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서유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고 이승하는 그녀의 옆에서 세심하게 그녀를 돌보았다.퇴원 당일,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 씻는 동안 이승하는 버티지 못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밖에서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그는 경호원을 밀어내고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차 대기시켜.”그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경호원은 그의 분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갔다.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잠시 후, 욕실을 나온 그녀는 몸이 불편한 듯 눈을 감은 채 소파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옷을 껴안고 그를 향해 다가갔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가 아파. 조금 앉아 있다가 별장에 데려다줄게.”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다시 한번 쳐다보며 물었다.“의사 선생님 불러줄까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손을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치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돌아서서 병실에 있는 옷가지를 챙겼다. 잠시 후, 경호원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차 준비되었습니다.”다시 눈을 뜬 이승하는 경호원에게 자신을 부축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의 옆에서 오랫동안 그를 보필해 온 경호원은 그의 눈빛 하나만으로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렸고 냉큼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이승하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소파에서 일어나 몸을 안정시킨 후 등지고 서 있는 서유를 향해 걸어갔다. “짐은 다 썼어?”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있는 상자를 들어 올리려고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 이승하가 그녀를 막아서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런 건 경호원들 시켜.”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그는 경호원들에게 짐을 정리하라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와 함께 더 있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걸지도 모른
차는 곧 공항에 도착하였고 서유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그가 그녀의 손을 빠르게 잡아당겼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쥐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그녀가 말을 하려할 때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당신 배웅하고 갈 거니까 거절하지 마.”그는 그녀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경호원에게 그녀의 물건을 가져오라고 한 후 직접 그녀를 공항 안까지 데려다주었다.공항 안에 앉아 있는 심이준을 발견한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고 옆에 있던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쯤에서 돌아가요.”이내 그녀가 한 마디 더 보탰다.“그동안 고마웠어요.”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빼려고 하는데 그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몇 번 발버둥 치던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또 약속 안 지킬 거예요?”이승하는 고개를 흔들며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그녀에게 애원했다. “서유, 한 번만 더 나 좀 안아줄래?”그 말에 독하게 마음먹었던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안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그녀를 보고 그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고 힘없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가. 뒤돌아보지 말고.”그녀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경호원의 손에서 캐리어를 건네받은 뒤, 망설임없이 뒤돌아서서 심이준의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아담한 뒷모습을 보면서 이승하는 눈시울이 붉여졌다. 그녀는 결국 그를 버리고 떠났다...물거품처럼 모든 것이 그만의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친 몸을 힘겹게 가누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들어 경호원의 어깨에 얹었는데 갑자기 복부에서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뒤집힐 정도로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전해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그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대표님.”깜짝 놀란 경호원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는 다른 경호원들을
임무 때문에 귀국하려던 강세은은 마침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피를 토하고 있는 이승하를 발견하게 되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고 하이힐을 신은 채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승하를 쳐다보고는 경호원을 향해 물었다.“이 대표님, 왜 이러시는 거예요?”경호원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젓더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경호원의 시선을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서유를 쳐다보고는 이내 동정 어린 표정으로 이승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의 말대로 이승하는 사랑에 목숨 거는 사람이었다.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그녀는 좋은 마음으로 경호원에게 당부했다.“공항 부근에 우리 병원이 있어요. 대표님 모시고 가서 링거라도 맞게 해요.”할 수만 있다면 머리에도 침을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때문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양아버지는 이승하가 초등학교 때부터 비밀리에 모든 것을 기획해 왔다. 