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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그녀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승하 씨, 내가 당신의 아이를 낳으면 그땐 날 보내줄 건가요?”

고통에 빠져있던 남자는 그녀의 말에 몸이 굳어졌고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쳐다보지 못하였다.

그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 아이를 낳고 나면 그땐 떠나게 해줘요.”

이승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차가워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핏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던 그가 차갑고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이 낳지 마. 당신... 보내줄게.”

마지막 한 마디를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어렵게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그가 미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놓아줘야만 했다.

처음부터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은 그였다. 그녀한테서 엄마가 될 자격을 빼앗아버린 사람도 그였다.

이런 치명적인 잘못은 평생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이리 늘 불행한가 보다.

이 모든 건 다 그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서유는 의아한 표정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를 쳐다보았다.

‘날 보내준다고? 아이도 낳을 필요 없이? 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 때문에 이러는 건가?’

그가 왜 갑자기 허락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럼 나 언제 떠날 수 있어요?”

이승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몸이 회복되면 공항에 데려다줄게.”

그 말에 서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진 그녀를 보고 이승하는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 당신한테 그런 약 먹게 해서.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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