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가 어떻게 죽는지 보자!”다섯 명의 절정 선조가 동시에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윤구주는 양손을 짊어진 채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윤구주 뒤에서 갑자기 거센 파도가 하늘로 치솟았다.“우리 왕을 상대하려고? 벌레 같은 놈들에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쾅!삼 척짜리 호랑이 그림자가 하늘을 찌를 듯이 나타났다.호존, 민규현이었다.이미 절정 2중천을 돌파한 민규현은 바로 자신의 호마공을 선보였다.하늘에서 호랑이 환영들이 한 주먹으로 뭉쳐 천둥처럼 다섯 명의 절정 선조를 내리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이 주먹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다.한 방에 팔방이 떨렸고 뿐만 아니라 주먹의 힘은 대지를 흔들었다.쾅!권강이 떨어지자 5명의 절정 선조는 일제히 몸이 뒤로 밀려났다.“빌어먹을! 또 절정 고수야? 그것도 2중천 절정인 것 같은데?”음기가 감도는 제혈군이 민규현을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절정에 다다르려면 백여 년의 내공이 없이는 안 됐다.하지만 오늘, 30년간 폐관한 다섯 절정 선조는 나오자마자 윤구주에 이어 민규현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 마음이 심란하지 않겠는가.민규현의 2중천 절정의 내공을 본 육도진도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망했다. 민 지휘사마저 절정을 돌파했으니 오늘 네 문벌은 정말 멸족할 것 같구나.”육도진이 말하는 사이에 민규현은 이미 5명의 절정 선조를 향해 호마공을 시전했다.절정은 강했지만 중천이 더 높을수록 훨씬 더 강했다.불과 한 단계 차이밖에 안 나는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하늘과 땅차치였고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였다.제씨 문벌의 절정 선조 제혈군은 귀도의 술을 수련하며 60년 전에 이미 절정에 발을 들여놓았다.하지만 60년 동안 그는 여전히 절정 1중천의 경지에 있었다.그것만 봐도 절정 2중천에 발을 들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었다.하늘을 나는 민규현은 마치 호랑이가 인간계로 내려온 것 같았다.삼척의 호랑이 잔영이 그의 뒤에서 발톱을 치켜세웠고 검푸른 발톱은 공간을
윤구주가 자리를 뜨고 정양문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황폐한 산기슭에서 맹렬한 절정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두 구의 시체가 산기슭의 피바다에 쓰러져 있었다.자세히 보니 두 시체는 절정의 강자였다.“윤신우! 우리 옥씨 일가가 너랑 무슨 원한이 있다고 우리를 죽이는 것이냐!”피투성이가 된 손에 커다란 칼을 든 한 노인이 붉은 눈을 부릅뜨고 먼 곳에 있는 절세의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그 그림자는 바로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였다.그는 혼자 칼 한 자루를 들고 정상에 서 있었다.절정의 기세가 사방의 공기마저 진동했다.그리고 눈으로 보면 백 장 안에 놀랍게도 매우 강한 결계 장벽을 형성한 것을 볼 수 있었다.그건 바로 진역 결계였다.다만 눈앞에 펼쳐진 진역 결계가 윤구주가 만든 진역 결계보다 더 컸다.윤신우는 수 중에 시뻘건 적염검을 들고 피투성이가 된 절정 노인을 담담히 바라보았다.“옥현사, 내 탓은 하지 말거라. 탓하려면 너의 옥씨 일가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고 봐야지.”사실 눈앞에 있는 절정의 노인은 바로 공씨, 옥씨, 신씨, 제씨 4대 문벌 중 하나인 옥씨 일가의 절정 선조였다.다만 옥씨 일가의 절정 선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정양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윤신우에 의해 가로막혀 사살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옥씨 일가의 세 명의 절정 선조 중, 두 명은 이미 윤신우의 적염검에 의해 처참하게 죽었고 마지막 옥현사만 남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옥씨 일가와 너희 육씨 일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서로를 침범한 적이 없다. 또한 우리는 너희를 건드린 적이 없다!”옥현사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나는 건드리지 않았지만 너희들은 나 윤신우의 아들을 건드렸어.”“뭐라고? 너한테 아들이 있었어?”옥현사는 듣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비록 윤씨 일가가 조금 몰락하기는 했지만 당시 화진의 제일가는 문벌이었다 보니 몇년 동안 다른 문벌들은 여전히 윤씨 일가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옥씨 일가도 그중 하나였다.그들은 윤