이것은 양아버지가 평생 심혈을 기울인 것이었고 결코 저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강세은은 경호원에게 당부한 뒤 전용기를 타러 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이때, 그녀는 먼 곳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성이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질투심에 가득 찬 성이나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았다.‘설마 성이나가 이 대표님한테...’강세은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로 항상 그녀의 곁에 붙어 다니던 여자 경호원을 쿡쿡 찔렀다. “가람아, 저 여자에 대해 좀 알아봐.”변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캐리어를 그녀한테 넘기고 이내 자리를 떴다. 한편, 강세은은 캐리어를 붙잡고 다시 한 번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이 대표님, 몸 잘 챙기세요. 그럼 전 이만.”서유밖에 안 보이는 이승하는 강세은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듣지 못했다. 그는 서유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돌아보기를 바랐고 또 한편으로는 그녀
당황한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꼬리가 밟혔다는 걸 깨닫고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구역질 나는 걸 참으며 그녀의 손목을 꺾었다.“말해.”손목이 부러진 성이나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이승하의 잔인함을 본 적이 없던 그녀는 단지 그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가 가녀린 여자를 때릴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 못하였다. 아직 진실을 모르고 있는데도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데 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 생각에 성이나는 고통을 참으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공항에서 봤어. 서유 씨를 보내고 네가 피를 토하는 모습 말이야. 두 사람이 헤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서유가 귀국한 건 일 때문이고 내가 피를 토한 건 위가 안 좋기 때문이야. 우리 두 사람이 헤어졌다니?”그 말에 흠칫하던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목 통증 때문이 아니라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거다. 그녀는 두 사람이 헤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이승하를 찾아오는 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든 거잖아.’이승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바로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가 그녀의 손을 밀치며 차갑게 말했다.“밖에 누구 없어?”바로 이때, 방금 병원으로 달려온 택이가 이승하의 목소리를 듣고 이내 경호원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보스, 무슨 일이십니까?”이승하는 손목을 잡은 채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고 있는 여인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분 안에 이 여자의 입을 열어.”지시를 받은 택이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들은 즉시 성이나를 잡고 욕실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뒤돌아보면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승하라는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이었다. 고작 말 한마디 잘못한 것뿐인데 그는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화를
말을 마친 경호원은 천천히 몸을 곧게 세우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엎드려 미친 듯이 손으로 손목을 누르는 성이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승하가 이렇게까지 똑똑하고 잔인할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 일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그가 다쳤으니 그를 돌보면서 그와 정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성이나는 속으로 깊이 후회하면서 피가 멈추지 않는 손목을 다급히 쳐다보았다. 지금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 죽는 것을 선택하면 어쩌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그래서...“그래요, 말할게요.”성이나는 고개를 들고 경호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일단 의사부터 불러줘요.”경호원은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우리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요.”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어쩔 수 없이 화를 삼켜야 했다. 이내 그녀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이승하한테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경호원 중 한 명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재빨리 욕실을 나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 “대표님, 대표님께서 직접 문자 확인하시라고 합니다.”핸드폰을 건네받은 이승하는 문자를 확인했다.그 안에는 그와 서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문자 말고도 예전에 학교에서 강세은과 만났을 때 몰래 찍힌 사진도 있었고 악의적으로 합성한 수많은 파격적인 침대 위의 사진도 있었다.이를 본 이승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눈 밑에 서늘함이 가득했다. 그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그가 강세은의 사람들에게 막힌 후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사진과 커플 식당이라는 네 글자였다.그냥 평범한 레스토랑인데 성이나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서유한테 일부러 커플 레스토랑이라고 하면서 서유를 자극했다. 그날, 서유한테 조직에 일이 있어서 제때 돌아오지 못한 거라고 설명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
