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무시무기한 것은 그의 기운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 폭등한다는 점이었다.그렇게 약 한 시간 뒤.쿵!민규현의 몸은 마치 탈바꿈이라도 한 듯,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그의 모공에서 흘러나왔다.완전히 환골탈태한 것이다.절정이 되면 무도가 절정에 달할 뿐만 아니라 몸에도 질적인 변화가 생긴다.현재 민규현이 그런 상태였다. 그는 절정의 문 앞에 서 있었다.기운들이 민규현의 몸에서 나타나 엄청난 기세로 마치 거대한 기둥처럼 하늘 높이 치솟았다.윤구주가 은닉 진법을 이용해서 방과 밖을 차단했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윤구주가 민규현을 데리고 절정의 문에 발을 들이고 있을 때, 서울의 어느 곳.넓고 웅장한 저택 안에는 가부좌를 틀고서 저택 안에 앉아 있던 노인 한 명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곧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저택 지붕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치솟은 엄청난 기운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울에서 어떤 이가 신급 절정 강자가 되려는 거지? 심지어 이렇게 큰 기척을 내다니!”노인이 그 절정의 기운을 보았을 때 서울의 수십 곳에서 동시에 강자가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먼 곳에서 윤구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서울에 또 신급 절정이 된 강자가 생겼군. 얼른 조사해 봐! 대체 어느 집안의 조상인지 말이야!”절정이 얼마나 강하냐면, 천인조차 비교할 수 없었다.그것이 바로 진정한 절정이었다!현재 민규현은 윤구주의 구양진용결의 도움으로 억지로 절정의 문을 열었다. 그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절정이 한 명 생기게 되면 한 지역의 조상 대접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황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같은 시각, 민규현의 몸에서 뿜어지는 폭발적인 기운이 절정을 돌파할 때쯤.도성 안.정자에 앉아 있던, 백발이 성성하고 손에 검은색 바둑을 든 노인은 그곳에서 바둑을 들고 있었다.
서울은 황권이 있는 곳이었고 수많은 강자가 있는 곳이었다.그런데 지금 윤구주는 거리낌 없이 공공연히 서울에서 민규현을 신급 절정 강자로 만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늙은 괴물들이 은밀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마당 안.윤구주는 그런 걸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오늘 그는 반드시 민규현을 신급 절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고 그걸 반드시 이루어야 했다.엄청난 기운으로 가득 찬 작은 방 안, 눈부신 금빛이 윤구주와 민규현을 감쌌다.지금의 민규현은 예전과는 전혀 달랐다.그는 온몸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내공도 신급 절정과 엇비슷한 수준이 되었다.조금만 더 있으면 민규현은 진짜로 절정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그런데 이때, 먼 곳에서 공기가 요동치는 소리가 윤구주 쪽을 향해 들려왔다.자세히 보니 선두에 선 사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네 명의 높은 등급의 신급 강자가 있었다.노인은 곤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그는 비록 눈이 작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야무진 빛이 보였다.노인은 모습을 드러낸 뒤 천 미터 밖에 있는 윤구주의 방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댔다.“세상에, 대체 누가 이렇게 대단한 거지? 이런 누추한 곳에서 절정에 오르다니. 미친 것 같은데?”그의 말대로 신급 절정이 되면 한 지역을 주름잡을 수 있게 되지만, 그만큼 위험이 아주 컸다.우선 절정에 오를 때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 되었다.방해를 받게 되면 절정에 오르고 있는 자의 심리 상태와 정서가 흐트러지게 된다.그리고 방해를 받게 되면 주화입마에 들어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었다.그다음은 절정에 오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수호자가 필요했다.그러나 노인이 윤구주가 민규현을 절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곳은 그저 보잘것없는 마당일 뿐이었고 주위에는 아무런 방어 조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은 아주 답답했다.그의 뒤에 있는 네 명의 신급 고급 강자들도 의아함을 표시했다.그들은 어느 가문의 조상이
