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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빌어먹을. 제발 그만 좀 짜증 나게 해! 나 잘 때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언제 밥 먹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야. 나가!”

나는 미처 피하지 못해 이마가 깨졌고 피가 많이 흘렀다. 지금도 그때 생긴 흉터가 남아 있다.

김선우는 사과도 없이 그냥 경고만 했다.

“내가 자는 동안은 절대 방해하지 마.”

그때 나는 멍청하게도 그게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지금 보면 결국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차이였을 뿐인데. 나는 진작에 이미 완전히 끝난 게임이었다.

--

펑!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열기구에 원인 모를 불이 났고 불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동시에 열기구가 급격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김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살려줘! 불이 났어!”

김선우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집에 불났으면 119에 전화해. 이런 거로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아니야! 난...”

그는 짜증스럽게 말을 끊었다.

“알았어! 난 유나랑 엑스레이를 찍어야 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전화는 또 끊겼다.

우리 관계에서 그는 항상 주도권을 쥐었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김선우의 사람 목숨이 걸렸다는 얘기와는 다르게 유나는 새 글을 올릴 여유도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아름다운 풍경을 봤어. 비록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너랑 같이 뛰니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 네가 있어서 행복해.]

사진은 병원이 아니라 그들이 스카이다이빙 했던 영상이었다.

영상을 끝까지 볼 틈도 없이 열기구의 불길이 금방 내 쪽으로 번져왔다.

더 이상 결정하지 않으면 불타는 고통과 급속히 떨어지는 공포를 동시에 겪어야 했다.

나는 고통스럽게 임신한 배를 쓰다듬었고 눈물은 시야를 가렸다.

“아가야, 이번 생은 엄마가 정말 미안하구나.”

나는 마지막으로 짧은 문자를 보내고 몸을 던졌다.

[이제 끝이야, 너희 잘 살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

순간 내 영혼은 병원으로 날아갔다.

유나는 한창 김선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아까는 심장이 너무 아파서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김선우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유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혜 언니는 괜찮아? 아까 계속 전화 오던데.”

“뭐 별일 있겠어? 대학교 동아리 때도 혼자 번지점프를 놀던 애야. 내가 스카이다이빙도 가르쳐 줬거든. 아까 집에 갔대. 집에 불이 났다고 하더라.”

유나의 얼굴이 긴장감으로 변했다.

“집이래? 집이 확실해?”

김선우는 잠깐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유나: “그럼... 불이 났다는데 집에 안 가봐도 돼?”

“119에 전화하라고 했어. 내가 돌아가도 불 못 끄잖아. 지금은 네가 환자니까, 네 생명이 더 중요해.”

그녀를 바라보는 김선우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나는 죽었는데도 가슴이 아팠다.

내 목숨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그는 한 마디 묻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내 상황을 무시했다.

그가 휠체어에 앉아 있던 2년 동안을 보살펴준 나에 대한 보답은 그저 차가운 무관심뿐이었다.

김선우는 유나를 돌보려고 휴가를 요청했지만, 팀장은 엄격하게 복귀를 명령했다.

나는 그를 따라 관광지 사무실로 갔다.

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가 A 구역에서 손님을 태우고 비행하라고 했어?”

A 구역은 지형이 험해서 열기구에 문제가 생기면 안전하게 착륙할 장소가 거의 없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정상적으로 낙하산을 펼쳐도 제대로 비상 착륙을 할 수 없었다.

김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손님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한 명은 제 여자친구고, 한 명은 제 친구예요. 제 여자친구는 스카이다이빙을 할 줄 알아서 문제없고요.”

팀장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하지만 구조팀에서 구조 요청을 받았는데 착륙지점에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대. 아마도 위치를 벗어나서 변을 당한 것 같아. 그 사람이 한다혜일 가능성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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