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육시우더러 무각탑에서 수련하라고 하면 육시우는 죽을 만큼 괴로워했다.그런데 오늘 육시우는 자발적으로 수련하러 갔다.심지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굴었다.‘이건...’“어르신, 꼬마 도련님이 변하신 것 같아요!”하인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건 나도 당연히 알아봤지! 그런데 내 손자가 오늘 밤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저렇게 달라진 걸까?”이때 육도진은 저도 모르게 윤구주를 떠올렸다.설마 육시우가 달라진 건 윤구주 때문일까?육도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육도진의 곁으로 다가갔다.“어르신, 급한 용무입니다!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 쪽에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의 말에 육도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서재로 가서 얘기해.”곧 육도진은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데리고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얘기해. 네 가문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육도진은 서재에 들어선 뒤 물었다.“어르신, 저희가 심어둔 사람이 말하길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에서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일 점심 정양문에서 그들을 맞이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부, 이부, 형부에서도 사람을 보내 그들을 맞이할 거라고 했습니다.”그 말에 육도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울 황성에는 6부 24사가 존재했다.6부는 각각 병부, 공부, 형부, 이부, 호부, 예부였다.그중 병부, 형부, 이부는 무를 관리하고 공부, 호부, 예부는 문을 관리했다.“6부 중에서 3부가 간다고?”육도진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그렇습니다. 어르신도 알다시피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은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그들 가문의 훌륭한 자식들을 6부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래서...”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그렇게 얘기하자 육도진은 화가 난 듯 코웃음을 치면서 앞에 놓인 황화리목 탁자를 내리쳤다.딱딱
그것은 모두 윤구주의 공로였다.그래서 육도진은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명령을 전하겠습니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말을 마친 뒤 서재 속에서 모습을 감췄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떠난 뒤 육도진은 그제야 살벌한 눈빛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서울이 곧 혼란에 빠지겠구나.”...소슬한 어두운 밤.윤구주는 강성에 있는 소채은과 한 시간 가까이 통화했다.통화를 통해 윤구주는 현재 소채은이 연규비의 지도 아래 정식으로 무도에 발을 들여놓았음으로 알게 되었다.게다가 소채은은 접무구변을 수련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강성을 지키며 윤구주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뒤 윤구주는 그제야 마당으로 돌아갔다.마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 재이 등 사람들이 마당에 꼿꼿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은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왼쪽에 있는 작은 집을 바라보았다.작은 집 안.강한 기혈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그 기혈은 절정에 오른 후 형성되는 무홍 기혈이었다.무홍 기혈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데 뜨거운 불의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가끔은 우레와도 같은 울부짖음이 민규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윤구주는 마당 안으로 들어온 뒤 그들에게 물었다.“저하, 저것 좀 보세요. 형님이 왜 저러시는 겁니까?”정태웅이 말했다.그는 말하면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민규현이 있는 방을 가리켰다.민규현은 한밤중에 갑자기 몸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겨우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그의 방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무홍 기혈과 엄청난 화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정태웅과 다른 이들은 조금 걱정이 됐다.“걱정할 필요 없어. 민규현은 경지를 돌파하는 것뿐이니까.”윤구주는 덤덤한 눈빛으로 민규현이 있는 방 위쪽의 무홍 기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경지를 돌파한다고요? 저하, 형님은 이미 신급 절정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무슨 경지를 돌