“제 기억이 맞다면 18년쯤 된 것 같네요.”윤신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정도 되는 것 같네요.”육도진이 한마디 했다.“18년, 무려 18년이라니. 시간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네요. 18년 전 그날 밤, 육도진 씨가 직접 사람을 데리고 우리 윤씨 일가로 찾아와서 제게 모자를 죽이라고 했죠. 맞죠?”엄청난 말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육도진은 저도 모르게 눈꺼풀이 뛰었다.그는 윤신우가 그 말을 할 때 온몸에서 차가운 살기를 내뿜는 걸 느꼈다.“가주님, 그건 절 탓하시면 안 되죠. 가주님도 알다시피 당시 저는 명령을 받고...”육도진은 서둘러 설명했다.그는 과거 서울 최고 절정이라고 불렸던 윤신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윤신우는 칼날 같은 눈빛으로 차갑게 육도진을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온몸의 살기를 거두었다.“알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겠죠.”그 말에 한 나라의 우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콜록콜록, 가주님. 그때 일은 언급하지 않는 게 어떻습니까? 이미 18년이나 흐른 일이잖아요. 그리고 당시에 저도 눈감아주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않았다면...”육도진은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윤신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18년 전 그날 밤, 세상 사람들은 윤구주를 죽이려고 했다.눈앞의 육도진은 직접 사람을 데리고 윤씨 저택을 찾았다.그리고 마지막에 윤신우는 윤씨 문벌을 걸고 맹세를 하여 윤구주의 목숨을 지켰다.그러나 그 대가는 영원히 윤구주를 윤씨 일가의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그 비밀은 18년간 지켜졌다.지난 18년간 윤신우는 모든 괴로움과 모든 죄를 묵묵히 감당했다.아들인 윤구주는 그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다.당시 윤신우가 아니었다면 윤구주 모자가 그날 밤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걸 윤구주는 몰랐다.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당시 당신이 눈감아준 것을 봐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
윤구주의 형제 중 한 명이 신급 절정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자 한 나라의 우상인 육도진은 그제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서울 정무를 관리하는 육도진에게 있어 서울에 갑자기 절정 강자 한 명이 나타났다는 건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구주왕에게 신급 절정 실력의 부하 한 명이 더 늘어난 것을 미리 축하드립니다!”육도진은 눈치가 빨랐다.눈앞의 윤신우는 그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몇백 미터 떨어진 곳, 혼자서 화진의 무도를 통합했던 구주왕을 건드릴 배짱은 더더욱 없었다.그러니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윤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죠?”“아... 그건...”육도진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한 나라의 우상으로 큰 권력을 거머쥔 그가 만약 서울에 이렇게 큰 일이 생겼는데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그래서 육도진은 매우 고민했다.“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시면 돼요. 오늘 확실히 말해두겠습니다. 육도진 씨가 선만 넘지 않는다면 저 윤신우는 절대 육도진 씨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윤신우의 말은 의미심장했다.윤신우가 그렇게 말하자 육도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중얼거리며 말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저 또한 처음엔 구주왕께서...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아주 가슴 아파하면서 직접 구주왕의 부고를 쓰기도 했습니다. 구주왕이 아니었다면 우리 화진이 지금처럼 번성하지 못했을 테니까요.”육도진의 말은 사실이었다.윤구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온 나라가 그를 위해 애도했다.화진의 우상인 육도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윤구주가 아니었다면 10개국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화진이 지금처럼 대세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이 모든 건 윤구주의 공로와 위대한 업적 덕분이었다.“계속해.”윤신우는 육도진이 불쌍한 척하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육도진은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마른기침을 두 번 하고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그 뒤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육도진의 귓가에 강하게 내리꽂혔다.