는 십여 분 전에 잠깐 자리를 비우셨어요... 하지만 아무도 저하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정태웅은 갑자기 떠올라서 말했다.“맞아요. 도련님은 확실히 당시 십여 분 정도 자리를 비웠어요. 그리고 돌아온 뒤에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죠.”몸매가 좋고 아름다운 재이가 말했다.“상황을 보아하니 저하께서 주인님을 만나신 것 같네요.”용민이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윤신우가 직접 키운 사사로서 재이, 용민, 철영은 두 부자 사이에 아주 두꺼운 벽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하인으로서 뭔가 물을 수 없었다.“저하의 집안일이라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민규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러났다.민규현은 윤구주의 방을 힐끗 본 뒤 결국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용한 방 안.윤구주는 책상다리를 하고 있었다.오늘 그는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고대 문벌을 멸문했고 육도진을 만났다.윤구주는 16년 전 일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오늘 육도진에게 질문했다.그리고 육도진에게서 알아낸 사실은 윤신우도 그때 강요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진짜 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윤구주는 비록 대충 짐작이 가지만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었다.그가 생각해 둔 사람은 지위가 너무 높았다.다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지위였다.고개를 든 윤구주의 그윽한 눈빛에 천천히 어둠이 드리워졌다.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할아버지,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 모두 정양문에서 윤구주에게
문아름의 걱정 가득한 표정을 본 문창정은 기괴하게 웃었다.“괜찮다. 그게 내가 예상한 결과니까 말이야.”‘응?’“할아버지, 그 말씀은 윤구주를 말리지 않겠다는 뜻인가요?”문아름은 조금 궁금해졌다.“걱정하지 마. 지금 문벌 사람들이 도륙당했으니 분명 누군가 나설 거야. 잊지 마. 화진의 무도 중 6할은 문벌 출신이니까. 게다가 세가, 종문도 아직 나서지 않았어. 그게 뭘 의미하겠어?”문아름은 고개를 저었다.“다들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야.”문창정은 그렇게 말한 뒤 시선을 들어 어둠을 바라보았다.“6년 전, 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무력으로 그들을 제압했어. 사실 다들 알고 있는 거야. 당시의 세가, 종문은 곤륜의 체면 때문에 일부러 참은 거란 걸 말이야. 그런데 윤구주는 이번에 공공연히 우리 3대 서열에 도전장을 내밀었어. 세가와 종문의 늙은 괴물들이 과연 그걸 참을 수 있을까?”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화진의 무도는 문벌, 세가, 종문 3대 서열로 이루어졌다.그런데 윤구주는 문벌 사람들을 도륙했고 심지어 그들 가문의 절정 강자들까지 전부 죽였다.세가와 종문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역시 할아버지께서는 생각이 깊으시네요! 덕분에 가르침을 얻었습니다!”문아름이 말했다.가부좌를 틀고 있던 문창정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두고 봐. 서울은 곧 변할 테니까. 게다가 16년 전 그 사건도 이젠 밝혀져야 할 때가 왔어.”“16년 전이요?”문아름은 살짝 놀랐다.“맞아. 당시 윤씨 일가의 위엄은 우리 4대 고대 가문과 비슷한 수준이었어. 게다가 당시 국주님께서 직접 천하제일이라는 글을 써서 윤씨 일가에 하사해 주셨었지. 그런데 당시 천하제일 윤씨 일가가 무엇 때문에 그동안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세상사에 무관심했는지 아니?”문아름은 고개를 저었다.“바로 윤구주 때문이야! 당시 윤구주를 죽이라고 한 사람이 바로 국주님이었기 때문이지. 하하하하!”문창정은 크게 웃었다.“뭐라고요? 국주님이라고요?”그 말에 문아름의 아름
윤창현의 말대로 윤씨 일가만으로도 문벌의 폭동을 막기에는 충분했다.하지만 윤신우가 걱정하는 건 다른 것이었다.“창현아, 넌 틀렸어. 처음부터 내가 걱정한 건 문벌이 아니야. 내가 걱정한 건 세가와 종문의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진짜 강자들이야!”윤신우는 천천히 말했다.화진의 3대 서열 중 종문이 첫 번째고 그다음이 세가, 그리고 마지막이 문벌이었다.윤신우는 처음부터 문벌이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진짜 신경 쓰는 건 종문과 세가였다.특히 종문 말이다.종문은 아주 비밀스럽다. 종문에는 진정한 절정 강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절정보다 더욱 강한 수행자가 있었다.전설 속 오래된 인물들도 오랫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들이 이번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알 수 없었다.“형님 말이 맞아요. 일개 문벌은 우리 윤씨 일가에 아무런 위협도 안 되죠. 하지만 세가와 종문은 달라요.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우리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셋째 윤정석이 입을 열었다.“흥! 난 상관없어! 누구든지 우리 조카를 해치려고 한다면 나 윤창현이 그놈을 죽여버릴 거니까!”난폭한 성정의 윤창현이 입을 열었다.그는 세가든 종문이든 상관없었다.그가 신경 쓰는 건 윤씨 일가와 윤구주뿐이었다.윤창현의 말을 들은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었다.“창현아, 정석아. 너희는 구주 일로 지난 16년간 날 미워했지?”윤신우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윤창현과 윤정석을 바라보았다.윤신우가 갑자기 16년 전 일을 언급하자 윤창현과 윤정석은 흠칫했다.두 사람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형님, 오늘 왜 갑자기 16년 전 일을 언급하시는 거예요?”윤정석은 궁금해했다.그동안 윤구주 모자를 쫓아낸 일은 윤씨 일가에서 금기시되었다.아무도 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특히 윤신우 앞에서 말이다.그런데 오늘은 윤신우가 직접 그 일을 언급했다.윤신우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밖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 너희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때가 된 것
