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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거짓말
구름 위의 거짓말
Author: 강이

제1화

김선우와 유나는 2인용 낙하산을 단단히 착용했다. 두 사람이 한 몸이 된 듯 묶이자 그녀는 안도감을 느꼈고 김선우는 그녀를 데리고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반면 나는 유일하게 남은 낙하산을 보며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낙하산에 큰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이다.

넌 이제 끝이야.

나를 비웃듯 범인은 일부러 구멍을 낸 바늘까지 남겨두었다.

열기구는 절벽 위를 천천히 지나갔고 나는 깊고 끝없는 심연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나는 그들의 바람대로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천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렸다.

강렬한 중력의 끌림에 내 영혼은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 영혼은 공중에 떠서 내 몸이 헝겊 인형처럼 짙은 안개를 뚫고 죽음으로 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나간 일들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스카이다이빙을 배우고 나서 바로 임신했다.

원래는 김선우의 생일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아까도 나는 그에게 간절히 빌었다.

“나 정말 임신했어. 제발, 나 먼저 데려가 줘.”

하지만 김선우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유나는 고소공포증도 있고 심장도 약하니 난 그녀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거짓말도 타이밍을 봐가면서 해.”

“정말 거짓말이 아니야!”

그는 버럭 화를 냈다.

“다혜야! 유나처럼 철 좀 들면 안 되겠니? 이제 그만 좀 해.”

김선우는 내 말을 듣지 않고 낙하산의 안전 고리를 유나에게 연결했다.

죽을 위기에 처한 나는 초조해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하지만 저 멀리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은 조금도 급해 보이지 않았다. 김선우는 오히려 낙하 속도를 늦추며 유나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내가 죽는 건 그렇다 치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내 아이는 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

나는 즉시 구조 요청 전화를 걸었다.

“한 여사님, 침착하세요. 일단 열기구 무게를 줄여서 속도를 늦춰야 해요. 필요 없는 물건을 다 던져버리세요.”

나는 상담원의 지시에 따라 물건을 많이 던졌다.

“저희가 곧 열기구 조종사에게 연락할 테니, 통화를 유지해주세요.”

헬륨 가스가 새는 속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랐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제발 좀 빨리 와주세요. 시간이 없어요. 곧 절벽 쪽으로 떠밀려 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관광지 직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다혜 씨 맞으시죠? 김선우 씨는 지금 옆에 안 계시는가요?”

“그는 먼저 유나와 뛰어내렸어요. 제 낙하산은 구멍 났고요. 빨리 와서 구해 주세요.”

직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일이네요. 오늘 열기구 10개가 모두 예약되어서 조종사들은 전부 하늘에 있는 데다 한다혜 씨가 날고 있는 A 구역은 사람이 잘 안 타는 구역이기도 해서요.”

직원은 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분하게 대처 방법을 알려주었다.

“기압 밸브를 아세요? 가스를 빼서 최대한 고도를 낮추세요.”

열기구는 한창 절벽 위를 날고 있어 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가스를 빼면 나는 더 위험할 것이다.

“그럼 가스를 빼면 안 돼요. 열기구가 절벽 위에 있으면 너무 높아요.”

직원도 난감한 듯 멈칫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김선우 씨가 낙하했다면서요? 그가 돌아오면 바로 구하러 가라고 할게요.”

나는 마음이 타들어 갔다. 그가 이미 착륙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내 상황을 해결해줄 사람은 전문 조종사인 김선우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그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울면서 도움을 청했다.

“선우야, 제발 나 좀 구해줘...”

아직 낙하산이 구멍 났다는 말도 못 했는데, 그는 짜증을 내며 내 말을 가로챘다.

“임신한 척하더니 이제는 고소공포증까지 꾸미는 거야? 놀이동산에서 번지점프를 할 때 남자들도 감히 못 타는 걸 너는 아주 즐겁게 놀았잖아. 괜히 유나 때문에 질투한다고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 빨리 뛰어내려. 시간 끌지 말고.”

전화기 너머로 유나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우 오빠, 나 너무 어지럽고 심장도 너무 아파.”

그는 나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난 유나를 데리고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야겠어. 넌 착륙하면 알아서 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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