다들 민규현이 절정 이중천에 오르는 걸 지켜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이 소리 소문 없이 마당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누구야?”그 사람이 가까워지자마자 윤구주는 곧바로 눈치를 챘다.어두운 밤, 제복 차림의 그는 귀신처럼 마당에 도착했다.“간첩 BL41, 저하와 지휘관님을 뵙습니다!”그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윤구주와 정태웅 등 사람들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암부에는 십만 명에 달하는 간첩이 있었다.그 간첩들은 화진 심지어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서 기밀 정보를 알아냈다.그리고 지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건 BL41이었다.간첩을 힐끗 본 뒤 윤구주가 물었다.“무슨 일이야?”“저하, 제 감청 내용에 따르면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이 곧 그들의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맞이할 거라고 합니다.”그 말에 윤구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신급 절정 실력의 사람은 절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었다.세상에 나온다면 죽게 된다.그것은 당시 곤륜에서 내린 금지령이었다.그런데 문벌 쪽에서는 감히 그들의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데려왔다. 그것이 뭘 의미하겠는가?그건 그들이 곤륜의 금지령을 어겼다는 걸 의미했다.“그 4대 문벌 미쳤대? 감히 공공연히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데려와? 화진의 금지령과 곤륜의 금지령 따위 안중에도 없다 이거야?”정태웅이 화를 내며 말했다.“황성 쪽에서는 그들을 말리지 않은 거야?”천현수도 물었다.신급 절정인 자가 세상에 나오는 건 화진 무도계와 전 세계 무도계에 있어서 큰일이었다.그 금지령은 세계적으로 백 년 가까이 집행되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문벌에서는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모셔 왔다. 그건 그들의 변절을 의미했다.“황성 쪽에서 눈감아준 것 같습니다.”간첩이 말했다.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황성 쪽에서 눈감아줬다는 건 뭘 의미하는가? 그건 황성 쪽에서 문벌이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데려오는 걸 묵인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문벌에서 신급 절정 실
이미 이중천 절정이 된 민규현은 온몸의 무홍 기혈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짙었다.이런 무시무시함은 용하 산맥 의수 감옥에서의 신급 절정 강자 5명을 다 합해도 비할 바가 못 된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절정의 강함이었다.이중천 절정에 도달한 민규현은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을 죽이겠다고 했다.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다음 날, 서울 정양문.서울의 가장 큰 오래된 성문중 하나인 정양문은 예로부터 서울에서 가장 번화하고 떠들썩한 곳이었다.그러나 오늘 정양문 양쪽 거리는 아주 썰렁했고 근처 가게들은 전부 문을 굳게 닫았으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오로지 정양문 대문 밖에 꼿꼿이 서 있는 무인들 한 무리가 있었다.수백 명은 될 듯했다. 그들은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 사람들이었다.4대 문벌은 윤씨 일가와 견줄 만큼 저력이 깊었다.그러나 각 가문의 신급 절정 강자들이 은둔을 선택하면서 네 가문은 조용히 지내기 시작했다.그러나 현재 윤구주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공공연히 문벌을 학살하고 있으니 네 고대 문벌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윤구주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6년 전, 윤구주는 홀로 문벌, 세가, 종문을 제압했다.그 원한을 문벌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쉽게 잊을 수도 없었다.윤구주는 죽은 걸로 알려졌지만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은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암암리에 알게 되었다.4대 가문이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에게 연락한 이유는 다시 윤구주는 제압하기 위해서였다.그래야만 문벌이 궐기할 수 있었고 화진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이때 4대 문벌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제윤 씨,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을 멸문시킨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죠?”질문을 한 사람은 봉씨 문벌의 신급 강자 공지철이었다.노인은 기운이 음산했다. 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부한 몸매의 신급 강자 제윤에게 물었다.“알죠.”제윤은 어두워
