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꼬리가 밟혔다는 걸 깨닫고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구역질 나는 걸 참으며 그녀의 손목을 꺾었다.“말해.”손목이 부러진 성이나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이승하의 잔인함을 본 적이 없던 그녀는 단지 그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가 가녀린 여자를 때릴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 못하였다. 아직 진실을 모르고 있는데도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데 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 생각에 성이나는 고통을 참으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공항에서 봤어. 서유 씨를 보내고 네가 피를 토하는 모습 말이야. 두 사람이 헤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서유가 귀국한 건 일 때문이고 내가 피를 토한 건 위가 안 좋기 때문이야. 우리 두 사람이 헤어졌다니?”그 말에 흠칫하던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목 통증 때문이 아니라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거다. 그녀는 두 사람이 헤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이승하를 찾아오는 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든 거잖아.’이승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바로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가 그녀의 손을 밀치며 차갑게 말했다.“밖에 누구 없어?”바로 이때, 방금 병원으로 달려온 택이가 이승하의 목소리를 듣고 이내 경호원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보스, 무슨 일이십니까?”이승하는 손목을 잡은 채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고 있는 여인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분 안에 이 여자의 입을 열어.”지시를 받은 택이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들은 즉시 성이나를 잡고 욕실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뒤돌아보면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승하라는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이었다. 고작 말 한마디 잘못한 것뿐인데 그는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화를
말을 마친 경호원은 천천히 몸을 곧게 세우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엎드려 미친 듯이 손으로 손목을 누르는 성이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승하가 이렇게까지 똑똑하고 잔인할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 일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그가 다쳤으니 그를 돌보면서 그와 정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성이나는 속으로 깊이 후회하면서 피가 멈추지 않는 손목을 다급히 쳐다보았다. 지금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 죽는 것을 선택하면 어쩌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그래서...“그래요, 말할게요.”성이나는 고개를 들고 경호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일단 의사부터 불러줘요.”경호원은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우리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요.”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어쩔 수 없이 화를 삼켜야 했다. 이내 그녀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이승하한테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경호원 중 한 명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재빨리 욕실을 나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 “대표님, 대표님께서 직접 문자 확인하시라고 합니다.”핸드폰을 건네받은 이승하는 문자를 확인했다.그 안에는 그와 서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문자 말고도 예전에 학교에서 강세은과 만났을 때 몰래 찍힌 사진도 있었고 악의적으로 합성한 수많은 파격적인 침대 위의 사진도 있었다.이를 본 이승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눈 밑에 서늘함이 가득했다. 그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그가 강세은의 사람들에게 막힌 후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사진과 커플 식당이라는 네 글자였다.그냥 평범한 레스토랑인데 성이나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서유한테 일부러 커플 레스토랑이라고 하면서 서유를 자극했다. 그날, 서유한테 조직에 일이 있어서 제때 돌아오지 못한 거라고 설명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
병원 안. “이 여자 끌어내.”차가운 이승하의 목소리에 택이는 몸을 살짝 떨었다. 오늘은 보스께서 직접 나설 모양인 듯하다. 지시를 받은 택이는 직접 욕실로 가서 그녀의 부러진 손을 잡고 이승하의 앞까지 끌고 갔다.그녀는 지혈된 손목을 감싸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온몸에 살기가 도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죽은 사람을 보듯 성이나를 쳐다보고는 손바닥을 펼쳤다.그 순간, 뒤에 있던 택이가 즉시 금색 칼을 꺼내 그의 손바닥에 놓아주었다. 이승하는 손에 작은 칼을 들고 칼끝으로 유리 탁자 위에 놓인 달러를 가르켰다. “100억이야. 서유의 등 피부를 회복하게 해준 대가로 주는 돈이야. 이제 너한테 진 빚은 다 갚았어.”한 무더기의 달러를 보고 그녀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승하가 돈으로 은혜를 갚았다는 건 설마... 그녀가 '살인'이라는 걸 생각하기도 전에 이승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은혜는 다 갚았으니 이제는 원한을 풀어야지.”이승하는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칼을 문지른 후 새빨간 눈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순식간에 칼끝으로 그녀의 손끝을 베었다. “이 열 손가락으로 서유에게 문자를 보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손끝에서 엄청난 고통이 전해진 성이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아악. 내 손 망가뜨리지 마.”메스를 들어야 하는 손이었고 절대 망가질 수 없는 손이었다. 그러나 이승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의 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경호원에게 눌린 성이나는 고개를 쳐들고 병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누군가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바로 이때, 택이가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성이나 씨, 쓸데없이 힘 빼지 말아요. CCTV도 그렇고 이 층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이미 다 깨끗하게 처리했으니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으니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
