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와 유나는 2인용 낙하산을 단단히 착용했다. 두 사람이 한 몸이 된 듯 묶이자 그녀는 안도감을 느꼈고 김선우는 그녀를 데리고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반면 나는 유일하게 남은 낙하산을 보며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낙하산에 큰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이다. 넌 이제 끝이야.나를 비웃듯 범인은 일부러 구멍을 낸 바늘까지 남겨두었다.열기구는 절벽 위를 천천히 지나갔고 나는 깊고 끝없는 심연을 내려다보았다.결국, 나는 그들의 바람대로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천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렸다.강렬한 중력의 끌림에 내 영혼은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내 영혼은 공중에 떠서 내 몸이 헝겊 인형처럼 짙은 안개를 뚫고 죽음으로 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지나간 일들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나는 스카이다이빙을 배우고 나서 바로 임신했다.원래는 김선우의 생일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아까도 나는 그에게 간절히 빌었다.“나 정말 임신했어. 제발, 나 먼저 데려가 줘.”하지만 김선우는 짜증스럽게 말했다.“유나는 고소공포증도 있고 심장도 약하니 난 그녀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거짓말도 타이밍을 봐가면서 해.”“정말 거짓말이 아니야!”그는 버럭 화를 냈다.“다혜야! 유나처럼 철 좀 들면 안 되겠니? 이제 그만 좀 해.”김선우는 내 말을 듣지 않고 낙하산의 안전 고리를 유나에게 연결했다.죽을 위기에 처한 나는 초조해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하지만 저 멀리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은 조금도 급해 보이지 않았다. 김선우는 오히려 낙하 속도를 늦추며 유나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내가 죽는 건 그렇다 치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내 아이는 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나는 즉시 구조 요청 전화를 걸었다.“한 여사님, 침착하세요. 일단 열기구 무게를 줄여서 속도를 늦춰야 해요. 필요 없는 물건을 다 던져버리세요.”나는 상담원의 지시에 따라 물건을 많이 던졌
착륙?나는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오늘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내가 더 말할 틈도 없이 그는 전화를 끊었다.나와 김선우의 관계는 늘 일방적이었다. 늘 나만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줄곧 제자리에 있었다.우리 둘은 어릴 때부터 이웃이었고 나는 그를 10년 동안 짝사랑했다.10년째 되던 해, 그는 불행히도 교통사고를 당해 하마터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질 뻔했다.그의 전 여자친구 유나는 유학을 핑계로 그를 버리고 외국으로 떠났다.그때부터 내가 밤낮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나는 그의 병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치료 방법을 찾고 재활 치료를 했다.아마도 그런 내 정성이 그를 감동시켰는지 김선우는 나를 받아들였다.힘든 시간이었지만 나는 행복했다.그는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조금 더 많이 좋아했다.우리가 사귄 지 1주년이 되던 날, 나는 케이크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그가 퇴근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저녁부터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중간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말했다.“동료가 갑자기 쉬게 돼서 대신 근무 중이야.”“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열기구 타는 사람이 있어?”“괜히 의심하지 마. 그냥 야근하는 거야. 열기구도 관리해야지”나는 다시 물었다.“그럼 언제 와?”“조금 더 있다가 갈게.”“알겠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었으니까 일찍 와.”나중에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고 그는 대충 대답했다.“조금 늦어.”그 '조금 늦어'가 결국 새벽으로 이어졌다.나는 몇 번이나 음식을 다시 데웠다. 그때 휴대폰에 갑자기 알림이 떴다.유나가 올린 글이었다.[오랜만에 만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이번 생에 널 만난 건 정말 큰 축복이야.]사진에는 향초가 찍혀 있었다.댓글에 누군가 그 향초를 누가 줬냐고 묻자 유나가 대답했다.[댓글을 단 옛날 친구 중 한 명이 오늘 DIY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준 거야. 내가 잠 못 잘까 봐.]