육도진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가주님 뜻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하늘의 뜻이란 원래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죠. 저와 같은 일개 신하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윤신우는 화를 내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황궁 쪽을 바라보았다.“하늘의 뜻이요? 하! 18년 전, 화진 국운을 위해 전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죄인이 되었습니다. 18년이 흐른 지금,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전 두렵지 않습니다. 육도진 씨, 호아궁에 있는 그분에게 얘기하세요. 우리 윤씨 일가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 아들을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처단할 것이고 제 아들을 다치게 하는 사람은 제가 그 일가족까지 모조리 죽여버릴 겁니다.”윤신우의 단호한 말에 화진의 우상인 육도진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알겠습니다. 가주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가주님, 우선 아드님을 설득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운 국가입니다. 종문, 세가, 문벌 그 어느 것도 빠지면 안 됩니다. 만약 정말로 큰 문제가 생긴다면 10국에서 이 기회를 틈타 군대를 이끌고 와서 화진에 침입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죠. 가주님도 평범한 백성들이 전란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육도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윤신우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지난 18년간 우리 윤씨 일가는 화진을 위해 많은 것을 견뎠습니다. 그러니 문벌 쪽은 반드시 처단할 겁니다.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윤신우의 가차 없는 모습에 육도진은 머쓱한 듯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그래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문벌 쪽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구주왕을 건드리지 말라고요.”윤신우는 육도진의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는 몸을 돌리며 육도진을 무시했다.육도진은 아주 뻘쭘해 보였다.한 나라의 우상인 자가 이토록 무시당하니 망
“어르신, 저희는 어느 편에 설까요?”다른 신급 고급 실력의 노인이 물었다.그 말은 이젠 어느 줄에 서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한쪽은 문씨 일가를 필두로 하여 국방부와 문벌을 장악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윤씨 일가와 윤구주였다.육도진은 자신의 염소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어느 편에 서냐니. 당연히 우리 화진을 위해, 화진 백성들을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운 구주왕의 편에 서야지!”신급 고급 수준의 부하 네 명은 그 말을 듣고 묵묵히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쿵!이때 윤구주 쪽에서 절정의 기운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홍수와도 같은 엄청난 기운이 마치 기둥처럼 하늘로 치솟았다.그 어마어마한 기운을 본 신급 고급 강자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신급 절정에 오른 것 같습니다.”육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감개했다.“역시 우리 화진 최고의 왕답네요. 아버지보다도 더 대단해요!”절정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고 있을 때 윤신우는 숲속에 서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같은 시각, 허름한 마당 안.윤구주의 구양진기가 체내로 들어오자 민규현은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다.민규현은 온몸의 내공이 엄청났고 절정의 기운을 지니게 되었다.심지어 체구도 한층 더 커진 것 같았다.“형님이 절정에 오른 것 같네요!”마당 안.정태웅, 천현수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바라보면서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재이, 철영, 용민도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러나 남궁서준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건지 혼자 조용히 문가 계단에 앉아 있었다.“야, 꼬맹아. 우리 형님이 절정에 오르니까 질투가 나서 가만히 있는 거지? 하하하하! 봤지? 우리 저하께서 가장 아끼는 건 우리 세 형제야! 그렇지 않으면 저하가 왜 널 절정으로 만들어주지 않겠어?”얄미운 정태웅은 미움을 사기 시작했다. 그는 화진 최고 소년후의 성질을 긁고 있었다.그런데 남궁서준은 그의 조롱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절정이요? 칠성이 열린다면 전 절정도 벨