컥!옥씨 일가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이 피를 토했다. 그는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났다.이때 그는 온몸의 경맥이 거의 다 망가진 상태였고 호흡도 불안정했으며 얼굴이 피투성이였다.그는 칼을 들고 울부짖었다.“윤신우... 오늘 날 죽일 생각이라면 내가 죽어서 편히 눈 감을 수 있게 해줘!”“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지? 좋아, 알려주겠어. 첫 번째, 당신은 내 아들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해. 둘째, 옥씨 일가도 이제 한 번 처리해야 해. 그리고 이번이 바로 그 기회지.”윤신우의 말을 들은 옥현사는 입을 뻐끔거리면서 뭔가 더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들고 있던 적염검을 휘둘렀고 혈기로 둘린 검이 옥현사의 목을 베었다.옥현사는 눈을 부릅뜨고 피가 흘러나오는 곳을 누른 채 피바다 위에 쓰러져서 죽었다.옥현사는 죽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말이다.옥현사의 마지막 신급 절정 강자까지 죽인 뒤 윤신우는 그제야 적염검을 다시 검집 안에 넣었다.“왔구나!”그는 고개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았다.그가 말하자마자 윤구주가 천천히 다가왔다.윤구주는 고개를 숙여 바닥에 널브러진 옥씨 일가 조상들의 시체 세 구를 본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싸늘한 시선으로 윤신우를 바라보았다.부자가 다시 한번 상봉했다.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아주 두꺼운 벽이 있었다.“왜 절 도운 거죠?”윤구주가 드디어 물었다.그러나 그의 말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이 네 문벌은 죽어 마땅하니까.”윤신우가 대답했다.“당신도 알다시피 전 당신과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요. 십여 년 전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죠.”윤구주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냉담하게 말했다.“알아!”윤신우는 쓴웃음을 지었다.“안다면 제 앞에 다시 나타나서는 안 되죠, 예전에 말했을 텐데요. 다시 당신과 만날 때 난 당신을 죽일 거라고.”윤구주는 갑자기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아버지 윤신우를 바라보았다.윤신우는 그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엄청나게 흉포한 기운이 윤구주의 공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음산한 기검으로 되었다.기검은 남달랐다.윤구주는 윤신우를 향해 기검을 휘둘렀다.마치 정말로 친아버지를 죽이려는 듯 말이다.윤신우는 꼼짝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비록 마음이 아프고 많은 고충도 있었지만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는 아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랐다.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엄청난 검망에는 윤구주의 십 년 넘는 원한이 담겨 있었다. 윤구주는 정말로 윤신우를 찔렀다.죽었는가?죽지 않았다.윤구주의 무시무시한 검끝이 윤신우의 목에 닿는 순간, 윤구주는 방향을 살짝 비틀었다. 곧 쾅 소리와 함께 기검은 윤신우의 뒤에 있던 산봉우리에 꽂혔다.쿵쿵 소리와 함께 산봉우리가 윤구주의 일격으로 평평해졌다.지난 십여 년간 쌓아온 원망을 전부 발산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윤구주는 결국 손을 쓰지 못했다.어떻게 죽일 수 있겠는가?친아버지인데 말이다.사방으로 날리는 먼지에는 돌가루 섞여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날렸다.두 부자는 그렇게 서로 마주하고 서 있었다.그러나 윤구주의 두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지금부터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저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당신은 당신이고 저는 저예요. 우리는 더 이상 아무 사이 아니에요.”윤구주는 윤신우가 미웠다.윤신우가 그와 어머니를 윤씨 일가에서 내쫓은 것이 미웠다.그러나 윤신우의 말대로 윤구주의 몸에는 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윤구주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신우는 눈가가 촉촉해졌다.“구주야... 내 아들아...”윤구주는 그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윤신우는 그곳에 홀로 서 있었다.갑자기 천둥이 치면서 광풍이 불었다.차가운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려와 윤신우의 몸 위로 떨어졌다.30년 전 서울 최고 절정이라고 불렸던 남자는 그렇게 비바람 속에서 묵묵히 아들이 떠난 방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정양문 방향!전투는 계속됐다.윤구주가 진역 결계로 통제했던 공부, 이부,