“구주왕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우리 문벌의 무인들을 전부 죽일 수 있겠어요?”신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그렇게말할 때 갑자기 먼 곳에서 소리가 하나 들려왔다.“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이미 한물간 왕이 무슨 수로 우리 화진에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벌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그 목소리와 함께 정양문 뒤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그들은 이부 제복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이제 막 신급 강자가 된 용맹한 남자였다.“재윤아, 너도 왔니?”조금 전 말을 했던 신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용맹한 청년이 이부 사람들 수백 명을 데리고 오자 곧바로 흥분해서 그를 불렀다.청년의 이름은 신재윤이었다.그는 신씨 문벌에서 공들여 키운 젊은 세대였다.동시에 그의 아들이기도 했다.4대 문벌은 그동안 조용히 지낸 것 같지만 사실은 조정까지 손을 뻗었다.신씨 일가는 큰돈을 들여서 신재윤을 서울 6부 중 하나인 이부의 부통령으로 만들었다.“오늘 우리 신씨 일가의 조상님이 돌아오시는 걸 환영해야 하니 신씨 일가의 후손인 제가 당연히 와야죠!”신재윤은 웃으며 다가갔다.“그래, 그래. 역시 우리 신씨 일가의 후손다워!”신씨 일가의 신급 고급 강자인 노인은 신재윤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 통령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이때 정양문 오른쪽에서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왔다.그들은 이부와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파란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선두에 선 남자는 살짝 유약해 보였지만 미간에서 교활함이 보였다.“어머, 공부의 공한결 씨 아닙니까?”신재윤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서울 6부에는 병부, 공부, 형부, 이부, 호부, 예부가 있었다.그 청년은 6부 중 하나인 공부의 공한결이었다.4대 문벌 중 공씨 문벌은 신씨 문벌과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 중 훌륭한 인재를 비밀리에 조정에 보냈다.공한결은 공씨 일가가 공들여 키운 인재
잠깐 사이 서울 6부 중 이부, 공부, 형부 3대 부문이 모두 집결했다.그리고 천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위풍당당하게 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과 회합했다.공씨, 옥씨, 신씨 문벌은 조정에 있는 자기 가문의 젊은 세대를 전부 불렀다.제씨 가문만 그러지 않았다.제씨 가문이 그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젊은 세대가 6부가 아니라 조정의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문벌은 수천 년의 역사가 있어요. 심지어 천하의 무인 중 6할이 문벌 출신이죠. 오늘 누가 감히 우리 문벌을 적과 맞서려는 건지 어디 한번 지켜보겠어요!”공씨, 옥씨, 신씨 일가의 젊은 세대가 공부, 이부, 형부 3대 부문의 사람들을 데리고 도착하자 신씨 일가의 신급 고급 실력을 갖춘 노인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드러났다.“맞는 말이에요! 이치대로라면 우리 문벌은 일찌감치 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했어요. 이번이 바로 그 기회예요!”공씨 문벌의 신급 중급 노인이 오만하게 말했다.화진 서열은 종문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세가, 마지막이 문벌이었다.그동안 문벌에서 젊은 세대 중 뛰어난 인재를 조정에 보낸 이유가 바로 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였다.문벌은 수천 년간 줄곧 세가, 종문보다 뒤처졌다.오늘 4대 문벌이 공공연히 신급 절정 실력의 조상들을 모셔 온 이유는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문벌의 실력이 세가와 엇비슷하다는 걸, 문벌에도 절정의 강자가 적지 않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큰소리만 늘어놓는구나.”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4대 문벌 사람들 모두 표정이 차가워졌다.“누구냐?”말을 마치자마자 정양문 정중앙에서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윤구주의 뒤에는 남궁서준, 민규현, 정태웅 등 사람들이 있었다.“정말로 그 사람이야...”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공씨 일가의 신급 중급 강자였다.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귀신이라도 본
