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 구성원들이 남궁서준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정태웅과 천현수가 튀어나왔다.“너희 이부에서 누가 감히 죽으려고 나대는 것이냐!”서울 6부 중 이부의 구성원으로서 자연히 정태웅과 천현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나서자 이부 구성원들은 망설이고 있었다.그들은 이전에 정태웅과 천현수가 화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뭘 멀뚱히 서 있어! 설마 내 명령을 듣지 못했단 말이냐!”신재윤은 부하들이 머뭇거리다가 큰 소리로 화를 냈다.“부통령님, 암부 3대 지휘사는 화진의 기둥인데 정말 손을 써야 하나요?”한 교위가 나서며 물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 챙하는 소리와 함께 신재윤이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감히 두 역적을 감싸는 것이냐! 죽고 싶은 거야?”신재윤의 칼이 내질러지자 교위의 피가 자리에서 튀었다.신재윤이 자기 사람까지 죽이는 모습을 보자 남궁서준은 혀를 차더니 허공을 박차고 나왔다.화진 제일의 소년후로서 비록 절정의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절정의 실력보다 나은 면도 있었다. 특히 무적의 검의가 그랬다.윤구주가 전에 얘기했다시피, 남궁서준은 천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든 검도의 귀재였다. 그는 조만간 진짜 육지 검선급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었다.남궁서준이 검을 내지르자, 주위의 모든 것이 그의 검기에 휩싸였다.남궁서준의 검은 신재윤을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내지른 것이라 무서운 칼날이 자신을 향해 오는 모습을 보며 신재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에 떨었다.신재윤은 이제 막 신급에 발을 들여놓았고 모든 내공은 신씨 문벌에서 각종 단약과 비법으로 쌓아 올린 것이었다.하여 진정한 실력은 오직 실력으로만 쌓아 올린 신급 고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설령 신재윤이 진짜 신급이라고 해도 어쩌겠는가?신씨 문벌의 중신급 강자도 남궁서준의 단 한 칼에 당하지 않았는가.하물며 신재윤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살려줘! 살려줘!”신재윤이 남궁서준의 공포스러운 검의를 바라보고 뒤로 물러서며 도움을 청했다.“도련
신씨 일가의 두 절정 선조가 등장하자 신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흥분했다.오늘, 그들은 원래 정양문에서 절정 선조들을 맞이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선조 님, 정의를 구현해 주세요!”“저놈이, 저희 사 장로는 물론 신재윤까지 죽였습니다.”신씨 일가의 신급 노인이 땅 위에 놓은 두 구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머리가 희끗희끗한 신씨 일가의 절정 선조가 싸늘히 시체를 보며 말했다.“쓸모없는 놈들.”욕을 먹고 있어도 신씨 일가 사람들은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아무리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해도 신씨 일가의 피가 흐르고 있겠지.”다른 한 절정 선조가 천천히 얘기하고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갑자기 나타난 불꽃이 신재윤과 다른 한 신급 노인의 시체 이로 떨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구의 시체가 불타올랐다.두 시체를 태운 뒤 신지해는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어린 나이게 검기가 이렇게 짙다니! 소인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이렇게 놀라운 실력을 갖춘 후배를 본 적이 없어!”남궁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른손을 뻗었다.챙!등 뒤에 있던 금빛 유용검이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검을 수중에 넣은 소년의 살기가 불타올랐다.도도히 검기를 내뿜는 모습은 벌써 소년 검신이 된 것만 같았다.남궁서준이 검을 뽑는 순간 갑자기 호탕한 웃음소리가 등 뒤의 허공에서 들려왔다.“신씨 일가 괴물아! 둘이 나이를 합치면 400도 다 되어가는데 십 대 아이를 괴롭히려고? 이 소문이 퍼지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는 거 아니야?”소리는 음산했다.소리의 주인은 빛과 같은 속도로 잔영이 되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짙은 절정의 기운이 풍기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흔들었다.또 절정 강자의 출현이었다.이번에 나타난 절정 강자는 하나는 키가 크고 하나는 작았다.키 큰 사람은 얼굴이 딱딱했고 몸은 말랐다.작은 사람은 미륵불처럼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새로운 절정 고수 두 명이 나타나자 제일 뒤쪽에 서 있던 공씨 일가의 모두가 일제히 무릎
