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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한참 동안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던 이승하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떠났다.

별장으로 돌아온 그는 부엌으로 가서 백합죽 한 솥을 끓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죽을 끓이는 것처럼 온갖 정성을 쏟았다.

죽을 다 끓인 후 그는 도시락통에 죽을 넣고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를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 피곤했던 서유는 이미 한잠 자고 일어난 상태였다.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병실로 들어오는 그를 발견하고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승하는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침대 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작은 그릇을 하나 꺼내 백합죽 한 그릇을 담았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서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 많이 고프지?”

그녀는 눈초리를 가늘게 떨며 대답이 없었다. 이승하는 침대를 일으키고 죽 한 숟가락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입도 벌리지 않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조금이라도 먹어.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

그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듯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

서유는 입을 벌리고 그가 건넨 죽을 조금씩 먹었다.

그녀에게 죽을 먹이고 그는 반찬을 몇 가지 집어 그녀에게 주었다.

서유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그가 주는 대로 다 먹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돌아간 듯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이 평온한 겉면 아래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잠시 후, 그녀가 거의 다 먹은 것을 보고 이승하는 그릇을 내려놓고 눈을 치료하는 약을 꺼내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댔다.

“약 먹어.”

서유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벌렸고 약을 입에 넣자마자 그가 물을 건네주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약을 모조리 삼키자 그가 휴지를 꺼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이전의 광기 어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없이 다정다감한 그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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