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22화

“소준섭 씨!”

정신이 든 주서희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고 싶어 했다.

“쉿.”

소준섭은 가늘고 긴 손가락을 입술 위에 올리며 ‘조용히 하라’는 동작을 한 뒤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크게 소리치는 걸 보니, 내가 너무 기분 좋게 해줬나 보네...”

“미쳤어요?”

소준섭은 웃으며 손가락을 입술에서 떼어내고 주서희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얀 피부 위를 유영하는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서희야, 너 예전에도 침대에서 나를 미쳤다고 욕했잖아. 넌 정말 변하지 않았구나...”

“입 다물어요!”

소준섭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전화는 계속 연결된 상태였고, 상대방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주서희는 윤주원이 계속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준섭 씨, 전화 끊어줘요.”

손과 발이 묶인 그녀는 돌아서서 소준섭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모욕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윤주원에게 상처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는 아무 죄가 없었으니까.

그녀를 벌하려고 했던 소준섭이 전화를 끊을 리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번지고 있었지만 하는 짓은 짐승보다 더 끔찍했다.

그는 한 손으로 주서희의 허리를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어 두 사람이 몸을 섞는 소리를 윤주원에게 들려주려고 했다.

소준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주서희는 갑자기 눈이 빨개지더니 침대 시트 위로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윤주원, 제발... 끊어줘...”

‘소준섭 같은 변태는 전화를 끊지 않을 거니까, 윤주원, 제발 네가 끊어줘. 더 이상 듣지 마...’

지금의 그녀는 마치 모든 화려한 겉모습을 벗겨낸 채 가장 추악한 내면을 드러낸 것 같았다.

아무런 존엄도 남지 않은 그녀는 이 세상에서 살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윤주원의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의 윤주원은 결국 거칠고 폭력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몇 번이고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