윤구주가 이름을 얘기했지만 30년 전에 폐관한 오래된 절정 선조들은 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선조 님, 저 사람이 화진의 제일 인왕, 구주 전신입니다.”공씨 일가의 한 신급 노인이 입을 열었다.“구주 전신?”그 호칭을 듣자마자 공시 일가의 절정 선조는 냉소를 지으며 음산한 눈으로 윤구주를 힐끗 쳐다보았다.“쟤가? 스무 살 남짓한 꼬맹이가 화진의 제일 인왕에 어울려?”누가 들어도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죽으려고!”남궁서준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윤구주를 모욕하는 것이었다.무적의 검의를 가지고 있는 남궁서준이 공씨 일가의 절정 선조를 향해 공격하려고 했지만 윤구주나 나서서 말렸다.윤구주는 공씨 일가의 절정 선조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백 년 전, 곤륜 금기령, 절정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 혹시 기억하십니까?”“하하하! 웃기는구나!”“스물 넘은 애송이가 감히 우리에게 백 년 전의 일을 묻는 것이냐?”신씨 일가의 절정 선조가 쿡쿡거리며 웃었다.“그러네! 백 년 전에 너는 어느 모태 안에 있었는지도 모르지 않아?”또 다른 절정 선조가 비꼬며 물었다.“신 노인이 하는 말도 맞아. 곤륜 금기령이 벌써 백 년이 지났는데 네 놈이 곤륜 금기령을 들먹이는 것이냐? 설마, 네가 우리 고인물들보다 곤륜역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이냐?”음기가 감돌고 검은 옷으로 모든 얼굴을 가린 제혈군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맞습니다. 제가 선조님들보다 곤륜역을 더 잘 압니다.”윤구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는 자신의 과거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윤구주가 곤륜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를테면 그의 봉왕팔기 신통 그리고 그가 수련한 은 모두 곤륜역에서 가장 높은 공법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오래된 각 문벌의 절정 선조들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아는 거라고는 곤륜역이 화진 무술의 성지이고 금지 구역이라는 것이었다.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고 세계 최고의 강자들도 곤륜역의
윤구주의 온몸에서 진역 결계의 기운이 뿜어져 나올 때, 현장에 있던 세 문벌의 절정 선조들의 안색은 하나같이 창백해졌다.세 문벌의 절정 선조들도 이미 유명해진 지 오래된 괴물들이었고 하나같이 진정한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었으니 자연히 진역 결계에 대해 알고 있었고 4상 절정에 이르러야만 해당 결계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진역 공간은 이방 결계와도 비슷했다.이 결계 안에서는 시전자보다 내공이 높지 않으면 영원히 이 안에 갇힌 채,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다.그게 바로 진역 결계의 무서운 점이었고 또한 4상 절정의 무서운 점이었다.절정 구중천!그 누가 윤구주가 4중 천의 진역 결계를 펼칠 줄 알았겠는가.“네 이놈, 너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그런 젊은 나이에 당대 절정에 이른 것이냐?”신씨 일가의 절정 선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란 모습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뒷짐을 지고 섰다.“선조 님, 그가 바로 6년 전, 무력으로 문벌, 세가, 종문을 진압하고 봉왕팔기 신통을 만들어내며 곤륜에서 봉왕한 윤인왕입니다.”신씨 문벌의 노인이 엉겁결에 소리 질렀다.‘6년 전? 무술로 천하를 통일?’“설마...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라는 말이야?”신씨 일가의 두 절정 선조는 일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은 후 안색이 변했다.비록 여러 해 동안 절정 고수들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이는 그들이 화진에 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3대 서열에 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들의 자식들이 비술 전음을 통해 자신들의 절정 선조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6년 전, 윤구주가 무술로 화진 3대 서열을 진압하고 화진 무술을 대통일 했을 때, 신씨 일가 자식들의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었다.“젠장! 그 전설 속의 화진 신화가 바로 너였단 말이냐?”신씨 일가 절정 선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대 신화!이것은 폐관된 절정 선조들이 윤구주에 대한 일