“형님 말씀은 구주와 형수님을 내쫓았던 이유가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뜻인가요?”윤정석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신우에게 물었다.윤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눈빛에서 괴로운 기색이 보였다. 그는 밖을 바라보았다.“그러지 않았더라면 구주와 우리 아내는 죽었을 거야.”그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은 경악했다.그동안 두 사람은 줄곧 그 일로 윤신우에게 불만을 품었다.그들은 윤신우가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에게 이런 고충이 있을 줄은 몰랐다.“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감히 우리 형수님과 구주를 해치려고 한 거죠? 도대체 무엇 때문이죠?”윤창현은 주먹을 꽉 쥐면서 화를 내며 살기를 내뿜었다.윤정석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신우를 바라보았다.“그게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 너희가 알아야 하는 건 이 오래된 일을 다시는 언급하면 안 된다는 것뿐이야. 이걸 언급하는 건 우리 윤씨 일가에 도움은커녕 해가 될 뿐이야. 심지어 우리에게 멸문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어.”‘뭐라고? 멸문지화?’“형님, 우리 윤씨 일가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어요. 우리가 언제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있나요?”윤창현은 불평했다.셋째 윤정석은 똑똑했다.그는 윤신우의 말을 듣고 이상함을 눈치챘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둘째 형님, 큰형님 말대로 합시다. 큰형님이 조사하지 말라고 하면 조사하지 않는 게 맞아요.”“하지만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말 거야? 젠장. 믿을 수 없어. 이 세상에 감히 우리 윤씨 일가를 괴롭히는 놈이 있다고?”윤창현은 여전히 내키지 않아 했다.“형님!”윤정석은 윤창현의 옷깃을 힘껏 잡아당기면서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윤정석이 더는 묻지 말라고 손짓하자 윤창현은 그제야 코웃음을 치면서 조용히 했다.“구주와 아내가 떠난 뒤 난 그들을 감히 만날 수가 없었어. 다가갈 수도 없었고. 그저 두 사람이 온갖 고초를 겪는 걸 지켜봐야만 했었지. 그리고 결국... 우리 아내는 병으로 세상을 떴어.”마
진실을 모두 얘기하게 되었다.이 순간, 윤창현과 윤정석은 그제야 윤신우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지난 16년간 윤신우가 감당했어야 할 괴로움과 고통도 알게 되었다.“형님, 그 모든 게 구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왜 구주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겁니까? 구주는 여전히 형님을 오해하고 있는데요.”윤창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윤신우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구주에게는 알려줄 수 없어. 구주가 우리 윤씨 일가의 진용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구주는 더욱 위험해질 거야. 그러니까 우리 셋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는 안 돼! 구주가 평생 날 미워한다고 해도 괜찮아!”윤신우의 말을 들은 윤창현과 윤정석은 침묵했다.아버지란 무엇인가?모든 걸 포기하면서도 자기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버지다.윤신우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형님, 그래도 묻고 싶습니다.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우리 구주와 형수님을 해치려고 한 겁니까?”윤창현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눈이 벌게서 물었다.그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30년 전 서울의 최강이라고 불렸던 윤신우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람이라니.“형님, 짐작 가는 사람이 없으십니까? 이 세상에서 한 나라의 우상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황성의 3대 금위군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황성의 용상 위에 앉아 있는 그분을 제외하고 누가 있겠습니까?”윤정석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윤창현은 경악했다.황성?용상?‘설마...’윤창현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놀라움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윤창현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혼잣말을 했다.“과거 황성에는 검은 옷을 입은 승려가 구주가 태어난 그해 우리 윤씨 일가에 찾아와서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 윤씨 일가의 진용이 천하를 다스릴 거라고. 그 검은 옷을 입은 승려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떠났어. 그동안 난 줄곧 그를 찾았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윤창현은 다른 진실을
육도진과 대화를 나눈 뒤 윤구주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물론 16년 전 그 사건 때문이었다.그 사건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장 미워하는 아버지가 연루된 일이었다.그동안 윤구주는 윤신우가 어머니와 자신을 쫓아낸 이유가 윤신우의 불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육도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때 있었던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설마 윤신우에게 정말 무슨 고충이 있었던 걸까?그래서 그랬던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윤구주는 방 안에 오랫동안 있다가 방에서 나왔다.밖에는 때마침 붉은색 치마를 입고 있는 재이가 서 있었다.윤신우가 키운 사사인 재이는 윤구주를 따르게 되면서 그를 도련님으로 생각했다.윤구주가 방에서 나오자 아름답고 섹시한 재이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불렀다.“도련님!”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재이를 힐끗 보았다.“안으로 들어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재이는 당황했다.윤구주를 오랫동안 따랐지만 그와 단둘이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재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곧 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는 안으로 들어간 뒤 조금 불안해했다.