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사이 서울 6부 중 이부, 공부, 형부 3대 부문이 모두 집결했다.그리고 천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위풍당당하게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과 회합했다.공씨, 옥씨, 신씨 문벌은 조정에 있는 자기 가문의 젊은 세대를 전부 불렀다.제씨 가문만 그러지 않았다.제씨 가문이 그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젊은 세대가 6부가 아니라 조정의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문벌은 수천 년의 역사가 있어요. 심지어 천하의 무인 중 6할이 문벌 출신이죠. 오늘 누가 감히 우리 문벌을 적과 맞서려는 건지 어디 한번 지켜보겠어요!”공씨, 옥씨, 신씨 일가의 젊은 세대가 공부, 이부, 형부 3대 부문의 사람들을 데리고 도착하자 신씨 일가의 신급 고급 실력을 갖춘 노인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드러났다.“맞는 말이에요! 이치대로라면 우리 문벌은 일찌감치 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했어요. 이번이 바로 그 기회예요!”공씨 문벌의 신급 중급 노인이 오만하게 말했다.화진 서열은 종문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세가, 마지막이 문벌이었다.그동안 문벌에서 젊은 세대 중 뛰어난 인재를 조정에 보낸 이유가 바로 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였다.문벌은 수천 년간 줄곧 세가, 종문보다 뒤처졌다.오늘 4대 문벌이 공공연히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모셔 온 이유는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문벌의 실력이 세가와 엇비슷하다는 걸, 문벌에도 절정의 강자가 적지 않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큰소리만 늘어놓는구나.”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4대 문벌 사람들 모두 표정이 차가워졌다.“누구냐?”말을 마치자마자 정양문 정중앙에서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윤구주의 뒤에는 남궁서준, 민규현, 정태웅 등 사람들이 있었다.“정말로 그 사람이야...”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공씨 일가의 신급 중급 강자였다.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귀신이라도 본
“정말 화진의 인왕이었던 분이시네요. 죽지 않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네요.”신씨 문벌의 중신급 노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무례한 놈! 화진의 철칙에 의하면 화진의 무자들을 무릇 왕을 보면 절을 하며 예의를 다 해야 하거늘! 네 늙은이는 우리 왕에게 무릎 꿇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히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이냐! 죽고 싶은 거냐?”고함이 정태웅의 입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신씨 문벌의 노인이 냉소 지으며 답했다.“암부의 2대 지휘사구나. 하지만 잘못 지휘했다. 화진의 철칙에 의하면 나 같은 무자가 왕을 만났을 때 정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잊지 말거라. 화진의 새로운 왕의 이름은 이황왕이다. 이 늙은이더러 누구한테 무릎 꿇으라는 말이야!”“하찮은 놈! 죽고 싶으냐!”정태웅은 고함과 함께 손을 쓰려고 했다.“노부는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니 2대 지휘사는 노여움을 가라앉히거라.”신씨 문벌의 노인이 웃으면서 일깨워주었다.신씨 문벌 노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명성이 허공을 갈랐다.한 줄기 매서운 검기가 마치 천외 비선처럼 신씨 문벌의 중신급 노인을 향해 찔러졌다.신씨 문벌의 노인도 공포스러운 검기가 밀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피하려고 했지만 상대의 검술이 너무 빨라 육안으로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현기를 돌려 막기도 전에 검기는 공포스러운 소리를 내며 그의 목덜미를 관통했다.신씨 문벌의 중신급 인사가 아무런 대처할 틈도 없이 목구멍을 가린 채 계속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막지 못하고 피 웅덩이에 쓰러졌다.단 한 방에 죽어버린 것이다.현장에 있던 네 가문의 얼굴은 일제히 하얗게 질렸다.죽은 사람은 다름 아닌 신씨 문벌의 중신급 강자였다.그런 강자가 단 한 방에 당해버린 것이었다.손을 쓴 건 윤구주도 아닌 그 옆에 서 있는 열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궁서준이었다.“4장로님!”신씨 문벌의 노인이 살해되는 것을 보고 신씨 문벌 사람들의 눈이 모두 벌겋게 달아올랐다.신씨 문벌의 몇몇 신급 강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도전장을 내