“빌어먹을. 제발 그만 좀 짜증 나게 해! 나 잘 때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언제 밥 먹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야. 나가!”나는 미처 피하지 못해 이마가 깨졌고 피가 많이 흘렀다. 지금도 그때 생긴 흉터가 남아 있다.김선우는 사과도 없이 그냥 경고만 했다.“내가 자는 동안은 절대 방해하지 마.”그때 나는 멍청하게도 그게 내 잘못인 줄 알았다.지금 보면 결국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차이였을 뿐인데. 나는 진작에 이미 완전히 끝난 게임이었다.--펑!커다란 소리와 함께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열기구에 원인 모를 불이 났고 불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동시에 열기구가 급격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김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살려줘! 불이 났어!”김선우는 느긋하게 대답했다.“집에 불났으면 119에 전화해. 이런 거로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아니야! 난...”그는 짜증스럽게 말을 끊었다.“알았어! 난 유나랑 엑스레이를 찍어야 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전화는 또 끊겼다.우리 관계에서 그는 항상 주도권을 쥐었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김선우의 사람 목숨이 걸렸다는 얘기와는 다르게 유나는 새 글을 올릴 여유도 있었다.[고마워, 덕분에 아름다운 풍경을 봤어. 비록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너랑 같이 뛰니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 네가 있어서 행복해.]사진은 병원이 아니라 그들이 스카이다이빙 했던 영상이었다.영상을 끝까지 볼 틈도 없이 열기구의 불길이 금방 내 쪽으로 번져왔다.더 이상 결정하지 않으면 불타는 고통과 급속히 떨어지는 공포를 동시에 겪어야 했다.나는 고통스럽게 임신한 배를 쓰다듬었고 눈물은 시야를 가렸다.“아가야, 이번 생은 엄마가 정말 미안하구나.”나는 마지막으로 짧은 문자를 보내고 몸을 던졌다.[이제 끝이야, 너희 잘 살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순간 내 영혼은 병원으로
김선우는 입을 열기가 부끄러웠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꺼냈다.“보세요. 방금 다혜가 저한테 보낸 문자예요. 그녀에게 혼자 스카이다이빙 하라고 했다고 일부러 나한테 삐져서 헤어지자고까지 하잖아요.”팀장도 젊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에 간섭하기는 어려웠다.“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규칙은 규칙이야. 앞으로 A 구역에서 비행하지 마. 사고 나면 관광지 전체가 피해를 본다고.”김선우는 멋쩍게 웃으며 사과했다.하지만 팀장은 여전히 불안했다.“네 마누라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건 알겠지만 규칙 어기고 권한을 남용하면 안 돼.”사실 어제는 유나가 김선우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A 구역으로 날아보자고 졸랐다.그녀는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우리 우정은 특별하니까, 당연히 특별한 길을 가야지.”김선우는 또 팀장에게 반 시간 동안 혼나고 3일 정직에 한 달 치 월급도 삭감됐다.그럼에도 그는 유나의 행동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구조 요청을 했다고 탓했다.내 영혼은 그의 뒤에 서서 그가 나와의 채팅창을 열고 화를 내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한다혜. 너 구조대에까지 전화했어? 이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스카이다이빙 같이 한 번 안 했다고 헤어지자고 하고 팀장님한테까지 나를 찌른 거야? 왜 그렇게 속이 좁아?][일이 커지니까 기분 좋냐? 왜 너는 유나 반만큼도 배려심이 없어?]내가 계속 답장을 하지 않자 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답장하든 말든, 나도 냉전 잘하거든.”선우야. 나도 정말 키보드를 집어 들어 네가 비열하고 사실을 왜곡한다고 욕하고 싶어. 하지만 난 이미 죽었어.저녁에 엄마가 김선우를 찾아갔다.“다혜가 전화를 안 받아. 혹시 여기에 있어?”김선우는 나에 대한 짜증을 숨기고 엄마에게 친절하게 대했다.“내 문자에도 답장 없어요.”엄마는 무언가 눈치채고 물었다.“너희 또 싸운 거야?”그의 침묵에 엄마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엄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너무 잔소리한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사고 나서 아플 때