“정말 화진의 인왕이었던 분이시네요. 죽지 않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네요.”신씨 문벌의 중신급 노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무례한 놈! 화진의 철칙에 의하면 화진의 무자들을 무릇 왕을 보면 절을 하며 예의를 다 해야 하거늘! 네 늙은이는 우리 왕에게 무릎 꿇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히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이냐! 죽고 싶은 거냐?”고함이 정태웅의 입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신씨 문벌의 노인이 냉소 지으며 답했다.“암부의 2대 지휘사구나. 하지만 잘못 지휘했다. 화진의 철칙에 의하면 나 같은 무자가 왕을 만났을 때 정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잊지 말거라. 화진의 새로운 왕의 이름은 이황왕이다. 이 늙은이더러 누구한테 무릎 꿇으라는 말이야!”“하찮은 놈! 죽고 싶으냐!”정태웅은 고함과 함께 손을 쓰려고 했다.“노부는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니 2대 지휘사는 노여움을 가라앉히거라.”신씨 문벌의 노인이 웃으면서 일깨워주었다.신씨 문벌 노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명성이 허공을 갈랐다.한 줄기 매서운 검기가 마치 천외 비선처럼 신씨 문벌의 중신급 노인을 향해 찔러졌다.신씨 문벌의 노인도 공포스러운 검기가 밀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피하려고 했지만 상대의 검술이 너무 빨라 육안으로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현기를 돌려 막기도 전에 검기는 공포스러운 소리를 내며 그의 목덜미를 관통했다.신씨 문벌의 중신급 인사가 아무런 대처할 틈도 없이 목구멍을 가린 채 계속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막지 못하고 피 웅덩이에 쓰러졌다.단 한 방에 죽어버린 것이다.현장에 있던 네 가문의 얼굴은 일제히 하얗게 질렸다.죽은 사람은 다름 아닌 신씨 문벌의 중신급 강자였다.그런 강자가 단 한 방에 당해버린 것이었다.손을 쓴 건 윤구주도 아닌 그 옆에 서 있는 열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궁서준이었다.“4장로님!”신씨 문벌의 노인이 살해되는 것을 보고 신씨 문벌 사람들의 눈이 모두 벌겋게 달아올랐다.신씨 문벌의 몇몇 신급 강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도전장을 내
이부 구성원들이 남궁서준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정태웅과 천현수가 튀어나왔다.“너희 이부에서 누가 감히 죽으려고 나대는 것이냐!”서울 6부 중 이부의 구성원으로서 자연히 정태웅과 천현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나서자 이부 구성원들은 망설이고 있었다.그들은 이전에 정태웅과 천현수가 화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뭘 멀뚱히 서 있어! 설마 내 명령을 듣지 못했단 말이냐!”신재윤은 부하들이 머뭇거리다가 큰 소리로 화를 냈다.“부통령님, 암부 3대 지휘사는 화진의 기둥인데 정말 손을 써야 하나요?”한 교위가 나서며 물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 챙하는 소리와 함께 신재윤이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감히 두 역적을 감싸는 것이냐! 죽고 싶은 거야?”신재윤의 칼이 내질러지자 교위의 피가 자리에서 튀었다.신재윤이 자기 사람까지 죽이는 모습을 보자 남궁서준은 혀를 차더니 허공을 박차고 나왔다.화진 제일의 소년후로서 비록 절정의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절정의 실력보다 나은 면도 있었다. 특히 무적의 검의가 그랬다.윤구주가 전에 얘기했다시피, 남궁서준은 천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든 검도의 귀재였다. 그는 조만간 진짜 육지 검선급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었다.남궁서준이 검을 내지르자, 주위의 모든 것이 그의 검기에 휩싸였다.남궁서준의 검은 신재윤을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내지른 것이라 무서운 칼날이 자신을 향해 오는 모습을 보며 신재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에 떨었다.신재윤은 이제 막 신급에 발을 들여놓았고 모든 내공은 신씨 문벌에서 각종 단약과 비법으로 쌓아 올린 것이었다.하여 진정한 실력은 오직 실력으로만 쌓아 올린 신급 고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설령 신재윤이 진짜 신급이라고 해도 어쩌겠는가?신씨 문벌의 중신급 강자도 남궁서준의 단 한 칼에 당하지 않았는가.하물며 신재윤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살려줘! 살려줘!”신재윤이 남궁서준의 공포스러운 검의를 바라보고 뒤로 물러서며 도움을 청했다.“도련
그 후, 윤구주는 석촌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그는 대체 누가 이렇게 잔혹하게 평범한 석촌 주민들을 해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윤구주가 석촌 주민들과 함께 마을로 걸어가는 사이, 주민들은 석촌에 대한 상황을 그에게 설명했다.그들은 흑사병이 최근 1년 사이에 발생했다고 했으며 지금까지 약 50여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전했다.사망자들 중에는 남녀노소가 섞여 있었고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들도 두세 명이나 죽었다고 했다.죽음 전 그들의 상태는 모두 윤구주가 말한 대로 몸의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렸으며 그 피는 지독한 악취가 나는 검은 색이었다고 한다.“빌어먹을, 정말 너무하는군!”“대체 어느 놈이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해서 순진한 주민들을 해치고 있는 거야?”공수이는 아기들마저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에 차서 입을 열었다.“형님! 진짜 범인이 밝혀지면 꼭 제가 직접 그놈을 처치하게 해주세요!”공수이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석촌이 점점 가까워지자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마을을 바라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석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마을은 두 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3, 4천 가구가 모여 있었다.