이부 구성원들이 남궁서준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정태웅과 천현수가 튀어나왔다.“너희 이부에서 누가 감히 죽으려고 나대는 것이냐!”서울 6부 중 이부의 구성원으로서 자연히 정태웅과 천현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나서자 이부 구성원들은 망설이고 있었다.그들은 이전에 정태웅과 천현수가 화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뭘 멀뚱히 서 있어! 설마 내 명령을 듣지 못했단 말이냐!”신재윤은 부하들이 머뭇거리다가 큰 소리로 화를 냈다.“부통령님, 암부 3대 지휘사는 화진의 기둥인데 정말 손을 써야 하나요?”한 교위가 나서며 물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 챙하는 소리와 함께 신재윤이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감히 두 역적을 감싸는 것이냐! 죽고 싶은 거야?”신재윤의 칼이 내질러지자 교위의 피가 자리에서 튀었다.신재윤이 자기 사람까지 죽이는 모습을 보자 남궁서준은 혀를 차더니 허공을 박차고 나왔다.화진 제일의 소년후로서 비록 절정의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절정의 실력보다 나은 면도 있었다. 특히 무적의 검의가 그랬다.윤구주가 전에 얘기했다시피, 남궁서준은 천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든 검도의 귀재였다. 그는 조만간 진짜 육지 검선급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었다.남궁서준이 검을 내지르자, 주위의 모든 것이 그의 검기에 휩싸였다.남궁서준의 검은 신재윤을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내지른 것이라 무서운 칼날이 자신을 향해 오는 모습을 보며 신재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에 떨었다.신재윤은 이제 막 신급에 발을 들여놓았고 모든 내공은 신씨 문벌에서 각종 단약과 비법으로 쌓아 올린 것이었다.하여 진정한 실력은 오직 실력으로만 쌓아 올린 신급 고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설령 신재윤이 진짜 신급이라고 해도 어쩌겠는가?신씨 문벌의 중신급 강자도 남궁서준의 단 한 칼에 당하지 않았는가.하물며 신재윤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살려줘! 살려줘!”신재윤이 남궁서준의 공포스러운 검의를 바라보고 뒤로 물러서며 도움을 청했다.“도련
신씨 일가의 두 절정 선조가 등장하자 신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흥분했다.오늘, 그들은 원래 정양문에서 절정 선조들을 맞이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선조 님, 정의를 구현해 주세요!”“저놈이, 저희 사 장로는 물론 신재윤까지 죽였습니다.”신씨 일가의 신급 노인이 땅 위에 놓은 두 구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머리가 희끗희끗한 신씨 일가의 절정 선조가 싸늘히 시체를 보며 말했다.“쓸모없는 놈들.”욕을 먹고 있어도 신씨 일가 사람들은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아무리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해도 신씨 일가의 피가 흐르고 있겠지.”다른 한 절정 선조가 천천히 얘기하고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갑자기 나타난 불꽃이 신재윤과 다른 한 신급 노인의 시체 이로 떨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구의 시체가 불타올랐다.두 시체를 태운 뒤 신지해는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어린 나이게 검기가 이렇게 짙다니! 소인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이렇게 놀라운 실력을 갖춘 후배를 본 적이 없어!”남궁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른손을 뻗었다.챙!등 뒤에 있던 금빛 유용검이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검을 수중에 넣은 소년의 살기가 불타올랐다.도도히 검기를 내뿜는 모습은 벌써 소년 검신이 된 것만 같았다.남궁서준이 검을 뽑는 순간 갑자기 호탕한 웃음소리가 등 뒤의 허공에서 들려왔다.“신씨 일가 괴물아! 둘이 나이를 합치면 400도 다 되어가는데 십 대 아이를 괴롭히려고? 이 소문이 퍼지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는 거 아니야?”소리는 음산했다.소리의 주인은 빛과 같은 속도로 잔영이 되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짙은 절정의 기운이 풍기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흔들었다.또 절정 강자의 출현이었다.이번에 나타난 절정 강자는 하나는 키가 크고 하나는 작았다.키 큰 사람은 얼굴이 딱딱했고 몸은 말랐다.작은 사람은 미륵불처럼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새로운 절정 고수 두 명이 나타나자 제일 뒤쪽에 서 있던 공씨 일가의 모두가 일제히 무릎