“육도진 우상! 우리 네 문벌이 멸문당한다면 천하의 문벌 모두 단체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 나라의 우상으로 당신이 앞으로 어떤 고초를 겪을지 지켜보겠습니다!”겨우 버티고 있던 신씨 일가의 절정 강자가 말했다육도진은 고개를 홱 돌리면서 못 들은 척했다.“그게 저랑 뭔 상관이죠? 당신들은 이미 구주왕에게 밉보였어요... 오늘 같은 결과를 예상했어야죠!”육도진은 눈앞의 국면을 상관하지 않았다. 다른 다섯 명의 절정 강자는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바로 이때 비바람은 점점 더 심하게 몰아쳤다.더욱 무시무시한 건 엄청난 혈기와 살기가 앞쪽에서부터 이쪽으로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점이었다.엄청난 살기였다.민규현의 기세보다 몇십 배는 더 강력했다.들끓는 살기 때문에 쏟아지던 큰비조차 그 살기를 느끼고 변형되었다.“엄청난 살기야!”“누구지?”육도진은 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느껴지자 곧바로 안색이 창백해져서 몰아치는 비바람을 바라보았다.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 모두 무시무시한 살기가 느껴지자 바짝 긴장했다.살기가 너무 강한 탓에 만약 적이라면 골치가 아팠다.폭풍우 속에서 한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형님?”“저하?”살기 가득한 그가 가까워지자 남궁서준과 정태웅은 곧바로 윤구주를 알아보았다.그러나 지금의 윤구주는 과거의 그와 완전히 달랐다.온몸에서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표정까지 무자비해졌다.갑자기 변한 윤구주의 모습에 정태웅, 천현수 모두 의아해했다.“저하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온몸에서 이렇게 강렬한 살기를 내뿜는 거지?”심지어 꼬맹이 남궁서준마저 답답한 표정이었다.윤구주는 잠깐 10분 동안 자리를 비웠을 뿐이다.그런데 돌아오고 나서 왜 이렇게 살기가 심해진 걸까?살기등등한 윤구주는 정태웅과 천현수 등 사람들의 부름을 무시하고 민규현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전장으로 향했다.윤구주는 마치 사신처럼 전장에 가까워졌다. 이때 모든 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
절정 실력인 그는 그렇게 윤구주에게 순식간에 죽임당했다.그 광경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상 육도진까지 완전히 넋이 나갔다.“저하, 이건...”육도진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살기등등한 윤구주를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그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민규현과 격투를 벌이던 네 명의 절정 강자는 전부 넋이 나갔다.아무도 윤구주가 단 한 방으로 사람을 죽일 줄은 몰랐다.게다가 그가 죽인 건 절정 실력의 강자였다.“둘째야!”신씨 일가의 노인이 화련금안에 타서 재가 되어버린 모습을 바라본 신씨 일가의 다른 절정 강자는 비통하게 외쳤다.“감히 내 형제를 죽여? 가만두지 않겠어!”사실 두 명은 쌍둥이 형제였다.형제가 윤구주의 화련금안에 당해서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자 노인은 미친 사람처럼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그의 손에는 장검이 들려 있었다.장검을 휘두른 순간, 검이 순식간에 윤구주를 덮쳐들었다.절정의 위력은 절대 일반 신급 강자와 비교할 수 없었다.눈앞의 신시 일가 절정 강자가 선보인 공격은 몹시 난폭했다.검은색의 검이 허공을 벴고 무시무시한 힘이 위압을 지닌 채 윤구루를 향해 다가왔다.온몸에서 살기를 내뿜던 윤구주는 그 공격을 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난 사람을 죽일 것이다.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그의 표정은 한없이 차갑고 매정했다.그 말을 하는 순간 매섭게 날뛰던 살기가 순식간에 허공에 떠 있는 신씨 일가의 절정 강자를 감쌌다.신씨 일가 절정 강자가 휘두른 검이 윤구주의 몸에 닿기도 전에, 윤구주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노인의 몸을 휘감았다. 윤구주는 팔을 들면서 주먹을 움켜쥐었고 쿵 소리와 함께 살기가 검은색 손이 되어 신씨 일가 절정 강자를 잡았다.“죽어!”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신씨 일가 절정 강자는 그대로 고깃덩이가 되었다.또 한 명이 죽었다.그 광경에 육도진은 식겁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아직 살아있는 제씨 일가의 절정 강자와 공씨 일가의 절정 강자 두 명도
