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시우가 윤구주를 때리고, 그와 싸워서 이기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는 거예요? 계속 웃으면 제 주먹으로 다 때려죽일 줄 알아요!”사람들이 웃자 겨우 열 살 된 육시우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됐어, 됐어. 다들 그만 웃어.”이때 윤구주가 그들을 말렸다.그런 뒤 그는 육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왜 세계 최강이 되고 싶은 거야? 그렇게 윤구주를 이기고 싶어?”육시우는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육시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동그랗고 큰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세계 최강이 된다면 할아버지가 절 매일 무각탑에 가둬놓고 수련시킬 일이 없을 테니까요!”“아, 그렇구나.”윤구주는 그제야 깨달았다.육시우는 수련하기가 싫어 윤구주와 싸워서 이기려는 것이었다.“형, 형은 잘생겼고 성격도 좋네요. 대체 누가 윤구주인지 저한테 알려줄 수 있어요?”육시우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그가 윤구주라는 걸 몰랐다.육시우가 묻지 윤구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바로 윤구주야!”‘뭐?’자기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윤구주라는 걸 알게 된 육시우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윤구주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정말로 형이 윤구주예요?”“그래.”윤구주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육시우는 당황스러웠다.그는 윤구주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형이 어떻게 윤구주예요?”“왜 내가 윤구주가 아니라고 생각해?”“하지만 조금 전에 다들 절 비웃을 때 형은 절 비웃지 않았잖아요. 형은 저한테 좋은 사람인 걸요?”겨우 열 살 된 육시우가 말했다.육시우는 무도 귀재일 뿐만 아니라 육도진의 친손자였지만, 겨우 열 살이었다.그래서 아직 미숙하고 유치했다.조금 전 다들 그를 비웃을 때 오직 윤구주만이 그를 비웃지 않았다. 그래서 육시우는 윤구주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그렇게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만약 세계
어렸을 때부터 초인적인 힘을 타고난 육시우는 무도 재능이 남궁서준 만큼 뛰어났다.육시우는 네 살 때 맨손으로 바위를 깨부쉈고 열 살인 지금은 무각탑 안의 선생님 십여 명을 흠씬 두들겨 팰 수 있었다.이로써 육시우가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천 근 무게가 담긴 주먹은 마치 트럭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윤구주는 육시우의 주먹이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육시우가 휘두른 주먹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훌륭한 권법이야!”퍽!강한 주먹이 윤구주의 가슴을 강타했다.윤구주는 꼼짝하지 않았고 몸도, 옷자락도 움직이지 않았다.“이게...”육시우는 그 광경을 보고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자신의 천 근 무게가 담긴 주먹을 윤구주가 전혀 피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심지어 더욱 중요한 건 그의 가슴을 때렸는데도 옷자락조차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돌이 바다에 가라앉은 듯, 윤구주의 몸이 그의 주먹에 담긴 힘을 전부 녹인 것처럼 말이다.육시우가 경악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자, 네가 이겼다. 이제부터 네가 세계 최강이야!”“...”천 근 무게를 담긴 주먹으로 때렸는데도 옷자락조차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가 이겼다고 하다니.육시우는 비록 겨우 열 살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있고 체면이 있었다.윤구주의 말에 육시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지, 지금 저 모욕하는 거죠?”육시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닌데? 난 정말로 네 권법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윤구주는 솔직히 말했다.“하지만 제가 형에게 주먹을 휘둘렀는데도 형은 꿈쩍하지 않았잖아요... 제가 진 게 확실해요!”육시우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말했다.윤구주는 육시우를 위로했다.“아니, 틀렸어. 난 열 살 때 너처럼 엄청난 위력이 담긴 주먹을 휘두르지 못했어. 그러니까 따져보면 네가 이긴 거지!”“정말요?”육시우는 그 말을 듣고 기뻐했다.“당연하지!”윤구주는
서울 우상 저택.“어르신, 큰일입니다.”신급 강자 실력의 노인 한 명이 초조한 얼굴로 육도진에게 말했다.“뭐라고? 시우가 사라졌다고? 시우 무각탑에 있는 거 아니었어?”육도진이 물었다.“어르신, 무각탑의 사람이 꼬마 도련님께서 몇 시간 전 무각탑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육도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놈, 정말 하루 종일 사고만 치는구나. 찾아. 지금 당장 그놈을 찾아서 데려와!”육도진은 손주를 아주 아꼈다.육시우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그는 매우 걱정이 되었다.이때 하인 한 명이 달려왔다.“어르신, 몇 시간 전에 꼬마 도련님께서 어르신 방문 앞에 딱 달라붙어서 대화를 엿듣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그 말을 들은 육도진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뭐라고? 그 녀석이 내 말을 엿들었다고?”“네, 어르신. 전 당시 도련님께서 어르신을 찾아간 줄로 알고 막지 않았습니다.”하인이 계속해 말했다.그 말에 육도진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몇 시간 전, 그는 집사 안두성에게 윤구주를 찾아가서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이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을 데려오려고 한다는 걸 윤구주에게 알리라고 했었다.설마 윤시우가 윤구주의 이름을 들은 걸까?윤구주를 떠올린 육도진은 순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큰일이야! 그 녀석 설마 구주왕을 만나러 간 걸까? 세상에나, 진짜면 어떡하지? 이걸 어떡해야 하지? 여봐라! 어서, 어서 나와 같이 내 손자를 구하러 가자!”육도진은 자신의 겁 없는 손자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만약 육시우가 말실수라도 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상대는 무려 천하제일의 윤구주인데 말이다.만약 육시우가 윤구주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된다면, 육시우는 곧바로 윤구주를 찾아가서 싸우자고 할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육도진은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잠시 뒤, 십여 명의 신급 강자가 육도진의 뒤에 나타났다. 그들은 육시우를 찾으러 갈 예정이었다.그런데 육도진이
