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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승연은 두 사람이 떠나자 이연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 가혜 씨 마음은 이미 너한테서 떠났어. 이젠 남자 친구도 생겼으니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

최소한 반박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녀는 막냇동생이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예전의 동생은 꽤 행복해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의 막냇동생은...

눈을 내리깔고 애써 눈 밑의 감정을 감추고 있는 동생을 보며 그녀는 마음이 아팠고 그의 팔을 다독였다.

“괴로워하지 마. 인생은 길어. 언젠가는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그래요?”

그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데 예전과 같은 무심한 얼굴이었다.

“누나. 나 노력한 거예요. 맞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확실히 노력했었으니까.

어렸을 때, 체격이 작았던 이연석은 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

한번은 화를 참지 못하고 뚱뚱한 친구를 심하게 때린 적이 있었다.

학교 교장이 학부모를 불러왔고 두 어린이에게 서로 사과하라고 했었다.

근데 뚱뚱한 아이가 사과를 하자 이연석은 죽어도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렇게 고집이 센 사람이 정가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심형진에게 고개까지 숙였으니. 그한테는 참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천천히 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몰랐다.

“날 버린 여자이니 나도 이젠 그 여자 버릴 거예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조금 전까지도 미친 듯이 달려들어 사과를 하던 사람이 지금은 또 멀쩡한 듯했다.

그와 이승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 이승하는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었지만 이연석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더 충실한 사람이었다.

이성보다 감성이 더 앞서는 사람은 결국 큰코다치게 될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걸 쉽게 생각하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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