소리가 들리며 검은 깃발이 나타났고 깃발 뒤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거대한 군대들이 있었다.“흑기 금위군!”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이 놀랐다.흑기 금위군은 황성 3대 금위군 중 하나였다.이 금위군들은 서울을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조직이었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금위군 하나하나가 대무사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전력은 서울에서 제일간다고 할 수 있었다.이 순간, 우상 육도진이 흑기 금위군을 끌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흥! 뭐야, 육씨 영감이네.”정태웅은 육도진과 그의 뒤에 있는 흑기 금위군을 보자마자 날카롭게 말했다.“설마 육씨 영감이 이 문벌 사람들을 위해 온 건가?”천현수의 눈매가 싸늘하게 변했다.“육씨 영감이 죽음을 자초하면 오늘 함께 죽여도 괜찮겠어.”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일행 맨 앞으로 섰다.마치 화진 우상이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정태웅과 천현수가 바로 손을 쓰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윤구주도 화진 우상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육도진이 허우적허우적 흑기 금위군을 데리고 오더니 이내 윤구주에게 큰절했다.“소인이 저하를 뵙습니다! 저하,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먼 곳에서 절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윤구주에게 가까이할 용기가 없는 듯 해 보였다.“무슨 죄가 있는 것이냐?”윤구주가 100미터쯤 떨어진 육도진을 덤덤히 바라보았다.“소인, 조속히 저하를 뵈어야 했는데 상황이 허락되지 않아 그럴 수 없었으니 그 또한 죄 중의 하나이옵니다. 둘째, 소인은 전하께서 살아계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땅히 온 세상과 함께 풍악을 울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또한 소인의 죄이옵니다. 셋째, 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저하가 당시 공표한 금령을 이 문벌들이 어기게 했으니 그것도 제 죄이옵니다.”화진의 우상이 윤구주에게 자신의 죄목을 하나하나 말하는 것을 들으며 네 문벌의 절정 선조들뿐만 아니라, 공씨, 제씨, 신씨, 옥씨 문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얼떨떨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육도진은 화진의 우상이었다.그런데 윤구주에게
“소인은 당연히 저하를 지원하러 왔지요.”윤구주는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네가? 날 도와준다고? 나 윤구주는 천하를 종횡무진하며 10국을 짓밟는 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던가?”“맞습니다. 저하는 천하를 아우르는 분이십니다. 당연히 이 소인의 도움은 필요 없겠지요. 하지만...”육도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왜? 내가 사대 문벌을 모두 없애버릴까 봐 두려워?”윤구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화진 제일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육도진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속셈을 들킨 육도진은 몸을 움찔하더니 얼른 자세를 숙였다.“저하, 화진 문벌의 서열을 봐서라도 먼저 네 문벌을 용서해 주십시오. 어쨌든 네 문벌은 모두 역사가 오래된 문벌입니다. 비록 죄를 범했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저하가 네 문벌을 모두 도살하려고 한다면 천하의 기타 문벌들이 아마 의기투합하여 반대할 것입니다.”육도진이 마음속의 말을 전부 꺼냈다.공씨, 제씨, 옥씨, 신씨 네가의 고대 문벌은 이전 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세 가문과는 완전히 달랐다.네 문벌은 역사가 유구한 문벌이었고 수백 년 동안 계승하면서 내려온 화진 내의 유서 깊고 덕망 높은 문벌이었다.그런 문벌이 윤구주에 의하여 전부 몰살당한다면 남은 기타 문벌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이게 육도진이 걱정하는 점이었다.또한 오늘 육도진이 흑기 금위군을 데리고 온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다.“그래서 육 우상의 뜻은 오늘 네 문벌을 두둔하겠다는 건가?”윤구주는 담담히 말을 이었지만 목소리에 묻어나는 살벌한 기운은 육도진의 몸을 떨게 했다.“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그러겠습니까. 그저 저하가 잠시 방심해서 큰 화를 입을까 봐 걱정되어 그럽니다.”“하하하! 하하!”육도진의 말을 들은 윤구주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 웃음소리는 마치 우뢰와 같아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고막을 아프게 했다.“큰일? 육도진 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벼락같은 말은 일국의 우상의 목을 금세 쉬게 했다