눈앞의 윤구주가 너무 잘생긴 탓도 있었지만 그녀가 줄곧 몰래 윤구주를 짝사랑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이는 감히 얘기할 수 없었다.오늘 윤구주는 왜 그녀만 따로 방으로 불러들인 걸까?재이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재이가 온갖 허튼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구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얘기해 봐. 윤신우를 얼마나 오랫동안 따른 거지?”윤구주가 갑자기 윤신우에 대해 묻자 재이는 당황했다가 서둘러 대답했다.“도련님, 전 어렸을 때부터 가주님을 따랐습니다.”“그래?”“네!”“그렇다면 네가 보기에 윤신우는 어떤 사람이지?”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윤구주가 윤신우에 대한 인상을 묻자 재이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주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윤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충의 이유가 황성의 그 때문이 아닌 이상 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몸에서 음산한 한기를 내뿜었다.한동안 침묵하던 윤구주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나와 같이 나갔다 오자.”재이는 그 말을 듣자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윤씨 일가는 한때 화진의 최고 일가였다.웅장한 윤씨 일가의 대문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둘은 윤구주와 재이였다.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윤씨 일가를 찾았다.“이곳이 어딘지 알아?”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화진의 국주가 직접 쓴 금빛 현판을 바라보며 물었다.재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면서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네!”비록 재이는 윤신우가 직접 키운 사사였지만 윤씨 일가에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사사는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도련님, 설마 가주님을 뵈려는 겁니까?”재이는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궁금한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나와 그는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뭐?’“그러면 뭘 하시려는 겁니까?”재이는 조금 궁금해졌다.“할머니가 보고 싶거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윤씨 일가의 저택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재이는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자, 들어가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순식간에 윤씨 일가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도 서둘러 그를 뒤따랐다.커다란 윤씨 일가는 무척 조용했다.과거 문하생과 하인들로 넘쳐났던 윤씨 일가는 오래된 하인들만 남아서 청소하고 있었다.윤씨 일가의 웅장한 뒷마당의 화원 쪽에서 들려오는 앳된 아이의 웃음소리가 윤구주 일행의 귓가에 선명히 울려 퍼졌다.자세히 살펴보니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꽃무늬 치마를 입고 화원에서 나비를 쫓아다니면서 웃고 있었다.아이의 곁에는 나이 든 노인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윤구주의 할머니였다.윤구주는
“어르신, 전 그저 시종일 뿐입니다. 도련님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재이가 서둘러 해명했다.“바보 같긴. 자격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예전에 구주 엄마랑 내 아들도...”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갑자기 뭔가를 눈치채고 서둘러 말을 멈췄다.“콜록콜록, 할머니. 할머니랑 단둘이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자,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노인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윤구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재이야, 넌 일단 여기 남아있어.”윤구주는 한 마디 당부한 뒤 노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조용하고 작은 방 안,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구주를 위해 사탕을 한 움큼 집어주면서 어릴 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사탕이라고 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사탕들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구주야, 대체 오늘 나한테 무슨 질문을 하려고 오늘 돌아온 거니?”노인은 자리에 앉으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솔직히 얘기할게요. 할머니께 16년 전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있나 묻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할머니?”노인이 큰 반응을 보이자 윤구주는 16년 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노인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니?”“답이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16년 전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가 알고 싶어요.”그 사람은 윤신우였다.윤씨 일가의 어르신인 노인은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혹시 아직도 아버지가 미운 거니?”윤구주는 침묵했다.침묵은 묵인을 의미했다.“구주야, 사실 미워해서는 안 돼.”노인은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16년 전 그 일 말이다. 사실 너희 아버지도 많은 고충이 있었고 많은 압력이 있었어. 그동안 신우는 내게 절대 너한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었어, 널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