윤구주가 이름을 얘기했지만 30년 전에 폐관한 오래된 절정 선조들은 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선조 님, 저 사람이 화진의 제일 인왕, 구주 전신입니다.”공씨 일가의 한 신급 노인이 입을 열었다.“구주 전신?”그 호칭을 듣자마자 공시 일가의 절정 선조는 냉소를 지으며 음산한 눈으로 윤구주를 힐끗 쳐다보았다.“쟤가? 스무 살 남짓한 꼬맹이가 화진의 제일 인왕에 어울려?”누가 들어도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죽으려고!”남궁서준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윤구주를 모욕하는 것이었다.무적의 검의를 가지고 있는 남궁서준이 공씨 일가의 절정 선조를 향해 공격하려고 했지만 윤구주나 나서서 말렸다.윤구주는 공씨 일가의 절정 선조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백 년 전, 곤륜 금기령, 절정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 혹시 기억하십니까?”“하하하! 웃기는구나!”“스물 넘은 애송이가 감히 우리에게 백 년 전의 일을 묻는 것이냐?”신씨 일가의 절정 선조가 쿡쿡거리며 웃었다.“그러네! 백 년 전에 너는 어느 모태 안에 있었는지도 모르지 않아?”또 다른 절정 선조가 비꼬며 물었다.“신 노인이 하는 말도 맞아. 곤륜 금기령이 벌써 백 년이 지났는데 네 놈이 곤륜 금기령을 들먹이는 것이냐? 설마, 네가 우리 고인물들보다 곤륜역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이냐?”음기가 감돌고 검은 옷으로 모든 얼굴을 가린 제혈군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맞습니다. 제가 선조님들보다 곤륜역을 더 잘 압니다.”윤구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는 자신의 과거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윤구주가 곤륜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를테면 그의 봉왕팔기 신통 그리고 그가 수련한 은 모두 곤륜역에서 가장 높은 공법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오래된 각 문벌의 절정 선조들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아는 거라고는 곤륜역이 화진 무술의 성지이고 금지 구역이라는 것이었다.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고 세계 최고의 강자들도 곤륜역의
윤구주의 온몸에서 진역 결계의 기운이 뿜어져 나올 때, 현장에 있던 세 문벌의 절정 선조들의 안색은 하나같이 창백해졌다.세 문벌의 절정 선조들도 이미 유명해진 지 오래된 괴물들이었고 하나같이 진정한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었으니 자연히 진역 결계에 대해 알고 있었고 4상 절정에 이르러야만 해당 결계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진역 공간은 이방 결계와도 비슷했다.이 결계 안에서는 시전자보다 내공이 높지 않으면 영원히 이 안에 갇힌 채,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다.그게 바로 진역 결계의 무서운 점이었고 또한 4상 절정의 무서운 점이었다.절정 구중천!그 누가 윤구주가 4중 천의 진역 결계를 펼칠 줄 알았겠는가.“네 이놈, 너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그런 젊은 나이에 당대 절정에 이른 것이냐?”신씨 일가의 절정 선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란 모습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뒷짐을 지고 섰다.“선조 님, 그가 바로 6년 전, 무력으로 문벌, 세가, 종문을 진압하고 봉왕팔기 신통을 만들어내며 곤륜에서 봉왕한 윤인왕입니다.”신씨 문벌의 노인이 엉겁결에 소리 질렀다.‘6년 전? 무술로 천하를 통일?’“설마...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라는 말이야?”신씨 일가의 두 절정 선조는 일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은 후 안색이 변했다.비록 여러 해 동안 절정 고수들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이는 그들이 화진에 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3대 서열에 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들의 자식들이 비술 전음을 통해 자신들의 절정 선조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6년 전, 윤구주가 무술로 화진 3대 서열을 진압하고 화진 무술을 대통일 했을 때, 신씨 일가 자식들의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었다.“젠장! 그 전설 속의 화진 신화가 바로 너였단 말이냐?”신씨 일가 절정 선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대 신화!이것은 폐관된 절정 선조들이 윤구주에 대한 일