육도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육시우더러 무각탑에서 수련하라고 하면 육시우는 죽을 만큼 괴로워했다.그런데 오늘 육시우는 자발적으로 수련하러 갔다.심지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굴었다.‘이건...’“어르신, 꼬마 도련님이 변하신 것 같아요!”하인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건 나도 당연히 알아봤지! 그런데 내 손자가 오늘 밤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저렇게 달라진 걸까?”이때 육도진은 저도 모르게 윤구주를 떠올렸다.설마 육시우가 달라진 건 윤구주 때문일까?육도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육도진의 곁으로 다가갔다.“어르신, 급한 용무입니다!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 쪽에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의 말에 육도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서재로 가서 얘기해.”곧 육도진은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데리고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얘기해. 네 가문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육도진은 서재에 들어선 뒤 물었다.“어르신, 저희가 심어둔 사람이 말하길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에서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일 점심 정양문에서 그들을 맞이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부, 이부, 형부에서도 사람을 보내 그들을 맞이할 거라고 했습니다.”그 말에 육도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울 황성에는 6부 24사가 존재했다.6부는 각각 병부, 공부, 형부, 이부, 호부, 예부였다.그중 병부, 형부, 이부는 무를 관리하고 공부, 호부, 예부는 문을 관리했다.“6부 중에서 3부가 간다고?”육도진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그렇습니다. 어르신도 알다시피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은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그들 가문의 훌륭한 자식들을 6부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래서...”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그렇게 얘기하자 육도진은 화가 난 듯 코웃음을 치면서 앞에 놓인 황화리목 탁자를 내리쳤다.딱딱
그것은 모두 윤구주의 공로였다.그래서 육도진은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명령을 전하겠습니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말을 마친 뒤 서재 속에서 모습을 감췄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떠난 뒤 육도진은 그제야 살벌한 눈빛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서울이 곧 혼란에 빠지겠구나.”...소슬한 어두운 밤.윤구주는 강성에 있는 소채은과 한 시간 가까이 통화했다.통화를 통해 윤구주는 현재 소채은이 연규비의 지도 아래 정식으로 무도에 발을 들여놓았음으로 알게 되었다.게다가 소채은은 접무구변을 수련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강성을 지키며 윤구주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뒤 윤구주는 그제야 마당으로 돌아갔다.마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 재이 등 사람들이 마당에 꼿꼿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은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왼쪽에 있는 작은 집을 바라보았다.작은 집 안.강한 기혈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그 기혈은 절정에 오른 후 형성되는 무홍 기혈이었다.무홍 기혈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데 뜨거운 불의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가끔은 우레와도 같은 울부짖음이 민규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윤구주는 마당 안으로 들어온 뒤 그들에게 물었다.“저하, 저것 좀 보세요. 형님이 왜 저러시는 겁니까?”정태웅이 말했다.그는 말하면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민규현이 있는 방을 가리켰다.민규현은 한밤중에 갑자기 몸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겨우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그의 방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무홍 기혈과 엄청난 화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정태웅과 다른 이들은 조금 걱정이 됐다.“걱정할 필요 없어. 민규현은 경지를 돌파하는 것뿐이니까.”윤구주는 덤덤한 눈빛으로 민규현이 있는 방 위쪽의 무홍 기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경지를 돌파한다고요? 저하, 형님은 이미 신급 절정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무슨 경지를 돌