김선우는 유나의 불안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도둑이 제 발 저리듯 유나는 경찰이 뭔가 단서를 발견했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김선우는 그런 유나를 달래며 말했다.“별일 아니야. 어차피 다혜가 벌인 일이니까 이따가 사실대로 말하면 돼.”김선우가 이렇게 내가 무사하다고 확신하니 유나도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다혜 언니... 도 진술서 쓰러 가?”“그럼. 문제 일으킨 사람이 다혜인데 당연히 그녀가 책임져야지. 근데 유나야, 너 이마에 땀이 왜 이렇게 많이 났어?”나는 참지 못하고 냉소를 지었다.살인범인 그녀는 발밑이 다 떨릴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었다.하지만 김선우는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다.“심장이 불편한 거야? 병원에 가볼래?”유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안이 너무 더워서 그래.”그녀가 추운지 더운지 김선우는 걱정하면서 나의 죽음엔 지금까지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유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끌려 경찰서에 갔지만 나는 없었다.경찰이 물었다.“한다혜 씨는 왜 안 왔나요?”김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다혜는 나한테 삐져서 구조 요청도 하고 헤어진다고 난동을 부린 거예요. 사실 별일도 아닌데 괜히 귀찮게 해드렸네요.”유나는 줄곧 김선우의 팔짱을 끼고 있어 아주 다정한 모습이었다.경찰이 말했다.“저는 이분이 여자친구인 줄 알았네요.”유나는 즉시 김선우와 거리를 두며 어색하게 말했다.“우린 그냥 친한 친구예요.”그러자 경찰이 김선우에게 물었다.“그럼 헬륨가스가 새었을 때, 친한 친구를 데리고 먼저 탈출하고 임신한 여자친구는 혼자 남겨두셨다는 건가요?”“제 여자친구는 스카이다이빙을 할 줄 알아요. 유나는 고소공포증이 있고 스카이다이빙 경험도 없어서 제가 먼저 데리고 탈출하는 수밖에 없었어요.”“그런데 한다혜 씨는 전화에서 낙하산이 구멍 났다고 하던데요.”김선우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그건 그냥 질투해서 하는 말이죠. 오늘도 나랑 싸우고
내 영혼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면 나는 그도 이렇게 심부름을 잘하고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자다가 중간에 깨워도 화를 내지 않았다.아팠던 마음은 차갑게 식었고 이제는 완전히 부서졌다.하지만 오늘 밤은 결코 평온한 밤이 아니었다.불붙은 열기구는 나무에 떨어져 산불이 발생했고 소방관들은 신속하게 출동해 불을 끄던 중, 내 시신을 발견했다.경찰은 제일 먼저 엄마와 김선우의 누나 김나정에게 연락했다.사실 김선우에게도 연락했지만, 그는 헌신하느라 휴대폰을 무음에 놓은 상태였다.김나정은 엄마를 부축했다. 엄마가 혼자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됐던 것이다.자식을 먼저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었다. 처음에 엄마는 믿지 않았다.그러다가 결국에는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알아보셨다. 그건 내 생일 때 엄마가 특별히 맞춤 제작해준 것이었다.내 끔찍한 모습을 목격한 엄마는 온몸을 떨며 울더니 기절했다.김나정은 동생에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동시에 두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결과에 그녀도 울음을 터뜨렸다.“다혜야, 만약 이게 선우 그 자식 때문이라면 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내가 살아 있었다면, 나는 그 쓸데없는 감정을 버리고 그를 멀리했을 것이다.내 시신은 장례식장에 놓였고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다.김나정은 엄마와 함께 김선우를 찾으러 갔다.한참을 찾아보니 그는 아침을 사다가 유나를 달래며 밥을 먹이고 있었다.그들의 이렇게 태연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자 화가 난 엄마는 그 자리에서 식탁을 뒤엎었다.“내 딸이 죽었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유나는 겁에 질려 그의 뒤에 숨었고 김선우는 내가 엄마를 부추겨서 소란을 피우는 거라고 여겼다.“아줌마, 제발 다혜랑 짜고 나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그녀가 함부로 신고해서 난 정직처분도 받았고 한 달 월급도 깎였어요. 좀 정도껏 해줬으면 좋겠어요.”김나정도 화가 나서 그에게 한 대 갈겼다. 그의 얼굴은 금세 부풀어 올랐다.누나가 동생을 때리다니.