이승하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를 쉽게 믿었던 건 서유가 그 때문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예전에 그는 그녀한테 엄청난 상처를 줬었다. 상처투성이인 마음이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한테 믿음이 있겠는가?그는 성이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작은 칼을 움켜쥐고 그녀의 다른 손을 베려고 했다.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승하를 보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 때문이야. 네가 그 여자한테 차갑게 대해서 그 여자가 너한테 실망한 거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그녀의 말에 그는 안색이 굳어졌다.‘내가 언제 서유를 차갑게 대했던가?’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는 칼을 들어 그녀의 손끝을 힘껏 찔렀다.“똑바로 말해.”그녀는 이게 자신이 목숨을 부지하는 무기라는 생각에 쉽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날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면 말해줄게.”이승하는 약속하면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입만 뗀다면 그녀는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자신감 넘치는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알려줄 필요 없어요, 내가 다 알아냈으니까.”빨간 롱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팔짱을 낀 채 여자 경호원을 데리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넣은 CCTV를 택이에게 던져주고 이승하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었다.“이 대표님, 먼저 진실부터 확인해요. 이 여자 혼 좀 내게 나한테 시간 내줘요.”그 말에 성이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강세은을 올려다보았다.“강세은 씨, 당신한테 미움을 산 적도 없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혼내는 거예요?”강세은은 성이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변가람이 건네준 하얀 장갑을 받아 천천히 장갑을 꼈다. 그러더니 성이나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그녀를 바닥에서 들어 올려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왜 때리냐고요?”“당신이 고의로 만든 사진 때문에 내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졌으니 혼 내야죠?”“당신이
속으로 혀를 차던 강세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서유 씨도 용감한 것 같더라고요. 잠깐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어요. 아마도 당신한테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섰죠.”“이건 내 탓이에요. 누군가 엿들을까 봐 레스토랑 전체를 빌렸었거든요. 그리고 조직의 사람들이 언제든지 날 찾아올까 봐 경호원들에게 초대장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했었어요. 알잖아요. 초대장은 조직의 암호...”CCTV 화면은 이내 서유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걸 성이나가 제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를 보고 강세은은 또다시 성이나의 뺨을 내리쳤다.“그 레스토랑에 LOW-E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신은 서유 씨한테 말해주기는커녕 그녀를 막았어요. 정말 괘씸하군요.”성이나는 반격할 힘도 없었고 손가락과 손목 그리고 뺨에서 전해진 고통으로 인해 바닥에 엎드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뺨을 때리고 난 뒤, 강세은은 고개를 돌려 온몸을 떨고 있는 이승하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미안해요. 레스토랑을 나올 때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 있도록 무선 이어폰을 착용해 달라고 요청했었어요. 그래서 서유 씨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온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죠. 게다가 그날 밤 빗소리가 너무 커서 본사와 연락하고 있었던 우리는 전혀 그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말 한마디 없이 CCTV를 주시하고 있던 이승하는 서유가 그의 뒤를 따라오다가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해 넘어져 더러운 물구덩이에 빠진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 눈시울을 붉혔다.서유는 레스토랑에 갔을 뿐만 아니라 그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태블릿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은 벌벌 떨렸고 그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화면에 있는 여인의 모습을 어루만졌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호텔로 향했다.서유는 크게 상처를 받았어도 여전히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문득 그녀가 전에 서재에 가서 그림 도구를 찾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 서유는 이미 잃어버린 물건들을 발견한 것은 아닌지? 그저 못 본 척한 건 아닌지? 그와 정말로 함께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닌지...그가 또다시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서유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빌미로 그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고 장난이라는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그녀를 강요하고 가둬두고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와 아이를 낳으려고 했다. 