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육도진의 귓가에 강하게 내리꽂혔다.육도진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가주님 뜻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하늘의 뜻이란 원래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죠. 저와 같은 일개 신하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윤신우는 화를 내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황궁 쪽을 바라보았다.“하늘의 뜻이요? 하! 18년 전, 화진 국운을 위해 전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죄인이 되었습니다. 18년이 흐른 지금,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전 두렵지 않습니다. 육도진 씨, 호아궁에 있는 그분에게 얘기하세요. 우리 윤씨 일가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 아들을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처단할 것이고 제 아들을 다치게 하는 사람은 제가 그 일가족까지 모조리 죽여버릴 겁니다.”윤신우의 단호한 말에 화진의 우상인 육도진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알겠습니다. 가주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가주님, 우선 아드님을 설득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운 국가입니다. 종문, 세가, 문벌 그 어느 것도 빠지면 안 됩니다. 만약 정말로 큰 문제가 생긴다면 10국에서 이 기회를 틈타 군대를 이끌고 와서 화진에 침입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죠. 가주님도 평범한 백성들이 전란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육도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윤신우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지난 18년간 우리 윤씨 일가는 화진을 위해 많은 것을 견뎠습니다. 그러니 문벌 쪽은 반드시 처단할 겁니다.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윤신우의 가차 없는 모습에 육도진은 머쓱한 듯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그래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문벌 쪽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구주왕을 건드리지 말라고요.”윤신우는 육도진의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는 몸을 돌리며 육도진을 무시했다.육도진은 아주 뻘쭘해 보였다.한 나라의 우상인 자가 이토록 무시당하니 망
“어르신, 저희는 어느 편에 설까요?”다른 신급 고급 실력의 노인이 물었다.그 말은 이젠 어느 줄에 서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한쪽은 문씨 일가를 필두로 하여 국방부와 문벌을 장악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윤씨 일가와 윤구주였다.육도진은 자신의 염소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어느 편에 서냐니. 당연히 우리 화진을 위해, 화진 백성들을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운 구주왕의 편에 서야지!”신급 고급 수준의 부하 네 명은 그 말을 듣고 묵묵히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쿵!이때 윤구주 쪽에서 절정의 기운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홍수와도 같은 엄청난 기운이 마치 기둥처럼 하늘로 치솟았다.그 어마어마한 기운을 본 신급 고급 강자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신급 절정에 오른 것 같습니다.”육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감개했다.“역시 우리 화진 최고의 왕답네요. 아버지보다도 더 대단해요!”절정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고 있을 때 윤신우는 숲속에 서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같은 시각, 허름한 마당 안.윤구주의 구양진기가 체내로 들어오자 민규현은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다.민규현은 온몸의 내공이 엄청났고 절정의 기운을 지니게 되었다.심지어 체구도 한층 더 커진 것 같았다.“형님이 절정에 오른 것 같네요!”마당 안.정태웅, 천현수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바라보면서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재이, 철영, 용민도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러나 남궁서준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건지 혼자 조용히 문가 계단에 앉아 있었다.“야, 꼬맹아. 우리 형님이 절정에 오르니까 질투가 나서 가만히 있는 거지? 하하하하! 봤지? 우리 저하께서 가장 아끼는 건 우리 세 형제야! 그렇지 않으면 저하가 왜 널 절정으로 만들어주지 않겠어?”얄미운 정태웅은 미움을 사기 시작했다. 그는 화진 최고 소년후의 성질을 긁고 있었다.그런데 남궁서준은 그의 조롱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절정이요? 칠성이 열린다면 전 절정도 벨