“여기가 우리 마을이요.”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한 촌장이 오래된 담뱃대를 들고 손가락으로 석촌을 가리키며 말했다.윤구주는 마을을 한번 바라보고 걸음을 멈췄다.이내 그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쩍이더니 순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금빛 파동이 그의 동공에서 뿜어져 나왔다.금빛 파동이 퍼져나가자 석촌 위로, 일반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검은 살기가 하늘 높이 치솟아 마을을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그 살기는 팔각형 모양으로 사방에서 석촌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만약 윤구주가 신념술을 쓰지 않았다면 이 끔찍한 광경을 절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봉인 법진?”윤구주는 석촌 위로 솟아오른 검은 살기를 보며 차가운 얼굴로 중얼거렸다.“누군가가 이 마을에 봉살진을 설치했군. 그러니 이 마을 주민들이 살기에
“그렇네!”노인의 말을 듣고 나서 윤구주는 확실히 깨달았다.‘이 마을에 어떤 고수가 무슨 술법을 걸었나 보군! 그래서 평범한 이곳 주민들이 하나둘씩 이상하게 죽어 나가는 거야!’하지만 이내 분노가 일었다.‘도대체 누가 이리도 잔인하게 이 작은 기산 아랫마을에 사는 순박한 주민들은 해치고 있는 거지?’그 순간, 윤구주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젊은이, 뭐 하나 물어보지. 우리 손자가 죽기 전에 어땠는지 어떻게 아는 건가?”노인은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듯 물어봤다.“말했잖아요. 어르신의 손주분은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고요. 손주분은 어떤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겁니다!”“뭐라고? 어떤 사람 때문에?”이 말을 듣자 눈앞의 노인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마을 주민들 모두가 놀라움에 얼어붙었다.“맞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어르신 손주분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를 해치고 있어요. 지금 여러분 모두 그 무서운 살기로 인해 몸이 이미 오염된 상태입니다!”“지금 여러분 중에 이미 그걸 느끼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 살기가 몸에 스며들면 점점 기력이 약해지고 밤에는 온몸이 칼에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괴로워지죠. 그리고 심해지면 코와 입에서 검은 피가 나올 겁니다!”윤구주는 다시 설명했다.이 말을 듣자마자 앞에 있던 열여섯 명의 마을 주민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어... 어찌 그걸 알고 있는 거요?”첫 번째로 탄식을 터뜨린 건 구릿빛 피부의 남자였다.알고 보니 윤구주가 말한 증상을 지금 그가 겪고 있는 상태였다.“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조금 전 나섰던 아주머니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왜냐하면 그녀도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단지 그녀뿐만이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그랬다.그들은 이러한 무서운 상태가 자신들만 알고 있는 것이라 여겼으나 이 순간 윤구주가 전부 말하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다시 말하지만 이건 병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을 해치고 있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이곳을 지나가다가 울음소리를 듣고 우연히 들르게 되었습니다.”공수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들은 그의 친절한 얼굴과 스님의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꼬마 스님, 저희는 지금 장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에요. 혹시 시주를 구하러 온 거라면 다른 곳으로 가주셨으면 좋겠네요.”이때, 구릿빛 피부의 한 남자가 나서서 말했다.분명 이들은 공수이를 시주를 구하는 스님으로 오해한 듯했다.하지만 공수이는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여러분. 저는 시주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그럼 뭐 하러 온 거죠?”그 남자가 물었다.“여러분을 구하러 왔습니다!”공수이가 답했다.‘우릴 구하러 왔다고?’공수이의 말에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참 희한한 스님이네!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나타나서는 구하겠다고 말하다니... 우리를 구해줄 일이 뭐가 있다고?”이때 한 아주머니가 나섰다.그러자 공수이는 앞에 있는 관을 가리키며 말했다.“한 마디 여쭙겠습니다. 이 관 안에 누가 누워 있습니까?”“우리 마을 촌장님의 손자요!”아주머니가 대답했다.“그럼 그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계십니까?”공수이가 계속 물었다.“물론 알지요. 아이는 흑사병에 걸려 죽었습니다!”