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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착륙?

나는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오늘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더 말할 틈도 없이 그는 전화를 끊었다.

나와 김선우의 관계는 늘 일방적이었다. 늘 나만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줄곧 제자리에 있었다.

우리 둘은 어릴 때부터 이웃이었고 나는 그를 10년 동안 짝사랑했다.

10년째 되던 해, 그는 불행히도 교통사고를 당해 하마터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질 뻔했다.

그의 전 여자친구 유나는 유학을 핑계로 그를 버리고 외국으로 떠났다.

그때부터 내가 밤낮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나는 그의 병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치료 방법을 찾고 재활 치료를 했다.

아마도 그런 내 정성이 그를 감동시켰는지 김선우는 나를 받아들였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는 행복했다.

그는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조금 더 많이 좋아했다.

우리가 사귄 지 1주년이 되던 날, 나는 케이크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그가 퇴근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중간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말했다.

“동료가 갑자기 쉬게 돼서 대신 근무 중이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열기구 타는 사람이 있어?”

“괜히 의심하지 마. 그냥 야근하는 거야. 열기구도 관리해야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언제 와?”

“조금 더 있다가 갈게.”

“알겠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었으니까 일찍 와.”

나중에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고 그는 대충 대답했다.

“조금 늦어.”

그 '조금 늦어'가 결국 새벽으로 이어졌다.

나는 몇 번이나 음식을 다시 데웠다. 그때 휴대폰에 갑자기 알림이 떴다.

유나가 올린 글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이번 생에 널 만난 건 정말 큰 축복이야.]

사진에는 향초가 찍혀 있었다.

댓글에 누군가 그 향초를 누가 줬냐고 묻자 유나가 대답했다.

[댓글을 단 옛날 친구 중 한 명이 오늘 DIY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준 거야. 내가 잠 못 잘까 봐.]

댓글은 온통 칭찬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나는 곧 댓글에서 김선우의 계정을 찾아냈다.

직감적으로 그가 유나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사귄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그는 나한테 한 번도 선물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나는 돌아오자마자 모든 게 그녀의 몫이 됐다.

나는 소파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3시, 술에 취한 김선우가 집에 들어왔다.

“아직도 안 자고 뭐 해?”

그에게서 술 냄새와 함께 은은한 라벤더 향이 났다.

나는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야근하느라 이렇게 늦은 거야?”

김선우는 식탁 위에 놓인 그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들을 보며 거짓말을 했다.

“동료가 대신 일한 거 고맙다고 밥 사줬어.”

저녁 내내 억눌렸던 감정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졌다.

“오늘 우리 1주년 기념일이라고 얘기 안 했어?”

김선우는 짜증이 나는 듯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굳이 기념일까지 챙길 필요는 없잖아.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기념일이 이렇게 많은데 하나하나 다 챙길 거야?”

나는 서운함에 눈물이 맺혔지만, 차마 울 수는 없었다.

“혹시 유나가 귀국한 거야?”

그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다혜야, 난 이미 너랑 사귀고 있잖아.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

그러게. 내가 더 이상 뭘 원하겠어?

그의 몸은 내 곁에 있지만, 그의 마음은 영원히 내 것이 아닌데.

김선우는 방으로 가서 자고 나는 소파에 앉아 혼자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유나가 심장이 불편하다며 문자가 왔다.

김선우는 피곤했지만, 짜증도 내지 않고 대충 옷을 걸치고 병원으로 갔다.

나는 우리가 처음 사귀었을 때가 생각났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가볍게 문을 밀고 그를 부르러 들어갔을 때 김선우는 눈을 번쩍 뜨더니 화를 내며 재떨이를 나한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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