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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한편, 정가혜와 심형진이 막 체크아웃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려는데 이연석이 부랴부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숱이 많은 잔머리는 바람에 흐트러졌고 셔츠의 넥타이도 뒤틀려 엉망이 되어버렸다.

심형진은 그가 또 정가혜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줄 알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이연석에게 경고했다.

“또다시 함부로 굴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그런 위협은 이연석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그가 새빨개진 눈으로 심형진의 뒤에 숨어있는 그녀를 응시했다.

“누나랑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 늦은 고백이라고 생각할게요.”

“가혜 씨의 고백을 받았으니 나도 가혜 씨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나 가혜 씨 좋아해요. 아니 사랑하는 것 같아요.”

술에 취한 주정뱅이가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횡설수설하고 온몸에 술 냄새가 가득했다.

당사자인 그녀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을 알아듣더라도 바람둥이가 말한 사랑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제3자인 심형진은 한눈에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이제 와서 깨달은 남자의 사랑은 늦었지만 깊은 사랑이었다.

이 세상에서 이연석과 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이렇게 미친 듯이 쫓아다니면 당해낼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그녀를 자신의 뒤로 완전히 숨겨버렸다.

“이연석 씨, 가혜는 지금 내 여자 친구예요.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건 경우가 아닌 것 같네요.”

그를 힐끗 흘겨보는 이연석의 새까맣고 그윽한 눈동자에 경멸이 가득했다.

“아내가 아니라 그저 여자 친구일 뿐이죠. 그러니 나한테도 고백할 권리가 있는 겁니다.”

그는 심형진을 밀어내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심형진 씨한테 사과할게요. 나 좀 다시 좋아해 주면 안 돼요?”

갑자기 고개를 숙이는 그 모습에 그녀는 어리둥절해졌다.

이 사람이 선배한테 사과를 하겠다니?

늘 도도하고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던 그런 사람이 사과를?

멍하니 서 있는데 그가 몸을 돌려 심형진을 향해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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