그는 기개 넘치는 모습으로 붉은색 장검을 들고 서 있었다.그가 바로 윤신우였다.검을 들고 선 윤신우는 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갑자기 입을 열었다.“오늘 아무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지나가려는 자는 전부 죽을 것이다.”준 신급 절정 실력의 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윤신우의 말을 듣자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윤씨 일가의 가주였군! 하하, 윤씨 일가의 가주가 언제부터 강도처럼 다른 사람들 길을 막고 사람을 협박하기 시작한 거지? 여기를 지나갈 수 없다니?”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윤신우를 아는 눈치였다.윤신우는 그의 비아냥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홍석해, 오늘은 홍씨 일가가 서울의 백 년 된 가문이라는 걸 생각해서 다시 한번 말해주지. 이곳을 떠나!”눈앞의 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서울 무도 세가 출신으로 이름은 홍석해였다.그는 3대 서열 중 세가 사람이었다.하지만 대형 세가 속에서 홍씨 일가는 한낱 말류일 뿐이었다.그러나 홍석해는 제멋대로 날뛰었다.그동안 서울에서 마음껏 설치고 다닌 그가 윤신우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윤씨 일가는 18년 전 그 일이 있은 뒤로 정치 싸움에서 물러나고 천하 일에 무관심하게 굴었기에 많은 문벌과 세가에서 윤씨 일가가 몰락했다고 생각했다.그 때문에 윤신우가 갑자기 길을 가로막는데 준 신급 절정 실력의 홍석해가 물러날 리가 없었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윤신우, 세상 사람들은 윤씨 일가가 화진 제일의 문벌이고 화진 최고의 문벌이라고 하지. 난 오늘 당신이 날 어떻게 가로막는지 한번 시험해 볼 거야! 너희들, 덤벼!”그가 큰 손을 움직이자 뒤에 있던 홍씨 일가의 신급 강자 여러 명이 곧장 윤신우에게로 날아갔다.검을 든 윤신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고수들을 보지도 않았다.그의 시선은 천천히 자기 손에 들린 붉은색 검으로 향했다.“18년 동안 널 검집에서 뽑아본 적이 없구나. 오늘 우리가 피를 볼 때가 된 것 같다.”그 검은 적염이라고 불리는 윤씨
윤신우는 30년 전 서울 최고의 절정이었다.그러나 그동안 단 한 번도 손을 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윤씨 일가의 무시무시함을, 윤신우의 엄청난 실력을 잊었다.윤신우는 아들을 위해 드디어 나섰다.단칼에 세가 중 하나인 홍씨 일가의 노인을 죽인 뒤 윤신우는 그제야 적염을 다시 검집 안에 넣었다.온몸이 빨갛고 살기가 강한 검은 검집 안으로 들어갈 때 억울한 듯 소리를 냈다.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적염을 검집에 집어넣은 뒤 윤신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윤구주 쪽의 엄청난 기운과 하늘을 뒤덮은 절정 기운을 바라보았다.“좋아! 절정에 들어서자마자 저 정도 기혈을 갖춘 걸 보면 확실히 날 초월한 것 같네.”흐뭇한 얼굴로 말한 뒤 윤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거의 된 것 같으니 이만 가봐야겠어.”그는 말을 마친 뒤 숲속에서 모습을 감췄다.마치 온 적 없는 듯 감쪽같이 말이다.윤신우가 떠난 뒤 윤구주의 방 안에서 엄청나게 큰 펑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횡포한 절정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절정이 되었다.그 기운이 나타나는 순간, 민규현은 온몸이 금빛으로 뒤덮였다.그의 동공과 몸에서 절정의 기운이 뿜어졌다.특히 그의 감지 능력은 절정에 오르자마자 전보다 한 배 이상 확장되었다.심지어 몸도 십 년 정도 더 어려진 것 같았다.절정에 오르면 내공이 절정 수준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수명 또한 500살까지 늘어난다.현재 민규현은 한결 젊어진 것 같았다.“저를 절정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하!”이미 절정에 오른 민규현은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내공을 회복하고 신급 절정이 된 민규현을 바라보면서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우리 화진에 신급 절정의 강자가 한 명 더 많아졌구나.”“이 모든 건 저하 덕분입니다!”민규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절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가서 내공을 시험해 봐!”윤구주는 갑자기 창밖을 바라보면서 기묘한 어조로 말했다.“알겠습니다!