다들 민규현이 절정 이중천에 오르는 걸 지켜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이 소리 소문 없이 마당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누구야?”그 사람이 가까워지자마자 윤구주는 곧바로 눈치를 챘다.어두운 밤, 제복 차림의 그는 귀신처럼 마당에 도착했다.“간첩 BL41, 저하와 지휘관님을 뵙습니다!”그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윤구주와 정태웅 등 사람들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암부에는 십만 명에 달하는 간첩이 있었다.그 간첩들은 화진 심지어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서 기밀 정보를 알아냈다.그리고 지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건 BL41이었다.간첩을 힐끗 본 뒤 윤구주가 물었다.“무슨 일이야?”“저하, 제 감청 내용에 따르면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이 곧 그들의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맞이할 거라고 합니다.”그 말에 윤구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신급 절정 실력의 사람은 절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었다.세상에 나온다면 죽게 된다.그것은 당시 곤륜에서 내린 금지령이었다.그런데 문벌 쪽에서는 감히 그들의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데려왔다. 그것이 뭘 의미하겠는가?그건 그들이 곤륜의 금지령을 어겼다는 걸 의미했다.“그 4대 문벌 미쳤대? 감히 공공연히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데려와? 화진의 금지령과 곤륜의 금지령 따위 안중에도 없다 이거야?”정태웅이 화를 내며 말했다.“황성 쪽에서는 그들을 말리지 않은 거야?”천현수도 물었다.신급 절정인 자가 세상에 나오는 건 화진 무도계와 전 세계 무도계에 있어서 큰일이었다.그 금지령은 세계적으로 백 년 가까이 집행되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문벌에서는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모셔 왔다. 그건 그들의 변절을 의미했다.“황성 쪽에서 눈감아준 것 같습니다.”간첩이 말했다.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황성 쪽에서 눈감아줬다는 건 뭘 의미하는가? 그건 황성 쪽에서 문벌이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데려오는 걸 묵인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문벌에서 신급 절정 실
이미 이중천 절정이 된 민규현은 온몸의 무홍 기혈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짙었다.이런 무시무시함은 용하 산맥 의수 감옥에서의 신급 절정 강자 5명을 다 합해도 비할 바가 못 된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절정의 강함이었다.이중천 절정에 도달한 민규현은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을 죽이겠다고 했다.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다음 날, 서울 정양문.서울의 가장 큰 오래된 성문중 하나인 정양문은 예로부터 서울에서 가장 번화하고 떠들썩한 곳이었다.그러나 오늘 정양문 양쪽 거리는 아주 썰렁했고 근처 가게들은 전부 문을 굳게 닫았으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오로지 정양문 대문 밖에 꼿꼿이 서 있는 무인들 한 무리가 있었다.수백 명은 될 듯했다. 그들은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 사람들이었다.4대 문벌은 윤씨 일가와 견줄 만큼 저력이 깊었다.그러나 각 가문의 신급 절정 강자들이 은둔을 선택하면서 네 가문은 조용히 지내기 시작했다.그러나 현재 윤구주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공공연히 문벌을 학살하고 있으니 네 고대 문벌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윤구주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6년 전, 윤구주는 홀로 문벌, 세가, 종문을 제압했다.그 원한을 문벌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쉽게 잊을 수도 없었다.윤구주는 죽은 걸로 알려졌지만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은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암암리에 알게 되었다.4대 가문이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에게 연락한 이유는 다시 윤구주는 제압하기 위해서였다.그래야만 문벌이 궐기할 수 있었고 화진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이때 4대 문벌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제윤 씨,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을 멸문시킨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죠?”질문을 한 사람은 봉씨 문벌의 신급 강자 공지철이었다.노인은 기운이 음산했다. 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부한 몸매의 신급 강자 제윤에게 물었다.“알죠.”제윤은 어두워
“구주왕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우리 문벌의 무인들을 전부 죽일 수 있겠어요?”신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그렇게말할 때 갑자기 먼 곳에서 소리가 하나 들려왔다.“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이미 한물간 왕이 무슨 수로 우리 화진에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벌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그 목소리와 함께 정양문 뒤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그들은 이부 제복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이제 막 신급 강자가 된 용맹한 남자였다.“재윤아, 너도 왔니?”조금 전 말을 했던 신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용맹한 청년이 이부 사람들 수백 명을 데리고 오자 곧바로 흥분해서 그를 불렀다.청년의 이름은 신재윤이었다.그는 신씨 문벌에서 공들여 키운 젊은 세대였다.동시에 그의 아들이기도 했다.4대 문벌은 그동안 조용히 지낸 것 같지만 사실은 조정까지 손을 뻗었다.신씨 일가는 큰돈을 들여서 신재윤을 서울 6부 중 하나인 이부의 부통령으로 만들었다.“오늘 우리 신씨 일가의 조상님이 돌아오시는 걸 환영해야 하니 신씨 일가의 후손인 제가 당연히 와야죠!”신재윤은 웃으며 다가갔다.“그래, 그래. 역시 우리 신씨 일가의 후손다워!”신씨 일가의 신급 고급 강자인 노인은 신재윤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 통령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이때 정양문 오른쪽에서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왔다.그들은 이부와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파란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선두에 선 남자는 살짝 유약해 보였지만 미간에서 교활함이 보였다.“어머, 공부의 공한결 씨 아닙니까?”신재윤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서울 6부에는 병부, 공부, 형부, 이부, 호부, 예부가 있었다.그 청년은 6부 중 하나인 공부의 공한결이었다.4대 문벌 중 공씨 문벌은 신씨 문벌과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 중 훌륭한 인재를 비밀리에 조정에 보냈다.공한결은 공씨 일가가 공들여 키운 인재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