유나는 얼굴을 감쌌고 김선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보호했다.“누나, 헛소문을 퍼뜨리려면 증거가 있어야 해. 혹시 다혜가 누나랑 손잡고 일부러 유나를 괴롭히려는 거 아니야? 나랑 유나는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인데 그렇게 속 좁게 굴 건 없잖아. 나는 다혜와 아이에게 책임을 질 것이니 유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위협도 안 돼.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냐고?”유나가 울자 김선우는 마음이 아팠다.“누나, 유나에게 사과해.”유나가 애처롭게 울며 말했다.“다 내 잘못이니 다혜 언니가 나를 괴롭히는 건 당연한 거예요. 편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혜 언니는 정말 좋겠어요.”김나정은 이런 순수한 척하는 여자를 가장 싫어했다.“천년 묵은 여우가 순수한 척하기는! 처음에 내 동생이 사고 나서 휠체어를 타고 있었을 때, 너는 토끼처럼 도망쳤잖아. 함께 고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남의 행복을 가로채려고 해?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김선우가 그녀 대신 변명했다.“누나, 말조심해. 유나는 심장이 안 좋아서 그때는 해외에 병 보이러 간 거야.”“병 보이러?”김나정은 마음이 아파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가난을 싫어하는 병이겠지. 잘 들어. 다혜는 뛰어내릴 때 망가진 낙하산을 꼭 안고 있었어. 그녀는 억울하게 죽은 거야. 시신은 장례식장에 있으니 믿지 못하겠다면 가서 확인해봐. 경찰은 이미 입건해서 조사하고 있으니 너희들 중에 용의자가 없기를 기도해.”김나정의 말에 유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이런 상황에서도 김선우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죽었다는 소리 그만해. 용의자가 어디 있어! 괜히 유나한테 겁주지 말고.”그의 유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선우 오빠, 나 심장이 너무 아파.”말하면서 그대로 쓰러질 듯하자 김선우는 깜짝 놀라 그녀를 부랴부랴 부축했다. “병원에 데려다줄게. 조금만 참아!”하지만 김나정은 그녀가 아픈 척한다고 욕하며 막아섰다. 그러자 급해진 김선우는 누나마저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은 고요하기만 했다.다시 그에게 문자를 보낼 기회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다음 생에서는 다시는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아.]유나가 떠난 이유인지 아니면 내 침묵이 김선우의 어떤 감정을 건드렸는지 그는 차를 타고 곧장 장례식장으로 향했다.입관사가 내 얼굴을 정리하는 동안, 엄마와 김나정은 옆에서 울고 있었다.내 시체를 보는 순간, 김선우는 완전히 멍해졌다.그가 가까이 가려던 찰나, 경찰이 그를 막았다.“가족이 아닌 분은 시신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눈물이 핑 돌면서 그는 거의 자제할 수 없이 외쳤다.“저 여자는 내 약혼녀예요!”경찰은 엄마의 신호를 받고서야 그를 들여보냈다.김선우는 내 시신 앞에 다가왔다. 창백하기 그지없는 내 얼굴을 보며 그는 자신이 말하던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죽었다는 걸 깨달았고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잔인한 현실에 그는 완전히 무너졌고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그는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다현아. 이건 사실이 아니야, 아닐 거야...”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엄마가 소리쳤다.“내 딸에게 손대지 마! 넌 자격이 없어!”엄마는 그를 강하게 밀쳤다.평소에 그렇게 힘이 센 남자가 이 순간에는 한 여자에게 밀려 힘없이 쓰러졌다.김선우는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다혜는 내 아이를 가졌는데 절대 죽을 리가 없지.”김나정은 그의 고집에 분노했다.“그래. 우리는 다 연극이고 너의 유나만이 가장 진실하고 착해. 그녀가 그렇게 착한데 또다시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간 거 아니야? 이번에는 '살인'이라는 병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어디 한번 보자.”김선우는 믿지 않았다.“유나가 사람을 죽일 리가 없어. 그녀는...”“너 스스로 믿어?”김나정은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김선우는 망설였다.김나정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녀가 죄가 없다면 왜 사건의 세부 사항을 듣고, 도망갔을까? 선우야, 인정해. 너도 너 자신을 설득하지 못해서 장례식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