하늘에서 큰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다들 경악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조금 전 윤구주는 그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공포스러운 살기를 내뿜는 건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게다가 그는 단번에 공씨, 설씨, 옥씨, 신씨 일가의 절정 강자 다섯 명을 전부 죽여버렸다.“저하, 괜찮으십니까?”민규현은 윤구주의 수상함을 눈치채고 다가가서 걱정스럽게 물었다.윤구주는 손을 저었다.“괜찮아. 너희는 일단 돌아가.”윤구주가 먼저 가보라고 하자 다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떴다.“육도진 우상은 여기 남도록.”윤구주가 갑자기 한마디 했다.육도진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윤구주가 왜 자신에게 남으라고 한 건지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정중하게 말했다.“네, 저하!”그렇게 모두가 떠났고 육도진도 흑기 금위군에게 철수하라고 분부했다.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찬 정양문 쪽, 윤구주와 육도진은 비바람 속에 우뚝 서 있었다.한 나라의 우상인 육도진은 전전긍긍하면서 바짝 긴장한 채 윤구주의 앞에 서 있었다.그는 구주왕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었다.침묵이 이어졌다.윤구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육도진도 감히 입을 뻥긋할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이 지났고 윤구주는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육도진 우상, 황성 중 상당수가 내가 살아있지 않기를 바라지?”육도진은 그의 말을 듣자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이면서 서둘러 말했다.“저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오늘 난 그저 친구라는 신분으로 이 화제에 관해 얘기하는 거니까.”윤구주는 천천히 말했다.육도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시선을 들어 윤구주의 우뚝 선 모습을 바라보았다.“10개국 간의 전쟁이 끝난 뒤 화진은 평화로워졌고 국운이 창성했으며 무도가 대통합을 이루었지. 하지만 내가 정상에 섰을 때 누군가 날 해치려고 했지.”윤구주는 그 말을 하면서 살벌한 눈빛을 해 보였다.“육도진 우상도 누가 날 해쳤는지 짐작
“국주님이 상관하지 않는다면 나 윤구주가 관리해야지!”패기 넘치는 목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육도진 우상, 나 대신 국주님께 말을 전해줘. 문벌, 세가, 종문이 감히 우리 화진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내가 전부 처단할 거라고 해. 사람이 몇 명이든, 배후에 얼마나 대단한 세력이 있든 상관없어. 난 한 말은 꼭 지켜.”우레와도 같은 목소리가 육도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저하의 말씀은 꼭 그대로 전하겠습니다!”“하지만 저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육도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말해.”윤구주가 말했다.“문벌, 세가, 종문, 3대 서열 말입니다. 현재 형세를 보면 오직 문벌만이 대부분 문씨 일가 편에 섰습니다. 제가 보기엔 꼭 필요하지 않다면 당분간 세가, 종문과는 척을 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2대 서열이 흔들린다면 우리 화진의 평화가 깨질 테니 말입니다.”한 나라의 우상인 육도진은 당연히 화지의 안위를 걱정해야 했다.그의 말대로 천하 무도는 3대 서열 문벌, 세가, 종문으로 나뉘었다.현재 상황을 보면 윤구주가 상대한 문벌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문벌들뿐이었다. 세가와 종문 쪽은 문벌과는 급이 달랐다.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화진에서 세가는 어떤 존재인가?세가는 가장 일찍 출현한 제자백가, 공맹이 선대였다.제자백가는 거의 2천 년 가까이 유구하게 전승되었다. 그러니 세가의 저력이 얼마나 방대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세가를 제외하고 천하 무학의 절정인 종문도 있었다.예를 들면 서요산, 소림 등 천 년 가까이 종적을 감춘 고대 대형 종문이 그에 속했다.만약 서요산과 소림 모두 출동한다면 화진은 아마도 큰 혼란에 빠졌다.그래서 육도진은 두려웠다.“육도진 우상, 걱정하지 말아. 나 윤구주는 아무나 죽이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세가, 종문에서 죽음을 자초하지 않는 이상 난 그들을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그들이 죽음을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