소리가 들리며 검은 깃발이 나타났고 깃발 뒤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거대한 군대들이 있었다.“흑기 금위군!”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이 놀랐다.흑기 금위군은 황성 3대 금위군 중 하나였다.이 금위군들은 서울을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조직이었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금위군 하나하나가 대무사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전력은 서울에서 제일간다고 할 수 있었다.이 순간, 우상 육도진이 흑기 금위군을 끌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흥! 뭐야, 육씨 영감이네.”정태웅은 육도진과 그의 뒤에 있는 흑기 금위군을 보자마자 날카롭게 말했다.“설마 육씨 영감이 이 문벌 사람들을 위해 온 건가?”천현수의 눈매가 싸늘하게 변했다.“육씨 영감이 죽음을 자초하면 오늘 함께 죽여도 괜찮겠어.”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일행 맨 앞으로 섰다.마치 화진 우상이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정태웅과 천현수가 바로 손을 쓰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윤구주도 화진 우상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육도진이 허우적허우적 흑기 금위군을 데리고 오더니 이내 윤구주에게 큰절했다.“소인이 저하를 뵙습니다! 저하,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먼 곳에서 절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윤구주에게 가까이할 용기가 없는 듯 해 보였다.“무슨 죄가 있는 것이냐?”윤구주가 100미터쯤 떨어진 육도진을 덤덤히 바라보았다.“소인, 조속히 저하를 뵈어야 했는데 상황이 허락되지 않아 그럴 수 없었으니 그 또한 죄 중의 하나이옵니다. 둘째, 소인은 전하께서 살아계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땅히 온 세상과 함께 풍악을 울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또한 소인의 죄이옵니다. 셋째,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저하가 당시 공표한 금령을 이 문벌들이 어기게 했으니 그것도 제 죄이옵니다.”화진의 우상이 윤구주에게 자신의 죄목을 하나하나 말하는 것을 들으며 네 문벌의 절정 선조들뿐만 아니라, 공씨, 제씨, 신씨, 옥씨 문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얼떨떨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육도진은 화진의 우상이었다.그런데 윤구주에게
“소인은 당연히 저하를 지원하러 왔지요.”윤구주는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네가? 날 도와준다고? 나 윤구주는 천하를 종횡무진하며 10국을 짓밟는 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던가?”“맞습니다. 저하는 천하를 아우르는 분이십니다. 당연히 이 소인의 도움은 필요 없겠지요. 하지만...”육도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왜? 내가 사대 문벌을 모두 없애버릴까 봐 두려워?”윤구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화진 제일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육도진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속셈을 들킨 육도진은 몸을 움찔하더니 얼른 자세를 숙였다.“저하, 화진 문벌의 서열을 봐서라도 먼저 네 문벌을 용서해 주십시오. 어쨌든 네 문벌은 모두 역사가 오래된 문벌입니다. 비록 죄를 범했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저하가 네 문벌을 모두 도살하려고 한다면 천하의 기타 문벌들이 아마 의기투합하여 반대할 것입니다.”육도진이 마음속의 말을 전부 꺼냈다.공씨, 제씨, 옥씨, 신씨 네가의 고대 문벌은 이전 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세 가문과는 완전히 달랐다.네 문벌은 역사가 유구한 문벌이었고 수백 년 동안 계승하면서 내려온 화진 내의 유서 깊고 덕망 높은 문벌이었다.그런 문벌이 윤구주에 의하여 전부 몰살당한다면 남은 기타 문벌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이게 육도진이 걱정하는 점이었다.또한 오늘 육도진이 흑기 금위군을 데리고 온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다.“그래서 육 우상의 뜻은 오늘 네 문벌을 두둔하겠다는 건가?”윤구주는 담담히 말을 이었지만 목소리에 묻어나는 살벌한 기운은 육도진의 몸을 떨게 했다.“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그러겠습니까. 그저 저하가 잠시 방심해서 큰 화를 입을까 봐 걱정되어 그럽니다.”“하하하! 하하!”육도진의 말을 들은 윤구주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 웃음소리는 마치 우뢰와 같아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고막을 아프게 했다.“큰일? 육도진 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벼락같은 말은 일국의 우상의 목을 금세 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