다른 6명은 눈 깜짝할 사이에 민규형에게 죽임당했다.13명의 고수가 그렇게 사라졌다.“형님!”민규현이 몰래 그들을 염탐하던 고수 13명을 죽인 뒤, 정태웅, 천현수, 재이 등 사람들이 달려왔다.가까이 간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피투성이가 된 시체들을 보고 흠칫 놀랐다.특히 민규현에게서 엄청난 절정의 기운이 느껴지자 정태웅은 가장 먼저 흥분해서 말했다.“축하합니다, 형님! 신급 절정이 되셨네요!”천현수는 부러운 눈빛으로 민규현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민규현은 전혀 우쭐해하지 않았다. 그는 존경하는 눈빛으로 윤구주가 있는 먼 곳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 민규현의 모든 것은 저하께서 주신 거야. 오늘부터 우리 저하를 해치려고 하거나 저하를 방해하는 자들은 내가 모두 처단하겠어!”차갑게 말한 뒤 민규현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13구를 바라보았다.“현수야!”이름을 불린 천현수는 곧바로 앞으로 나왔다.“네!”“조사해 봐. 이 13명이 각각 어느 세력 출신인지. 감히 몰래 우리 저하를 염탐하려고 해? 전부 조사해 내서 멸문시켜야겠어!”천현수는 민규현의 성격을 알았다.그는 평생 윤구주만을 받들었다.그의 마음속에서 윤구주는 신이자 그의 모든 것이었다.그런데 감히 대놓고 윤구주의 뒤를 밟고 그를 훔쳐보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암부 3대 지휘사인 천현수는 정보 수집에 능통했고 견식도 넓었다. 그는 곧바로 죽은 13명의 정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천현수는 이내 조사를 마친 뒤 보고를 올렸다.“형님, 그 13명 중 6명은 문벌 출신이고 4명은 국방부 출신이었습니다. 나머지 3명은 출신을 알 수가 없는데 아마도 서울 세가 출신인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민규현은 차갑게 말했다.“오늘부터 문벌과의 전쟁을 선포해. 이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우리 저하를 해치려고 해? 난 그들 모두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네!"...서울 황성 안 우상의 저택.아침 일찍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상의 저택 앞에 몰려들었다.“서울 공씨 문벌, 어르신을 뵙고
고대 슈퍼 문벌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육도진의 저택에 사람을 보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굳게 닫힌 저택 대문 앞에서 4대 슈퍼 문벌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을 때 끼익 소리와 함께 오래된 붉은색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곧 뚱뚱한 집사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왔다.그 사람은 저택의 집사 안두성이었다.안두성은 안에서 나오더니 싱긋 미소 지으며 4대 슈퍼 문벌 사람들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기다리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최근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조용한 환경에서 몸조리해야 합니다. 만약 볼일이 있다면 다른 날 다시 오시죠!”핑계처럼 들리는 말이었다.4대 슈퍼 문벌인 공시, 제씨, 옥씨, 신씨 사람들은 모두 현명했다.그들이 집사의 말뜻을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어르신께서 정말로 저희를 만나지 않겠답니까?”공씨 일가의 한 신급 중급 노인이 어두워진 안색으로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뚱뚱한 안두성은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말씀드렸지만 어르신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몸조리하셔야 합니다.”“황당하군요! 한 나라의 우상이라는 자가 우리 문벌의 생사를 무시하겠다는 겁니까?”제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앞으로 나서면서 호통을 쳤다.“옳은 말씀입니다. 100년 전, 곤륜에서는 국난이 닥치지 않으면 신급 절정 강자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만한 놈이 곤륜의 금지령을 어기고 왕권의 땅 서울에서 공공연히 신급 절정이 되었습니다. 서울의 정무를 관리하는 우상께서는 정말로 이 일을 눈감아 줄 것입니까?”옥씨 일가의 신급 고급 강자가 차가운 표정으로 안두성 집사에게 말했다.그의 말대로 신급 절정은 세상에 나오면 안 되었다.화진의 무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신급 절정 강자 모두 백 년 전 곤륜에서 내린 금지령을 따라야 했고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죽게 된다.화진의 우상인 육도진은 서울의 모든 정무를 관리했다.크고 작은 정무 모두 육도진의 관할 아래 있었다.그중에는 신급