이렇게 말하는 와중 아주머니의 눈가가 붉어졌다.“아닙니다. 아이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그때 공수이가 단호하게 말했다.“병이 아니라고요?”“꼬마 스님,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제 손자가 병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 때문에 죽은 거냐고요.”이번에는 가장 슬프게 울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뒤이어 공수이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제 형님께 물어보셔야 합니다.”그제야 사람들은 비로소 윤구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준수한 외모가 눈에 띄었다.“어르신, 마음 추스르세요. 하지만 제 동생 말이 맞습니다. 어르신의 손주분은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윤구주가 갑자기 나서며 말했다.“
“어? 장례식인가?”공수이는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의아해했다. 윤구주도 한 번 스치듯이 그곳을 훑어보았다.그런데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은 사악한 기운이 울고 있는 사람들 몸에서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그 사악한 기운은 사람마다 농도가 달랐다.어떤 사람은 진했고 어떤 사람은 희미했지만 모두가 그 검은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이 장면을 본 윤구주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불필요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들이 모두 평범한 마을 사람들처럼 보이면서도 각자의 몸에 기묘하고도 검은 사악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모습이 그의 의구심을 자아냈다.“이 사람들 뭔가 이상한데.”윤구주는 울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형님, 무슨 말씀이세요?”하지만 공수이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윤구주는 눈에 황금빛 파문을 띄우며 신념술을 사용해 그 사람들의 기운을 관찰하는 반면 또 관 속에 놓인 시신으로 시선을 옮겼다.관 속 죽은 자의 기운이 가장 농밀했다. 명백히 이 시신은 지나치게 많은 검고 사악한 기운에 감염되어 죽은 것이었다.이를 확인한 윤구주는 입을 열었다.“이 마을 사람들, 오래 살지 못할 거야.”‘엥?’공수이는 갑작스러운 윤구주의 말에 놀라며 물었다.“형님, 그게 무슨 뜻이죠?”“내 말뜻은 간단해. 저들의 몸이 사악한 기운에 침식당하고 있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죽을 거라는 뜻이야.”“사악한 기운에 침식당했다고요?”“맞아.”공수이는 다시 한번 울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비록 신념술은 사용할 줄 모르지만 그들 모두가 병에 걸린 것처럼 극도로 쇠약해 보인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형님,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죠?”공수이가 의아해하며 묻자 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신념술을 다시 확장했다.신념술을 사용하자 그의 신념은 마치 거대한 그물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기운이 그의 신해 속에 명확하게 나타났다.165m, 330m, 990m...마침내 신념술이 3300m 정
마황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마가의 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서늘한 눈빛을 다른 두 개의 청동 관에 고정했다.이 두 개의 관에는 마가의 첫째 대장로와 둘째 대장로가 봉인된 상태였다.“큰형이랑 둘째 형은 아직도 안 깨어났나?”마황은 즉시 대답했다.“예, 대장로님!”“좋다. 석촌의 일이 마무리된 후, 형님들을 깨우겠다. 형님들이 깨어나면 틀림없이 놀라게 될 것이다!”셋째 대장로는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날려 검은 안개처럼 절벽 위로 솟구쳐 올랐다.셋째 대장로가 위로 날아오르자 마황도 급히 그 뒤를 따랐다.그날, 마궁에서는 셋째 대장로의 출관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이틀 후, 기산에서 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한 작은 마을의 거리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그들의 등장에 주변 사람들이 멈춰 서서 웅성거렸다.그럴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 중 하나는 비할 데 없이 준수한 용모를 지닌 청년이었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반짝이는 꼬마 스님이었으니 말이다.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에게는 보기 드문 이들의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형님, 여기서부터 백여 킬로미터 남았습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가시죠.”대머리의 꼬마 스님이 입을 열었다.가만히 보니 이 둘은 바로 윤구주와 공수이였다. 윤구주는 앞에 있는 마을을 훑어보며 말했다.“좋다.”두 사람은 마을 안에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았다.그렇게 마을 중심의 한 호텔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음식을 먹은 후 그들은 방으로 돌아왔다. 공수이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형님, 내일이면 기산에 도착합니다. 마가 놈들이 틀림없이 미리 대비하고 있겠죠?”윤구주는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럼 뭐?”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네?’윤구주에게 이런 말을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전에 그 곤륜 구역의 노마들도 형님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고작 마가 따위가 상대가 되겠어?’“근데 형님은 마가의 세 명의 선조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공수
