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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어슴푸레 동이 튼 아침, 침대에 누워있던 주서희는 어렴풋이 눈을 떴고 창밖으로 갈매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양쪽 창문으로 들어오자 실내의 향이 담백한 맛을 자아냈다.

그녀가 좋아하는 향기였고 그녀가 좋아하는 바다 풍경이었고 집안의 인테리어조차도 그녀가 한때 꿈꾸었던 신혼집 인테리어였다.

그러나 그것은 다 지나간 일일 뿐. 뒤늦게 찾아온 진심에 대해 그녀는 늘 외면해 왔지만 그 사람은 계속 과거에 살고 있는 듯했다.

방문이 열리고 보라색 셔츠를 입은 소준섭이 우유와 빵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한동안 갇혀 있더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잘생긴 얼굴이 지금은 눈 밑이 어두웠고 그늘이 져 있었다.

그가 허리를 굽혀 아침 식사를 침대 머리맡에 놓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침대에 누워 자는 척하고 있는 주서희를 쳐다보았다.

“일어났으면 뭐 좀 먹어.”

그녀를 구청 앞에서 데려온 후, 그는 그녀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을 가린 채 그녀를 배에 태우고 섬으로 왔다. 그러고는 그녀를 밀폐된 방에 가두어 두었다.

밤새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부어도 그는 상대조차 하지 않았고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윤주원과 왜 결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일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그녀는 그를 외면한 채 눈을 내리깔고 묶여있는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았다.

손과 발이 밧줄에 묶인 채 밤새 몸부림치다가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안 일어날 거야? 내가 직접 먹여줘?”

그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목시계를 벗어 던진 뒤 침대에 반쯤 꿇어앉아 주서희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머리맡에 놓인 우유를 들고 그녀의 입에 부었다.

그녀가 마시려 하지 않고 입술을 꼭 다물고 있으니 우유가 입가로 흘러내려 소준섭의 옷을 적셨다.

우유가 묻은 옷을 보고 그가 깊고 음험한 눈을 들어 그녀를 차갑게 훑어보았다.

“정말 안 먹을 거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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