병원 안. “이 여자 끌어내.”차가운 이승하의 목소리에 택이는 몸을 살짝 떨었다. 오늘은 보스께서 직접 나설 모양인 듯하다. 지시를 받은 택이는 직접 욕실로 가서 그녀의 부러진 손을 잡고 이승하의 앞까지 끌고 갔다.그녀는 지혈된 손목을 감싸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온몸에 살기가 도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죽은 사람을 보듯 성이나를 쳐다보고는 손바닥을 펼쳤다.그 순간, 뒤에 있던 택이가 즉시 금색 칼을 꺼내 그의 손바닥에 놓아주었다. 이승하는 손에 작은 칼을 들고 칼끝으로 유리 탁자 위에 놓인 달러를 가르켰다. “100억이야. 서유의 등 피부를 회복하게 해준 대가로 주는 돈이야. 이제 너한테 진 빚은 다 갚았어.”한 무더기의 달러를 보고 그녀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승하가 돈으로 은혜를 갚았다는 건 설마... 그녀가 '살인'이라는 걸 생각하기도 전에 이승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은혜는 다 갚았으니 이제는 원한을 풀어야지.”이승하는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칼을 문지른 후 새빨간 눈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순식간에 칼끝으로 그녀의 손끝을 베었다. “이 열 손가락으로 서유에게 문자를 보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손끝에서 엄청난 고통이 전해진 성이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아악. 내 손 망가뜨리지 마.”메스를 들어야 하는 손이었고 절대 망가질 수 없는 손이었다. 그러나 이승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의 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경호원에게 눌린 성이나는 고개를 쳐들고 병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누군가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바로 이때, 택이가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성이나 씨, 쓸데없이 힘 빼지 말아요. CCTV도 그렇고 이 층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이미 다 깨끗하게 처리했으니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으니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
이승하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를 쉽게 믿었던 건 서유가 그 때문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예전에 그는 그녀한테 엄청난 상처를 줬었다. 상처투성이인 마음이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한테 믿음이 있겠는가?그는 성이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작은 칼을 움켜쥐고 그녀의 다른 손을 베려고 했다.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승하를 보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 때문이야. 네가 그 여자한테 차갑게 대해서 그 여자가 너한테 실망한 거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그녀의 말에 그는 안색이 굳어졌다.‘내가 언제 서유를 차갑게 대했던가?’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는 칼을 들어 그녀의 손끝을 힘껏 찔렀다.“똑바로 말해.”그녀는 이게 자신이 목숨을 부지하는 무기라는 생각에 쉽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날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면 말해줄게.”이승하는 약속하면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입만 뗀다면 그녀는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자신감 넘치는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알려줄 필요 없어요, 내가 다 알아냈으니까.”빨간 롱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팔짱을 낀 채 여자 경호원을 데리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넣은 CCTV를 택이에게 던져주고 이승하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었다.“이 대표님, 먼저 진실부터 확인해요. 이 여자 혼 좀 내게 나한테 시간 내줘요.”그 말에 성이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강세은을 올려다보았다.“강세은 씨, 당신한테 미움을 산 적도 없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혼내는 거예요?”강세은은 성이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변가람이 건네준 하얀 장갑을 받아 천천히 장갑을 꼈다. 그러더니 성이나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그녀를 바닥에서 들어 올려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왜 때리냐고요?”“당신이 고의로 만든 사진 때문에 내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졌으니 혼 내야죠?”“당신이
속으로 혀를 차던 강세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서유 씨도 용감한 것 같더라고요. 잠깐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어요. 아마도 당신한테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섰죠.”“이건 내 탓이에요. 누군가 엿들을까 봐 레스토랑 전체를 빌렸었거든요. 그리고 조직의 사람들이 언제든지 날 찾아올까 봐 경호원들에게 초대장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했었어요. 알잖아요. 초대장은 조직의 암호...”CCTV 화면은 이내 서유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걸 성이나가 제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를 보고 강세은은 또다시 성이나의 뺨을 내리쳤다.“그 레스토랑에 LOW-E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신은 서유 씨한테 말해주기는커녕 그녀를 막았어요. 정말 괘씸하군요.”성이나는 반격할 힘도 없었고 손가락과 손목 그리고 뺨에서 전해진 고통으로 인해 바닥에 엎드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뺨을 때리고 난 뒤, 강세은은 고개를 돌려 온몸을 떨고 있는 이승하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미안해요. 레스토랑을 나올 때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 있도록 무선 이어폰을 착용해 달라고 요청했었어요. 그래서 서유 씨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온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죠. 게다가 그날 밤 빗소리가 너무 커서 본사와 연락하고 있었던 우리는 전혀 그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말 한마디 없이 CCTV를 주시하고 있던 이승하는 서유가 그의 뒤를 따라오다가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해 넘어져 더러운 물구덩이에 빠진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 눈시울을 붉혔다.서유는 레스토랑에 갔을 뿐만 아니라 그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태블릿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은 벌벌 떨렸고 그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화면에 있는 여인의 모습을 어루만졌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호텔로 향했다.서유는 크게 상처를 받았어도 여전히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