그들의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안두성은 한숨을 내쉰 뒤 저택으로 돌아왔다.저택 안.육도진은 유유자적하게 정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안두성이 돌아오자 육도진은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면서 차를 마시며 말했다.“다 갔느냐?”“어르신, 제가 다 쫓아냈습니다.”안두성이 말했다.“참나, 염병할 것들. 날 귀찮게 하러 오네. 자기들이 잘못했으면서 아주 뻔뻔하게 굴어.”육도진은 욕하면서 말했다.“어르신, 오늘 보니 문벌 쪽에서 굉장히 조급한 듯합니다. 떠나기 전에는 그런 말도 남겼습니다. 신급 절정의 조상들을 부를 거라고요. 막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 늙은 괴물들이 세상에 나온다면 서울은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안두성이 입을 열었다.“하, 누굴 겁주려고 그러는 건지. 신급 절정이면 뭐? 이틀 전 용하 산맥에서 죽은 신급 절정 강자들로는 부족한가 보지? 그 늙은이들에게 나와보라고 해. 안 죽고 사는지 보고 싶네!”육도진은 조롱 가득한 어조로 웃으며 말했다.용하 산맥 전투에서 문창정은 문벌 출신의 신급 절정 강자 5명을 보냈는데 전부 윤구주에게 죽임당했다.그런데 문벌에서 또 신급 절정 강자들을 보낼 거라고 했다.“어르신,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인가요?”안두성이 계속해 물었다.육도진은 손을 저었다.“상관하지 마. 그리고 내가 상관하고 싶다고 해서 상관할 수 있는 일도 아니야. 한 명은 삼십 년 전 서울 최고 절정이라 불렸던 윤신우고 다른 한 명은 우리 화진의 구주 군신 구주왕이잖아. 그렇게 대단한 부자를 내가 어떻게 관리하겠어?”“알겠습니다!”안두성은 말을 마친 뒤 물러났다.육도진은 윤구주 부자를 떠올리자 답답한 마음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골치가 아팠다.이때 하인 한 명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어르신, 어르신. 큰일입니다. 꼬마 도련님께서 또 소동을 일으켰습니다!”그 말을 들은 육도진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 자식 또 무슨 짓을 한 거야?”“꼬마 도련님은 무각의 몇몇 선생님을 때려
육도진은 무각탑에 도착한 뒤 안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자 곧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얘기해. 그놈 어디 있어?”육도진이 화가 난 목소리로 호위에게 물었다.얼굴에 퍼렇게 멍이 든 호위는 서둘러 무각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르신, 꼬마 도련님은 바로 안에 계십니다!”“난 이 자식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거야!”육도진은 욕지거리를 하면서 서둘러 탑 안으로 들어갔다.무각탑에 들어가자마자 꽃병 하나가 육도진의 얼굴로 날아왔다.다행히 육도진은 실력이 너무 약하지 않았다. 꽃병이 얼굴을 향해 날아들자 그는 손을 움직여 꽃병을 허공에서 깨뜨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맨발에 머리가 크고 지저분한 아이 한 명이 무각탑 안에서 거만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 서 있었다.그가 바로 육도진의 친손자 서울의 꼬마 패왕이라고 불리는 육시우였다.육시우의 곁에는 얼굴에 멍이 든 신급 강자 노인 몇 명이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억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육도진이 안으로 들어오자 신급 강자인 무각 선생님들은 곧바로 육도진을 불렀다.“어르신!”그들 모두 살려달라는 표정이었다.“어, 할아버지. 여긴 어쩐 일이세요?”큰 머리를 가진 육시우는 육도진을 보고 애늙은이처럼 그를 불렀다.“이 자식, 또 사고를 쳤어? 이 무각을 아주 뒤집어 놔야 속이 후련해?”육도진은 다짜고짜 욕했다.아이는 화를 내지 않고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가 찾아준 선생님들이 다 쓸모없어서 그렇죠!”“너, 너, 네 이놈! 내가 가르쳤었지. 선생님을 존중해야 한다고. 선생님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야. 그런데 무각 선생님들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육도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흥, 전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잖아요. 제 아빠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할아버지만 동의하면 저는 누가 되든 상관없어요!”육시우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육도진은 화가 나서 속이 터졌다.“아이고, 우리 육씨 일가에 어쩌다가 너 같은 말썽꾸러기가 태어났는지 모르겠어!”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