“대장로님께 아룁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정보는 그자가 천하제일 문벌인 윤씨 일가 출신이라는 것뿐입니다. 그가 어느 문파나 종문에서 배웠는지는 지금까지 아무도 모릅니다.”“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자의 내공이 최소 절정 후삼품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마황이 말했다.절정 후삼품은 각각 칠살 절정, 팔부 절정, 그리고 마지막 구오 절정으로 나뉘어 있다.“후삼품이라고? 신참이 벌써 이 정도 내공에 도달했다고?”마운명은 이 말을 듣고 얼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기에 감히 셋째 대장로님과 다른 두 대장로님을 방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마황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날려 공중에 떠 있다가 땅으로 내려왔다.쿵!그의 두 발이 땅에 닿자 땅이 크게 흔들렸다.“좋다!”“이미 깨어난 이상, 나도 50년 동안 화진에 얼마나 뛰어난 후배들이 나왔는지 직접 봐야겠구나!”이 말이 떨어지자 강력하고 검은 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마황은 셋째 대장로 마운명의 말에 감격하여 말했다.“출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씨 일가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내가 깨어난 것은 단지 그런 하찮은 후배들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것이지...”말을 마친 후 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서늘한 눈빛을 들어 서쪽을 바라보았다.“석촌, 그곳에 내가 지키도록 했던 물건에는 아무 이상이 없느냐?”갑작스러운 질문에 마황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모두 대장로님께서 지시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석촌은 봉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상 징후는 전혀 없습니다!”“좋다!”“50년이 넘었으니 내 내공이라면 그곳을 열 수 있을 것이다.”“끼이히히!”“그 물건을 손에 넣으면 내 내공은 한층 더 강해질 거야!”“내 내공이 올라가면 우리 마씨 일가는 제자백가를 초월해 천하제일 문벌로 우뚝 설 것이다!”셋째 대장로 마운명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절벽의 청석들이 떨어져 나갔다.한편 마황은 마음속으로 의아해했다
마황은 윤구주가 화진의 첫 번째 왕이 되었고 ‘구주’라는 칭호를 얻어 10개국을 제압하고 천하를 평정했으며 곤륜에서 왕위에 올랐고 화진 무도계의 3대 서열을 압도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더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얼굴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였다.“오호라?”조금 전 금방 깨어난 마가의 셋째 대장로는 윤구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눈동자가 점점 음산하게 변해갔다. 곧 그는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50년 만에 이 화진에 이런 후배들이 등장했다는 말인가?”이어서 마운명이 물었다.“말하라, 50년 동안 곤륜 구역에 강자가 나타난 적이 있었느냐?”마가 셋째 대장로는 윤구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오히려 무도 성지인 곤륜 구역에 대해 먼저 물었다.“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없습니다.”이 말을 듣고 마운명은 다시 물었다.“유명전? 서요산 검종? 그 외 다른 종문은?”“마찬가지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마황이 다시 답했다.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마가의 셋째 대장로 마운명은 눈을 조금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자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마가에 무슨 재난이 닥쳤다는 거야?”마운명은 이렇게 말하며 차가운 시선으로 마황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본능적으로 마황은 몸이 떨렸다.그는 셋째 대장로 마운명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큰일이 아닐 시 마가에는 이런 선조들을 절대 방해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다.정말로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그러나 이 셋째 대장로는 후배 세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의 눈에 천하의 위협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곤륜 구역, 유명전, 서요산 검종 같은 최강 종문들뿐이었다.잠시 생각한 후, 마황은 입을 열었다.“셋째 대장로님! 저희 마가는 이번에 정말 큰 난관에 처했습니다! 그 재난은 바로 윤씨 성을 가진 구주왕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쓸모없는 것들!”“조선 시대 때부터 우리 마가가 수천 년 동안 얼마나 많은 폭풍을 견뎌왔는데... 겨우 신참 하나가 얼마나 큰 파란을 일으