가뜩이나 상처가 깊은 서유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실망스러웠으면 그와 말한마디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았겠는가?정말 어리석었다. 그녀와 관련된 일이라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감정도 이성도 제대로 통제가 안 됐다. 이승하는 손을 떨며 태블릿을 버린 뒤,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미친 듯이 후회했다. 그와 그녀 사이의 문제는 단순히 오해뿐만이 아니었다. 서유의 마음은 한 번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되었고 다시 회복되기가 어려웠다. 한편, 옆에 있던 강세은은 그런 그의 모습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이 대표님, 제가 귀국해서 서유 씨한테 잘 설명할게요. 다만 조직이나 신분에 대해 밝힐 수가 없어서 설득력이 부족할 거예요. 하지만 최대한 확실히 설명할게요.”비록 사랑에 목숨 거는 이승하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것이니 그녀는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때, 바닥에 쓰러져있던 성이나는 강세은이 계속 조직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이내 그들이 숨기고 있는 신분에 대해 눈치챘다. 두 사람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그녀가 찢어진 손가락을 들어 두 사람을 가리키며 그들을 위협했다. “아버지한테서 들었던 적이 있어. 국제적으로 ‘S’라는 조직이 있는데 그 배후에 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이젠 내가 모든 걸 알게 되었으니 두 사람 이제 두고 봐. 반드시 두 사람의 가면을 벗겨 패가망신 당하게 할 거야.”그녀의 떠들썩한
이승하의 뜻은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나서지 말라는 뜻이었다.차라리 이러는 것이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른다. 남녀 사이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들거니와 진정성이 더 돋보일 테니까.하지만 강세은은 여전히 걱정됐다. 이승하가 행여나 해명을 위해 조직 일을 말하고 정체를 드러낼까 봐...몇 초간 고민하던 강세은은 이승하에게 당부했다.“대표님, 대표님께서 정체를 드러내시면 S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해명해주세요.”이승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난 서유를 믿어.”이승하는 서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얘기해 줄 생각이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조직 활동에도 제약이 없게 되고 서유도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강세은은 그에게 지독한 팔불출이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하지만 결국은 아무 말 하지 않고 택이에게 슬쩍 눈치를 주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병실을 나갔다.택이는 그녀의 눈짓을 받고 기절한 성이나 쪽을 한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는 일단 성이나 씨를 데리고 나가겠습니다.”소파에 앉은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이에 택이는 두 명의 경호원에게 성이나를 끌고 나갈 것을 명하고 자신은 그 틈을 타 코너를 돌아 병실 밖으로 나왔다.나와보니 강세은이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그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께서 정체를 드러낼 일 없게 옆에서 잘 지켜봐 주세요.”택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몰론 그렇게 할 겁니다만 제 말을 들으실지는 보장 못 하겠네요.”강세은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택이를 향해 손을 저었다.“이만 가보세요.”당부할 건 이미 다 했다. 이승하가 기어코 정체를 드러내겠다고 하면 이제는 서유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강세은은 변가람이 성이나 일을 처리한 걸 확인한 뒤 캐리어를 끌고 병원을 떠나 비행기 장으로 향했다.병실 안,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주무르며
그 시각 한창 연구에 매진하던 이윤재는 전화벨 소리에 장갑을 벗더니 작업복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러고는 발신자가 이승하라는 걸 보자마자 서둘러 밖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형, 이제야 연락이 되면 어떡해요. 이연석 그놈이 지금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고요. 내가 진짜 그놈 때문에 요즘 아주 미치겠...”이윤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승하가 입을 열었다.“너 지금 당장 워싱턴으로 와야겠다. 나 대신 이쪽 업무를 맡아.”이윤재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심각해진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원래 NASA 쪽 적임자로 이윤재가 가장 먼저 거론되었지만 결국은 이승하가 맡았다. 그런데 지금 또 그 업무를 자신한테 준다고 하니 이건 큰일이 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혹시 이연석 그놈이 JS 그룹을 팔아버리기라도 한 건가?잔뜩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기다리는 데 들려오는 건 간단한 명령이었다.“지금 당장 이쪽으로 와.”이승하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더니 택이를 바라보았다.“지금 바로 전용기 준비해.”그는 지금 한시라도 빨리 서유를 만나고 싶었다.택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우미에게 짐을 싸라고 명령한 다음 NASA 쪽에도 연락을 넣었다.업무 휴대폰에는 지속해서 메시지가 날아들었고 이승하는 이에 눈썹을 찌푸리더니 아무 휴대폰이나 들어 쭉 훑었다.그러다 4개월 전 주서희가 보내온 메시지를 보더니 눈빛이 흔들렸다.서유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니? 그때 분명 송사월이 있는 걸 보고 이곳으로 온 건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송사월이 돌봐주지 않았다는 건가?이승하는 의문을 품고 주서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서희의 휴대폰이 울리기 몇 분 전.주서희는 꽃다발을 손에 든 채 눈앞에 있는 잘생긴 의사를 보며 예쁘게 웃었다.“윤 선생, 꽃다발 고마워. 이번 생일은 잊지 못할 거야.”윤주원은 그녀의 미소에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그럼... 다음에 데이트 신청해도 돼요?”그 말에 주서희의 손이 멈칫했다