그는 기개 넘치는 모습으로 붉은색 장검을 들고 서 있었다.그가 바로 윤신우였다.검을 들고 선 윤신우는 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갑자기 입을 열었다.“오늘 아무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지나가려는 자는 전부 죽을 것이다.”준 신급 절정 실력의 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윤신우의 말을 듣자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윤씨 일가의 가주였군! 하하, 윤씨 일가의 가주가 언제부터 강도처럼 다른 사람들 길을 막고 사람을 협박하기 시작한 거지? 여기를 지나갈 수 없다니?”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윤신우를 아는 눈치였다.윤신우는 그의 비아냥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홍석해, 오늘은 홍씨 일가가 서울의 백 년 된 가문이라는 걸 생각해서 다시 한번 말해주지. 이곳을 떠나!”눈앞의 빨간색 옷을 입은 노인은 서울 무도 세가 출신으로 이름은 홍석해였다.그는 3대 서열 중 세가 사람이었다.하지만 대형 세가 속에서 홍씨 일가는 한낱 말류일 뿐이었다.그러나 홍석해는 제멋대로 날뛰었다.그동안 서울에서 마음껏 설치고 다닌 그가 윤신우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윤씨 일가는 18년 전 그 일이 있은 뒤로 정치 싸움에서 물러나고 천하 일에 무관심하게 굴었기에 많은 문벌과 세가에서 윤씨 일가가 몰락했다고 생각했다.그 때문에 윤신우가 갑자기 길을 가로막는데 준 신급 절정 실력의 홍석해가 물러날 리가 없었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윤신우, 세상 사람들은 윤씨 일가가 화진 제일의 문벌이고 화진 최고의 문벌이라고 하지. 난 오늘 당신이 날 어떻게 가로막는지 한번 시험해 볼 거야! 너희들, 덤벼!”그가 큰 손을 움직이자 뒤에 있던 홍씨 일가의 신급 강자 여러 명이 곧장 윤신우에게로 날아갔다.검을 든 윤신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고수들을 보지도 않았다.그의 시선은 천천히 자기 손에 들린 붉은색 검으로 향했다.“18년 동안 널 검집에서 뽑아본 적이 없구나. 오늘 우리가 피를 볼 때가 된 것 같다.”그 검은 적염이라고 불리는 윤씨
윤신우는 30년 전 서울 최고의 절정이었다.그러나 그동안 단 한 번도 손을 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윤씨 일가의 무시무시함을, 윤신우의 엄청난 실력을 잊었다.윤신우는 아들을 위해 드디어 나섰다.단칼에 세가 중 하나인 홍씨 일가의 노인을 죽인 뒤 윤신우는 그제야 적염을 다시 검집 안에 넣었다.온몸이 빨갛고 살기가 강한 검은 검집 안으로 들어갈 때 억울한 듯 소리를 냈다.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적염을 검집에 집어넣은 뒤 윤신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윤구주 쪽의 엄청난 기운과 하늘을 뒤덮은 절정 기운을 바라보았다.“좋아! 절정에 들어서자마자 저 정도 기혈을 갖춘 걸 보면 확실히 날 초월한 것 같네.”흐뭇한 얼굴로 말한 뒤 윤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거의 된 것 같으니 이만 가봐야겠어.”그는 말을 마친 뒤 숲속에서 모습을 감췄다.마치 온 적 없는 듯 감쪽같이 말이다.윤신우가 떠난 뒤 윤구주의 방 안에서 엄청나게 큰 펑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횡포한 절정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절정이 되었다.그 기운이 나타나는 순간, 민규현은 온몸이 금빛으로 뒤덮였다.그의 동공과 몸에서 절정의 기운이 뿜어졌다.특히 그의 감지 능력은 절정에 오르자마자 전보다 한 배 이상 확장되었다.심지어 몸도 십 년 정도 더 어려진 것 같았다.절정에 오르면 내공이 절정 수준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수명 또한 500살까지 늘어난다.현재 민규현은 한결 젊어진 것 같았다.“저를 절정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하!”이미 절정에 오른 민규현은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내공을 회복하고 신급 절정이 된 민규현을 바라보면서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우리 화진에 신급 절정의 강자가 한 명 더 많아졌구나.”“이 모든 건 저하 덕분입니다!”민규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절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가서 내공을 시험해 봐!”윤구주는 갑자기 창밖을 바라보면서 기묘한 어조로 말했다.“알겠습니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