“저하, 정말 이 네 문벌에 기회를 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육도진은 여전히 네 문벌을 대신해서 사정하고 있었다.“영감, 한마디만 더 하면 오늘 당신까지 죽일 거야.”윤구주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워지며 살기가 바로 한 나라의 우상을 덮었다.육도진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급히 뒤로 물러섰고 동시에 입이 막힌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육도진은 윤구주가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만약 정말 여기서 더 이상 이 신왕을 화나게 한다면 그는 오늘 정말로 여기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하...”한숨을 쉰 육도진은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오늘 일은 더 이상 수습할 여지가 없었다.할 수 있는 일은 자신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묵묵히 옆에 서 있는 것뿐이었다.윤구주도 육도진이 물러서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돌려 진역 결계안에 갇혀 있는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의 사람을 싸늘한 눈길로 쳐다봤다.“6년 전, 만약 문벌, 세가, 종문에서 다시 반란이 일어난다면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할 거라고 말했지. 오늘이 그 시작이다.”윤구주의 말이 떨어지자 장벽과도 같은 진역 결계 안에서 지독하고 위압적인 힘이 풍기더니 모두를 덮쳤다.그 힘은 산과 파도처럼 밀려왔다.4대 문벌에서 경지가 조금 낮은 제자들은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망했다.”“진역 위압이야!”외마디 비명이 공시 문벌 정정 선조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는 고함을 지르며 두 손을 흔들었다. 홍강의 기세가 부처의 손바닥처럼 변하며 윤구주의 진역 결계를 깨뜨리려고 했다.하지만 그 손바닥은 진역 결계에 닿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결계는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반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무서운 힘은 공씨 일가 절정 선조로 하여금 피를 뿜게 했다.“이것이 진정한 4상 절정의 위력인가?”신씨 일가의 선조도 놀란 눈으로 앞을 뒤덮고 있는 결계 공간을 노려보았다.“제씨! 신씨! 뭘 기다려! 이 사중천의 진역 결계는 우리 몇 사
“오늘 네가 어떻게 죽는지 보자!”다섯 명의 절정 선조가 동시에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윤구주는 양손을 짊어진 채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윤구주 뒤에서 갑자기 거센 파도가 하늘로 치솟았다.“우리 왕을 상대하려고? 벌레 같은 놈들에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쾅!삼 척짜리 호랑이 그림자가 하늘을 찌를 듯이 나타났다.호존, 민규현이었다.이미 절정 2중천을 돌파한 민규현은 바로 자신의 호마공을 선보였다.하늘에서 호랑이 환영들이 한 주먹으로 뭉쳐 천둥처럼 다섯 명의 절정 선조를 내리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이 주먹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다.한 방에 팔방이 떨렸고 뿐만 아니라 주먹의 힘은 대지를 흔들었다.쾅!권강이 떨어지자 5명의 절정 선조는 일제히 몸이 뒤로 밀려났다.“빌어먹을! 또 절정 고수야? 그것도 2중천 절정인 것 같은데?”음기가 감도는 제혈군이 민규현을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절정에 다다르려면 백여 년의 내공이 없이는 안 됐다.하지만 오늘, 30년간 폐관한 다섯 절정 선조는 나오자마자 윤구주에 이어 민규현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 마음이 심란하지 않겠는가.민규현의 2중천 절정의 내공을 본 육도진도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망했다. 민 지휘사마저 절정을 돌파했으니 오늘 네 문벌은 정말 멸족할 것 같구나.”육도진이 말하는 사이에 민규현은 이미 5명의 절정 선조를 향해 호마공을 시전했다.절정은 강했지만 중천이 더 높을수록 훨씬 더 강했다.불과 한 단계 차이밖에 안 나는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하늘과 땅차치였고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였다.제씨 문벌의 절정 선조 제혈군은 귀도의 술을 수련하며 60년 전에 이미 절정에 발을 들여놓았다.하지만 60년 동안 그는 여전히 절정 1중천의 경지에 있었다.그것만 봐도 절정 2중천에 발을 들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었다.하늘을 나는 민규현은 마치 호랑이가 인간계로 내려온 것 같았다.삼척의 호랑이 잔영이 그의 뒤에서 발톱을 치켜세웠고 검푸른 발톱은 공간을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