그 해골 같은 손이 관 뚜껑을 움켜쥐는 순간, 절벽 주변에 음산한 기운이 크게 휘몰아쳤다.청동 관 안에서 끔찍하고 강렬한, 검고 사악한 기운이 솟아 나왔다.마가의 선조 중 한 사람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마황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서 쾅 하는 폭발적인 소리와 함께 청동 관 뚜껑이 열렸다.그리고 한 마영이 관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삐쩍 마른 한 노인의 모습이었다.노인의 몸은 살과 피가 거의 없이 마치 해골 같았다.그가 떠오르자마자 사방의 검고 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에 모여들었고 그 기운이 노인의 몸에 쌓여가면서 마가의 선조는 그 순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마른 사지에 점차 살과 피부가 붙기 시작했고 머리 부분마저 완전히 변해갔다.잠시 후, 그는 마치 50대 후반의 노인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변신했다.그 노인의 눈은 매섭고 독수리 같은 눈빛을 띠었으며 온몸은 검은 옷으로 감싸여 있었다.강력하고 사악한 기운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와 주변을 압도했다.겉보기에는 50대처럼 보였으나 그를 바라보는 순간 기이하게도 오래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마치 이미 오래전에 죽은 존재인 것만 같았다.“셋째 대장로님께 문안 인사 드립니다! 출관하신 걸 축하드립니다!”마가의 현임 가주인 마황은 이 노인이 청동 관에서 떠오르는 순간 바로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바로 이 인물이 마가의 세 선조 중 한 명인 셋째 선조, 마운명이었다.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마가의 기관술 역사 속에서 마운명은 거의 300년을 살아온 괴물 같은 존재였다.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끔찍하고도 사악한 기운은 그의 강력한 절정의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셋째 대장로라 불리는 마운명은 등장한 후 마황을 무시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음산한 눈동자로 하늘을 잠시 동안 응시하다가 마운명은 그제야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지?”“셋째 대장로님께 아룁니다! 대장로님께서 폐관 수행하신 이후 정확히 53년이 흘렀습니다!”마황이 공
절벽 끝에 서 있기만 해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이 절벽 안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이 시각, 검은 옷을 입은 마가의 가주 마황이 마효순과 함께 그곳에 서 있었다.“아버지! 겨우 그 윤씨 성을 가진 자 하나 때문에 정말로 세 대장로님들을 출동시키려는 겁니까?”마효순이 질문을 던지자 마황은 즉시 냉정하게 말했다.“입 다물어라!”“넌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6년 전, 곤륜에서 왕위에 오를 때 수많은 절정 강자들이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결과는 어땠느냐? 모두 그에게 전멸당했지 않느냐!”“그렇지 않다면 문씨 세가가 그렇게 많은 절정 잔당들을 모아 그자를 상대하려 했겠느냐?”마황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마효순은 아버지의 꾸지람에 고개를 숙이며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기억해라. 결코 우리 화진의 천하제일인 왕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마지막으로 마황은 경고하듯 말하며 깊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너는 여기 남아 있어라. 내가 선조님들을 모시고 오마!”이 말을 끝으로 마황은 몸을 날려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그 안개 속, 만 길 아래에는 세 개의 거대한 청동 관이 절벽 중앙에 떠 있었다.이 거대한 청동 관들은 각각 2m가 넘는 길이였고 오랜 세월의 풍파를 맞아서인지 표면에 먼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세 관은 튼튼한 강철 사슬로 고정되어 절벽 중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바로 이곳이 마가의 세 선조들이 폐관 수행하는 장소였다.절벽 아래로 내려간 마황의 시야에 부패한 뼈들이 보였다.사람의 뼈도 있고 짐승의 뼈도 있었다.바닥을 밟을 때마다 썩은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마치 지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오악 내공을 지닌 마황조차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쉬며 섬뜩함을 느꼈다.그는 다시 한번 경건하게 고개를 들고 지면에서 15m가량 떠 있는 세 개의 청동 관을 바라보았다.“마가 제72대 가주, 세 대장로님께 인사 올립니다!”마황은 장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